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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벨상과 초콜릿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지난 7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그리고 11일은 이른바 빼빼로 데이로 인해 최근 며칠 동안 대한민국은 초콜릿 광풍에 휩싸였다. 원래 초콜릿하면 이탈리아와 스위스 그리고 벨기에, 이렇게 세 나라를 빼고서 이야기 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서유럽 3개국 순방 때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를 방문하였는데 벨기에에는 이탈리아의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 스위스의 린트(Lindt)와 더불어 세계적인 3대 명품 초콜릿으로 꼽히는 길리안(Gyulian) 초콜릿의 본사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1967년 설립 된 길리안 초콜릿을 대한민국의 대표 제과 기업인 롯데제과가 인수했다. 지난 7월에 주당 135만원 정도 하던 롯데제과의 주가가 11월이 다가오면서 180만원까지 치솟을 정도이니, 늦가을 이맘때 대한민국에 불어 닥치는 초콜릿 광풍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초콜릿은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식품이다. 6·25 이후 주한 미군들의 “기브미 쪼코레트”가 한반도에 간접적으로 상륙한 이후 우리나라에는 지난 1968년 동양제과가 처음 초콜릿 제품을 정식 출시했는데 다른 과자류에 비해 비싼 편이어서 60~70년대에는 손쉽게 사 먹을 수 없는 부자들만의 식품이었다. 90년대 들어 초콜릿은 당분이 많아 충치와 비만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신되면서 체중 조절에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는 건강상 이유로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발표된 초콜릿 관련 연구 자료들을 검색하다가 매우 흥미로운 연구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초콜릿을 많이 먹는 나라일수록 노벨상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가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지(NEJM)`에 발표가 됐었다. 미국에 있는 성 누가-루스벨트 병원의 프란츠 메세를리 박사 연구팀은 `초콜릿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자도 더 많아진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그는 23개국의 초콜릿 섭취량 수치와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 횟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를 보면 초콜릿 섭취량이 많은 국가가 노벨상 수상자에서도 그래프 상위를 차지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초콜릿 섭취량이 많은 국가로는 `초콜릿 명가`로 이름난 스위스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스웨덴과 덴마크가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왔다. 메세를리 박사가 이런 연구를 실시한 이유는 카카오에 과량 함유된 항산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인지능력 개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다양한 선행 연구 결과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초콜릿에 존재하는 데오브로민(Theobromine)이라는 성분이 대뇌피질을 자극하고 또한 뇌의 주된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충분히 공급해 주기 때문에 초콜릿 섭취가 뇌 활동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얼핏 들여다 보면 매우 흥미롭고 획기적인 연구 주제이다. 하지만 메세를리 박사의 노벨상 수상과 초콜릿 섭취량의 상관 관계에는 해당 국가의 경제 수준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과학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없다. 국가별 초콜릿 섭취량은 국가의 경제수준과 연관이 있고,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는 곧 그 나라의 부(富)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초콜릿 섭취량과 노벨상 수상이 비례한다는 주장은 어찌보면 통계적 말장난에 불과하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특히 인터넷 SNS 댓글 몇 개를 두고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일부 몰상식한 국민들에게 메세를리 박사의 연구 결과는 매우 위험하고 자극적인 통계 자료가 아닐 수 없다. 혹시 아는가? 당장 내일 아침부터 교육부 앞에 촛불과 피켓을 들고 “박근혜 정부는, 초·중·고등학교에 초콜릿 무상 급식을 의무화하라!”라고 외칠지도 모를 일이다.

2013-11-13

면역 불균형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주변에 지인들 가운데 유독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사람들을 흔히 `면역력이 약한가 보다`라고 말한다. 우리 몸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같은 외부침입자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처럼 신체 외부로부터의 이물질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는 능력을 면역력이라 한다. 현재 자신의 몸의 면역력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간단하게 확인해 보는 체크리스트가 있다. 다른 사람들 보다 감기에 잘 걸리는지, 예전에 없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 염증이 치유 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특히 눈에 염증이 잘 생기는지, 입안이 자주 허는지, 쉽계 편도선이 붓는지, 자주 설사나 배탈이 나는지, 무좀이 생겨서 잘 낫지 않는지 등등 위와 같은 증상이 지속적으로 발생된다면 면역력 저하를 의심해볼만 하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자기와 비(非)자기 세포, 즉 아군과 적군을 식별해 적절히 대응하는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방어 체계를 말한다. 암, 알레르기, 장기 이식 거부 반응, 예방접종, 자가면역질환 등 수많은 질병과 생리적 의학 현상이 이러한 면역 시스템과 밀접히 연관 되어있으며 정교한 면역 시스템의 균형 유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면역세포에 기능을 부여하고 활성화시키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제대로 생성이 안되어, 면역 시스템의 불균형이 유발되고 면역물질들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외부의 적군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질병이 발생됐을 때 괴로움을 호소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인 아토피 증상과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형탈모 증상 또한 이러한 면역 시스템에 불균형에 의해서 발생되는 면역 질환이다. 면역 시스템이 교란되면 면역세포가 아군 세포를 적군으로 오인하여 공격하게 되는데 적군으로 인식된 아군 세포는 면역세포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받아 파괴된다. 즉, 면역세포 입장에서는 자신을 방어한다고 열심히 노력한 것이지만 결국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자살 행위를 한 것이다.지난 2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광장에서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이라는 현수막을 든 한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 반대 집회 성격으로 시위를 열었다. 다음날인 3일에도 루브르박물관이 인접한 전철역 부근의 광장에서도 몇몇 한인들이 모여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국가정보원, 국방부와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기 때문에 2012년 대통령 선거는 무효이며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사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을 사임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 보도에 깜짝 놀라서 재불한인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재불한인회 홈페이지 첫화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공식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크게 걸려있었다. 집회 시위 세력들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이번 집회 시위를 주도한 배후를 알고 보니 오래전부터 프랑스에서 친북활동을 벌여 온 종북 좌익 정당 출신의 몇몇 재불한인들의 반정부 이적 행위로 드러났다. 아무리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 상대방 정당 출신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 대통령은 자신의 고국을 대표로 하여 국제 경기에 출전한 국가대표선수와도 같다. 아무리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아군과 적군 구별은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위는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하는, 마치 우리 몸이 심각한 면역 불균형에 빠져버린 상황과 같으며 명백한 국가적 자살 행위다. 국위를 선양한 국가 대표 선수에게 병역면제 혜택이나 큰 포상금을 준다면 이와 반대로 국익에 해를 끼치고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민주주의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들의 무분별한 불법적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된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2013-11-06

이독제독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기업경영의 제1의 지침서로 탐독했던 손자병법에 보면 전쟁에 있어서 최선은 내가 직접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들간의 전쟁일 경우 싸워보지도 않고 적에게 굴복하는 경우란 매우 드물다. 이럴 때 가장 이로운 방법은 바로 이이제이(以夷制夷)병법이다. 이이제이란 내가 아닌 적군끼리, 즉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의미의 용어다. 군사 용어에 이이제이가 있다면 의학적 용어로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당(唐)나라 때 신청(神淸)이 지은 `북산집(北山集)`에 나오는 내용으로 “훌륭한 의사는 독으로써 독성을 멈추게 한다(良醫之家, 以毒止毒也)”라는 글귀에서 유래되었다. 우리 몸에 병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악(惡)으로 간주 하다면 그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데 또 다른 악을 치료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래는 전통 한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한 방법으로, 독성이 함유된 약물로 독창(毒瘡) 등의 악성 질병을 치료할 때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사약의 원료로 쓰였던 부자(附子)가 그 독성을 중화시키는 다른 약물과 적절히 공용하여 신경통이나 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도 이독제독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현대 의학의 가장 큰 숙제는 암(癌), 그리고 바이러스(Virus) 정복이다. 이 둘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특히 바이러스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증식할 수 없으며, 동물·식물·세균·방사균 등 살아 있는 세포를 숙주(host)로 이용하여야만 증식할 수 있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지닌 감염성 유해 입자이다. 수년전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의 공포를 기억할 것이다. 그만큼 바이러스는 치명적이고 위험한 질병 원인물질이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위험한 존재인 바이러스가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최신 첨단의학에서도 바이러스를 이용한 이독제독 치료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항암 치료 방법을 “바이러스 종양파괴”라고 하는데 특히 바이러스를 이용한 이독제독 치료법의 세계적 선두 그룹이 우리나라 연구진이라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의 황태호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와 바이러스가 과다 증식하는데 반드시 필요로 하는 TK 유전자를 유전공학 기법으로 적절히 재조합(recombination)한 `우두 바이러스(vaccinia virus)`를 말기 간암 환자들의 암세포 주변에 직접 주사해 보았더니 다량의 바이러스를 주사 받은 환자들의 생존률이 현저히 높아지는 놀라운 임상 결과를 얻었다. 황태호 교수는 지난 20년간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에 매진해 왔으며 황교수의 소중한 연구 결과들은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네이처 메디슨 (Nature Medicine)을 통하여 최근 전세계에 소개 되었다.`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씀이 있다. 예수그리스도가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지상명령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자신의 철천지원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원수의 곁에 가기도 싫을 것이다. 철학적, 심리학적으로는 도저히 실천 불가능한 명령이지만 의학적 볼 때 매우 큰 의미를 지닌 명령이다. 황 교수의 항암 바이러스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인류 건강의 적이자 원수인 암세포와 바이러스에 끝없이 관심을 가지고 곁에 두고 사랑하며 지켜보다보니 암세포와 바이러스의 공통적인 성향을 파악하게 되었고 이점을 역으로 이용하여 결국 암을 억제하는 획기적인 이독제독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누구든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원수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 그들을 무조건 미워하고 배척하기 보다 오히려 그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서 역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활용하는 것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된다.

