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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민중 수난·저항, 고증·연구로 재조명

중후한 문체로 제주 4·3항쟁을 비롯해 잊혀진 우리 현대사의 이면을 조명하면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작품활동을 해온 소설가 현기영의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창비)가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1981년부터 이듬해까지 월간지에 연재돼 1983년 출간된 이 작품은 구한말 제주도에서 연이어 발생한 방성칠란(1898)과 이재수란(1901)을 다룬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뿌리 깊은 학정에 시달려온 제주 민중의 수난과 저항을 치밀한 고증과 연구를 통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역작이다.출간 당시 “명실상부하게 80년대 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우람하게 열어놓았다”(소설가 이호철)는 평을 얻으며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며, 1987년에는 동명의 연극으로, 1999년에는 영화 `이재수의 난`으로 각색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개정판은 옛 표기를 현행 맞춤법에 맞게 고치고 새로운 감각에 맞게 장정을 바꾸어 작품이 지닌 묵직한 감동을 새롭게 전한다.`변방에 우짖는 새`는 구한말 제주도 전 도민이 봉기한 최대 민란이었던 방성칠란과 이재수란의 전 과정을 당시 제주도에 유배되어 있던 구한말의 정치가 김윤식의 기록을 기본 사료로 하고 천주교 측의 자료 등과 민간 취재를 더해 생생한 모습으로 복원해낸다.소설은 을미사변의 연좌로 김윤식이 제주도로 귀양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해 중앙 정부와 토호들의 수탈에 시달려온 제주도의 수난의 역사를 그려 보인다. 작가 현기영은 거납(拒納)운동에서 시작된 민란이 민중에 의한 천주교인 박해로 이어지게 된 국내외의 복합적인 시대적 요인을 사료에 근거해 치밀하게 파헤침으로써 두 민란의 역사적 성격을 구명하는 데 힘을 쏟는다. 그럼으로써 `변방에 우짖는 새`는 그 중요성에 비해 역사적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두 민란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 연구라 할 만한 성과로서 완성됐다.그러나 `변방에 우짖는 새`에는 단순히 역사적 기록의 복원에만 한정되지 않는 커다란 문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소설 틈틈이 민란에 다소 회의적이었던 적객 김윤식의 목소리와 비교적 민중적 입장에 가까웠던 그의 문객(門客) 나인영의 목소리가 개입하는 가운데, 이름 없는 민중들의 목소리가 대목마다 생생하게 펼쳐지고 여기에 이 모두를 조망하는 작가적 시선이 더해짐으로써 소설은 역사를 구성하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겹겹의 진실을 각각의 역사적 주체들을 통해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민란의 발단과 전개과정에서 작동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동학(動學)을 문학으로써 포착하는 데는 그 이상의 길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입체적인 시각을 통해 `변방에 우짖는 새`는 중앙과 변방의 위계를 전복하고 더 나아가 제주 안의 위계들마저 예리하게 해부함으로써 “가해와 피해의 경계가 교착하는 제주의 속내를 핍진하게 드러낸다”(문학평론가 최원식) 더불어 당시 제주도의 풍속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제주어의 보고라고 할 만한 풍부한 어휘들이 소설의 서사와 긴밀하게 어울려 자아내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무엇보다`변방에 우짖는 새`가 보여주는 수난과 저항의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지는 민중의 억센 혼을 발견하는 일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 빼어난 문학적 성취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큰 선물일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8-02

