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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ㆍ연예

영화 `도리안 그레이`

누구나 호감을 느낄 만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청년 `도리안 그레이`(벤 반스)는 외모만큼이나 순수하고 착한 청년이다.하지만 화가인 `바질`(벤 채플린)이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에 반해 초상화 속 자신의 모습이 영원할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까지 팔겠다는 맹세를 하게 된다.자신을 사랑하는 `시빌 베인`(레이첼 허드우드)과 결혼을 결심한 도리안 그레이에게 `헨리 워튼 경`(콜린 퍼스)은 “유혹에서 벗어나는 길은 유혹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며 환락의 세계를 알려준다.순수함을 잃은 그는 시빌을 버리고 점점 쾌락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도리안 그레이가 수많은 여성을 농락하며 탐욕을 부리고 살인을 저지를수록 그의 초상화는 구더기가 끓고 악취가 나는 등 점차 추악하게 변해 간다.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한 외모를 지닌 그는 “쾌락과 행복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에밀리 워튼`(레베카 홀)을 만났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영화 `도리안 그레이`(감독 올리버 파커)는 세계적인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스크린에 옮겼다. 원작은 이미 수차례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진 고전이다.영화는 미의 추구를 예술의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 `유미주의`의 정점에 서 있었던 오스카 와일드가 소설에서 그린 19세기 말 영국을 배경으로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묻는다.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의 추구가 시공간을 초월한 화두이듯 `성형 열풍`이 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의미심장하다./연합뉴스

2013-05-27

`한방` 있다는 확신으로 버텼죠

검정 모자를 눌러쓴 낯선 얼굴의 청년은 무대에 오르며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6일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의 `해바라기 편`에 첫 출연한 가수 문명진(36)이다.해바라기의 `슬픔만은 아니겠죠`를 부른 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감정을 온몸에 실었다. RB 창법으로 진성과 가성을 수려하게 오간 그의 무대가 끝나자 반향은 엄청났다.`알앤비 교본` `고수의 재발견` 등의 호평이 쏟아졌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찍었다. 10년 만에 지상파 방송 출연이란 점도 감동을 배가시켰다.그는 지난 2001년 데뷔해 `상처` `하루하루` 등의 곡을 히트시켰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난 2011년 서태지와아이들 출신 이주노가 MBC TV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노래를 기가 막히게 하는데 얼굴이 외국인 갱 같다”고 언급해 반짝 화제가 된 적이 있을 뿐이다.여세를 몰아 그는 지난 18일 `불후의 명곡`의 100회 특집 `들국화 편`에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로 407표를 얻어 우승을 차지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상”이라며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실 것 같다”는 소감이 잔잔한 여운을 줬다.최근 문명진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다음달 2일 가수 백지영과 배우 정석원의 결혼식에서 부를 축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평생 한 번 있는 소중한 자리이니 축가여도 연습을 해야…. 하하.”`들국화 편`에서 우승한 소감을 묻자 그는 그때 기분을 지금 다시 상기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꿈꾸는 것 같았어요. (우승이 결정되자)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 가지 감정이 들더군요. 처음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울지마, 울지마`였어요. 아버지가 3년 전 암투병을 하다 돌아가셨는데 그때 이후 눈물이 많아졌거든요. 툭하면 울어서 안 울려고 노력 중이에요.”들국화의 1집 곡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를 연습하면서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삶이 지치고 힘든데 그래도 아침이 밝아온다는 내용의 가사가 자신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 얘기하는 노래 같았다”며 “때론 출연진이 선호하는 곡이 겹치면 `뽑기`를 하는데 다행히 내가 원하던 이 곡은 뽑기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그간 TV에 노출되지 않은 데는 자의(自意)도 있었다. 10여년 전 방송 출연 현장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 때문이다.“10여년 전 케이블 채널 음악 프로그램에서 (업타운 출신으로 `하루하루`를 작곡한) 정연준 형과 함께 듀엣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형이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하자 PD가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전 인지도가 없는 신인이어서 혼자 출연시키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 일이 상처가 돼 `방송은 이런거구나. 앞으로 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죠.”이후 소속사와 계약을 할 때도 `방송에 일체 출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번 `불후의 명곡` 제의가 왔을 때도 거절하고 싶었다고 한다.“처음엔 제안을 거절했어요. 방송에 비칠 제 모습을 상상해보니 추하고 초라할 것 같았죠. 허니패밀리의 멤버 주라와 함께 상의했는데 `어쩌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기회다` `더이상 지금보다 밑으로 떨어질 일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죠.”스스로 자부하는 건 음악을 놓지 않고 살았다는 점이다. 보컬 레슨을 하며 돈을 벌었고 간간이 싱글도 내고 OST 곡도 불렀다. “싱글 시장이 좋아졌으니 홍보가 안 돼도 느낌 좋은 곡을 발표하는데 만족했다”며 “지난 2011년 처음으로 누구 간섭없이 발표한 `잠 못 드는 밤에`가 가장 아끼는 곡”이라고 소개했다.바람대로 10년 만에 재조명 받는 기회가 왔지만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힘든 환경을 딛고 다시 음악 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지금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고 있는데 이제 슬픈 노래는 그만하고 싶다고 웃었다.그는 “그간 힘든 환경이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고 때론 사람들에게 이용당해 병적으로 경계와 의심이 많았다”며 “그래서 10년간 음악인으로 제대로 살지 못했는데 모두 좋게 평가해줘서 부끄럽다. `더 노력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노래와 무대 매너로 인사드릴 수 있었을텐데`란 후회도 한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2013-05-27

