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창의력의 진수 한산대첩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주말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최고의 흥행작인 ‘한산 : 용의 출현’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옛 영화 ‘명량’을 보고 감동을 받아 후속작인 ‘한산’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서 인지 더욱 흥미있게 보았다.이 영화의 특징은 일본군 장수인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관점에서 전개하면서도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야스하루는 용인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일본의 명장이며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으로 전투에 몰입하지만 학익진 앞에서 좌절해 절망하는 입체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산도 대첩은 도요토미의 수륙병진 전략을 무력화시켰던 동시에 조선 수군이 남해의 제해권(制海權)을 장악하는 전기가 되었다. 또 일본 수군을 잇따라 궤멸시킴으로써 도요토미는 조선 수군과의 해전을 금지시키고, 해안에 축성(築城)을 할 것을 지시했다. 이처럼 한산대첩의 역사적 중요성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적 사고에서는 창의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투라 하겠다. 기업에서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추진할 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필자는 이순신 장군에게 그 해법 세가지를 배워 적용해 보고자 한다.첫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변화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대응하는 장군의 준비된 모습이다. 거북선과 판옥선의 튼튼함을 이용한 당파전술로 충돌하여 격파하는 방법, 개인화기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총의 유효사거리인 50m 정도를 거리를 두고 싸우는 방법, 백병전에 능숙한 일본군에 대응하기 위하여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판옥선을 설계하는 것이 바로 장군의 전략이다. 과제를 추진할 때 중요한 것이 SWOT분석이다. 강점(S)과 기회(W)를 잘 살리고, 약점(O)과 위기(T)에 잘 대응하여 반드시 성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둘째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휴먼 네트워크이다. 이순신 장군을 살린 전라우수사 이억기 장군, 조선 과학의 꽃을 피운 나대용 장군, 판옥선을 개발한 정걸 장군 같은 인재를 잘 중용하고, 그들의 재능을 활용하여 최강 해군을 만들었고,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는 소통을 통해 전군을 하나의 휴먼 네트워크로 형성하였다. 훌륭한 기업은 재능 있는 리더를 잘 중용하고, 명확한 비전 제시로 전원 참여를 유도하여 한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한다.셋째 우리의 민족문화 유산이 된 이순신 장군의 기록정신이다. 기록정신에 관한 한 세계 어떠한 장군들과 비교할 수 없다. 난중일기는 현재 해군에게 전략과 전술의 최고 지도서가 되어 있다. 기업에서도 암묵지를 형식지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기록하고 행동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탁월한 생각이 탁월한 현실을 창출하는 것이다. 23전 23승 전승의 원동력은 바로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생각과 탁월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는 업(業)의 본질을 꿰뚫고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생각이 필요한 때다. 이제는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창의력이 필요한 때다. 이순신 장군이 백전백승의 승리를 위해서 고민한 창의력처럼 이제는 기업 발전을 위한 창의력 개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2022-08-08

이열치열 여름나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염천에 폭서의 기세가 등등하다. 일찌감치 벌써 가을의 시작임을 입추가 알렸어도, 바짝 달궈진 대지는 보란듯이 후끈한 열기로 초목을 시들게 하고 사람들을 피서지로 내몰고 있다.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볼 일이라 사람들은 시원한 물을 찾거나 그늘로 모여들어 조금이나마 된더위를 멀리하려는 움직임이다. 폭염에도 멈출 수 없는 작업현장이나 일상에서도 온열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정도로 더위를 먹지 않도록 경계와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오히려 더위에 맞서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움직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푸르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산을 오른다거나 매미소리 경쾌한 강둑길로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다 보면, 어느새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흘러내리고 등줄기에도 땀이 배여 옷이 소금기로 절여지게 된다. 움직이고 오를수록 땀이 비오 듯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이어가다 보면 힘겨움 보다는 묘한 희열감에 빠져들어 더 가열차게(?)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그렇게 온몸이 흥건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면, 그 개운함은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상쾌하기만 하다. 필자가 수년째 즐기듯 터득하고 있는 ‘이열치열 극서(極暑) 대처법’이랄까, 열(熱)은 열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은 덥거나 열이 날 때에 오히려 땀을 낸다든지 뜨거운 차를 마셔서 이긴다는 논리이다. 한여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 오는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 자전거 라이딩(20km)과 도보(4.4km)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생활 속의 운동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나름의 흡족한 비법(?)이 아닐 수 없다.이열치열은 그러나, 이처럼 가벼운 운동이나 산행 등으로 굳이 땀을 쏟아내면서 더위를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어떤 일에 몰입하거나 삼매(三昧)에 빠짐으로써 얼마든지 충분하게 삼복더위를 밀치고 이겨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독서나 시낭송으로 삼매경에 든다거나, 이웃을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봉사와 나눔의 손길을 펼치는 몰입과 집중을 통해 한더위를 얼마든지 밀어낼 수가 있을 것이다.실제 그러한 일들은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포항시 포은도서관 상주작가와 지역 주민의 문학 향유를 돕는 체험 프로그램 ‘낭송이 나리는 금요일’이나 포스코 붓글씨봉사단이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펼치는 서예체험학습 테마의 ‘찾아가는 서예교실’ 등의 활동은 정말 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참여하고 끼와 재능을 나누는 가치로운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미있는 시도로 한여름의 열기가 더 달궈지는지도 모를 일이다.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夏爐冬扇)라는 말을 나름 긍정적으로 해의하여, 여름날에 화로를 대하듯 부지런히 움직임으로서 땀을 흘리고 몰두와 전념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것은, 그만큼 무슨 일이든 주관과 비전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 아닐까? 열중하며 진취하는 사람에게 더위란 강인함을 끊임없이 다듬질해주고 받쳐주는 모루일 것이다.

2022-08-08

이준석 대표도 멈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계를 넘었다. 지난 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지율은 24%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순실 국정 개입 논란이 증폭됐던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4주간 평균 지지율과 같은 수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던 때에 비견된다.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국정이 마비될 상황이다. 광우병 파동 때도 야당이 함께 불을 질렀다. 지금이 그때보다 못하지 않다. 그때는 가짜뉴스라는 외부 요인이었다. 지금은 집권 세력 스스로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과 내각, 집권당 지도부가 모두 화근이다.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초보 정치인이다. 본인도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했다. 측근 관리와 인사, 정책 등 불거진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학습 능력은 뛰어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 모자란 부분을 보완해줘야 할 집권 세력이 권력 투쟁으로 문제를 더 키운다. 내부 갈등을 끝내지 않으면 어떤 노력을 해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국민의 눈으로 봐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놓고 법을 따진다. 정치적 유불리를 평가하고, 억울하고, 섭섭한 점을 거론한다. 그렇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면 오십보백보다. 누가 더 잘했고, 못했는지를 떠나 꼴사나운 갈등을 빨리 끝내주기를 기다린다. 힘센 사람들의 권력 놀음에 국정이 마비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이 대표 문제는 이미 강을 건넜다. 이 대표 징계는 정당 내부 문제다. 정당원 다수가 교체를 원하면 그것이 정당의 뜻이다.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소송해도 소용없다. 이제 와 이 대표 징계를 철회할 수 있나. 윤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어 징계 의견으로 쏠린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의 실패는 피하고 싶은 것 역시 당원들의 마음이다.지금 징계를 뒤집으면 당은 어떻게 될까. 6개월 뒤 이 대표가 대표직에 복귀하면 당이 정상적으로 굴러갈까. 일단 현실을 인정하고, 갈등을 조기 수습하기를 바라는 당원이 다수일 것이다. 일반 국민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이 대표가 국정과 당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당원들에게 빚을 남겨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는 길이다.이 대표는 두 번 도박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유세를 포기해 지지율이 뒤집히게 했다. 결국 윤석열 후보가 무릎 꿇었다. 결과가 윤석열 당선이었지만, 이 대표는 대선 패배를 감수하는 벼랑 끝 승부를 걸었다. 겨우 0.73% 이겼다. 보수진영의 대선 패배로 도박해 이 대표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이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이라는 인식도 한심”하다고 썼다. ‘내부 총질’이라는 문자를 보낸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장재원 의원에게는 ‘삼성가노(三姓家奴)’라고 비난했다. ‘아비가 셋’이라는 욕설이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전 의지다. 이번에는 국정 마비를 걸고 벼랑 끝에 섰다.이 도박에서 이 대표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윤 대통령이 무릎 꿇기를 원하는 걸까. 이 대표의 문제 제기로 국민의 마음에 ‘윤핵관’에 대한 경계심은 이미 충분히 뿌리박혔다. 윤 대통령도 ‘윤핵관’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일단 뒤로 물려야 한다. 그들의 책임이 크고, 사태 수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순서다. 이 대표도 그 정도로 명분을 얻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정치의 명분은 국민에게 있다. 윤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그 지지가 이 대표에게 바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보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어도 이 정부가 중도 하차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좋으나 싫으나 5년 동안은 윤 대통령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질책을 넘어 몽둥이를 들면 반발하게 된다. 소수 ‘팬덤’을 넘어 전체 보수의 지도자가 되려면 보수 지지자들의 희망을 담보로 도박해선 안 된다. 자기를 버리고, 당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미래가 있다.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정치인치고 오래간 사람이 없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8-07

성공의 열쇠를 찾으려면 인내와 동행하라

박문하 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는 가끔씩 그렇게 길지도 않는 인생이 참 모질게 느껴질 때가 있다.살아가다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 다가와도 별다르게 취할 방법이 없을 때, 난관에 부딪쳐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하고 있는 일이 꽉 막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 가정, 건강, 직장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인내의 지혜야 말로 어둠 속의 한줄기 빛 같은 존재이자 그 무엇보다 먼저 처방 받아야 할 상비약이 아닐까 생각된다.지난해 자동차 630대를 팔아 K자동차의 판매왕에 선정된 A영업이사는 29년 동안 누적 자동차 판매 대수가 1만 3천500대가 넘어 누적 판매로는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의 기록을 능가하고 있다.그는 첫계약 때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한 고객이 오지 않아서 새벽 4시까지 집 앞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나중에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알았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무작정 기다려준 것을 고맙고 또 미안해 하며 선뜻 차를 계약해 준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기약 없는 기다림에 포기할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인내 하나로 결국 목표를 달성한것이다.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전설의 판매왕이 된 미국 왓킨스사의 빌 포터 이야기는 인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남들에게 호감을 주기까지 엄청난 시간 걸리겠지만 인내의 결과가 얼마나 값지고 위대한 것인지를 배웠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일 힘든 지역을 선택하고 남들 보다 느린 걸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노하우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고 이웃의 끈 같은 존재가 되고자 인내와 끈기로 혼신의 노력을 다한 끝에 마침내 대망의 판매왕에 선정되고 있다.절대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은 인내와 끈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인내는 성공한 판매왕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야곱의 아들 요셉은 성경에서 가장 정직하고 겸손한 인물중의 하나로 묘사되고 있다.17세에 형들에 의해 은 20냥에 애굽(이집트)의 상인들에게 팔려가 노예 생활을 시작하고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 생활을 하는 등 밀려오는 그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고 참고 기다린 끝에 야굽의 총리가 되는 가히 인내로 점철된 생애를 보냈다.일본의 센고쿠(전국)시대 울지 않는 새를 다루는 세 영웅의 방법론은 결국 일본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를 죽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렸다.이같이 극명하게 달랐던 세 영웅의 최종 승리자는 인내의 달인 이에야스였다. 그가 당대 영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최고의 에너지는 기다림과 인내였다.요즘은 보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나비도 바늘 구멍같이 작은 구멍을 뚫고 고치 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고통과 인내를 감수하면서 고치를 박차고 나온 나비만 힘찬 날개짓을 하면서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할 수 있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세상을 나온 나비는 제대로 된 날개짓을 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 것을 관찰한 영국의 식물학자 알프레드 윌리스는 혼자 힘으로 오랜 인내가 뒤따라야만 진정한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누구나 인생의 목표는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익한 일임을 알면서 왜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한번에 성공한 사람보다 기다려서 성공한 사람이훨씬 많다.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는 방도는 무엇인가고민해 봐야 한다. 성공을 하려면 인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일상을 점령한 요즘은 참 살기가 어렵고 녹록지 않다. 그러나 참고 또 참으면 마지막에 역전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날이 추워진 후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논어에 있는 말이다. 우리 삶에도 모진 추위를 웃는 얼굴로 견디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역경인 채로 끝날 만큼 인생은 짧지도, 가혹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마냥 순풍인 채로 끝날 만큼 단순하지도 않다. 성공의 기회가 올 것이니 견디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있으면 반드시 성공의 기회가 오는 것이다.실패가 두려워 미리 포기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포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도전은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인내하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한다.각 분야의 판매왕들의 생애가 그것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08-07

