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마애(磨崖)란 자연암반이나 절벽에 부조나 선각 등으로 새긴 그림이나 글씨를 말한다. 다양한 마애조각 중 불상이나 보살상 등을 주제로 조각한 것을 마애불상이라 부른다.마애불상은 기원전 인도 석굴사원 조영에서 시작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후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전파됐고, 우리나라에는 6∼7세기경 백제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남 태안군 동문리에 있는 백제시대 마애삼존불 입상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마애불로 전해지고 있다.마애불상으로 등록된 문화재(2020년)는 국보 6점, 보물 20점, 시도지정 문화재 50점 등이 있다.‘5센티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한 고불식이 지난달 31일 마애불 현장에서 있었다.2007년 5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 보수를 위해 작업하던 중 엎어진 채 발견된 이 불상은 약 600여 년전 지진으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 불상은 지진으로 넘어질 때 암반과 불과 5센티 간격을 두고도 부딪치지 않아 얼굴 등이 온전히 보존돼 ‘5센티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오뚝한 콧날과 이지적인 부처님 모습이 신라시대를 대표할 부처님 상이라 한다.그동안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해 불교계와 문화재청 등이 여러 번 논의를 벌였으나 무게가 80t에 이르고 산비탈에 있어 원형 손상 없이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지금껏 발견 상태로 보존해 왔다.지진과 오랜 세월의 풍파에도 원형이 잘 보존돼 국보급은 된다는 이 불상은 발견부터 많은 스토리를 품어 더 흥미를 준다. 원형 복구의 기대감이 크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03
홍석봉정치에디터 심폐소생술(CPR)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태원 참사가 계기다.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건진 이들이 많았던 때문이다. 참사 당시 현장에 CPR 방법을 아는 사람이 많았더라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에 CPR 방법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사고 당일 서울 이태원의 참사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진 환자 수십 명이 도로 위에서 CPR 조치를 받았다. 다급한 상황 속에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쓴 시민들의 사연이 SNS로 전해졌다. 사고를 목격한 의대생과 간호대생이 사고 현장에서 밤새 CPR을 했다는 글도 있다.이후 SNS와 인터넷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과 CPR 방법 게시물이 속속 게시됐다. 응급처치 강습 기관에도 시민 문의가 부쩍 늘었다.현재 초·중·고 학생은 학교에서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배운다. 군과 민방위교육, 산업현장 등에도 단골 프로그램이 됐다.심장마비 환자의 경우 목격자가 즉시 CPR을 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CPR은 사람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심폐소생술은 심폐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멎었을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숨이 멎지 않도록 지연시킨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늦어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병원 치료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일부 논란도 있다.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이뤄진 심폐소생술은 긴급 처치만으로는 강제추행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심폐소생술을 배워야 할 때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02
우정구 논설위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자 영국 정부는 장례식이 있는 날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애도와 관련한 지침을 발표했다.“행사 및 스포츠 경기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개별조직의 재량에 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단체가 애도지침을 수용하고 여왕의 국가공헌을 기리고 존경의 뜻을 표시했다. 영국의 가장 전통있는 백화점 중 하나는 그날 매장을 닫았다.또 노동계는 파업을 중단하고, 일부 금융기관은 금리 인상을 일주일 연기하는 결정도 했다.국가애도기간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사망했거나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그들을 애도하고 추도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우리나라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46명의 용사가 순직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들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애도기간을 정한 바 있다.155명의 희생자와 152명의 부상자를 낸 이태원 핼로윈 참사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5일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동안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은 근조리본을 달고 근무하며 그들의 희생을 애도한다.우리 역시 강제된 요구는 없다. 그럼에도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 내지 연기되었다. 방송의 주말 연예프로그램도 결방하고 연예인의 팬미팅조차도 연기가 되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애도기간 동안 국민 모두는 숙연한 마음가짐으로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의 시간을 갖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특히 꽃다운 젊은이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한 기성세대는 그 책임을 통감하고 통렬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기간이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01
