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 대구지사장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가정에서 초등 저학년 아동 돌봄은 큰 부담이다. 이런 가정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늘봄학교’가 생겼다. 경북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40여 교를 늘봄학교로 운영한다.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초교 1학년 입학 직후 조기 하교로 인해 생기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학교 적응력을 높여주기 위한 방안에서 마련됐다.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고 공교육 출발 시기의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시간 이전인 아침 이른 시간부터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저녁 8시까지, 그리고 필요한 시간과 주말에 초등 저학년들을 돌봐주는 것이다.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200여 학교가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경북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반영해 맞춤형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지역 단위 총괄 관리 운영 체제를 구축해 단위 학교와 교원의 업무를 경감하는 방향으로 늘봄학교를 추진키로 했다.이를 위해 초등 1학년 교육돌봄 집중 지원과 미래형 맞춤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저녁돌봄 단계적 확대, 석·간식 및 프로그램 제공, 안전 관리 강화, 지역사회 연계 협력 강화 등 세부 계획을 마련 중이다.늘봄학교는 공교육이 보육 공백을 메워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인력과 공간 등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3월 시행에는 인력과 시설 확충 등 기본적인 준비가 덜 됐다. 형식은 돌봄교실이지만 사실상 방과 후 학습량이 늘어나고 교사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늘봄학교의 조기 정착을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30
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팬데믹 3년 만에 오스트리아 빈소년합창단의 내한공연이 시작된다. 서울과 함안, 속초, 부산에 이어 지역에서는 구미에서 2월 2일 공연을 볼 수 있게 된다.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퇼저합창단과 함께 세계 3대 소년합창단으로 손꼽히는 빈소년합창단의 방한공연 소식에 벌써부터 시민들의 관심도 들떠 있다 한다.‘천사들의 합창’으로 불리는 빈소년합창단은 5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498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1세 황제가 궁정 소년성가대로 출발시켰다. 10세부터 변성기 전 소년 약 100명을 선발해 특별한 교육 과정을 거쳐 대외 무대활동을 시켜왔다. 과거 하이든과 슈베르트도 빈소년합창단원이었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지휘자, 베토벤은 피아노 반주자로 활약한 것으로도 유명하다.1차 세계대전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가 붕괴되면서 민영체제로 운영되었으나 높은 음악성과 역사적 배경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지정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금은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의 음악대사로 통한다.우리나라는 1969년 처음 방문해 공연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35개 도시에서 150회 공연 기록을 가지고 있다.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보이소프라노의 청아한 목소리와 귀여운 외모 등으로 공연 때마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당시 10살이던 조윤상 군이 단원으로 입단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교황 비오11세는 합창단을 두고 “마치 천사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고 격찬한 바 있다. 빈소년합창단의 공연이 다음 달 2일 구미예술회관 대공연장 재개관을 기념해 열린다고 하니 탈마스크 이후 맞는 모처럼의 힐링 기회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1-29
우정구 논설위원 중국 헤이룽장성 모허시는 이번 설 명절에 닥친 시베리아발 한파로 지난 22일 아침기온이 영하 53도로 떨어지는 진기록을 세웠다. 말이 영하 53도이지 이 정도의 날씨에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자못 궁금하다.모허시는 중국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로 흑룡강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마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행객도 거의 가지 않는 곳이라 여행관련 정보도 거의 없다.보도에 의하면 모허시의 이번 한파 기록은 1969년 영하 52.3도 기록을 경신한 것이라 한다. 꽁꽁 언 과일을 벽돌로 깨어도 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30도다. 한반도에서 가장 춥다는 북한 중강진의 1월 평균 기온 영하 19.5도는 비교권 밖이다. 추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어렵다.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는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시다. 인구 30만명이 산다. 겨울이 장장 8개월이나 지속되고 12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평균 기온이 영하 50도라 한다. 공식적으로 영하 55도가 되면 휴교령이 내려진다니 정말 상상이 안 된다.설 전후 시작한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제주도는 강풍특보와 대설경보, 한파경보 등이 겹쳐 내려지면서 하늘길이 막혔다. 설연휴를 맞아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서울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이 역대급 한파로 한차례 몸살을 앓았다. 최근 발생한 한파는 북극을 둘러싸고 있는 제트기류의 고리가 약해졌기 때문인데, 북극지방의 냉기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진 것은 지구온난화가 직접적 원인이라 한다.지구상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범지구적 대응의 필요성을 지금 우리 모두가 체험하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26
