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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G·와이파이·스마트폰의 숨겨진 위험… 건강보호 위한 방법들

건강에 대한 오래된 상식을 뒤흔드는 연구로 각광받는 의학자인 조셉 머콜라 박사가 5G, 와이파이, 스마트폰의 숨겨진 위험성을 고발하고 그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법을 알려 주는 ‘5G의 역습’(판미동)이 출간됐다. 저자는 초고속·초고용량 서비스 구현으로 문명의 이기를 안겨 주는 5G가 왜 우리 몸을 망가뜨린다고 호소하는 것일까? 이 책은 5G가 기존의 전자기장과는 전혀 다른 스펙트럼을 이용하는 새로운 창조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기하급수적인 전자기장에 노출되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5G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저자는 전 세계에 발표된 5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근거로 현대에 급속도로 증가하는 수면장애, 우울증부터 심장 질환, 알츠하이머병,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들이 스마트폰과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생물학적 기전을 밝히며 5G와 우리 몸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한다.기존 관점과는 달리 5G의 ‘역습’에 주목하는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건강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전역의 화제를 몰고 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미국 각주를 비롯한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이 기술적 혜택을 마다하고 5G를 거부하고 저항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르게 발전하는 5G, 와이파이 상용화 기술 속에서 주체적으로 우리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1

갤러리 권 개관… “거리에서 미술품 감상하세요”

포항의 원도심인 북구 중앙로에 열린 미술품 전시공간인 갤러리 권이 개관했다. 중앙로 289 경북매일신문 사옥 바로 옆에 지난 15일 개관한 갤러리 권은 미술 애호가들은 물론 중앙로 일대의 직장인과 시민이 편안하게 들러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도심 속의 쉼터 공간이다.전시공간은 5평 규모로 유리관 무인 갤러리의 특성을 살려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점이 특징이다. 관람객들이 거리를 지나가면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라익권 관장은 “지역민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고, 지역적 한계를 벗어난 작가의 전시, 발굴, 프로모션의 역할을 통해 갤러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수행하여 포항의 미술시장에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미술관 개관의 의미를 전했다.이곳에서는 사진, 영상, 회화, 조각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아트, 다매체 융합 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국내외 유명 작가부터 새롭게 도전하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차례로 전시될 예정이다.첫 개관전은 오는 21일까지이며, 트랜스 아트 작가이자 갤러리 권 관장인 라익권 작가의 개인전 ‘Tears’전으로 마련했다.라익권 작가는 2015년 대한민국정수사진대전에서 대통령상과 지난해 국제사진대회(IPA)에서 심사위원 5인이 선정한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보다 많은 시민들의 관람을 기대했기에 구상 작품을 준비했다. 라 작가는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모습과 심경을 작품의 배경으로 했다.라익권 작가는 본인의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통해 그 ‘울림’이 힘겨운 시대에 ‘치유제’ 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2021-11-10

인디플러스 포항, 영화 2편 상영·GV 진행

(재)포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디플러스 포항은 오는 13일 영화관을 찾던 발길이 코로나19로 OTT 서비스로 빠르게 이동한 현 시대상을 반영하는 영화 기획전 ‘OTT X’ 를 개최한다.이번 기획전은 포항의 옛 시민극장처럼 단일극장을 추억할 수 있는 두 편의 영화 상영과 GV(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GV에서는 사라져가는 단독극장, 코로나19로 가속화되는 극장 산업의 위기와 영상 콘텐츠 생태계를 함께 진단하고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기획전으로 상영되는 첫 영화인 ‘보는 것을 사랑한다’(오후 4시30분)는 1980년대 ‘시네마 천국’이었던 인천의 극장을 배경으로 한국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1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극장 공간에 대한 감독의 섬세한 시선과 인천에서 활동하는 역사·문화·영화계 인사와 봉준호, 박정자, 최불암, 한명숙 등 예술인들도 인터뷰이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동휘 배우 주연의 ‘국도극장’(오후 7시30분)은 낡은 재개봉 영화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낸 작품이다.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기태가 국도극장에서 일을 시작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공간으로서의 극장의 적당한 이입과 거리두기의 미덕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2019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지원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접속’을 만든 제작사 명필름랩의 장편영화다. GV(관객과의 대화)는 영화 ‘보는 것을 사랑한다’상영 후 윤기형 감독,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한편, 영화 관람은 인디앤아트 시네마(www.indieartcinema.com)에서 수수료 없이 예매 가능하며, 현장 발권도 가능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0

‘일상을 넘어 만화 愛 빠지다’ 20~21일 ‘2021 포항만화축제’

경북 최대의 만화축제인 ‘2021 포항만화축제’가 오는 20일과 21일 이틀간 포은중앙도서관에서 펼쳐진다. 포항만화축제는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천목원)이 만화를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추구하고 시대적 공감과 세대적 소통으로 도서관 문화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 마련했다.5회째를 맞는 올해 만화축제의 주제는 ‘일상을 넘어 만화愛 빠지다’로 힘든 시기를 이겨낸 포항시민들에게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웹툰·만화 콘텐츠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오는 20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로비에서 한동대 아카펠라 동아리 피치파이프의 만화주제곡 아카펠라 공연으로 성대한 문을 열며, 내빈 및 참석자들이 포항시민들을 응원하는 ‘마음백신’ 개막퍼포먼스를 선보인다.개막식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구구까까’, ‘힙한남자’의 혜니 웹툰작가 강연이 진행되고 이어 오후 3시30분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21일 오후 1시에는 ‘머니게임’의 배진수 웹툰작가, 3시30분에는 ‘외모지상주의’, ‘인생존’의 박태준 웹툰작가와의 만남이 이뤄진다. 작가와의 만남은 포항시립도서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다.포항만화축제 기간 동안 포은중앙도서관 로비, 입구 곳곳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먼저 초청 작가 소개 및 작품전시와 캐릭터 블록전시가 로비 중앙에 전시되고 태블릿으로 웹툰을 볼 수 있는 태블릿 만화방, 부모님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내무반 만화방, 캠핑감성을 느끼며 만화를 볼 수 있는 캠핑장 만화방이 운영된다.또한, 채덕 웹툰작가가 웹툰으로 표현한 포항5경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로비 대형스크린을 통해 만화영화를 볼 수 있다.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는 팝아트 그리기, 풍경드로잉 엽서 만들기, 만화캐릭터 슈링클스 공예, VR체험, 웹툰 스티커만들기, 브릭비즈 캐릭터만들기, 캐릭터 종이접기 등 만화축제에 걸맞은 만화캐릭터 위주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시민 참여 이벤트로 도서관 곳곳에 숨겨진 초청 웹툰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을 찾으며 도서관 탐험 및 경품 추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웹툰 주인공을 찾아라’와 만화 주제곡을 듣고 만화 제목을 맞추는 가족 퀴즈프로그램 ‘만화 OST 가족퀴즈왕’이 열린다. ‘만화 OST 가족퀴즈왕’은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시민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리모트미팅’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또한 어울마루에서는 온라인 뮤지컬 ‘헬로카봇’을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진다.작가와의 만남 및 체험프로그램은 11일 오전 10시부터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2021 포항만화축제’는 위드코로나로 전환됨에 따라 대면으로 이뤄지며, 출입구 열체크 및 소독 에어커튼 설치, KF94 마스크 및 항균소독티슈 배부, 행사장 수시 환기 및 방역 실시 등으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9

그의 그라나도스… 모두가 숨 죽이다

“백건우의 그라나도스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했다. 한숨마저 부르는 아름다움, 선율 너머에 숨은 미감, 사랑과 죽음이 공존하는 순간 엇갈리는 빛과 어둠이 있었다. 피아노는 노래했고, 음률은 꿈처럼 시(詩)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인간이 어떤 경지에 오르면 과연 저렇게 음악을 빚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발걸음을 조심히 옮겼고 소리 냄을 멈추었으며,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의 그라나도스에 집중했다. 귀와 마음과 영혼이 황홀해지는 경지였고, 영혼을 실은 연습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완벽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5) 독주회가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1 포항음악제’의 나흘째 프로그램으로 지난 8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졌다.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지 올해로 65년을 맞은 거장이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하나로 꼽히는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피아노곡집 ‘고예스카스 Op.11’을 인터미션 없이 전곡을 연주한 프로그램은 관객들에게 가장 음악적인 음악의 순간을 선사했다.작곡가 스스로가 ‘고예스카스’의 모든 작품은 사랑, 죽음과 관련돼 있고 고통과 사랑, 비극적 결말의 감정을 담고 있다고 밝힌 만큼 우수에 찬 분위기가 가득한 곡이었다.비극의 꼰 도로레(con dolore·슬프게)부터 수정처럼 영롱한 음표들이 가을날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처럼 눈부시게 쏟아졌다. 슬픔을 등에 가득 지고 걸어가지만, 그의 그림자에는 찬란한 빛이 숨어있었다.첫 곡 ‘사랑의 말’에서는 스페인 민족주의 운동 주역이었던 그라나도스의 애국주의자적 마음마저 얼핏 엿보였다. 스페인 사회의 타락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판화연작 카프리초스와 탈 파라 쿠알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곡이었지만 이 곡을 연주하는 백건우에게선 과거 그 어떤 곡을 연주하건 음색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던 투박한 스타일에서 탈피, 대단히 경쾌하고 반짝이는 색채감을 발산했다.그리고 이러한 섬세한 다채로움은 다음으로 연주된 ‘창문에서의 대화’까지 이어졌다. ‘등불 옆의 판당고’는 변화무쌍한 리듬의 향연이 만개해 백건우의 강건한 터치가 더욱 부각됐다.발렌시아 지방의 민요를 바탕으로 ‘비탄, 또는 처녀, 그리고 나이팅게일’은 ‘마하’라는 여성이 사랑하는 남편을 향한 안타까운 연정을 노래한 작품 본래 성격 탓도 있겠지만 더욱 서정적이고 현란한 트릴의 기교가 빛을 발했다. 이어 ‘고예스카스’의 가장 핵심적인 정서인 사랑과 죽음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 ‘사랑과 죽음 : 발라드’는 같은 제목을 가진 고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 만큼 죽음이 갈라놓은 사랑, 그 물리적이고도 심리적인 고통이 비극적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터치가 유지됐다.그로테스크하고 모호한 악상의 ‘에필로그 : 유령의 세레나데’에 이어 마지막으로 연주된 ‘지푸라기 인형’에서 꿈꾸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한탄을 쏟아내고 허무와 비통함을 노래하며 백건우는 내면의 노랫소리를 따라 더 멀리, 더 멀리 가고 있었다.이날 공연을 관람한 강민정(51·포항시 남구 지곡동) 씨는 “마치 시어를 조탁해낸 시인처럼 음표 하나하나에 색채와 깊이를 불어넣는 백건우가 빚어낸 나직한 한 음은 속삭임과도 같았고,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순간에는 모두가 생의 상처에 몸을 기댄 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이날 객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만큼 꽉 차 백건우에게 거는 기대와 위상을 증명해 보였다. 더불어 연주가가 건반 위에서 손을 내려놓을 때까지 박수를 인내하며 정적을 즐기는 모습 또한 관객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1-11-09

