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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훼손으로 분실… 너무 아까워요”

단정민 수습기자
등록일 2024-07-07 19:40 게재일 2024-07-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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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연속 기획-어구 쓰레기, 오해와 진실
지난 5일 찾은 구룡포항, 오전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가 구부정하게 앉아 찢어진 통발 그물코를 깁고 있다.

“부표가 훼손됨으로 인해서 분실되는 어구들이 부지기수야.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버려지는 거야. 안타까워. 전부 재산인데. 해양 오염? 문제 되지. 해양쓰레기가 돼버리고. 유령 어구가 되면 내가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어”

지난 5일 오후 2시.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는 오전 조업을 마친 배들이 한데 모여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점 그을린 데 없는 새하얀 몸체에 저마다 까만 이름표를 달고 고단한 듯 삐걱삐걱 한숨을 내쉰다. 그 앞으로는 통발과 그물이 힘을 다한 듯 맥없이 널브러져 있다.마침, 배에서 내리는 10t급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 씨를 만나 물었다. “조업 활동하시면서 바다에 버리는 어구들이 많나요?” 박 씨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버려지는 어구가 아니고 분실되는 어구라고 해야 해.”

 

버려지는 어구 아닌 잃어버린 것  

자망어업인 자산 손실 피해 커져

유령 어구로 해양생물 사망률 ↑

어획량 감소로 경제손실 악순환

미세플라스틱에 생태계도 위협

23년간 뱃일을 했다는 그를 붙잡고 이유를 묻자, 그간 참아온 억울함이 봇물 터진 듯 터져 나왔다. “상선들이 동해로 드나들면서 부표를 훼손하는데 이게 엄청나. 여기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부표 훼손이 상당히 많아. 상선들은 워낙 덩치가 크고 어선 줄은 가느니까 잘리거나 터져도 항해에 별 지장이 없으니 신경을 안 쓰고 지나다니지.”

박 씨는 어업활동 중 분실되는 어구로 인한 해양쓰레기 발생 원인으로 조업지역을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을 꼽았다.

7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의 상선 출·입항은 지난 5월달에만 무려 4023척으로 집계됐다. 포항에서 상선이 출항하는 항구로는 영일만항, 포항구항, 포항신항 등이며 여객, 컨테이너, 시멘트, 모레, 철제, 석탄 등을 싣고 운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해구기선저인망은 대게 어업인과 조업 구역을 두고 몇 차례 분쟁을 겪어왔다. 지난 2010년 11월 9일 경북 환동해지역본부에서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어업인상생협력협약’이 체결됐지만, 협약 이행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경북 동해안에서 동해구기선저인망의 막가파식 싹쓸이 조업으로 대게 조업에 종사하는 자망 어업인이 어구 파손 및 분실로 수억 원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어민들 사이에서는 조업 구역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해구기선저인망, 동해구트롤 두 대형 어선과 조업 구역이 겹쳐 손상되거나 잃어버리는 어구의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지역 각 시·군청 조사 결과 현재 어업 허가를 받아 조업하고 있는 동해구기선저인망은 모두 21척, 동해구트롤은 총 29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어선 한켠에 자리 잡은 스티로폼 부표 위로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깃발이 꽂혀 있다.
지난 5일 어선 한켠에 자리 잡은 스티로폼 부표 위로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깃발이 꽂혀 있다.

정부는 현재 어구 분실을 막고 해양쓰레기 감소를 위해 어구 보증금제·생분해 어구 사용·어구 실명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쓰레기 감소는커녕 어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환경생태공학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경상북도 해양쓰레기 발생원조사 및 관리 방안 수립’ 보고서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가 해양생물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해양생물의 사망률 증가로 어획량이 감소하여 경제적 손실 및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준모 경북대학교 생물해양학과 교수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에 대해 “바닷속 유령 어구들에 대형 어류들이 갇혀 빠져나갈 수 없게 되면 부패하게 되는데 이는 해양생물들이 입는 일차적 피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어구는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져 오랜 시간을 두고 분해되는 미세플라스틱에 해양생물이 노출되고, 이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들의 체내에 쌓이게 되면 생명에 지장을 받게 되고 이에 오염된 해양생물들은 결국 인간의 생리학적 이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5일 구룡포항에 정박한 어선 앞으로 통발과 부표가 켜켜이 쌓여있다.
지난 5일 구룡포항에 정박한 어선 앞으로 통발과 부표가 켜켜이 쌓여있다.