홍석봉 정치에디터 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졌다. 국민들은 비통하고 참담함에 말을 잊었다. 채 꽃 피워보지도 못한 젊음이 거리에서 스러졌다. 즐거운 핼러윈 축제가 비극이 됐다. 희생자들이 전하는 사연마다 아픔이 절절히 배어 있다. 어떻게 이런 비극이 자꾸 되풀이 되는가.정부는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두 번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청춘이 짓밟혀도 국가는 없었다. 안전과 보호는 오간데 없었다.참사 현장에 헌화와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위로하는 시민들의 가슴 아픈 애도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헌화와 추모글이 줄을 잇는다.헌화는 죽은 자에 대한 추모 의식이다. 동서양이 모두 비슷하다.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고대의 종교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죽은 자를 위해 꽃이나 풀을 부적으로 사용했다.고대 로마인들은 묘지 주변에 장미를 심어 영원한 봄을 기원했다. 장미 헌화는 중세까지 이어져왔다.동양에서는 국화를 헌화에 사용한다. 국화는 조의의 꽃말을 가졌다. 흰 국화는 서양에서 죽음을 의미한다. 개화기 때 들어온 헌화 풍습은 흰색을 선호하는 우리의 관례에서 비롯됐다. 장례식이나 추모행사 때 흰 국화를 사용하는 것은 망자의 안식과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우리나라에서 국화는 청순, 정조, 절개, 고결함을 상징한다. 국화의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높이 기렸다. 서리가 내린 가을에 홀로 피는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화는 차이가 있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염원은 동서양이 같다. 그래서 시들지 않은 생화를 사용한다. 국화의 계절에 흰 국화를 그대들에게 바치는 이 안타까움을 그대들은 아는가./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31
우정구 논설위원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이란 항공기를 이용하여 사람과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교통수단을 말한다. 기존의 여객기가 국가와 국가를 잇는 주로 장거리 중심이라면 UAM은 복잡한 도심내에서 이뤄지는 에어택시 기능의 항공교통 수단이라는 점이 다르다.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고층빌딩이 많은 도심 상공을 오가는 교통이어서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도 담보돼야 한다.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만화나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일이다. 그러던 것이 현실로 곧 등장할 것 같다는 소식이다. 2019년 미국의 보잉사가 자율주행 방식으로 운행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세계 각국이 에어택시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전문가들은 빠르면 2024년 이후 하늘을 나는 택시가 상용화될 것이라 하고, 우리나라도 2026년쯤에는 상공을 나는 에어택시를 구경할 수 있을 거라 전망한다.대구시가 지자체로서 처음으로 미국의 항공우주분야 전문기업인 벨 텍스트론과 첨단항공 모빌리티산업 육성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30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에 맞춰 도심항공교통 인프라 확장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생각이다. 대구 도심에서 군위 신공항까지 에어택시가 운행되는 상상에 머물던 일이 머지않아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택시보다 6배 빠르면서 요금은 두배정도 비싼 에어택시의 등장은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에어택시 등장은 도심교통의 대혁명뿐 아니라 부동산 입지의 패러다임도 바꾸게 될거라 하니 모빌리티 산업이 지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이 곤두선다. 통합 신공항 효과가 벌써부터 그 조짐을 보인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0-30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 수성유원지는 대구 12경의 하나로 소개되는 곳이다. 대구시민이 가족과 함께 즐겨찾는 장소이자 대구시민의 정서가 담겨 있는 유서 깊은 장소다.일제 강점기인 1924년 수성못 일대 농민들은 신천을 농업용수로 사용했으나 신천이 상수도로 사용되면서 농업용수 부족을 겪게 되자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와 함께 저수량 70만t의 수성못을 축조하기에 이른다. 당시 축조에 공로가 컸던 미즈사키 린타로는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묘가 수성못 부근에 조성돼 있다.수성유원지보다 수성못으로 더 알려진 이곳의 명물로 수성관광호텔(현재 호텔수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대구 최초의 관광호텔로 고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유명하다. 박 대통령이 대구에 오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머물러 박정희 별장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지금도 그가 머물던 방이 남아 있어 관광용 객실로 팔려나간다 한다.1980년대까지만 해도 수성못 둘레에는 100개가 넘는 포장마차가 성행, 불야성을 이뤘으나 1991년 수성못 일대 정비가 시작되면서 모두 사라졌다.