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뉴스에서 `삭발`이란 단어는 주로 데모나 농성현장 소식을 전할 때 자주 만날 수 있다. 가끔 운동 선수들이 심기일전(心機一轉)을 한다는 의미로 삭발을 하곤 하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삭발의 의미는 그리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삭발에 더하여 이마에 붉은색 띠 까지 두르면 그 사람과는 더 이상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사랑의 삭발`이야기로 온 국민의 맘을 따스하게 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지난 6월 13일 캘리포니아주 엘카미노 크리크 초등학교 4학년 학생 15명이 단체로 삭발한 채 등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래비스 셀린카는 뇌종양 때문에 7주 동안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삭발한 채 등교했다. 트래비스는 친구들이 자신의 삭발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같은 반 친구들이 자신을 위해 모두 삭발을 한 채 자리에 앉아있어 깜짝 놀랐고 감동했다고 한다. 이들의 아름다운 뉴스를 접한 미국의 네티즌들은 “친구 위해 삭발이라니 놀랍다”, “어린 친구들이 정말 대단해”, “트래비스에게 큰 힘이 되었겠다” 등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아버지 조지 부시(89) 전 대통령이 백혈병 치료로 머리카락이 없어진 두 살짜리 환자 패트릭을 응원하는 뜻에서 삭발을 감행했다.
백혈병 환자 패트릭은 부시 전 대통령의 비밀 경호요원 중 한 명의 아들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는 60여 년 전 네 살이었던 둘째 딸 로빈 부시를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겪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둔 사람들의 맘을 익히 알기에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는 패트릭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부시 전 대통령과 패트릭이 함께 찍은 사진은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개설된 홈페이지 `패트릭의 친구들`(www.patricksp als.org)을 통해 볼 수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패트릭과 의상을 서로 맞춘 듯 같은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휠체어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이 사진 한 장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직도 나라의 품격을 지키고 있는 나라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 대한민국은 83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겨둔 재산 때문에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면서 추징금 2천205억원 중 아직 1천672억원을 안 내고 버티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백담사도 다녀왔고 감옥에도 다녀왔다면서 오히려 억울하다고 한다. 1조원에 가까운 정치적 비자금을 대기업들로부터 강탈한 뒤 탈법과 부당한 절차를 통해 자식들에게 증여한 그들이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도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검찰이 칼을 빼들고 전직 대통령 부부와 자녀들의 재산을 압류 중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이러한 추한 모습을 보니 너무 답답하다.
이들은 검찰의 압수 수색에 대해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어떻게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궁리할 것이 아니다. 하루속히 가족 회의라도 열어서 동원할 수 있는 재산을 다 모아 국가에 추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사람이 죽을 때는 뒤를 깨끗이 하고 떠나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측이 이번 기회를 지혜롭게 해결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사랑의 삭발`대통령으로 전세계인의 가슴속에 기억될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잔혹한 욕심꾸러기 `대머리`대통령으로 영원히 남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