2013-10-30

`숲으로 가자` 숲 체험

▲ 이경식포항시청 도시녹지과 산림문화담당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너무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주변의 환경도 돌아볼 틈없이 앞만보고 가기에 급급하다. 가을 하늘이 파랗게 높아만간다. 한번 쯤 하늘도 쳐다보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보는 것도 행복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 골짜기 도음산 자락에 위치한 도음산산림문화수련장은 포항의 모든 시민이 가까이에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포항 시내에서는 20~30분이면 산림문화수련장에 도착할 수 있다. 입장료, 주차료가 없으며 누구나 이용가능 하도록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도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유치원이나 어린이 친구들이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넓은 잔디밭도 펼쳐져 있다.지난 17일 화창한 오후 정신지체와 청각장애를 지닌 학생들로 이루어진 포항명도학교에서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에 `숲으로 가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숲체험에 올랐다.필자가 근무하는 포항시 도시녹조과에서 장애학생들이 숲에서 배우고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 숲의 소중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 자존감을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한 이번 숲체험 교육은 명도학교 학생과 교사 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명도학교는 특수교육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큰 뜻을 품어라`라는 교훈아래 학생들의 자립능력과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 형성을 통해 사회에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꿈을 꾸며 그 꿈을 향해 전진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오르고 내리고 또 다시 걷는 일정이 우리에겐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명도학교 학생들에겐 우리보단 조금 한 템포 늦춰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걸음을 딛어 도착한 도음산 입구에서 숲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학교를 벗어나 숲에 온 몸을 맡길 때 친구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미 도음산산림문화수련장에는 숲 유치원을 통하여 자연과 친구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이제는 친숙한 모습으로 숲의 친구들에게 인사하는 법도 배워간다. 특별한 교육이 아닌 그냥 자연에 노출되어져 있는 그 시간들이 친구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할지도 모른다. 명도학교 친구들도 지금 이시간 그것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숲속에 잘 조성되어 있는 길을 따라 흙내음을 맡으며 많은 나무와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그 어떤 프로그램도 이 보다 더 좋을순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낼 필요도 없고, 힘들게 몸을 부딪힐 필요도 없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며 나무와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맘껏 소리쳐 보기도 하고 뛰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마음속이 힐링 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우리 학생들은 정형화된 프로그램에 의해 대부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특기적성을 고려한 다른 프로그램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런 생각이나 목적없이 우리의 마음을 모두 내려 놓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아마도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은 자연속에 숨쉬며, 자연을 느끼며,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숲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다시금 그 힘으로 그들의 꿈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청소년 문제 또한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산림휴양시설을 더 확충하고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숲에서 치유되며 그 자리에 더 큰 것으로 채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명도학교 친구들이 그 누구보다 기쁨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가슴 한가득 나무를 품고, 하늘 숲 내음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2013-10-23

울보 박명재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남자의 계절 가을이 깊어간다. 붉게 물든 낙엽이 자연의 법칙을 따라 힘없이 떨어질 때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떨어지는 낙엽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우리의 눈을 항상 촉촉하게 해주는 `평상시 눈물(내인성 눈물)`이 있다. 둘째, 양파나 파를 다듬다가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면 곧바로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때 흘리는 눈물을 `반사적 눈물`이라고 한다. 한편 슬프거나 기쁠 때 흐르는 눈물이 있다. 슬픈 영화를 볼 때, 또는 정말 기쁠 때 줄줄 흐르는 눈물. 그것이 바로 `감정의 눈물`이다. 감정의 눈물은 자신의 심리를 담아 내는 표현 수단이기 때문에, 복잡한 사고의 구조를 가진 인간들만이 가질 수 있는 신의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눈물 속에는 물과 염분 외에도 단백질, 면역글로불린 등이 함유돼 있다. 특히 감정의 눈물은 평상시 눈물과는 농도와 성분이 다르다. 화가 났을 때 나오는 눈물은 평소보다 더 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슬플 때의 눈물엔 단백질이 20%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맘이 괴로울 때 실컷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한 것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화학물질을 눈물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의외로 한번 울 때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량의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눈물을 내보내는 꽈리세포의 크기가 여자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그러나 눈물은 나약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남자와 눈물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남자의 눈물은 여자의 눈물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더 큰 파급효과를 지니기도 한다.포항 남·울릉 지역의 박명재 국회의원 후보가 피 튀기는 당내 공천 경쟁을 뚫고 최종적으로 새누리당의 10월 재보선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다.박명재 후보는 오늘에 이르기 까지 참으로 머나 먼 길을 돌고 돌아왔다. 그의 경력은 참으로 화려하다. 산딸기의 고장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 출신인 그는 제16회 행정고시 합격 후 1980년대에는 당시 내무부장관 비서실장, 1990년대에 들어서는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 2000년대에는 행정자치부 장관과 수도권 명문대 의과대학교 총장을 거쳐, 2013년에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고향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지역 민심을 대언할 수 있는 9부능선을 넘었다. 박명재 후보가 행정자치부 장관 재임시절 포항시청을 방문했을 당시, 포항 시청 직원들이 그를 두고 “정말 강단(剛斷)있는 최고의 행정가답다”라며 극찬했다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그러나 박명재 후보는 아이러니하게도 눈물을 잘 흘리는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박명재 후보는 경상북도 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했었는데, 당시 여권 후보였던 박명재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와 민심이 선거 막판까지 현 김관용 도지사에게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직시하고 “제가 지역 정서와 거리가 있는 열린우리당 후보이기에 앞서 경북의 아들이자 일꾼인 만큼 인물과 도덕성, 능력으로 평가해달라”고 기자회견장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작년 4·11 총선 기간에도 자신의 가족사와 관련된 여러가지 불화설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장에서 상대 진영이 주장하는 각종 억측과 루머 때문에 자신의 가족들이 오해를 받고 심적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하고 괴로운 나머지, 펑펑 눈물을 흘렸다.박명재 후보는 그동안 여느 정치인들 보다 많이 울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박명재 후보는 더 이상 울어서는 안된다. 그가 만일 이번 10월 재보선에서 국회의원으로 최종 당선 된다면 `울보 박명재`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야 한다.앞으로는 국민들의 눈물과 아픔을 달래주고 배꼽잡는 기쁨을 선물하는 `웃음보 박명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2013-10-16

