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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드론의 공포

우정구 논설위원 드론은 전파로 조정할 수 있는 무인 비행기다. 카메라, 센서, 통신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군사용으로 먼저 시작을 했으나 지금은 고공 촬영, 배달 등 민간영역에서도 그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군사용으로 처음 사용할 때는 공군의 미사일 폭격 연습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정찰과 공격적인 용도로까지 사용 범위가 넓어져 국지전에서 드론의 활약상이 자주 소개된다.드론이 군사용으로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조종사 없이도 적군의 동태를 파악하고 폭격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장점도 드론의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엄청난 비용을 들인 초음속 비행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높은 효과를 내니 세계 각국마다 지금 첨단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드론이 미래 전쟁의 양상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이스라엘이 개발한 자폭 드론 ‘로템-L’은 프로펠러가 4개 달린 쿼드콥터 형태다. 작고 가벼워 병사가 배낭에 담아 다닐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단시간에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 특수 목적의 부대가 활용하기 제격이라 한다. 비록 수류탄 2발 정도의 위력이지만 정확한 장소와 목표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파괴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평가다.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상공을 휘젓고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보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커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북한 드론 침범에 대한 우리 군의 무능한 대응이다.만약 북한이 드론에 고성능 폭발물이나 생화학 무기를 탑재했다면 어떤 참변이 일어났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드론의 공포를 막아줄 특단의 대응책이 먼저 나와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2-29

수성못 수상공연장

홍석봉정치에디터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축제로 꼽힌다. 인구 2만의 소도시 브레겐츠가 보덴호(湖)에 수상무대를 설치, 오페라 축제를 열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매년 20만~3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이 축제는 1946년 ‘일주일간의 브레겐츠 축제주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 7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축제는 호수 위의 극장이라는 파격적인 무대와 아름다운 연출로 ‘007’영화에도 등장했다. 죽기 전에 봐야 할 야외 오페라로 평가받는다.경주 보문관광단지에도 지난 2010년 50억원을 들여 9천여㎡의 부지에 주차장과 진입로 등을 개설하고 2천70석 규모의 관람석을 갖춘 보문호 수상공연장이 들어섰다. 그간 콘텐츠 부족과 상설 공연단 유치 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4월부터 10월까지 각종 상설공연과 뮤직페스티벌 등을 열어 관광객 유치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보문 수상공연장은 당초 경북도가 세계적인 공연 관광의 명소가 된 중국 항주와 계림의 수상공연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예모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대구 수성못에 세계적인 수준의 수상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수성구청은 수성못에 2천㎡ 규모의 수상공연장을 만들기로 했다. 1천700석 규모의 관람석도 설치한다. 수성못과 들안길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도 설치할 계획이다. 내년 설계 및 공사에 들어가 2024년 완공 예정이다.수성못 수상공연장과 대구의 국제뮤지컬페스티벌로 우뚝 선 ‘딤프’ 공연이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또 대구의 대표축제로 거듭난 치맥축제도 함께 개최하면 물과 맥주의 만남이 돼 더욱 가치를 높일 터이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28

서문시장 100년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 서문시장은 전국적 명성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시장이 형성돼 대구, 평양, 강경 등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그때는 서문시장이 아닌 대구장이다.서문시장 이름은 조선시대 중반 경상감영이 들어서고 감영의 서문 쪽에 시장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에는 성곽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지금의 시장북로 오토바이 골목 일대가 시장이었다. 이후 1922년 일제가 공간이 좁다는 이유로 공설시장 허가를 내주면서 지금의 장소로 옮기게 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실제는 시장이 좁아서가 아니고 일제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한 구실이었다고 한다.서문시장은 큰장이란 명성 외에 큰불이 자주나 유명세를 탔고, 보수 거물정치인이 자주 찾는 장터로도 유명하다. 서문시장은 1952년 이후 여섯 차례 큰불이 일어났고 1960년에는 화마로 1천800여 개의 점포가 불타버렸다. 6년 전에도 4지구 점포 500개가 불타는 피해를 입었다.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 보수 정치인이 자주 찾아 ‘보수 성지’라는 별명도 있다. 올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자격으로 이곳을 세 번 방문했다. 당선 후에도 다시 한 차례 방문했다.전국 3대 큰장으로서, 화마로 시련의 역사를 이겨온 전통시장으로서, 대중정치의 중심으로 자리를 지켜온 서문시장이 내년이면 이전 100년을 맞는다. 긴 역사만큼 하루에도 아직 수만명의 사람이 이곳을 찾아 전통시장으로서 활력과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재래시장은 비록 물건을 주고 팔지만 사람끼리 부대끼면서 인정을 느끼고, 삶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어 아직도 많은 사람이 발길을 주는 곳이다. 서문시장이 100년 역사를 이어온 것도 이런 휴머니티가 있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2-27

