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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와 운전면허

등록일 2023-04-16 19:28 게재일 2023-04-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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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울시가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시 10만원짜리 교통 카드를 주는 제도를 4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한다.

여러 지방자치 단체들이 앞다투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제도의 찬반양론과 함께 이 제도를 둘러싼 잡음도 일고 있다.

일부 시·군들이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인센티브로 제시한 현금이나 지역 상품권, 교통카드 등을 차일피일 미루며 수개월째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시·군들은 정부가 국비지원을 미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소위 ‘고령’이 되는 셈이다.

유튜브에는 100세 시대에 젊게 사는 방법 등이 넘쳐 난다.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이를 20년 세월을 돌려 살아가라는 이론이다. 34세 나이에 미국 하버드대 역사상 최초로 여성 심리학과 종신 교수가 된 엘렌 랑거 교수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 실험으로 유명하다. 그는 1979년 실험에 참여할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남성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오하이오주 지역 신문에 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심리적인 시간을 되돌릴 때 나타나는 사람의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시골의 한 수도원에 모였다. 수도원 내부를 20년 전인 1959년처럼 꾸몄다. 1959년 이전에 생산된 TV·라디오·신문·가구·집기 등을 배치했다. TV와 라디오에서는 1959년 당시 드라마·뉴스·쇼가 흘러나왔고 신문도 1959년의 것이었다. 한마디로 1979년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누가 봐도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도록 했다.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고 한다.

실험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놀랍도록 좋아졌다고 한다. 랑거 교수는 이를 “정신이 젊어지면 육체도 젊어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논문에 발표하였다. 이 실험은 시니어들의 젊게 사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노인’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를 거부한다.

시니어 전용 영화관에 들른 적이 있다. 티켓에는 ‘노인 할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다. 더구나 그것도 55세 이상 노인 할인이라는 단어였다.

문득 ‘노인?’하면서 고개가 갸우뚱 해졌다. 그 하나의 느낌은 왜 55세가 노인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평균 수명 80세가 넘고, 그리고 곧 평균 수명 100세가 다가오는 시대에 있어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신문을 보면 “노인들 겨울건강 주의보” “노인 교통사고 급증” 등 기사제목을 보면서 몇 살을 기준으로 노인이라고 하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또 하나의 다른 느낌은 과연 ‘노인’이라는 단어를 꼭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자신이 노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나이가 되면 노인이라는 단어가 별로 유쾌하지 않은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어권 국가의 예를 보면 노년이란 단어에 해당하는 Old Man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시니어 시민(Senior Citizen)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시니어란 번역한다면 ‘선배’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극장 같은 공공 공연 장소에서 할인을 하는 경우 시니어 디스카운트(Senior Discount)란 단어를 사용한다.

나이에 대해 우리가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나이가 들면 마땅히 다 병이 생기고 쇠약하게 되며 외모가 나빠진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노안, 노망, 노환이라는 질병 용어가 생겼고 노쇠하고 노약하다는 표현도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그러한 선입견을 몰아낸 ‘인턴’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70세 가까운 나이의 시니어가 30대의 젊은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인데,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젊은 사람 밑에서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오히려 내가 그 젊은 사람보다도 더 젊다는 선언이 되는 것이기도 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니어’라는 말도 좋고 ‘선배님’‘선생님’이란 좋은 단어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제 노인이란 단어는 묻어야 한다.

이제 100세 시대에 우린 살고 있고 시니어들의 활약도 사회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운전면허반납 제도는 여전히 동전의 앞면을 가지고 있다. 시니어들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큰 관심을 가지고 보도 되는 것도 문제이다. 통계적으로 유의차가 있는 나이가 언제인가를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운전포기는 결국 외출이나 행동반격을 좁히면서 건강에 해롭다는 100세 건강관리 이론도 지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엘렌 랑거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이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젊게 생각하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건 시니어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100세 시대 운전면허 반납 제도는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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