수성못 한쪽 편에는 대구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이자 문학 시인인 이상화를 기념하기 위한 상화동산이 조성돼 있고 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비도 세워져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곳에서 시장 출마를 선언해 당선이 됐다.대구 대표 명소인 수성못의 소유권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대구시나 수성구청으로 무상 이양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다고 한다. 농업용수 기능이 사실상 폐지된 저수지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겨 효용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수성못이 명소에 걸맞는 변신을 거듭할지도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7
홍석봉정치에디터 포항 송도해수욕장 산책길 위에 위치한 ‘추억의 소식통’이 이용객이 없어 흉물로 전락했다는 소식이다. 이 우체통은 지난 2016년 10월 송도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가 5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과거 해맞이 관광명소로서 이름 높았던 해수욕장의 풍경을 되새기고 이곳을 방문한 시민과 관광객들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편지지와 필기구를 갖춰 누구나 이용토록 했다. 우편물은 무료 발송해주었다. 카드나 편지를 부치면 작성일 기준 6개월 후 포항우체국을 통해 받아볼 수 있었다.이 우체통도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했다. 해풍에 녹슬고 관리부실이 겹쳐 이용객이 뚝 끊겼다. 붉은색 페인트는 벗겨지고 녹슬어 상처 투성이가 됐다. 부스 안은 편지 대신 뿌연 먼지만 쌓였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우체통이 관리부실로 흉물이 되고 말았다.김천의 소리길에는 지역출신 트로트 가수 김호중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트바로티 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서울 용산공원에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경청 우체통’도 있다. 구미의 ‘희망우체통’, 울산 간절곶의 ‘소망우체통’, 광주의 ‘듣는다우체통’, 현충원의 ‘하늘나라우체통’, 한때 관광지마다 설치돼 사연을 전달하던 ‘느린 우체통’ 등등….이색적인 이름의 ‘우체통’이 우리 주변에 하나 둘 등장해 관심을 끈다. 이용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1년에 편지 한 통 쓰지 않는 요즘 세태다. 편지는 어느새 우리에게 추억의 하나로만 남아 있다. 편지를 대신하던 카카오톡의 먹통 사태가 편지에 대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게 한다. 이색 우체통들이 편지로 사연을 전하던 설레임의 감성을 채워주고 있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26
우정구 논설위원 한때 ‘이태백’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의 줄인 것으로 우리사회 청년의 취업난을 빗댄 표현이다.비슷한 뜻의 N포세대가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원래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여기에 취업과 내집 마련이 추가되면서 ‘오포세대’로 변했고, 지금은 꿈과 희망까지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로 바뀐 것이다.중국도 젊은층 사이에 이와 비슷한 탕핑주의라는 말이 유행했다. “일할 것 없이 그냥 누워있는 게 낫다”는 젊은이의 자포자기식 사고를 꼬집은 표현이다. 이 말이 유행하자 급기야 중국 정부는 이를 금기어로 지정했다.일본에서 유행했던 ‘사토리세대’도 유사하다. 돈 버는 일은 물론 출세에도 관심이 없는 일본 젊은이의 사고를 빗댄 표현이다. 나라마다 젊은이의 생활 태도와 생각의 단면을 콕 찍어 만든 유행어가 생산되고 있으나 공교롭게도 모두가 비슷하다.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져도 세상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 세태를 반영한 결과다.2020년 국제노동기구는 코로나19로 ‘락다운(봉쇄)세대’의 출현을 예고했다. 코로나가 청년의 고용과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한창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젊은이의 모든 것을 앗아갈 거란 예고다.한 경제단체가 대학졸업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취업인식 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의 66%가 “구직을 단념했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취업의 문이 좁아진 탓도 있으나 코로나 파고를 넘지 못한 젊은이의 상실감이 쌓여 나타난 결과일까 걱정이 된다.청년 위기의 시대다. 확실한 청년실업 대책부터 세워 청년이 사회로부터 봉쇄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5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 관문인 도동항에 도착하면 산 중턱에 위풍당당한 향나무가 주민과 관광객을 반긴다. 도동항 동편 기암괴석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이 향나무는 울릉도의 상징이자 문지기였다. 척박한 암벽에 뿌리내린 채 2천년 이상 세월 동안 울릉도를 묵묵히 지켜왔다. 뿌리 부분의 둘레가 4.3m, 높이 9.5m로 웅자가 남다른 향나무다. 그런데 울릉도의 상징인 이 향나무가 지난달 6일 울릉도를 덮친 태풍 힌남노에 의해 뿌리째 뽑혔다. 볼성 사납게 된 이 향나무는 그 고귀함은 뒤로한 채 자칫 낙석 등 또 다른 위험을 안게 됐다. 이에 울릉군국유림관리소와 울릉산악구조대가 지난 20일 밧줄과 앵커 등을 이용해 뽑힌 향나무를 바위에 결박하는 조치를 했다. 구조대는 이와 함께 향나무 위 부위를 잘라 남부산림청에 제공했다. 산림청은 이를 후계목 조성 및 생태 연구 등에 사용키로 했다. 울릉도 대표 향나무의 수난은 이뿐만 아니다. 수령 2천300년으로 조사된 우리나라 최고령 향나무가 또 있다. 