세계 32개국 작품 전시 ‘대구사진비엔날레’ 성료

‘누락된 의제(37.5 아래)’를 주제로 개최됐던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지난 9월 10일부터 11월 2일까지 32개국 351명의 2천여 점의 사진 작품을 선보이며 5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8회를 맞은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그동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숙제였던 미술계 담론형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고, 현실 인식의 차원에서 대구사진비엔날레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주제 ‘누락된 의제(37.5 아래)’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인류문명의 명과 암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기에 충분히 시의적절한 주제였다는 평가다.올해는 2006년 1회 비엔날레가 개최된 이후 여덟번째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된 해였다. 그동안 현대사진의 흐름을 망라해 선보여 온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동시대 사진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시아 최대의 사진 축제이자 대한민국 유일의 사진비엔날레로서 여타의 비엔날레와 차별성을 가진다. 또한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평가 결과 부산, 광주 비엔날레와 함께 우수등급 평가를 받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비엔날레로서 청년성과 실험성, 역동성을 보여주며 정체성을 확립해 왔다.이번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이러한 대구사진비엔날레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색깔을 보여주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지난 2018년에 열린 제7회 대구사진비엔날레 대비 50% 가량 상승한 총 20만 여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폐막해 8회째를 맞은 세계적인 사진축제로서의 저력을 보여줬다.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최대 성과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수준 높은 전시회를 개최한 점이다.어윈 올라프(네덜란드), 파브리스 몬타리오(벨기에), 조나스 벤딕센(노르웨이) 등 세계적인 명성의 스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수준 높은 전시가 일반에 공개되자 국내 사진계에서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전시규모와 수준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진축제로 손색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특히 문화예술회관 1~10전시실에서 열린 주제전시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주제를 전시장별로 짜임새 있게 구성해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전시장 공간을 따라서 세계 23개국, 48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다양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설치 및 영상작품들이 더해져 흥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신념’을 주제로 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에서 개최된 특별전 역시 요나스 벤딕센, 알렉스 마졸리 등 세계 다큐멘터리 사진의 흐름을 주도하는 스타 사진가들의 대거 참여로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치, 사회, 경제와 노동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11개국, 18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인류문명의 모습을 되돌아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대구사진비엔날레 최초로 도심의 야외에서 진행된 포토월 프로젝트와 인카운터 VI전의 반응도 뜨거웠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전시회 개최라는 새로운 방향성 시도로 야외전시회를 추진했다. 대구동산병원과 청라언덕 일대, 동대구역 광장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수준 높은 사진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대구에서 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는 당위성과 사진의 도시 대구의 위상을 드높였다.문화예술회관 12, 13전시실에서 열린 대구사진사시리즈 II전도 배상하, 신현국 등 작고 작가를 포함해 장진필, 김일창, 권정호 등 대구사진의 선구자들의 작품세계를 심도 깊게 조명해 내실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지역과의 협력관계도 슬기롭게 풀어냈다. 대구동산병원에서 히어로즈 2020전을 개최해 코로나19로 애쓴 지역 의료인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봉산문화회관에서는 사진작가협회 대구지회와 협력해 사진작가협회 기획사진전을 개최했고, 지역 사진학과를 중심으로 전국사진학과연합전을 구도심에 위치한 대구예술발전소에서 개최했다. 시내 곳곳의 갤러리, 카페, 도서관 등에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프린지 포토페스티벌과 자매우호도시사진전을 개최해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열린 비엔날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비엔날레 개막을 40여 일 앞둔 지난 7월 30일에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해 사전담론 형성에 기여했다. 심포지엄에는 이경률 중앙대 교수, 고동연 미술평론가, 정훈 주제전시 큐레이터의 주제발제 및 패널토론을 통해 사진매체와 비엔날레의 정체성에 대한 인문학적인 분석과 코로나19 시대상을 반영한 비엔날레의 개최 의의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참석한 방청객과 함께 탐구했다.사진작가 육성 및 작가 상호교류 플랫폼을 구축한 점도 이번 비엔날레에서 돋보였다. 포트폴리오 리뷰 프로그램을 개최하면서 국내 비엔날레 최초로 사진가 브랜딩 프로그램을 도입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또한 협력관계인 유중문화재단에서 주요 출품작을 감상할 수 있는 애프터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을 오는 28일까지 개최하며, 서울대미술관에서 ‘Hidden Exhibition in Seoul 누락된 의제’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다양한 교류·협력 프로그램과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이번 대구사비엔날레를 주관한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형국 관장은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신 대구시민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번 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얻은 성과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앞으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세계 3대 사진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8

경주예술의전당 ‘우주탐험’ 연극 18일부터 나흘간 화랑홀서 선봬

관객들이 우주선 공간에 탑승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관람하는 독특한 공연이 펼쳐진다. 경주문화재단(이사장 주낙영)이 이머시브 시어터 ‘그래비티 스페이스’를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총 4일간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선보인다.‘그래비티 스페이스’는 글로벌 공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공연 콘텐츠 기업인 브러쉬시어터가 초연하는 관객 참여형 공연인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 공연이다.이머시브 시어터 공연은 관객이 공연에 직접 몰입해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관객참여형 공연으로 차세대 공연 콘텐츠로 관심 받고 있는 장르다.‘그래비티 스페이스’는 우주 탐험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제작됐다. 관객들은 60여 분간 우주선 공간에 탑승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우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머시브 시어터 공연인 만큼 공연장 입장방법도 독특하다. 공연장 객석 문을 통해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등·퇴장하는 무대 출입구를 통해 입장하게 된다.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극에 직접 참여하고 배우와 함께 호흡하며 눈앞에서 연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그래비티 스페이스’는 기존 연극에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실감 세대에 걸맞은 새로운 연극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 공연은 올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최,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며 경주문화재단, 경기아트센터, 평택시문화재단 세 개의 문화예술회관과 글로벌 공연 제작사인 브러쉬시어터가 합심해 총 60명 이상의 기획·제작 인력이 만들어내는 민관 협력 프로젝트이다. 관람 문의는 경주문화재단 전화(1588-4925)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8

‘2021 포항음악제’ ‘성공적 축제’ 예감

“‘2021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은 코로나19 시대를 단절 없이 살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뚜렷한 주제의식과 연주의 완성도로 그 기대를 계속해서 높여갈 것이다.”‘2021 포항음악제’가 지난 5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성황리에 열린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일주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개막 리셉션 없이 진행된 개막 공연에서는 ‘탄생’을 주제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지휘자 중 하나인 이승원 지휘자가 포항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작품번호 40’과 비발디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나단조 리옴번호 580’을 연주했다.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박유신도 협연에 나서 카푸스틴의 ‘첼로협주곡 2번 작품번호 103’을 한국 초연으로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핀치의 ‘탄생의 날 작품번호 B’를 한국 초연으로 부른 소프라노 서선영 또한 섬세한 리릭 소프라노의 뛰어난 테크닉을 쏟아내어 청중들의 환호를 끌어냈다.축제와 함께 출범한 포항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을 역임한 이소란이 악장을 맡는 등 한국의 촉망받는 20∼30대 젊은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젊음의 패기로 무장한 채 싱그럽게 약동하는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의 색채를 남김없이 열정적으로 내뿜어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이들은 소프라노 서선영과 함께 한 차례의 앙코르 무대로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했다.개막 공연으로 닻을 올린 이번 포항음악제는 ‘기억의 시작’을 주제로 오는 11일까지 ‘탄생’, ‘희로애락’, ‘드라마’ 등으로 나뉘어 총 10회의 공연을 펼친다.‘2021 포항음악제’는 포항시민의 문화향유 흐름도 톺아볼 기회였다. 영화 관람 등 대중적이거나 무료 음악회에 익숙했던 것이 예전 문화향유 분위기였다면, 클래식 공연장을 자발적으로 찾아 순수예술가의 혼을 느끼는 자신의 삶의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추구해나가는 것이 포항시민들이 이뤄낸 삶의 흐름이다.이날 개막 공연을 관람한 최혜원(24·포항시 남구 유강읍) 씨는 “코로나19시대 온라인으로 예술을 만났는데 이렇게 훌륭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라이브로 만나니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 같은 희망을 품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7

“포항이 철강에서 음악을 품은 문화도시로 기억되길”

