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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천년 고찰의 마지막 숨결을 지킨 11명의 사투

전소된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화마와 사투를 벌인 소방관 11명이 화제다. 천년을 이어온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었던 ‘의성 고운사’는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25일 점곡명으로 확산한 산불에 무너지며 찬란했던 모습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사찰이 불길에 휩싸인 순간에도 이를 지켜내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이 있다. 경산소방서 재난대응과장 이종혁 대원을 비롯한 11명의 소방관들은 강한 바람까지 겹친 화마속에서 사찰의 문화재를 지켜내기 분투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사찰의 한 가운데에서 위험을 무릎쓴 채 마지막까지 현장을 사수했다. 이종혁 대원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유산이 눈앞에서 불타는 모습을 보니 주어진 위험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사찰은 끝내 불길을 이기지 못했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사찰 주변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을 상황이었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열한 명의 대원들은 자신의 안전을 뒤로한 채 끝까지 사찰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빠른 시일 내 산불 진화 작업을 완료해 더 이상의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경의를 표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6

산불 진화하던 헬기 추락···전국 헬기 운항 중지

26일 오후 12시 51분쯤 의성군 신평면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A(73)씨가 숨졌다. 26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추락한 헬기는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한 강원도 인제군 소속의 담수용량 1천200ℓ의 S76 기종으로 인제군이 임차했다. 이 헬기는 25일 오후 2시 인제군 부평리 계류장에서 출발해 의성 산불 진화에 투입됐으며 이날 오후 12시 44분쯤 의성종합운동장에서 사고 전 마지막으로 이륙한 것으로 조사됐다. 헬기를 몰던 기장은 추락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산림 당국은 사망한 조종사 시신은 수습한 뒤 인제군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 당국은 “노란색 헬기 한 대가 떨어졌다는 목격자 신고가 있었다”며 “민간인 목격자 진술에 따라 헬기가 공중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전신주에 걸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가 발생하자 산림청은 전국 산불 발생 현장에 투입됐던 진화 헬기의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다만 경남의 경우 오후 3시부터 헬기 진화 작업이 재개됐다. 경북 지역은 산림청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진화 헬기 투입 시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헬기가 진화를 멈추면서 산불도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의성군은 이날 오후 2시28분쯤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헬기 운행 중단으로 사곡면 신감리에서 의성군 방향으로 산불이 급속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인근 주민들의 대피를 명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6

대구조달청, 산불 피해지역 조달지원…피해 최소화 총력

대구지방조달청(이하 대구조달청)이 오는 6월 말까지 대규모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의성 지역의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긴급 조달조치를 시행한다. 주요 조치내용은 긴급 조달지원을 위한 비상대응반 운영과 특별재난지역 내 수요기관과 협력 체계 유지를 통한 피해 상황 실시간 대응이다. 특히 대구조달청은 의성지역 내 산불피해지역 복구와 구호를 위한 물자 및 공사가 7∼40일의 공고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일반입찰 대신 5일만 공고하는 긴급입찰로 계약하기로 했다. 또 수의계약을 적극 활용해 입찰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나라 장터 종합쇼핑몰에서 산불 진화·피해복구 물자를 긴급 구매하는 경우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 경쟁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게 조치한다. 또한, 1∼2주 정도 소요되는 납품검사도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아울러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어 계약 기간 내 납품이 어려운 조달기업의 경우 납품기한을 연장하고, 납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도 면제하거나 감경하기로 했다. 방형준 청장은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도록 공공조달의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대구조달청은 지자체, 기업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관내 특별재난지역의 신속한 진화·복구 지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3-26

