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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오염된 플라스틱에 형성된 해양 생태계… 결국엔 ‘우리 입’으로

“홍합이 해변으로 떠밀려온 플라스틱 부표와 페트병에 붙어 자라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결국 우리가 먹는 홍합도 이런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호미곶에서 해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해숙씨(61)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을 전했다. 정씨는 “바람이 많이 불거나 파도가 높게 치는 날이면, 해변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마어마하게 밀려온다”며 “이게 다 어디서 왔을까 했는데, 중국 문자로 된 라벨이 붙어있는 페트병들이 해변에 널려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놀랐던 순간도 언급했다. 정씨는 “순창 고추장 통이 일본 해변에 떠다니는 걸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우리가 먹고 버린 것이 이렇게 먼 곳까지 가는구나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변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10L짜리 쓰레기봉투 두 장을 들고 포항시 북구에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가 봤다. 화진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를 건넨 것은 파도에 떠밀려 해안을 구르는 생수병이었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주워 담다 보니 그 출처는 다양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중국과 일본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페트병들이었다.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봉투는 금세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가득 찼다. 다른 해수욕장은 어떨까. 월포 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답은 쉽게 나왔다. 거센 파도에 밀려온 해조류 사이로 숨어있는 페트병들, 찌그러진 막걸릿병, 그리고 쓸모를 잃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들이 해변의 일부가 된 듯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칠포해수욕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누군가 먹다 버린 고추장 통,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란 액체가 든 페트병, 푸바오가 그려진 플라스틱 모자 등 예상치 못한 다양한 쓰레기들이 발견됐다. 해수욕장 앞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씨(63)는 “파도에 떠밀려오는 쓰레기가 정말 많다. 가끔 해변 청소를 하러 여러 단체에서 오지만 그때뿐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제 해양환경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는 1억5000만t 이상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날 때마다 800만t이 추가된다. 이는 1분마다 쓰레기 수거차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는 것과 같다.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일부는 대양을 순환하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쓰레기 섬(Garbage Patch)을 형성한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가 만든 쓰레기 섬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다.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1600㎞ 떨어져 있는 이 쓰레기 섬의 크기는 무려 160만㎢에 이른다. 한국 국토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과학자들은 7만900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곳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플라스틱과 관련한 연구 2600여 개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해양 생물 297종 중 88종이 플라스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물에 몸이 걸리고, 낚싯바늘에 입이 얽히고, 배에는 먹이 대신 플라스틱 조각이 쌓이는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다. 실제로 작년 8월 강원도 고성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폐사체 부검 결과 뱃속에서 비닐, 플라스틱 조각이 쏟아져 나왔다.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한 것이다. 발견된 폐사체 10마리 중 7마리 뱃속에서는 총 64점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 정회헌 해양환경공단 해양폐기물 관리센터 대리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하천·하구, 해양 레저 활동, 어업·양식 활동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며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망 훼손 및 어획물 오염을 일으켜 조업 시간이 지연되고,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훼손한다. 