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라식, 라섹 수술을 받을 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안과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자신에게 수술을 집도하는 안과 의사가 안경을 계속 끼고 있다면 그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사람들은 “혹시, 이 라식 수술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설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을 집도하는 의사가 환자와 똑같은 라식 수술을 받고 별 문제없이 생활 하고 있다면 집도의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을 눈 수술에 대하여 강한 신뢰가 생길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만약 그 안과 의사가 의사 자신의 자녀들에게까지 직접 수술을 집도했다면 환자는 무조건 그 의사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최근 어느 안과 의사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직접 라식 수술을 집도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그는 올해 시력 교정 수술 21년 경력의 라식 1세대 안과 의사다. 시력 교정 수술이 처음 도입됐던 때부터 라식, 마이크로라식, 라섹, ASA(무통)라섹, 자가혈청라섹, 웨이브프론트, SF웨이브스타 등 많은 종류의 시력교정수술을 직접 시술한 레이저 시력교정수술의 산 증인이다.물론 자신의 수술 기술에 대한 강한 신뢰와 확신이 없었다면, 그 의사는 자신의 두 아들들이 아무리 자신에게 수술을 받고 싶다고 했더라도, 극구 반대했을 것이다.의사가 직계 가족을 집도하는 경우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매우 보기 드문 사례이다. 통상적으로 자기 가족에게는 직접 집도하지 않는다.물론 의사가 자신의 가족을 직접 수술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법적 제한은 없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의사 직계 가족이 외과적으로 큰 수술이 필요한 경우, 동료 의사에게 수술을 부탁한다. 직계 가족이라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이성적으로 수술을 잘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수술을 할 때는 차가운 머리, 즉, 냉철한 이성으로 해야 하는데 혹여, 감성이 앞서다 보면 수술에 실패할 수 있고, 가족의 목숨이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심리적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직계 가족을 수술하는 것은 최대한 피한다.안타까운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완전히 발가벗겨졌다. 말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남김없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버렸다. 속살이 드러난 대한민국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참으로 딱하고 안타깝다.가족을 잃은 당사자들의 심적 고통은 어떠한 말로도 형언할 수 없다. 극한의 참담함과 뼈를 시리게 하는 고통일 것이다. 그분들을 생각할 때 마다 나의 일 처럼 가슴이 너무 아프다.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리 대한민국은 소중한 국민을 잃었고, 세대와 지역간 신뢰와 화합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창창한 미래 원동력이 손상되었다. 그런데, 국가적 대참사에 대응하는 정부의 능력과 이러한 정부를 평가하는 우리 국민들의 반응과 태도가 참으로 민망하다. 언제부터인가 데스크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언론들, 위기 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정부, 이러한 틈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좌와 우로 나뉘어 극한을 치닫고 있는 정치꾼들, 오히려 이러한 위기는 절호의 기회다라며 금전적 이득과 사업적 특혜를 챙기기에 급급한 세력들…. 말 그대로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너도나도 감성적으로만 반응하고 행동한다면, 대책없는 아픔과 고통의 시간은 계속 연장 될 뿐이다. 마치 수술용 메쓰를 들고 자기 자식 수술을 자신이 직접 집도하겠다며 수술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의사와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에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들로 충분하다 못해, 오히려 넘친다. 물론 이러한 열정들이 모여 다이나믹 코리아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뜨거운 가슴이 아닌 차가운 머리로 접근해야 한다. 더 이상 들끓는 가슴으로 논쟁한다고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대한민국이여, 제발 이성을 찾자!
201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