갑자기 사랑이 다가오면 어떡 하나

▲ 소설가 심윤경여기, 흔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잘생기든 못생기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결국 기쁘게 만나고 슬프게 헤어지는 무수한 사랑들 사이에, 우리와 똑같이 평범하게 화내고 기뻐하고 거짓과 진심을 반복하며 치열하게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모든 걸 집어던지고서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은 상대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시선, 단정하고 적확한 문체로 끊임없이 사랑을 탐색해온 심윤경의 신작 장편소설 `사랑이 채우다`(문학동네)는 이런 물음에서 시작됐다.`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달의 제단`으로 무영문학상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의 애정과 관심을 받아온 그는 최근작 `사랑이 달리다`(2012년 7월)에서 들려준 `혜나`와 `욱연`의 사랑 이야기를 고스란히 이어담아 일 년 만에 새로운 연작 장편소설을 펴냈다.어린 여자와 바람나 황혼이혼을 한 아빠, 이화여대를 나왔지만 낭만적 기질 덕분에 아무것도 없는 아빠와 결혼해 빈손으로 이혼당한 엄마,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큰오빠, 제정신 못 차리고 대책 없이 대형사고만 터뜨리는 작은 오빠. 이 자타공인 콩가루 집안의 사고뭉치 가족들은 여전히 엉뚱하고 뻔뻔하게, 철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서른아홉의 나이에 처음으로 돈이란 걸 벌기 위해 산부인과의 보육실에 취직했다가 원장 선생님과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그녀, 김혜나. 평범해 보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가 지금 여기, 아름답게 펼쳐진다.행복이 아니라 재난이었다.나이 마흔에 찾아온 사랑이란 건, 알고 보니 그런 거였다.정 산부인과의 원장 욱연과 꿈만 같던 나날도 잠시, 혜나가 그전에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은 소꿉친구이자 남편인 성민과 헤어지는 일이었다. 뒤늦게 찾아온 운명 같은 사랑에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기만 했던 그녀는 얻게 된 행복만큼이나 커다란 불행도 겪어야만 한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고, 그녀의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탄탄한 구성과 드라마적인 대사, 속도감 있는 전개로 뛰어난 흡인력을 가진 이 소설은 진심이 담긴 독백과 위트 있는 비유들로 어느 사이 읽는 이를 주인공들의 바로 옆에 데려다놓는다. `사랑이 채우다`의 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결코 뜬구름을 잡지 않는다. 현실에 발을 디딘 거침없는 대사, 때론 유치하고 뻔뻔하고 속물적이기까지 한 그들의 행동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늘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을 닮았다. 그들은 성자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일 뿐이다.우리는 살면서 많은 부침(浮沈)을 겪는다. 사랑이든 삶이든 오르고 내리는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포기하지 않고 사랑의 마라톤을 끝내 완주하는 혜나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의미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춤추고 노래하며 끝나는 이 소설의 결말을 이런 물음으로 마무리해볼 수도 있겠다. 동화가 아닌 소설은, 그리고 삶은 왜 항상 슬프게 끝나야만 하는가? 이 불가해한 사랑에 관한 질문은 대답할 수 없음을 삶으로 응답해야 하는 우리에게 소설가가 슬쩍 일러주는 조그마한 힌트이기도 할 것이다.“삶에는 `사랑한다`와 `사랑하지 않는다` 사이에 아무런 경계가 없어지는 그런 지점이 있었다. 그에게 그곳이 나무가 쓰러진 고속도로였다면, 나에게는 산꼭대기에 붉은빛이 번져가는 이 산성이었다. 그날 그가 전혜원에게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했어도 인생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흘러갔을 것이다. 내가 오늘 성민에게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했어도, 인생은 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흘러갔을 것이다. 시간과 방향의 감각이 없어지는 그런 공간에서는, 인간이 무엇에 부딪쳐 어디로 가든 아무 차이가 없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를, 또 산성을 지나쳤다. 한번 지나치고 나면, 또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살게 된다” (153쪽)/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8-02