동장군의 위세

홍석봉정치에디터 동장군은 혹한을 의인화한 말이다. 특히 겨울철에 주기적으로 남하하는 시베리아 차가운 기단을 말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가리키는 ‘동장군(冬將軍)’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에서 유래됐다. 60만 대군과 원정에 나섰던 나폴레옹은 전투에서 이기고도 추위 때문에 후퇴해야 했다.영국 언론은 나폴레옹을 꺾은 러시아의 추위를 ‘제너럴 프로스트(General frost)’라고 했다. ‘후유쇼군(冬將軍)’이라고 번역해 사용한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도 동장군이라는 용어로 쓰였다.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때도 독일을 상대로 동장군 덕을 단단히 봤다.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입 전쟁에서도 동장군이 영향을 미쳤다. 전쟁 초기에는 동장군이 우크라이나 편이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다시 겨울을 맞자 러시아가 유리해졌다는 소식이다. 동장군은 소련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동장군이 연말 한국을 덮쳤다. 지난 주말 대구의 아침 최저기온이 연이틀간 영하 10℃ 아래로 떨어졌다. 25일엔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강이 결빙됐다. 기상청은 동장군이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전력 수요도 비상이다. 동장군이 위력을 떨치면서 전기 수요가 급증, 순간 최대 사용량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예비율이 높아진 때문에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호남과 제주에는 동장군과 함께 폭설이 덮쳐 교통망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비닐하우스가 주저앉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미국에도 혹한·폭설·강풍을 동반한 동장군이 강타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했고 교통도 마비됐다고 한다. 수도관 동파 등과 농축수산물 냉해 방지 등 동장군 피해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때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26

도시숲

우정구 논설위원 한 도시가 도심 내 얼마나 많은 녹지공간을 확보하느냐는 것은 그 도시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 잣대다. 또 선진도시로 평가받는 기준이 된다.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 속에 자연친화적 환경으로 돌아가려는 인간 본능적 욕구도 강해지고 있지만 도심의 녹지공간만큼 현대인의 건강과 정서 함양을 도울만한 수단도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선진국일수록 도심숲에 대한 관심이 크고 도시의 녹지공간도 더 많이, 더 잘 관리되고 있다. 도심의 허파로 불리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공원은 세계적으로 대표되는 도심숲이다.바쁜 일상에 시달리는 뉴요커들이 즐겨찾는 휴식공간이자 안식처며 관광명소다. 빠른 도시화 움직임에 대응해 지금으로부터 160년 전에 만들어진 센트럴파크는 여의도 면적의 15배다.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시간 탈출”이라는 철학적 명제를 품고 만들어진 공원이다.“만약 맨해튼의 중심부에 큰 공원을 설계하지 않는다면 5년 후엔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지어야 할 것”이라는 설립 배경의 경고처럼 이 공원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충분한 역할을 한다. 센트럴파크가 뉴욕의 허파로서 뉴욕의 명성과 주민 삶의 질을 높였다는 사실 하나로써 도시숲의 중요성은 입증됐다.연구조사에 의하면 도시숲은 여름철 온도를 3∼7℃ 낮춘다. 버즘나무 가로수 한그루가 15평 에어컨 5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했다.포항시 철길숲이 산림청 주관의 대한민국 대표 모범도시숲으로 선정됐다. 영국 KBT 시행 녹색깃발상과 UN해비타트 주관 아시아도시경관상에 이은 연속 쾌거다. 포항시의 도시품격을 높인 성과로 자랑해도 좋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2-25