홍석봉 대구지사장 작년 말 기준 전국의 폐쇄회로(CC)TV는 인구 3명 당 한 대 꼴인 약 1천700만 대로 추정된다. 지자체 등 정부기관보다 민간이 설치한 것이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우리 주위 곳곳에 CCTV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2010년 CCTV 노출 빈도 조사 결과 국민은 하루 최대 110회, 이동 중에는 9초에 한 번꼴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당시보다 몇 배 이상 높아졌다. 우리는 24시간 내내 CCTV에 감시당하며 산다. 진화한 CCTV가 범죄 현장을 경고하고 경찰에 알리기도 한다.CCTV 설치후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가 26.6%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CCTV는 사생활침해와 감시라는 부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해킹 우려도 높다.CCTV는 범죄 발생 시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반면에 사생활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이를 막기 위해 만든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일정 부분 노출과 감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당사자 동의 없이 CCTV 화면을 제공받은 대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최근 벌금형을 받았다.엘리베이터의 경고문을 훼손한 당사자를 찾으려 아파트관리사무소장에게서 CCTV영상을 무단 제공받았다가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법원은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했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정당한 방법으로 수집되지 않은 영상은 증거능력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경위 이상 간부가 아닌 경찰관이 압수한 CCTV 영상은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결도 있다. 화질이 안 좋거나 원본이 아닐 경우 CCTV의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넘쳐나는 CCTV 속에 인간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25
우정구 논설위원 세배(歲拜)는 한해를 무사히 넘기고 새해를 맞는 어르신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는 우리 미풍양속의 하나다. 세뱃돈은 인사차 찾아온 이들에게 빈손으로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 어르신이 조금씩 세뱃돈을 쥐어보낸 것이 유래가 됐다.돈의 가치가 지금처럼 크지 않던 시절, 떡국과 술상을 차려 대접하기도 했고, 차례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싸서 갈 때 들려 보내기도 했다.기록에 의하면 1960년대에는 세뱃돈이 10원 정도, 1980년대 들어서 500∼1천원, 1990년대는 1만원권이 세뱃돈으로 사용됐다. 5만원권이 등장한 2000년대 들어서 세뱃돈의 액수가 커져 부담스러워졌다는 시중 여론이 나왔다.이번 설 명절에는 유난히 세뱃돈을 두고 많은 얘기가 오갔다. 물가가 오르고 불경기가 심해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직장인에게 세뱃돈이 적지 않게 부담이 됐다는 후담이다. 한 포털사이트의 여론조사에서도 10명 중 4명이 “설 명절 비용이 부담스러웠다”는 답변을 해 불경기 여파가 설 명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음을 짐작게 했다.이런 가운데 가수 이적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3만원권 지폐가 나오면 좋겠다”는 글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으면서 세뱃돈을 둘러싼 논란을 더 뜨겁게 했다. “3만원권 지폐가 나오면 세뱃돈으로 적당할 것 같다”는 이적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5만원권을 부담스러워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라며 3만원권 발행 촉구 결의안까지 내겠다고 응답해 세뱃돈 논란이 신화폐 발행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로 번지기도 했다.세뱃돈은 유래에서 보듯이 미풍양속의 정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오가는 것이 참 의미다. 3만원권 발행의 유용성은 세뱃돈과는 별개로 따져볼 문제가 많을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1-24
우정구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으로 유명해진 바라카 원전을 우리는 ‘기적의 원전’ ‘사막의 기적’이라 부른다. 한번도 원전 수출을 해본 적이 없는 한국이 세계 최강 원전기술을 자랑하는 프랑스를 제치고 UAE 원전 수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막의 모래 폭풍과 50도가 넘는 열사의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원전을 온전히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4년동안 한국측은 약속한 기일과 예산 범위 내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 외부 환경에 민감하고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돼 툭하면 늦어지기 일쑤인 원전 준공일을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한국은 이를 지켜낸 것이다.UAE 모하메드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이라 치켜세웠고 “바라카 원전을 통해 쌓은 양국의 신뢰”라 언급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폴란드 원전 수주전이 벌어졌을 때도 우리나라가 제일 강조한 장점은 예산과 공기를 정확히 지킨다는 사실이었다. 폴란드 일부 언론은 “한국이 덤핑하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을 수용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으나 UAE가 보여준 한국에 대한 신뢰는 한국 원전의 대외 신인도를 올리는 데도 한 몫할 전망이다.바라카 원전은 한국전력이 주계약자로 사업을 총괄하고 한국수력원자력, 두산, 현대, 삼성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공정 전과정에 참여하는 팀코리아 형태로 일하고 있다.한국기업들의 팀워크와 끈질긴 근성, 땀 등이 모여 국가의 신뢰를 높인 것이나 다름없다. 열사의 사막에서 선전한 우리기업의 투지가 제2의 바라카 기적을 다시 만들지 국민적 기대가 크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1-19