첼리스트 박유신 ‘2021 포항음악제’ 예술감독.“포항이 철강의 도시에서 음악을 품은 문화도시로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독주의 디테일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실내악으로요. 대중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자주 만나기 쉽지 않은 명곡들을 골랐습니다.”지난 5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2021 포항음악제’ 예술감독 박유신(32)은 이날 개막한 음악제의 주제를 ‘기억의 시작’으로 정한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포항 출신 솔리스트로 명성을 쌓아온 박유신은 2019년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도 활약하며 국내 실내악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박유신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소수의 음악가가 연주하는 실내악으로 음악축제를 꾸몄다. 실내악이란 어떤 음악이고, 그 매력은 무엇이라고 소개하고 싶나.△17세기 바로크 시대부터 등장해 18세기와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실내악은 ‘체임버 뮤직(Chamber Music)’, 즉 방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클래식 음악의 출발점이 되는 실내악은 클래식 연주 가운데 가장 다양한 연주 형태를 가졌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독주를 비롯해 두 대의 피아노가 함께하는 피아노 듀오, 성악이 함께 하는 연가곡, 현악사중주,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구성의 음악이다. 이렇듯 음악의 기본이자 씨앗이랄 수 있는 실내악은 무엇보다 관객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예술이다. 연주자들에게는 음악과 악기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관객들에게는 연주자들의 숨소리와 악기의 작은 떨림까지 오롯이 느끼는 연주로 관객과 연주자 간의 깊은 교감과 소통, 공유가 가장 큰 매력이랄 수 있다.-2015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2위, 2018년 안톤 루빈시테인 국제 콩쿠르 2위 등 첼리스트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2021 포항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게 된 계기가 있나.△‘2021 포항음악제’는 포항시가 순수예술 진흥 프로젝트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서 기획한 클래식 음악축제다. 포항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이곳에서 살았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나의 고향이다. 경희대 음대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공부한 뒤 유럽의 다양한 실내악 축제를 접하며 실내악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지난 2018년 남서독 필하모니와 함께 스위스 우트빌에서 열린 클래식 축제에 참가했을 때 지역 주민들이 하루 종일 앉아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보면서 일상 속에 펼쳐지는 예술을 즐기는 환경을 고향에서도 조성하고 싶었다.-서울, 창원 등 다른 지역에서 이미 실내악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포항음악제의 특징은 무엇인가.△작년에 개최 예정이었던 포항음악제는 코로나로 인해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기다림과 재정비를 거쳐 올해 첫 번째 포항음악제의 막을 올린다. 차별화된 프로그램,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포항 곳곳의 아름다움을 음악과 함께 선사하는 포항음악제가 관객 모두에게 위로와 가슴 뜨거워지는 열정,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기억의 시작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최정상급 음악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실내악 공연을 선보이는데 곡목을 구성할 때 가장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음악 입문자든 애호가든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축제로 만들고 싶었다. 총 10개의 공연이 펼쳐지는데 다양한 악기와 음악의 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명곡 위주로 곡을 선정했다. 개막공연으로 선보이는 포항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제럴드 핀치의 ‘탄생의 날’과 내가 이들과 협연하는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첼로 협주곡 2번 작품번호 103’등 두 곡은 한국 초연곡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이번 축제 참가자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참가자가 있다면.△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이유라 미국 USC 교수와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연주는 실내악 무대로 국내에서 만나기 흔치 않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세계적인 젊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나선다. 조성현(플루트), 김영욱(바이올린), 김재영(바이올린) 등 무수히 많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구성하니 마음이 잘 맞았다. 공연장에서 젊은 연주자들이 뿜어내는 열정이 화합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향후 포항음악제의 방향을 소개한다면.△소규모 실내악 축제로 첫해 행사를 시작한다. 앞으로 교향악축제가 될 수도 있고 타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정형적인 클래식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축제가 될 수도 있다. 유럽에 비해 국내 클래식 토양이 척박해 평가도 혹독하다. 그러니 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관객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깊이 연구해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는 음악제가 되도록 하고 싶다.-앞으로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보태고 도와서 포항이 더욱 격조 높은 문화도시로 거듭나면 좋겠고 포항음악제가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1-11-07

세계 울트라 러너 심재덕의 삶과 달리기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죽음을 거부하고 달리기 시작해 마라톤을 넘어 울트라 러닝까지 쉼 없이 달려온 세계 정상급 울트라 러너 심재덕(52) 씨가 최근 자신의 달리기 삶을 되돌아본 책 ‘나는 울트라 러너다’(여름언덕)를 펴냈다. 부제는 ‘한계는 내가 정한다’.울트라 러닝은 달리기의 정점을 상징하는 마라톤을 넘어 인간의 한계와 더불어 삶 자체를 보여준다고 일컬어지는 운동이다.그는 대우조선해양에서 34년째 일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다. 지난 1992년 숨을 쉬기가 어려워서 병원을 찾았다가 난치성 호흡기 질환인 기관지확장증 진단을 받고 난 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삶이 바뀌었다.사내 체육대회 우승에서 시작된 그의 달리기는 42.195킬로미터의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서브 스리(sub-3)를 대한민국 최초로 100회 달성했다. 지금은 무려 300회를 넘어섰다. 그동안 그의 달리기는 트레일 러닝과 울트라 러닝으로 계속 뻗어 나갔다.심재덕은 미국의 MMT 100마일과 웨스턴 스테이츠 100, 일본의 하세쓰네 산악 마라톤 대회과 노베야마 고원 울트라 마라톤 대회, 프랑스의 UTMB, 이탈리아의 토르 데 지앙 등 세계적인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를 수없이 경험하며 우승과 분루를 번갈아 맛봤다.그의 실력과 명성은 울트라 트레일 러닝의 저변이 넓고 역사가 깊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더 빛난다. 싱가포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결승선을 통과하는 환희에 찬 모습은 다음 해 같은 대회의 대표 홍보 이미지가 됐다. 일본 울트라 러너들의 성지라는 하세쓰네 산악 마라톤 대회에서는 마의 8시간 벽을 깨며 대회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노베야마 고원 울트라 마라톤에서도 유력 일본인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2006년 미국 MMT 100마일 대회에서 당시 세계 최고의 울트라 러너인 칼 멜처를 제치고 이룬 우승은 그의 이력 중에서도 백미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뉴욕 타임스와 BBC에서는 멀리 거제까지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그러나 항상 승리와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상을 입은 발을 질질 끌며 겨우 결승점을 통과했던 2006년 미국의 웨스턴 스테이츠 100도 있고, ‘다시는 울트라 같은 건 안 한다’며 마지막 구간에서 완주도 포기한 채 살아서 돌아가기만을 바랐던 2011년 이탈리아의 토르 데 지앙도 있다. 아쉬움 가득한 실패담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왜 사람들이 세속적인 대가도 없이 엄청난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며 울트라 러닝에 도전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전히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마지막 장인 ‘트레일 러닝의 맥’에서는 트레일 러닝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 기본자세, 각종 장비, 영양 보충제 등을 별도로 정리해서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심재덕의 트레일 러닝 레슨인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러 가지 정보는 스포츠 이론서가 아니라 저자의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어떤 과학적 논리보다 설득력 있다. 100km의 거리, 누적 고도 8천m라는 무시무시한 숫자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챔피언만의 노하우까지도 전수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4

“누가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가”… 한국 민주주의 진단

한국의 민주주의를 연구해온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신작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후마니타스)가 출간됐다. 정치 비전공자를 위한 민주주의 설명서를 표방하고 있는 이 책에서 문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정치란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어떤 정치적 균열이 형성됐는가’, ‘지역 투표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한국 정당은 어떤 정당 모형과 가까운가’, ‘한국 민주주의가 극복해야 할 문제와 해법은 무엇인가’ 등 질문 40개를 제시하고 답변하는 식으로 집필했다.책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제시한다. 첫째, 대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시장 거래화 및 대리인 문제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 한국의 협애한 정당 체제와 소선거구 중심의 선거제도는 한국 민주주의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야기한다. 셋째, 시민사회 집단들에 의한 상향식 당내 후보 선발 방식과 부분 개방형 명부 비례대표 선거제도는 정치의 시장 거래화와 대리인 문제를 억제한다. 넷째, 이 책이 제안한 선거제도와 다수결 입법 규칙 그리고 대통령제가 조합된 정치체제는 다수의 크기에 따라 다수와 소수의 이익 균형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의원들의 정책 경쟁 동기를 촉진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4

프랑수아즈 사강의 마지막 작품… 미발표 유작 국내 첫 번역

프랑스 현대문학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의 미발표 유작 ‘마음의 심연’(민음사)이 국내 최초로 번역돼 나왔다.사강은 열아홉에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 대표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등 사랑을 앞에 둔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 낸 작품들로 프랑스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엄청난 양의 독서와 특유의 재기를 바탕으로 이십여 편의 소설, 에세이,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고, 사랑에 대한 설득력 있는 심리 지도를 완성했다. 섬세한 문체, 내밀한 심리 묘사로 특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 반세기에 걸쳐 ‘사강 신드롬’을 유지해 왔다.사강의 어느 작품들보다 더 파격적이고 생생한 사랑을 그려 낸 ‘마음의 심연’은 열린 결말의 미완성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강스러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음의 심연’은 사강의 아들인 드니 웨스토프가 2004년 사강의 사망 이후 발견한 원고를 십여 년간 스스로 엮고 다듬어 지난 2019년 나온 작품이다. 출간 당시 파리 책방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마음의 심연’은 프랑스 지방 재력가인 앙리 크레송의 저택 ‘라 크레소나드’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사강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생생하고 신랄한 풍자, 재기 넘치는 대화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갈등과 고뇌로 이뤄져 있다. 삼각관계와 나이차가 많은 연상 연하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연상하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4