카톡방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카톡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회원들의 모임 소식부터 건강 정보, 인생 교훈에 이르기까지 유익한 정보를 수없이 교환하고 있다. 청년들은 대부분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카톡부터 확인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연신 카톡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0년에 등장한 카톡은 이제 필수 불가결한 모바일 메신저가 되어버렸다. 개인 간에는 문자 메시지도 종종 이용하지만 카톡은 이제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카톡도 순기능에 못지않게 역기능이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좌우로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치 관련 메시지가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보수나 진보에 편향된 메시지는 정치적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여 정치적 판단까지 흐리게 한다. 더욱이 가짜 뉴스까지 제공되어 사회 공동체 분란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소통의 편의를 위한 전달 매체가 오히려 불화의 무기가 되어 불안하기도 하다.편향된 정치 정보뿐 아니라 가짜 뉴스까지 전달하는 톡의 부정적 영향은 심각하다. 스스로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열성분자들의 편향된 이념전파가 상호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톡방에는 자신의 정치적 취향에 맞는 글이나 개인 유튜버들의 시사적인 자극적 주장이 등장한다.과거 엄혹했던 시절 옆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전파하던 ‘카더라 방송’이 이제 톡을 통해 합법적으로 전파되고 있다.지난 대선과정에서도 톡방은 서로 상대 후보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전파하였다. 보수 쪽에서는 상대를 ‘친북 좌익 세력’으로 몰고 진보 쪽에서는 상대를 ‘수구 꼴통’으로 매도했다. 대선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톡 방에는 사실을 왜곡한 글이나 그 때의 앙금이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 결국 톡방은 정치적 편 가르기, 진영정치의 온상이 되고 있다. 결국 톡방은 이 나라 정치를 부정적으로 활성화시키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그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이러한 왜곡 편향된 메시지는 친목단체의 톡 방도 종종 등장한다. 어느 종친회 톡방의 불행한 이야기다. 종친들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덕담을 나누며 길흉사 안내를 주로 하던 어느 톡에 느닷없이 어느 종친의 보수 편향적인 게시물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그 게시 글의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일종의 가짜 뉴스 수준이었다. 이글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젊은 진보적인 종친의 감정을 격하게 항의하였다. 그러나 강경 보수 입장의 종인은 자신의 퍼온 글이 지극히 ‘애국적인 글’이라 변명하면서 거부하였다. 그 글에 불만이 많았던 종친은 톡방을 탈퇴하고 종친회 탈퇴까지 선언하게 이른다. 결국 종친회장은 그들의 톡에 정치적인 글은 올리지 않도록 중재하는 선에서 사태가 겨우 수습되었다. 이처럼 톡방의 게시 글은 종종 종친, 친족, 형제 사이도 갈라놓는 이상한 매체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이러한 톡방의 비극은 동창회 등 친목 단체에도 빈번하다. 어느 대학 명예 교수회 톡방의 이야기다. 은퇴한 명예교수 카톡 방에도 보수와 진보라는 회원 상호간의 이념 갈등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진짜 보수와 진보 논쟁과 거리가 먼 사이비 보혁의 대결만 있었다. 톡에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개인적 비판을 넘어 비난과 인신공격으로 이어졌다. 상처 입은 회원은 톡방의 탈퇴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은퇴한 교수 공동체까지도 사이비 이념 갈등이 파고든 셈이다. 왜곡된 사이비 보혁 이념 대결이 양식 있는 교수의 인품과 학술적 업적까지 압도해 버린 결과이다.다행히 시간이 흐른 후 당사자 간의 형식적 사과로 사태는 봉합되었다. 종교 단체의 톡방까지 이러한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종교적 계율도 톡상에서는 용서와 관용은 없었던 사례이다. 여기에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자는 성직자의 조언에 따라 편향된 글은 게재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단다.우리 공동체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이념의 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다. 지정학적으로 남북이 분단되고 좌우 이념이 대립하고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체험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지역, 계층, 세대갈등까지 겹쳐 그 분열상은 심각하다. 그 바탕에는 사이비 이념 대립이 첨가되어 그 갈등을 증폭시킨다. 여기에는 톡방의 정치 편향적 메시지, 가짜뉴스가 한몫하고 있다.우리는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톡방의 정치 편향적 메시지부터 추방하여야 한다. 친목 단체에서는 정관에 합치된 메시지만 올리도록 자율적 규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짜 뉴스에 대한 새 법제가 필요하지만 그도 언론의 자유 때문 그리 쉽지는 않다.우리 언론부터 보수 진보의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좌우 편향보도의 지양은 정론직필만이 답이다. 더 근본적 처방은 우리의 정치부터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이념갈등의 원천인 진영 정치, 네거티브 정치, 팬덤 정치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2-08-07

헤어진다는 것

김규종 경북대 교수 젊어서는 사람 하나 만나고 헤어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의미를 알지 못했다. 나이를 제법 먹은 후에 그런 의미를 곧바로 깨우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별리(別離)의 각별한 고통을 경험한 뒤에 불현듯 찾아왔다.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이해하며 부대끼고 살아간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그 뜻을 온전히 헤아리지 않고 일상을 영위한다는 데 있다.내가 이상엽을 알게 된 것은 1991년 5월 일이다. 여느 때처럼 저녁 8시 뉴스를 보려고 도이칠란트 국영방송 ARD 앞에 앉은 나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천연색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고, 소리가 사라지더니 한국 여학생 하나가 화염에 휩싸인 채 무슨 말을 절규하는 것이다. 7∼8초 정도 지났을까?! 사위(四圍)가 깜깜해지고 내 몸과 마음은 먹통이었다. ‘저게 뭐지, 어떻게 저런 일이 생긴 거야?!’다음날 베를린 자유대학 건물에서 이상엽과 마주쳤다. “이상엽씨, 데모 안 해?!” 내가 물었다. “선배님이 성명서 써주시면 조직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베를린 자유대학 한인 학생회는 150명 정도 유학생을 바탕으로 5인 집단 지도체제였다. 야경꾼으로 생계와 학비를 벌던 나는 초안을 잡고, 일터에서 집으로 전화했다. 그렇게 성명서는 마련되었다.1996년 12월 31일 나는 이상엽과 마주 앉았다. 교환교수로 베를린에 머물던 나는 니체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그와 선술집에서 해가 바뀌는 시간을 함께한 것이다. 보기 드문 한파(寒波)가 도이칠란트 전역을 휘감았던 시절 눈보라를 뚫고 둘이 거리를 질주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이런 삼복염천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 그런 시공간과 인연은 각별한 것이 아닐 수 없다.시간은 화살처럼 직진한다. 시간은 영원한 원운동의 본령이다. 시간은 인간의 기억에 따라 진자운동을 거듭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시공간 기억 속에 살아간다. 어느 때부턴지 이상엽은 나의 아끼는 동료이자 후배 교수이며 연구자가 되어 있었다. 나보다 아홉 살 아래인 그를 보노라면 언제나 경이로웠다. 밝은 얼굴과 맑고 투명한 웃음소리를 간직한 그가 ‘어린 왕자’처럼 내게 다가왔던 때문이다.그가 담도암 수술을 받은 것은 2019년 9월 30일이었다. 암의 급습을 받은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거칠게 날뛰는 암과 대적(對敵)하면서 그는 당당하고 경이롭게 싸웠다. 마치 그의 선배이자 우상이며 경외의 대상 니체가 그랬던 것처럼. 2020년 5월 25일 만난 그날도 그는 환하게 웃었더랬다. 작년 2월에 마주한 그의 모습 역시 그러했다. 그랬던 이상엽이 내 곁을 떠나갔다. 그를 조문한 밤에 하늘은 청명했고 대기는 음습했다.몇 번이고 가능했을 이상엽과 나의 대면은 영정사진으로 이뤄졌다. 그를 만날 용기도, 떠나보낼 마음도 준비하지 못한 용렬함이 후회스럽다. 누군가와 영영 작별하려면 용기 내서 손을 내밀고 만나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먼 길 떠난 그의 명복을 빈다.

