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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망초

등록일 2013-10-02 02:01 게재일 2013-10-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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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물망초`란 꽃을 아는가? 물망초는 유럽이 원산지이고 관상용으로 심는 한해살이풀이다. 물망초 꽃은 5~6월에 하늘색으로 피는데 물망초란 이름은 영어의 `forget me not`을 번역한 것이고, 영어 이름은 독일어의 `페어기스마인니히트(Vergissmeinnicht)`를 번역한 것이다. 물망초에 관한 독일의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도나우강가운데 있는 섬에서 자라는 물망초 꽃을 애인에게 꺾어주기 위해 한 청년이 그 섬까지 헤엄을 쳐서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청년은 그 꽃을 꺾어 가지고 오다가 급류에 휘말리자 가지고 있던 꽃을 애인에게 던져 주고는 `나를 잊지 말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물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꽃을 꺾다가 도나우강에서 죽은 애인을 생각하면서 일생 동안 그 꽃을 몸에 지니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가 되었다고 한다.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전 국회의원) 산하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지난 9월 27일 오전 11시 서울에 있는 전쟁기념관 1층 웨딩홀에서 탈북 국군포로분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전체 행사를 총괄한 박선영 물망초 재단 이사장은 “남재준 국정원장님이 공식 정부기관으로는 사상 최초로 탈북 국군포로분들을 국정원에 초청하여 선배님들에게 일일이 거수경례를 하며 대한민국이 그 동안 비겁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늦었지만, 정부에서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감격어린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국군포로 문제에 관해 도대체 우리 정부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였길래 박선영 이사장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2000년에 DJ가 방북했을 때 북한에 있던 수많은 국군포로들은 DJ가 이제 자신들을 데리러 온 줄 믿고 큰 기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DJ는 김정일 앞에서 국군포로에 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당시 국군포로 문제를 김정일에게 꺼냈다가 갑자기 회담이 결렬될 뻔 하였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남북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아예 국군포로 귀환 문제를 신경 쓸 수가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북한 땅에 남은 국군포로들이 모두 자유대한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그분들을 전쟁터로 나가라고 명했으면 끝까지 귀환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저버린 것이다. 국군포로들의 말로 다 표현 못할 눈물의 희생으로 지금의 자유 대한민국이 있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이날 물망초 재단의 행사에 대해 국내 공영 방송들은 무관심이어서 취재하러 오지 않았으나 오히려 미국 방송사인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는 카메라맨과 기자 2명을 파견하여 행사 전 과정을 녹화하고 취재하였다. 국군포로들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관심이 없는데 비해서 미국 정부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어 큰 대조를 이뤘다. 물망초 재단이 북한의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범죄자로 제소할 때도 미국 정부가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가 이 과정들을 추적하여 기사화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김정은을 전범재판소에 세우는 것이 한층 쉬워질 것이다.

우리 속담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에서는 어떤가? 우리는 거꾸로 할 때가 많다.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은혜는 물에 새겨 금방 잊어버리고 마음에서 버려야 할 원수는 돌에 새겨 두고두고 기억하는 것이다. 전후 세대가 대다수인 우리 국민들은 이 국군포로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본다고 하지 못하면 우리 국민들이라도 나서서 작은 힘을 모아 그분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 방법은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지 않다. 지금 당장 이들을 돕고 있는 물망초 재단에 단 돈 1만원이라도 보내는 것이 그분들께 은혜를 갚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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