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처음 등장한 “대-한-민-국”은 지금도 감동의 메시지로 남아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한국을 응원할 때면 으레 “대-한-민-국”이 소환된다.월드컵이란 스포츠를 통해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응집할 수 있다는 것은 스포츠만이 가지는 위대함이요 매력이다. 한국 대표팀의 4강 진출 신화를 남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남긴 최고의 메시지는 “꿈은 이루어진다”였다.기대와 예상을 뛰어넘은 한국팀의 선전은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말에 믿음을 갖게 한 위대한 구호였다.2002년 월드컵의 메시지가 “꿈은 이루어진다”였다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메시지는 “중꺾마”다. 중꺾마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이다. 주로 M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상황을 응원하는 말이다.카타르 월드컵 때 한국축구 대표팀이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것을 계기로 이 단어가 급부상했다. 당시 태극전사들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비록 8강 진출은 실패했으나 우리 선수들이 남긴 중꺾마 정신은 많은 국민에게 또 하나의 감동 깊은 메시지로 남았다. 취업준비생이나 입시생, 다이어트에 열중인 사람까지 중꺾마를 적어놓고 의지를 다지는 열풍이 일고 있다.스포츠를 통해 등장한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젊은층에게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었듯이 중꺾마 역시 역경에 처한 우리사회에 안겨준 희망의 효과는 엄청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08
홍석봉 정치에디터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대구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옥중에서도 월정수당을 지급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세비만 챙기는 것은 양심불량이라고 비판했다.우리복지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사실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꼬박꼬박 월정수당을 받는 것은 선출직 지방의원으로서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 시의원은 구속 상태임에도 월정수당으로 339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방의원은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받는다. 월급 개념의 월정수당은 직무 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비용이며, 의정활동비는 의정 자료수집·연구 등 보조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다.이 단체는 “선거법 위반으로 출석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수령하는 것은 ‘세금 루팡’이 따로 없다”고 했다.‘월급 루팡’은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일컫는 말이다. 월급 도둑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10여년 전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되기 시작한 용어다. 특히 줄임말인 ‘월루’라는 용어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주 쓰였다. 한 조사에서 직장인의 80%는 회사에 일한 것보다 월급을 더 받는 월급 도둑, 즉 월급 루팡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월급 루팡은 하는 일도 없으면서 바쁜 척 하거나 업무 중에 딴 짓 하기, 자신의 업무를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미루기 등의 사례가 거론된다.옥중 시의원을 월급 도둑이라고 했지만 기초 및 광역의원 중에도 1년 내 집행부를 상대로 질의조차 않거나 조례 한 건 발의하지 않은 의원들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이들도 밥값을 못하는 ‘월루’와 다름없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07
우정구 논설위원 영국의 영어사전 출판사인 콜린스는 올해의 단어로 ‘퍼머크라이시스’를 선정했다. 영구를 뜻하는 Permanent와 위기의 Crisis가 합쳐진 말이다. 콜린스 측은 “장기간에 걸친 불안정과 불안”을 이 단어의 정의로 규정하고 “2022년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끔찍했는지를 요약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이 단어는 1970년대 학문적 용어로 처음 사용됐으나 최근 몇 달 동안 사용이 급증하면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는 배경이 됐다.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고물가, 미. 중 패권 경쟁 등 하루도 쉴 새 없이 이어져 온 지구촌의 위기 상황이 퍼머크라이시스 시대를 열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올해 우리나라 사정도 퍼머크라이시스로 요약되는 세계적 흐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위기의 연속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경제는 최악이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하고 각 연구기관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정치는 위기상황을 외면하고 있다.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년도 세계 경제를 아우르는 키워드로 퍼머크라이시스를 제시한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내년도 예측 불가능한 위기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해마다 한해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이면 각기관들이 내놓는 세평이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해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묘서동처(苗鼠同處)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콜린스는 ‘퍼머크라이시스’로 올 한해를 세평했다. 우리나라 각 기관들은 올 한해를 어떤 내용으로 요약해 세평할 지 자못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06