소득 4만달러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유럽의 룩셈부르크다. 1인당 국민소득 11만7천달러로 우리나라 3배다.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연속 1위를 차지한 나라다.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 둘러싸인 이 나라의 인구는 63만명. 면적은 제주도의 1.5정도 되는 소국이다.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를 보면 대개 국토가 작고 인구가 적은 소국이 많다. 아일랜드, 스위스, 노르웨이 등이 그렇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면서 잘사는 나라는 미국이다.2022년 기준 국가별 국민소득은 룩셈부르크가 1위, 미국(7만5천달러)은 7위, 일본(3만4천달러) 28위, 한국(3만3천달러) 30위다.룩셈부르크는 기업에 대한 세금을 낮춰 매출이 많은 해외의 유수 기업 본사가 이곳에 몰려있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고 금융업이 잘 발달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반면에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들은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부룬디는 1인당 소득이 272달러로 세계 194위로 꼴찌다. 세계적으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윤석열 정부가 2027년에 1인당 국민소득을 현재 3만4천달러에서 4만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만약 달성이 된다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3만달러 시대를 넘어선지 10년만이다.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글로벌 경제위기를 넘어 4만달러 시대가 열린다니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가 암울하고 불과 5년 후 4만불시대가 열린다고 내 주머니 경제 사정이 확 좋아질 것으로 느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개인소득 양극화와 지역간 성장 불균형 등 국가적 난제가 풀려야 개인이 느끼는 소득에 대한 만족감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22

고향세 답례품 경쟁

홍석봉 정치에디터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 시행을 열흘 가량 앞두고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기부자들에 대한 답례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답례품 선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색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답례품을 찾았다.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10만 원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지자체는 기부액의 30% 범위 내에서 답례품을 줄 수 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최대 13만 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1인당 연간 기부 한도는 500만 원이다. 기부금은 해당 지역의 주민 복지나 문화 혜택 등에 사용된다.지자체마다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두고 심의와 조례 입법을 거쳐 다양한 답례품을 마련, 출향인 마음잡기에 나섰다. 고향 특산품이 많다.눈길을 끄는 답례품이 적지 않다. 영천시는 조상 묘 벌초 대행 이용권을 내놓았다. 출향인의 벌초 일손을 대신해 주겠다는 취지다. 경주시는 관광도시의 이점을 살려 관광지 이용권과 숙박권을 제시했다.포항시는 과메기, 김천시는 지례흑돼지, 안동시는 간고등어, 울릉군은 명이와 부지갱이 등 지역 특산물을 내걸었다. 영주시 인견, 경산시 대추, 의성군 마늘소, 영덕군 대게, 청도군 반시, 성주군 참외, 고령 딸기 등도 있다.고액 기부자를 위한 고가의 상품도 마련됐다. 호텔 숙박권과 한우·한돈 세트, 대게, 송이버섯, 도자기 등이 대표적이다.고향세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마련됐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13만 원을 돌려받고 고향 발전에 기여한다. ‘일석삼조’의 효과다. 내년에 고향세가 얼마나 걷힐지 기대된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21

봉화 분천 산타마을

우정구 논설위원 산타클로스는 북극에서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빨간색 옷을 입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다. 선물과 너그러움의 상징이다.산타 할아버지는 3세기경 현존하던 인물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그는 지금의 터키 파타라지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상속받은 많은 재산을 나눠주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으로 일생을 보낸 인물로 전해진다. 그는 후에 대주교가 되어서도 남몰래 선행을 베풀었는데, 이것이 산타클로스의 주인공으로 태어나게 된 배경이 됐다고 한다.네덜란드에서는 그가 성인이 된 날인 12월 6일을 ‘니콜라스의 날’로 기념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이날 쿠키와 사탕을 받기 위해 신발을 바깥에 내놓기도 한다고 한다.산타할아버지가 양말 속으로 선물을 전달하게 된 동화 같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 자신의 선행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산타는 어느 날 한 가정의 굴뚝 안으로 동전을 던지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날 집안 화롯가에 걸어둔 양말 속으로 동전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부터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는 굴뚝을 통해 선물을 주고 간다고 믿게 됐다는 것이다.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있는 분천 산타마을은 산타클로스를 주제로 조성한 관광지다. 산림면적이 95%에 달하는 오지 중의 오지인 분천은 핀란드 산타마을을 벤치마킹한 아이템 하나로 사람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변신했다.한국관광 100선과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겨울 여행지 선호도 2위에 오르는 영예도 안았다. 지난 주말 분천산타마을이 3년만에 개장식을 가졌다. 이번 겨울 크리스마스 축제는 이곳에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우정구(논설위원)