2022-08-07

여름나기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시인은 여름철의 무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등에 불이 붙는가 하면 머리 위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 아스팔트는 펄펄 끓는가 했더니 어느새 엿가락 늘어지듯 허물거린다….”여름은 1년 4계절 중 두 번째 계절이다. 태양의 남중 고도가 높아 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절기로는 입하(立夏·5월5∼6일)에서 입추(立秋·8월7∼8일)까지다. 우리나라 여름은 대구와 서귀포가 가장 빠른 5월 7일에서 13일경 시작하고 포항과 제주시가 5월 14∼20일, 그 밖은 5월 21∼말일경으로 본다.습기를 동반한 비가 많아 불쾌지수가 높다. 장마와 태풍,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많은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4계절 중 여름을 가장 싫어한다.소서, 대서를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어제(7일)다. 대서(大暑·7월 23일)는 예로부터 농부도 모든 일손을 놓고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 아래서 쉬는 때다. 초중고 방학도 무더위가 한창인 이 시기에 시작한다.절기상 입추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물러날 기미는커녕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 같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침체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모두가 지쳐있는 이 시기에 더위마저 우리를 힘들게 한다.조선시대 유학자인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를 통해 더위를 피하는 8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달밝은 밤에 계곡 물에 발담그기 등등이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그 시절 선비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여름나기를 했다. 에어컨 바람에만 매달려 있는 현대인도 선조처럼 자연을 벗삼아 한더위를 피해보면 어떨까. 자연의 정취도 느끼고 전기절약도 하고 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07

용기와 평온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미국 텍사스주의 7월 10일 낮 최고 기온은 45℃로, 195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하고, 스페인에서는 45℃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일주일 만에 36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인도 역시 한낮 기온이 섭씨 50℃까지 올라가 하늘을 날던 새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로 인류가 집단 자살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고 한다.이상 고온으로 세계 곳곳이 위험에 빠져있다는 며칠 전 뉴스다. 그러나 채널만 돌리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니, 기자의 이런 보도는 흔적도 없이 흘러간다. 과학자와 시민 단체들이 기후 위기를 경고해도, 정치인들은 기후 변화 완화 정책에 관심이 없고, 일부에서는 추울 만큼 에어컨을 틀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영화 ‘돈 룩 업’은 이런 상황을 풍자한다.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는 에베레스트 산 만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담당 교수 랜들과 함께 대통령에게 지구 멸망을 예고하지만,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연임을 위해 이들을 잠시 이용할 뿐이다. 케이트와 랜들은 방송에도 출연하여 호소하는데, 언론은 이들을 빌미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고, 시민들은 케이트의 분노에 찬 표정을 우스운 밈으로 소비할 뿐이다. 그래도 이들은 혜성 충돌을 알리느라 동분서주한다.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케이트와 랜들 일행이 혜성이 지구에 떨어져 집이 흔들리는 순간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어떤 불안이나 동요도 없이 침착하게 웃고 이야기하는 순간이다. 이들이 이렇게 평온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했고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할 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기후 문제의 심각성은 혜성 충돌보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더 어렵다. 혜성 충돌은 6개월이라는 짧은 시한이었고 혜성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추적되지만, 기후 위기는 몇십 년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은 지구 기온 변화의 주기라는 주장에도 맞서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인식한 사람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의 간격은 넘어서기 어렵다.며칠 전, SNS 친구의 담벼락에서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는 용기와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소서’라는 글귀를 보았다. 그 분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인권을 주장하는 소아과 전문의이다. 최근 드라마의 열풍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그 간격은 많이 좁혀진 것 같지만, 이런 변화가 오기까지 식견 있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기후 위기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모든 분야에는 변화를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해봐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평온만 추구해서는 불안만 커지고 지혜도 생기지 않는다. 용기 있는 행동만이 평온과 지혜를 가져온다.

2022-08-07

단테의 ‘신곡(神曲)’ 열풍

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최근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군 것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신드롬에 이어 그가 애독했다는 단테의 ‘신곡(神曲)’열풍이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스승들의 가르침으로 ‘신곡’등 인문 고전을 읽고 리포트를 쓰고, 신문 등을 읽고 스크랩 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즉,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곡을 완벽하게 안 틀리고 치는 기교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을 더 중요시 한 것이다.내가 20대에 처음 단테의 ‘신곡’을 읽고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것은 ‘지옥편’에 나오는 괴조 하르피아 이야기와 단테가 사랑한 베아트리체이다. 하르피아는 죽은 자를 다스리는데, 자살한 사람들이 받는 형벌로 죽은 사람을 식물로 변신시킨다. 이때 하르피아는 자살자가 변신한 식물에 둥지를 틀고 밤마다 잎을 갉아먹고 열매를 따 먹고, 배설물로 식물을 더럽히는 괴물이다. 그 식물이 낮 동안 새순이 싹트고 열매를 맺으면 밤바다 그것을 갉아먹는다. 식물로서 이 보다 더 괴로운 형벌은 없을 것이다. 그 당시, 절대로 자살을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이러한 생각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신곡’을 읽어보았다. 재미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신곡’을 제대로 감상하게 된 느낌이다. 어쩌면 그동안 그리스 로마신화를 비롯하여, 그리스 철학, 로마제국, 기독교 역사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쌓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단테의 ‘신곡’의 원제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단테의 코미디(희극)’이다. ‘단테의 코미디’가 ‘신곡’이 된 것은 일본의 영향이 크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신곡’이라고 번역한 사람은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모리 오가이(森鷗外)이다. 1892년 안데르센의 소설 ‘즉흥시인’을 번역할 때 작품 속에 나오는 단테의 ‘단테의 코미디’를 ‘신곡(神曲)’으로 번역한 데에서 비롯되어 지금까지 정착되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1957년에 처음 번역한 ‘신곡’도 일본어판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바이다.‘신곡’은 단테가 스승으로 여기는 고대 로마 최고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면서 실존했던 인물들이나 신화 속 인물들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옥에 떨어진 많은 사람들은 비록 세상에서 훌륭하게 살았다 하더라도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믿지 않았거나 우러러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신곡’에 대한 평가는 기독교권에서는 매우 높다. 특히, 거의 동시대에 활약한 작가 보카치오는 단테의 영향을 받아 최초의 단테 숭배자가 되어, ‘신곡’을 강연하면서 널리 알렸다.반면, 이슬람권에서 ‘신곡’은 악마의 시로 취급되어 금서가 되었다. 또한, 단테에 의해 지옥으로 추락한 사람들의 자손이나 관계자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단테를 비판하기도 하였다.연옥에 떨어진 사람들은 생전에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처음부터 자진해서 행하지 않은 게으른 사람들이다. 이 구분 역시 어딘가 묘한 설득력이 있다.적어도 단테의 ‘신곡’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길라잡이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2022-08-07

활력 넘치는 ‘희망 의성’으로 보답

김주수 의성군수 의성군민들이 저를 3선 군수로 뽑아 주신 것은 의성군의 중단없는 도약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저는 민선 8기 임기 중 의성의 새로운 100년, 공항도시 기반 구축, 바이오밸리 클러스터 조성, 취약 분야 주거 의료돌봄 복지 서비스 강화, 지역특화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 삶의 토대가 되는 생활 SOC의 지속적인 확충 등 각종 공약을 꼼꼼히 챙겨 활력 넘치는 희망 의성을 만들어 군민들께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저의 재임기간 의성군의 많은 변화는 바로 군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변화와 희망을 갈망해 온 군민들이 지난 통합 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단합된 모습은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냈습니다.앞으로, 민선8기도 변함없이 여러분들과 함께 희망의성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민선8기 의성군은 ‘주민주도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6대 추진전략과 30개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하겠습니다.첫째, 주민중심 자치도시를 실현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먼저 주민중심의 지역재생과 주민자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있는 주민자치회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주민자치회를 주도로 읍·면 행정을 추진해 주민들이 계획하고 바꾸는 풀뿌리 주민자치를 반드시 이뤄나갈 것입니다.둘째, 청년희망 젊은의성을 만들겠습니다.민선7기 이웃사촌시범마을 성과를 토대로 의성 살아보기 사업을 의성군 전역으로 확대하고 청년 스타트업 밸리 거점, 청년복합문화센터 ‘원스톱 스마트타운’, 의성愛 워라벨 복합문화센터를 조성하겠습니다. 또한 청년유치 통합플랫폼을 구축하여 미래가 있는 의성을 건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셋째, 평생 든든 복지의성을 구현하겠습니다.평생 든든한 복지의성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인복지분야로 홀몸 어르신, 장애인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노인 친화형 ‘고령자 복지주택’을 건립하며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고도화하여 편안한 노후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여성복지분야는 응급의료·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아동복지분야로는 군립 영어유치원,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온종일 돌봄 인프라 확충해나가겠습니다. 또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여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것을 다짐합니다.넷째, 미래 전략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항공물류, 항공준비 산업단지와 바이오밸리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도심형 항공교통 특화도시를 육성과 아울러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 운영과 함께 의성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와 탄소중립 시범마을 조성으로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 시대도 선제적으로 대비해 의성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다섯째, 스마트 농업도시를 조성하겠습니다.미래 농업환경 변화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준비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 경쟁력 있는 스마트 농업을 만들고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따른 발 빠르게 유통구조를 개편할 것입니다.스마트 농식품 푸드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미래 신품종 소득 작목을 개발 및 보급하며 디지털 농업 기반을 구축하고, 또한, 농기계임대사업소를 확대하고 로컬푸드의 지역 선순환체계를 구축하여 미래농업 경쟁력을 강화해 잘사는 농촌을 이룩할 것입니다.여섯째, 군민 안전도시를 구축하겠습니다.군민 누구나 안전하게 걷고, 살고,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는 안전한 의성을 실현시키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재해위험지역 재난대응 조기경보시스템 구축과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각종 범죄와 재난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사고발생 시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상수도 관망 최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의성군 전역에 깨끗한 수돗물이 흐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저는 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여 함께 의성군의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데 군수인 저가 앞장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끝으로 의성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지혜롭게 군정 방향을 이끌고 군민들과 변함없이 소통하며 약속한 공약을 차질 없이 실천해 미래의 희망찬 의성을 잘 설계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2022-08-07

견우직녀의 애틋한 사랑

지난 8월 4일이 음력으로 7월 7일, 즉 견우와 직녀가 일 년 중 딱 하루 오작교에서 만나는 칠월칠석이었다. 하늘에 얽힌 전설 중에서 우리에게 견우직녀만큼 친숙한 이야기는 없다. 일 년에 고작 단 하루밖에는 만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기 때문이 아닐까.동양에서 견우별은 ‘우리 별자리 28수’ 중 북방7수 7개의 성수 가운데 우수(牛宿)에 속하는 별인데, 서양에서는 염소자리에서 다비흐(Dabih)라고 부르는 β별이다. 그리고 직녀별은 여름밤부터 가을밤 사이, 길게 늘어선 은하수 서쪽에서 청백색의 1등성으로, 서양에서는 거문고자리 α인 베가를 가리킨다. 이 두 별은 해마다 음력 7월 7일이 되면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아주 가까워진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애틋한 전설을 만들어냈다.옥황상제의 외동딸 직녀는 이름처럼 베를 아주 잘 짰을 뿐 아니라 미모 또한 하늘나라에서 으뜸이었다. 구름 옷감을 정성스레 짜고 있는 그녀 모습은 그야말로 선녀가 따로 없었다. 옥황상제는 그런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배필을 구해 혼인시켜주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가 은하수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였다.은하수 위쪽에서 황소를 탄 한 젊은이가 늠름한 모습으로 피리를 불며 다가왔다. 목동 견우였다. 평소 견우가 예사롭지 않은 젊은이라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던 옥황상제는 그것이 정말인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살짝 찔렀다. 놀란 황소가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견우는 침착하게 소를 진정시키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피리를 불면서 멀어져갔다. 그런 견우의 모습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그를 직녀의 배필로 정했다.그리하여 견우와 직녀는 축복 속에 혼인을 올리게 되었다. 둘은 서로의 사랑이 어찌나 깊은지 신혼 재미에도 푹 빠져들었다. 날이 갈수록 일은 모두 잊어버린 채 그저 놀며 즐길 뿐, 더 이상 소를 치고 베를 짜던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이를 지켜보다 화를 참지 못한 옥황상제는 직녀를 궁으로 데려와 견우와 떨어지게 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직녀는 식음을 전폐한 채 매일 울기만 했다. 하루하루 야위어가는 딸을 안타깝게 생각한 옥황상제는 일 년에 단 한 번, 견우와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대신 예전처럼 견우는 성실하게 소를 키우고, 직녀는 베를 짜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 단 하루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드디어 둘의 만남이 허락된 칠월칠석이 되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강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둘은 만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까마귀 떼가 날아와 서로 몸을 연결해 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둘은 까마귀 다리를 밟고 해후할 수 있었다.그때 다리를 까마귀 떼가 놓았다고 해서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오작교라 한다. 그리고 칠월칠석에 내리는 비를 일러 둘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의미의 칠석비라고 하며, 그 다음 날 동틀 무렵 내리는 비를 두고는 두 사람이 헤어짐을 슬퍼하여 흘리는 눈물이라고 여겼다.고구려 무덤인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동 고구려 고분벽화(408년)에 은하수 사이에서 소를 모는 견우와 개를 데리고 있는 직녀 그림이 발견되었다. 이렇듯 ‘견우직녀’ 설화는 칠월칠석의 민속과 함께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리고 사람에게 놀고 즐기는 것이 삶의 중요한 요소라면 그러기 위해선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박필우(스토리텔러)

