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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종교 단체의 정치 간여 이대로는 안 된다

등록일 2023-04-16 19:28 게재일 2023-04-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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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에서 일부 종교 단체의 정치 참여가 도를 넘고 있다. 우리의 양극화되고 분열된 극한 정치에서 파생된 기이한 현상이다. 정치와 종교의 영역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양자는 상호 존중할지언정 지나친 간섭과 투쟁은 우리 정치를 더욱 혼탁케 하고 불안케 한다. 정치의 궁극 목적은 흔히 말하는 국리민복이다.

종교는 불완전한 인간이 초월자를 통해 참된 행복과 구원의 길을 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양자는 다른 영역인데 종교는 현실 정치에 야합하여 득을 보려 하고 정치는 종교 세력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있다.

서구 기민당처럼 종교의 이상이나 진리가 정강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세 정교일치도 아닌 현대 사회에서 종교를 정치의 수단화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광훈 목사처럼 정치적 간여나 투쟁행위는 오히려 국민을 불안케 하고 정당정치의 퇴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과거 공산 독재국가나 오늘의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정치를 철저히 종교화하였다. 평양의 거리에서는 ‘김일성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다’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이미 김일성 부자는 신격화되어 인민의 우상으로 고착된지 오래이다. 3대 수령에 대한 믿음과 존중은 종교처럼 내면화되었다.

주민들은 수령을 절대적 칭송과 흠모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공산권의 개방화 과정에서 공산 독재자들의 동상은 파괴되었다. 러시아 레닌의 동상마저 사라지는데 김일성 동상에는 아직도 참배객이 늘어나고 있다. 수령의 만경대 생가는 성역화되었고, 북한의 가정에는 수령 초상이 걸린 지 오래다.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론은 북한수령을 통해 완전한 생명을 부여 받는다는 ‘사회 정치 생명체론’으로 대치되었다. 결국 북한당국은 정치를 종교화하여 체제 통제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최근 전광훈 목사의 정치 간여는 국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전 목사는 오래전부터 본 회퍼의 이론을 앞세워 광화문 보수 강경집회를 주도해 왔다.

그는 줄곧 문재인 정권의 퇴진에 앞장서면서 강경 보수 정치인들을 집회에 끌어들였다. 그는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진보 세력을 용공으로 매도하였다.

전 목사는 각종 선거뿐 아니라 국민의힘 당의 당 대표 선출과정에도 노골적으로 개입한 흔적을 남겼다. 그가 지방선거뿐 아니라 차기 총선 공천권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전 목사는 기존 기독교 단체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자기 과시형 언행을 쏟아 내었다. ‘하느님도 내 말 듣지 않으면 그냥두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국힘당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가 자유우파를 통일했다’는 발언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쯤 되면 그의 행태는 목사이기 전 선동 정치인이다. 일부에서 그를 예언자로 칭송하지만 국힘당에서는 그를 시급히 손절하자는 주장이 우세하다.

가톨릭정의사제구현단의 활동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어느 신부의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시의 비행기 추락을 위해 기도했다는 발언은 가톨릭의 가르침에도 크게 벗어난다. 가톨릭 성직자의 금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지난주 전주에서부터 출발한 정의사제구현단의 정치 집회에도 곱지 않는 시선이 존립한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성을 규탄하기 위해 전국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도 진보와 보수의 찬반양론이 대립한다. 과거 가톨릭정의사제구현단은 유신 체제 타도라는 명분으로 민주화 운동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암울했던 독재 정권 시절 그들이 고통받는 민중의 선봉에 선 역할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도 안 된 시점의 대통령의 탄핵 주장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따른다. 성직자인 사제의 입장은 정치적 투쟁이 아닌 종교적 신앙적 실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의 활동이 자칫 정치를 더욱 분열을 조장할까 우려된다.

결론적으로 종교인들의 정치 간여와 투쟁은 자제되어야 한다. 자칫 이들의 행위가 이 나라의 양극 정치나 진영 정치를 조장하고 갈등과 저주의 정치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 목사의 정치 투쟁과 정의사제구현단의 행태를 평면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종교와 정치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며 양자의 범주 착오와 침범은 국론분열만 조장한다. 목회자나 성직자들이 정치에 직접 간여하려면 그들의 신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영달이나 지지세 확산을 위해 종교 세력을 정치에 끌어 들이는데도 문제가 많다. 종교인들은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종교와 정치는 상호 범주 착오나 침범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양자 간 애매모호한 영역은 존립한다. 종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 정치는 오직 민생과 복지를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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