2022-12-20

문화유산국민신탁

홍석봉 대구지사장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국민과 기업의 기부로 문화재를 매입·보존·활용하기 위해 2007년 탄생한 문화재청 산하의 특수법인이다.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가 모델이다. 창립 15년 만에 회원수 1만5천명을 넘어서는 단체로 성장해 지난 10월 덕수궁에서 회원들이 힐링콘서트를 갖기도 했다.국민신탁은 그동안 덕수궁 중명전을 비롯 서울 이상의 집, 군포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 보성여관, 부산 문화공감 수정, 대전 소대헌·호연재 고택 등 문화유산의 보전, 위탁 관리 등에 힘써왔다. 지난 2018년 복원공사를 마친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 매입과 복원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국민신탁은 지역에도 뿌리를 내렸다. 2011년 울릉도와 독도의 근현대사를 체험할 수 있는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를 개소했다. 19일에는 ‘마지막 신라인’ 고(故) 고청 윤경렬(尹京烈) 선생의 생애를 기리는 고청기념관이 국민신탁의 도움으로 개관한다. 윤 선생은 평생 경주 남산을 조사 및 소개하고 어린이들에게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자긍심을 가르쳤다. 기념관은 경주시민들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국민신탁’은 개인, 기업, 단체의 기부·증여 등을 통해 위탁받은 재산·회비 등을 활용해 보전가치가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을 취득하고, 민간차원의 자발적인 참여방식으로 유산을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운동을 뜻한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보전하는 데에 힘을 쏟아왔다. 민간 차원의 자발적인 보존 관리 활동이라는 점에서 시민운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우리 주변의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의 복원·관리에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19

MZ세대와 정치

우정구 논설위원 MZ세대를 제대로 알려면 플렉스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미닝아웃 소비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영어의 플레스(Flex)는 몸의 근육 등을 푼다는 의미다.MZ세대에게 플렉스는 몸이 아닌 돈이다. 돈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행동 등을 플렉스 문화라 일컫는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젊은세대의 플렉스 문화가 필요 이상의 돈을 쓰며 분수에 맞지 않는 생활을 뜻하는 사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한 트렌드 분석가는 그의 저서에서 밀레니엄 세대에 대해 “있어 보이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는 것보단 자기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더 주목한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형태다. 의미를 뜻하는 meaning과 드러낸다는 coming out의 합성어인 미닝아웃 소비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기능과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한다면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다. 소비 행위를 신념 표출의 수단으로 삼는 거와 같다.언제부턴가 MZ 세대는 고가명품 브랜드업계에서도 큰손으로 등장했다. 가격을 올려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가 되니 가격을 덧붙여 명품을 되파는 리셀러까지 나타났다.MZ세대에게 소비는 가치에 대한 투자 개념이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가격보다는 취향을 먼저 따지는 세대다. 휴대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그들에게 민주화와 산업화로 대표되는 정치 구호는 무의미하다.이미 잘사는 나라에 태어난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청년들이 어떻게 먹고 잘사느냐 하는 문제다.정치가 MZ세대에게 인기가 있으려면 MZ세대와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공감 능력부터 갖추는 것이 순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2-18

닭똥집의 고장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는 치킨산업으로 전국적 명성이 있다. 멕시카나, 교촌, 호식이두마리, 땅땅치킨 같은 전국 브랜드가 대구가 고향이다. 외지에서 대구를 ‘치킨 성지’로 부르는 까닭도 수많은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한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에 대구서는 치맥페스티벌이 열린다. 폭염도시 대구와 치킨이 잘 어울려 만들어진 축제다. 행사 기간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도 좋다.닭의 모래주머니로 요리한 속칭 닭똥집 전문점이 대구에서만 유독 발달한 것도 대구 치킨산업과는 무관한 일이 아닐 것이다.대구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은 그 역사가 50년 된다. 다른 곳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닭똥집 요리를 대구서는 수십업소가 모여 시장을 이룬다.닭똥집은 막창과 납작만두, 따로국밥 등과 같이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1970년대 평화시장 앞에 형성된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술로 아쉬움을 달랠 때, 어느 부부가 닭을 손질하고 난 뒤 남은 닭똥집을 바삭 튀겨 안주로 내놓은 게 시발이 됐다고 한다.노동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 저렴하고 푸짐하게 내놓았으니 점차 인기가 높아졌다. 닭똥집은 닭의 모래주머니를 이르는 말. 닭은 이가 없어 섭취한 먹이 중 단단한 것은 모래주머니에서 소화시킨다. 모래주머니는 근육이 잘 발달돼 지방이 거의 없다. 좋은 단백질 공급원도 된다. 맛도 담백하고 쫄깃해 한번 맛을 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된다.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 농림부 주최의 외식업선도지구 경진대회에서 최고상인 최우수 외식거리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치킨 성지’ 대구의 명성을 또한번 알린 쾌거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15