2022-08-07

이준석 ‘명예퇴진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당인 국민의힘이 위기상황에 빠졌다. 위기의 본질은 뭘까. 권성동 원내대표의 윤 대통령 문자메시지 유출사태에서 비롯됐다. 젊은 당 대표의 윤리위 징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으로 여겼던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이“내부총질이나 일삼던 당 대표….”란 표현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으니 30%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질 만한 충격이었다.사실 민주주의 정치는 효율적이기보다는 매우 불편한 정치체제다. 정치철학이 다른 상대와도 웃으며 만나 협상하고, 서로의 견해차를 좁혀가며 타협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정치다. 하물며 같은 당의 대표가 다소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말을 한다고 해서 명백한 불법행위의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윤리위를 통해 당원권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리게 하고, 또 다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켜 토사구팽하는 모양새는 국민들 보기에 모양 사납다.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젊은 보수지지층들은 “젊은 당 대표를 헌신짝처럼 내치는 국민의힘을 더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런 여론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흔들어놓았을 것이다.흔히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맞지않을 경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나 친인이라도 거리낌없이 내친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보스를 배신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을 도운 부하를 작은 실수나 흠집을 이유로 내치는 행태 역시 혐오한다.예를 들어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세정책을 쓰면서 복지를 늘리겠다는 자신의 정책에 대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증세없는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정면비판하자 ‘배신의 정치’프레임을 씌워 축출해버렸다.역사의 아이러니일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집권한 진보진영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찾아온 보수진영 윤 대통령은 유승민 전 의원실에 인턴으로 근무하며 정치에 입문했고, 박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으로 발탁했던 이준석 당 대표를 ‘배신의 아이콘’으로 덧씌워 내치려 한다.그러나 이런 식으로 젊은 정치인의 명줄을 영영 끊어놓겠다면 결코 좋은 꼴 보기 어렵다. 5선 중진의원이자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이 이 대표의 명예퇴진론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비대위체제 전환을 위해 최고위에서 전국위와 상임전국위 회의 소집을 의결하면서 법적 절차상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그러니 퇴로 없는 당 대표가 법정공방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정치가 법원의 판단으로 재단되면 삼권분립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정치적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준석 대표의 명예퇴진을 보장해주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그럴 경우 국민의힘이 겪고있는 위기의 상당 부분을 봉합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도 다시한번 조명될 수 있다.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정면대치는 치킨게임으로 이어지고, 파국을 맞게 될 위험이 크다. 행인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강풍으로 몰아치기보다 따뜻한 햇볕이 유용하다.

2022-08-04

낸시 펠로시

낸시 펠로시(82)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이다. 미국 최고의 여성 권력자라고도 한다. 보통 미국의 유명 고위 여성 정치인을 꼽으라면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나 힐러리는 영부인과 국무장관을 지낸 것이 다다. 의전서열이나 대통령 승계서열, 권한과 책임 범위를 따지자면 하원의장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승계서열 2위이자 권력서열은 3위다.펠로시는 미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하원의장이다. 1987년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31년 동안 16회에 걸쳐 무난히 재선에 성공한 의원이다.그는 민주당원으로서 정치적 색깔은 진보주의 성향에 가깝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에 강하게 맞섰으며, 미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문을 찢은 일화로도 유명하다.펠로시 의장은 1991년 하원의원 시절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정부 몰래 천안문 사태 희생자 추모를 위한 시위를 벌이다 중국 정부에 구금된 일도 있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고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정치인이다. 중국이 그를 싫어할 이유는 충분하다.세계적인 국제 전문가인 미국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그의 대만 방문에 대해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했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으며 대만 입장에서도 더 안전하고 더 득이 될 것도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국제 정치외교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펠로시를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도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다. 세계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8-04

정보화시대와 노년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금 노년에 이른 사람들은 농경사회와 산업화시대를 거쳐 왔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체인구의 70%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는 가난한 농업국이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산업사회로 전환이 시작되었다. 어릴 때 소 먹이고 꼴 베던 소년들이 성장해서는 산업의 역군이 되었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정보화시대의 노년으로 살게 된 것이다.농경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상당한 대접을 받았다. 오랜 세월 쌓아온 농사의 경험과 기술은 젊은이들이 마땅히 배우고 따라야 할 삶의 지혜요 가치였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도 한동안은 연륜에 따른 경험과 기술이 생산현장의 지표가 되고 권위가 되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개발되고 업무가 자동화, 분업화, 디지털화 되면서 단순히 연륜에 따른 노하우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첨단기술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젊은이들의 순발력과 적응력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었다.이래저래 오늘날의 노년은 상실감과 소외감이 클 수밖에 없는 세대다.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노령인구가 급증하는 시대에는 노인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절실한 사회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보화시대가 잎이요 꽃이라면 농경시대는 뿌리요, 산업시대는 줄기에 해당한다. 뿌리와 줄기가 없는 꽃과 잎이 없을진대, 이 시대를 활짝 꽃피우기 위해서는 노령인구가 근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꼰대니 뭐니 거치적거리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뿌리와 줄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초등학교 동기들의 카톡방에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메시지가 뜬다. 대부분 옮겨온 것들이지만 거기에는 노년의 삶에 대한 온갖 유익한 정보들이 들어있다. 인생경영의 지혜도 담겨있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나 꼭 필요한 생활정보도 있다. 누군가 정성껏 만들었을 동영상들은 언어메시지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과 그림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도 한다. 평소에 독서를 하지 않던 친구들도 날마다 카톡 메시지를 읽는 것으로 독서의 생활화를 대신하는 셈이다.온갖 정보들이 범람하는 정보화시대는 세대 간의 격차를 더 벌리고 노년을 더 소외할 것으로 예견 했지만 사실은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무한정의 정보들을 잘만 이용하면 노년을 보다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길도 열려있는 것이다. 대다수 노년세대가 안고 있는 충분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아쉬움을 풀 수 있는 여건도 마련이 된 셈이다. 공부란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종교, 철학, 역사, 예술 어느 분야든 유명 강사들로부터 무상으로 강의를 들을 수가 있으니 그야말로 평생교육의 장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기왕의 연륜에다 인문학적 지식까지 보탠다면 시대와 나라의 근간이요 중심축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국가적 혼란과 갈등을 정리할 건강한 상식을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2022-08-04

한여름 밤의 꿈

윤영대 수필가 태풍 ‘송다’와 ‘트라세’가 한반도로 기세 좋게 몰려오다가 열대성 저기압으로 주저앉아버리자 동해안은 그들이 담아온 열대 수증기로 말미암아 35도가 넘는 폭염과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국지성 폭우가 예보되고는 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한다.몸과 마음의 열기를 식히려 밤바다 해변을 거닐어 본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늦은 밤에도 모래밭엔 가족 나들이와 연인들의 사랑이 뿌려져 있고, 화려한 조명의 주점과 카페에는 젊은이들의 낭만이 흐드러지게 넘실댄다. 버스킹 무대에서는 기타와 색소폰 연주가 산책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밝고 높다란 영일대 누각에 오르면 넓은 영일만 건너로 포스코 전광판의 현란한 흐름과 고로의 불빛이 불꽃놀이처럼 밤바다를 수 놓고 있다. 해변 광장에는 마술놀이가 한창이고, 검은 바다를 가르는 날렵한 제트 보트 뒤로 하얀 스페이스워크는 어깨를 떡 벌린 거인의 모습이다.설머리 횟집에서 물회 한 그릇 뚝딱 하고 인파에 섞여 천천히 두무치 해변길을 걸으면 주차장과 도로변에는 차량들이 빽빽하고 모래밭엔 차박(車泊)하는 천막이 즐비하다. 휴가철을 맞아 사람들은 나름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포항해변 곳곳에는 여름 축제가 계획되어 있다. 이번 주말에는 월포해수욕장 특설공연장에서 ‘여름축제의 꽃’이라는 제7회 ‘월포 록페스티벌’이 열리고 윤성아프리카와 육중완 밴드 등 록뮤지션들이 낭만적인 라이브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또 7일에는 영일대 해상누각 광장에서 ‘제4회 색소폰 문화예술제’가 펼쳐지는데 영일대교의 조기 착공을 기원하며 ‘영일대교, 색소폰 음률로 잇다’란 꿈을 내걸고 있다. 이어 14일엔 ‘춤으로 설레임’이란 춤 공연이 포항무용협회, 포항국악협회 등 여러 예술단체가 주관이 되어 이틀간 환호해맞이공원에서 한여름 밤의 흥겨운 춤사위를 펼칠 예정이다.바다뿐만 아니다. 26일부터 이틀간 효자교회 앞 ‘상생의 숲’에서 방장산 터널까지의 철길숲에서는 ‘힐링 필링 포항 철길숲 야행’이 열려 한여름 무더위를 날린다. 이때 ‘한여름밤의 달빛 음악회’와 ‘미니 콘서트’가 계획되어 있고, ‘테마 레이져 쇼’와 함께 달등 만들기, 플리마켓 등의 다양한 체험 행사가 곁들여 시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것이라 한다. 음악분수대에서 발 씻고 몸과 마음을 힐링하며 여름밤의 꿈을 꾸어보는 것도 좋겠다.그러나 코로나 신규확진자는 어제 경북 6천100명, 포항 1천200명을 넘으며 105일 만에 전국확진자 12만여 명을 기록하였다. 우려했던 바가 현실화되면서 휴가철을 맞아 파도가 밀리는 해변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했을 사람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 그 무대에 다시 어두운 장막을 치고 있다.젊은 남녀의 헝클어진 삼각관계가 숲속 요정들의 도움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처럼 코로나와 열대야 그리고 여름 축제가 잘 마무리되어 한여름 바닷가에서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들고 싶다.