해안 경관 훼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불법 투기를 방지하며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사례 수거∼재활용, 신제품으로플라스틱 오염 막는 해양청소기술세계적 혁신기술·시스템으로 주목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네덜란드의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과 ‘그레이트 버블 베리어’(Great Bubble Barrier), 호주의 ‘씨빈 프로젝트’(Seabin Project)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단체는 각각 혁신적인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해양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동시에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덜란드 ‘오션 클린업’ ‘오션 클린업’은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네덜란드의 비영리 단체로, 특히 태평양에 형성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GPGP) 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3년에 도입된 ‘시스템 03’은 거대한 U자형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길이가 약 2.2km에 달해 한 번에 축구장 크기만큼의 해양 구역을 청소할 수 있다. 시스템 03의 가장 큰 장점은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수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중 카메라와 해양 동물 안전장치(MASH)를 통해 쓰레기 수거 과정에서 해양 생물이 그물에 갇히는 것을 방지하고, 필요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션 클린업은 수거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며, 해양으로 다시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 ‘그레이트 버블 배리어’ 독일 출신 엔지니어 필립 에르호른이 2015년 호주 유학 중 폐수 여과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그레이트 버블 배리어’(The Great Bubble Barrier) 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강이나 바다의 운하 바깥쪽에서 강력한 공기를 내뿜어 거품장벽을 만들고 장벽에 막힌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운하 입구로 돌아오도록 설계됐다. 테스트 결과, 버블 배리어는 강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86%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환경친화적 특성도 갖췄다. 거품으로 만들어진 장벽이기 때문에 어류와 선박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으며 물속 산소 농도를 증가시켜 수질 개선에도 기여한다. 현재 암스테르담의 운하에 설치된 시스템은 연간 약 42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며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강이나 운하를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차단해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 ‘씨빈’ ‘씨빈’(Seabin·바다 쓰레기통) 프로젝트는 호주의 두 서퍼, 앤드류 터튼(Andrew Turton)과 피트 세글린스키(Pete Ceglinski)에 의해 시작됐다. 이 두 서퍼는 항구와 마리나에서 해양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수거할 수 있는 장치인 씨빈을 개발했다. 씨빈은 간단한 설치와 유지보수로 다양한 해양 환경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는 장치로, 현재 전 세계 860곳 이상의 항구에 설치돼 있다. 씨빈은 전기 구동식으로 하루 24시간 운영되며 물을 끌어당겨 부유 쓰레기, 미세 플라스틱, 기름 찌꺼기 등을 빨아들인다. 이 장치는 하루 약 3t, 지난 6년간 총 약 2000t 이상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씨빈 프로젝트의 장점은 간편한 설치와 유지보수, 그리고 해양 쓰레기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수거된 쓰레기는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 씨빈 프로젝트는 기술적 솔루션뿐만 아니라,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교육적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11-24

해양쓰레기 발생 1위, 포항 어민 버린것 아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해양쓰레기 발생 경감정책인 어구보증금제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어업 종사자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한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7면해양수산부가 지난 1월 12일부터 세계 최초를 자부하며 전격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 중 통발에 대한 보증금제는 해양쓰레기 줄이기에는 실효성이 없는 반면 소규모 연근해 통발 어민들에 대한 규제만 심화시켰다는 불만이다.7일 동해안 대게잡이 등 연근해 자망 통발 업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에 따르면 어구실명제에 따라 소유자, 선명 등 어업허가 사항을 적어 바다에 설치한 어구의 부표 또는 깃발이 몸집 큰 어선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는 이 대형 어선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들이 쓰는 일회용 자망을 단속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어구보증금제는 어구 판매금액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포함해 어업인에게 판매하고, 어업인이 나중에 사용한 폐어구(통발·자망·부표 등)를 각 지역별 지정 집하장으로 가져와 반납하면 어구를 살 때 미리 지급했던 보증금을 돌려주는 자발적 회수 제도다. 2024년부터 2025년말까지 2년간 통발 어구만을 대상으로 하며 이후 2026년부터 자망 그물, 부표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해수부는 이 제도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23억 원, 올해는 시행을 위한 예산으로 96억 원을 편성하는 등 ‘어구 보증금제도’ 시스템 구축에 각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연안에서 