문재인케어의 종말

홍석봉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케어’ 폐지를 공식화했다. 지난 5년간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국민 부담만 늘었다. 문재인케어가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국민 희생을 강요했다고 평가했다. 건강보험의 대수술을 예고했다.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60% 초반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임기 내에 7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가 목표였다.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했던 비급여 진료 3천800여개를 급여화했다. 노인·아동·여성·저소득층 등의 의료비를 대폭 낮췄다. 2022년까지 30조6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2018년 10월 뇌·뇌혈관 MRI를 시작으로 2019년 두경부·복부·흉부·전신·특수 질환 MRI와 복부·생식기 초음파 등이 순차적으로 건보 급여화됐다.하지만 바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초음파와 MRI검사가 10배 늘었다. 의료현장에서는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겨났다. 급여 확대로 건보 재정이 과도하게 지출됐다.일부 과잉 이용 항목은 보장 축소나 시행 시기를 연기했지만 늦었다. 과도한 의료쇼핑도 문제였다. 2021년 한해 150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만 19만명에 달했다. 한 40대 여성은 2천50회나 병원을 찾았다. 재정지출이 폭증했다. 오는 2028년이면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의도는 좋았으나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었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재정 파탄을 앞당겼다. 문재인 정권의 ‘퍼주기’ 정책의 말로다.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공짜 좋아하다 곳간이 거덜났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14

동장군

우정구 논설위원 음력을 쓰는 동양에서는 입동(立冬)에서 대한(大寒)까지를 겨울로 본다.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있는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24절기 중 스물한번째 해당하는 대설 때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 올해는 지난주에 대설이 지났다.원래 역법(曆法)의 발상지며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따서 만든 것이 절기여서 우리나라 경우와 맞지 않은 때가 많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가 겨울의 한가운데로 접어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11월까지만 해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오던 것이 이번 주 중반부터는 동장군(冬將軍)이 찾아 올 것이란 소식이다. 동장군은 겨울 장군이란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의인화한 표현이다.이 말은 본래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이 실패하면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져 있다. 영국의 언론이 나폴레옹이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이기고 추위 때문에 후퇴한 것을 두고 “제너럴 프로스트(General Frost)”라 표현했다. 이를 일본이 동장군으로 번역을 했고, 우리가 그를 그대로 따온 것이 유래라 한다.러시아는 많은 나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받았으나 나폴레옹 전쟁처럼 러시아 지방의 혹독한 겨울 추위 때문에 외국군대를 물리친 역사가 여러번 있다. 동장군의 후덕을 단단히 본 것이다.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국의 연평균 기온이 30년 전보다 1.6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인류가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80년 후에는 한반도에서 겨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와 우리를 걱정케 한다. 겨울을 겨울답게 하는 동장군의 출현은 아직은 지구촌이 건강함을 보여주는 징후라 생각하면 밉상스럽지만은 않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2-13

‘過而不改’, 국민만 죽는다

홍석봉 정치에디터 한해의 끝이다. 매년 이맘때면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한해의 의미를 한 단어로 정리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학교수들이 2022년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과이불개는 논어 ‘위령공편’,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에 나오는 말이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는 뜻이다.“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이불개를 꼽은 이유다.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네 탓 정치’를 비판한 말이다. 교수들은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낀다”고 했다. 진영 간 이념 갈등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1992년 창간한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연말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아 발표했다.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을 시작으로 2021년 ‘묘서동처(猫鼠同處)’까지 나왔다. 과이불개는 22번째 선정된 사자성어다. 오늘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단어들은 그해를 상징하고, 그해를 대표하는 축약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풍자하고 교훈적 의미도 강하다.연말 정국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이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때문이다. 야당은 탄핵소추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여당도 양보는 없다. 여야가 민생은 뒷전인채 정파싸움으로 날을 새운다. 서로 네 탓만 한다. ‘과이불개’하면 국민만 죽어난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12

