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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있다는 확신으로 버텼죠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5-27 00:07 게재일 2013-05-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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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불후의 명곡` 스타… 가수 문명진
검정 모자를 눌러쓴 낯선 얼굴의 청년은 무대에 오르며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6일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의 `해바라기 편`에 첫 출연한 가수 문명진(36)이다.

해바라기의 `슬픔만은 아니겠죠`를 부른 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감정을 온몸에 실었다. R&B 창법으로 진성과 가성을 수려하게 오간 그의 무대가 끝나자 반향은 엄청났다.

`알앤비 교본` `고수의 재발견` 등의 호평이 쏟아졌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찍었다. 10년 만에 지상파 방송 출연이란 점도 감동을 배가시켰다.

그는 지난 2001년 데뷔해 `상처` `하루하루` 등의 곡을 히트시켰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난 2011년 서태지와아이들 출신 이주노가 MBC TV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노래를 기가 막히게 하는데 얼굴이 외국인 갱 같다”고 언급해 반짝 화제가 된 적이 있을 뿐이다.

여세를 몰아 그는 지난 18일 `불후의 명곡`의 100회 특집 `들국화 편`에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로 407표를 얻어 우승을 차지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상”이라며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실 것 같다”는 소감이 잔잔한 여운을 줬다.

최근 문명진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다음달 2일 가수 백지영과 배우 정석원의 결혼식에서 부를 축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평생 한 번 있는 소중한 자리이니 축가여도 연습을 해야…. 하하.”

`들국화 편`에서 우승한 소감을 묻자 그는 그때 기분을 지금 다시 상기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꿈꾸는 것 같았어요. (우승이 결정되자)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 가지 감정이 들더군요. 처음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울지마, 울지마`였어요. 아버지가 3년 전 암투병을 하다 돌아가셨는데 그때 이후 눈물이 많아졌거든요. 툭하면 울어서 안 울려고 노력 중이에요.”

들국화의 1집 곡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를 연습하면서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삶이 지치고 힘든데 그래도 아침이 밝아온다는 내용의 가사가 자신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 얘기하는 노래 같았다”며 “때론 출연진이 선호하는 곡이 겹치면 `뽑기`를 하는데 다행히 내가 원하던 이 곡은 뽑기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TV에 노출되지 않은 데는 자의(自意)도 있었다. 10여년 전 방송 출연 현장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 때문이다.

“10여년 전 케이블 채널 음악 프로그램에서 (업타운 출신으로 `하루하루`를 작곡한) 정연준 형과 함께 듀엣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형이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하자 PD가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전 인지도가 없는 신인이어서 혼자 출연시키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 일이 상처가 돼 `방송은 이런거구나. 앞으로 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죠.”

이후 소속사와 계약을 할 때도 `방송에 일체 출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번 `불후의 명곡` 제의가 왔을 때도 거절하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엔 제안을 거절했어요. 방송에 비칠 제 모습을 상상해보니 추하고 초라할 것 같았죠. 허니패밀리의 멤버 주라와 함께 상의했는데 `어쩌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기회다` `더이상 지금보다 밑으로 떨어질 일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죠.”

스스로 자부하는 건 음악을 놓지 않고 살았다는 점이다. 보컬 레슨을 하며 돈을 벌었고 간간이 싱글도 내고 OST 곡도 불렀다. “싱글 시장이 좋아졌으니 홍보가 안 돼도 느낌 좋은 곡을 발표하는데 만족했다”며 “지난 2011년 처음으로 누구 간섭없이 발표한 `잠 못 드는 밤에`가 가장 아끼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바람대로 10년 만에 재조명 받는 기회가 왔지만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힘든 환경을 딛고 다시 음악 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지금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고 있는데 이제 슬픈 노래는 그만하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그간 힘든 환경이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고 때론 사람들에게 이용당해 병적으로 경계와 의심이 많았다”며 “그래서 10년간 음악인으로 제대로 살지 못했는데 모두 좋게 평가해줘서 부끄럽다. `더 노력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노래와 무대 매너로 인사드릴 수 있었을텐데`란 후회도 한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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