도동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이 향나무도 지난 1985년 10월 태풍 브랜다로 한쪽 가지가 꺾여나갔다. 울릉군이 긴급 보수해 현재 두 가닥 쇠줄에 의지한 채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울릉도 대표 향나무의 잇단 수난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에 뿌리가 뽑힌 향나무는 일제강점기 시절 도동항 사진에도 나온다. 울릉도 주민들은 섬사람들의 개척정신을 대변해 주는 향나무라며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이제 이 향나무의 기품 높은 풍광은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울릉도의 상징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재생이 어렵다면 고목이라도 원형 복원해 재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울릉도 향나무는 상징 이상의 가치가 있다. 또 피해목 주위에 비슷한 수령의 향나무가 여럿 남아 있다고 한다. 남은 향나무의 보존과 관리에도 더욱 신경써야 할 터이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24
우정구 논설위원 아편전쟁은 1840년과 1856년 두 차례 걸쳐 영국과 중국 사이 무역분쟁으로 인해 일어난 전쟁이다.청나라로 유출되는 은화(銀貨)를 회수하기 위해 영국이 청에 아편을 살포한 것이 원인이 됐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은 그 대가로 홍콩을 내주게 된다. 1841년부터 156년동안 홍콩은 영국의 지배를 받는다.중국 역사에 가장 치욕스런 전쟁으로 남아 있기에 지금도 중국은 마약과 관련한 범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강경 일변도다. 2014년 마약과 관련한 한국인이 체포되자 한국의 신변양도 요청에도 사형을 집행한 적도 있다.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마약을 공공의 적으로 선포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마약에 관한한 강경책을 폈으나 결과적으로 마약 이용자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 단순히 금지된 마약을 사용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마약 전과자로 낙인되면서 오히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빈곤층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가 생긴 것이다.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도 마약관련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2017년 이후 5년동안 마약밀수단속량이 무려 18.4배가 늘었다. 특히 연예인 등 일부 계층 중심으로 사용되던 것이 이젠 젊은층까지 광범위하게 번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의 날 행사에 참석해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마약의 우리 사회침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한다. 마약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부터 높아져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3
우정구 논설위원 수년간 급등세를 보이던 집값이 정부의 규제와 미국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이사철임에도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일부 신축 아파트는 분양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피가 형성되고 있다. 또 살던 집이 안 팔려 새로 구입한 아파트에 입주를 못해 전전긍긍하는 이도 많다.이같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업계서는 “부동산시장 10년 주기설이 재현되는 것 같다”는 견해도 나온다. 10년 주기설은 부동산 가격이 10년 단위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현상이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주기를 갖고 상승 하락하지만 주기를 특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도 한다.그러나 올 들어 7월까지 주택 거래량을 살펴보면 10년 전인 2012년과는 비슷한 양상이다. 아파트 누적 거래량을 보면 올해와 10년 전이 연간 최저 거래량에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시기를 특정하지 않는다지만 공교롭게도 10년전과 지금의 침체 상황이 거의 닮은 꼴이다.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놓였을 때는 경기진작 효과가 큰 부동산 경기부터 먼저 살린다. 부동산 경기는 주택·건설 등 경제후방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대구와 경북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의 40%가 이곳에 있다. 게다가 신축을 준비 중인 아파트도 많아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특히 중개업소, 인테리어업체, 이사짐센터 등 관련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제적 어려움이 겹쳐 경기진작을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이 급등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급락도 좋지 않다.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0