아! 물망초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물망초`란 꽃을 아는가? 물망초는 유럽이 원산지이고 관상용으로 심는 한해살이풀이다. 물망초 꽃은 5~6월에 하늘색으로 피는데 물망초란 이름은 영어의 `forget me not`을 번역한 것이고, 영어 이름은 독일어의 `페어기스마인니히트(Vergissmeinnicht)`를 번역한 것이다. 물망초에 관한 독일의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도나우강가운데 있는 섬에서 자라는 물망초 꽃을 애인에게 꺾어주기 위해 한 청년이 그 섬까지 헤엄을 쳐서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청년은 그 꽃을 꺾어 가지고 오다가 급류에 휘말리자 가지고 있던 꽃을 애인에게 던져 주고는 `나를 잊지 말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물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꽃을 꺾다가 도나우강에서 죽은 애인을 생각하면서 일생 동안 그 꽃을 몸에 지니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가 되었다고 한다.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전 국회의원) 산하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지난 9월 27일 오전 11시 서울에 있는 전쟁기념관 1층 웨딩홀에서 탈북 국군포로분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전체 행사를 총괄한 박선영 물망초 재단 이사장은 “남재준 국정원장님이 공식 정부기관으로는 사상 최초로 탈북 국군포로분들을 국정원에 초청하여 선배님들에게 일일이 거수경례를 하며 대한민국이 그 동안 비겁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늦었지만, 정부에서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감격어린 소감을 밝혔다.그동안 국군포로 문제에 관해 도대체 우리 정부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였길래 박선영 이사장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2000년에 DJ가 방북했을 때 북한에 있던 수많은 국군포로들은 DJ가 이제 자신들을 데리러 온 줄 믿고 큰 기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DJ는 김정일 앞에서 국군포로에 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당시 국군포로 문제를 김정일에게 꺼냈다가 갑자기 회담이 결렬될 뻔 하였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남북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아예 국군포로 귀환 문제를 신경 쓸 수가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북한 땅에 남은 국군포로들이 모두 자유대한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그분들을 전쟁터로 나가라고 명했으면 끝까지 귀환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저버린 것이다. 국군포로들의 말로 다 표현 못할 눈물의 희생으로 지금의 자유 대한민국이 있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이날 물망초 재단의 행사에 대해 국내 공영 방송들은 무관심이어서 취재하러 오지 않았으나 오히려 미국 방송사인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는 카메라맨과 기자 2명을 파견하여 행사 전 과정을 녹화하고 취재하였다. 국군포로들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관심이 없는데 비해서 미국 정부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어 큰 대조를 이뤘다. 물망초 재단이 북한의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범죄자로 제소할 때도 미국 정부가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가 이 과정들을 추적하여 기사화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김정은을 전범재판소에 세우는 것이 한층 쉬워질 것이다.우리 속담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에서는 어떤가? 우리는 거꾸로 할 때가 많다.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은혜는 물에 새겨 금방 잊어버리고 마음에서 버려야 할 원수는 돌에 새겨 두고두고 기억하는 것이다. 전후 세대가 대다수인 우리 국민들은 이 국군포로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본다고 하지 못하면 우리 국민들이라도 나서서 작은 힘을 모아 그분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 방법은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지 않다. 지금 당장 이들을 돕고 있는 물망초 재단에 단 돈 1만원이라도 보내는 것이 그분들께 은혜를 갚는 길이다.

2013-10-02

영웅호색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 가운데 삼손(Samson)이란 걸출한 인물이 있다. 삼손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를 무색하게 할 만큼 초인적 능력까지 갖고 있었다. 삼손은 홀로 사나운 사자의 입을 찢어서 죽이고, 당나귀 턱뼈 하나로 이스라엘의 적국인 블레셋(팔레스타인) 사람 1천명을 쳐 죽일 수 있을 만큼 괴력을 자랑했다. 공항에 가면 쉽게 만나게 되는 샘소나이트라는 여행용 가방 브랜드 또한 강한 힘을 자랑했던 삼손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손은 이스라엘 역사의 암흑기에 자기 백성을 구원할 빛과 같은 지도자가 되어라는 의미로 `나실인`(하나님 앞에서 특별히 구별된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하나님과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영웅 삼손은 과도한 음주와 음란한 행위에 빠져서 살았다. 삼손은 성년이 되자마자 적국 블레셋의 유흥 문화에 동화되어 초인적 힘과 정력을 쾌락에 남용하였고, 특히 블레셋 여자들의 유혹에게 넘어가 결국 자신의 힘의 원천이었던 긴 머리카락이 잘리고, 두 눈이 뽑힌 뒤 블레셋의 포로가 되어 중노동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게 된다. 한 해 수백, 수천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수입, 근육질 몸매에 외모까지 갖춘 유명 스타들이나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무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영웅호색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인 모양이다.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고 있는 이들의 주변에는 여성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영국이 자랑하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포르투칼 축구 영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또한 영웅호색 스캔들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베컴은 개인 비서와의 불륜으로 가수 출신 아내 빅토리아와의 결혼 생활에 한때 위기를 맞았고 호날두는 동시에 3명의 연상녀와 사귄 적이 있다.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가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뒤 잇따라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혼외정사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이른바 `권력자와 섹스 스캔들` 문제 또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권력자의 머릿속에는 일종의 `성적 특권의식`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은 권력이 강하고 클수록 더욱 그렇다. “영웅은 호색(好色)이고 임금은 무치(無恥·부끄러움이 없다는 뜻)”라 했으니 옛사람들도 권력을 지닌 자들의 이런 일탈의 속성을 이미 간파했던 셈이다. “권력은 최음제”라는 말도 있듯이 권력을 잡게 되면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낀다. 권력의 맛에 중독되면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없고 심지어 여자들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부단한 노력과 자기절제, 철저한 주변 관리가 있었겠지만, 일단 자신이 목표했던 정점에 서게 되면 그동안 참았던 욕망이 절제력을 잃고 분출되어 버리는 것 같다.청와대와 법무부가 혼외아들 스캔들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채동욱 검찰 총장이 제출한 사표 수리를 유보하고 진실규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채동욱은 이에 항거하는 뜻으로 연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지방 모처에 머무르며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에 대한 소송을 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검찰총장이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영웅에 버금가는 능력과 인격 그리고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인사청문회에서 까도까도 미담만 나온다는 `까도남`이란 별명을 얻었던 채동욱, 그러나 이젠 혼외아들 스캔들 때문에 까도까도 `마담(madame)`만 나온다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권력의 유무를 떠나서 또한 남녀를 막론하고 자신의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갖는 행위는 `일부일처제`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한 행위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영웅호색이란 말도 이젠 전근대사회의 반(反)여성적 발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채동욱은 더 이상 뒤에 숨어서 정치적 여론 분열을 조장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유전자 친자 확인을 통해 혼외아들 스캔들을 빨리 마무리 짓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과 자신의 가족을 위한 마지막 도리이다.

2013-09-25

여백의 미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동양과 서양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서로간의 다름이란 누가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기에 논쟁 할 사안은 아니지만 동양과 서양을 비교해 보면 의식주 형태를 비롯하여 외모,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인생을 대하는 사고방식 등 근본적으로 큰 차이와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글로벌시대이기에 동양이 서양에 물들고 동양의 문화가 서양에 스며들며 많은 부분 혼합되고 융화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서로를 비교할 때 마다 이해가 되지 않고, 신기하고, 180도 다른 관념의 체계에 놀랄 때가 많다.동양의 그림을 보면 물체가 그려져 있는 부분과 그려져 있지 않은 빈 공간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지 않고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것이 이른바 `여백의 미`이다.이는 대상의 형체보다는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동양화에서 여백은 광활한 우주 속에 사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미학은 산수화뿐만 아니라 인물화에도 적용된다. 유명한 동양화가들이 그린 인물화를 보면 인물 외에는 배경에 아무것도 장식하지 않았다. 실처럼 부드러운 선만으로 한 인물의 풍모, 지고한 인격, 엄숙한 자태, 단아한 외모를 유감없이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이는 그리는 대상의 내면을 중요시하는 미학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동양의 그림은 간결과 압축의 기법을 사용하며 숨겨져 있는 것이 나타나 있는 것보다 깊고 광활한 여백의 미를 추구한다.서양의 그림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박물관 벽면을 가득히 채운 그림들을 보면 여백의 미를 발견하기란 매우 어렵다.서양화에서는 밑그림에도 자세히 보면 색이 칠해져 있다. 왜냐하면 서양화에서 빈 곳이란 미완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여백을 허용하고 그 여백에 작가의 내면 세계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담아내는 동양의 그림 앞에 아마도 대부분의 서양인들은“왜 이렇게 미완성 된 그림이 많은 것일까?”라며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효율과 성장을 갈구하는 서양의 경쟁 시장 시스템의 상징인 도시의 삶에서는 결코 빈 곳을 용납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답답하고 팍팍하다.그러나 서양 문화에서도 여백의 미가 가감 없이 표현되는 유일한 분야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의 차림에서다.서양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정통 풀코스 요리를 먹을 때 보면 엄청나게 큰 접시에 담겨 나오는 음식의 량은 터무니 없이 적다. 고기 한 두 점, 치즈 한 조각에 소스를 곁들인 약간의 샐러드…. 푸짐한 한정식 상차림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여백의 미이다.하지만 고급 레스토랑 주방장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요리에 혼을 담고 메시지를 담는다고 한다. 그들의 요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며 소통의 도구라고 말한다. 큰 접시에 남아있는 여백은 그 요리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으로 가득히 채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결국 여백의 공간에 남겨 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깊고 넓으며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믿는 것은 동양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큰 정치인이나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는 CEO 일수록 새벽 일찍 일어나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짧게는 15분, 길게는 한두 시간 정도 묵상하는 시간을 꼭 가진다고 한다. 자신이 그려나가는 삶이란 예술 작품에 충분한 여백의 미를 살리기 위함이다. 여백의 넓이와 깊이가 충분히 넓고 깊을 수록 그들이 이루어 내는 성공의 결실은 알차고 풍요롭게 된다.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삶의 여백 없이 답답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삶은 어떤가? 잠시나마 당신의 생활속에서 풍요로운 여백의 미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2013-09-11