2022-08-04

초등교육과 박사학위가 이토록 가벼웠을까

장규열 한동대 교수 교육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여부를 놓고 시름이니, 박사학위 표절부정 시비로 나라가 시끄럽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면서 정작 우리는 교육을 신중하게 다루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교육의 시작점과 끝점이 한꺼번에 걱정거리가 되는 일은 나라의 교육이 처한 자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치원과 박사학위. 언제 공교육을 시작할지는 어린이들의 평균적 발달상태를 세심하게 살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학문적 성숙상태를 철저하게 검증하여 수여하는 박사학위는 지난한 수학과정의 종착점으로서 진중한 무게를 지녀야 한다.초등교육의 근간에 손을 대면서 장관과 대통령이 섣불리 결정하여 진행할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 교육정책의 변화는 숙고와 토론, 조사와 검증을 거쳐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교육이 경제라는 식의 도구적 접근도 위험하지만 교육의 진행과정을 삽시간에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간주했던 장관과 대통령의 인식에 실망을 금하기 어렵다. 철회수순을 밟는 듯하여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교육을 다루는 태도에 신중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안의 심각함에 반하여 시도교육청들이 비교적 조용하였던 일도 우리 교육의 자리를 걱정하게 만든다. 교육계가 교육을 바라보는 태도도 돌아보아야 할 터이다.대학이, 표절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드러난 사안에 대하여 ‘문제없다’고 발표하였다. 특정 대학의 부끄러움을 넘어 나라의 고등교육이 백척간두에 섰다. 표절과 오역이 넘쳐흐르는 논문에 그같은 판정을 하여 박사학위를 인정하였다. 해당 논문을 처음 심사하였던 교수들은 물론 다시 검증하였다는 인사들의 책임이 크다. 학문의 완성도를 확인해야 하는 박사학위 수여과정이 도둑질을 허용한 꼴이 아닌가. 해당대학 공동체에서 재검증을 요청한다고는 하지만, 교육계와 대학 일반이 이에 비교적 조용한 까닭은 무엇인가. 대학의 위신과 학문의 신성함은 정권의 향배나 의중과는 상관이 없어야 한다.오늘 교육이 위태로우면 내일 나라는 불안하다. 초등교육과 고등교육에서 함께 문제가 붉어진 오늘, 교육에 관하여 우리는 부끄러운 고백과 함께 특단의 각성에 이르러야 한다.어린이들의 교육을 가벼이 보았음을 고백하여야 하며 박사학위도 무겁게 여기지 않았음을 고백하여야 한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생계의 수단쯤으로 여겨 그리 신중하지 않았음을 털어놓아야 한다. 교육을 맡지않은 이들이 교육을 가볍게 대하여도, 미진하게 반응하여 교육이 교육답지 못한 자리까지 밀려나도록 방치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초등교육은 소홀히 대하고 박사학위는 돈으로 주고받는 우리 교육의 민낯을 정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어린이 교육을 무겁게 인식하고 박사학위의 진중함을 회복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이며 학문의 위신이 걸린 일이다. 유치원에서 박사학위까지 교육의 모든 통로가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새겨야 한다. 교사와 학교, 교육청과 교육계는 교육을 대하는 태도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교육이 스러진 곳에 싱싱한 내일은 없다.

2022-08-03

‘역시즌’마케팅

유통업계에‘역시즌 마케팅’이 인기다. 장마에 이어 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에 겨울 의류를 판매하는 걸 말한다. 한겨울 의류는 단가가 비싸지만, 여름에 구입하면 상대적으로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은 매출을 높일 수 있고,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일을 분산하고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어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유통업계에선 매년 역시즌 상품 행사를 해왔지만, 치솟는 물가가 극성인 올해에는 행사 기간도 길어지고 상품가짓수도 늘어났다. TV홈쇼핑이나 백화점뿐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들도 온라인에서 역시즌 행사를 펼치고 있다.롯데온은 8월 한 달간‘돌아온 역시즌’행사를 진행한다. 가장 더운 이때 겨울 패션·잡화를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지난 6월초부터 진행한 역시즌 행사에서 니트·스웨터 등 역시즌 상품 판매가 2배가량 늘었기에 이번엔 겨울 신발과 가방 등 패션 상품을 판매한다고 한다.W컨셉은 14일까지 2주간 역시즌 할인 행사 기획전을 열고, 200여개 브랜드와 1만2500여종 상품을 최대 80% 할인해 판매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6월에 진행한 모피 역시즌 판매 방송에서 1시간 만에 자체 기획 브랜드 상품부터 직수입 상품까지 80만원대부터 1천만원대의 모피를 1천벌 이상 팔았다.현대백화점도 8월 한 달간 역시즌마케팅에 나선다.‘미리 준비하는 겨울’을 테마로 겨울 패션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패딩 팝업스토어 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43%가 넘게 늘어났다.기업은 여름철 비수기 실적을 올리고, 소비자는 고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역시즌 마케팅이 고물가 시대 새로운‘윈윈(Win-Win)’ 전략이 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03

한여름의 풍경 소환

오낙률 시인·국악인 여름 장마가 끝났다는데 하늘은 며칠째 잔뜩 흐린 모습을 하고 칠월을 마무리했다. 오랜 가뭄에 시달리다가 장맛비라도 듬뿍 내려주길 바라던 농민의 소망을 들어주지 못한 하늘의 아쉬움인 듯하다. 오늘은 필자의 유년 시절에 뇌리에 저장된 풍경화 두어 폭 소환하여 글을 시작하려 한다.장마가 막 끝난 이맘때쯤의 내 유년 시절 농촌 모습은 보리타작으로 분주한 시기였다. 보리를 베고 나면 뒤따라 장마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수확한 보리를 쌓아 뒀다가 장마가 끝난 후 탈곡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더군다나 보리 수확이 끝난 밭에는 콩이나 조를 심어야 하는데 장마가 시작되면 콩 갈이를 할 수 없으니 보리타작을 뒤로 미루는 것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장마 중에 큰 태풍이라도 오게 되면 갈무리해둔 보리 더미가 바람에 날리고 비를 맞아 시퍼렇게 싹이 올라 못쓰게 되는 일도 가끔 있었는데 아직도 썩어가는 보릿대에 하얗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 풋풋하면서도 비릿한 보리싹 냄새가 코끝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보리타작이 끝난 한여름의 시골 마당엔 흔히 멍석이 깔려 있었다. 멍석엔 황금빛 겉보리가 칠팔월의 뙤약볕에 마르고 있었고, 그 덕분에 집마다 몇 마리씩 보신용으로 기르던 닭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 날 며칠을 닭장 안에 갇혀서 지내야 했다. 어쩌다 닭장을 탈출한 닭이 이웃집 마당에 널어 둔 곡식을 쪼아 먹는 비상사태가 종종 생기곤 했는데 때문에 멍석 위에는 늘 긴 대나무 장대가 할머니 방문까지 걸쳐져 있었다. 도톰하게 널린 겉보리에 늘 할머니의 발등 폭만큼 일정한 간격으로 골이 나 있었고, 그것은 간간이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오셔서 보리가 골고루 마르라고 발로 저어주신 흔적이었다.우리 집 가는 길은 구부정하게 휘어져 있었고 양쪽으로 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그 울타리에 호박 넝쿨 하며 박넝쿨이 경쟁하듯 엉켜서 자라고 호박꽃 박꽃이 만발했었다. 대문가 울타리에서 지천으로 피던 그때 그 호박꽃이 순도 높은 황금빛이었다는 사실과 황금빛 호박꽃과 하얀 박꽃이 흡사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이다. 호박꽃은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벌 나비가 찾지 않는 저녁 무렵이면 잠들듯 꽃잎을 오므리는 특징이 있다. 화창한 햇살이 호박꽃에 비치면 꿀벌이며 호박벌이 뒷다리에 노란 화분을 잔뜩 묻히고 잉잉거리며 꽃잎에 드나드는데 벌들은 하나같이 꽃잎에 날아들 때는 소리 없이 들었다가 꽃잎을 떠날 때는 ‘앵’하며 큰 소리를 내고 날아갔었다.반대로 박꽃은 해가 질 무렵에서야 오므렸던 꽃잎을 활짝 피운다. 호박꽃은 동틀 무렵에 오므렸던 꽃잎을 활짝 피우고 박꽃은 달이 뜨는 저녁 무렵에야 꽃잎을 활짝 피우니, 호박꽃과 박꽃이 서로 음양 관계의 같은 선상에 자리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린 것 또한 최근의 일이다.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다. 호박은 태양처럼 붉으면서 둥글게 생겼고 박은 달처럼 희면서 둥글게 생겼으니, 세상에 피는 꽃 중에 이처럼 음양의 위치를 정확히 밝혀 인간 앞에 나서는 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2022-08-03

교육이란 무엇인가?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7월 29일 교육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학부모·교원단체·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학제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1년이라도 빨리 공교육으로 편입시킬 필요성과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아이들을 사회에 일찍 진출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들고 있다.이번 개편안은 두 가지 이유를 내세우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부족한 노동력을 사회에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라면 미국이나 영국처럼 유치원을 의무교육으로 지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 학제개편은 교육의 목적을 노동력 재생산에만 방점을 둔 자본 중심의 시각이 만든 참사이다. 자본이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적 순응의 장치로서 교육에 대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해방 후 73년간 변함이 없었던 학제를 개편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 문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그만큼 다양한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대치동 중심의 사교육 시장과 명문대 입학을 위해 존재하는 중·고등학교 교육의 비정상에 대한 지적은 오래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일련의 사태들이 보여주듯 학벌주의는 격차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사회의 양극화와 학벌주의는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환경이다.‘강남불패’가 사교육 시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은 모두 아는 바와 같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대부분 청년이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제개편은 다양한 줄기와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그렇다면 학제개편만 따로 떼어서 발표하는 교육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여기서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겹쳐지는 것은 과한 해석일까? 하청 노동자의 목숨을 건 투쟁에 정부는 불법 파업임을 강조하며 손해배상 청구라는 무기로 압박했다. 원청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동으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청·하청의 구조에서 하청 노동자는 ‘하퀴벌레(하청 노동자+바퀴벌레)’라 불리며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게 합법의 틀 안에서 형성된 노동구조다.교육부 장관은 논문표절, 음주운전 등이 문제가 되었지만, 대통령은 능력만 보고 인선을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능력이 출중하니 과거의 논문표절과 음주운전 같은 작은 흠결은 넘어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능력이 출중한 교육부 장관의 첫 작품이 바로 이번 개편안이다. 이번 개편안은 사회적 혼란과 분노만 일으키다 실현되지 못할 것이지만, 우리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국가가 생각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또 교육과 노동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자본의 축적 구조를 외면하고 학제만 개편하여 아이들을 한 살이라도 일찍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정말 아이들을 위하는 방법인가?