홍석봉 대구지사장 중학교 교육이 고교입시 위주로 과열되자 교육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별로 선택 지원하는 고교입시를 폐지했다. 고교평준화제도다. 교육격차를 줄이고 교육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반계 고교는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고 학생들은 지역별로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받는다.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첫 시작됐다. 1975년에는 대구·인천·광주가 1979년에는 대전·수원·마산·전주·제주·청주에서 시행된 후 중소 도시까지 확대됐다.하지만 학력 저하, 교육여건 미비 등 문제가 발생했다. 학부모 등이 반발하자 일부 지역에서 평준화를 해제했다. 2000년대 이후 다시 적용지역을 확대했다. 2008년에는 포항에서 고교평준화제도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렸다. 고교 진학을 위한 입시 과열을 막고 학력 격차를 줄이며 학생 간 위화감을 없앨 수 있었다. 반면 교육의 하향평준화, 학생의 학교선택권 제한, 교육의 획일화, 사립고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2023학년도 대입수시합격자 발표 결과 비평준화 때 한해 30여 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켰던 지역 명문 포항고가 고교평준화 이후 쇠락을 거듭, 올해는 단 한 명의 서울대 합격자도 내지 못했다. 대신 포항영신고와 동성고는 각각 4명씩 합격했다. 평준화의 명암이다.기대됐던 사교육비 감소와 과열 교육 해소의 효과는 별로 없었다. 학습 부담을 줄이지도 못했다. 보완책으로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학교, 자립형 사립고 등이 도입됐지만 또 다른 1류고를 낳았다.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평준화제도다. 교육의 기회균등과 경쟁을 통한 수월성 추구라는 상반된 이념을 조화시킬 방안은 없을까./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18
우정구 논설위원 2019년 12월 14일 새벽 상주~영천간 고속도로에서는 43중 충돌사고로 차량 40여 대가 부서지고 7명이 숨지고 3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 사고의 원인을 블랙아이스로 지목했다.블랙아이스는 겨울철 도로 표면에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결빙 현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 다시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게 되는데, 이때 자동차가 급제동을 하면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얼음막이 아스팔트와 비슷한 색깔을 띠고 있어 운전자도 빙판 여부를 잘 구별할 수 없어 겨울철이면 자주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 블랙아이스 사고는 일어났다면 대형이어서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지난 15일 밤 경기도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40여 대의 추돌사고도 당국은 블랙아이스를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도 오전부터 포천에 내린 눈으로 도로가 얼어붙어 사고수습에 애를 먹었다고 전하고 있다.언론이 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한 빙판길 사고를 블랙아이스로 부른 것은 불과 10년 전부터다. 살얼음이나 빙판길 같은 우리말을 두고 굳이 블랙아이스라 표현한 데 대해 일부 학자는 외래어 남용이란 지적도 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살얼음이나 빙판길이란 표현보다 블랙아이스란 표현을 씀으로써 일반인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었다는 주장이다. 국립국어원이 블랙아이스 대신 살얼음으로 다듬어 쓸 것을 제안한 적도 있지만 여전히 블랙아이스가 통용어다.블랙아이스를 겨울철 침묵의 암살자로 부른다. 그만큼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겨울철만 되면 발생하는 블랙아이스 사고 근본적 대책은 없을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1-17
홍석봉 대구지사장 2021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비유해 불교계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후폭풍이 거셌다. 결국 정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사과해야 했다. 정 의원은 2022년 4월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문화재 관람료 감면 지원 예산이 반영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정 의원이 불을 지르고 직접 끈 셈이다.문화재 관람료 전면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조계종은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 온 문화재 관람료의 전면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없애고 문화재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사찰 문화재 구역 입장료 징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 관리 비용을 사찰이 관람료 징수로 충당해 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는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하지만 금액 책정 규정이 없어 그동안 사찰마다 관람료가 들쑥날쑥했다. 