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생물학의 역사에 가장 대표적 인물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생명체의 유전정보 물질인 DNA(Deoxyribo Nucleic Acid)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박사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 못지않게 분자생물학의 역사에 지대한 역할을 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프레더릭 생어(Frederick Sanger) 박사이다.
생어 박사는 단백질 중합체를 형성하는 단량체인 아미노산 서열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당뇨병과 연관된 인체 호르몬 인슐린이 아미노산 51개로 이뤄졌음을 밝혀 그 공로로 1958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20여 년 뒤 이번에는 핵산(DNA와 RNA)의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획기적인 연구 방법을 고안해 1980년에는 생애 두 번째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2003년 완성된 휴먼지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생어 박사가 고안한 DNA 염기 서열 분석법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30억 DNA 염기쌍을 빠른 시간 안에 해독할 수 있었다.
참고로 지금까지 노벨상을 2회 수상한 사람은 생어 박사를 포함해 네 명뿐이다. 퀴리부인으로 널리 알려진 마리 퀴리가 방사능 연구로 물리학상(1903년)과 화학상(1911년)을 받았고, 라이너스 폴링이 화학결합 연구로 화학상(1954년)을, 반핵운동으로 평화상(1962년)을 수상했다. 그리고 존 바딘이 트랜지스터 개발과 초전도이론 정립으로 물리학상(각각 1956년과 1972년)을 받았다.
생어 박사에게 2번째 노벨상을 안겨준 DNA 염기서열 분석법은, 흔히 `생어 방법`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최근 분자 수준의 질병 진단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DNA 사슬이 자연스럽게 연장(extension)되는데 필요한 물질이 dNTP(deoxyribonucleotide triphosphates)라는 물질이다. 이 dNTP가 있으면 DNA는 정상적으로 A, T, G, C라고 알려진 염기사슬들을 골고루 섞어가며 이중 나선 형태를 이루어 길게 연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생어 박사는 이 dNTP에 더하여 “ddNTP(DideoxyNTP)”라는 독특한 물질을 사용했다. dNTP는 2번 탄소에만 -OH(히드록시, hydroxy group)기가 없지만, ddNTP는 2번 뿐만 아니라 3번 탄소에도 -OH기가 없는 비정상적인 물질이다. ddNTP는 DNA연장에 반드시 필요한 3번 탄소의 -OH기가 없기 때문에, 만일 DNA 연장 선상에 ddNTP가 우연히 삽입하게 되면, DNA는 더 이상 연장을 하지 못하고 연장 중단이 된다. 생어 박사는 이렇게 비정상적인 ddNTP의 삽입으로 연장이 중단 된 DNA를 역으로 분석하여 알고자 하는 DNA 염기 서열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었다. ddNTP 3번 탄소에 -OH기 부족 현상이 인류 분자 생물학 역사에 큰 혁신을 이룩하는 기틀이 된 것이다.
최근 세월호 사태로 SNS와 포털 사이트의 댓글들이 자극적이며 인격 모독적인 댓글들로 계속 연장 되고 있다. 누군가가 세월호 사태에 관련 된 글을 남기면 그 글에 대하여 반박하는 사람들이 무수한 악성 댓글을 달고, 그 악성 댓글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욕설에 가까운 단어를 동반한 자극적인 악성 댓글을 연속적으로 남긴다. 악순환 고리의 연속이다.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페이스북에 도배 된 악성 댓글들을 한 참 읽어 나가다가 너무 가슴이 아파서, 비록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주제였지만, 마치 자신의 일 마냥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화 푸세요.”라며 댓글을 남겼다. 마치 3번 탄소에 -OH가 비워진 ddNTP가 DNA 연장을 멈추게 한 것처럼, 그분의 겸손함과 자신을 비우는 댓글 하나로 인해 악성 댓글의 연장 현상은 더 이상 진행 되지 못하고 멈추어 버렸다.
요즘 한국 사회는 각자의 의견들로 가득 차 있다. 너무 쉽게 말하고, 쉽게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비움의 빈자리가 없다. 그러나 각자 자신을 비울 때 사회는 더 따스한 정으로 채워질 수 있다. 비울 때 비로소 멈출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