“상선들의 횡포가 해양쓰레기 만들어”

인터뷰 / 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자망어선 선장

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씨는 7일 “상선들이 저지르는 횡포 등으로 여러 피해가 많다”며 20여 년 조업을 하며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포항시와 해양수산청 등에서 조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해양쓰레기 1위 도시가 포항이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어업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청정 동해안의 이미지를 되찾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선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규정 이외 통발 구입이 가능하니

어구 보증금제가 무슨 의미 있나

실명제 깃발도 상선이 잘라 버려

부표값만 더 올려놓은 꼴이 됐다

시, 지도·단속부터 제대로 해야

 

-어업활동에 얼마간 종사했는지?

△23년간 뱃일을 했다. 통발, 그물로 문어·고동·대게·오징어를 잡는데 통발은 약 4000개, 대게 그물은 약 100포 정도 사용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

△어구보증금제는 통발 한 개를 1000~3000원에 살 때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더 주게 된다. 그러면 그 업체에서 보증금을 받아 관할 내 소속된 시·군에 그 보증금을 보낸다. 받아서 또 포항시에 보내줘야 하니 통발 업체에서도 귀찮아한다. 누가 붙이는지 모르지만, 어구 보증금제를 표기하는 태그는 통발에 붙인다. 이게 또 분실하게 되면 난감하다. 어구보증금제를 하게 되면 동해안에 통발은 4000개, 서해는 3000개, 서·남해안은 3000개 이상은 통발을 구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해양수산부에 전화해 보면 4000개든, 4만 개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구 보증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보증금제는 규정 이외의 통발은 구입을 못 하도록 만들어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내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하니 보증금제 시행에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 분실된 통발을 나라에서 수거하면서 비용을 어민들한테 미리 받는다는 건데 분실하고 싶어서 분실하는 어민이 어디에 있나. 상선들, 저인망 어선들이 부표를 다 훼손시킨다. 다른 쪽에서 그 돈을 받아야지 왜 어민들한테 받는지 억울하다.

-해양오염과 유령 어구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생분해 어구는 사용하고 있는지?

△ 3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고기 잡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 일반 그물, 우리가 과거에 쓰던 나일론 그물보다 생분해 어구가 고기 잡히는 확률이 좀 낮다. 생분해 어구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구실명제는 지키고 있는지?

△어구실명제는 1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표에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악법이다. 행정처분 하는 도구로 삼아 범법자로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어구 실명제에 사용되는 부표에 꽂을 깃발은 한 개 1000원, 1500원씩 주고 사는데 상선들이 지나가면서 다 잘라 훼손시켜 부표값만 더 올려놓는 꼴이다.

-많은 지자체 중 포항이 해양쓰레기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생각은?

△구룡포 수협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니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수협에서는 수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우리 어업인들이 알고 있기로는 서·남해안 중 서해안이 해양쓰레기가 제일 많이 나오는 장소다. 포항에서는 구룡포 수협에 예산을 책정해 준다. 우리가 바다 쓰레기를 구룡포 수협에 가지고 가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과거에 없던 쓰레기가 기록으로 잡힌다. 포항은 기록이 나타나고 다른 데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으니, 포항이 당연히 1위를 할 수밖에 없다. 어선 척수로 봤을 땐 전라도가 훨씬 많다.

-어업인으로서 포항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포항시에서 동해를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에 대한 지도·단속부터 철저히 실시하고 제대로 된 정책 마련으로 더 이상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어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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