장수 축하금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 전 구미시는 경북 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만100세 이상 어르신에게 장수 축하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조례안을 마련했다. 장수 축하금 지급대상은 구미시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만100세 이상 어른이다. 현재 34명 정도 된다고 한다.인천시 계양구가 지난 10일 100번째 생일을 맞는 관내 노인들에게 장수 축하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계양구는 이를 위해 올해 3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내년에도 계속사업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한 세기를 살아온 것 자체가 축하받을 일”이며 “사회적으로 장수 가치를 되새기며 경로효친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대구 달성군과 대전 중구, 울산 북구 등 전국적으로 10여 군데 지자체가 장수 축하금이란 명목으로 어르신에게 현금이나 상품 등을 전하고 있다.100세 시대를 맞아 자치단체의 복지사업으로 장수 축하금의 전달은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장수 노인이 늘어나고 장수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 촉구 등 건강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일본서는 매년 경로의 날을 맞아 100세를 맞는 노인에게 총리 명의의 축하장과 은잔을 증정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순은이 아닌 은도금으로 사양을 바꿔 전달했는데, 100세를 맞는 장수자가 맹렬히 늘어난 때문이라 한다. 현재 일본의 100세 이상 고령자는 8만5천여명이다. 우리도 100세 이상 고령자가 매년 급격히 늘어 지금은 2만2천여명에 달한다고 한다.100세 시대 개막은 인류학적으로 큰 진전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것이 유병장수가 아닌 무병장수로 이어져야 장수의 가치는 더 빛날 수 있다. 인류의 장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11

‘중꺾마’ 열풍

우정구 논설위원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처음 등장한 “대-한-민-국”은 지금도 감동의 메시지로 남아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한국을 응원할 때면 으레 “대-한-민-국”이 소환된다.월드컵이란 스포츠를 통해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응집할 수 있다는 것은 스포츠만이 가지는 위대함이요 매력이다. 한국 대표팀의 4강 진출 신화를 남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남긴 최고의 메시지는 “꿈은 이루어진다”였다.기대와 예상을 뛰어넘은 한국팀의 선전은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말에 믿음을 갖게 한 위대한 구호였다.2002년 월드컵의 메시지가 “꿈은 이루어진다”였다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메시지는 “중꺾마”다. 중꺾마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이다. 주로 M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상황을 응원하는 말이다.카타르 월드컵 때 한국축구 대표팀이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것을 계기로 이 단어가 급부상했다. 당시 태극전사들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비록 8강 진출은 실패했으나 우리 선수들이 남긴 중꺾마 정신은 많은 국민에게 또 하나의 감동 깊은 메시지로 남았다. 취업준비생이나 입시생, 다이어트에 열중인 사람까지 중꺾마를 적어놓고 의지를 다지는 열풍이 일고 있다.스포츠를 통해 등장한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젊은층에게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었듯이 중꺾마 역시 역경에 처한 우리사회에 안겨준 희망의 효과는 엄청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08

월급 도둑

홍석봉 정치에디터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대구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옥중에서도 월정수당을 지급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세비만 챙기는 것은 양심불량이라고 비판했다.우리복지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사실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꼬박꼬박 월정수당을 받는 것은 선출직 지방의원으로서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 시의원은 구속 상태임에도 월정수당으로 339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방의원은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받는다. 월급 개념의 월정수당은 직무 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비용이며, 의정활동비는 의정 자료수집·연구 등 보조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다.이 단체는 “선거법 위반으로 출석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수령하는 것은 ‘세금 루팡’이 따로 없다”고 했다.‘월급 루팡’은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일컫는 말이다. 월급 도둑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10여년 전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되기 시작한 용어다. 특히 줄임말인 ‘월루’라는 용어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주 쓰였다. 한 조사에서 직장인의 80%는 회사에 일한 것보다 월급을 더 받는 월급 도둑, 즉 월급 루팡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월급 루팡은 하는 일도 없으면서 바쁜 척 하거나 업무 중에 딴 짓 하기, 자신의 업무를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미루기 등의 사례가 거론된다.옥중 시의원을 월급 도둑이라고 했지만 기초 및 광역의원 중에도 1년 내 집행부를 상대로 질의조차 않거나 조례 한 건 발의하지 않은 의원들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이들도 밥값을 못하는 ‘월루’와 다름없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07