자망 통발 어구를 사용해 게나 오징어잡이를 하는 어민들은 어구가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 요인은 아니라며 해양쓰레기 경감정책에 대한 철저한 현장조사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 항에만 수천 척의 상선이 오가는데 이 배들이 어민들의 조업 구역을 지나다니며 유령 어구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어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의 조업 구역 재설정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서로 조업 구역이 겹쳐 어민들의 어구 손상과 분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일부 대형 어선들의 부주의한 어업활동과 상선들의 어구 훼손으로 발생하는 어구 쓰레기가 심각한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해양 자원 관리와 보호를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단정민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7-07

“부표 훼손으로 분실… 너무 아까워요”

“부표가 훼손됨으로 인해서 분실되는 어구들이 부지기수야.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버려지는 거야. 안타까워. 전부 재산인데. 해양 오염? 문제 되지. 해양쓰레기가 돼버리고. 유령 어구가 되면 내가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어”지난 5일 오후 2시.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는 오전 조업을 마친 배들이 한데 모여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점 그을린 데 없는 새하얀 몸체에 저마다 까만 이름표를 달고 고단한 듯 삐걱삐걱 한숨을 내쉰다. 그 앞으로는 통발과 그물이 힘을 다한 듯 맥없이 널브러져 있다.마침, 배에서 내리는 10t급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 씨를 만나 물었다. “조업 활동하시면서 바다에 버리는 어구들이 많나요?” 박 씨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버려지는 어구가 아니고 분실되는 어구라고 해야 해.” 23년간 뱃일을 했다는 그를 붙잡고 이유를 묻자, 그간 참아온 억울함이 봇물 터진 듯 터져 나왔다. “상선들이 동해로 드나들면서 부표를 훼손하는데 이게 엄청나. 여기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부표 훼손이 상당히 많아. 상선들은 워낙 덩치가 크고 어선 줄은 가느니까 잘리거나 터져도 항해에 별 지장이 없으니 신경을 안 쓰고 지나다니지.”박 씨는 어업활동 중 분실되는 어구로 인한 해양쓰레기 발생 원인으로 조업지역을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을 꼽았다.7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의 상선 출·입항은 지난 5월달에만 무려 4023척으로 집계됐다. 포항에서 상선이 출항하는 항구로는 영일만항, 포항구항, 포항신항 등이며 여객, 컨테이너, 시멘트, 모레, 철제, 석탄 등을 싣고 운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동해구기선저인망은 대게 어업인과 조업 구역을 두고 몇 차례 분쟁을 겪어왔다. 지난 2010년 11월 9일 경북 환동해지역본부에서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어업인상생협력협약’이 체결됐지만, 협약 이행은 미지수로 남아있다.지난 2020년 8월에는 경북 동해안에서 동해구기선저인망의 막가파식 싹쓸이 조업으로 대게 조업에 종사하는 자망 어업인이 어구 파손 및 분실로 수억 원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었다.일부 어민들 사이에서는 조업 구역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해구기선저인망, 동해구트롤 두 대형 어선과 조업 구역이 겹쳐 손상되거나 잃어버리는 어구의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지역 각 시·군청 조사 결과 현재 어업 허가를 받아 조업하고 있는 동해구기선저인망은 모두 21척, 동해구트롤은 총 29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어구 분실을 막고 해양쓰레기 감소를 위해 어구 보증금제·생분해 어구 사용·어구 실명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쓰레기 감소는커녕 어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환경생태공학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경상북도 해양쓰레기 발생원조사 및 관리 방안 수립’ 보고서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가 해양생물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해양생물의 사망률 증가로 어획량이 감소하여 경제적 손실 및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이준모 경북대학교 생물해양학과 교수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에 대해 “바닷속 유령 어구들에 대형 어류들이 갇혀 빠져나갈 수 없게 되면 부패하게 되는데 이는 해양생물들이 입는 일차적 피해가 된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대부분의 어구는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져 오랜 시간을 두고 분해되는 미세플라스틱에 해양생물이 노출되고, 이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들의 체내에 쌓이게 되면 생명에 지장을 받게 되고 이에 오염된 해양생물들은 결국 인간의 생리학적 이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상선들의 횡포가 해양쓰레기 만들어”인터뷰 / 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자망어선 선장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씨는 7일 “상선들이 저지르는 횡포 등으로 여러 피해가 많다”며 20여 년 조업을 하며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포항시와 해양수산청 등에서 조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해양쓰레기 1위 도시가 포항이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어업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청정 동해안의 이미지를 되찾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다음은 박 선장과의 일문일답이다.