대구·경북 사회 안전 인식도↓…자연재난 피해액↑

대구와 경북의 사회 안전 대한 인식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대구·경북 안전 현황’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작년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도는 24.6%, 27.6%로 지난 2022년 보다 각각 5.5% 포인트, 4.8% 포인트 감소했다. 사회의 가장 큰 불안요인 10개 항목 중 대구는 신종질병이 14.1%, 경북은 자연재해가 11.8%로 가장 높았다. 작년 대구와 경북 폭염일수는 33.9일로 평년 14.0일 보다 19.9일이 증가했고, 한파일수는 0.8일로 평년 6.1일 보다 5.3일 줄었다. 대구와 경북의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 지정현황은 각각 28곳과 472곳으로 10년전보다 대구는 55.6%, 경북은 50.3% 증가했다. 재작년 대구 자연재난 인명피해는 사망·실종 7명, 이재민 82명이며, 경북은 사망·실종 3명, 이재민 1223명이다. 피해액은 대구 107억6000만원, 경북 3653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원인은 태풍(105억4000만원), 냉해·동해(1억3000만원), 호우(8000만원) 순을 보였고, 지난 10년간 연평균 인명피해(사망·실종)는 3.2명, 피해액은 17억7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안전 대응 인력 1인당 담당 주민 수는 10년 사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작년 대구의 안전 대응인력 1인당 담당 주민 수는 경찰관 402명, 소방관 797명, 구조·구급대원 2814명으로 10년 전 보다 경찰관 19%(94명), 소방관 36.7%(463명), 구조구급대원 45.3%(2333명) 각각 줄었다. 경북 역시 경찰관 366명, 소방관 465명, 구조구급대원 1539명으로 각각 23.3%(111명), 47.8%(425명), 44.5%(1235명) 감소율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재작년 대구와 경북의 법정감염병 발생건수는 각각 25만2675건, 25만7578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79.8%, 80.4% 준 것으로 기록됐다. 같은 기간 대구와 경북의 의료기관 병상 수는 각각 인구 1000명당 17.1개, 16.6개로 전년 대비 각각 0.3개(-1.7%), 0.2개(-1.2%) 감소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3-26

[현장 소식] 긴장감에 휩싸인 안동 병산서원

안동의 병산서원 일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오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의 병산서원 방향으로 산불이 다시 접근하고 있다. 병산서원은 낙동강 지류를 따라 하회마을과 인접해 있다. 26일 오전 11시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 주변에는 점차 연기가 짙어졌다. 안동 어담지역 산불 불줄기가 병산서원 인접인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5.4㎞까지 북상했다고 산림당국은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메캐함이 진해져 산불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이른 새벽만 해도 연기가 보이지 않아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전 10시를 전후해 연기가 유입되자 산림 당국은 서원 주변과 인근 주택, 상가, 창고, 나무 등에 물을 수시로 뿌리며 산불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진화차 10여 대가 물을 뿌린 뒤 서원 앞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와 탱크를 채우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병산서원 일대는 소방관과 관계 공무원 등을 제외하면 관광객이 없어 조용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병산서원은 2019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9개 서원 중 하나로 선정한 세계유산이다. 서원 앞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병산이 서 있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누각 건물인 만대루는 이 서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현재 소방 관계자는 "수시로 물을 뿌리면서 산불이 번지는 일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2025-03-26