토끼·고양이 등… 동물 친구들의 흥미진진 이야기

포항에서 30년 넘게 동화와 시, 수필을 쓰며 문학 활동을 꾸준히 해온 서가숙 작가가 최근 네 번째 동화집 ‘우리가 친구 맞니’(책먹는고래)를 펴냈다.동화집은 표제가 된 동화 ‘우리가 친구 맞니’를 비롯해 ‘못된 고양이’, ‘알 낳기 싫어’ 등 총 세 편의 작품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동물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뛰어난 창의력으로 미래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온 작가는 “고통과 외로움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표제작 ‘우리가 친구 맞니’는 사는 환경이 다르고, 먹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토끼와 바다거북, 독수리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서가숙 작가. 서 작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써 몰입과 흥미를 키워주고 싶었다”며 “세편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타인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서가숙 작가는 포항 형산문화제에서 시 장원과 수필 우수상을 받아 등단했으며 백산전국여성백일장에서 시 장원·우수상, 종합문예지 ‘문예감성’ 동화 부문 신인 문학상을 받았다. 동화 ‘내 마음을 공개합니다’, ‘도깨비들의 사람체험학습’, ‘학교를 끊을 거예요’를 비롯해 수필집 ‘행복해 지는 법’ ‘숨은 행복 찾기’, 역사장편 소설 ‘내 사랑 부용공주 1·2’, 성인동화 ‘복수의 화신 변학도’ 등을 썼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4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 만나보세요”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 벨리니의 ‘청교도’가 오는 6∼7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벨칸토 오페라 거장 벨리니 최후의 걸작 오페라 ‘청교도’는 16세기 후반 영국 왕당파와 의회파 간 적대관계 속에 피어난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청교도 요새 성주의 딸 엘비라와 왕당파 기사 아르투로의 사랑, 청교도 장교이자 엘비라의 약혼자였던 리카르도의 질투, 그들을 지켜보는 엘비라의 숙부 조르지오까지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19세기 오페라의 벨칸토 창법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서정적이고 세련된 벨리니 오페라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극 중 여주인공 엘비라가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특유의 화려한 테크닉과 탁월한 가창력을 요구하며, 남자 주인공 아르투로역은 최고 F음까지 내야하는 등 높은 수준을 요구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오페라 중 하나다.특히 이번 작품은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의 2018년 작으로, 이탈리아 현지와 한국의 수준급 예술가들이 참여해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이번 공연에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와 국내 실력파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런던 로열오페라 코벤트가든·라 스칼라극장·빈 국립극장 등 세계 주요극장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소프라노 데지레 란카토레, 마리오 델 모나코 국제콩쿠르 1위, 타란토 국제콩쿠르 1위 및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에서 호평받은 소프라노 김정아, 로마 오페라와 카타니아 벨리니 극장 주역가수인 테너 줄리오 펠리그라, 서울대학교와 독일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 독일 마인프랑켄 극장과 뮌헨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한 테너 석정엽이 각각 주역인 엘비라와 아르투로 역을 맡았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국립극장의 오페라 감독인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지휘를, 이탈리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프란체스코 에스포지토가 연출하며, 그 외에도 오페라 전문 연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 위너오페라합창단, 그리고 서울발레시어터가 함께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3

포항서 선사 다례재 재현행사

포항불교사암연합회(회장 덕화 스님·문수사 주지)가 오는 6일 오전 10시 대한불교조계종 포항 문수사에서 ‘제8회 선사 다례재 재현행사’를 봉행한다.선사 다례재 재현행사는 포항지역에서 탄생하거나 포항지역 고찰인 보경사와 오어사 고석사 등에서 주석하며 수행했던 역사 속 고승들의 진영과 위패를 모시고 봉행하는 지역 유일의 역대조사 추모다례재다.1천600여 년을 이어온 신라불교 전통을 간직한 포항불교는 신라천년의 초석을 다진 자장 스님과 혜공 스님, 의상대사, 향곡선사, 진각종 손규상 대종사 등 26명의 역대조사를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전통 다례재를 열고 있다. 포항지역 불자들이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고, 다례 및 사찰음식 등을 통해 축제 형식으로 함께 나눔을 실천한다. 이날 행사는 육법공양, 명종5타, 법고, 삼귀의, 반야심경봉독, 봉행사, 봉행제문, 헌다3배, 추모사, 추모의 노래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올해는 특별히 지진과 코로나19 등으로 힘들어진 지역민들을 위로하고 지역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코로나19를 소멸하는 대다라니경을 스님 행사 참여 스님 50여 명이 다함께 봉독하는 시간을 갖는다.포항불교사암연합회장 덕화 스님은 “역대 조사(祖師)로 추앙받는 조사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림으로 인해 지역민의 화합은 물론 정신문화 함양과 자긍심 고취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이처럼 의미있는 다례재 행사에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3

경북 문단 중진 진용숙 시인 두번째 시집 ‘물고기와 시’ 출간

‘물고기와 시’ 표지. “시는 파닥파닥 숨 쉬는 물고기공연히 퇴고한다고지느러미 자르지 마라바다로 갈 수 없는물고기는 죽은 시다악마의 뿔처럼 교활하지 않아도시와 물고기는바다를 먹고 사는 동업자이다”(진용숙 시 ‘물고기와 詩’전문)경북 문단의 중진 진용숙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집 ‘물고기와 시’를 출간했다. 도서출판 책만드는집 간(刊).지난해 펴낸 첫 작품집‘늦은 나들이’에 이은 두 번째 작품집이다. 작품집은 1부 ‘물고기와 시’, 2부 ‘모래시계’, 3부 ‘첫눈’, 4부 ‘욕망에 대하여’, 5부 ‘생명의 서’로 나뉘어 7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작품집의 전체 주제는 이웃과 함께하는 자연물과의 상관관계.작품들은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실존적 삶의 애증과 함께하는 사랑과 고통, 나아가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냥 묵과하지 않고 성찰이란 정제된 통과의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향토성과 서정성을 저변에 깔고 있으면서도 인생의 관조가 느껴진다. 비교적 짧은 행으로 이뤄진 시들은 새로운 인간성 회복 구현을 염두에 두고 있다.“어디로 가느냐고 꼭 묻지는 마라지금은 바람도 가끔 길을 잃는다가을이 꼭 슬픈 것만도 아니잖아어느 날 길 잃은 바람이우리 가슴에 새 씨앗을 뿌려줄지잘 사느냐 어떠냐고도 묻지 마라꿈 없는 사람 어디에도 없다새들이 저녁 해지는 곳으로길을 내는 것도 슬퍼하지 마라 진용숙 시인 거긴 따뜻한 둥지가 기다리나니”(진용숙 시 ‘묻지 마라 적멸은 없다’ 전문)진 시인은 이번 시집의 출간 의도에 대해 “항간에 발표되는 자유시가 그 난해성으로 인해 서정의 원형을 이탈하고 있음이 안타까워 좀 더 쉽고 정제된 표현으로 독자에게 접근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한다.경주 출신으로 포항에 살고 있는 진용숙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해 (사)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장, 경북여성문화예술인연합회장,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경상북도 문학상, 경주문협상, 호미문화예술상(문학), 포항시양성평등상, 선덕여왕 대상을 수상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2

대규모 실내악 축제‘2021 포항음악제’ 개막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최정상급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실내악 축제 ‘2021 포항음악제’가 오는 5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개막한다.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기억의 시작(Beginning of MEMORY)’이라는 주제로 11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비롯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펼쳐진다.젊은 예술감독 첼리스트 박유신(32)을 주축으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독주, 협연 등 엄선된 실내악 공연을 선보일 이번 음악제는 축제 기간 동안 날마다 다른 주제의 음악 12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7일간의 연주일마다 ‘탄생’ ‘희로애락’, ‘드라마’, ‘사랑에 빠진 연인들’, ‘브람스의 말’등 소제목이 달렸다.5일 개막 공연은 ‘탄생’을 주제로 포항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지휘자 중 하나인 이승원의 지휘로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을 연주한다.첼리스트 박유신이 이들과 함께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첼로 협주곡 2번, 작품번호 103’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서선영은 제랄드 핀치의 ‘탄생의 날, 작품번호 8’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다. 이 밖에도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 임지영, 김재영, 김영욱이 비발디의 ‘4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단조’를 연주한다.6일에는 ‘희로애락’을 주제로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임윤찬이 라벨의‘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라 발스’, 멘델스존의 ‘현학 오중주 2번 B플랫 장조’를 통해 음악가로의 삶과 그들이 남긴 음악이 그려내는 다양한 희로애락을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사중주 1번 g단조’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삼중주 2번 e단조’도 연주한다.7일은 ‘드라마’를 주제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콥스키와 피아니스트 서선영이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연주한다. 또한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풍의 삼중주 1번 g단조’와 드뷔시의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 프랑크의 ‘피아노 오중주 f단조’가 연주되는 이날 공연은 사랑과 희망, 슬픔과 탄식 등 다양한 감정을 가득 담아 낭만음악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전한다.8일의 주제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고야의 전시에서 그의 그림과 사랑에 빠진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가 고야의 그림에서 받은 영감을 담아낸 피아노 모음집 ‘고예스카스(사랑에 빠진 연인들)’를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건반 위에서 펼쳐낸다.9일에는 ‘브람스의 말’을 주제로 젊음의 꿈과 열정만큼이나 고뇌와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20대의 브람스, 평생의 친구와 함께 할 연주에 들떠있던 중년의 브람스, 마지막 대곡을 피워내던 말년의 브람스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날 공연에서는 ‘현악 오중주 2번 G단조’, ‘인성과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두 개의 노래’, ‘피아노 사중주 1번 g단조’까지 브람스의 생애를 관통하는 이 음악들로 음악이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였던 그의 마음을 온전히 전해준다. 10일은 ‘클래식 피아졸라’를 주제로 궁정음악을 넘어 고전음악의 시대를 대변하는 모차르트와 남미 아르헨티나라는 열정과 낭만의 공간을 상징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을 선보인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와 2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현악 사중주 21번 D장조’와 ‘현악 사중주 15번 d단조’를 대한민국 실내악의 역사를 써 온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11일 ‘2021 포항음악제’의 마지막 무대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을 비롯해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삼중주 3번 f단조’와 멘델스존의 ‘현악 팔중주 E플랫 장조’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메인 공연 외에도 연주자를 집중 조명하는 포커스 스테이지와 음악평론가 홍승찬과 장일범의 강연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어 클래식 음악을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지난해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올해 열리는 ‘2021 포항음악제’는 올해도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든 공연에서 좌석 간 거리두기, 참여자 전원 PCR 검사 등 철저한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안전한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윤희정기자

2021-11-02

“대를 이어 사용되는 조새 통해 세대 아우르는 정신적 연결고리 찾아”