2022-08-03

정축(丁丑)

육십갑자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정축(丁丑)이다. 천간(天干)은 정화(丁火)요, 지지(地支)는 축토(丑土)다. 정화(丁火)는 여름이 한창인 늦여름을 상징하고, 음(陰)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축토(丑土)는 계절로는 일월이라 차고 습한 흙이다.정축일주(丁丑日柱)는 정화(丁火)의 따뜻한 기운은 차고 습한 축토(丑土)를 생하지만(화생토·火生土), 본인의 힘이 약해 남에게 베풀고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고독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봉사하고 베푸는 성질을 보여주는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까칠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화(丁火)는 촛불과 같은 성질이 있어 자기 몸을 태워 주위의 어둠을 밝히는 기운으로 남에게 베풀며 봉사하는 삶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오늘날의 호남성과 호북성 일대에 해당했던 초나라의 백성들 사이에 행해져 내려온 제사 풍속은 그 유래가 아주 오래되었다. 어떤 무당이 그 고을에서 사람들로부터 상당한 명성을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제사를 올릴 때에 보면 그 차림이 아주 평범하면서도 노래와 춤으로 신을 맞았다가 보내곤 하였다. 그리고 병이 낫기를 빌어주는 사람마다 회복되었고, 그가 농사를 잘 지으라고 빌어주는 사람마다 풍족하게 거두어들였다.그런데 세월이 지나자 다른 사람의 제사를 대신 올려줄 때에 그는 살찐 소와 양을 잡고 좋은 술을 가득히 부으라고 요구했다. 그런데도 그가 병이 낫기를 빌어주었던 사람이 곧 죽어버리고 농사를 잘 지으라고 빌어주었던 사람이 그 해에 큰 병충해나 흉년을 만나곤 하였다.그 고장 사람들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 매우 당황했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원인을 밝히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전에 내가 그 무당의 집에 놀러갔을 때에는 그의 집에 아무런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었네. 그래서 그 무당이 다른 사람의 제사를 올리더라도 마음속으로 아주 경건하게 올려줄 수 있었고 신령님도 그에 응하여서 복을 내려주었던 것이야. 또 그 제사 지낸 고기도 반드시 여러 사람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잖은가? 그런데 그 뒤에 그에게 자식이 여럿 생기게 되자 입는 것, 먹는 것이 많아지게 되었네. 그래서 다른 사람 대신에 제사를 올려도 마음이 진심으로 경건할 수 없었고, 신령님도 제사를 올리는 음식의 향기로운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이지. 또 제사 올린 고기들도 자기의 집으로 거두어 가게 되었다. 그 무당이 변한 것이 아니고, 사사로운 마음이 그의 생각을 이리저리 끌어당기니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지고 만 것이야.”어떤 무당이든지 마음쓰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그와 같거늘, 하물며 처음부터 끝까지 남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 쓰고 일처리함이야 어찌 그보다 더하지 않겠는가! 중국 당나라 나은(羅隱·833∼909)이 지은 ‘나소간집(羅昭諫集)’에 나오는 이야기다.사람이 살아가면서 외부로부터 탐욕과 이기심 등이 더해질 때 처음에 추구하던 마음에서 이탈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재산의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욕망의 수준을 낮추도록 애쓰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정축일주(丁丑日柱)는 더운 여름철에 소가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형국이다. 천기 정(丁)은 쭉 뻗어나가는 기운을 상징한다. 소 축(丑)은 맺다, 인연을 짓다, 끈이 이어지다 등의 의미가 있다. 현재의 환경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의 도전을 시도하고자 한다.‘소’의 은근하고 끈질김과 누구도 꺾을 수 없는 황소고집이 있어 가능하다.정화(丁火)가 있는 사주는 남녀 모두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편이다. 자기만의 매력이 있으며, 매력을 잘 부각시키고 연출하는 것을 잘한다. 병화(丙火)는 태양 같은 뜨거운 빛이라면 정화(丁火)는 달빛 같은 열기가 없는 빛이다.달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에 의하면 지상계와 천상계의 구분하는 위치로 매끄러운 수정구처럼 완벽한 천체라고 보았다. 기독교 전통에서는 성모마리아의 처녀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흠이 없는 완전무결한 존재여야만 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인 서머싯 몸(1874∼1965)의 ‘달과 6펜스’가 있다. 타히티 섬에서 살던 인상파 화가 고갱(1848∼1903)을 모티브로 쓴 소설이다. 1919년에 발표했다.달이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하는 보편적인 숭고한 가치를 말하는 것이고, 6펜스는 물질의 욕망과 탐욕을 뜻한다. 당시 6펜스는 영국의 화폐 중에서 가장 낮은 가치를 담고 있는 은화 동전이다. 둘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폴 고갱 자신을 가장 많이 닮았던 딸 알린이 폐렴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갱은 버텨왔던 모든 의지와 희망을 잃었다. 잠을 이룰 수도 없고 살아갈 힘마저도 잃어버렸다. 고갱은 이때 세상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의 시체를 개미들이 뜯어 먹도록 산으로 올라가서 음독자살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토하는 바람에 극심한 복통을 앓으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인생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렸다.‘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1897년)이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이 그림을 아무렇게나 그린 미완성 작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그림은 내가 그렸던 어떤 그림보다 뛰어나고 앞으로도 이 그림보다 더 뛰어난 작품은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서머싯 몸은 ‘달과 6펜스’에서 이렇게 기록한다. 위대함이란 무엇일까요? 때를 잘 만나고, 성공해서 높은 지위에 오르고, 돈을 많이 번 소위 성공한 사람을 가리켜서 위대함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런 위대함은 그 사람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지, 그 사람 자체가 가지는 특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상황이 변하면 위대함에 대한 평가도 사뭇 달라지게 마련이다.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서민의 생활이 어느 때보다 팍팍해졌다. 많은 사람은 실제로 어떤 일을 도모하거나 행하지 않고 말로만 떠벌인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가치관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민의 삶을 직접 체험해 보지도 않고 말이다. 아무리 어려운 때일지라도 살아있는 자체가 위대한 것이다.

2022-08-03

다시 간호법으로

배문경 수필가 대한간호협회에서 발간한 ‘코로나 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라는 책을 읽는다.전북이 고향인 김성덕 간호사는 대구동산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지원을 했다.그가 집을 떠날 때 가족을 설득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세 자녀와 남편이 꼭 가야하느냐는 말에 “지금 아니면 언제 가느냐? 나는 간호사(registered nurse·RN)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라고 당당하게 가족을 설득시켰다. 코로나 현장 파견을 마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그녀가 촌집에서 혼자 기거했던 것도 다시 떠오른다.나는 왜 그녀처럼 모든 것을 훌훌 벗고 그 당시 코로나로 힘들어했던 그 곳에 지원서를 내지 못했을까. 아마 전국의 RN들이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미안하고 안타깝고 그래서 오랜 시간 자책하며 병원에서 조금 더 코로나로 힘든 직원과 환자를 도우려고 노력했다.그 당시 4대 일간지 1면에는 코에 반창고를 붙인 간호장교의 사진과 유사한 사진들이 실렸다. RN들이 이마에 길게 패인 주름과 콧등에 반창고를 붙인 채 기쁜 모습으로 훈장처럼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그들은 3킬로나 되는 방호복을 입고 15시간 환자들을 위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강행군을 했다. 어떤 시민은 봉투에 비누 두 개와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메모를 같이 보냈기에 받는 사람들이 눈물이 났다고 했다.올 가을 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는 예견이 조용히 흘러나온다. 4차 접종을 하느라 병원은 분주하다.얼마 전 경주간호사회 주관으로 정기총회가 개최되었다. ‘서른한 살, 간호사가 되었습니다’를 쓴 배윤경 작가 겸 간호사인 그녀와 북토크를 진행하였다. 그녀는 러시아어를 전공해서 취업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혼자 다녀왔다. 그리고 간호대학을 다시 도전해 취업까지 한 아주 똑똑하고 열정적인 여성이다. 그녀의 글에서 보여지듯 RN의 길은 멀고 험하다.RN은 삼교대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자의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크고 작은 변화를 인수, 인계받는 과정이 릴레이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규RN이 질환과 환자를 이해하고 습득할 시간이 1달에서 3달이다. 미국의 경우 1년 과정이 주어진다. 신입RN의 많은 수가 일 년을 못 넘기고 자리를 떠난다. 신규RN에게 주어지는 환자의 목숨은 커다란 부담이며 두려움이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민하고 날카롭다.이미 이 과정을 겪은 RN은 다시 신규간호사의 교육까지 맡아야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병원은 환경의 처우개선과 RN의 인원을 늘여야하다. RN이 일 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이미 많은 논문에서 발표되듯이 칠년에서 십여 년의 숙련된 RN이 환자를 간호할 경우 질환 치유율(治癒率)이 훨씬 높다. 그래서 경력RN의 중요성은 배제될 수 없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갖가지 요구를 들어주는 과정은 지난(至難)하다.이런 상황 속에서도 많은 RN들이 환자를 위한 봉사를 진행했다. 순천향대학병원 간호부는 10월 4일 ‘천사 데이’를 맞아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봉사활동은 ‘건강한 삶은 간호사와 함께, 건강한 100세를 위한 혈압관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이어졌다.환자와 보호자들이 오가는 곳에서 RN들은 혈압과 혈당, 체지방 등 검사를 진행했다. 건강 상담을 통해 혈압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내용을 접했다. 더 많은 병원들이 서비스를 늘일 수도 있으리라.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복합적 질병을 간호하며 치매와 만성질환으로 건강에 대한 서비스는 더욱 필요하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의료법이 시행되고 있다. 경력RN이 현장에서 다양한 질환을 간호할 수 있는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간호가 실천되어야 한다.양질의 의료서비스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간호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참간호의 아름다운 현장을 꿈꾼다.

2022-08-03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의지가 있는가

심충택 논설위원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도권 규제완화가 브레이크 장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140건의 각종 규제혁신 사례를 발표하면서 ‘풀 수 있는 것은 다 푼다’고 밝혀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지난달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천에서 연 ‘산업입지 규제개선을 위한 기업간담회’에서도 비수도권 지자체의 기업유치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 발표됐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과 관련한 규제를 풀겠다는 내용이다. 관련 시행령이 개정되면 해외에 나가있는 ‘유(U)턴 기업’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증설이 허용된다. 지금까지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투자기업만 공장 신·증설이 가능했다. 정부 발표 이후 비수도권 시민단체들은 공동으로 규탄성명서를 내고 “수도권의 초집중과 난개발을 부추기며 비수도권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맹비난했다.윤석열 정부는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유턴기업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에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법)’을 제정해 비수도권 지자체의 유턴기업 유치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그동안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상공회의소,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협조를 받아 유턴기업 유치에 전력을 쏟았다. 지난해에는 대구·경북에서 6개의 유수한 유턴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도 냈다.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통계를 공식 집계한 2014년 이후 누적 유턴기업은 모두 108곳으로 이 가운데 대구는 5곳, 경북은 14곳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인건비가 많이 올라 외국에 차렸던 공장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정부가 더 잘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몰림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은 당연히 비수도권 소멸이다. 현 정부처럼 효율성을 잣대로 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마구 허용하면 비수도권 지자체의 기업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산업 투자·인력 양성 계획도 수도권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정책판단 과정에서 ‘국토균형발전’ 보다는 ‘효율성’에 집중하는 것 같다. 효율성만을 따지면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생존의 문제”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의 최우선 조건은 수도권에 편중된 일자리와 인력을 비수도권 지역에 골고루 퍼지도록 하는 것이다. 비수도권지역에 우수한 기업과 인재들이 찾는 대학이 들어서면 청년들이 가족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떠날 이유가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수도권 규제완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2022-08-02