분열과 분화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생명체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바로 성장하고 자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는 최소 기본 단위라 할 수 있는 세포의 수를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 몸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분열(proliferation)한다. 분열이란 하나의 세포가 두 개의 세포로 나뉘는 것을 의미하는데 세포분열은 체세포분열(Mitosis)과 감수 분열(Meiosis)로 구분이 된다. 체세포분열은 일반적으로 한 개체를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세포분열로, 모세포와 딸세포 사이의 유전자 갯수에 변화가 없다. 상처를 입었을때 회복되는 과정이나 피부가 각질의 형태로 잃어버리는 세포를 보충하는것, 머리카락이 자라는것, 키가 크고 체중이 늘어나는 등 성장과정과 손상의 회복과정에서 보여지는 세포 분열은 모두 체세포 분열이다. 한편, 감수 분열은 생식세포를 만들기 위한 세포분열이다. 부모의 유전자가 모두 자손에게 전해질 경우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유전자 갯수가 두배가 되므로, 생식세포가 만들어 질때는 체세포 분열과는 달리 딸세포(자손세포 daughter cell)에는 모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절반만이 전해진다. 세포가 이렇게 분열을 마치고 새롭게 탄생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에서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잘 키우고 잘 교육 시켜서 직업을 가져야 사회의 일원이 되듯이 세포 또한 분화(differentiation)라는 과정을 거쳐야지만 인체의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게 된다. 분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난자와 정자가 만난 수정란이 난할 과정과 상실기, 포배기, 낭배기를 거치고 나면, 각 세포들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는 여러 세포들로 발달해 나가는데, 주로 발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난다. 즉, 발생 과정 중에서 세포의 특이화를 이끌어내는 마지막 단계가 세포 분화라고 할 수 있다. 세포 분화는 각 세포들 내의 유전자 활성이 서로 달라져 유전자들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발현되는 현상이며, 그 결과 각 세포들은 구조적, 기능적으로 완전히 구별된다. 사람으로 치면 점점 어른이 되고 직업을 갖게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들이 처음 분열을 하게 되면 초창기에는 기능이 분명치 않지만, 점차 분화를 통해서 신경세포, 근육세포, 간세포 등 각자의 역할을 맡아서 발전해 나간다. 세포들이 분화를 하고 나면 서로 기능이 달라질 뿐 아니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생긴 모양도 달라진다. 신경세포는 길쭉길쭉해지고, 간세포는 육각형모양이 되고, 적혈구 세포는 도너츠 모양이 된다. 참으로 신기하다.대한민국 사회는 8·15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분열만 계속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 식민지 정책의 목적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사상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에 있었기에 30년이 넘도록 그러한 사악한 통치구조에 길들여 진 우리들은 모든 사안에 대하여 분열주의로만 일관해 왔다. 하지만, 분열만 지속이 되는 초기단계의 미성숙한 사회 구조가 지속이 된다면 그 사회의 규모는 커지고 개체수는 많아지겠지만 고도의 분화의 과정을 통한 다양하면서도 고차원적 기능과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적 인재들을 배출시키에는 한계가 있다. 한 사회 구조가 성숙해 지기 위해서는 초기단계에서 요구되던 분열 지향적인 요소들은 말끔하게 제거 되어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이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가 다양한 분화 과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발생 단계를 `분열`이란 미성숙 단계로 계속 유지시키려는 `이석기류(類)`가 제도권 안에서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국회에서 활보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분화를 해야하는 시점에 분화를 하지 않고 분열만 한다면 그 세포는 암세포로 간주된다. 대한민국 사회의 무병장수를 위해서 이젠 `이석기류`와 같은 사회적 암적 요소들을 과감히 수술해버려야 한다.

2013-09-04

관계가 먼저다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중국 제약회사의 초청으로 며칠간 중국에 다녀오게 되었다. 필자가 방문한 도시는 심양(瀋陽), 사평(四平) 그리고 본계(本溪) 이렇게 3개의 도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고속도로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 짙푸른 하늘, 그리고 옛 고구려의 땅이어서 그런지 산과 들에 자란 소나무와 아카시아 나무 등등은 지금 한반도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그 모양새가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방문하는 곳 마다 멀리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고 중국 전통주와 푸짐한 식사를 매 끼니 대접 받았다. 그런데 중국 현지인들의 환영사를 할 때 마다 절대 빠지지 않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은 “어떤 일의 성과를 내기 보다 우선적으로 돈독한 관계(關係)를 먼저 만들어 가자” 였다. 이들이 환영사로 위와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배경이 뭘까? 그것은 바로 상호주의적 관계를 바로 보는 관점이 한국인과 중국인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빨리 빨리 정서가, 양자간의 관계 성립보다 우선된다. 즉, 성과가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 척도이며 상호간의 관계 형성의 정도는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비즈니스나 상호 협력 관계에 있다가도, 거래가 끝나면 완전 남남이 되거나 심지어 적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중국인은 `관계`를 `관시`라고 부르며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의 작동원리로 삼는다. 그러다보니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일단 이해관계가 걸리면 보호할 사람의 범위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인과 중국인 간에 많은 오해가 발생한다.중국에서 큰 공장을 운영하다가 야반도주(夜半逃走)를 해야 했던 어느 기업가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십여년 전 중국에서 신발공장을 설립한 그는 낮은 임금과 세제 혜택 덕분에 사업적으로 큰 이득을 보았다. 게다가 몇몇 중국 본토 지방 정부 관리들이 베푸는 호의와 친절은 평생지기의 우정 처럼 든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임금상승과 세제개편, 그리고 수출부진이 겹치며 공장이 어려워지자 믿었던 중국 관리들이 먼저 그에게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물론 공장이 어려워진 것은 1차적으로 사업 환경의 변화를 회사의 대표자인 사장이 미리 포착하지 못한 불찰이 크다. 하지만 10여년 가까이 피와 땀으로 멀리 타향에서 이룩한 사업장을 뒤로하고, 맨몸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부적절한 `관시`의 설정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결여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 기업가가 중국에서의 `관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좀 더 내실 있는 관계를 맺었더라면 최소한 반전의 기회 정도는 만들 수 있었을지 모른다.다른 나라에서는 몰라도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관시`의 조율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중국에선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특수한 시스템 때문이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관시`를 통해 사업과 연관된 `시스템`을 파고들지 못하면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은 결코 보장할 수 없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중국에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핵심인사(Key Man) 파악을 잘 해야한다. 자주 자리가 바뀌는 최고위보다는 중간 간부 중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핵심인사 역할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중국과 연관된 모든 일에 대하여 긴 호흡을 갖고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빨리 빨리 문화가 익숙한 한국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좋든 싫든 중국은 순식간에 G2의 한 축으로 미국과 어깨를 겨루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그러한 중국과 지정학 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매우 가깝다. 이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문제다.