김희숙 수필가 “오늘날 우리는 네모 세상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컴퓨터 노트북과 핸드폰과 텔레비전을 통해 각자의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정신도 사방으로 흩어져 개별적 사유를 합니다. 실제로는 관계의 연결고리는 엄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대를 이어 사용되는 조새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정신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했습니다.”지난달 31일 발표된 ‘제5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김희숙(53·부산시) 수필가는 1일 가진 인터뷰에서 수상작 ‘조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조새’는 굴까는 일을 하는 외할머니와 어머니, 성씨 다른 이모들의 삶을 보며 여인들의 노동을 되돌아보게 된 김 수필가의 인생 이야기이다.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조새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고향 바닷가를 거닐다가 우연히 굴을 까는 할머니를 만났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곁에 다가가 말을 건넸고 이웃마을에 사시던 외할머니와 이모들을 아시는 분이었다. 한동안 곁에 앉아 지켜보다가 조새의 날개짓을 보고 글을 시작했다. 박물관에 있음직한 조새(굴을 따거나 까는데 쓰는 기구)의 이름을 되살려 갯가 사람들의 노동의 숭고함을 나타내고 싶었다.-‘조새’를 쓰는 과정은 어땠는가.△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데 조새를 찾아서 서해안 바닷가를 여러번 방문했다. 그곳에서 굴을 채취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관찰할 수 있었다. 대장간을 찾아가서 조새 만드는 과정도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조새를 사서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날마다 바라보았다.‘조새’작품은 앉아서 머리로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발로 뛴 글이다.-좋은 산문은 무엇일까.△글쓰기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출내기라 감히 좋은 산문에 대한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다만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여긴다. 소재를 찾고 주제를 연결시키기 위해 주변을 자세히 바라보고 좀 더 공부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좋은 산문의 생명은 진솔함이라 믿는다.-전염병 창궐 등 요즘은 살기가 참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오늘날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코로나19가 발병한 후 주위 분들과 ‘페스트’를 읽고 토론했다. 소설이지만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위로를 받았고 위기 상황을 대처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서 조금은 지혜도 얻었다. 바로 문학이 주는 위로와 지혜가 아니었나 싶다. 어딘가에 힘들다고 하소연조차 할 수 없이 너나없이 겪는 일이지만 공감하고 위로를 주는 글 한 줄이 있다면 견디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앞으로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저의 본업은 명리학을 통한 사주상담이다. 미신이라 치부하는 운명학을 문학적으로 풀어보고 싶다. 명리학도 사람의 삶을 해석하는 학문이다. 음지이지만 오랫동안 사람들 가까이에 존재해왔던 명리학을 통해 생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주수필을 써보는 것이 계획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1-11-01

‘처음 만나는 포항? 받아쓰기? 바다쓰기!’

“다른 지역 예술인이 바라본 포항의 문화예술은?”(재)포항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2021 포항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타지역 예술가들이 한 달간 포항에서 머무는 네트워킹 프로그램 ‘처음 만나는 포항? 받아쓰기? 바다쓰기!’가 구룡포와 송라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한국예총 포항지부(지부장 류영재) 주관으로 지난 15일부터 오는 5일까지 4주간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타지역 예술가들과의 교류활동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도시 포항’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공유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또한, ‘처음 만나는 포항? 받아쓰기? 바다쓰기!’를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예술가들의 포항 유입, 즉 문화 귀향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일상 속 곳곳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처음 만나는 포항? 받아쓰기? 바다쓰기!’는 지난달 초 최종 선정된 4명의 작가 ‘박미진(영상크리에이터), 송한솔(패션디자인), 이헌구(회화), 이화영(패턴디자인)’이 구룡포 아라예술촌과 송라면 광천리 작업실에서 한 달간 머물며 포항의 짝꿍 예술가들과 더불어 포항지역 곳곳의 골목, 바다와 다양한 공간들을 여행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지역적 색깔과 새로운 장소로부터 얻은 영감을 통해 작가만의 시선으로 매주 드로잉, 작업 아이디어 등의 활동 기록을 남기며 새로운 공간에서의 기존 작가적 관성에서 벗어난 예술적 탐색을 시도하게 된다.한편, 한국예총 포항지부는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앞으로 포항 예술사 발간 사업을 위한 DB구축, 공공 예술프로젝트 ‘영일만경-Green 포항 Art Project 숲며들다’, 예술인 역량 강화 프로젝트 등 다채로운 세부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1-11-01

제9회 포항철강산업대상·스틸에세이 수상자 선정

경북매일신문이 포항철강관리공단과 함께 공모한 ‘제9회 포항철강산업 대상’ 후보자에 대한 심사위원회 회의를 열어 5개 부문 대상 및 특별공로상 4명을 선정했다. 부문별 대상 5명에게는 상패 및 부상(상금 300만원)이, 특별공로상 4명에게는 상장 및 상패가 수여된다. ‘제5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심사 수상자도 선정됐다. 대상 1명에게는 상금 300만원, 금상 1명에게는 상금 150만원, 은상 1명에게는 상금 100만원 등 수상자 10명에게 각각 소정의 상금이 주어진다. ▶관련기사 12·13면포항철강산업 대상과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개최는 생략한다. 다만 수상자 소감 등의 영상을 제작 후 11월 중순께 경북매일신문 및 포항시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다.다음은 수상자 명단이다.◇포항철강산업대상 △경영대상=김봉현((주)동국에스엔씨 상무이사) △기술대상=김학수(홍덕산업(주) 공장장) △생산품질대상=이창배((주)코스틸 상무이사) △봉사대상=최성호((주)융진 이사) △근로복지대상=신명철(동국산업(주) 위원장)◇특별공로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OCI(주) 권세기 상무이사 △경북도지사상=제일연마공업(주) 권영목 부장 △포항시장상=(주)흥화 김경오 계장 △포항시의회의장상=(주)삼원강재 윤광열 주임◇포항스틸에세이 입상자 △대상=김희숙(부산) △금상=김원순(경남 창원) △은상=변재영(대구) △동상=유옥희(대구) 지영미(경북 청도) △가작=허정진(경남 함양) 권보옥(대구) 김주태(서울) 이원락(경북 포항) 김희철(전남 담양)/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1-10-31

