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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직언

등록일 2014-05-28 02:01 게재일 2014-05-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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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꿈(Dream)이란 수면중에 일어나는 일련의 시각적 심상이다. 즉,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을 말한다. 꿈은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로부터도 큰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꿈은 수면 중 발생하는 인지 과정이지만 각성시기에 정신기능(mentation)을 수행하는 것과 동일한 뇌신경 조직의 일부분에 의해 생성되며 동일하게 저장된 기억의 일부를 이용하기 때문에, 꿈이라 할 수 있는 시기와 각성의 상태를 구별하기란 매우 모호하다. 국제 수면학회에서도, 잠들거나 깨어날 무렵 드는 생각까지 꿈으로 포함시켜야 할 지, 전형적인 꿈의 형태를 나타내는 렘수면(rapid eye movement 수면, REM 수면) 단계의 꿈만을 꿈이라고 할 지, 아직까지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1)수면 중 일어나는 모든 정신현상, (2)렘수면 중 일어나는 모든 정신현상, (3)수면 중 일어나는 환각적인 정신현상, (4)수면 중 일어나는 환각적, 서술적, 감정적 정신현상, (5)수면과 각성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모든 `꿈같은(dream-like)` 정신현상 모두를 `꿈`이라는 테두리에 넣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물들도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꿈을 꾸겠지만, 인간과 대화가 통하기 않기 때문에 동물들이 꾸는 꿈 내용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끼리는 많은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길몽(吉夢), 흉몽(凶夢), 악몽(惡夢), 태몽(胎夢), 예지몽(豫知夢) 등 꿈을 일컫는 단어 또한 많다. 고대 인류 역사서 뿐만 아니라 성경책에도 꿈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성경에 기록된 꿈 이야기 가운데 `다니엘`이란 뛰어난 인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니엘은 식민 치하의 피지배 계급 백성의 신분으로, 느부갓네살, 벨사살, 다리오, 고레스 이렇게 4명의 왕이 바뀌는 동안, 변함없이 국무총리의 직책에서 왕을 보좌하는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한 출중한 인물이었다. 다니엘이 4명의 왕들에게 특별히 신뢰를 받고 국무총리로 오랫동안 재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왕이 꾸는 꿈을 잘 해몽(解夢)하였고, 왕이 보는 환상을 명확하게 잘 해석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가 2번째로 모셨던 벨사살 왕의 경우 벨사살 왕이 연회장에서 보게 된 `손가락 환상`에 대해 “그동안 왕의 악행으로 인해 이제 왕의 나라가 운명이 다 했다는 신(神)의 계시입니다. 곧, 왕의 나라가 다른 통치자에게 넘어갈 것 입니다”라는 직언을 서슴치 않았다. 총리 다니엘의 직언처럼 베사살 왕은 그날 밤 죽었고, 벨사살의 나라는 다리오 왕에게 넘어갔다.

박근혜 정부 두 번째 총리로 안대희씨가 내정됐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는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도 가감 없이 직언할 것”이라 소감을 밝혔다. 안대희 내정자의 패기가 좋다. 지금까지 법관으로서 안대희 자신이 살아온 삶이 있기에 그런 패기와 자신감이 있으리라 본다. 안대희의 말 처럼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치 않는 총리가 있다면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좋은 일이다.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심지어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는 직언을 할 수 있는 충신을 측근으로 두고 있다면 집권자에게도 복된 일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안대희 내정자의 20억원에 가까운 고액 변호사 수임료 문제와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예정된 국무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안대희에 관하여 그동안 국민들이 몰랐던 어떠한 실망스런 일들이 만천하에 드러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니엘 총리가 4명의 왕들을 거치면서 거침없이 직언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흠잡을 곳 없는 청렴결백 때문이었다. 다니엘 총리의 정적(政敵)들이 그를 죽이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그 어떠한 잘못과 비리를 찾을 수 없었다. 안대희 내정자에게 총리 다니엘 만큼의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부디 큰 문제 없이 인사청문회를 잘 통과해, 그의 말 처럼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대통령에게 솔직한 직언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총리로서 헌신 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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