2013-08-28

`흙`탕물에 뛰어든 `백`총장님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얼마전 이런 신문 기사가 났다.`2년 연속 세계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이 뽑혔다고. 영국 더타임즈 하이어에듀케이션(THE)이`설립 50년 이내 세계 대학평가`를 발표한 직후, 세계 주요 언론들이 포스텍의 성과를 일제히 보도했었다. 경제주간지 포브스지는 포스텍이 설립된 지 27년 밖에 되지 않는 대학이지만, 글로벌 철강기업 포스코와의 탄탄한 연계와 우수한 교수 연구진의 땀과 노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신세대 엘리트대학들 가운데 한국의 포스텍이 최고 순위로 꼽혔다고 소개했다. 일본 교도통신, 러시아 통신사 이타르타스 또한 포스텍에 대한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또한 최근 `설립 50년 이내 세계대학평가`에서 포스텍은 유럽의 MIT로 불리는 스위스 로잔공대의 거센 추격을 물리치고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지금의 포스텍이 있기 까지는 박태준 회장, 김호길 초대 총장, 이대공 이사장 등등 굵직굵직한 포항 영일만 거물들의 뜨거운 열정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포스텍이 지금의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하기 까지는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의 숨은 공도를 무시할 수 없다. 2007년 포스텍 이사회에서 제5대 포스텍 총장으로 백성기 전 총장을 신임 총장으로 선임할 당시 신임 총장 선임 배경을 “백성기 신임 총장이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연구중심 대학 진입을 목표로 지난해 선포한 포스텍 비전 2020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라고 밝혔었다. 이사회의 기대에 발맞추어 백성기 전 총장은 총장으로 역임하면서 포스텍을 세계 20위권 글로벌 공과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그런 백성기 전 총장이 돌연, 다가오는 포항 남·울릉 10월 재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흙`탕물의 세상인 정치에 겁 없이 뛰어든 것이다. 그가 밝힌 출마의 변(辯)은“철강 산업의 장기 불황으로 포항 경제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상황에 빠졌으며 신소재와 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을 유치해 지역 발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 또한 대통령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총리실 산하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 교육부 대학발전기획단 자문단장 등을 역임하면서 얻은 경험과 인맥을 최대한 이용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백성기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을 바라보면서 응원의 마음, 기대감과 동시에 걱정스러운 맘또한 적지 않다. 최근 어떤 분이 백성기 전 총장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존경하는 백성기 총장님께 초면에 무례를 무릅쓰고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며,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을 통해 전체 대한민국 국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 개선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주요 업무가 아닐까요? 총장님의 지역 발전을 위한 전략은 경상북도지사나 포항시장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 아닐런지요. 전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입법 활동에 전념해야할 국회의원이 저마다 자신의 지역에 많은 예산을 끌어다가 지역발전 쪽으로만 활동이 치우치다보니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심화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지역 발전도 필요하지만 국회의원이 되시면 어떠한 입법 활동과 정책을 통해 전 국민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개선하겠다 등의 정책 제시가 우선해야 되지 않을런지요?”백 전 총장이 출사표에서 밝힌 이야기는 `포항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남긴 그 어떤 분의 말처럼 만일 백 전 총장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지역 현안에 집착하기 보다는 대한민국 정치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는데 더 집중하고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2013-08-21

비공개 결혼식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결혼식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새롭게 하나가 되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정을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부분 결혼식이 그렇듯, 러시아에도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이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신부는 결혼식때까지 지켜야 할 의무가 의외로 많다. 신부를 뜻하는 `네베스타`라는 명칭은 `볼 수 없는` 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부가 될 여자를 남의 눈에 잘 띄지 않게 하여 악의 힘으로부터 막는다는 것이다. 결혼을 앞둔 신부는 자신의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픈 얼굴을 하며 얌전히 손님처럼 행동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르한겔스크 지방에서는 중매가 들어온 아가씨는 집안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집밖을 나가면 안된다. 친구집을 찾아가는 것도, 놀러 나가는 것도, 교회에 가는 것도 안된다.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신부는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신부는 결혼식 때 긴 베일을 머리에 쓴다. 더욱이 어떤 지방에서는 신부가 결혼하기 전에도 긴 베일을 머리에 쓰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며, 잠을 잘 때에도 쓰고 자야한다. 신랑 부모의 집에서 3일 간 지낸 후 자신들의 집으로 왔을 때 그제서야 아내는 처음으로 얼굴을 내보인다. 이 풍속의 의미도 다름이 아니라 신부를 보호한다는 것이다.최근 할리우드에 진출한 영화배우 이병헌과 강남 5대 얼짱 출신 여배우 이민정이 결혼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과거 화제를 모았던 톱스타 커플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톱스타 부부는 신성일-엄앵란 부부가 시초격이다. 그 후 유동근-전인화,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손지창-오연수, 이재룡-유호정 등 톱스타 커플의 결혼 등이 부부로서 인연을 맺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권상우-손태영, 유지태-김효진, 연정훈-한가인, 장동건-고소영 등이 톱스타 부부 대열을 이어 나왔다. 그런데 이들 톱스타의 결혼식을 직접 생중계로 보기가 쉽지 않다. 12살 나이 차이를 극복한 이병헌과 이민정 또한 지난 10일 하객 900여명의 축하 속에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원로배우 신영균이 주례를, 배우 이범수와 방송인 신동엽이 각각 1, 2부 사회를 진행했다. 축가는 박정현, 박선주, 김범수, 다이나믹 듀오가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비공개였기에 이들의 결혼식 장면과 내용들이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지 않았다. 소속사의 보도자료 또는 그날 결혼식에 참석한 동료 연예인들의 SNS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사실들이 전부다. 최근 수년간 톱스타들이 자신들의 결혼식을 비공개로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러시아의 결혼식처럼, 신부를 외부에 비공개로 보호 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물론 좀비처럼 달려드는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경쟁 때문에 거룩한 결혼식을 시장터로 만들고 싶지 않고, 가족들의 사생활도 보호하고 방해받고 싶지 않은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다. 하지만, 톱스타들의 비공개 결혼식이 진정 자신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냈던 팬들에 대한 예의일까? 적어도 자신들이 지금의 사회적 위치에 이를 수 있도록 사랑을 베풀어 준 팬들의 위해서라도 소속사 차원에서 준비한 대표 중계 카메라를 사용하여 실시간 현장 중계를 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생각된다.이제는 연예인이란 직업이 `딴따라`로 치부되는 시대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사생활 보호`라는, 뭔가 그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핑계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리기 보다 영국 왕실의 결혼식처럼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던져주는 아름다운 세기의 결혼식을 한편의 멋진 영화같이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2013-08-14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있다. 그 능력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세상에 얼마나 억울한 사람이 많은지 알아버렸다. 소년은 자신의 능력으로 억울한 그들을 돕고 싶다. 문제는 소년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것! 소년은 영웅이 되기에는 너무나 무력하다. 그 소년 앞에, 가난이라는 역경을 극복하고 국선전담변호사가 된 여성이 나타난다. 돈 없고 억울한 이들을 돕는다는 21세기의 영웅, 국선변호사! 허나, 문제는 이 여성의 꿈이 정의가 아니라, 돈과 명예라는 것! 여성은 영웅이 되기에는 너무나 속물이다. 그런데 착한 초능력 소년과, 속물에다가 냉정한 여성 변호사가 함께 세상의 억울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기 시작한다. 각각 따로 있을 때는 50%가 부족했던 이들이 하나가 되어서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완벽한 영웅이 된다. 21세기의 동화 같은 이 이야기는 바로 지난 1일에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된 내용이다. 드라마 종영 다음날인 2일,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조사 결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 최종회는 전국 기준 시청률 23.1%를 기록했다. 최종회에서 살인마 민준국(정웅인 분)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여성 국선변호사 장혜성(이보영 분)과 초능력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는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현직 판사인 서울고등법원의 이주영 판사도 법률신문에 기고한 자신의 칼럼에서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린다”라고 드라마에 대하여 극찬할 정도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남자 국선변호사 차관우(윤상현 분)의 `수화(手話) 변호` 장면을 꼽고 싶다. 절도 혐의로 기소된 청각 장애인 할머니 피고인을 위해서 차관우 변호사는 수화로 열심히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최선을 다해서 변호에 임한다. 수화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보통 1년 정도 열심히 수화를 공부해야지만 수화로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윤상현도 이 드라마 속에 수화로 변호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2개월 정도 열심히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에는 여자 주인공 장혜성 변호사가 차관우 변호사처럼 수화 변호를 잘 하기 위해 수화 학원을 열심히 다니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현실에서 변호사가 자신이 맡아서 변호해야 할 피고인들 가운데 수화 변호가 필요한 청각 장애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행여, 수화 변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수화 전문가의 협조를 받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차관우 변호사가 그랬듯 장혜성 변호사도 자신이 직접 수화 학원을 다니면서 수화 공부를 한다. 청각 장애를 겪고 있는 피고인이 변호사인 자기에게 간절히 외치는 마음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듣기 위해서이다.차관우, 장혜성 국선변호사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수화교육과 점자(點字)교육을 필수과목으로 넣으면 어떨까? 그래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 대부분이 수화와 점자를 이해하고 이것으로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면, 그래서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들과 어려움 없이 수화로 대화 하고,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과 어려움 없이 점자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이 나라가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 나라가 될까? 영어, 일어, 중국어 공부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청각, 시각 장애의 고통으로 한숨 짓고 살아가는 많은 이웃들이 있다. 그들 맘 깊은 곳에 있는 목소리를 들어 보고 싶지는 않은가?

