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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디미방` 저자 여중군자 장계향(張桂香)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8-10 23:26 게재일 2011-08-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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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경북여성정책개발원 교육인재개발실장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옛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안다. 그러므로 그것이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과거의 것들을 통해 현재에서 새롭게 살려내는 것이 온고이지신의 참뜻임을 말한다. 옛 것 속에는 우리가 버려야할 것도 있지만 새롭게 세상에 담아내어 되살릴 것이 많다. 옛 것을 스승으로 삼는 일은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있고 풍요롭게 하는 일이며,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삶을 바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지난 달 경북의 여성들이 함께 모여 과거 한 여성의 철학과 사상을 새로이 배우고 익혀서 귀감으로 삼고자 사단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발기인 총회를 가졌다. `여중군자 장계향 선양회`라는 이 단체는 여성이지만 군자의 덕목을 실천하며 일생을 보낸 장계향 선생을 선양하기 위해 민간여성 약 540명이 만든 단체이다.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종결될 무렵에 태어나서 83세로 일생을 보낸 여성이다. 20대에 인조반정과 정묘호란이 일어났고, 30대에 병자호란이 조선의 국토를 짓밟고 지나갔다. 국가는 안과 밖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운명이었고,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피폐해져 있었다. 그 국난의 시기에 경북 북부의 한 변방에서 일상의 삶을 군자의 삶으로 산 여성이다.

장계향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잇는 경당 장흥효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19세에 남매를 둔 석계 이시명의 계처로 혼인하여 자신이 낳은 8자녀와 합한 10명의 자녀를 훌륭하게 길러낸 분이다. 흔히 알고 있는 정부인 안동장씨라는 칭호는 그 분이 당대의 훌륭한 아들을 둠으로써 받은 칭호이다.

장계향은 아버지의 학문적 분위기를 익혀 시와 그림을 그렸으나 당시의 성리학적 사회제도내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개인으로서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어린시절 시와 그림에 탁월했으나 혼인 후에는 70세가 넘도록 자신을 드러내는 습작은 한 작품도 만들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승화해 남편과, 자녀들, 그리고 집안의 노비들과 이웃에게 인의(仁義)의 실천적 삶을 보여준 인물이다. 당시 주변에서는 장계향을 여중군자(女中君子)라 하였다고 한다.

장계향은 논어나 예기에서 정의하는 군자의 삶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가진 많은 지식을 몸에 익혔으나 혼인 후에는 타인에게 드러내어 자랑하지 않았고, 선한 행동으로써 가정을 수신의 장으로, 이웃을 애민을 실천하는 장으로 여겨 덕을 실천했다. 가정을 수신의 장으로 삼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를 들자면 특별히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이 기다리고 있는 혼인을 선택한 것이었다. 혼인 상대인 이시명(李時明, 1590~1674)은 아버지의 제자이기는 하지만 부인을 잃고 어린 두 자녀를 두었으며 세상을 떠난 두 형님을 대신해 동생들과 조카들을 통솔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평탄치 않는 시집살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혼인한 것은 시댁을 자신을 연마하고 익히는 수신의 장소로 삼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웃을 애민을 실천하는 장으로 여겼다고 보는 이유 중에는 많은 노비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먹거리를 마련해 나누어 먹였다는 일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왜란과 호란으로 인해 수십년간 가난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웃을 위해 시아버지가 창안한 구휼방안이 있었다. 도토리죽을 쑤어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곡식이 있을 때는 그 곡식을 조금씩 나누어 주었으나 그것마저 떨어질 때는 가을에 주어 모아 놓았던 도토리로 죽어 쑤어 먹을거리를 얻으러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얻으러 온 사람을 절대로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고 왔다가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곡식주머니를 만들었으며 평등하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장계향은 자신의 실천적 행위가 사람이 마땅히 따라야 할 의리로 보았고,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처한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존중하였으며 자신과 주변 상황에 대해 역행하지 않았다. 자신을 닦고 이웃을 사랑한 장계향 선생의 삶은 우리에게 분명 지금의 시대가 지나가도 새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온고이지신 나침반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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