‘제5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김희숙 씨 ‘조새’ 대상

‘제5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수상작이 선정됐다.영예의 대상에는 예로부터 옛 여인들의 굴레였던 조새가 현대 여성들의 삶의 든든한 무기가 돼주기를 희망하는 김희숙(53·부산시·사진) 씨의 수필 ‘조새’가 선정됐다.금상에는 김원순(경남 창원시) 씨의 ‘저승꽃’, 은상 변재영(대구시) 씨의 ‘맷수쇠’, 동상 유옥희(대구시) 씨의 ‘칼 좀 갈아’·지영미(경북 청도군) 씨의 ‘놋쇠 종’이 각각 뽑혔다.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은 현대문명의 상징이자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돼온 철강산업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고 재도약을 기원하기 위해 포항시 주최, 경북매일신문·스틸에세이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올해 5회째 개최됐다.올해 공모전은 지난 8월 20일부터 10월 27일까지 국내외 거주자(기성문인 포함)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한 결과 호주를 비롯 서울, 경남, 전남 등 국내외에서 철에 관한 추억이 담긴 500여 편이 응모해 대상 1점, 금상 1점, 은상 1점, 동상 2점, 가작 5점 등 모두 10점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공모전 심사를 맡은 김은주·김한성 수필가는 “‘제5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수상작들은 무엇보다 철이라는 일차원적인 소재의 억압에서 벗어나 소재 너머의 것을 바라보는 상당한 수준의 안목이 작가의 개성과 주제의 통일성, 효율적인 구성, 체험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성을 돋보이게 하는 의미화 형상화에 이른 좋은 작품들이었다”고 전했다.대상 수상 소감당선 전화를 받고 가슴이 두근거려 진정이 잘 되지 않습니다. 기쁘기보다는 덜컥 겁부터 나서 당선 글부터 찾아 읽었습니다. 제일 먼저 그동안 저를 지도해주신 김정화 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탄성을 지르시면서 우셨습니다.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외할머니 동네에서 많은 생활을 한 저에게 조새는 익숙한 물건입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글의 소개가 되리라고 여기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우연히 바닷가에서 만난 고향할머니 덕분에 조새를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글을 쓰기 위해 대장간을 찾아가 만드는 과정도 지켜보다가 조새 하나를 사와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조새는 과연 내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를 쓰다듬고 만지며 몇 달을 지켜보았습니다.조새는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외할머니와 이모들 곁에서 바닷가를 오르내리던 어린 날의 추억을 소환해 왔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외할머니의 등 굽은 뒷모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지며 간절히 뵙고 싶었습니다. 외할머니가 살아 계시다면 당선 소식에 무척이나 기뻐하셨을 것입니다.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을 주최한 경북매일신문 관계자님들과 부족한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격려로 지도해주시는 김정화 선생님에게 이 영광을 모두 드리고 싶습니다. 초고 글의 첫 독자가 되어주는 딸과 사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글 소식을 전할 때마다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부족한 글이지만 계속 쓸 용기를 얻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이제 어려운 시간은 걷히고 위드코로나로 나아갑니다. 내려가는 골이 깊었던 만큼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자고 전하고 싶습니다.△1969년 전남 영광 출생△2021년 ‘수필과 비평’ 등단△저서 ‘길을 묻는 인생에게’, ‘사주로 못 풀어 낼 인생고민은 없다’, ‘운명의 블랙박스’대상 수상작‘조새’바위에 부딪친 파도가 하얀 가루로 부서진다. 육지까지 올라올 것처럼 밀어붙이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뒷걸음치는 고양이처럼 슬금슬금 꽁무니를 뺀다. 그제야 파도에 몸을 내어주었던 바위들이 바닷물 사이로 하나둘 되살아난다. 해안가 사람들이 오밀조밀 동네를 이루듯 갯바위에도 다닥다닥 갯것들이 모여 산다. 숨어 있던 게들이 슬그미 기어나오고 엎드렸던 따개비와 굴들은 참았던 긴 숨을 토해낸다.추위가 뻣속까지 스며드는데 낡은 가방을 멘 노인이 얼른거린다. 한손에는 바구니를 들었고 다른 손에는 길쭉한 쇠갈고리를 쥐었다. 이 바위에서 저 돌 위로 겅중거린다. 적당한 자리를 물색했는지 굽은 허리를 더욱 깊숙이 구부린다. 돌돌 말아놓은 거뭇한 보따리 하나 바위에 얹어 놓은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손에 들린 것은 조새라고 불리는 도구이다.조새는 굴과 짝이다. 낫이며 호미와 삽은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데 조새는 오로지 굴을 채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함평장날이면 장터에 대장간이 문을 연다. 입구에 폐차장에서 사온 두꺼운 강철판을 쌓아놓았다. 한 시대를 살아낸 폐강판에는 멍자국 같은 검붉은 더께가 두껍게 앉았다. 대장장이는 강판을 용접불로 길쭉하게 자른 뒤 불에 달구어 무거운 쇠망치로 내리친다. 수없이 내쳐지는 망치 끝에서 시뻘건 쇳덩이의 낡은 허물이 한 꺼풀씩 흘러내린다. 마치 우화하는 나비처럼 버려진 강판이 손끝에서 어구와 농기구와 공사장 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인간의 삶도 변하려면 저렇게 달궈지고 세상의 망치질들을 견디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조새들이 어깨를 한껏 들먹이며 대장간에 도열해 있었다. 큰 날은 쪼뻣한 쇠를 두툼한 나무 끝에 끼우거나 길게 반원으로 휘어 꼬아 무게감을 주었다. 반대편 작은 날은 연한 굴을 드러내기 편하도록 얇은 쇠고챙이 끝을 날카롭게 벼려서 약간 구부렸다. 감히 작은 용구라고 가벼이 여길 수 없다.노인이 조새로 굴을 까기 시작한다. 눌러쓴 모자 아래로 검은 머리카락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흔 살에 남편을 여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자식들은 대처로 나가 제 앞가림 정도는 하겠지만 자신의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썰물을 기다렸으리라. 밀물 때까지 몸을 바지런히 움직이면 하루 몇 만원어치는 거뜬히 얻는다는 목소리가 추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다. 올해는 여름 장마가 긴 탓에 석화 수확량이 적다면서 조금이라도 굵은 씨알이 있는 바위로 옮겨 다닌다.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손은 쉬지 않고 조새를 움직인다. 노인의 손놀림이 기계처럼 정교하다. 쇠의 무거운 쪽 끄트머리가 새부리마냥 뾰족하다. 닭이 모이를 쪼듯 굴 껍질을 향해 탁탁 내리치면 아무리 단단한 껍데기라도 단숨에 부서진다. 벗겨낸 표피 속에서 바다가 그동안 키워둔 굴이 탱글탱글한 자태를 드러낸다. 곧바로 조새가 방향을 돌려 날갯짓을 하니 가느다란 쇠꼬챙이 끝에 부드러운 속살이 매달렸다. 일련의 행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숙련된 칼잡이의 동작처럼 재빠르다. 노인이 굴을 보지 않고 던지는데도 자석에 쇠가 따라붙듯 쏙쏙 빨려들어간다. 뽀얀 굴들이 수북이 쌓인 바구니에 바다향이 밀려와 코 끝에 닿는다. 노인의 굴 까는 모습에서 삭풍 부는 바위에 웅크리고 앉아 굴을 좇던 외할머니를 소환해 온다.한국 전쟁 중에 외할머니는 남편을 잃었다. 공산군이 마을 장정들을 학살할 때 외할아버지도 억울하게 희생당하셨다. 안타깝게도 첫아이인 내 어머니를 임신한 상태였다. 유복자였던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채 살길이 막막해진 외할머니는 새 삶을 택했고 두 딸을 더 낳았다. 조새는 나무 손잡이가 중앙에 있고 좌우로 전혀 다른 형태의 쇠갈퀴가 부착되었다. 그 생김새는 성씨 다른 이모들과 어머니가 외할머니의 양 옆에 기대어 사는 모습처럼 좌우 대칭을 이루지 못하고 매우 기형적이다.동백꽃이 흐드러진 동백끼미는 서해 바닷가 마을이다. 경사가 심해 밭농사만 지을 수 있을 뿐 바다 외에는 생계를 위해 바라볼 것이 없는 동네였다. 여인들은 남자들이 개매기 어업으로 잡아 온 생선을 손질하거나 손에 물집이 잡혀 물러터지도록 호미질을 해가며 넓은 갯벌에서 어렵게 조개를 캤다. 바닷물이 빠지고 나면 물기 머금은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쪼그리고 앉아 굴을 까는 작업도 여자들에게 고된 노동 중 하나였다. 동네 해안에 굴이 잘 자라주면 그나마 나았으나 굴 흉년이 든 해에는 다른 마을까지 굴 까기 품팔이를 다녔다.굴 까는 일은 주로 늦가을부터 겨울동안 이어졌다. 외가에서도 동네 사람들처럼 집안 여자 숫자대로 조새를 준비해 두었다. 외할머니 조새와 이모들 조새 그리고 어머니 조새가 나란히 흙벽에 걸려있었다. 그 중에는 내가 쥐던 새끼 조새도 있었다. 이모들과 어머니는 자신들의 처지를 닮은 조새를 들고 간조 시간을 기다려 찬 바다로 내려갔다. 두쇠날의 역할은 다르지만 한마음으로 움직여야만 굴을 깔 수 있는 조새처럼 삶이라는 거센 바다에서 그녀들은 서로를 지탱해주는 조새의 양쪽 날개였다.조새를 벽에서 내릴 때는 어디선가 찬기가 일었다. 그럴때면 조새는 북쪽에서 냉풍을 몰고 날아오는 철새 같았다. 외할머니는 숫돌에 조새 날을 슥슥 갈아 여름내 쌓인 붉은 녹을 털어내었다. 쇠 날을 가는 당신의 뒷모습은 금방이라도 땅속으로 꺼져버릴 것처럼 고단해보였다. 염분에 썩어가던 나무 손잡이는 장날 대장간에 가지고 가 새 걸로 갈아 끼워왔다. 양날이 잘 벼려진 조새는 생존이라는 전장에서 자신을 보호할 갯마을 여인들의 수단이었다. 짭쪼름한 굴이 바닷가 아낙들의 농한기 수입원이 되어 줄 때 조새는 양쪽 날개를 퍼덕이며 그들을 도왔다. 조새는 외할머니에게서 어머니와 이모로 다시 그들의 딸로 흘러가던 바닷가 여인들의 운명을 대변하였다.노인의 굴 까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노라니 박물관 사진에서 본 옛날 조새가 떠올랐다. 도자기 운반선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고려시대 조새 형태가 지금 노인이 들고 있는 것과 유사하여 적잖이 놀라웠다. 비슷한 모양이기에 굴을 채취하는 방법도 예전 그대로이지 않을까. 그동안 여자들의 굴 까는 방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미치자 마치 천 년 전 여인이 눈 앞에서 굴을 줍는 것은 아닌지 착각마저 든다.긴 세월동안 조새를 손에 쥔 여인들의 삶은 과연 얼마나 변화했을까. 이제 갯가 딸들은 시대를 되풀이하던 조새를 이모들과 어머니 세대에 놔두고 대도시로 나간다. 바닷가에서 손이 부르트도록 조새를 쥐지도 않으며 그 존재조차 잊고 살아간다. 조새를 잊은 현대 여자들은 과거 그녀들의 운명에서 벗어난 줄 알지만 모습이 바뀐 또 다른 조새를 손에 들고 생활전선에 서 있는 건 아닌지. 앞서 살아간 갯가 여인들이 온몸으로 생을 버텨내었듯이 뒤따르는 딸들도 삶과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때,새로운 조새는 그들에게 굴레가 아닌 든든한 삶의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발밑까지 물이 차오르니 노인은 주섬주섬 조새와 바구니를 챙겨 해안가로 올라간다. 사라지는 노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먼 시간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몽롱해진다.심사평철의 도시 포항에서 2017년에 시작된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이 올해로 제5회를 맞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국에서 많은 응모자가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고 멀리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작품을 보내왔다.500여 편의 많은 응모작 중에서 예심을 통해 본심에 올린 작품은 20편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쓴 귀중한 작품들을 논의를 거듭하며 심사한 결과 10편을 고르는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저마다의 개성과 주제의 통일성, 효율적인 구성, 체험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성을 돋보이게 하는 의미화 형상화에 이른 좋은 작품들이 많아 심사에 어려움이 컸다. 그렇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심사 위원들에게는 즐거움이고 행운이라 할 수 있다.마지막까지 ‘조새’, ‘저승꽃’, ‘맷수쇠’를 놓고 숙의를 거듭한 결과 ‘조새’를 대상으로 뽑는 데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조새는 굴을 채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며 좌우에 전혀 다른 쇠갈퀴가 붙어있다. 이 생김새에서 외할머니와 어머니와 성씨 다른 이모의 모습을 발견한다. 공산군에게 학살당한 외할아버지의 유복자인 어머니와 새 삶을 택해 낳은 이모를 보고 대칭을 이루지 못한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치밀한 구성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표현하는 간결함이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사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잘 그리고 있다.금상으로 뽑은 ‘저승꽃’은 하늘색 철 샛문에 저승꽃이 만발했다로 시작된다. 저승꽃을 피우는 샛문을 드나들 때마다 귀천하신 어머니의 육신에 피었던 저승꽃을 떠 올린다. 그러나 샛문의 녹은 더는 저승꽃이 아니다. 문지르고, 닦고, 긁어내면 찬란한 꽃으로 부활한다. 하늘색 샛문을 여니 가을 산이 온통 붉은 녹을 뒤집어썼다로 마무리했다. 작품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글쓰기 능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느낄 수 있다.은상 ‘맷수쇠’는 맷돌 아래짝 중심에 박힌 뾰쪽하게 생긴 작은 쇠인 맷수쇠가 형을 닮았다는 생각이 작품의 주제이다. 장남의 멍에를 메고 병든 부모님과 세 동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형. 맷수쇠를 보면 작지만 옹골진 몸피로 태산처럼 살다간 형의 모습이 언뜻 언뜻 비친다. 소재의 참신성과 맷돌에서 어처구니 보다 훨씬 중요한 맷수쇠를 발견하고 가정을 떠받쳐준 형의 큰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잔잔한 감동을 준다.대상, 금상, 은상, 동상, 가작으로 뽑는 데는 저마다의 개성과 특징이 살아 있는 작품이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심사 결과 지금까지 주위에 흔한 솥, 가위, 칼 중심에서 벗어나서 조새, 맷수쇠, 작두샘 등 숨어 있는 소재들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많은 작품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지만, 입상작에 넣지 못하게 되어 아쉬움이 컸다는 점을 밝혀둔다. 실망하지 말고 다음 기회에 꼭 재도전 하여 더 큰 영광을 얻게 되기를 빌어 본다.열 분의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심사위원 수필가 김은주·김한성/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31