홍석봉정치에디터 카타르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오른 한국 선수단은 단체 슬라이딩을 하며 응원단과 함께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슬라이딩 세리머니가 20년 만에 도하에서 재현됐다.축구경기에서 선수가 골을 넣은 뒤 보여주는 기쁨의 표현이 ‘골 세리머니’다. 우리말로 ‘득점 뒤풀이’다.골 세리머니는 80년대 이전에는 요란하지 않았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결승에서 마르코 타르델리라는 선수가 득점 후 사자후를 지르며 질주하는 퍼포먼스 ‘타르델리의 포효’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 세리머니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세리머니가 점점 발전돼 90년대부터 축구계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백혈병에 걸린 경북 칠곡의 여고생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손흥민 선수의 ‘럭키칠곡’ 골 세리머니를 보고 싶다는 사연이 화제다. 럭키칠곡 포즈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검지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7’자 모양의 자세로 김재욱 칠곡군수가 고안했다.칠곡 순심여고 1학년 김재은(15)양은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병실에서 ‘7’자 세리머니를 하며 축구 대표팀을 응원했다. 김양은 이날 SNS에 손흥민에게 골과 럭키세븐 세리머니를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은 물론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전하자는 뜻에서다.손흥민의 등 번호가 ‘7’번이고 대표팀과 토트넘에서 7번을 달고 뛴다. 칠곡은 첫 글자 ‘칠’과 발음이 같은 숫자 7을 ‘평화와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럭키칠곡 세리머니가 손흥민의 새 아이콘이 되고 승리의 여신이 되길 바란다. 백혈병 김양에게는 기적의 세리머니가 되길./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05
우정구 논설위원 축구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현대식 축구의 개념이 완성된 곳은 영국이다. 1863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축구협회를 설립했고, 이후 축구의 세계화에 기여함으로써 종주국의 위치를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우리나라에 축구가 전해진 것은 1882년 제물포에 상륙한 영국군에 의해서다. 육지에 상륙한 그들이 축구를 하고 이를 지켜본 어린이에게 축구공을 건네주고 간 것이 시발이라 한다.축구공은 총 12개의 5각형과 20개의 6각형으로 이어져 있다. 공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각 부분들이 부풀어 오르면서 꼭지점과 모서리가 없어지고 둥근 모양으로 변한다.“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을 쓴다. 축구 경기에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기에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연속 이변이 일어나 화제다.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꺾고 연속 16강에 올랐는가 하면 한국이 포르투갈에 역전승하면서 16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한국과 일본 등의 승전보는 아시아권 국가의 축구 역량이 크게 신장된 결과기도 하지만 이들 국가의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평가도 있다.특히 일본은 2005년 ‘일본의 길’ 프로젝트를 시작해 이번 대회에 모두 19명의 유럽파 출신 선수를 등용했다. 우리(8명) 보다 2배나 많은 숫자다.월드컵 4회 우승 경력을 가진 독일 전차군단의 몰락 또한 이변이다. 준우승 4번까지 합쳐 독일만큼 막강한 팀은 없으나 2번 연속 16강 탈락으로 독일은 충격에 빠져 있다.스포츠 경기의 이변은 스포츠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다. 뻔한 승부는 재미가 없다. 둥근 축구공 때문에 한국 축구에 거는 기대감 또한 높아져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04
우정구 논설위원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폭발하면서 시작된 시위가 지금은 ‘반봉쇄’를 넘어 ‘반정부’ 양상으로까지 치달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외신들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反)시위는 1989년 6월 발생한 천안문 사태를 연상케 할만큼 심각한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베이징과 상해 등 적어도 전국 10개 이상 도시에서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특히 카타르 월드컵 중계를 통해 마스크를 벗고 즐겁게 응원하는 세계인의 모습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젊은이를 중심으로 제로코로나 반대시위가 일어나 그 기세가 얼마나 커질지 주목된다. “카타르와 중국은 다른 행성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니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인의 불만과 불신의 정도를 가늠할 만하다.시위가 “영수를 원하지 않는다” “언론자유를 달라”는 등 시진핑 퇴진으로 분위기가 바뀌자 중국 당국도 긴장된 모습이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봉쇄조치 일부를 해제하는 등 강온양면책을 쓰기도 하고 있으나 강경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중국 당국은 2019년 홍콩의 반중 시위 때처럼 이번 시위도 외부 적대 세력의 개입으로 규정하고 강경 단속 중이다.15억의 거대한 인구와 도농간의 의료환경 격차가 큰 중국으로서는 제로코로나 정책의 선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오랜 봉쇄로 숨이 막힌 주민들이 반정부 시위로 나오면서 시진핑의 중국정부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2-01
