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3월22일(포항시외버스터미널 뒤편) 대잠동 유흥업소 집결지 여성이 유서와 장부를 유품으로 남긴 채 자살했다. 사건은 3월27일자 경북매일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그녀가 남긴 장부에 포항지역의 법조계, 경제계 등 유력 인사들의 목록이 남겨져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면서 지역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녀의 죽음보다 남겨진 목록에 누가 포함되어 있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리라.
사건 발생 직후 민간 차원의 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대잠동 유흥업소 집결지를 비롯한 성산업의 착취형태를 일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강도 높게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며, 행정당국과 사법당국에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여 포항시는 대책반을 꾸리고 경상북도경찰청도 대책위원회를 결성했으며, 서울의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이 사건을 밀착 취재, 방영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녀의 죽음 이후 대잠동 인근에서 합법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던 불법적인 행위들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속칭 2차 성매매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서 그것들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음이 드러났으며, 여성들을 둘러싸고 연결된 자본과 권력, 폭력의 착취고리가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음도 일부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하여 성산업 구조 속에 포함된 착취고리의 해체 없이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논할 수 없음도 알게 되었다.
10여년 전 군산의 화재참사 사건 당시 경찰과 공무원, 조직폭력배와 업주, 사채업자 등이 성매매를 둘러싼 중요한 착취고리였음을 우리는 확인했던 바 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어 성매매와 연관된 알선업자와 소개업자 등에 처벌 규정을 강화하기도 하였다. 이 법의 제정으로 단속 대상이었던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 피해자로써 보호하고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함은 물론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강제하기도 하였다.
만물이 그 생명을 틔우기 위해 분주한 5월의 즈음, 가족공동체가 일상의 공간에서 평화와 안녕을 계획하는 가정의 달에 죽음에도 값이 존재함을 절감한다.
어쨌든 그녀가 포항 지역사회를 비롯한 한국 사회에 일으킨 반향은 상당했다 말하고 싶다. 이전에도 여섯 명의 그녀들이 있었으나 그녀들의 그것과는 그 영향력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도 말하고 싶다. 201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녀가 남긴 유서와 장부를 통해 그녀 뿐 아니라 나머지 여섯 명의 자살 원인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 일대의 성산업 착취구조를 철저히 끊어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법 당국의 수사발표를 간절히 듣고 싶다. 그러나, 한 달이 넘게 진행된 경찰 수사 결과 발표는 나의 간절한 소망을 간단히 좌절시켜 주었다. 죽음의 순간에도 억울하다 외치고,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녀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절규를 아끼지 않은 그녀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던 것인지를 숙고하며 고민하는 행정당국의 열성도 느끼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나만의 바램일 뿐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그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성산업의 착취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숙고하고 실천하는 것임을 나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모든 이들이 절감하고 실천하였으면 좋겠다. 경찰, 검찰, 행정, 시민사회 모두가 이를 위해 협력하고 실천하는 모습들을 진정으로 듣고 싶고, 보고 싶고, 느끼고 싶다. 이야말로 진정 안전하고 평화로운 포항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름을 향해 달리는 5월 9일은 그녀가 생을 달리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부디 좋은 곳에서 복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