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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과 초콜릿

등록일 2013-11-13 02:01 게재일 2013-1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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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지난 7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그리고 11일은 이른바 빼빼로 데이로 인해 최근 며칠 동안 대한민국은 초콜릿 광풍에 휩싸였다. 원래 초콜릿하면 이탈리아와 스위스 그리고 벨기에, 이렇게 세 나라를 빼고서 이야기 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서유럽 3개국 순방 때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를 방문하였는데 벨기에에는 이탈리아의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 스위스의 린트(Lindt)와 더불어 세계적인 3대 명품 초콜릿으로 꼽히는 길리안(Gyulian) 초콜릿의 본사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1967년 설립 된 길리안 초콜릿을 대한민국의 대표 제과 기업인 롯데제과가 인수했다. 지난 7월에 주당 135만원 정도 하던 롯데제과의 주가가 11월이 다가오면서 180만원까지 치솟을 정도이니, 늦가을 이맘때 대한민국에 불어 닥치는 초콜릿 광풍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초콜릿은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식품이다. 6·25 이후 주한 미군들의 “기브미 쪼코레트”가 한반도에 간접적으로 상륙한 이후 우리나라에는 지난 1968년 동양제과가 처음 초콜릿 제품을 정식 출시했는데 다른 과자류에 비해 비싼 편이어서 60~70년대에는 손쉽게 사 먹을 수 없는 부자들만의 식품이었다. 90년대 들어 초콜릿은 당분이 많아 충치와 비만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신되면서 체중 조절에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는 건강상 이유로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초콜릿 관련 연구 자료들을 검색하다가 매우 흥미로운 연구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초콜릿을 많이 먹는 나라일수록 노벨상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가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지(NEJM)`에 발표가 됐었다. 미국에 있는 성 누가-루스벨트 병원의 프란츠 메세를리 박사 연구팀은 `초콜릿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자도 더 많아진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그는 23개국의 초콜릿 섭취량 수치와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 횟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를 보면 초콜릿 섭취량이 많은 국가가 노벨상 수상자에서도 그래프 상위를 차지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초콜릿 섭취량이 많은 국가로는 `초콜릿 명가`로 이름난 스위스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스웨덴과 덴마크가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왔다. 메세를리 박사가 이런 연구를 실시한 이유는 카카오에 과량 함유된 항산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인지능력 개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다양한 선행 연구 결과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초콜릿에 존재하는 데오브로민(Theobromine)이라는 성분이 대뇌피질을 자극하고 또한 뇌의 주된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충분히 공급해 주기 때문에 초콜릿 섭취가 뇌 활동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얼핏 들여다 보면 매우 흥미롭고 획기적인 연구 주제이다. 하지만 메세를리 박사의 노벨상 수상과 초콜릿 섭취량의 상관 관계에는 해당 국가의 경제 수준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과학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없다. 국가별 초콜릿 섭취량은 국가의 경제수준과 연관이 있고,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는 곧 그 나라의 부(富)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초콜릿 섭취량과 노벨상 수상이 비례한다는 주장은 어찌보면 통계적 말장난에 불과하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특히 인터넷 SNS 댓글 몇 개를 두고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일부 몰상식한 국민들에게 메세를리 박사의 연구 결과는 매우 위험하고 자극적인 통계 자료가 아닐 수 없다. 혹시 아는가? 당장 내일 아침부터 교육부 앞에 촛불과 피켓을 들고 “박근혜 정부는, 초·중·고등학교에 초콜릿 무상 급식을 의무화하라!”라고 외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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