홍석봉 정치에디터 경북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중부선 문경~상주~김천 연결철도 건설이 지난 28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통과했다.당초 비용대비편익(B/C)이 낮아 예타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철우 도지사가 발로 뛰었다. 기재부 재정사업을 평가하는 SOC분과위원회에 참석, 문경~상주~김천 구간의 철도가 연결되지 않은 중부선 내륙철도는 반쪽짜리 철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방시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철도건설이 반드시 필요함을 주장함으로써 예타를 통과할 수 있었다.그동안 많은 SOC사업이 경제성 부족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된 경우가 많았다. 문경~상주~김천 연결철도는 낮은 경제성 예측치에도 불구하고 이철우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및 단체장과 주민 등이 똘똘 뭉쳐 탄원서를 제출하고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추진의 당위성을 호소한 결과 중앙부처와 관계기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결국 정성을 다한 지역민들의 염원이 반쪽자리 철도를 온전하게 만들었다. 국토 대동맥 철도SOC는 국토균형발전의 주축으로 사람과 물자를 대량수송할 수 있어 물류비용을 절감시키고 지역간 활발한 교류는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철도 단절은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철도단절로 인해 내륙 속의 섬 형태로 남았던 곳이 바로 중부선 문경~상주~김천 미연결구간이었다.중부선은 문재인 정부때 김천~거제 구간이 예타를 통과한데 이어 이제 서울~김천~거제까지 국토 중심부를 관통하는 기간망 철도로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됐다. 상주·문경시민들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경북도와 지역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30
우정구 논설위원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위기의 가구란 말이 생겨났다.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상 문제, 사회적 고립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구를 일컫는 용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실직이나 휴·폐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 중대한 질병, 장애 등으로 도움이 절실한 사람, 그리고 학대나 가정 폭력 등으로 긴급하게 위기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특히 고령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가족이나 친척 등 주변의 사람들과 단절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이 또한 위기 가구다. 일본서는 오래전부터 노령층의 나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고독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2014년 생활고를 비관하여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 사건의 충격으로 정부가 복지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복지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지난 8월 수원 세모녀 사건에 이어 최근 서울 신촌에서도 생활고를 비관한 모녀의 주검이 발견됐다.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의 집 앞에는 전기료 독촉장이 나붙어 있고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복지국가란 국가가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복지 혜택을 부여하는 나라다. 국민 생활의 최저 보장은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개념이다. 우리가 경제대국이라 말하지만 사회보장적 측면에서는 많이 미흡하다.행정기관이 분류한 위기 가구가 대구경북에서만 수 만가구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그들의 수가 더 늘어났다고 한다.연말을 맞아 우리 주변에 위기의 가정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온정의 마음이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29
홍석봉정치에디터 안동지역의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내방가사는 주로 규방의 여성들에 의해 창작되고 전해져 왔다. 규방가사라고도 부른다. ‘내방가사’는 경북 안동 지역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짓고 낭송하면서 기록한 여성들만의 문학 장르다.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교훈적인 내용부터 남성 중심의 유교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비애와 노동의 고단함, 기행(紀行) 등 여성들의 의식과 생활 체험에서 겪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됐다. 두루마리나 책 등의 형태로 필사하고 여성들의 모임에서 낭송함으로써 전승, 전파돼 왔다.이번에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을 담은 기록이자 한글이 공식 문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최종 등재가 결정됐다.내방가사는 여성들의 한글을 익히기 위한 용도로 활용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교적 이념과 남성 중심주의가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상류층 여성일지라도 교육과 사회참여는 거의 불가능했다. 여성들은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삶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글을 배우는 것도 어려웠다. 내방가사는 여성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가 만들었다. ‘내방가사’는 동아시아의 남성중심주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녹아 있다.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는 안동지역 여성들의 곡진한 삶과 문학정신의 가치를 세계인에게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로 내방가사의 전승이 중단되고 맥이 끊어질 위기다. 이에 안동시가 내방가사전승보존회를 발족해 내방가사 경창대회를 열고 가사모음집을 발간,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은 후손의 도리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28