고비 넘긴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병산서원·봉정사

지난 25일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봉정사 등을 위협했던 화마가 다행히 이들 지역에서 멀어졌다. 26일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25일 신평면 일부 야산으로 확산하면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산불이 확산한 지역과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은 직선 거리로 10km정도 였다. 이에 이날 오후 4시 55분쯤 하회마을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주민들이 대피에 나섰고, 하회마을에는 진화 인력과 장비만 남아 산불 확산에 대비했다. 같은 시간 병산서원 주변에도 진화 인력과 장비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물을 뿌릴 준비를 하면서 밤을 새웠다. 다행히 26일 오전 0시가 넘어가면서 바람 방향이 바뀌고 바람의 세기도 줄어들면서 화마가 이들 지역에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다. 그제서야 소방 인력은 긴장 속에서도 화마가 피해 갔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26일 오전 밤을 새운 소방 인력은 피곤한 가운데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은 전날 초가 지붕 등을 향해 뿌린 물이 밤새 증발했을 것으로 보고, 추가로 물을 뿌리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실제로 전날 화마는 피했지만 인근 어담리 쪽 화선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불과 5.4㎞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방향으로 불이 넘어오지 않았지만 만일의 사태에 계속 대비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봉정사’도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전날 천년고찰이자 조계종 16교구 본산인 ‘의성 고운사’가 화마에 전소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봉정사도 산불 피해를 우려해 밤새 유물 긴급 이송 작업을 벌였다. 당시 산불 화선과 봉정사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지만 불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 없어 취해진 조치였다. 이날 이송 불가능한 건축물을 제외하고 영산회 괘불도(보물)·아미타설법도(보물)·목조관음보살좌상(보물) 등 탱화·불상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로 옮겨 갔다. 또한, 무게가 많이 나가는 대웅전 벽화나 일부 보물은 봉정사 유물전시관인 성보관에 보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는 “추가 유물 이송 계획은 없다”며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극락전에 방염포를 씌우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기쁜 소식도 전해졌다. 전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길안면 만휴정 인근까지 강한 바람과 함께 산불이 밀려오면서 소방인력과 장비가 철수하는 바람에 전소됐을 것이라고 추정됐던 ‘만휴정’과 ‘묵계서원’ 등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당초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만휴정 일대를 확인한 결과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소나무 일부에서 그을린 흔적이 발견되나 그 외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피현진 기자

2025-03-26

산불로 인해 경북도내 학교 176개교 휴업

의성 산불로 경북 도내 176개교가 휴업한다. 경북도교육청은 26일 안동 49개교, 의성 20개교, 청송 30개교, 영양 9개교, 영덕 25개교 등 모두 176개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 가운데 의성 1개교, 안동 1개교 등 2개교는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교육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안동 임하초는 유리가 파손됐으며 청송교육지원청 급식소, 청송여고, 진성중은 그을림 등 피해가 났다. 청송 진성중은 철제펜스가 파손됐다. 학생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경북교육청은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대피시설과 친인척 집 등으로 대피한 학생은 637명이다. 경북교육청은 의성학생체육관, 학교 강당 등 69개소를 이재민 임시대피시설로 신속히 개방하고 폐교인 (구)안평중 부지를 소방 차량 집결지로 제공하는 등 지역주민 안전 확보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22일부터 산불이 추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속한 대응을 위해 ‘산불 대응 비상대책반’을 운영중이다. 산불 대응 비상대책반은 부교육감을 반장으로, 본청 국․과장 20명을 반원으로 구성했다. 비상대책반은 각 교육지원청과 협력해 재난 상황을 관리하고, 학교 시설 피해를 예방하고 복구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임종식 교육감은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함에 따라 교육청 차원의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학사 일정 조정 및 피해 상황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며 “교직원과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2025-03-26

"비는 언제 오나"…27일 강우예보·강수량은 많지 않을 듯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동북부 산불 발생지역 주민들이 간절히 바랐던 비 소식도 산불의 자연진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보된 강수량이 산불 진화에는 턱 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자칫 산불이 장기화할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지만, 강수량은 5~20mm로 많지 않은 수준이다. 27일 오전에는 중부지역을 시작으로 비가 영남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5~10㎜ 정도의 비가 예상된다. 특히 산불이 급속히 확산하는 의성과 안동의 강우 강우확률은 30~60%에 불과하다. 더욱이 서쪽에서 다가오는 비구름대가 백두대간과 부딪치며 약해져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강수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적겠다. 27일 새벽에서 오전 사이에는 비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강수량이 많지 않아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그나마 경북 동북부 산지에 바람이 크게 불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산불의 추가 확산 을 막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비가 내리면 산불의 자연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 2022년 3월 213시간여 동안 이어져 국내 최장기 대형 산불로 기록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산불도 결국에는 진화작업 마지막 날에 비가 내리면서 꺼졌다. 지난 2023년 3월 11일 경남 하동군 지리산국립공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도 다음날 오전부터 비가 오면서 진화됐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3-26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던 '미스터선샤인' 촬영지 안동 만휴정 화마 피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진 안동 만휴정(晩休亭)이 화마를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26일 “당초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 만휴정 일대를 확인한 결과,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현재 만휴정을 에워싸고 있던 소나무 일부에서 그을린 흔적이 있으나 다른 피해는 없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어제 안동시, 경북북부돌봄센터, 소방서 등 40여 명이 기둥과 하단 부분에 방염포를 도포했고 인근 만휴정 원림에도 물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만휴정은 조선시대 문신인 보백당 김계행(1431∼1517)이 말년에 지은 정자 건물이다. 김계행은 ‘내 집에 보물이 있다면 오직맑고 깨끗함 뿐이다’라는 가르침을 남겼으며 청렴결백한 관리로 이름을 알렸다.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정자 건물은 경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정자 주변 계곡과 폭포 등을 아울러 명승 ‘안동 만휴정 원림’으로도 지정됐다. 만휴정은 2018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현)와 고애신(김태리)이 촬영을 했던 장소로 유명하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6