규정 이외 통발 구입이 가능하니어구 보증금제가 무슨 의미 있나실명제 깃발도 상선이 잘라 버려부표값만 더 올려놓은 꼴이 됐다시, 지도·단속부터 제대로 해야-어업활동에 얼마간 종사했는지?△23년간 뱃일을 했다. 통발, 그물로 문어·고동·대게·오징어를 잡는데 통발은 약 4000개, 대게 그물은 약 100포 정도 사용하고 있다.-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어구보증금제는 통발 한 개를 1000~3000원에 살 때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더 주게 된다. 그러면 그 업체에서 보증금을 받아 관할 내 소속된 시·군에 그 보증금을 보낸다. 받아서 또 포항시에 보내줘야 하니 통발 업체에서도 귀찮아한다. 누가 붙이는지 모르지만, 어구 보증금제를 표기하는 태그는 통발에 붙인다. 이게 또 분실하게 되면 난감하다. 어구보증금제를 하게 되면 동해안에 통발은 4000개, 서해는 3000개, 서·남해안은 3000개 이상은 통발을 구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해양수산부에 전화해 보면 4000개든, 4만 개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어구 보증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보증금제는 규정 이외의 통발은 구입을 못 하도록 만들어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내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하니 보증금제 시행에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 분실된 통발을 나라에서 수거하면서 비용을 어민들한테 미리 받는다는 건데 분실하고 싶어서 분실하는 어민이 어디에 있나. 상선들, 저인망 어선들이 부표를 다 훼손시킨다. 다른 쪽에서 그 돈을 받아야지 왜 어민들한테 받는지 억울하다.-해양오염과 유령 어구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생분해 어구는 사용하고 있는지?△ 3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고기 잡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 일반 그물, 우리가 과거에 쓰던 나일론 그물보다 생분해 어구가 고기 잡히는 확률이 좀 낮다. 생분해 어구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어구실명제는 지키고 있는지?△어구실명제는 1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표에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악법이다. 행정처분 하는 도구로 삼아 범법자로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어구 실명제에 사용되는 부표에 꽂을 깃발은 한 개 1000원, 1500원씩 주고 사는데 상선들이 지나가면서 다 잘라 훼손시켜 부표값만 더 올려놓는 꼴이다.-많은 지자체 중 포항이 해양쓰레기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생각은?△구룡포 수협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니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수협에서는 수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우리 어업인들이 알고 있기로는 서·남해안 중 서해안이 해양쓰레기가 제일 많이 나오는 장소다. 포항에서는 구룡포 수협에 예산을 책정해 준다. 우리가 바다 쓰레기를 구룡포 수협에 가지고 가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과거에 없던 쓰레기가 기록으로 잡힌다. 포항은 기록이 나타나고 다른 데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으니, 포항이 당연히 1위를 할 수밖에 없다. 어선 척수로 봤을 땐 전라도가 훨씬 많다.-어업인으로서 포항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포항시에서 동해를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에 대한 지도·단속부터 철저히 실시하고 제대로 된 정책 마련으로 더 이상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어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7-07

포항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 불명예 벗어야

포항이 ‘해양쓰레기 발생량 1위 도시’라는 한국해양대 연구진의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포항시민들로선 불명예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포항시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해양쓰레기 1626t을 수거했는데, 2018~2020년까지 수거량과 비교하면 폐어망·어구 쓰레기는 2배나 늘어난 수치다.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해양쓰레기 문제를 넘어 환경 오염·환경 파괴의 심각성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물을 연재한다. 본지가 시민단체인 포항환경연대와 함께 해양환경공단과 환경부 등 관계기관을 취재한 결과, 어업활동 중 버려지는 폐어구와 스티로폼 부표, 폐통발 등이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본지는 이번 기획물에서 해양쓰레기 문제 외에도 소비자들의 무절제하게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폭증하는 생활폐기물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소비자들이 자원을 구매, 사용, 처리하는 일상생활 과정에서 어떤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짚어보고, 자원절약을 생활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인류는 산업화와 과학 기술의 발달로 편리한 생활과 물질적인 풍요를 얻었지만, 동시에 이로 인한 환경 오염과 환경 파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환경파괴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포항시가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다. 