‘동리목월의 수필세계’

경주가 낳은 한국문단의 거목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의 수필문학의 가치를 조명하는 포럼이 열린다.동리목월기념사업회(회장 정태경)에서 운영하는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학장 손진은)은 오는 6일 오후 2시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영상실에서 ‘동리목월의 수필세계’를 주제로 문학포럼을 개최한다.이날 포럼에서는 신재기 경일대 교수가 ‘수필가 김동리를 만나다’, 박양근 부경대 명예교수가 ‘박목월의 달빛 수필: 삶, 사랑, 그리고 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는다.신재기 교수는 김동리가 1952년에 출판한 ‘문학개론’(정음사)에서 이미 ‘수필’을 하나의 독립된 문학 장르로 분류했다고 근거를 제시한다. 김동리는 수필을 진폭이 넓은 장르로 전제하고 그 고유성을 찾는 데 두 축을 설정한다. ‘서정시’와 ‘철학’이 그것이다. 또 김동리의 수필 전체 역시 이 둘을 극점으로 하는 스펙트럼의 다양한 모습이라고 진단한다.박양근 교수는 박목월의 자전적 아이콘을 구성하는 요소를 ‘경주’와 ‘달’과 ‘고독’과 ‘사랑’으로 나누고, 이 중 ‘사랑’에 대한 수필을 선정해, 삶과 수필과 시와의 관계를 자전비평과 텍스트분석 비평을 통해 살펴본다.그동안 ‘동리’의 소설세계와 ‘목월’의 시세계, 동리와 목월의 문학을 배태한 사상, 문학의 영향관계에 대한 논의는 있어왔지만 이 두 작가의 ‘수필’ 문학만을 심층적으로 다룬 논의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다는 점에서 이번 심포지엄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31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을 사진만이 영원히 간직한다”

85세의 고령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첨단 기법을 이용한 디자인 사진 작품 제작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종한 사진작가. 사진을 대하는 그의 눈동자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 작가는 해군사관학교 재학시절 졸업앨범 준비 위원장을 맡아 카메라를 알게 된 일을 계기로 현재 40년 넘게 사진과 함께하고 있다.지난달 28일부터 오는 4일까지 포항 오원갤러리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종한 사진작가를 지난달 30일 만났다.-처음 사진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궁금하다.△제가 사진을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은 해군사관학교 생도 시절이었다. 딱딱한 군인 생활 가운데에서도 교내생활에서 아름다운 장면이 눈에 많이 띄었다. 매년 4월이면 어김없이 펼쳐지던 벚꽃풍경, 해사반도에 휘몰아치던 겨울 파도, 훈련용 요트가 질주하던 모습, 심지어 생도들의 훈련 장면들까지도 젊은 저의 눈에는 너무나 오래오래 담아두고 싶은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아쉬워하면서 사진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진만이 이런 순간들을 포착하고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 -직업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나.△직업적이라기보다는 좀 더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 한 계기가 된 것은 2008년 여름 포항 노인복지회관에서 사진 동아리 회원들과 출사를 하면서였다. 지금까지 그저 흥미로 찍어보던 사진에서 좀 더 깊이가 있는, 생각하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내 생각을 전달하면서 기록이나 작품으로 남을 사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미국 국적 소유자로 미국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전자통신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 온 엔지니어이자 기업가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1979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Sprint Communications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하다 General Payphone Systems를 설립했다. 그 후 공중전화 사업은 약 20여 년간 호황을 누렸지만 휴대폰이 나오면서 이 사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풍경 사진가로 많이 알려져 있으신데 풍경을 찍게 된 계기가 있나.△외국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옛 고향 생각이 애틋하게 나고 가끔 고향 풍경을 상상하고 그리워하게 된 것이 동양화 풍경 사진을 찍게 된 동기가 된 것 같다. 또한 미국에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사진여행을 하다 보니 미국 풍경 사진도 많이 담게 되었다.-젊은 작가들도 다루기 쉽지 않은 고난이도의 현장 촬영과 포토샵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작품으로 화제가 됐는데.△사진을 찍을 때 아무 작업이 필요하지 않도록 제대로 찍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포토샵을 통해 사진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고 사진의 한계를 넓힐 수 있다. 화가가 붓의 종류나 물감의 종류와 색상을 선택하듯이 사진가는 포토샵으로 색상과 밝기, 채도와 콘트라스트 등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작업은 현대 사진가로서는 필수 도구다. -이번 개인전 ‘Death Valley CA USA’ 역시 그 기법으로 촬영한 작품들인가. 이번 개인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이번 전시 사진은 다큐멘터리 성격을 띠기 때문에 포토샵은 전혀 하지 않았다. 현존하는 것들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기록이어서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초기에 미국 개척자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금광을 찾아 서부로 몰려올 때 Death Valley는 꼭 건너야 서부로 갈 수 있는 요지였다. 바다보다 80m나 낮은 저지대의 소금호수, 사하라사막 이상으로 아름다운 모래결과 곡선이 살아있는 샌드 듄, 지금은 유령의 도시가 되어버린 금을 채굴하던 금광촌들…. 길도 없는 곳을 헤매면서 나침판만 보고 서부로 갔던 초기 개척자들의 피눈물 나고 어려웠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Death Valley는 너무나 아름답기만 하다. 그들의 발자취는 역사의 한 페이지이고 삽화이며 역사에 부서진 조각들이다. 퍼즐을 맞추듯 사진으로 그들의 발자취를 담아 보았다.-지금까지 진행한 작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을 하나 소개한다면.△지난해 전시했던 Vermilion Cliff(Wave) 작업은 잊을 수 없다.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사암이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의 예술작품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매일 수백 명의 사진작가가 몰려온다. 미국 국토 관리국은 이 사암(砂岩) 계곡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 그 많은 신청자 중 하루에 단 10명만 추첨하여 입장권을 주는데 마침 우리 팀이 당첨되어 촬영할 수 있었다.-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진행 중인 미국을 소개하는 전시회 시리즈를 마치고 책자 ‘America West’ 사진집을 내고 싶다.-향후 어떤 사진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한국의 동양화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Oriental Pictorialism을 좀 더 연구하는 후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 분야에 전문가는 이미 타계한 중국계 Chin-San Long과 Don Hong-Oai가 있으나, 일본인이나 한국인은 아직 없다. 제가 이 분야에 발을 디딘 첫 한국인이지만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옛 한국 선비들이 남긴 사군자나 풍경화에는 심오한 사상과 철학이 담겨있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없는 우리만의 문화적 자산이다. 이런 것들을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의 특권이고 의무이기도 하다.-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다른 얘기가 있다면 해 달라.△내가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는 72살 때였다. 사진을 하면서 목적의식이 뚜렷해지고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러분들이 사진을 좋아한다면 너무나 훌륭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하루에 좋은 사진 한 장, 만일 그것이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장만이라도 좋은 사진을 찍어보시라. 훌륭한 사진작가가 될 것이다. 용기를 가지시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시작할 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31

