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새롭게 하나가 되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정을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부분 결혼식이 그렇듯, 러시아에도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이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신부는 결혼식때까지 지켜야 할 의무가 의외로 많다. 신부를 뜻하는 `네베스타`라는 명칭은 `볼 수 없는` 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부가 될 여자를 남의 눈에 잘 띄지 않게 하여 악의 힘으로부터 막는다는 것이다. 결혼을 앞둔 신부는 자신의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픈 얼굴을 하며 얌전히 손님처럼 행동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르한겔스크 지방에서는 중매가 들어온 아가씨는 집안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집밖을 나가면 안된다. 친구집을 찾아가는 것도, 놀러 나가는 것도, 교회에 가는 것도 안된다.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신부는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신부는 결혼식 때 긴 베일을 머리에 쓴다. 더욱이 어떤 지방에서는 신부가 결혼하기 전에도 긴 베일을 머리에 쓰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며, 잠을 잘 때에도 쓰고 자야한다. 신랑 부모의 집에서 3일 간 지낸 후 자신들의 집으로 왔을 때 그제서야 아내는 처음으로 얼굴을 내보인다. 이 풍속의 의미도 다름이 아니라 신부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에 진출한 영화배우 이병헌과 강남 5대 얼짱 출신 여배우 이민정이 결혼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과거 화제를 모았던 톱스타 커플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톱스타 부부는 신성일-엄앵란 부부가 시초격이다. 그 후 유동근-전인화,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손지창-오연수, 이재룡-유호정 등 톱스타 커플의 결혼 등이 부부로서 인연을 맺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권상우-손태영, 유지태-김효진, 연정훈-한가인, 장동건-고소영 등이 톱스타 부부 대열을 이어 나왔다. 그런데 이들 톱스타의 결혼식을 직접 생중계로 보기가 쉽지 않다. 12살 나이 차이를 극복한 이병헌과 이민정 또한 지난 10일 하객 900여명의 축하 속에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원로배우 신영균이 주례를, 배우 이범수와 방송인 신동엽이 각각 1, 2부 사회를 진행했다. 축가는 박정현, 박선주, 김범수, 다이나믹 듀오가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비공개였기에 이들의 결혼식 장면과 내용들이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지 않았다. 소속사의 보도자료 또는 그날 결혼식에 참석한 동료 연예인들의 SNS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사실들이 전부다. 최근 수년간 톱스타들이 자신들의 결혼식을 비공개로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러시아의 결혼식처럼, 신부를 외부에 비공개로 보호 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물론 좀비처럼 달려드는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경쟁 때문에 거룩한 결혼식을 시장터로 만들고 싶지 않고, 가족들의 사생활도 보호하고 방해받고 싶지 않은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다. 하지만, 톱스타들의 비공개 결혼식이 진정 자신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냈던 팬들에 대한 예의일까? 적어도 자신들이 지금의 사회적 위치에 이를 수 있도록 사랑을 베풀어 준 팬들의 위해서라도 소속사 차원에서 준비한 대표 중계 카메라를 사용하여 실시간 현장 중계를 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는 연예인이란 직업이 `딴따라`로 치부되는 시대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사생활 보호`라는, 뭔가 그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핑계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리기 보다 영국 왕실의 결혼식처럼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던져주는 아름다운 세기의 결혼식을 한편의 멋진 영화같이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