특히 문화재 관람과 상관없는 산행 때도 사찰에서 통행료처럼 걷는 일이 적지 않았다. 곳곳에서 마찰이 일었다.결국 나랏돈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나왔다. 문화재청이 올해 확보한 예산은 421억원이다. 관람료를 징수해 온 전국 57개 사찰이 오는 5월부터 정부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이젠 전국의 모든 사찰이 무료 이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주차료는 별도다.일각에서 입장료 대신 세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원금이 사찰의 유지보수와 관리에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16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 최대 IT융복합 박람회인 CES가 끝나고 미국 최대 첨단산업단지인 실리콘밸리로 참가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소식이다. 한국 스타트업기업 대표와 투자자, 대기업, 정부 관계자 등에 이르기까지 CES에 참가했던 많은 이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아 미국의 최첨단기술업계의 상황을 살펴봤다는 것이다.올해는 한국기업들이 미국 다음으로 CES 박람회에 많이 참여한 것을 보면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도 글로벌 테크에 대한 한국 기업의 관심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은 CES 박람회에서도 역대 최대인 111개의 혁신상을 받아 벤처산업에 대한 우리기업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지난 10일 포스코홀딩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체인지업그라운드 실리콘밸리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포스코는 포항, 광양, 서울 등에서 운영 중인 스타트업 공간을 미국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라 했다. 대구시와 포항시 등에서도 단체장과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 등이 참여해 올 CES 박람회는 지역에서도 유난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샌프란시스코만 남쪽 산타클라라 계곡에 위치한 공업지역이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최첨단산업이 발달해 이름도 실리콘밸리로 붙여졌다.실리콘밸리가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캘리포니아 해안지역의 온화한 날씨와 이곳에서 1시간 이내에 있는 스탠퍼드대학 등 명문대가 많이 포진해 인력 조달이 쉽다는 것이다. 또 규제없는 지방정부 정책 등도 성공 이유로 꼽힌다.글로벌 과학기술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세상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점을 찾아 벤치마킹하는 우리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1-15
우정구 논설위원 연초부터 복권 판매점이 인파로 붐빈다고 한다. 이른바 복권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은 몰려든 사람들로 줄을 서거나 교통정리까지 해야 할 판이라니 복권 인기가 대단하다.지난해 우리나라 복권 판매액은 6조4천억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년보다 7.6%가 증가했다. 복권 판매액으로 환산한 복권 구매자 수만 2천400여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의 절반이 복권을 한번 쯤은 구매한 셈이다.복권 판매액으로 발생한 수익금은 저소득층과 사회복지 증진사업 등에 사용된다. 개인적으로는 복권 구매를 통해 대박의 꿈을 기대하나 알고보면 내가 사용한 돈이 우리사회의 어두운 계층을 돕는 일에 쓰인다고 생각하면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섭섭할 것은 없다.기획재정부가 성인 1천20명을 상대로 복권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해 보니 “복권이 있어 좋다”는 응답이 74%나 됐다. 또 복권이 있어 좋다는 응답자의 40%가 “기대나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복권발행이 사행성 조장과 노동의욕 저하 등의 역기능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기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한편으로 당첨 기대감도 안겨주고 있으니 긍정적 면도 무시할 수 없다.중세기 유럽의 국가들이 복권을 처음 발행할 때도 국가 공익사업의 재원 조달이 목적이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다른 어떤 방법보다 모금도 쉬워 오랫동안 존속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방 후인 1947년 런던올림픽 참가경비 조달을 위해 복권을 처음 발행했다. 올림픽 후원권이 그것이다.연초부터 동네 복권 판매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소식이 행여 불경기 탓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12
홍석봉 대구지사장 ‘방탄국회’ 논란이 계묘년 첫 임시국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9일 야당 단독으로 임시국회 문을 열었지만 ‘방탄국회’ 공방으로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전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피의자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민주당 지도부 등 당 소속 의원 20여 명이 동행했다. 개선장군을 보는 듯 보무당당했다. 보수와 진보측 지지자 수 백 명이 현장에서 서로 구호를 외치며 맞섰다. 1월 임시국회는 방탄 논란만 벌이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국회는 지난 연말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바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을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맹비난했었다. 