디자인 경영, 이렇게 하라

디자인이 혁신의 돌파구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디자인의 효과가 입증된 지 오래고, 전 세계 CEO들이 자신의 비즈니스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연계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경영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디자인 경영을 시행하기에 앞서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정작 디자인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신간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세미콜론)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이기도 한 이돈태 대표가 창조산업 시대에 CEO들에게 제안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 책의 저자 이돈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회사 탠저린을 이끌고 있는 산업 디자이너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성공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많은 글로벌 CEO들의 선택을 받아 왔다.기업의 생태와 조직 운영 원리를 잘 알고 있는 경영자로서, 그리고 수많은 기업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디자인 경영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실행하는지, 시장에서 파괴력 있는 제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이돈태 대표의 이력은 오래전부터 이미 국내 여러 언론사에서 수차례 조명된 바 있고,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글로벌 성공시대`(2012년 11월17일, 제70회 방송)에서 “디자인 종주국 영국을 사로잡은 한국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탠저린은 애플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가 창업한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돈태 대표는 1998년 이곳 탠저린에 입사한 후 7년 만에 공동 대표 자리에 올라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8-02

견딤의 詩學과 소멸하는 生을 노래하다

육체적 고통의 삶을 끌어안는 `견딤의 시학`과 소멸하는 생에 대한 `쓸쓸한 긍정`을 서정적 명상의 언어로 노래해온 엄원태 시인의 네번째 시집`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창비)가 출간됐다. 12년의 공백기를 거쳐 나온 `물방울 무덤`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소멸의 운명을 타고난 존재들의 한계를 껴안으며 고통의 삶을 따듯한 시선으로 감내하는 마음을 성찰의 언어에 담아 소멸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다.“덧없이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기록이자 애도”(시인의 말)로서 애잔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간절한 시편들이 `지금 여기`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가슴 서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고독은 그늘을 통해 말한다. //어쩌면 그늘에만 겨우 존재하는 것이 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늘로 인해 생은 깊어갈 것이다. 고통과 결핍이 그늘의 지층이며 습곡이다. //밤새 눈이 왔다. 말없이 말할 줄 아는, 싸락눈이었다. ”-`싸락눈`전문이토록 절절한 시의 삶이 있을까. 