포항 철강산업대상 수상자

김봉현 상무이사 경영대상-김봉현, 철저한 구매 관리 등 통해 수출증대·기업 이익 향상 기여“구매 관리 본부장으로서 철저한 환율 예측 및 관리에 힘썼습니다”김봉현 (주)동국에스엔씨 상무이사는 생산품의 대부분을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자금 및 구매 등 담당임원으로서 철저한 자금환경 및 환율 예측, 구매 관리를 통해 해외수주를 통한 수출증대 및 기업 이익향상에 기여했다.또한 투명하고 효율적인 회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사 담당임원으로서 조직 내 소통 활성화에도 크게 힘써 왔다. 김학수 공장장 기술대상-김학수, 친환경 공법 도입 환경개선·원가절감 등 경쟁력 확보“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장 합리화에 집중했습니다”김학수 홍덕산업(주) 공장장은 친환경 공법을 도입해 환경개선과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또한 회사의 포장 공정 운반 및 포장 작업에서 노동 부하 증가와 직원들의 이직률 증가를 개선하기 위해 반자동 포장 시스템을 구성하는 등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아이디어로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이창배 상무이사 생산품질대상-이창배, 프로세스 개선으로 회사·국가 경제발전 크게 공헌“27년 5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회사에 어떻게 도움을 줄지 항상 고민했습니다”이창배 (주)코스틸 상무이사는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회사는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특히 소재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신제품 개발 및 기존 제품 규격의 다양화를 통해 매출확대에 기여했다. 최성호 이사 봉사대상-최성호, 상생의 노사관계 정립·다양한 봉사로 이웃사랑 실천“기부와 자원봉사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한 것 뿐입니다”최성호 (주)융진 이사는 인사노무 업무를 담당하면서 상생의 노사관계 정립 및 노사화합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워크숍, 매분기 2회 이상의 노사협의회 개최, 불우이웃돕기행사 등 다양한 대화의 채널로 소통했다.또한 포항종합사회복지관 후원, 저소득가정 후원 결연 등 다양한 분야에 기부 및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신명철 위원장 근로복지대상-신명철, 건전한 직장 문화 형성 위해 복리후생 지원 등 강화“상생의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습니다”신명철 동국산업(주) 위원장은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근무하며 분기별 노사협의회 개최를 통해 노사간 현안을 해결하는 등 노사 및 직원 상호간의 화합을 유도했다.또 복지관 설치로 직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등 건전한 직장 문화 형성을 위해 복리후생 지원 강화에도 힘썼다. 권세기 상무이사 산업통상자원부 대상-권세기, 작업환경 개선 무사고·무재해 사업장 달성“안전과 노사화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권세기 OCI(주) 상무이사는 투철한 직업관과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사업장 작업환경을 개선해 무사고·무재해 사업장 달성에 공헌했다.또한 복지포인트 제도 도입, 임금제도 개선, 퇴직자 재고용 등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하고자 각종 제도를 개선해 산업평화 정착에 기여했다. 권영목 부장 경북도지사상-권영목, QSS활동으로 협력사의 생산성·안전 등 혁신 주도“기본적인 것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했습니다”권영목 제일연마공업(주) 부장은 생산기술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제품 합리화, 생산성 향상, 불량감소, 납기단축 등 기본원칙의 극대화를 통해 회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또 QSS활동으로 협력사 생산성 향상 및 안전 등의 혁신을 주도해 원가절감 등의 실적 향상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경오 계장 포항시장상-김경오, 경험·기술력 바탕 예산·시공·설계 관리 등 만전 기해“업무에 있어서 성실함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김경오 (주)흥화 계장은 다수의 공사를 진행하면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예산관리, 시공관리, 설계관리 등에 만전을 기했다.담당한 프로젝트를 주어진 일정에 어긋남이 없이 공사를 완료해 해당 지역 주민 편의 및 원활한 교통환경이 계획된 시점에 개선될 수 있도록 힘썼다. 윤광열 주임 포항시의회 의장상-윤광열, 조합원들과 업무 협의·고충처리 해소 등 매진“직원들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윤광열 (주)삼원강재 주임은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과의 업무협의와 고충처리 해소를 위해 매진했다.수시로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이를 바탕으로 해결방안을 적극 기획하는 등 노사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특히 동아리활동 지원을 통해 직장 내 화목한 분위기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2021-10-31

“사회현상을 사물처럼, 선입견을 버려라”

오늘날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은 보편화된 연구방식이다. 120여 년 전, 프랑스의 거장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1858~1917)은 일찍이 경험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을 주장하며 그 일단의 방법론을 선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지금 시대에도 깊은 통찰을 던져주고 있다. 흔히 뒤르켐은 마르크스, 베버와 함께 근대 사회학의 기초를 놓은 3대 학자로 꼽히는데, 그가 두 사람과 비교할 때 사회학자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에밀 뒤르켐의 4대 주저 가운데 하나로, 바로 그의 사상이 집약된 개념인 ‘사회적 사실’(fait social)을 정의하고 논의한 책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이른비)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특히 이번 책은 영역이나 중역본이 아닌 프랑스어 원전을 처음으로 한국말로 옮긴 의미가 남다른 출판물이다.“가장 중요한 첫 번째 규칙, 사회적 사실을 사물처럼 여기라”(79쪽). 뒤르켐은 이 선언적 명제로 대담하고 선명하고 논쟁적인 사회학 방법론을 제시했으며, 나머지 주저에도 이를 적용해 연구 틀로 삼았다. 즉, 분업이라는 사회적 사실을 연구한 것이 ‘사회분업론’이고, 자살이라는 사회적 사실을 연구한 것이 ‘자살론’이며, 종교라는 사회적 사실을 연구한 것이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다. 그만큼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은 뒤르켐 사상을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이론적 저작이다.뒤르켐 당시까지 사회학자들이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목적론적이고 심리학적 설명이었다. 사회학의 선배 격인 콩트는 진보라는 목적이 사회현상을 이끌어왔다고 했고, 스펜서는 사회의 형성이 개인의 본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간다고 했다. 이러한 방식의 설명은 진보 또는 인간 본성의 실현과 같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명제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현상의 본질적인 특성은 외부에서 개인의식에 압력을 행사하는 그 힘(즉 사회적 사실)이다.사회학적 현상은 개인들의 의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사회학은 심리학의 파생 명제가 아니다. 인간 개개인이 배제돼도 사회는 남는다. 그러므로 사회 자체의 본질 안에서 사회생활에 대한 설명을 찾아야 한다.사회를 구성하는 요소가 인간 개개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그러나 전체는 부분들의 총합과 다르다. 전체의 속성은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의 속성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이 결합이다. 개인이 결합돼 사회를 이룬다. 개인들의 결합 속에 사회의 고유한 특성이 들어 있다.뒤르켐은 일찍이 사회학의 고유방법론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분업, 자살, 가족, 국가, 사회정의 등 당시 서구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의 본질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뒤르켐은 당대에 오귀스트 콩트, 막스 베버와 더불어 세계적인 사회학자의 반열에 올랐으며 그의 사회학 방법론에 따른 뒤르켐 학파의 선구자가 됐다.뒤르켐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규칙”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사회현상을 사물처럼, 즉 자연현상처럼 여기고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상생활이 무엇인가를 말하기보다는 인간 행위의 통계치를 연구하고, 유행에 대해 모호한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상을 분석하는 것과 같이 사회 현상을 사물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려면 선입견을 철저히 버려야 하고, 사물들을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뒤르켐은 주장한다. 아울러, 관찰하는 인간의 감각이 늘 주관성에 빠지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8

세계 지성 7인이 말하는 ‘내일’… 미래인류 생존전략 제시

‘내일의 세계’(메디치출판사)는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 씨가 우리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기 위해 4년여에 걸쳐 ‘세계의 지성’이라 불리는 석학 7인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지금 여기, 인류 문명의 10년 생존 전략을 말하다’를 부제로 한 책에서 저자는 재러드 다이아몬드, 케이트 레이워스, 다니엘 코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대니얼 마코비츠, 조한혜정, 사티시 쿠마르, 이 7인과 인터뷰를 통해 정치와 경제, 사회와 환경, 삶의 결을 이루는 다양한 문화 의제를 논의했고 인류 문명의 ‘지금 여기’를 진단하고 인류 생존을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또 위기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무엇을 중심으로 돌파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방향도 제안한다.여기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실질적인 통치자인 달라이 라마의 전언과 함께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채로 파국으로 향하는 현대 문명의 위기와 문제점을 짚어내는 지성들의 통찰을 촘촘히 담아낸다.달라이 라마는 “우리는 역경과 시련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발판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현재 벌어진 일로 인해 두려움에 떨거나 좌절하기보다 오늘의 삶에 더 충실히 이 순간을 가치 있게, 착하게 살아나갑시다. 오늘날, 인간으로 태어난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의미 있게 행동합시다”라고 경고한다. 안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7인의 지성들이 말하는 위기와 선택, 변화 속에 ‘내일의 세계’, 10년 후의 미래를 만들어갈 단서가 숨어 있다”며 “세계 지성들의 메시지를 통해 현 상황에 관한 깨달음을 얻고,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가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안 씨는 1995∼2002년 BBS(불교방송) PD로 일하다가 결혼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시에 이민했다.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8

평범하고 소소한 우리의 삶… 일상 속 소중함 꺼내다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하는 프랑스 작가 필리프 들레름의 에세이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책은 우리의 평범한 삶에 깃들어 있는 작지만 보편적인 기쁨들에 대한 찬사를 담고 있다.겨울 아침의 새벽 거리에서 먹는 갓 구운 크루아상, 맥주 첫 모금의 짜릿한 느낌, 바닷가에서 책 읽기, 땅거미 질 무렵 자전거 바퀴가 돌아가며 내는 부드러운 소리, 지하 저장고에서 익어가는 사과 냄새, 자동차 안에서 뉴스 듣기 등 저자 들레름은 우리 삶에서 가장 평범하고 소소한 서른네 개의 사물이나 습관, 순간들을 길어 올려 가만가만 살며시 그것들의 가치를 살핀다.유쾌하고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삶에 대한 깊은 음미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인생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반짝이는 행복의 순간들은 작고 대수롭지 않은 사건들, 하찮고 보잘것없는 일상 속에 숨어 있음을 우리에게 새삼 깨우쳐준다.이 책은 1997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51주간 종합 베스트 1위에 올랐다.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누적 판매 부수가 200만 부를 넘었다고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8

헨리 나우웬 서거 25주년 기념, 그의 지혜를 나누다

20세기 대표적 기독교 영성가 헨리 나우웬(1932∼1996) 서거 25주년을 기념하는 책 ‘삶이 묻고 나우웬이 답하다’(엘페이지)가 나왔다. ‘상처 받은 치유자’라는 별칭을 가진 나우웬은 인간이 받는 상처에 주목하고 이 상처를 통해 타자를 대면하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린다. 자신이 남긴 지적 유산으로 기독교계의 출중한 교육자, 저술가, 영적인 안내자의 반열에 올랐다. 나우웬은 40여 권의 영적 삶을 다룬 책을 썼고, 강연 초청이 끊이지 않은 인기 높은 강사였으며, 편지로 전 세계 수천 명과 소통하며 그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하지만 그의 글과 말만큼이나 그의 삶도 우리에게 명료한 메시지를 전했다. 강렬한 기쁨만이 아니라 치열한 괴로움의 몸부림이 함께 어우러진 삶이었다. 기쁨과 괴로움은 그의 인생 여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역설이었다.나우웬은 묵상과 기도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고뇌와 기쁨의 상반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자신의 영적인 발견과 통찰을 다른 사람들에게 아주 편안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선물은 그리스도인의 영적인 삶에 대한 그의 통찰과 가르침이다. 그 가르침은 깊이 있고 독특하면서도 단순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삶이 묻고 나우웬이 답하다’는 그의 대표 저서에서 발췌한 메시지를 묶었다. 목회자인 저자들이 그의 지혜를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며 영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