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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나 우로나

김동찬 기자
등록일 2013-07-17 00:33 게재일 2013-07-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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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한국 사람들은 역동적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동안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소개하는 짧은 광고 문구로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택하기도 했었다. 다이나믹하려면 열정이고 열정이 넘치기 위해선 그 안에 무언가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충만해야 한다.

예전 어느 외국 항공사 임원이 기고한 글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난다.

항공기가 연착 되거나 결항이 되면, 대부분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항공기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안내방송에 따라 차분히 앉아서 기다리는데, 안내 데스크에 여러차례 반복해서 확인하러 오거나 강하게 항의 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대한민국 사람들이라고…. 한국인, 참으로 대단하다. 2002년 월드컵 길거리 응원, 싸이의 `강남스타일`, 새벽부터 시작되는 조기 축구회 등은 이러한 한국인의 열정적 에너지 DNA가 폭발하는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좋은 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많은 열정이란 장점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에겐 큰 단점이 있는데 무언가에 쉽게 치우치는 점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전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새로운 것에 관심이 높다. 한국 시장이 전세계 IT업계에 주목을 받는 이유도,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 거부감 없는 적극성과 쏠림 현상을 주도하는 한국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IT 기술이 세계시장을 점령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의 격한 정서와 치우치기 좋아하는 성향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몇 가지를 예로들면, 조선시대에 유학을 받아들여 이황, 이율곡 같은 세계적인 유학자를 배출하였다. 또한 공자, 맹자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부모님께 효성을 다하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 효의 도가 너무 지나쳐 부모가 돌아가신 후 그 무덤 곁에 움막을 치고 3년을 보내기까지 격하게 치우쳤다. 북한을 보라.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세계에 없는 비곤 국가이자 정치적, 군사적 극단으로 치우치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 한국 개신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뜨겁게 새벽기도를 드리고, 술 담배를 금하며, 꾸준히 사회 봉사를 하고 교회를 섬기는 신앙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수십억, 수백억원 은행 융자를 내어 대형 교회당 건물을 신축한다거나 자신의 체력이 이기지도 못하게 갑작스런 40일 금식기도를 하다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구약 성경의 여호수아서 1장7절에는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右)로나 좌(左)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라`라는 말씀이 기록돼 있다. 이 명령은 여호수아에게 결코 좌로도 가지 말고 우로도 가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에게 모든 일에 있어서 절대 균형을 이루라는 뜻으로 좌가 흥하면, 우로 가서 우에 힘을 실어주고, 우가 흥하면 좌로 가서 좌에 힘을 실어주어 결국 상황에 따라 좌, 우 모두에게 적절한 균형을 맞추어 주라는 뜻이다. 이렇게 절대 균형을 맞추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좌와 우로 치우친 사람보다 훨씬 바른 판단 기준과 분별력 그리고 깊은 영성과 풍부한 경험을 소유한 사람이어야지만 가능할 것이다.

오래 지속된 극좌, 극우의 이념 쏠림 현상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이젠 많이 지쳐있다.

이런 좌와 우 치우침 현상으로 온 국민이 지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식인과 언론, 국가 원로들 모두 좌우로 극하게 양립되어 한국 사회안에 올바른 판단력과 분별력을 가지고 균형을 잡아줄 존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작금의 무질서와 혼돈을 진정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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