우리나라 바다에 쌓인 해양쓰레기 가운데 지역별로 포항과 강화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과 강화도에서는 100m당 30개 이상의 해양쓰레기가 파악되고 있다.이 같은 불명예스러운 통계는 한국해양대 연구진이 지난해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에 발표한 ‘2009∼2021년 한국 해안선 조사에 기초한 해양쓰레기 분석 및 전망’ 논문에서 나타났다. 포항시 해양수산과 통계에서도 포항의 해양쓰레기 발생량이 2021년 750t, 2022년 800t, 2023년 1015t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 포항시’라는 보도 이후 해양 환경 보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바다의 날(5월 31일)’을 계기로 포항에서도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친환경선박발전소에 대한 논의가 대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7면지난 2022년 1월 해양수산부에서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9조 및 해양수산과학기술육성법 제8조(연구개발사업 등의 추진)에 따라 ‘해양 부유 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 선박개발 및 실증’사업을 공모한 바가 있다.또 지난해 6월에는 부산대와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가 해양쓰레기 수거·처리용 수소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의 활용을 비롯한 조선 해양 분야 협력플랫폼 구축에 대해 국제공동협력협약을 맺었다. 양측은 해양폐기물을 기반한 수소생산, 수소 선박 활용 방안 및 성과확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추진하기로 했다.해양수산부와 부산대 수소 선박 기술센터가 추진 중인 해양쓰레기 수거처리 친환경 선박 기술의 최종 목표가 해양쓰레기로부터 전기에너지를 획득하는 선박 위의 발전(發電) 기술로 나아갈 것이라며, 지속 가능 포항환경연대 유성찬 공동대표가 포항에서도 선박발전소 기술을 연구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30일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는 매년 10만여t 이상이라고 한다.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을 것이라는 말이 생겨날 지경으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유 공동대표는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가 포항이라고 하는데, 장기적인 대책 없이 어민들이 수거해온 해양쓰레기를 200리터 1포대에 2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조업 중에 발견, 발생한 쓰레기일지라도 다시 바다에 그대로 버리고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어선에는 잡은 물고기 외에 실을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포항의 어민들이 조업 도중에 발생한 폐그물 등 해양쓰레기를 위판장까지 싣고 와서 처리해야 할 지경이라니, 해양쓰레기를 수거해도 끝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4-05-30

바다밑 미세 플라스틱 조각 75조 개… 떠다니며 인류 위협

한계에 다다른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위해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특히 해양쓰레기는 세계의 바다를 급속하게 망가트리고 있다. 이는 생태계와 연안 경제, 그리고 오염된 해산물을 먹는 수십억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한국 정부도 2008년 세계 최초로 법정계획으로서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19년에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의 50%를 저감하는 목표를 담은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바다의 날을 맞이해 ‘해양플라스틱 제로화 원년’을 선포하기도 했다. 같은 해 해양수산부는 2020년 주요 예산 편성 방향 1순위로 “항만 지역 미세먼지와 해양쓰레기 저감에 집중 투자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해양쓰레기 문제는 정부만의 현안은 아니다. 포항시에서 간헐적으로 다뤄지던 해양쓰레기 문제는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시와 포스코 간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자체와 기업 간의 주요한 지속 가능한 지구 보전 문제로 부상했다. △포항시 3년간 해양쓰레기 1626t 수거…이전 3년 대비 2배나 증가포항시는 포스코와 함께 ‘Save Our Ocean’ 해양 환경 정화 사업을 통해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626t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는 사업 시행 전인 2018~2020년까지 3년과 비교하면 폐어망·어구 수거량이 2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해양쓰레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포항시는 포스코와 2021년부터 민관협력으로 ▲조업 중 인양 쓰레기 수매 ▲어촌계별 쓰레기 수거 장비 지원 ▲영일만 해역 자율 해양 정화 활동 등을 추진했다.하지만 어업인들의 조업 활동 중 인양한 폐어망, 폐통발 등의 해양쓰레기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폐어망 어구로 인한 해양오염은 전국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 플라스틱 6.7만t의 54%인 3.6만t이 발생하고, 폐어구로 인한 유령어업으로 연간 41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포항시 해양쓰레기 발생량, 종류, 처리예산포항시는 정부가 2019년,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의 50%를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포항시의 해양쓰레기 처리예산은 2021년 발생량 750t에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 3억1000만원, 태풍 카눈 피해복구 2억500만원에서 2022년 발생량 800t 해양쓰레기수거사업 3억1000만원, 태풍 카눈 피해복구 4억2000만원으로 확대 편성했다.