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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자` 숲 체험

등록일 2013-10-23 02:01 게재일 2013-10-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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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식포항시청 도시녹지과 산림문화담당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너무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주변의 환경도 돌아볼 틈없이 앞만보고 가기에 급급하다.

가을 하늘이 파랗게 높아만간다. 한번 쯤 하늘도 쳐다보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보는 것도 행복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 골짜기 도음산 자락에 위치한 도음산산림문화수련장은 포항의 모든 시민이 가까이에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포항 시내에서는 20~30분이면 산림문화수련장에 도착할 수 있다. 입장료, 주차료가 없으며 누구나 이용가능 하도록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도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유치원이나 어린이 친구들이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넓은 잔디밭도 펼쳐져 있다.

지난 17일 화창한 오후 정신지체와 청각장애를 지닌 학생들로 이루어진 포항명도학교에서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에 `숲으로 가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숲체험에 올랐다.

필자가 근무하는 포항시 도시녹조과에서 장애학생들이 숲에서 배우고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 숲의 소중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 자존감을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한 이번 숲체험 교육은 명도학교 학생과 교사 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명도학교는 특수교육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큰 뜻을 품어라`라는 교훈아래 학생들의 자립능력과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 형성을 통해 사회에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꿈을 꾸며 그 꿈을 향해 전진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오르고 내리고 또 다시 걷는 일정이 우리에겐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명도학교 학생들에겐 우리보단 조금 한 템포 늦춰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걸음을 딛어 도착한 도음산 입구에서 숲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학교를 벗어나 숲에 온 몸을 맡길 때 친구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미 도음산산림문화수련장에는 숲 유치원을 통하여 자연과 친구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이제는 친숙한 모습으로 숲의 친구들에게 인사하는 법도 배워간다. 특별한 교육이 아닌 그냥 자연에 노출되어져 있는 그 시간들이 친구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할지도 모른다. 명도학교 친구들도 지금 이시간 그것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숲속에 잘 조성되어 있는 길을 따라 흙내음을 맡으며 많은 나무와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그 어떤 프로그램도 이 보다 더 좋을순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낼 필요도 없고, 힘들게 몸을 부딪힐 필요도 없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며 나무와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맘껏 소리쳐 보기도 하고 뛰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마음속이 힐링 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우리 학생들은 정형화된 프로그램에 의해 대부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특기적성을 고려한 다른 프로그램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런 생각이나 목적없이 우리의 마음을 모두 내려 놓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아마도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은 자연속에 숨쉬며, 자연을 느끼며,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숲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다시금 그 힘으로 그들의 꿈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청소년 문제 또한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산림휴양시설을 더 확충하고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숲에서 치유되며 그 자리에 더 큰 것으로 채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명도학교 친구들이 그 누구보다 기쁨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가슴 한가득 나무를 품고, 하늘 숲 내음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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