우정구 논설위원 국회의원에게는 두가지 특권이 있다. 하나는 면책특권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불체포특권이다. 특권이라는 용어에 강한 거부감이 있지만 국회의원에게 이를 부여한 것은 민의를 대표하는 신분이기 때문이다.헌법 제45조에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절대권력이나 집권자의 부당한 압력 또는 탄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다.국회가 정부의 정책통제기관으로서 기능을 다하고 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라는 뜻이다. 이 제도는 의회의 나라 영국에서 출발해 지금은 세계 각국이 도입하고 있다.그러나 국민을 위해 쓰도록 한 권리가 국민이 아닌 정당이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제한하자는 비판 여론도 없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발언 내용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시해 타인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는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시도 한 적이 있다. 면책특권 범위의 모호성이 문제의 논란이다.최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나 면책특권이 또다시 비판 대상으로 떠올랐다. 제도의 잘못보다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는 국회의원 개인의 양식이나 도덕성 그리고 자질 부족이 제도의 취지를 못 살린다는 비판이 많다.뻔히 알면서 면책특권의 가면을 쓰고 이를 악용하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국회 스스로가 강한 척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다.논란을 일으킨 김 의원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니 그 결과를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 전기 삼는 중의가 모아져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27
우정구 논설위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고향사랑기부금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준비가 한창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사람에게 돌려줄 답례품 선정에서부터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노력이 병행,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진작 이 제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제도 정착을 위한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고향사랑기부금제에 관한 인식조사에서 “고향세를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7%에 불과했다. 73%는 “전혀 모른다”는 답변을 해 고향세 시행에 따른 성과가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다.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시행 첫해 모아질 기부금의 규모가 전국적으로 576억∼865억원 정도로 예측됐다. 우리보다 앞서 시행한 일본처럼 인지도가 최대한 높아질 경우 최대 7천767억원의 기부금이 조성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일본의 경우 2008년 처음 시행하면서 첫해 865억원의 기부금이 모아졌으나 2020년에는 7조원이 넘는 돈이 고향을 위해 기부된 것으로 조사됐다.고향사랑기부금제는 출향인사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대다수 국민이 제도를 잘 알지 못하고 있어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가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으로 해당 지역 농축산물을 주로 이용하기로 하면서 농민들의 기대는 커가고 있으나 기부금 모금이 부진할 경우 되레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지금부터라도 고향세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벌여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24
홍석봉정치에디터 ‘삼국유사’는 경북 군위군의 트레이드 마크다.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인각사(麟角寺)는 고려말 승려인 일연(1206∼1289)이 삼국유사를 편찬한 곳으로 이름 높다. 643년 원효(元曉)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절 입구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기린이 뿔을 얹었다고 해서 절 이름을 인각사라고 지었다고 한다.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은 인각사를 중창하고 이곳에서 입적했다.보물로 지정된 인각사보각국사탑 및 비석이 중요문화재다. 2008년 인각사 건물지 유구에서 출토된 금속공예품과 청자 등 18점의 유물도 보물로 지정됐다.삼국유사와 인각사의 가치를 꿰뚫어 본 군위군은 2010년부터 삼국유사의 역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1년엔 삼국유사 테마파크가 문 열었다. 2021년엔 기존의 고로면의 명칭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꿔 삼국유사의 고장 조성에 한 획을 그었다.