싸이, 빈곤 퇴치 목적 유엔신탁기금 기부

가수 싸이(36·사진)가 지난 10일 유엔 사무총장 신탁기금의 특별 프로젝트에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유엔 사무총장 신탁기금(United Nations Secretary General Trust Fund)이 세계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특별 프로젝트에 싸이가 기부했다고 24일 밝혔다. 기부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이에 따르면 싸이의 기부금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추진하는 빈곤 퇴치 사업과 `밀레니엄 개발 목표` 달성에 사용될 예정이다.`밀레니엄 개발 목표`는 빈곤과 질병, 문맹, 환경 악화, 여성 차별 등 8가지 문제를 2015년까지 해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또 유엔이 추진하는 여성·아동 건강 프로젝트인 `에브리 우먼 에브리 차일드`(Every Woman Every Child)에도 사용된다.싸이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반 사무총장을 처음 만나 `말춤`을 가르쳐 주고 덕담을 나눈 인연이 있다. 지난 1월 정초에도 이들은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서 만나 새해 인사를 나눴다.YG 관계자는 “싸이가 빈곤 퇴치를 위한 반 사무총장의 노력에 감명받아 할 수 있는 한 관련 계획을 돕고자 했다”고 배경을 전했다.싸이는 지난달에도 신곡 `젠틀맨`의 음원 예상 수익금 5억원을 소아암 어린이 환자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2013-05-27

SBS 월화극 `장옥정`서 주인공 장희빈 역 김태희

숙종이 장희빈에게 선물했다는 `취선당(就善堂)`에서 만난 배우 `장희빈`은 하고 싶은 말도 풀어내고픈 생각도 많아 보였다.지금까지 장희빈으로 표현한 것보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야망이 있는 배우, 바로 김태희의 이야기다.지난 24일 경기도 고양시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세트장에서 열린 기자담간회에서 김태희는 “곧 장희빈이 엄청 충격을 받아요. 그래서 장희빈의 분노가 폭발하죠. 상도 다 뒤엎고요. 정말 악역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했다.드라마 `장옥정`은 권모술수에 능한 장희빈 대신 사랑에 몸을 던진 `여인` 장옥정에 주목한다. 여기에 그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설정을 더했다.김태희는 자신의 역할을 설명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가미했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장옥정을 더욱 설득력 있는 인물로 그리려 노력했다는 설명이다.그는 “드라마를 시작할 때 단순히 악녀를 보여 드리려는 의도가 아녔어요. 그도 분명 태어났을 때부터 악녀는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그런 이미지로 남았을까가 궁금했어요. 선악을 이분법적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죠”라고 설명했다.이어 “악행에 이유가 있고, 특수한 환경 때문이라는 재해석을 보여 드리려 해요. 이전 작품에서는 과연 숙종을 사랑했는지 모를 정도로 처음부터 악하게 그려졌었죠. 물론 나도 나중에 숙종을 속여요. 그래도 죄책감과 불안감은 지니고 있죠”최근 일부 조사에서 시청률 10%를 넘는 등 상승세지만 초반에는 몹시 부진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서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그는 “초반 시청률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때 정말 당황했어요. 부정적 기사에 상처받고 힘들었죠. 예전 같으면 그런 결과에 정말 자존심이 상해서 죽고 싶었을 거에요(웃음)”라고 털어놓았다.그는 하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용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옥정이처럼 치열하게 노력한 것 같아요. 옥정이처럼 독하게 살아보려고요”라며 미소지었다.그는 최근 장옥정이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기 시작하며 대사가 급격히 늘어나 연기가 만만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내가 대사를 빨리 외우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유아인 씨는 정말 빨리 외우더라고요. 나는 미리 많이 외워야 온전히 감정에 빠져서 연기할 수 있는 편이라 앞으로 조금 걱정이네요”`장옥정`은 27일 밤 10시 15회가 방송된다. 24부작인 드라마는 이제 절반을 살짝 지나 점차 절정으로 향한다.“초반에 비해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악독한 장희빈의 모습도 나오니 기대해주세요. 동시에 더 인간적이고 수긍할 만한 캐릭터를 그리려 노력하겠습니다” /연합뉴스