태풍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다. 나무가 뽑혀 나갈 정도의 강한 바람과 집중호우를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한반도는 나라의 길이가 긴 중국과 일본에 비해 비교적 태풍으로부터 안정권이다. 매년 30건의 태풍이 발생하나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3.1개 정도다. 거의 7월, 8월, 9월에 집중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늘고 가을 태풍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걱정이다. 2019년에는 8개, 2020년은 6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내습했다.우리나라로 향하는 태풍은 대부분 일본으로 빠지거나 제주도와 경상남도, 전라남도에 주로 직접적 피해를 준다. 진로가 시계방향으로 휘어 포물선 형태를 그리기 때문에 경북 동해안도 종종 큰 피해를 입는다.태풍은 발생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이라고도 부른다. 영어 typhoon은 그리스 신화의 거대하고 강력한 괴물 티폰(typhon)에서 유래했다. 한국은 태풍(颱風)이라 표기하지만 일본은 ‘台風’으로 쓴다.한국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힌 태풍은 1936년 8월 발생한 태풍 3693호(당시에는 태풍 명칭이 없음)으로 1천23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재산상 가장 큰 피해를 낸 태풍은 2002년 8월에 발생한 태풍 루사다. 5조1천400여억원의 피해가 났다.한반도로 향하던 5호 태풍 송다와 6호 태풍 릴레이가 모두 열대저압부로 약해지면서 소멸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올 여름도 휴가철이 끝나면 태풍 7호, 8호가 밀어닥칠 것이 예상된다. 올해는 비만 적당히 뿌려 가뭄 해갈과 지구 온도를 낮춰주는 유익한 태풍이 한반도를 거쳐갔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02

‘선물(present)’

조현태 수필가 스펜서 존슨이 저술한 ‘선물’이라는 책이 있다. 한 소년이 성인으로 성장하면서‘세상에 가장 소중한 선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술된 책이다. 독자로 하여금 그 여정을 따라가며 감정을 함께 공유하게 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그 선물이라는 것은 노인이 들려주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다. 노인은 그야말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얘기하면서 소년에게 궁금증과 기대를 한껏 심어준다. 그러나 소년은 매번 현실에서 장애물에 부딪친다. 그럴 때마다 다시 노인을 찾아가 선물을 찾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그 선물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란다.”소년은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어간다. 그래도 여전히 선물의 정체는 모호하다. 일터와 가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끈질긴 탐색을 마치고 나서야 소년은 마음의 평화를 얻고 마침내 소중한 선물을 발견한다.소년의 삶에 안내자 역할을 했던 노인은 세상을 떠난다. 그렇게 노인의 일생과 죽음은 이제 장년이 된 소년에게 마지막 깨달음을 남기게 된다. 어느덧 소년은 그렇게 의지했던 노인과 닮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노인이 그랬던 것처럼 주위의 다른 이들을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으로 안내하게 된다.스펜서 존슨은 다음과 같이 현재의 중요성을 정의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과거도 아니요 미래도 아니요 바로 현재 이 순간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현재 이 순간을 옳은 쪽으로 집중하라. 그러면 활력과 자신감을 얻어 그른 것도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잡념을 없앤다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 중요한 것에 관심을 쏟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쏟는가에 따라 소중한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관심을 쏟으라.”present라는 단어는 선물이라는 뜻이지만 현재라는 뜻을 갖고 있기도 하다. 현재야 말로 가장 큰 선물이며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그러기에 오늘을 의미 있게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와 미래 모두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탈무드’에 보면 인간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이 나온다. 히브리어로 키소(ciso)와 코소(coso), 그리고 카소(caso)이다. 키소란 ‘돈 주머니’란 뜻으로 돈을 어디에 쓰는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코소란 ‘술잔’이란 뜻이다. 인생의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카소란 ‘노여움’이란 뜻인데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자제력을 말한다. 어떤 일을 보고 얼마나 마음을 다스리고 절제된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의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키소, 코소, 카소는 어떠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앞에 나열한 세 가지 기준에 공통된 평가시점 역시 현재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너 지금 박사라는 것은 엉터리 박사야. 왜냐면 옛날에 너는 멍텅구리였으니까.”이런 형식의 평가방법이야말로 순엉터리다.

2022-08-02

반도체 인력양성과 특성화고교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대통령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강조하자 교육부는 대학정원 규제를 풀고 반도체 인력을 키우겠다고 하니, 수도권 대학정원을 늘릴 경우 지방의 인재유출 가속화를 우려하며 지방대학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반도체 분야의 대학교육에 대한 논의는 요란하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인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고졸기술자 교육에 대해선 조용하다.그런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의하면 반도체산업의 학력별 부족인원은 고교졸업생이 55%를 차지했다. 게다가 특성화고교를 중심으로 포진한 전기·전자학과 등의 고졸인력들이 반도체나 전자산업 현장에서 필수인력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2022년 추가경정 예산안을 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학생 수가 감소함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교육재원의 효율적 활용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 각 교육청에선 늘어난 교부금을 쓸 곳이 없어 재난지원금이나 입학준비금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현금성으로 또는 필요성이 의심스런 스마트기기 구입 등으로 썼다고도 한다. 한편 정부는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대학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학생 수가 줄어들기는 대학도 마찬가지인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여유분을 구태여 대학에 쓸 이유가 있을까. 대학에 예산이 필요하다면 학생 감소에 따른 비효율적 부분에 대한 대학구조조정을 통한 예산절감으로도 상당한 재원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대학의 반도체학과에 증원정책 지원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관련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고 절실하다. 그러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여유분은 당장에 필요한 반도체 관련 특성화고교 육성과 그 학생들을 위하여 쓰여야 하며 그것이 재원의 목적에도 맞다. 반도체 산업현장에서 학력별 부족인원은 고교졸업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관련 교육제도와 지원은 미비하단다. 많은 특성화고교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비한 실험실습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설투자 확대도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조건들이 열악한 반도체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현장 고졸사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도 수립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학의 반도체교육은 정부와 대학에서 애를 쓰고 있으니 특성화고의 반도체 인력교육에 대해선 시·도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관련 기업들이 함께 연구팀이나 협의체 등을 구성하여 지원을 강화함이 바람직하다. 특성화고교생들의 자격증 취득과 외국어학습 그리고 국비유학 및 해외연수 제도 등에 대폭적 지원을 통한 학생유치 장려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나아가 기업체근무 고졸사원들의 교양함양을 위한 문화예술 등 인문교양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를 적극 제안한다. 지역 또는 산업단지의 권역별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대학교육 기회가 없었던 고졸사원들이 퇴근 후 또는 주말에 교육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함은 개인적 자질함양과 함께 산업현장의 근무의욕 고취 등으로 근로생산성에도 효과가 클 것이다.

2022-08-02

내 집 아닌 내 집

이사를 했다. 3년 만에 하는 이사라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이참에 짐 정리도 할 겸 불필요한 것들은 모조리 버리기로 했다. 다행히 친구가 이 집으로 들어오겠다 해서 가전제품이나 가구들은 양도할 수 있었다. 집주인에게는 7월까지만 살고 나갈 거라 미리 얘기도 해둔 터였고, 더구나 다음 세입자를 구해놓았다고 얘기까지 해놓았기에 모든 게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매우 순진한 생각이었다.막상 짐을 빼고 이사를 마치고, 친구와 계약을 일주일 앞둔 상황이 되자 집주인은 별안간 월세를 올릴 거라고 통보를 해왔다. 300에 40짜리 작은 옥탑에 갑자기 45만원을 받겠으니 친구에게 말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도 나처럼 사회초년생인지라 한 달에 45만원을 월세로 지불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작은 옥탑에 보증금 300, 월세가 45만원. 친구가 이사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사실 그 옥탑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다. 같은 가격대에서는 크기도 상대적으로 넉넉했고, 옥탑인 탓에 채광도 좋았다. 대학원생이던 나에게 학교까지 도보로 20분이라는 건 매우 큰 장점이었다. 나에게 맞춤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집이었다. 문제는 그게 옥탑이었다는 거고.생각보다 옥탑에 사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옥탑이 구축의 개인 주택에 달린 옥상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살던 곳은 다른 무엇보다 단열이 문제였다. 여름이면 옥탑은 오븐처럼 뜨겁게 달궈졌고, 겨울이면 온몸이 얼어버릴 정도로 외풍이 심했다. 에어컨과 선풍기, 보일러와 전열기는 옵션이 아니라, 옥탑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품에 가까웠다. 그래도 단열이 되지 않는 탓에 곳곳에 물이 맺혀서 곰팡이가 피었다. 나쁘진 않았지만,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집이었다.그런 집에 월세로 45만원을 달라니. 매달 전기세며 보일러세로 일반 가정집의 2배는 족히 나오는 집인데 월세마저 올려달라는 건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집주인은 300에 40은 3년 전 시세라고 했다. 결국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주인에게 300에 40이 아니면 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아마 이 집을 그 가격에 월세를 놓는 게 상당한 무리라는 건 집주인도 알고 있었을 거다. 당장 부동산에만 가 봐도 300에 40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 옥탑을 한 달에 45만원이나 주고 살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집주인은 우리가 가난한 고학생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며, 새로 들어올 사람과 나의 관계마저 알고 있었으니 그런 무리수를 둬본 것이겠지. 게다가 짐도 여기에 이미 들어와 있는 상태고. 그러니 “300에 40은 3년 전 시세”라는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이겠지. 가난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지라곤 고작 더 낙후한, 대신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아 가는 것뿐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으니까.창신동 쪽방촌의 주거 실태와 주거 빈곤층의 실상을 밝힌 이혜미 기자의 ‘착취도시, 서울’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빈곤 비즈니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을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착화’하는 산업. 가뜩이나 돈 없고 오갈 데 없는 이들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해, 마땅한 노력 없이 불로소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는 형태.”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누군가에게는 현명한 투자라 생각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곤궁을 고착화시키는 현실의 아이러니. 물론 알고 있다. 집주인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것일 거라고 믿고 싶다.가난한 사람은 월세가 오를까봐, 집에서 쫓겨날까봐 늘 두려움에 떤다. 비록 그 집의 평당 임대료가 서울 전체 아파트의 평당 평균 임대료의 몇 배를 상회할 지라도, 당장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으니 한 달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월세로 지불하면서 살아간다.그러니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모으기는커녕 점점 더 낙후된 곳으로 이동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낙후된 주거 환경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쪽방촌, 고시촌, 원룸 촌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가난하기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 속에서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결혼하지 않는 것, 아이를 낳지 않는 것뿐이라 생각하면서.