결국 연달아 방탄국회가 열리고 체포동의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하지만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사건 관련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2탄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는 김용·정진상 두 최측근의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사건 수사로 이 대표에 대한 출석 조사 요구와 구속영장 청구를 또 할 수 있는 것이다. ‘방탄 국회’가 거듭될 경우 민주당의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유례없는 연속 방탄국회에 국민들은 속만 부글부글 끓이고 있다.방탄국회는 국회의원의 ‘회기중 불체포 특권’을 이용한 것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소속당에서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사법당국의 불법적인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불체포 특권이다. 또 이를 이용한 것이 ‘방탄국회’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이 쓰고 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11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형 주택 임대차 방식인 전세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주로 월세로 집을 빌려 사용하나 우리나라처럼 월세없이 목돈의 전세금을 주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100% 전세금을 돌려받는 방식은 잘 없다고 말이다.조선총독부 관습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부터 전세제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전세가 활성화된 것은 산업화가 극도로 빠르게 진행되던 1970년 이후부터라고 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농촌인구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오면서 주택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자 민간차원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제도라는 것이다.집주인은 전세자금을 무이자로 활용할 수 있어 좋고, 세입자는 매매보다 적은 돈으로 거주하면서 월세가 없어 부담이 적은 이점이 있다. 그러나 정부 개입 없이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계약이라 전세금을 떼이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그동안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폭락하자 깡통전세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의 추정’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하반기 전세 계약만기가 도래하는 주택의 12.5%가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깡통전세는 매매가격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 주택을 매매하더라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특히 대구와 경북의 깡통전세 확률이 전국 최고라고 한다. 대구 33.6%, 경북 32.1%다. 10채 중 3채가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분석인데, 당국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깡통전세로 눈물을 흘릴 서민들의 피해, 정부가 미리 막아주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1-10
홍석봉 대구지사장 죽은 사람을 땅에 묻거나 화장하는 장사(葬事) 방법도 새로운 것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매장에 화장을 한 후 ‘수목장’을 하는 것이 그동안 가장 앞선 방법이었다. 여기에 이제 ‘산분장’까지 추가된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에서는 주검을 거름용 흙으로 활용하는 ‘퇴비장’까지 등장했다. 아직 우리네 국민 감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퇴비장도 언젠가는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보건복지부는 최근 화장 후 산이나 바다 등에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 발표했다. 방식을 산분, 수목장림, 해양장 등으로 확대해서 2023년까지 구체화하고, 2024년에 법제화한 후, 2027년까지 산분장 이용 비중을 화장 건수의 3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조사 결과 희망하는 장사방법으로 화장이 89.1%로 가장 높고 매장은 10.9%로 나타났다. 희망하는 안치방법은 자연장 41.6%, 봉안 35.3%에 이어 산분장이 23%로 세 번째로 높았다. 산분장은 법규 보완이 필요하다. 산이나 강 등 육지는 산분장이 가능한 구역을 특정하고, 바다는 금지 구역을 지정하는 등의 제한을 두어야 한다. 국립공원, 상수원보호구역 등 법률로 금지된 지역이 아닌 개인의 토지, 선산은 현재 화장한 유골을 뿌리거나 매장해도 괜찮다. 집 화단에 수목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마침내 ‘퇴비장’까지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얼마 전 시신을 자연분해한 뒤 퇴비용 흙으로 만드는 방식의 퇴비장을 허가했다. 친환경 논란과 함께 종교계의 반발이 적잖은 모양이다.죽으면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 흙이 되기까지 과정은 유족의 선택에 달렸다. 주검이후에도 장사방법을 고민해야 할 판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09