2013-05-27

유진 활약 중인 `백년의 유산` 시청률 30% 돌파

“`막장` 드라마라고 말씀하시지만, 결국은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단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 놀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막장`은 아니에요.”MBC TV 주말극 `백년의 유산`이 지난 12일 시청률 30%의 벽을 넘었다. 20%만 넘어도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방송가 현실에서 거둔 놀라운 성적이다.그러나 이 드라마는 강력한 흡입력에도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보내는 시어머니, 늘 품에 개를 안고 사는 새 며느리 등 황당한 설정들이 반복된 탓에 일각에서 `막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극 후반부에 들어 두 주인공이 본격적인 멜로를 펼치나 싶더니, 30년 전 아이를 바꿔치기한 백설주(차화연)의 비밀이 드러나 또다시 `롤러코스터` 전개를 예고했다.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여주인공 민채원을 연기하는 배우 유진(32·사진)을 만났다.“초반에는 극 중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고, 민채원이라는 캐릭터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증을 자극했죠. 또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도 있잖아요. 그 안에는 평범하지 않은 중년의 사랑 이야기도 있고요.”유진은 “30%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기분이 좋다”며 “주위 반응도 재미있어하고, 힘들어도 힘이 난다. 모든 것이 잘 작용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그러면서도 “극 초반 고부 갈등이 부각돼 이야기 전개가 조금 주춤했던 점은 아쉽다”며 “앞에서 고부 관계를 드러냈으니, 이제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잘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채원이 실제의 저보다는 인내심도 강하고, 훨씬 착한 것 같아요. 저라면 그렇게 지내지 못했을 거에요. 극 중 철규(최원영)는 너무 `마마보이`잖아요.” (웃음)사실 대중이 바라보는 유진은 그룹 SES 출신 `요정`, 혹은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미용 프로그램 `겟잇 뷰티`의 트렌디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그가 이혼과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내는 주말극에 선뜻 출연한 점이 의아스럽다.그는 그러나 “나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배우는 어떤 역할도 맡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존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배우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또 “캐스팅 제의가 오면 밝고 명랑한 캔디형 캐릭터가 가장 많았다”며 “그나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악역 비슷한 역할을 하고, 공포 영화(`요가학원`)도 했는데, 성격상 밝은 캐릭터가 맞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웃었다.`백년의 유산`은 `진짜 진짜 좋아해` `인연 만들기`에 이어 세 번째 MBC 주말 드라마 출연.유진은 시청률 50%를 넘긴 전작 `제빵왕 김탁구` 이후 `백년의 유산`으로 연타석 시청률 `홈런`을 쳤다. 그러나 그는 “50%를 찍어보니, 대중의 반응이 확실히 달랐다. 그렇지만 시청률이 대표작의 척도는 결코 아니”라고 초연해했다.“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을 때 대표작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을 때 그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어요. 다양한 역할로 수십 번 변화하면서 `변신 잘하는 배우`가 되기도 하죠. 저는 솔직히 후자가 좋아요. 앞으로 그렇게 하는 게 제 욕심입니다.” /연합뉴스