퍼머크라이시스

우정구 논설위원 영국의 영어사전 출판사인 콜린스는 올해의 단어로 ‘퍼머크라이시스’를 선정했다. 영구를 뜻하는 Permanent와 위기의 Crisis가 합쳐진 말이다. 콜린스 측은 “장기간에 걸친 불안정과 불안”을 이 단어의 정의로 규정하고 “2022년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끔찍했는지를 요약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이 단어는 1970년대 학문적 용어로 처음 사용됐으나 최근 몇 달 동안 사용이 급증하면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는 배경이 됐다.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고물가, 미. 중 패권 경쟁 등 하루도 쉴 새 없이 이어져 온 지구촌의 위기 상황이 퍼머크라이시스 시대를 열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올해 우리나라 사정도 퍼머크라이시스로 요약되는 세계적 흐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위기의 연속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경제는 최악이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하고 각 연구기관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정치는 위기상황을 외면하고 있다.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년도 세계 경제를 아우르는 키워드로 퍼머크라이시스를 제시한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내년도 예측 불가능한 위기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해마다 한해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이면 각기관들이 내놓는 세평이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해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묘서동처(苗鼠同處)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콜린스는 ‘퍼머크라이시스’로 올 한해를 세평했다. 우리나라 각 기관들은 올 한해를 어떤 내용으로 요약해 세평할 지 자못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06

기적의 세리머니

홍석봉정치에디터 카타르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오른 한국 선수단은 단체 슬라이딩을 하며 응원단과 함께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슬라이딩 세리머니가 20년 만에 도하에서 재현됐다.축구경기에서 선수가 골을 넣은 뒤 보여주는 기쁨의 표현이 ‘골 세리머니’다. 우리말로 ‘득점 뒤풀이’다.골 세리머니는 80년대 이전에는 요란하지 않았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결승에서 마르코 타르델리라는 선수가 득점 후 사자후를 지르며 질주하는 퍼포먼스 ‘타르델리의 포효’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 세리머니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세리머니가 점점 발전돼 90년대부터 축구계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백혈병에 걸린 경북 칠곡의 여고생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손흥민 선수의 ‘럭키칠곡’ 골 세리머니를 보고 싶다는 사연이 화제다. 럭키칠곡 포즈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검지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7’자 모양의 자세로 김재욱 칠곡군수가 고안했다.칠곡 순심여고 1학년 김재은(15)양은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병실에서 ‘7’자 세리머니를 하며 축구 대표팀을 응원했다. 김양은 이날 SNS에 손흥민에게 골과 럭키세븐 세리머니를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은 물론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전하자는 뜻에서다.손흥민의 등 번호가 ‘7’번이고 대표팀과 토트넘에서 7번을 달고 뛴다. 칠곡은 첫 글자 ‘칠’과 발음이 같은 숫자 7을 ‘평화와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럭키칠곡 세리머니가 손흥민의 새 아이콘이 되고 승리의 여신이 되길 바란다. 백혈병 김양에게는 기적의 세리머니가 되길./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05

“축구공은 둥글다”

우정구 논설위원 축구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현대식 축구의 개념이 완성된 곳은 영국이다. 1863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축구협회를 설립했고, 이후 축구의 세계화에 기여함으로써 종주국의 위치를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우리나라에 축구가 전해진 것은 1882년 제물포에 상륙한 영국군에 의해서다. 육지에 상륙한 그들이 축구를 하고 이를 지켜본 어린이에게 축구공을 건네주고 간 것이 시발이라 한다.축구공은 총 12개의 5각형과 20개의 6각형으로 이어져 있다. 공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각 부분들이 부풀어 오르면서 꼭지점과 모서리가 없어지고 둥근 모양으로 변한다.“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을 쓴다. 축구 경기에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기에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연속 이변이 일어나 화제다.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꺾고 연속 16강에 올랐는가 하면 한국이 포르투갈에 역전승하면서 16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한국과 일본 등의 승전보는 아시아권 국가의 축구 역량이 크게 신장된 결과기도 하지만 이들 국가의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평가도 있다.특히 일본은 2005년 ‘일본의 길’ 프로젝트를 시작해 이번 대회에 모두 19명의 유럽파 출신 선수를 등용했다. 우리(8명) 보다 2배나 많은 숫자다.월드컵 4회 우승 경력을 가진 독일 전차군단의 몰락 또한 이변이다. 준우승 4번까지 합쳐 독일만큼 막강한 팀은 없으나 2번 연속 16강 탈락으로 독일은 충격에 빠져 있다.스포츠 경기의 이변은 스포츠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다. 뻔한 승부는 재미가 없다. 둥근 축구공 때문에 한국 축구에 거는 기대감 또한 높아져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