군위군은 소중한 기록 문화유산인 삼국유사를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인각사에서 삼국유사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를 기원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그런데 이런 군위군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인각사 주변에 수자원공사가 무단으로 전봇대를 세웠다가 철거하는 소동을 빚었다. 수자원공사는 인각사 부근 삼국유사로에 전봇대 12개를 세우고 시설물을 설치하려다 군청의 공사중지와 함께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인근 군위댐의 수상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인각사 인근에서 문화재청 허가 없이는 어떤 개발 사업도 할 수 없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공기업의 행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23
우정구 논설위원 붉은 악마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서포터즈의 이름이다. 1997년 PC통신의 한 축구동호회가 국가대표팀을 공식적으로 응원할 서포터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으면서 탄생했다.붉은 악마의 응원전은 이듬해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부터 시작됐고, 그해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인 한·일전 때는 길거리 응원전으로 확대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와서는 길거리 응원이 절정에 이르러 대회기간 동안 동원된 연 인원이 무려 2천400만명에 달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붉은 악마란 이름은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올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을 당시 외국 언론들이 대표팀을 ‘붉은 악령’으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 붉은 색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부터 선수들이 상의를 붉은 색으로 입어와 대표팀 상징 색으로 어색함이 없다. 붉은 악마는 치우천왕기를 응원기로 쓰는데, 치우천왕은 환인의 후손으로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전설의 군신(軍神)으로 알려진 인물이다.일본도 국가대표 공식 서포터즈로 ‘울트라닛폰’이 있고, 중국은 ‘볼에 미친 사람’이란 뜻의 ‘치우미(球迷)’란 이름의 서포터즈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붉은 악마처럼 외국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는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되면서 붉은 악마의 서울 광화문 거리 응원전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국민을 하나로 만든 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이태원 참사가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거리응원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결정이 어떻게 나든 “대~한민국”의 함성은 또다시 울려 퍼질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22
홍석봉정치에디터 20여년 전 슬리퍼 차림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고는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요즘엔 한겨울에도 양말을 신고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집에서부터 슬리퍼를 질질 끌며 신고 와서는 그대로 교실로 들어간다. 하루 종일 슬리퍼와 함께 공부한다.대부분의 학교가 슬리퍼 등교를 금하며 복장불량으로 벌점을 주지만 학생들은 개의치 않는다. 신발주머니를 갖고 다니다가 교문 밖에서 바꿔 신기도 한다. 슬리퍼가 등하굣길 패션은 물론, 학생들의 일상 패션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들이 성인이 되면서 어느덧 아무 때나 편하게 신는 생활품이 됐다.슬리퍼(slipper)는 원래 실내에서 신는 신이다. 뒤축이 없이 발끝만 꿰게 돼 있다. 국내에서 슬리퍼 유행에 불을 지핀 것은 흔히 삼선 슬리퍼라고 불리는 아디다스 슬리퍼다. 정식 명칭은 ‘아딜렛(Adilette)’이다. ‘아딜렛’은 1972년 출시돼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한 때 촌스러움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이 슬리퍼는 중고교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등하굣길 신발로 학생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MBC 기자의 슬리퍼 인터뷰가 시끄럽다.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때 MBC의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 MBC 기자와 대통령실 간 고성이 오갔다. 대통령실은 MBC 보도가 악의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며 공격했다. 공식석상에서 취재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비난했다. 야당은 취재 예의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의 편협함을 지적했다.슬리퍼는 죄가 없다. 그래도 공식적인 자리에는 곤란하다. 옷차림은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해 준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21