2013-05-24

`세이프`로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진출한 문병곤 감독

“열심히 만들긴 했지만, 얼떨결에 덜컥 뽑혀서 깜짝 놀랐어요. 칸에 다시 올 일은 없을 줄 알았거든요.”21일(현지시간) 칸에서 만난 문병곤(30·사진) 감독은 이렇게 운을 뗐다. 그는 `세이프`(Safe)로 제6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25일 공식 상영을 앞두고 있다.2011년 중앙대 졸업 작품인 단편 `불멸의 사나이`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데 이어 두 번째로 칸에 입성했다. 학교 다닐 때 실습용으로 만든 한 편을 제외하고 그가 영화를 제대로 만든 것 자체가 고작 두 번째라는 점에서 놀라운 성취다.이번 영화 `세이프`는 신영균문화재단 후원 공모에서 발탁돼 500만 원을 지원받고 문 감독이 자비 300만 원을 들여 제작비 총 800만 원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미쟝센단편영화제 출품이 목표였단다.지난해 9월 개포동의 주택가에 있는 한 지하 주차장을 빌려 나흘 동안 찍었다.“그래도 편집을 4개월 동안 했으니까 열심히 만들긴 했어요.”컨테이너 상자로 만든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로 꾸몄다. 이 공간이 영화 속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전체 무대다.“돈이 없다 보니 다른 공간을 빌리거나 만들 수가 없어서 공간 이동이 없는 시나리오를 썼어요. 이곳이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라는 사실은 화면 밖의 사운드로 넣었죠. 대신 이 안의 구조는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좁은 데서 그나마 변화를 주려고요.”영화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여대생이 가불금을 갚기 위해 사람들이 환전을 요구하는 돈의 일부를 몰래 빼돌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대생은 이 좁은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상황은 오히려 그녀가 예상치 못한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삶과 세상의 아이러니에 관심이 있어요. 조그만 환전소에서 벗어나려는 여대생이 노력을 하면 할수록 상황이 더 나빠지는 거죠.”이 영화의 이야기는 현대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거대 금융 자본이 사람들이 맡기는 돈을 굴려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려 하다가 결국 파산하게 된 현실과 닮아 있다. 영화 제목인 영단어 `세이프`(Safe)는 안전하다는 뜻과 함께 돈을 보관하는 `금고`라는 의미도 있다.“영화에 나오는 세 사람은 원래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문제는 환전소라는 공간에서 만났다는 것이죠. 환전소는 실제 노동이 없는 공간이잖아요. 돈이 오가면서 커미션만 받고 정작 그 밖의 노동하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그 시스템이 가장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요.”작은 이야기 안에 자본주의 사회의 아이러니를 담은 보편성이 칸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여기서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코믹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영화가 비극으로 끝나는데도 유럽 사람들은 그걸 재미있게 받아들이더라고요.”수상 기대를 하는지 묻자 그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지난번에도 평가는 좋았는데 상은 못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무리 칭찬을 들어도 기대를 아예 안 하려고요. 영화제가 끝나면 다음 작품을 위해 또다시 고군분투해야 하니까 이 시간을 쉬는 기간으로 생각하려고요.”칸에 두 번이나 오면서 배운 점으로 그는 국내에서 만날 수 없는 해외 관객들을 만난다는 점을 꼽았다.“관객 반응이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굉장히 예상 못 한 데서 웃고 그래요. 그런 경험은 창작자로서 눈을 넓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연합뉴스

2013-05-24

영화 `뜨거운 안녕`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돈과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도 그 순간을 남보다 조금 더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예 피할 수는 없는 것. 바로 죽음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알 수 없어 더욱 두렵게 느껴지는 죽음. 영화 `뜨거운 안녕`은 죽음의 순간을 코앞에 둔 시한부 환자들의 일상을 담았다.폭행 사건에 휘말린 아이돌 스타 `충의`(이홍기 분)는 지방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사회봉사를 하게 된다.충의의 눈에 비쳐진 병원은 한마디로 `개판`이다. 소시지 반찬을 더 달라고 화를 내는 조폭 출신 뇌종양 환자 `무성`(마동석)부터 밤마다 읍내 나이트클럽에서 `알바`를 하는 간암 말기 `봉식`(임원희), `도촬` 전문 백혈병 꼬마 `하은`(전민서)에 까칠한 위암 말기 자원봉사녀 `안나`(백진희)까지 온통 `수상한` 인물 투성이다.병원이 마냥 답답하기만 하던 충의는 우여곡절 끝에 빚 때문에 폐쇄 위기에 놓인 병원을 살리고자 오디션에 참가하려는 환자들을 돕게 되고 점차 이곳 시한부 환자들로 구성된 `불사조 밴드`와 한팀이 돼 간다.영화는 저마다 사연을 지닌 시한부 환자들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을 그린다.`불사조 밴드`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지 모르는 오디션을 위해 한발 한발 내딛는 모습에서 죽음을 피하기보다 죽음의 곁에서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긍정의 힘이 엿보인다.반전 매력의 무성을 비롯한 개성 넘치는 환자들의 유쾌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다룬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중반부터 슬슬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30일 개봉. 상영시간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2013-05-24

