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 가운데 삼손(Samson)이란 걸출한 인물이 있다. 삼손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를 무색하게 할 만큼 초인적 능력까지 갖고 있었다. 삼손은 홀로 사나운 사자의 입을 찢어서 죽이고, 당나귀 턱뼈 하나로 이스라엘의 적국인 블레셋(팔레스타인) 사람 1천명을 쳐 죽일 수 있을 만큼 괴력을 자랑했다. 공항에 가면 쉽게 만나게 되는 샘소나이트라는 여행용 가방 브랜드 또한 강한 힘을 자랑했던 삼손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손은 이스라엘 역사의 암흑기에 자기 백성을 구원할 빛과 같은 지도자가 되어라는 의미로 `나실인`(하나님 앞에서 특별히 구별된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하나님과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영웅 삼손은 과도한 음주와 음란한 행위에 빠져서 살았다. 삼손은 성년이 되자마자 적국 블레셋의 유흥 문화에 동화되어 초인적 힘과 정력을 쾌락에 남용하였고, 특히 블레셋 여자들의 유혹에게 넘어가 결국 자신의 힘의 원천이었던 긴 머리카락이 잘리고, 두 눈이 뽑힌 뒤 블레셋의 포로가 되어 중노동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게 된다. 한 해 수백, 수천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수입, 근육질 몸매에 외모까지 갖춘 유명 스타들이나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무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영웅호색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인 모양이다.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고 있는 이들의 주변에는 여성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영국이 자랑하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포르투칼 축구 영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또한 영웅호색 스캔들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베컴은 개인 비서와의 불륜으로 가수 출신 아내 빅토리아와의 결혼 생활에 한때 위기를 맞았고 호날두는 동시에 3명의 연상녀와 사귄 적이 있다.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가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뒤 잇따라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혼외정사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이른바 `권력자와 섹스 스캔들` 문제 또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권력자의 머릿속에는 일종의 `성적 특권의식`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은 권력이 강하고 클수록 더욱 그렇다. “영웅은 호색(好色)이고 임금은 무치(無恥·부끄러움이 없다는 뜻)”라 했으니 옛사람들도 권력을 지닌 자들의 이런 일탈의 속성을 이미 간파했던 셈이다. “권력은 최음제”라는 말도 있듯이 권력을 잡게 되면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낀다. 권력의 맛에 중독되면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없고 심지어 여자들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부단한 노력과 자기절제, 철저한 주변 관리가 있었겠지만, 일단 자신이 목표했던 정점에 서게 되면 그동안 참았던 욕망이 절제력을 잃고 분출되어 버리는 것 같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혼외아들 스캔들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채동욱 검찰 총장이 제출한 사표 수리를 유보하고 진실규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채동욱은 이에 항거하는 뜻으로 연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지방 모처에 머무르며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에 대한 소송을 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검찰총장이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영웅에 버금가는 능력과 인격 그리고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인사청문회에서 까도까도 미담만 나온다는 `까도남`이란 별명을 얻었던 채동욱, 그러나 이젠 혼외아들 스캔들 때문에 까도까도 `마담(madame)`만 나온다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권력의 유무를 떠나서 또한 남녀를 막론하고 자신의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갖는 행위는 `일부일처제`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한 행위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영웅호색이란 말도 이젠 전근대사회의 반(反)여성적 발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채동욱은 더 이상 뒤에 숨어서 정치적 여론 분열을 조장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유전자 친자 확인을 통해 혼외아들 스캔들을 빨리 마무리 짓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과 자신의 가족을 위한 마지막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