홍석봉정치에디터 쌀이 남아돌아 난리다. 쌀 생산량은 매년 조금씩 준다. 반면 소비량은 더 많이 줄어 쌀이 남아돈다. 식습관 변화 탓이다. 정부는 올해 45만t의 쌀을 시장격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물량이다. 올해 초과 생산량 25만t보다 20만t 더 많다. 공공비축미 45만t을 포함하면 올해 모두 90만t이 시장에서 격리된다. 과잉 생산에 따른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정부는 2005년 공공비축제를 도입했다. 이후 17차례 쌀을 시장격리해 초과 생산된 쌀 298만t을 매입했다. 5조4천억원을 썼다. 쌀 생산량은 변화가 크지 않지만 수요가 줄면서 쌀값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여야가 쌀값 보장 방법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쌀이 시장격리 요건에 해당할 경우 초과생산량 전량을 격리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2030년까지 생산량이 연평균 46만8천t을 초과, 매년 1조443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반면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될 경우 벼 재배 농가가 늘어 쌀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벼는 손이 적게 가고 편하게 지을 수 있는 작물이다. 기계 영농과 관리가 가능, 선호도가 높다. 값을 보장해주면 벼 재배가 늘고 과잉생산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쌀의 과잉 생산을 막고 재고를 쌓지 않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농민들이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생산량을 조정하는 계획농정이 절실하다. 양곡관리법은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대통령 거부권’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금 정치권은 농심과 국익의 선택 기로에 섰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19
우정구 논설위원 의료보험제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복지정책의 하나로 손꼽힌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극찬을 했다는 한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판도 받는다.경제 대국인 미국은 개인의 의료비 지출이 세계 최고이면서 건강 수준은 OECD국가 중 하위권이다. 의료기관들 대부분이 사설기관에 의해 운영됨으로써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의료비 때문에 연간 수백만명이 가계 파산에 이르고 의료채무가 미국인 파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하니 잘 사는 나라 미국의 아이러니다.의료보험제도란 여러 사람이 의료비를 모아 지불함으로써 많은 비용이 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비용대비 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제도다.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2019년 5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시 당대표는 문재인 출범 2주년을 맞아 최고위원회를 열고 그 자리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제가 여러나라를 돌아다녀 본 바로 가장 우수한 제도라 생각한다”며 문재인 케어를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코로나19 영향으로 병·의원 진료가 줄면서 흑자를 유지하던 건강보험재정이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내년에 당장 1조4천억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이 상태로 가면 6년후인 2028년에는 재정이 바닥날 것이란 분석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재정사정을 고려않은 문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 한다. 보장성 강화란 재정투입이 불가피한데, 섣부른 정책 결정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손볼 것은 손봐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0-18
홍석봉정치에디터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다. 전 국민들이 한순간 혼란에 빠졌다. 국민 생활 전반에 큰 지장을 가져왔다. 개인과 집단 등 결제와 소통이 멈췄다. 카카오 관련 서비스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이번 사태는 국민들의 카톡 의존도와 위험을 동시에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 생활에 카톡이 얼마만큼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실감케 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세상에 소통 수단 단절시 나타날 수 있는 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85%의 시장점유율 만큼이나 카톡 상실감이 컸다. 대안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있다.2018년 아현 KT전화국 화재 당시 국가통신망 붕괴로 국민들이 큰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금세 잊었다. 이번 카카오톡 먹통사태가 여실히 보여준다. 해당 기업에 비상 사태에 대비를 게을리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조선시대 역사실록을 보관하기 위해 4대 사고를 운영했다. 같은 실록을 4곳에 분산, 보관함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실록이 지금까지 온전히 전해지는 이유다.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이순신 장군은 평소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전쟁에 대비했다. 그는 ‘요행’과 ‘만일’을 경계했다. 승리의 비결이다. 이순신의 유비무환은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했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어떤 국가적 위험을 초래할지 모른다. 통신서비스가 불의의 사고로 먹통이 될 경우 국민의 일상의 불편은 물론 경제, 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크다. 전쟁 등 국가 비상사태때는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차제에 국가의 시스템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17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 15일은 코로나19가 국내서 처음 발생한 지 1천일 되는 날이다. 