고통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절실한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엄원태의 시는 자못 숙연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선인장처럼 가시가 굵”은 “근심”에 “대책 없이 찔리곤”(`소금사막`) 하는 기나긴 고통 끝에 시인은 생은 “한바탕 부유(浮游)”(`공중 무덤`)이고 “삶이란, 언제나 죽음 지척의 일”(`주저앉은 상엿집`)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형편이 좀체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생활 속에서 “가짜 희망처럼, 헛소문처럼/부풀어오르”(`생활`)는 삶에 대한 기대감에 젖기도 하는 시인은 “덩치가 북극곰만하”고 무게가 “무려 구백구십 킬로그램에 이”르는 외로움을 “제 몸에 저장된 고독을 태우면서 버텨”(`극지에서`) 내며 “먼 우레처럼/다시 올”(`강 건너는 누떼처럼`) `사랑`을 기다린다.“창문 깊숙이 햇살 비껴들어, 병상 발치까지 환하다. 내 몸에, 빛기둥이 섰다. 몸에선, 기껏 살비듬 같은 먼지들이 떠다닌다. 때로 그것들도 먼 별들처럼, 반짝인다. //수행승들은 스스로 토굴에 들어 용맹정진했다지만, 내 몸뚱이가 영락없이 토굴이다. 장좌불와(長坐不臥) 대신 장와불립(長臥不立)이다. 한 오백년쯤 지난 후, 뜻밖의 어느 도굴꾼에 의해 관 속까지 비껴드는 한 줄기 햇살처럼, 한 소식처럼, 내 몸에도 빛기둥이 섰다. 늦은 오후, 겨울 햇살 덕분이다.”-`일주(日柱)`부분이렇듯 “삶이 건네는 고통을 `견딤의 시학`으로 관통해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 이르러 “제 몸을 잃어가면서” 그 고통을 “그 자체로의 풍경으로 인식하는”(양경언, 해설) 투명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존재의 무상함을 그윽이 바라본다. “전심전력 타오르는 촛불”을 보면서 “소멸을 지향하는 집중력이야말로 존재의 근원적인 에너지라는 이 역설”(`아름다운 얼굴`)을 간파해내는 시인은 다만 “어디서든 무심히 흘러”갈 뿐인 “그렇고 그런 날들”(`대구선공원에서`)의 쓸쓸함을 아늑한 풍경으로 그려내며 “축생, 혹은 먼지 같은 날들”(`11월`)에 생의 따듯한 숨결을 불어넣는다.삶의 고통은 비단 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검을 딛고, 죽음을 건너는”(`강 건너는 누떼처럼`) 생존의 아픔 속에서 빛을 잃고 시들어가는 제 몸을 어루만지듯 시인은 “저 혼자 찬 공중에 떠 있”(`개밥바라기`)는 “개밥바라기같이 외로운 행성”처럼 외진 “들판 가운데 홀로 우뚝” 서서 “자체발광 대신 자주 자가발광을 해서 생의 에너지를 보충하곤”(`별마을아파트`) 하는 주변화된 존재들과 “다만 흘러가”(`다만 흘러가는 것들`)며 “제각각의 어둠으로 저물어”(`길을 가면서`) 가듯 그늘 속으로 가뭇없이 스러져가는 것들의 상처를 애틋한 마음과 “그렁그렁 눈물 어린 눈길”(`4월`)로 쓰다듬는다.우리가 알고 있듯이 엄원태 시인은 오랜 세월 병마에 시달려왔다.그 병든 일상, “몸통째 슬픔”(`토르소들`)뿐인 “상처 많은 생”(`간벌(間伐)`)의 힘겨운 나날을 시인은 이미 전작 시집들에서 `뼈마디 저린 절창`으로 들려주었다.▲ 엄원태 시인때로 “공포에 질리기도 하는” “뼈저린 고통”일지라도 “징한 새끼 같은 삶”(`후스루흐`)을 받아들이면서 시인은 이제야 비로소 “슬픔이 구역꾸역 치미는 횡경막을 건너” “고통의 임계 지점”(`타나 호수`)을 넘어선 것일까. “생의 가장 중차대한 고비에 한 매듭처럼 묶이는”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올 때쯤이면, 나도 새 생명으로 거듭나 세상의 빛을 새삼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시인의 말)이라는 시인의 육성이 한편 눈물겹다. “우연 아닌 삶이 또 있을까마는/단순한 방문객으로 살기엔/내 눈은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몸의 감각 지나치게 예민하여/괴로움 또한 적지 않았다/나를 가둔 방은 춥거나 더웠으며/음식은 식었거나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어떤 날은 국물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기도 했다/하지만 지금 여기의 단 한번뿐인 이 삶은/대체로 살아볼 만한 것이었으니,/태초에 별들 사이를 흐르는 음악 같은 것이 있어/그 무시무종의 음률을 따라/나는 왔고 또 돌아가리란 걸 겨우 이해하고 나니/오고 감 또한 본래 없는 것이라 한다”-`지금 여기`부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26