우정구 논설위원 1970∼80년대 일어난 중동 붐은 한국경제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경제개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절에 중동시장은 한국에겐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중동에 있는 석유 산유국들이 1973년 원유를 무기화하면서 세계는 1차 석유파동에 빠진다. 그러나 산유국 입장에선 석유를 팔아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기회가 되었고 또 그들은 이를 기반으로 도로와 항만 등 국내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집중 투자를 하게 된다.1973년 한국의 삼환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와 카이바를 잇는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내 중동 진출 1호 기업이 되었다. 이후 동아건설이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따냈고, 현대건설은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리는 주베일산업항 공사를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 대우건설 등이 고속도로건설 등을 수주하면서 국내 업체가 1985년까지 수주한 건설공사 수주액이 무려 700억 달러다.중동의 건설 붐을 타고 한때는 10만명이 넘는 건설인력이 사막의 나라 중동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힘겹게 땀 흘려 일하면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근로자가 중동에서 약 1년을 일하면 자신의 채무변제는 물론 결혼자금도 벌 수 있었다고 한다.이 때의 경험을 통해 중동 산유국은 한국을 토목건설공사가 강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다녀간 뒤 제2의 중동 붐이 화제다. 빈살만 왕세자가 구상하는 인류 최대 역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초대형 스마트신도시 건설 사업에 한국기업이 얼마나 참여할 지도 벌써 관심이다. 건설뿐 아니라 이제는 첨단산업에까지 역량을 키운 한국기업의 중동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20
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10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보다 11.1%나 올랐다. 41년에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오른 것은 처음이라 한다.물가가 오른 만큼 서민층의 살림살이는 예전에 보기 드물게 팍팍해졌다. 소비 성향도 알뜰 소비쪽으로 바뀌고 있다. 쇼핑할 때 가격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다소 흠이 있어도 값이 싼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한다.경제고통지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늠하기 위해 고안한 지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한 수치로,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임을 의미한다.우리나라는 올들어 21년만에 국민의 경제고통지수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석유 등 국제 원자재값 등이 폭등한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전년보다 최고 6%대까지 치솟아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외식비 등이 많이 올라 편의점 등에서 값싼 점심으로 한끼를 때우는 직장인이 늘었다고 한다.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10∼20대 청년들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청년층이 많이 소비하는 음식, 숙박, 교통비 등의 품목에서 물가가 많이 올랐고, 코로나로 인한 취업난까지 가세돼 고통받는 우리시대 젊은이의 아픔이 그대로 노출됐다.나라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할 정치권의 민생 대책이 무엇보다 아쉬운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7
홍석봉 정치에디터 17일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통상 수능 날에는 한파가 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수능 한파’라는 이름이 붙었다. 본고사 때는 ‘입시 한파’가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29차례 치러진 수능시험 중 수능 한파가 온 것은 8차례뿐이다. 이중 지난 1998년 수능 당시 서울 기온이 영하 5.3도로 떨어져 역대 수능 중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되고 있다.그러면 ‘수능 한파’는 속설에 불과한 것일까? 수능시험 날에 추워지는 것이 아니라, 추워지는 시기에 수능 시험일이 잡힌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수능 시기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다. 추워지는 시기에 수능이 잡히니, 수능 날도 추울 확률이 당연히 높다. 실제로 1년 중 수능 직전의 열흘 남짓한 기간에 기온이 가장 빨리 떨어진다.수능시험 날은 또 아침 일찍 시험장에 가야 한다. 새벽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이다. 평상시 출근 및 등교 시간보다 이른 새벽 6시쯤 집을 나서야 하니 추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험생과 가족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긴장하면 신경도 더욱 예민해진다. 수험생의 긴장도 수능 한파에 한몫했을 터이다. 그리고 특별한 날의 기억은 사람의 뇌리에 깊이 남는다. 수험생들이 수능 날 느꼈던 단 한 차례의 추위 기억이 평생 간직되기 때문이다. 각인 효과다. 이런 연유로 수능 날의 추위가 특별하게 느껴지고 ‘수능 한파’라는 관형어로 굳어진 듯하다.17일 수능 날에는 한파가 없을 전망이다. 기상대는 수능 날 아침 최저 기온이 대구 4도, 포항 7도, 구미 3도, 안동 1도 등으로 평년 수준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수험생 여러분 편안하게 시험 치세요./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16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3년 동안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이 무려 4만 마리가 넘는다는 충격적 보고서가 나왔다.국립생태원 생태적응팀이 2019∼2021년 사이 발생한 로드킬을 집계해 보니 해마다 1만마리가 훨씬 넘는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종류별로는 고라니가 2만9천여마리로 가장 많았고 너구리, 노루 등의 순으로 밝혀졌다고 한다.