2013-08-07

대통령의 삭발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우리나라 뉴스에서 `삭발`이란 단어는 주로 데모나 농성현장 소식을 전할 때 자주 만날 수 있다. 가끔 운동 선수들이 심기일전(心機一轉)을 한다는 의미로 삭발을 하곤 하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삭발의 의미는 그리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삭발에 더하여 이마에 붉은색 띠 까지 두르면 그 사람과는 더 이상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사랑의 삭발`이야기로 온 국민의 맘을 따스하게 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지난 6월 13일 캘리포니아주 엘카미노 크리크 초등학교 4학년 학생 15명이 단체로 삭발한 채 등교했다고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트래비스 셀린카는 뇌종양 때문에 7주 동안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삭발한 채 등교했다. 트래비스는 친구들이 자신의 삭발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같은 반 친구들이 자신을 위해 모두 삭발을 한 채 자리에 앉아있어 깜짝 놀랐고 감동했다고 한다. 이들의 아름다운 뉴스를 접한 미국의 네티즌들은 “친구 위해 삭발이라니 놀랍다”, “어린 친구들이 정말 대단해”, “트래비스에게 큰 힘이 되었겠다” 등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최근에는 아버지 조지 부시(89) 전 대통령이 백혈병 치료로 머리카락이 없어진 두 살짜리 환자 패트릭을 응원하는 뜻에서 삭발을 감행했다.백혈병 환자 패트릭은 부시 전 대통령의 비밀 경호요원 중 한 명의 아들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는 60여 년 전 네 살이었던 둘째 딸 로빈 부시를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겪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둔 사람들의 맘을 익히 알기에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는 패트릭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부시 전 대통령과 패트릭이 함께 찍은 사진은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개설된 홈페이지 `패트릭의 친구들`(www.patricksp als.org)을 통해 볼 수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패트릭과 의상을 서로 맞춘 듯 같은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휠체어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이 사진 한 장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직도 나라의 품격을 지키고 있는 나라임을 말해준다.그런데 이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 대한민국은 83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겨둔 재산 때문에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하고 있다.그는 자신의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면서 추징금 2천205억원 중 아직 1천672억원을 안 내고 버티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백담사도 다녀왔고 감옥에도 다녀왔다면서 오히려 억울하다고 한다. 1조원에 가까운 정치적 비자금을 대기업들로부터 강탈한 뒤 탈법과 부당한 절차를 통해 자식들에게 증여한 그들이다.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도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검찰이 칼을 빼들고 전직 대통령 부부와 자녀들의 재산을 압류 중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이러한 추한 모습을 보니 너무 답답하다.이들은 검찰의 압수 수색에 대해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어떻게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궁리할 것이 아니다. 하루속히 가족 회의라도 열어서 동원할 수 있는 재산을 다 모아 국가에 추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사람이 죽을 때는 뒤를 깨끗이 하고 떠나야 한다.전두환 전 대통령측이 이번 기회를 지혜롭게 해결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사랑의 삭발`대통령으로 전세계인의 가슴속에 기억될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잔혹한 욕심꾸러기 `대머리`대통령으로 영원히 남고 싶은가?

2013-07-31

홍명보에게 남은 과제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2002 한·일월드컵 4강, 2006월드컵 16강 진출, 유로 2008 4강 진출, FA컵 우승, 네덜란드 정규리그 우승, 이영표, 박지성 등 선수의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 유럽 빅리거로 성장 시킴. 앞의 이야기들이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일까? 바로, 거스 히딩크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히딩크는 세계 최고 축구 감독이다. 그는 자기 자신의 주관이 매우 뚜렷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밀고 나간다. 그는 모국 네덜란드 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선수들을 매우 좋아한다. 그는 어느 나라의 국가대표팀 감독 또는 어느 축구클럽의 감독을 맡기 이전에 이미 그 팀을 맡아서 어떻게 선수들 간의 단합을 이끌어 내고 자기 자신을 믿고 따라 오게 할지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 한다. 히딩크의 연습 방법도 매우 유명하다. 다음 경기에 발생할 만한 경우를 미리 정확하게 예상하고 연습을 한다. 예를 들면 2002년 월드컵 때 스페인과의 8강전을 앞두고, 승부차기 연습을 계속 지시하였고, 실제로 승부차기에서 승리하여 4강 진출을 했다. 2006년 월드컵 예선전인 우루과이와의 경기 전날에도 프리킥 연습을 계속 지시했는데 해서 결국 그 다음날 경기 때 프리킥으로 득점을 하며 호주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게끔 만든 장본인이다. 히딩크는 스타플레이어에게 절대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정과 혈기가 넘치는 젊은 선수들에게 의욕을 불어 넣어서 충만한 자신감으로 경기에 임하게 하고 승리의 결실을 거두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 히딩크는 축구계의 마법사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이러한 마법사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아 온 홍명보 감독이 드디어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다.최강희 감독 이후 혼란속에서 국가대표를 맡은 홍명보 감독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지 많은 축구팬들은 궁금했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걱정은 한마디로 기우(杞憂)였다. 명불허전(名不虛傳)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일 호주 국가대표팀과의 A매치 데뷔전에서 자신의 색깔을 온 국민들에게 확실히 보여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호주와의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자부 1차전에서 득점없이 0-0으로 비겼다. 패하지도, 승리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수치적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21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은 1개도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무리가 아쉬웠다. 호주 골키퍼의 신 들린 듯 한 선방(善防)도 돋보였고 후반 26분에는 염기훈의 슈팅이 골대를 맞는 불운도 겹쳤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전체적으로 상쾌했고 기립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홍명보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가장 강조한 것은 `공간`과 `압박`이었다. 두 가지 키워드를 놓고 본다면 100점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훌륭한 경기였다. 선수 전원이 모여 훈련한 시간이 겨우 이틀에 불과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짧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확실하게 대표팀만의 스타일을 이끌어냈다. 한국 대표 선수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조금의 틈도 없이 압박했다. 공격 시에는 빈 공간이 나면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2002년 당시 한국 대표 선수들이 보여 주었던 압박 축구와 거의 흡사했다. 홍 감독은 호주전 이후 선수들을 끊임없이 칭찬하고 격려했다. 고로, 홍명보 감독은 가슴 넓은 덕장의 아량도 보여줬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축구역사상 올림픽 메달 획득은 처음이었다. 지금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모든 흐름과 기운이 매우 좋다. 오늘 있을 중국전은 당연히 승리할 것이며, 이제 홍명보 감독에게 남은 과제는 바로 월드컵 결승 진출, 월드컵 우승 밖에 없다. 우리나라 선수들이라고 못하란 법 없잖은가 2014년 브라질에서의 홍명보의 멋진 마법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크게 기대해 본다.