중국 고전 속 영웅들처럼 會社를 경영하라

개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52만6천500여 자에 달하는 `사기`를 완역하고 `논어`, `노자`, `한비자` 등을 번역해 고전의 현대화에 기여해 온 김원중 교수. 그가 삼성 사장단과 삼성경제연구소, 사법연수원, KBS라디오 등 공공 단체와 기업에서 벌인 300여 차례 고전 강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리더들이 실제 현장에서 고민해 온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역은 `경영사서`(민음인)를 펴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경영사서(經營四書)`란 `한비자`, `손자병법`, `사기`, `정관정요`등 시대의 최고경영자들이 지침으로 삼은 네 권의 고전을 일컫는다.`한비자`는 혼란한 춘추 전국 시대를 진나라가 통일하는 데 기여한 제왕학의 성전으로, 제갈량이 죽기 직전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일독을 권하고 한나라의 중흥을 이끈 무제가 남들과 공유하지 않고 혼자 몰래 읽었던 책이다. `손자병법`은 위나라의 창업자 조조가 직접 열세 편의 주를 달아 보급한, 전쟁의 기술, 정치, 경제, 외교 등 처세 전반을 폭넓게 다루는 중국 최고의 병법서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이 국민당과의 대장정 전투에서 전략과 전술을 취한 책이자 죽을 때까지 머리맡에 두고 아껴 읽었던 애독서이기도 하다. `사기`는 기존 역사서에서 간과한 모사, 건달, 협객, 장사꾼 등 비주류 인물까지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다룬 인간학의 보고로, 조선 시대의 정조가 만인의 귀감이 될 인재상들을 제시할 때 직접 그 내용을 발췌하여 보급하기도 했다. `정관정요`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열어 간 당태종과 충신들이 나눈 정치에 대한 토론집으로, 오늘날에도 열린 리더십과 인재 관리의 교과서로 널리 읽힌다.위 네 고전의 원전을 충실히 읽어 나가는 동시에 거기에 담긴 경영 전략들의 현대적인 의미를 모색하는 이 책은, 경영과 처세의 어려움으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조직의 리더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지침서가 돼 줄 것이다.오늘날 통용되는 `경영`이란 말은`시경`과 `맹자`에 나오는 `경지영지(經之營之)`의 준말에서 비롯한다. “설계하고 측량하여 집을 짓는다”는 본래의 뜻과 “기초를 닦고 계획을 세워 어떤 일을 해 나가되, 그 뜻을 혼자만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공유한다”는 함의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경영의 의미가 혼란스러워진 이 시대에 고전을 통해 그 의미를 바로잡고 과거와 지금의 사고를 소통시키며 어떻게 하면 그 가치를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다.강연장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옮겨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은`경영사서`는 비단 경영의 지혜뿐만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문 지식과 처세 전략, 더 나아가 견고한 삶의 혜안까지 담고 있어 독자들에게 기대보다 더 나아간 고전의 정수들을 선사할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26

시인·소설가·영화감독 `만능작가` 인간을 둘러싼 혼돈과 좌절 그려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통해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아 온 작가 이응준의 연작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가 출간됐다. 이 소설집은 다시 철저히 문학의 본령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소설 속의 모든 인물과 사건들이 마치 퍼즐이나 모자이크처럼 서로 겹쳐지거나 충돌하며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여섯 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빛과 어둠은 서로 은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 주며 쓸쓸한 의지와 불굴의 희망을 노래한다.이 책에 실린 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어둡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제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밤”, 즉 어둠의 심연을 겪고 있다. `밤의 첼로`는 어두운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해 인간을 둘러싼 혼돈과 좌절을 어둠 그 자체를 그린, 여흑(餘黑)의 소설이다.이응준은 `작가의 말`에서 스스로 밝히듯이, “눈물이 맺히는 아름다운 노래 한 소절이 어떤 거대한 진리보다 강하다고 믿는” 지극한 낭만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이다. “무리를 스스로 저버린 늑대가 어둠 속에서 홀로 죽음에 도전하듯” 이응준 작가는 자신과 문학과 세상과 싸워 오며 아름다운 것, 오직 예술만을 추구해 왔다.시인이자 소설가, 영화 각본가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응준은 그동안 그의 작품들을 통해 시적 언어와 소설적 구성, 영화적 감각으로 한국 문학에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인 권진규는 “문득 그는 천국처럼 머나먼 곳의 상처 입는 어떤 이들과 자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간절히 아프게 연결돼 있는 것만 같았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버드나무군락지`를 중심으로 이 소설집에 실린 여섯 편의 소설 속 인물들을 연결시켜 주는 것은 고통으로 인한 상처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3-07-26