산불로 주저앉는 천연고찰 고운사…가운루·연수전 등 보물 불타

26일 오전에 찾아간 의성 고운사. 경내는 여전히 매캐한 연기가 맴돌고 있었고 불탄 누각 잔해는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폭삭 주저앉아 형체를 가늠조차 하기 힘든 가운루와 연수전 잔해들 사이에 불에 타지 않은 범종과 기왓장들이 널브러져 있다. 대웅전 안에는 미처 옮기지 못한 채 방염포로 꽁꽁 싸맨 불상이 그대로 있어 당시의 긴박함을 가늠케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경북 의성군 고운사는 전날 사찰을 덮친 화마에 큰 피해를 봤다. 특히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이 형체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전소된 가운루는 계곡을 가로질러 건립한 누각 형식의 건물로 지난해 보물로 승격됐다. 가운루보다 먼저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 역시 조선 왕실과 인연이 깊은 건물로 유명하다. 고운사 입구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도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전소됐다. 경내 또 다른 보물인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이 있었던 곳 역시 화마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불상만큼은 전날 승려들이 극적으로 옮기며 살아남았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25일 오후 4시를 넘어서까지 절에 남아있었다”며 “사람들 대피시키고, 문화유산들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했는데 소방관도 외부 건물 화장실로 급히 피신해야 할 만큼 불이 사방으로 삽시간에 퍼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운사가 있는 의성 단촌면은 산불 영향으로 전날 오후 3시 20분쯤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화마가 덮치기 직전까지 절에 남아 유물 등을 밖으로 옮기던 승려 5∼6명을 포함한 20여 명은 마지막 불상과 오후 3시 50분쯤부터 고운사를 빠져나왔다. 신라 신문왕 1년(서기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운사는 경북을 대표하는 주요 사찰 중 하나이다. 전통사찰 아래 식당 등 상업시설이 모여 있는 공동체인 이른바 ‘사하촌’이 없는 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03-26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 의료인 문화·체육 행사 ‘풍성’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 행사 조직위원회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리는 100주년 기념행사 일환으로 문화·예술·체육 행사를 연중 개최한다. 26일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00주년 기념 예술 문화 체육행사는 △치의미전 △100 히스토리 카페 △건치노인선발대회 △스마일Run 페스티벌 △이동 치과 진료 차량 봉사활동 등 모두 5개 행사다. 100주년 기념 제5회 치의미전은 100주년 행사장인 송도 컨벤시아 2층 프리미어볼룸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사진과 회화를 합쳐 모두 68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 치과의료 100년 역사 유물전인 ‘100 History Cafe’도 운영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사용된 각종 치과 치료기구와 100년 전 치과진료실 풍경 등 희귀한 사진 100여 점이 디지털 영상으로 재탄생해 흥미로운 치과의료 100년의 변천 과정을 재조명 하게 된다. 오는 6월 9일 구강보건의 날 전후로 ‘건치 노인 선발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9월 한강공원 이벤트 광장에서 개최 예정인 창립 100주년 기념 2025년 ‘스마일Run 페스티벌’은 시민 6000여 명이 참석하는 역대급 마라톤 대회로 진행된다. 아울러 100주년 기념 나눔과 봉사행사 중 하나로 이동 치과진료 차량을 활용한 이동치과병원 개원식을 다음달 11일에 열고 무료 구강검진 봉사활동도 3일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100년간 치과의사들은 일제강점기 시대와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격변기 속에서도 국민 구강건강을 굳건히 지켜 왔다”며 “현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치과의료 선진강국으로 발전시킨 저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100년 또한 국민 구강건강을 끝까지 책임지는 협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3-26