국내서도 로드킬로 죽는 야생동물이 늘면서 2018년 환경부와 교통부 등이 ‘동물 찻길 사고조사 및 관리지침’을 만들어 야생동물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2020년 미국 유타주 야생동물자원부는 야생동물용 고가도로를 별도 건설해 야생동물이 고가도로 위를 오가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언론에 공개했다.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당국의 노력이 주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국내서 한해 수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로 죽어간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고라니의 희생 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고라니가 유난히 많은 것은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이 멸종단계에 이르면서 고라니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한 탓으로 보고 있다.어쨌든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막는 것은 다급한 문제다. 야생동물의 지리적,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이 편리하고자 무분별하게 만든 도로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로드킬을 경험한 운전자들이 뜻밖의 사고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 세심한 로드킬 예방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5
홍석봉정치에디터 흉년만큼 힘든 풍년이다. 풍년에 농부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인 이른바 ‘풍년의 역설’ 때문이다. 국내산 과일의 가격이 전년보다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미소 짓는 반면 농부들은 한숨만 내쉰다. 과일은 풍작인데 값은 오히려 전년보다 못하다. 각종 자재 및 농약 등과 인건비는 올랐는데도 과일값에 반영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반면 수입산 과일은 원가 상승에 따라 고공행진 중이다.올해 사과와 배 등 과일이 풍작을 이뤘다. 예년에 비해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았고 수확기에 일조량이 좋았던 덕분이다. 과일은 잘 익었고 병충해 발생도 적었다. 과일의 당도가 높고 맛이 뛰어나지만 가격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른 추석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많이 남은 물량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생산된 사과와 배 저장량이 전년 대비 각각 2%, 21%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물량이 늘면 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단감은 생산량과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12%, 6% 늘면서 도매가격이 전년보다 20~3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샤인머스켓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샤인머스켓은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쌀은 ‘풍년의 역설’을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풍년이 쌀값 폭락으로 이어져 농심을 멍들게 한다. 정부는 시장격리와 공공비축미를 늘리는 대책을 내놓았다. 농민 살리려다가 국가 재정이 구멍날 판이다.배추와 양파, 마늘 등 농작물은 걸핏하면 풍작과 가격폭락을 되풀이한다. 수급조절을 못한 농정과 농민 탓이 크다. 올해는 특히 작황이 좋은 과일이 풍년의 역설을 피해가지 못했다. 농민은 절망한다. 농부의 마음은 풍년을 반기지 못한채 타들어가고 있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14
우정구 논설위원 경산시 와촌면에 위치한 갓바위 부처는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한번은 들어준다는 부처님으로 소문나 있다.팔공산 남쪽 관봉(冠峰)의 정상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좌불상인 이 부처님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이다.그러나 세칭 갓바위 부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통일 신라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60년대초 학술지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65년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체계적인 보존 관리를 위해 국보 승격을 문화재청에 건의했지만 가치가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로 유보된 바 있다.갓바위란 이름은 불상의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넓적한 돌이 올려져 있어 유래했다.갓은 본래 팔각형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오랜 세월 속에 훼손되는 바람에 지금의 모양으로 남은 것으로 본다.석굴암 본존불상처럼 후덕하고 무뚝뚝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갓바위의 모습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여 탄력이 있지만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가 있다. 귀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고 굵고 짧은 목에 3중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표시돼 있다.”갓바위 부처는 해발 850m 산정상에 있다. 그럼에도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입시철에는 자녀의 대학진학을 소원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부처님의 시선이 부산, 경남쪽을 향하고 있다하여 그 지역 신도들의 방문도 잦다.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에 닥쳤다. 소원성취 갓바위 부처님의 영험함이 모든 이에게 골고루 전해졌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