우정구 논설위원 북한의 무력도발에 맞서 한국군이 대북확성기 방송 등의 대북 심리전을 다시 펼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대북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사용에 따라 자칫 군사충돌로 번질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 판단에 많은 이가 주목을 한다는 것이다.정부는 남한 영공침범 등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2018년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이는 대북 심리전 활동을 부활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검토란 점에서 대북방송이나 전단 살포가 재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무력없이 북한 군인 등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사상을 동요시키는 대북확성기 방송이나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무력적 선전 수단이다. 이는 9·19 군사합의 이전에도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에 가장 효과적 대응 방법으로 이를 손꼽고 있다.“심리전의 목표물은 적의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단을 “들리지 않는 총성”, “종이 폭탄”, “심리전의 보병”으로 부르는 것은 전단 효과를 잘 말해주는 표현이다.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은 전쟁 개시 4일째 무려 1천176만장의 전단을 살포했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25억장의 전단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대북 심리전이 비무력적이면서 상대 군인의 감성을 자극하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써 전술적 효과가 크다면 지금은 이를 활용할 운용의 묘가 필요한 때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가 북한의 연쇄 무력도발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고 답했다. 국민안전을 보호할 장치로서 대북 심리전을 활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08
우정구 논설위원 그린벨트 설정의 목적은 도시경관 정비와 자연환경 보존, 도시민의 쾌적한 생활공간 확보 등에 있다. 이에 따라 이곳은 건축물의 신증설, 용도변경, 토지 형질변경 등의 행위가 제한된다.특히 우리나라 그린벨트 지역은 신성불가침 지역으로 인식될 만큼 엄격히 관리돼 왔다. 비록 개인 소유지만 허물어진 집조차 수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개발제한구역 개념이 처음 도입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1938년 세계 처음으로 런던지역 일대를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했다. 토지를 국가 관리대상으로 삼겠다는 개념이다.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이 이 개념을 많이 도입한다. 우리나라는 1971년 7월 서울지역에 처음으로 개발제한구역을 설정했다.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은 도시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 갈등 요소다. 경제성장과 국민복지를 위해 개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이 빚은 자연과 문화에 대한 훼손은 보존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문제다. 자연환경 파괴가 급기야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정부가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넘기기로 결정했다, 지자체는 이번 조치가 지자체 숙원사업을 풀 절호의 기회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지자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국토불균형 발전의 해소방안으로 지역차원의 그린벨트 해제를 지속 주장한 바 있다.정부 조치로 비수도권의 도시개발은 지금보다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존문제가 또다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아졌다. 개발과 보존에 대한 균형있는 정책 조화가 숙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05
홍석봉 정치에디터 앞으로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의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는 모습은 없어질 전망이다.강력범죄자들의 신상 공개 때마다 심하게 보정됐거나 옛날 사진이 공개돼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얼마 전 ‘택시기사·동거녀 살해범’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실물과 다른 모습이 문제가 됐다. 이에 신상 공개 시 30일 이내의 사진을 공개토록 하는 법안이 나왔다.송언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3일 특정강력범죄 혹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경우 30일 이내의 최근 모습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개정안이 통과되면 범죄 피의자 얼굴을 대중들이 식별하기 쉬워지고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궁극적으로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현행법에는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 범죄 피의자는 얼굴·성명·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개되는 피의자 모습은 과거 사진이 많았다. 현재 모습과 달라 잘 알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피의자가 최근 사진 공개를 원치 않으면 방법이 없었다. 신상정보 공개의 원 취지인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 관련법 개정으로 범죄자의 증명사진을 볼 일은 없어졌다.신상 및 사진 공개는 법 제정 당시 논란이 있었지만 잠재적 범죄예방 효과가 컸다.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적 가치를 위해 필요성이 높아졌다. 범죄 피의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화학적 거세까지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와 사진 공개라는 인격 모멸까지 더해졌다. 