경북 산불 참사, 현재 18명 사망

경북 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로 26일 오전 9시 기준 1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국의 늦은 대응과 혼란스러운 재난 대처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부 4개 시군으로 급속히 번졌다. 이 과정에서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총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지자체는 26일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대피 과정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양에서는 도로에서 남녀 4명이 불에 탄 채 발견됐으며, 청송군에서는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에서, 60대 여성 1명이 청송읍 외각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안동시에서는 주택 마당에서 50대와 70대 여성 2명이 사망했고, 영덕군에서는 요양원 환자 3명이 대피 차량 폭발로 목숨을 잃는 등 최소 6명이 희생됐다. 당국의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하는 등 뒤늦은 조치가 이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장소를 변경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영덕에서는 주민 104명이 대피 중 항구와 방파제에 고립됐다가 울진해경에 구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고령 주민들의 경우 재난문자를 받았더라도 자력으로 대피하기 어려운 사례도 확인됐다. 당국 관계자는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방향을 바꿔가며 불고 시야도 확보되지 않는 급박한 상황이었다”며 “산불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대피 장소도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한 노력해 대부분 주민을 대피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구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산불 발생 시 인접 지역에서도 사전에 적극적인 주민 대피가 이뤄져야 하며,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3-26

전화 한 통 때문에 일가족 3명 사망.. 영양서도 오지인 석보서 6명 숨져

의성산불이 서풍을 타고 동해안으로 넘어오면서 영향권에 있던 영양에서도 6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석보면 관내에서 나왔다. 특히 25일 긴급대피 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고 영양군민체육관으로 피신했던 3명은 농기계를 치워달라는 전화를 받은 후 집으로 향하던 중 질식사, 안타까움을 더했다. 석보면 포산리 권 모(65)씨는 불이 번져오자 날 오후 6시쯤 부인 우 모(60)씨, 손위 처남댁 류 모 (62)씨와 함께 영양군민체육관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마을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트랙터를 치워달라고 하자 부인, 처남댁을 태우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때가 오후 7시쯤이었다. 조금 달리니 이니 도로변에는 연기가 가득했다. 당연히 차량을 돌려야 했으나 평생을 함께 한 동네 주민의 부탁이었던 만큼 무리하게 그대로 차를 몰았다. 마음이 앞섰던 권 씨는 하지만 10여분을 달리다 앞이 잘 안보이자 운전 부주의로 차량을 논두렁에 처박는 사고를 냈다. 부인, 처남댁과 사고 차량을 빠져 나온 권 씨는 사방에 불길이 보이자 급한 나머지 함께 물을 대는 농수로 관으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선택한 응급 피신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생의 마지막이었다. 권 씨 등 3명은 산불 복사열로 농수로관이 데워지면서 그 안에서 질식사 했다. 집으로 향하던 것을 걱정하던 주민들이 수시로 연락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자 오후 7시15분쯤 군에 위치추적을 신고했다. 불길이 지나간 후 현장에 도착한 진화대원들은 이니 3명이 숨졌음을 확인하고 울음을 삼켰다. 전화 한통이 낳은 비참한 참사였다. 석보면에서는 이들 외 3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대피하지 못하고 집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영양군은 불이 나자 주민 1,300여명을 긴급 대피시키는 등 분주히 움직였으나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 이날 영양에선 15m/s의 강풍이 불었다. 산불 피해면적은 26일 오전 10시 현재 3.200ha로 추산됐다. 현재 진화율은 5%이다. /장유수 기자