약 2년 9개월이란 시간의 의미를 떠나 코로나19가 1천일 동안 우리사회에 미친 파장은 실로 천지개벽할 만큼 컸다.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 보고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국민의 절반이 이 질병에 감염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직간접적인 이유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3만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1천일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코로나 충격파가 우리사회를 억누르고 있다. 아직 하루 2만명 내외의 확진자가 발생한다. 9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폭 해제했지만 실내서는 여전히 마스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겨울 7번째 대유행도 예상한다. 특히 증상이 비슷한 독감과 더불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걱정한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내년 봄 실내마스크도 벗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으나 변이 바이러스 등장 등 예측불허의 변수는 여전하다. 어찌보면 질병과 싸워야 하는 인류의 운명 같아 보이기도 한다.1천일 동안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곳은 수도권이다. 대구신천지교회 신자를 중심으로 크게 번지면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구는 누적확진자 수에서 전국 7번째 줄에 섰다.예측대로 기저질환 소유 등 나이가 많은 고령층의 사망률이 높았다. 80세 이상이 59%, 60세 이상으로 확대하니 94%에 이르렀다.코로나19가 비대면 문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면서 뉴노멀의 시대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것이 인류 역사에 좋은 기록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1천일이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16
우정구 논설위원 아마겟돈은 기독교에서 쓰는 종교용어다. 선과 악의 세력 승부가 결정되는 최후의 싸움터를 의미한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의 종말을 뜻하기도 하나 전쟁사태 등으로 인류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에 비유적으로 쓰이기도 한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크림대교 폭발 븡괴로 러시아의 반격이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 전역에 8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핵 사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지금처럼 아마겟돈 위기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아마겟돈을 ‘인류의 최후 전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세계는 말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셈이다.이런 가운데 한반도에서도 전술핵 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우리도 우리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실어가고 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포의 균형’ 논리가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남한에 대한 핵 공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불안감도 여느 때보다 높다. 북한 핵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법이 “핵 보유가 유일하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이 어떻게 모아질 지도 궁금하다.아마겟돈 위기를 논할 만큼 긴장감이 감도는 한반도 상황이라는 데 국민적 공감대와 경각심이 높아져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13
홍석봉정치에디터 친족 간에 발생한 재산 범죄의 처벌을 면해주는 형법의 ‘친족상도례’ 규정이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인 ‘박수홍씨’ 사건이 계기가 됐다. 박씨의 친형이 박수홍이 번 돈을 관리하면서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박씨 부친이 돈을 횡령한 장본인은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친족상도례’ 규정이 주목받고 있다. 횡령 주체가 부친이면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된다.형법상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사이의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도록 한다. 그 외 친족의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한다.이 규정은 1953년 형법 제정시 가까운 친족 사이에 발생하는 재산범죄에 대해 가족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친족 인식이 변하고 친족 간의 재산범죄가 늘면서 현실에 맞게 손질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법개정이 시도됐다. 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국회에도 개정 법안이 상정돼 있다. 법무부 장관도 국감에서 개정에 동의하기도 했다.법 개정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이 제도가 가정 문제의 공권력 개입을 막는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가정문제에 대한 과도한 국가 개입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 같은 규정으로 대체하자는 제안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걸 막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며 합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보다 못한 가족이 많은 시대다. 소송할 정도면 가정은 이미 파탄난 상황이다. 현실에 맞는 개정이 필요하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12