2022-08-02

여름방학을 지나며

지금 우리는 여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청명한 하늘을 마주하면 한없이 들뜨다가도 지나치게 무더운 날씨에 실온에 둔 음식처럼 기분이 상한다. 푸르른 바다와 싱그럽게 자라는 식물의 줄기를 상상하지만, 습도만큼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몸도 마음도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만 같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듯한 찝찝함이 온종일 가시질 않고 에어컨 없는 공간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다.이 여름, 나는 휴식에 관해 골몰한다. 문자 그대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쉴 수 있을지 고민한다. 따가운 햇볕이 정수리를 달구는 한낮에도, 창 너머로 후텁지근한 바람만 불어오는 늦은 밤에도, 쉬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는 기분이다. 어느덧 올해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음을 상기하면 어쩐지 숨이 가빠진다.학교에서 일하는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방학이 있다는 것이다. 학생일 때의 방학과 선생이 되어서 체감하는 방학의 무게는 완전히 다르다. 전자에게 방학은 그저 마냥 즐거운 기분이라면 후자는 숨을 쉴 유일한 기회다. 쓰러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붙잡는 동아줄 같은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서 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임해야지만 다음 학기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동료들과 손을 맞잡고 다짐했다. 열심히 쉬다 옵시다, 우리.몇 달 전부터 나는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궁리했다. 비행기 표를 사서 이국의 휴양지에 다녀올까. 괌이나 하와이 같은. 아니면 서울 근교의 세련된 호텔에서 며칠 머물면서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온종일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주말에는 사람들로 붐벼서 쉽게 갈 수 없던 유명한 식당이나 평일 오후의 미술관도 떠올렸다. 그렇지만 내게 필요한 휴식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경험이 아니라 비움이 필요했다. 그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던가 좋은 곳을 구경하면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리하여 이번 방학의 목표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으로 설정했다. 방학 계획표 따위는 그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분신처럼 들고 다니는 노트북과 책도 내려놓았다. 떠오르지 않으면 한 문장도 발화하지 말자. 텍스트를 읽고 싶으면 그때 소설을 펼치면 되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자.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바리바리 싼 짐을 들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머리카락을 하나로 질끈 묶고 후줄근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마당에 앉아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을 바라보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지리산에 올라가 입이 떡 벌어지는 경치에 감탄하고 천년을 살았다는 소나무와 마주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다가 지겨워지면 평상에 누워 낮잠을 잤고 해가 넘어가면 가족들과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셨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 이 일을 삼십 년이나 해냈어?”하고 내가 물으면 “자식을 키우려면 뭔들 못하겠느냐”고 부모님은 대꾸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마을에 찾아가 회상에 젖기도 했다. “우리 꼬마가 이렇게 자랐어!”하고 외치던 목사님의 손은 너무나 다정했고 나는 어느덧 한 시절을 통과해왔다는 감각을 느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누구에게나 방학은 필요하다. 직장인에게도 여름방학을 달라는 말은 그저 실없는 농담이 아닐 테다. 짧은 휴가로는 충족될 수 없는 긴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똑같은 삶이 쳇바퀴 돌 듯 지나간다. 물결처럼 흘러가야 하는 시간이 고이고 응축되면 썩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특히 여름은 부패하기 쉬운 계절이니,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휴식은 육체와 마음을 재정비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일로 나아가고 더불어 내일로 나아갈 힘을 얻게 한다.이렇게 나의 방학이 지나가는 중이다. 풀벌레가 시끄럽게 우는 여름밤, 나는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내년에 계약 만료가 되는 월셋집과 손봐야 할 소설의 무수한 장면들, 매일매일 체감하는 나의 부족함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그밖에도 처리해야 하는 현실적인 일이 가득하지만 잠시 눈을 감기로 한다. 그 대신 여름의 햇빛을 받으며 반짝이던 강의 표면과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통과하면서 내는 소리를 떠올린다. 이제 며칠 후면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고 지켜야 할 약속을 이행하며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방학은 끝나지 않았으므로, 마치 문을 닫듯 상념은 잠시 거기에 놓아두고 나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2022-08-02

선크림 선택법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에 나설 때 선크림은 필수다. 햇살에 포함된 자외선은 사람의 피부를 늙게 만들 뿐만 아니라 피부의 콜라겐 분해를 촉진해 주름을 만들고,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세포를 자극해 기미 등의 색소 질환을 악화시킨다.더구나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은 편평세포암, 기저세포암과 같은 피부암에 걸릴 위험도 높인다. 따라서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자외선 A와 B를 모두 차단할 수 있는 자외선차단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자외선 차단지수인 SPF는 자외선 B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PA는 자외선 A에 대한 차단 지수이며, 그 정도에 따라 +/++/+++ 로 표시된다. 일상적인 야외활동을 할 때는 SPF 30~50, PA ++~+++를 고르고, 해수욕장 등 자외선이 강한 지역에서는 SPF 50 이상, PA +++ 이상인 제품을 골라야 한다. 민감성 피부의 경우는 SPF 20을 권한다. SPF15는 94%, SPF30은 97%, SPF50는 98%의 차단율을 보인다.한 번 바른 차단제는 땀 등의 영향으로 조금씩 씻겨나가므로, SPF가 높은 것을 선택하더라도 양을 충분히 도포하고 자주 덧바르는 것이 중요하다.일반적으로는 외출 30분 전에 미리 도포하고, 2~3시간마다 충분한 양을 꼼꼼하게 발라야 한다. 민감성 피부의 경우에는 가급적 화학적 차단제가 들어있지 않은 물리적 차단제, 저자극 제품, 무향, 무알레르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화학적 자외선차단제는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화학적 및 물리적 차단제제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피부건강을 지키기 위해 내 몸에 맞는 선크림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01

‘전환마을운동’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마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터(생활환경)이면서 그 속에 사는 사람들(공동체)과 그들이 형성하는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적 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은 ‘마을 만들기’를 동일한 생활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마을이라는 공동의 터전을 둘러싼 다양한 생활문제 해결과 문화, 역사, 자연자원을 발굴하고 공유함으로써 관계성과 참여성을 신장시키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또한 마을 만들기는 도시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빈부격차, 일자리, 환경문제, 주민갈등, 시민질서, 여가선용, 범죄로부터의 예방, 마을안전 등의 다양한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는 지름길로 보고 있다.이렇듯 마을은 도시전체의 새로운 전환을 시도함에 있어서 가장 초기 출발점이 되는 단위로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초인 세포와 같은 것이다. 최근 이러한 마을의 특성을 살려 마을단위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탈탄소 사회를 준비하고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을 만들어가는 마을운동인 ‘전환마을운동(Transition Village Movement)’이 주목받고 있다.‘전환마을운동’은 지역경제를 강화하며, 지역에너지 자립을 위해 지역의 활동가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펼치게 된다. 아울러 대안적 삶의 실천, 공유기술, 에너지비용 및 탄소배출 감소, 지역먹거리 운동, 지역경제의 성장을 추구하며, 다른지역의 활동들과 적극 협력하는 것을 선호한다.‘전환마을운동’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전환(Transition)의 개념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새롭게 재해석(Reimagine)하고 재건(Rebuild)하는 것으로 최근까지 가장 비중을 높게 둔 것은 에너지전환 관련이다.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중심에 두고 모두가 상생하는 삶을 위한 변화를 끊임없이 사고하고 추구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공동체 활동을 추구할 수 있었다. 국내·외 ‘전환마을운동’의 우수사례를 살펴보면 지역대학 등 전문가 집단의 참여와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리고 해당지역 주민대상 인식전환 교육을 필수적으로 진행하며, 단계별, 주민주도형 에너지 전환계획을 수립했다.아울러 마을의 지속성 담보를 위해 주민공동체를 구성하고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하였고, 마을특성에 적합한 적정기술의 사용을 권장하였다. 이러한 특성의 ‘전환마을운동’은 최근 에너지자립 중심에서 ‘탄소중립 전환마을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핵심사업으로는 ‘탄소중립전환마을’ 거점센터 조성, 마을별 ‘탄소중립전환마을’ 가이드라인 수립, ‘탄소중립전환마을’ 추진협의회 구성, ‘탄소중립전환마을’ 모델 구축, ‘탄소중립전환마을’ 교육(에너지전환, 생태복원, 물순환, 문화복원 등) 및 ‘탄소중립전환마을’ 디자인학교 운영 등이 있다.지난해 말 대구시와 광주시는 행정안전부의 주민주도형 지역균형뉴딜 우수사업 공모에 ‘달빛동맹 햇빛찬란e’ 플랫폼 구축사업이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을 통해 광주시가 역점 추진한 ‘에너지 전환마을’의 노하우가 대구시의 ‘탄소중립 전환마을’ 추진에 전수되고, ‘탄소중립 동맹’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2022-08-01

쉼이 있는 삶의 리듬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휴가의 절정이다. 연이은 태풍 북상 예보에 고온다습한 날이 계속돼도 휴가를 떠나는 발길은 급증하고, 피서지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중복을 넘긴 7월말~8월초가 하계휴가 절정기로 전국민의 60% 이상이 피서나 휴양을 위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어, 국토교통부에서는 안전한 교통환경과 원활한 교통편의를 제공하기 위해‘특별교통대책’을 마련·시행할 정도다. 코로나19의 6차 대유행 조짐으로 불안과 긴장을 떨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바캉스 행렬은 왕래부절이니 우려와 설마가 넘나드는 딜레마 같은 나날이랄까?그래도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신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도돌이표 같은 일상에 더군다나 3년째 발목 잡아온 거리두기로 사람들은 얼마나 시달리고 억눌렸는지, 웬만하면 일단 집을 나서 시원한 콧바람을 날리며 그간의 지긋지긋함을 떨쳐 버리려는 모양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낯선 환경과 접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간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신경 써야 하고 부담스러운 것들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며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희망사항일 것이다.휴가는 어쩌면 그와 같은 방편과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휴식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일만 하는 ‘개미의 삶’에서 벗어나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라도 나를 바라볼 수 있는 휴식, 무위(無爲)에서 오는 자유감, 자유시간 동안 빈둥거릴 수 있는 게으름 등도 아주 훌륭한 여가활동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휴가를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기계처럼 일만 한다고 해서 결코 능률이나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쉼과 여가생활이 있는 일터의 리듬이 진정한 효율과 창의성을 높여준다는 논리다.그래서 지난 주말, 평소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과 부산 나들이를 다녀온 것은 여유로운 쉼과 함께 삶의 리듬을 새삼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최대한 편하고 한가롭게 해변을 거닐다가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관광명소를 찾아 눈요기를 하고, 주변 맛집에서 별미 먹거리로 입을 즐겁게 하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쐰다는 것은,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의 리듬을 물결치게 하기에 충분했었다. 더욱이 부산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부산에 유치해 콘서트’장면을 우연히 접하기도 하고,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솟아오르는 밤하늘의 불꽃쇼가 마치 관광객을 반기는 축포로 여겨져 한결 여흥을 돋우는 듯했다.재충전의 시간은 빼곡한 일상의 갈피에서 벗어나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구름처럼 움직이고 물결처럼 흘러가는데 몸을 맡기는 것이리라. 쉼과 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일을 잘 하듯이, 일만 하고 쉴 줄 모르는 자는 미래 경쟁력인 창의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쉼은 준비와 도약을 위한 워밍업이자 삶의 리듬을 채워주고 생기를 더해주는 일상의 여백이며 행복의 텃밭이 아닐까.

202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