영화 `저스트 어 이어`

`냇`(로즈 번)과 `조쉬`(라프 스팰)의 결혼식장. 이제 막 새로운 인생을 향해 한 걸음 내딛게 된 이들을 지켜보던 냇의 언니는 이렇게 말한다. “1년만 살아보라 그래.”`러브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노팅힐` 등을 제작한 워킹타이틀의 신작 `저스트 어 이어`(감독 댄 마저)는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알콩달콩한 연애 과정은 과감히 생략했다.대신 영화는 결혼 전에는 마냥 행복할 줄로만 알았으나 실제로는 매 순간 삐걱거리는 냇과 조쉬의 순탄치 않은 1년차 결혼 생활을 다룬다.냇은 종일 소파에만 누워 툭하면 `저질` 유머를 날리는 것도 모자라 회사 모임에서 막춤을 춰대며 진상을 떠는 남편 조쉬에게 질릴 대로 질린 상태다.그러던 어느 날 냇의 앞에 재력, 외모, 매너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고객 `가이`(사이먼 베이커)가 나타난다. 냇은 자신이 미혼인 줄 알고 프러포즈까지 한 가이에게 흔들린다.한편 완벽한 아내를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사건건 이어지는 냇의 잔소리에 질린 조쉬는 예전 여자친구인 `클로이`(안나 패리스)가 다시 여자로 보이자 혼란스러워한다. 권태기 극복을 위해 전문가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 출발하는 브란젤리나 커플의 영화 `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미스`처럼 영화 속 냇과 조쉬도 전문가 상담을 통해 결혼 1주년을 넘기는 데 집중하기로 한다.“미움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극중 대사처럼 우여곡절 끝에 결혼 1주년을 맞은 냇과 조쉬. 이들은 결혼 1주년이 돼서야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30일 개봉. 상영시간 97분.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2013-05-24

손호영 소유 차량서 교제했던 女 변사체 발견

가수 손호영(33·사진)씨 소유의 승용차에서 젊은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1일 오후 3시께 강남의 모 아파트 인근에 주차된 손씨의 차량에서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이 차량은 일주일 전부터 불법주차돼 있었으며 견인업체 직원이 이날 차량을 견인하는 과정에서 변사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차량 소유주가 손씨로 확인됨에 따라 손씨를 이날 오후 10시께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손씨는 2시간가량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숨진 여성과의 관계 등과 관련해 진술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차량 안에서 번개탄과 이를 태운 화로, 수면제 한 통, 유서 등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이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경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필요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다는 입장이다.손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손씨의 음반전속계약사인 CJ EM 관계자는 “숨진 여성은 손씨와 1년여간 진지하게 교제한 사이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며 “손씨 소유의 해당 차량은 숨진 여성이 운전 주행 연습용으로 자주 이용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손씨가 최근 앨범 작업 관계로 바빠짐에 따라 두 사람 사이에 사소한 다툼이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확대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이 사건으로 손씨의 방송과 음반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CJ EM 측은 “모든 공식 활동 진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13-05-23

“머리끝까지 캐릭터에 몰입했다”