2013-07-24

좌로나 우로나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한국 사람들은 역동적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동안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소개하는 짧은 광고 문구로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택하기도 했었다. 다이나믹하려면 열정이고 열정이 넘치기 위해선 그 안에 무언가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충만해야 한다. 예전 어느 외국 항공사 임원이 기고한 글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난다.항공기가 연착 되거나 결항이 되면, 대부분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항공기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안내방송에 따라 차분히 앉아서 기다리는데, 안내 데스크에 여러차례 반복해서 확인하러 오거나 강하게 항의 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대한민국 사람들이라고…. 한국인, 참으로 대단하다. 2002년 월드컵 길거리 응원, 싸이의 `강남스타일`, 새벽부터 시작되는 조기 축구회 등은 이러한 한국인의 열정적 에너지 DNA가 폭발하는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좋은 예이다.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많은 열정이란 장점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에겐 큰 단점이 있는데 무언가에 쉽게 치우치는 점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전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새로운 것에 관심이 높다. 한국 시장이 전세계 IT업계에 주목을 받는 이유도,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 거부감 없는 적극성과 쏠림 현상을 주도하는 한국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IT 기술이 세계시장을 점령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의 격한 정서와 치우치기 좋아하는 성향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몇 가지를 예로들면, 조선시대에 유학을 받아들여 이황, 이율곡 같은 세계적인 유학자를 배출하였다. 또한 공자, 맹자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부모님께 효성을 다하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 효의 도가 너무 지나쳐 부모가 돌아가신 후 그 무덤 곁에 움막을 치고 3년을 보내기까지 격하게 치우쳤다. 북한을 보라.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세계에 없는 비곤 국가이자 정치적, 군사적 극단으로 치우치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 한국 개신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뜨겁게 새벽기도를 드리고, 술 담배를 금하며, 꾸준히 사회 봉사를 하고 교회를 섬기는 신앙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수십억, 수백억원 은행 융자를 내어 대형 교회당 건물을 신축한다거나 자신의 체력이 이기지도 못하게 갑작스런 40일 금식기도를 하다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다.구약 성경의 여호수아서 1장7절에는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右)로나 좌(左)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라`라는 말씀이 기록돼 있다. 이 명령은 여호수아에게 결코 좌로도 가지 말고 우로도 가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에게 모든 일에 있어서 절대 균형을 이루라는 뜻으로 좌가 흥하면, 우로 가서 우에 힘을 실어주고, 우가 흥하면 좌로 가서 좌에 힘을 실어주어 결국 상황에 따라 좌, 우 모두에게 적절한 균형을 맞추어 주라는 뜻이다. 이렇게 절대 균형을 맞추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좌와 우로 치우친 사람보다 훨씬 바른 판단 기준과 분별력 그리고 깊은 영성과 풍부한 경험을 소유한 사람이어야지만 가능할 것이다.오래 지속된 극좌, 극우의 이념 쏠림 현상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이젠 많이 지쳐있다.이런 좌와 우 치우침 현상으로 온 국민이 지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식인과 언론, 국가 원로들 모두 좌우로 극하게 양립되어 한국 사회안에 올바른 판단력과 분별력을 가지고 균형을 잡아줄 존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작금의 무질서와 혼돈을 진정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하다.

2013-07-17

빨리 빨리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얼마전 부산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들은 이야기다. 혼기가 꽉찬 과년한 딸을 둔, 성격이 매우 급한 경상도 중년 남자가 있었다. 딸이 신랑감으로 데려오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성격이 화끈하지 못하고 느릿느릿 한 탓에 계속 사윗감으로 퇴짜를 놓았다. 그에게는 사윗감의 재력, 인물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첫째도 성격, 둘째도 성격이었다. 자신처럼 성격이 급하고 화끈해야지만 사윗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어느 날 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누군가가 현관문을 급하게 두드렸다. 놀라서 누구시오? 하며 현관문을 열어보니 젊은 청년 하나가 집 안으로 쑥~ 들어오면서 천정이 떠나 갈 듯한 목소리로 “어르신, 늦은 시간 실례합니다. 화장실 좀 쓰겠습니다” 하며 다짜고짜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화장실 문을 채 닫지도 않고 볼 일을 보기 위해 바지를 벗으려던 청년은, 바지 벨트가 잘 풀리지 않자, “어르신, 칼 좀 빌려주십시오” 하더니 받은 칼로 자신의 벨트를 잘라 버리는 것이었다. 중년 남자는 그 젊은 청년의 화통함이 너무 맘이 들었다. 볼 일을 마치고 나오는 청년에게 “이보시오, 내가 젊은이의 화끈한 성격이 맘에 드는데, 혹시 결혼하셨소? 나에게 과년한 딸이 있는데…. 혹시….”라는 중년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젊은 청년은 “아닙니다. 아직 미혼입니다. 좋습니다. 결혼하지요”라 답했다. 중년 남자는 “자네 역시 화끈하군, 뭐 이래 저래 시간 끌 필요 있겠나? 지금 당장 합방 하게나”라며 자신의 딸과 결혼을 시켜버렸다. 장인과 사위 두 사람의 죽이 척척 잘 맞았다.그러나 다음날 아침, 신방(新房)에서 “사람 살려~”라는 딸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중년 남자는 놀라서 황급히 달려가 보니, 화끈한 젊은 청년 사위가 어제 칼로 잘라버렸던 그 벨트로 자신의 딸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있는 것 아닌가? 중년 남자는 벨트에 얻어 맞고 있던 딸의 앞을 가로막고 다급한 목소리로 “아니, 이보게 사위, 자네 내 딸에게 왜 이러나?”라고 사위에게 다그쳤다. 그러자 사위 왈 “장인 어른, 아니 이 여자가 간밤에 저랑 합방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아이를 낳지 않고 있잖습니까?”라고 흥분하며 대답했다고 한다.한국인의 성향을 얘기할 때 흔히들 `빨리 빨리` 또는 `양은 냄비`를 닮았다고 한다. 양은 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어 버리듯이 어떤 일에 쉽게 흥분했다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쉽게 잊어버리는 한국인의 성향을 폄하하는 말이다. 하지만 필요할 때 쉽고 빠르게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양은 냄비의 속성은 패스트푸드 시장의 입장에서 볼 때 아주 훌륭한 강점이 된다. 이처럼 기술과 사회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가속화하고 있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제품 시장의 변화도 매우 빨라서 생산 시스템도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소량다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의 `빨리 빨리 주의`와 `양은 냄비 근성`이 오히려 국제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 온 것이다. 스마트 TV, 스마트폰이 그러한 성공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현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근성을 잘 파악하고 빠른 감각으로 대응하며 적절히 활용할 때 성공할 수 있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 대표 선수들 개개인의 근성을 빠른 시간 안에 명확히 파악했고 이를 잘 융화시켜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에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양은 냄비` 근성을 비난만 할 것만 아니라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무한한 원동력으로 잘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인의 빨리 빨리 주의, 양은 냄비 근성은 이제 흠(欠)이 아니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 경쟁력이다. 오죽 했으면, 우리나라의 국가번호가 82번이겠는가?

2013-07-10

막말

▲ 김동찬 김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이다. 다산 선생이 한국 최고의 실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게 위대한 인물 정약용의 인생을 살펴보면, 오랜 시간 동안 그가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고된 귀양살이는 정약용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주었지만, 이러한 귀양살이가 그를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최고의 학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귀양살이라는 정치적 탄압을 더 깊이 학문을 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학문 연구에 최선을 다 하였으니 다산 선생은 참으로 비범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전라남도 강진에 가면 `사의재(四宜齋)`란 곳이 있다. 다산 선생이 이 지역에 유배됐을 때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4년 동안 기거했던 주막집이다. 다산 선생은 이곳에 머물면서 많은 저서들을 집필하였고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였다. 사의재란 `네 가지를 마땅히 해야 할 방`이라는 뜻인데, 그 네 가지 덕목은 바로 (1) 맑은 생각 (2) 엄숙한 용모 (3) 과묵한 말씨 (4) 신중한 행동을 가리킨다. 특히 다산 선생은 그의 여러 저서에서 `과묵한 말씨`의 중요성에 대하여 여러번 강조하였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도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몸가짐, 말씨, 글씨, 판단력 이 네 가지를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니, 말씨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대학과 기업들마다 자기 계발 초청 특강이 열풍이다. 기업이나 대학이 비싼 강사료를 지급하며 초청 특강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조직의 혁신을 위해서이며 또 다른 이유는 학생들의 취업률 향상을 위해서다. 필자도 얼마전, 대통령 표창을 여러번 수상하였다는 유명 강사 Y씨의 특강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유머를 섞어가며 시작된 Y씨의 특강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강의 내용 대부분이 자기 자랑과 저급한 막말, 그리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 뿐이었다. 어떻게 저런 인격의 소유자에게 대통령 표창이 여러번 수여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었다.그렇다. 유명 강사라고 불리는 강사들의 말씨가 너무 막말이다. 그들이 자극적인 막말을 구사하는 이유가 한편으론 이해된다. 쉴틈없이 웃기고 자극적인 막말을 구사해야만 청중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고, 이곳 저곳 입소문이 나서 또 다른 강연에 강사로 초청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막말의 정도가 심하다. 얼마전 S여대 취업특강에 강사로 초대된 대기업의 인사팀 직원 A씨의 경우도, 자신의 강의를 듣고 있는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며 “과거에 당신보다 예쁜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다”, “전에 취직시켜 준 예쁜 대학생이 있는데 내가 젊고, 장가만 안 갔어도…”, “오늘 수강 태도가 안 좋으면 회사에 가서 S여대생들은 절대 뽑지 말자고 할 것”이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S여대 관계자는 문제가 된 사안을 해당 기업에 공식 항의 하였고 다음 학기부터 A씨를 취업 특강 강사에서 배제하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A씨의 상관인 인사팀 상무가 S여대를 방문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옛 속담에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는 말이 있다. 즉, 평소에 철저하게 자신의 말씨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상황과 격식에 어울리지 않는 막말을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뱉을 수 있다. 자신의 사회적 책임과 지위가 낮을 때야 그러한 막말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사람의 한마디 막말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상처와 피해를 입게 된다. 심할 경우엔 한 국가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라. 아무런 생각없이 내뱉은 한 사람의 말들로 인해 얼마나 혼란을 겪고 있는가?

