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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 살인자

등록일 2014-07-02 02:01 게재일 2014-07-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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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뽀얀 담배 연기 화려한 차림속에 거울로 비쳐오는 (Hit it!) 초라한 나의 모습 변화된 생활속에 나만의 너는 너는 너는 너는 잊혀져가고~” 1994년에 발표 된 가수 현진영의 힙합 곡 `흐린 기억속의 그대`란 노래의 가사이다.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무대 좌우를 현란하게 오가며 한때 젊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인기 댄스 가수 현진영. 그 현진영씨가 결국 개인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 9단독 김이경 판사는 지난 6월30일 “가수 현진영 씨가 만기가 도래한 채무를 스스로 갚을 능력이 없다”라고 판단, 파산을 선고했다. 현진영은 현재 실질적인 수입이 사실상 없는데다, 건강 문제까지 겹쳐 경제 활동이 쉽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빚이 한 유명 가수의 인생을 결국 개인 파산자로 만들어 버렸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18장 23절에 보면, 왕에게 `일만 달란트`라는 거액의 빚진 신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만 달란트를 지금의 화폐로 환산 한다면, 4조2천억원(하루 일당 7만원 기준) 정도 된다. 즉, 일만 달란트라는 빚은 개인의 힘으로는 절대로 갚을 수 없는 엄청난 량의 금액이다. 그런데 왕은 신하의 간절한 간청을 받아줘, 그의 엄청난 빚을 전액 탕감해 줬다. 왕에게 일만 달란트라는 거액의 빚을 탕감 받은 신하는, 자기에게 `일백 데나리온(7백만원 정도)` 빚진 사람을 용서하지 않고, 그에게 빚 독촉을 하다가, 그가 돈을 갚지 못하자 결국 그를 감옥에 집어넣었다. 이런 신하의 악행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 왕은 노발대발하여, 그 신하를 체포했다. 왕은 신하에게 “이 악한 자여, 나는 너의 간청을 듣고, 일만 달란트라는 큰 금액의 빚을 몽땅 탕감해 줬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긴 것처럼, 너 또한 너에게 빚을 진 주변 사람들을 똑같이 불쌍히 여겼어야 할 것이 아니냐?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젠 나도 너에게 똑같이 할 것이다”라며 그를 감옥에 가두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피차 빚을 지기도 하고 또한 빚을 갚으며 살아간다.빚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이 또한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대신 한다는 뜻 이므로 결국 `빚은 갚아야 한다`는 명제에는 변함이 없다. 빚만 지고, 갚지 않을 경우에는 사태는 매우 심각해진다.그러나 이보다 더욱 심각하고 흉악한 일이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김형식 서울시 시의원이 자신이 진 5억원의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지인을 시켜 채권자를 살인 청부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의원은 지난 2012년 말 친구인 팽 씨에게 “송씨에게 5억원 가량을 빌렸는데, 송씨가 `빌린 돈을 빨리 갚지 않으면 시의원 생활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10년 지기 친구 팽씨에게 범행 도구(손도끼와 전기충격기)를 직접 제공하며 범행을 계획했다.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형식 의원은 `386 운동권` 출신으로 10년간 민주당 신기남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노무현 후보 캠프 기획위원, 열린우리당 최연소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소위 골수 좌파 인사다. 2010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김의원은 2011년 6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시절, 시정 질의 응답 시간에 단상에 올라가 “오세훈 서울 시장이, 서울 서민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달러 빚`을 내서라도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엉터리 궤변을 늘어 놓기도 했다. 이번 수사과정에 드러난 이야기로, 김 의원의 친형의 경우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인데, 수년전 골프장 운영권을 뺏기 위해 골프장 사장을 납치, 감금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다고 알려졌다. `형제는 용감했다`가 아니라 돈 앞에서 `형제는 잔인했다`는 표현이 참으로 어울린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건은 유물론적 사상에 물든 한국 좌파 집단의 잔인한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에 관한 통렬한 사회적 반성과 자각 그리고 점검이 없다면, 결국 우리는 우리 후손들에게 엄청난 사회적, 이념적 빚을 떠넘기는 꼴이 될 것이다.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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