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조 때 영의정과 도체찰사를 지낸 서애 유성룡이 쓴 징비록(懲毖錄)이 새삼 전국의 이목을 끌었다.
이목을 끌게 한 주인공은 바로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지난달 27일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 참석차 경북 안동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지사가 징비록을 선물한 때문이다. 징비록은 “과거의 잘못을 경계해 삼간다”는 뜻인데, 임진왜란의 발발 원인과 전쟁 과정에서 조정의 실정 등을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
때마침 대통령이 안동 유림인사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진 장소인 병산서원도 유성룡이 징비록을 쓴 장소이기에 이 지사의 징비록 선물에 담긴 의미에 관심이 더 갔다.
언론들은 이 지사가 징비록을 대통령에게 선물한 이유에 대해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 나라의 근간을 튼튼히 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날 이 지사는 책을 건네면서 “징비록은 부끄러운 역사를 이겨내고 오늘이 있게 한 위대한 기록”이라며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라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조선시대 대부분 지방관료가 한양에서 파견돼 주인 의식이 없고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관료가 먼저 도망가는 일이 벌어졌으니 지방이 무너지고 불과 20일만에 수도 한양이 함락된 것”이라 설명했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전란사로 임진왜란의 공과를 냉정히 따져 기록한 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조차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인기를 모은 책이다.
이 지사는 평소에도 지방시대를 열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에게 징비록 일독을 자주 권했다고 한다. 지방시대에 대한 이 지사의 남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