“숨 쉴 틈이 있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지난 5개월을 오롯이 박선우로 살아간 배우 이진욱(32·사진)은 웃으며 말했다.극을 책임지는 주연에다 캐릭터 자체의 무게감이 크다 보니 부담이 클 법도 했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그다.최근 종영한 tvN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에서 이진욱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그가 연기한 박선우가 바로 그 주인공.지난 21일 서울 압구정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진욱은 “선우는 비극의 집합체”라며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털어놓았다.극중 박선우가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는 보통 사람이 감내하기 힘든 것이었다.죽음을 앞두고 마주한 진실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알고 보니 친형이라는 것이었고, 시간을 거슬러 뒤바꾼 현재에서 연인은 조카가 돼 있었다.이야기가 거듭할수록 커지는 비극의 굴레에 보는 이도 가슴을 졸여야 했다.정작 이진욱은 “정신없이 몰아치다 보니 머리끝까지 캐릭터에 잠길 수 있었다”며 “이 맛에 연기한다는 말이 실감났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나인`은 시간여행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에 녹여내며 마니아 팬을 끌어모았다. 꼬인 이야기를 매끈하게 풀어내는 솜씨는 매회 감탄을 자아냈다.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도 묵직했다. 불행한 현재를 바꾸기 위해 시간여행을 반복하는 선우의 모습은 과거를 놓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과 겹쳐지며 삶의 의미를 되물었다.이진욱은 “내 힘은 30% 정도였던 것 같다”며 “나머지는 작가와 감독, 스태프의 힘”이라고 공을 돌렸다.“대본이 좋으니까 감독님도 투지가 불타올랐어요. 다들 정말 마음을 다했어요. 그런 모습에 저도 힘을 받았죠. 배우들도 모난 사람이 없어요. 모두 진심으로 하는 데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어요. 전쟁터에서 전우들이 이기려고 몸을 사리지 않고 싸우는 걸 보면 `나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없잖아요.”이진욱은 “케이블 드라마의 장점도 확실히 작용했다”며 “지상파보다 표현의 한계가 덜하고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온전히 작가의 생각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작품을 시작하기 전 김병수 PD가 그에게 부탁한 것은 온전히 선우가 돼달라는 것.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촬영이 시작되면서 그는 점차 선우에게 빠져들 수 있었다.선우에 몰입된 나머지 19회 과거에 갇힌 선우가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북받쳐 대사를 입으로 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그러나 선우의 죽음은 그가 원했던 결말이었다.이진욱은 “용감하고 멋진 결말이었다”며 “과거를 바꿔서 행복한 해피엔딩이라면 그냥 그런 드라마로 끝날 수 있었지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선우의 죽음으로 보여줬다”고 풀이했다.당시 선우가 했던 말(`되풀이되는 생애도 새삼 감사하다. 매 생애마다 내 진실한 친구가 돼준 너에게 감사하다`)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이진욱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후 차기작을 정할 계획이다.`나인`으로 좋은 작품과 연기의 맛을 흠뻑 느낀 그는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이라고 힘줘 말했다./연합뉴스

2013-05-23

조용필 31일부터 전국투어 돌입 “음악하는 그날까지 부딪치고 깨지겠다”

조용필(63·사진)은 대뜸 전자 기타를 잡았다. 그리고는 기타 줄을 튕기며 1994년 발표한 15집 수록곡 `남겨진 자의 고독`을 맛뵈기로 연주하기 시작했다.“이번 공연에서 이 곡의 기타 솔로를 할 겁니다. 멜로디가 안 알려진 곡인데 재작년 리퀘스트가 왔죠. 그때 못해서 이번에….”10년 만에 발표한 19집 `헬로`(Hello)로 올 봄 신드롬을 일으킨 조용필은 20일 서울 서초동 YPC프로덕션 연습실에서 전국투어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이곳에서 만난 그는 열풍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오는 31일 체조경기장에서 시작되는 전국투어를 위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었다.“두 달 전에 공연 레퍼토리를 만들었는데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있죠. 살맛 나냐고요? 오히려 긴장된 삶이죠.”돌이켜보면 무대에서 45년을 산 그지만 고삐를 늦춘 적이 없다.그는 “열심히 부딪쳐야 한다. 내 머리가 깨지든 바위가 깨지든 벽이 깨지든. 지금 이 시대에 음악적으로 얼마나 똑똑한 사람, 잘 만드는 사람이 많나. 그걸 이기려면 폭탄 들고 뛰어내려야 한다”는 말로 음악을 대하는 집념을 대신 표현했다.19집의 신드롬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음악으로 평가받으며 음원차트 1위,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는 물론 판매량이 20만 장에 육박했다. 초등학생들까지 `바운스`(Bounce)로 UCC를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고,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는 `리스펙트 레전드 조용필-헬로 데이`란 타이틀로 조용필의 신곡을 리믹스하는 이벤트도 열었다.그러나 정작 조용필은 열풍의 테두리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는 듯 보였다.“누가 물어보더군요. 뜬 상황을 아냐고요. 그런데 제가 다니는 곳이 집, 사무실 밖에 없고 밥도 주로 식당에서 시켜먹으니 바깥 사정을 몰라요. 사람들이 지하철 타거나 옷 파는 동대문에 가도 제 노래가 나온대요. 인터넷 댓글은 가끔 보는데 앨범 발표 초기 `표절`이란 악플도 있더군요. 표절이라고 하면 뜬 곡입니다. 하하.”그는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애들이 만든 UCC를 보고 놀랐다”며 “너무 귀여웠고 잘 만들었더라”고 다시 웃었다.오는 28일 발매 예정인 LP 음원도 최근 독일로 다시 보내졌다. 180g 중량반으로 출시될 LP B면 곡의 사운드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조용필의 세심함 때문이었다. LP는 주문량이 1만장이나 들어온 상태로 보통 LP를 찍는 수량이 300~500장, 한정판의 경우 1천장인 추세를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이같은 인기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으로도 이어졌다. 조용필의 음반을 유통하는 유니버설뮤직코리아로 일본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권 국가에서 발매 요청을 해온 것.그는 “9월 이후 19집 곡들이 일본과 아시아권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일본에서는 `헬로`와 `충전이 필요해` 등의 곡을 일본어로 개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어 버전은 아직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그는 19집의 해외 발매를 염두에 두면서 수록곡 `바운스`와 `걷고 싶다`의 뮤직비디오도 촬영하기로 했다. 최근 태안 등지에서 촬영한 `걷고 싶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직접 립싱크로 출연도 했다며 멋적어 했다.이처럼 음악에 함몰된 삶이 외롭지는 않을까.그는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외롭다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자신 없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일이 많으면 외롭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안 받는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그는 20집 작업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19집을 만들면서 코드 진행과 악기 쓰는 방법, 믹싱 과정 등을 더 깊이 알았어요. 이번 앨범이 너무 세서 파격적인 모양새가 될 수 있을까 부담은 되지만 분명한 건 20집은 더 강하게 갈 겁니다.” /연합뉴스