우정구 논설위원 어떤 대상물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 한자(漢字) 글의 출발이다. 날 일(日)은 해의 모양을, 달 월(月)은 달의 모양이며 불 화(火)는 불이 활활타는 모양을 묘사한 글이다. 입 구(口)는 입의 모양을 본떴다. 혀 설(舌)은 입에서 혀가 튀어나온 모양을 표현한 글자다.품성의 품(品)자는 입 구(口)자를 세 개 모아 완성했다. 품위를 지키려면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오랜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어느 작가는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고 했다. 온기가 있는 따뜻한 말은 상대의 슬픔을 감싸주는 대신 차가운 말은 상대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는 뜻이다.말은 내 생각을 전하는 단순한 언어 전달의 수단을 넘어 그 사람이 가진 사상과 인격을 대표한다. 공자는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들을만한 말을 한다. 그러나 말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有德者 必有言 有言者 不必有言)라고 말했다.누군가 말은 생각의 집이라 했다. 사랑을 생각하면 사랑이 나오고 악마를 생각하면 악마가 튀어나오는 법이다. 생각이 망가지면 말도 망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을 경계한 금언은 수도 없이 많다. 말이 우리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은 말이 가지는 참다운 의미를 잘 표현한 금언이라 하겠다.국정감사를 벌이던 국회의원 입에서 막말이 터져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정치인 막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막말로 정치의 격이 엉망이 된다. 세련되고 품위있는 말로 관료나 상대 정치인을 압도하는 달변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22-10-11
홍석봉정치에디터 즐풍목우(櫛風沐雨)란 일신의 안위를 잊고 천하를 위해 온몸을 바쳐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비로 목욕을 한다는 뜻이다.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요순시대 황하의 물길을 다스리는 치수(治水)는 국가 사업이었다.순 임금이 신하인 우(禹)로 하여금 홍수를 막도록 황하의 치수사업을 맡겼다. 우는 물길을 터서 사방의 땅과 온 나라에 흐르게 했다. 뒤에 임금이 된 우는 당시 몸소 삼태기와 삽을 들고 물길을 정비했다.우는 치수 책임자로 일하는 13년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인부들과 함께 물 속에서 생활했다. 장딴지에 살이 안보이고 정강이 털이 몽땅 빠졌다고 한다.그는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비로 목욕하면서(즐풍목우) 나라의 안정을 꾀했다. 우 임금이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몸을 힘들게 한 것이 이러했다고 한다. 장자(莊子) 천하편(天下編)에 나오는 이야기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즐풍목우의 심정으로 대구를 바꾸고, 대구 재건을 담대하게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그는 기득권 카르텔을 깨지 않고서는 대구의 미래가 없다며 대구의 변화를 위해 시정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다.‘즐풍목우’는 홍 시장의 대표적인 정치적인 수사다. 중요한 고비마다 즐풍목우를 되뇌이며 자신을 채찍질했다.2017년 탄핵사태로 위기를 맞은 자유한국당의 대표에 취임하면서, 또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때 ‘즐풍목우’심경으로 국민을 위한 희생을 다짐했었다. 즐풍목우의 다짐이 빛을 발하길 바란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10
우정구 논설위원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10월 한달만 전국적으로 수 백개의 축제가 열린다. 코로나 이후 모처럼 만에 폭발한 축제로 많은 사람이 축제의 장으로 빠져들고 있다.특히 민선 단체장이 등장한 이후 지역의 특성을 살린 축제가 붐을 일으켜 한해동안 1천개가 넘는 축제가 벌어져 축제 홍수에 대한 비판론도 나온다. 그러나 일본은 2만개가 넘는 축제가 열려 축제 없으면 쓰러질 나라라 할 정도이고, 프랑스는 약 10만개의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우리나라 축제 개최 수를 두고 많다 할 수도 없다.축제의 본질은 즐기는 것이다. 억눌렸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잠시의 일탈을 통해 본능적 쾌감을 느끼는 일이다. 지역과 문화와 연고성을 엮어 지역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페스티벌이나 카니벌을 즐기는 서구인의 축제도 본질적으로 우리와 다르지 않다.동질의 문화감을 느끼며 지역주민간 유대와 화합을 지속시키는 축제의 효과는 긍정적이다. 또 지역의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상승 작용시켜 일체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축제의 장점이다.그러나 수많은 축제가 양산되는 과정에서 축제가 상업적으로 흐르거나 단체장의 성과물로 전락되는 일도 적지 않다.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비생산적 축제란 비난도 나온다. 지금 대구·경북 10월도 축제로 물들고 있다. 어느 축제가 볼만하고 어떤 축제가 축제의 본질에 잘 부합하는지 축제의 장으로 들어가 즐겨볼 좋은 기회다.대구에서는 오페라, 재즈, K-팝, 한방문화 등을 묶은 판타지아 대구페스티벌이 열리고 있고, 경북은 안동탈춤, 신라문화제, 영주인삼축제와 울진송이, 경산포도, 의성마늘축제 등 손꼽을 수 없을만큼의 축제가 한창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