해안가 읍면동에서 인력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쓰레기는 굴삭기를 임차해 처리하고, 포항시 해양항만과에서 업체에 의뢰해 처리하고 있다. 모래까지 같이 수거되는 해양쓰레기는 사토 처리도 하고 있다.△정책과제만이 아닌, 시민 전체가 체감해야 할 환경 문제간헐적으로 다뤄지던 해양쓰레기 문제는 2000년대 이후에는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해양쓰레기가 독립적인 의제로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와 연계해 해양쓰레기, 해양 플라스틱을 주요한 사안으로 지적했다.유넵(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이 발표한 해양쓰레기 대응 전략인 호놀룰루 전략(NOAA and UNEP, 2011)과 2012년 해양쓰레기에 관한 글로벌 파트너십 형성 전후를 기점으로 이에 대한 공동행동이 강조되고 있다.WWF나 Green Peace 등으로 대표되는 국제 NGO 역시 해양쓰레기를 세계적으로 문제화하는 데 기여했다. 해양은 해양쓰레기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서 재구성되고 있다.△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작은 적, 심해 점령 플라스틱매년, 세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이 최대 1천만t에 달한다. 10,000,000t. 100억㎏. 쉽게 짐작이 되지 않는 너무나도 큰 양이다. 알 자지라(Al Jazeera)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바다 플라스틱을 모아서 납작하게 펼쳤을 때 대략 카타르 크기의 지역을 덮을 수 있다. 그리고 50년 안에, 플라스틱 쓰레기의 면적은 프랑스의 국토 면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플라스틱이 세계의 바다를 옥죄어오면서 수십억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해양은 하나의 또 다른 인류의 가공할 쓰레기장이다. 매년 15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로 유입된다. 특유의 난분해성(분해가 잘 되지 않는 특징)은 우리 생활에 유익한 반면, 심해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골칫거리 쓰레기다. 일본 타쿠 아무라(Taku Omura)팀이 최근 플라스틱 심해도 분석 연구에서 심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떻게 생분해되는지, 그 생분해를 돕는 미생물 집단의 특징은 어떤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연구 결과를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했다.△파악조차 어려운 미세플라스틱 쓰레기 피해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약 12만6000t으로, 6년 전인 2017년(8만2000t)에 비해 54% 급증했다. 2013년 4만9000t에 불과했던 집계치는 2020년 13만8000t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12만1000t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5000t(4%) 늘어났다. 정부가 지역별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통계를 매년 공개하고 있으나, 실제로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겉으로 드러난 해양오염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영역은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물의 표면 아래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은 전체 해양 플라스틱의 약 99%를 차지한다. 최대 75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들이 바다에 떠다닌다. 해산물에 축적된 플라스틱이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르는 것은 그중 하나다. △인천시, 100t급 해양환경정화선 1척 더 건립할 계획한강을 통해 유입되는 매년 수만t의 쓰레기와 폐어구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시는 2022년 해양쓰레기 수거 관리 체계를 본격 개선했다. 해안가 쓰레기 불법투기 감시 인력을 기존 11명에서 36명으로 늘리고, 대상 지역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또 어민들이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사들이는 사업에 총 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해양쓰레기 집하장도 5곳을 추가 설치한다. 올해 말까지 75억 원을 들여 100t급 해양환경정화선 1척을 더 건조한다.현재 인천의 해양오염도 조사, 미세플라스틱 조사 등에 투입하는 해양환경정화선은 85t급 ‘씨클린호’가 유일하다. 지난해 무인도 등에서 모두 22t의 해양쓰레기를 처리했다.△세계 최초 해양쓰레기 수거용 액화천연가스·수소 하이브리드 선박 신기술거둬들인 해양쓰레기를 육상에서 재활용·소각·매립하던 처리기술이 변화하고 있다. 배 위에서 해양쓰레기 수거와 처리를 한꺼번에 하는 신개념 LNG·수소 하이브리드 특수선박 기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아이디어는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에서 나왔다.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다부처 공동 사업에 선정되면서 2026년까지 국비 278억 원, 부산시·울산시·경남도비 100억~130억 원, 민간기관 90억 원 등 500여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받기로 했다. 상용화 시기는 2027년으로 잡고 있다.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기술은 영하 163도의 냉열을 이용해 해양쓰레기를 얼려서 분쇄하는 기술이다. 해양쓰레기를 배 위에서 수거·처리해서 수소를 만들면 해상과 육상을 오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육상 처리에서 생기는 매립·소각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 /윤희정·장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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