2013-07-03

음지에서 무명으로

▲ 김동찬 김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1984년 장안에 화제를 몰고 왔던 TV 드라마 `암행어사`를 기억하는가? 인기탤런트 이정길씨가 `암행어사` 역할을,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조연 임현식씨가 포교`갑봉이` 역할을 맡았었다. 당시 `암행어사`는 매회 하나의 완결된 에피소드로 이뤄진 단막극 형태였는데 18년이 지나 2002년 새롭게 리메이크 됐던 `어사 박문수`에 비해 극적인 요소, 허구를 많이 섞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암행어사(暗行御史)란 직책은 춘향전의 남자 주인공 이몽룡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암행어사는 조선시대 임금의 명령을 받고 지방행정관의 비리와 민심 및 백성의 생활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비밀리에 파견되던 직책이다. 암행어사는 왕의 명령을 직접 집행하므로 관리의 파면 및 직무의 정지, 옥에 갇혀 있는 죄인의 재판, 백성의 고통과 청원의 처리 등 모든 문제를 현지에서 즉결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으며 그 결과를 서면으로 왕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암행어사의 파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워낙 강해 선조 대까지는 별로 시행되지 못하다가 왜란과 호란으로 정치의 기강이 흐트러짐에 따라 인조 임금 이후 암행어사의 파견이 다시금 빈번히 이뤄지면서 상설 제도화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끝없는 정치적 당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암행어사 역시 자기가 속해 있는 당파나 인연이 있는 가문의 관리를 두둔하는 등 문제점을 발생시켰으며, 하급관리들의 부분적인 비행만을 들춰내는 데 그쳐 근본적인 행정개혁이나 백성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쉽게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왕의 직속 비밀 정보 기관인 암행어사도 초기 순수성을 잃게 된 것이다.예전의 암행어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요즘의 기관을 예로 들자면 지금의 국정원(국가정보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정원과 유사한 각국의 정보기관들로서 이스라엘은 모사드(Mossad), 중국은 국가안전부(MSS), 독일은 연방정보부(BND), 러시아는 예전의 KGB보다 더욱 규모와 권력이 강해진 해외정보국(SVR), 영국은 MI6 등이 있다. 미국은 CIA뿐만 아니라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DHS)란 국가 기관이 있다. DHS는 테러로 인한 공격과 자연 재해로부터 미국 국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02년 11월에 설치된 미국 연방 정부의 중앙 행정 기관이다. 국정원의 역사를 한국 정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1년부터 1998년까지 국정원을 중앙정보부, 그리고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라고 불렀는데 당시의 원훈(院訓)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국정원 원훈은 “정보는 국력이다”였으며, 2008년부터 현재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다.그런데 음지에서 일하고 무명의 헌신을 해야 할 국정원이 요즘 신문과 뉴스에 연일 언급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늪에서 국정원이 슬기롭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국정원이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이틀전, 국정원은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해 버렸다. 남재준 신임 원장 체제의 국정원은 우선 대북ㆍ대외 정보 수집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바로세우기 위한 조직 진단부터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이번에 국정원측의 NLL 회의록 공개는 더 이상 국정원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양지로 불러들이지 말아 달라는 까칠한 부탁으로 해석된다. 국정원 본래의 위치인 음지에서 조용히 일 할 수 있도록 제발 가만히 놔둬달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것이다.국가기관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정치적 이유로 자꾸 훼손시킨다면, 그 국가기관의 기능은 결국 마비될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우리는 지금, 국정원 못지않은 정보력을 지닌 네티즌들이 즐비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정보가 무분별하게 개방된 시대 속에서 국정원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기 이전에 정치인들이 먼저 국정원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2013-06-26

명확한 원칙, 현명한 선택

▲ 김동찬 김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수년 전 미국의 디즈니 테마파크의 알 와이츠 회장이 한국의 크리스찬 CEO들에게 특강을 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와이츠 회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디즈니에 입사해 22년 만에 미국 디즈니 테마파크 회장을 거쳐 디즈니 월드 테마파크 회장 자리에 오른 신화적인 인물인데 그의 여러 가지 경영 위기 극복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한번은 디즈니가 대형 크루즈를 출범시키게 되었다. 이사회에서 디즈니 크루즈에 카지노를 어느 정도 규모로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크리스찬이었던 와이츠 회장은 자신의 신앙적인 원칙과 기준에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만들어진 디즈니란 기업의 시설에 카지노가 들어선다는 것은 뭔가 모순이 된다고 생각했다. 와이츠 회장은 이사회 이사들에게 “우리 디즈니 크루즈에서는 카지노를 뺍시다”라고 말했다. 이사들은 와이츠 회장의 말을 듣고, “예? 카지노를 빼자구요? 세계 어디에도 카지노가 없는 크루즈는 없습니다!”라고 반발했다. 와이츠 회장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기업인데, 그런 디즈니의 크루즈에 카지노가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며 단호하게 자신의 원칙을 고집했다. 와이츠 회장의 생각을 들은 이사들은 “회장님! 크루즈에서 카지노를 빼면 한 해에 적어도 6천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고스란히 날려버리게 됩니다. 회장님은 그것을 충당할 대안이 있으십니까?”라며 와이츠 회장에게 적잖은 불만을 표했다. 이에 대해 와이츠 회장은 “예. 제가 반드시 대안을 찾아내겠습니다”라며 와이츠 회장은 당당하게 선포했다. 그의 어린이들을 향한 순수한 마음과 확고한 기업 경영 원칙에 하늘이 감동했었다 보다. 훗날 와이츠 회장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선물해 준 아이디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기발한 아이디어는 바로 가족들을 위한`Family Package Program` 운영이었다. 크루즈에서 카지노를 뺀 채로 모든 디즈니 크루즈가 운항을 시작했는데 와이츠 회장의 아이디어인 Family Package Program이 대성공을 거두며 카지노 운영 수입 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또 하나의 유명한 와이츠 회장의 에피소드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관광 산업이 치명타를 입으면서 여행객들이 급감하자 모든 여행사나 테마파크 회사들이 대규모 감원에 들어갔다. 이는 디즈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사회에서 와이츠 회장에게 몇만명의 직원들을 해고하라며 강제적 구조 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와이츠 회장은 그동안 회사를 믿고 성실하게 일해 온 수만 명의 직원들을 갑자기 해고하는 것은 경영자로서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원칙을 바탕으로 그는 정성을 다해 이사회를 설득했다. “불경기는 곧 지나갈 것이니 다른 경비들을 최대한 절감하면서 일년 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며 간곡히 이사회에게 부탁했고 결국 이사회는 와이츠 회장을 믿고 그의 결정을 따라주었다. 그로부터 일년 후 놀랍게도 다시 미국 관광 산업이 회복됐다. 디즈니와 달리 많은 직원들을 해고했던 다른 회사들은 다시 대대적으로 신규 채용에 나섰는데 경험 없는 신입 사원들을 채용해 그들을 훈련시키니 교육, 훈련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갔다. 그러나 베테랑 직원들을 해고시키지 않았던 디즈니는 그런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결국 수천만 달러 이상의 이익을 본 셈이 되었다. 와이츠 회장의 명확한 원칙과 현명한 선택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최근 국제 사회의 외교 기준과 회담의 격을 깡그리 무시한 북한 정권의 회담 제의에 전혀 흔들림 없이 명확한 대화 원칙과 올바른 정치적 선택으로 북한에 대응한 박근혜 정부의 당당한 모습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디즈니 알 와이츠 회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도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올바른 기준과 현명한 선택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정치적 안정감을 계속 줄 수 있기를 바란다.

201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