2013-05-22

“내고향 해주서 `전국!` 한번 외쳤으면…”

“우리나라에 군(郡)이 200여 개야. 일주일에 한 번씩 하니까 군 단위로 치면 어림잡아도 전국을 10바퀴가량 돈 셈이지.”매주 일요일 12시10분 전국의 시청자들은 이 사람의 한 마디를 듣고자 TV 앞으로 모여든다. 구성진 `전국~` 한 마디에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이 사람은 바로 원로 방송인 송해(86).지난 1984년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 지도 어느덧 30년째를 맞았다.최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전국노래자랑` 양천구 편 녹화장에서 그를 만났다.“요새 `슈퍼스타 K`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졌잖아? 그것도 이게 원조지. 음악과 노래가 있고, 볼거리가 많으니 얼마나 재미있게 준비해오는지 몰라. 우리나라에서 `놀자판` 벌리는 건 내가 최고야. (웃음)”`전국노래자랑` 예선 현장에서 만난 송해는 빼곡히 적힌 MC 대본을 외우는데 여념이 없었다.“우리 민족이 신바람이 있다고 하지 않느냐. 요새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전부 가수 수준”이라며 “한류 붐이라는 것도 다 이런 데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는 30년세월에서 묻어나온 열정과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바닷가 항구 도시는 특히나 화끈해. 부산이나 인천 같은 데서는 3천명도 몰려들고는 했지. 강원도 쪽도 바닷가 사람들이 아주 활발해. 요즘은 전부 평준화가 됐어. 실력이 다 비등비등하거든.”단일 TV 프로그램 MC 자리를 30년 동안 지킨 사례는 그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시간을 거슬러 `전국노래자랑`에 그가 서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TBC(동양방송)에서 `가로수를 누비며`라는 라디오 교통 프로그램을 오래 했어. 그런데 그걸 진행하다가 대학교 2학년인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지. 그러다 보니 도저히 `안전운전 합시다`라는 말이 나오질 않아. 그러다 배우 안성기의 형 안인기 씨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다가 내게 MC 자리를 제안했지.”아들을 떠나보낸 슬픔을 잠시 잊고자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이 어느덧 30년이 됐다는 이야기다.“초창기 필름을 보면 대개 여자 출연자가 많은데, 10명 가운데 6~7명은 한복을 입고 파마를 했어. 옛날식 지진 머리가 지금 보면 우습지.”송해는 “처음에는 장소가 `거기가 거기`일까 봐 걱정했는데,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 행정구역도 쪼개지면서 갈 곳이 점차 늘어났다”며 “지방의 각종 문화행사에서 사람을 모으기에는 `전국노래자랑`이 최고였기 때문”이라고 그동안의 변화를 소개했다.`전국노래자랑`은 그간 지역과 지역, 며느리와 시어머니 등 사람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주 여성들의 출연이 부쩍 늘었다.“요즘은 다문화 가정이 많잖아. 가는 곳마다 외국 출신 출연자가 2~3명은 꼭 나와. 특히 필리핀 출신 친구들이 음악성이 좋더라고. 비행기 타고 미국, 중국, 파라과이까지 다녀오기도 했지. 세계화가 된 거야. (웃음)”그는 “노래 장르가 과거 트로트에서 블루스, 탱고를 지나 댄스곡까지 자꾸 달라지더라”며 “요새는 소개하자마자 몸을 흔들면서 나온다. 동적으로 변했다”고 덧붙였다.지금까지 그가 만난 출연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터다. 박상철, 장미화, 장윤정 등 `전국노래자랑` 출신 가수도 여럿이다.`인상 깊었던 출연자`를 묻자 3곡을 연달아 열창하고 박수갈채를 받은 시각장애인, 젊은 시절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의족을 착용하고 춤을 펼친 여성, 시어머니는 춤을 추고 며느리가 노래하던 고부 등 전국을 아우른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나왔다.