흉악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됐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04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글씨체가 이처럼 유명해질 지는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지난 2020년 칠곡군이 동네 어르신을 상대로 문을 연 성인문해교실에서 생애 처음으로 한글을 깨친 400여 할머니 글씨 중 개성이 강한 글씨체를 선정해 글꼴을 제작한 것이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많은 이가 즐겨 애용되고 있다.신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에 보낸 연하장에도 칠곡 할매 글씨체가 사용돼 또 한번 화제를 일으켰다. 연하장에는 “위 서체는 76세 늦은 나이에 경북 칠곡군 한글교실에서 글씨를 배운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되었다”고 적고 있다.칠곡군 할매 글씨체는 담당 공무원들의 정성어린 노력으로 2020년 글꼴로 제작됐다. 이후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연이어 탑재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 국립한글박물관에 칠곡 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가 상설 전시되면서 관광객의 볼거리를 제공했고, 전국적 유명세도 타기 시작했다. 박물관측은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한글이 걸어온 역사의 한 발자취”라고 높이 평가했다.할머니들의 글씨가 글꼴로 제작되면서 당시 칠곡군수는 할매글꼴로 명함을 새겨 돌리고 식당에서는 안내문의 글씨체로 이를 활용했다. 포항 해병대는 “신병환영”이란 현수막을 내걸며 칠곡 할매글꼴을 사용하기도 했다.칠순이 넘어 팔순에 이른 어르신들이 생애 처음 배워 쓴 삐뚤삐뚤한 한글 글씨체가 이처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일찍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할머니들의 한과 삶의 무게가 글씨 속에 고스란히 스며져 있은 탓은 아닌지 모른다. 질곡의 삶을 산 우리시대 할머니의 애환이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03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 청송군이 1일부터 지역에서 모든 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승객의 연령과 주소지 등도 상관없이 공짜다. 외지인에게도 무료다. 전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교통 오지 주민들을 위해서다. 가뜩이나 오지 운행 버스회사에는 지자체가 손실금을 전액 보전하는 판이었다.경북 농어촌 지역에 등장한 공짜버스와 천원 택시가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 편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교통 오지 주민들의 손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청송군은 앞서 2015년부터 경북에서 처음으로 천원 택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한 차례 1천원의 요금만 내면 읍면 버스터미널까지 갈 수 있다. 요금 차액은 지자체에서 지원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던 오지 주민들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 노약자들에게 응급상황 발생 시 빨리 대비할 수 있었다. 청송의 천원 택시는 2017년 국민이 뽑은 행정서비스 정부 3.0 대표 브랜드 3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경북도내에서 행복 택시, 천원 택시, 희망 택시, 별고을 택시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택시가 등장했다. 전남 등 지역에서는 100원 택시도 등장했다.행복택시는 운행 횟수와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주민들의 이동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오지마을이 많은 군 단위에서 행복택시는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시골 노인들의 의료시설 이용과 복지·문화서비스에도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천원 택시와 공짜 버스를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교통복지로 포장한 표 확보 수단 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참담한 농촌 실정을 생각하면 이런 포퓰리즘은 언제든 환영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02
우정구 논설위원 고사성어는 옛 역사 속에 있었던 일을 한자말로 만든 관용어다. 고사성어의 상당수는 중국 전국시대에 생겨났다.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위정자를 상대로 유세하면서 역사적 일화를 근거로 한 것 등이 주로 사자성어 형태로 전해져 온다.고사성어는 동양인 사유의 집적체라 할만큼 많이 인용된다. 특히 시공을 초월한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삶의 지침이나 교훈으로도 주목을 받는다.동양권에 속한 우리도 사자성어를 즐겨 사용한다. 특히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새롭게 시작할 때 사자성어를 인용해 그해의 특징이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경제단체 등 많은 기관이 선택한 사자성어 속에서 그들의 각오와 반성을 읽을 수 있다.지난 연말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은 2022년 우리 사회를 “과이불개(過而不改)”라 설명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 탓만 하는 우리 정치의 그릇됨을 꼬집었다. 사자성어는 짧은 말 속에 큰 의미를 담아내는 촌철살인의 묘미가 있다.지난해 “살얼음을 밟고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는 뜻의 여리박빙(如履薄氷)으로 한 해를 시작한 중소기업인들이 올해 사자성어로 금석위개(金石爲開)로 정했다. “쇠와 돌을 뚫는다”는 뜻이다. 정성을 다하면 쇠와 돌도 뚫을 수 있다는 의미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과 통한다.글로벌 경제난 극복에 온 힘을 쏟겠다는 중소기업인의 의지가 담긴 말이다.올해도 경제가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다. 서민에게도 예외없이 혹독한 시련이 닥칠 것 같아 걱정이다. 금석위개의 각오를 다져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