2025-03-26

의성·안동·영덕 등 도내 7개 시·군 주민 2만3300여명 대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의성을 비롯한 경북 북동부 7개 시·군에서 대피한 주민 수가 2만3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북도에 따르면 밤새 북동부 산불로 대피한 지역별 인원은 청송이 1만391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덕 4345명, 안동 452명, 의성 2737명, 영양 1493명, 울진 285명으로 나타났다. 청송의 경우 지난 2월 기준 총인구가 2만30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대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청송지역 일부 대피 시설은 갑자기 몰린 주민들로 꽉 차기도 했다. 또 의성 산불과 별도로 봉화에서는 전날 저녁 물야면 개단리에서 발생한 산불로 15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들 주민은 산불이 확산하면서 지자체가 내린 대피 명령에 따라 인근 학교, 마을회관, 체육관 등으로 몸을 피했다. 살던 집이 불에 타버린 이들은 삶의 터전을 갑자기 잃어버린 큰 상실감에 빠졌다.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주민들도 대피시설에서 노심초사하며 진화 상황을 지켜봤다. 일부 주민들은 불이 소강상태가 된 것을 보고 일시 귀가하기도 했지만, 다시 확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피시설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청송 진보면 한 주민은 “집이 산에서 떨어져 있어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집은 많이 불에 탔다”며 “도로교통 통제로 자녀가 직접 오지 못한 집 어르신은 대신 연락 받은 이웃이 대피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2025-03-26

영덕, 사망자 6명 발생… 전기 및 통신 마비로 피해 눈덩이

의성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영덕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산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영덕군내에는 26일 오전 7시 현재 6명이 숨졌다. 사망자 3명은 영덕읍 매정리 소재 실버타운 입소자들로 요양원에서 안전한 곳으로 옮기던 차에 불이 붙어 차량이 전소되면서 노인들이 숨졌다. 매정리  노인 2명이 대피하던 중 불길에 휩싸여 사망했고 1명은 축산리 대곡리 주택가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군은 날이 밝자 추가 피해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덕산불은 현재 영덕읍 중심으로 타고 있으나 다행히 강풍주의보가 26일 오전 5시 해제돼 진화에 다소 숨통이 틔워진 상태다.  그러나 이날 오후 다시 강풍이 예고돼 있어 군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불씨는 영덕 해안가는 물론 울진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영덕군은 밤새 군민 4,345명을 긴급대피시키는 등 비상상태에 돌입했으나 불길이 워낙 거세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군지역 전역이 25일 밤 10시 22분부터 26일 새벽 2시까지 4시간여 정전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전기공급이 중단되는가 하면 전지역이 휴대폰 먹통에다 군 행정시스템마비 등으로 군민들이 큰 혼란을 빚었다.  7번 국도를 달리던 버스 1대와 승용차 2대에도 불이 옮겨붙는 등 차량 3대가 전소됐다. 지품면사무소도 일부 불에 타는 등 날이 밝자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영덕군은 "현재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재난문자와 안내 방송에 귀을 귀울여 달라"고 밝혔다. / 박윤식 기자

2025-03-26

의성 산불 번진 경북 북부권 피해 확산…사망자 15명 발생

닷새째 확산하고 있는 경북 의성 산불이 경북 북동부권으로 번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현재까지 산불이 휩쓸고 간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모두 1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안동시 2명, 청송군 3명, 영양군 4명, 영덕군 6명 등 4곳에서 모두 15명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25일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오후 11시쯤 도로 등에서 일행 등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남녀 시신 4구가 발견됐다. 이어 60대 남성 1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날 청송군에서는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읍 한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영덕군 사망자 일부는 실버타운 입소자로 전날 오후 9시 대피 도중 산불확산으로 타고 있던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족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70대 여성은 교통사고로 갈비뼈 등을 다치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보면에서는 치매를 앓는 80대 여성 1명이 실종됐다. 안동에서도 현재까지 임하면과 임동면 2곳에 있는 주택 마당에서 각각 50대와 70대 여성이 숨진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 등이 발견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사망한 50대 여성 남편도 상처를 입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국은 나머지 사망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질식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