“우리나라는 고부 갈등이 특히 심하잖아. 당시만 해도 며느리가 노래하고 시어머니가 옆에서 춤추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어. 그 며느리는 `친정이 여유가 없어 시어머니를 제대로 대접도 못 해 드리고, 음식 솜씨도 없어서 내가 노래로 즐겁게 해 드리려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 방송 후에 여기저기서 전화도 오고 항의도 왔지.”송해는 지금은 갈 수 없는 황해도 해주 출신이다. 그러기에 남북관계에 대해서만은 유독 예민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개성공단이 위기를 맞자 이달 예정됐던 공연 `송해 빅쇼`를 취소한 것도 그 때문이다.“옛날에 `전국노래자랑`을 개성공단과 고향 해주를 포함해 신의주, 원산 등 6군데서 하기로 약속을 했어. 그런데 다 물거품이 된 거지. 그것에 충격을 받았어.”그는 “당분간 공연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며 “관객도 생활이 편하고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공연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고서 말끝을 흐렸다.1927년생인 그는 일제 강점기, 분단, 한국전쟁 등 굴곡진 우리나라 현대사를 몸소 체험한 세대다. “일제 강점기에 숟가락 하나까지 빼앗기고 공부도 제대로 못 한 우리 세대처럼 불행한 사람들이 없다”며 “시대 변화가 너무 빨라 3년 계획도 세워본 기억이 없다”는 그의 말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송해는 다음 달 청소년 장학금과 50~60대 일자리 마련을 위한 재단 설립을 앞두고 있다. 한 제약회사의 광고 모델로 나서면서 받은 수익을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재단 이름이나 구체적인 설립 일정은 회사 측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나는 어쨌든 내 고향 해주에 가서 `전국!~`을 외쳐야 해. 말 그대로 거기서 야단법석을 한번 떨어봐야지.” /연합뉴스

2013-05-21

문소리·류현경·김새론, 박찬경 감독 `만신` 출연

배우 문소리와 류현경, 김새론이 박찬경 감독의 신작 `만신`에 출연했다고 영화사 볼이 20일 전했다.이 작품은 `나라만신`으로 불리는 큰 무당 김금화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굿에 깃든 전통문화의 상상력을 우리 현대사 속에서 돌아보는 판타지 다큐멘터리다.이미 친형인 박찬욱 감독과 함께 단편 `파란만장`에서 한국 무속을 재해석한 박찬경 감독이 2년 동안 공들여 만든 장편 영화다.김금화 만신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를 바탕으로 극중 주요 사건들의 50% 가량을 한국적 판타지가 가득한 재연 드라마로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연 드라마에서 문소리, 류현경, 김새론은 각각 서로 다른 나이의 김금화 만신을 연기한다.김새론은 일제 강점기 황해도 바닷가에서 외롭게 자라며 신병을 앓은 김금화 만신의 어린 시절 `넘세` 역을 맡았고, 류현경은 열일곱 살에 내림굿을 받은 뒤 한국전쟁 당시 무당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당한 새만신 금화로 분한다. 문소리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광풍 속에 고초를 겪으면서도 자존감과 위엄을 잃지 않은 중년의 김금화를 연기한다.영화는 지난해 11월 촬영을 마친 뒤 현재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이번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 기간에 해외 영화제 관계자와 바이어들에게도 소개된다. 해외 배급은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감독 등의 작품을 배급해온 화인컷이 맡는다.국내에서는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연합뉴스

201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