生의 의지·시적 욕망, 노래로 풀어내

▲ 김명인 시인올해로 등단 40년을 맞는 시인 김명인이 열번째 시집 `여행자 나무`를 출간했다. 그는 첫 시집 `동두천`에서 가장 오염된 세속에서 발원하는 가장 인간적인 사랑과 그 `더러운 그리움의 세계`를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바다의 아코디언`과 `파문`을 통해 시간과 기억이 인간의 삶에서 갖는 근원적 의미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해왔다. 시력 40년의 긴 여정에서 김명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몸의 기억`이다. 김명인 시의 존재자들은 대부분 고향을 잃고 부랑의 운명을 걸머진 채 헐벗은 길 위에 선 이들이다. 한국전쟁 발발에 따른 무의식 속 전쟁 기억, 가족과의 단절 등으로 몸 깊이 새겨진 정신적 상흔은 그의 시에 고스란히 담겨 한국문학에서 독특한 궤적을 그리며 변화를 거듭해왔다.그는 이번 시집에 어느덧 삶의 풍찬노숙을 지나 노년에 이른 시인이 자기 스스로 변화된 몸에서 길어 올리는 깨달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생명 안쪽에 낙인처럼 찍혔던 트라우마도 희미해지고, 대신 죽음이라는 깊은 어둠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흑백의 반전처럼 빛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충만해지는 시절로서 늙음을 받아들이는 시인은 몸에 새겨진 상처들과 그 방랑의 시절마저 무한한 사랑으로 감싸 안는다.이로써 다시금 솟아나는 `신생의 그리움`, 즉 계속 끓어오르는 문학에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인의 이번 시집을 읽다 보면 앞으로도 무한히 변화할 그의 시 세계에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에게 “아직 행려의 계절은 끝나지 않았다”.시집 곳곳에는 늙어가는 몸에 대한 사유가 묻어난다. 한 시절 울울창창한 숲처럼 풍성했던 살과 뼈는 `예전 같지 않지만` 시인은 “운신 한결 가벼워졌다”며 이를 삶의 한 과정으로 수용한다.“살은 이승에서 꿔 입는 옷”이라는 그는 줄어드는 몸을 수긍하며 도리어 이를 무한한 자유의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이러한 관점을 양압(陽壓)과 음압(陰壓)으로 비유해 삶의 측면에서 볼 때 늙음은 0(zero, 소멸)으로 수렴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죽음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영역이 영원히 커지고 팽창하는 무한(∞)을 향한 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인에게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인 동시에 새로운 여정인 것이다.젊은 시절의 삶은 지독할 정도로 밝은 빛이다. 시인은 “되는대로 미끄러져가며 떠뜨렸던/내 삶의 어떤 폭죽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잠깐 일어섰다 부서지던 파문”(`살이라는 잔고`)은 한창때의 나날들을 요동치게 한 적도 있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어떠한 빛이라도 종래에는 어둠이 오듯, 어떠한 격정 뒤에도 고요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생생한 쓰라림 가득했던 생채기들도 흔적만 남은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에 도래하는 사랑이 있다. 유년의 더러운 그리움에서, 젊은 날 상처의 그리움으로, 그러다 찾아온 죽음이라는 어둠 앞에서 삶 그 자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발휘되는 지금의 모습을 김명인의 새로운 변화이자 또 한번 깊어진 진화라고도 볼 수 있다.“여행자 나무, 석양에서 피어오르는 신생의 그리움선연하게 둘러앉는 두레의 그늘, 석양이 지고 있다창밖으로 보면 오늘의 여행자는 홀로 서서 고즈넉하고나무 또한 그가 버리고 갈 길에는 무심하지만펼쳐든 여정이라면 누구라도접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여행이란하루에도 몇 번씩 어제가 포개놓은 그늘에 서게 하는 걸까?아직 행려의 계절 끝나지 않았다어디로도 실어 보내지 못한 신생의 그리움 품고 나무의늙은 가지에 앉아몸통뿐인 새가 울고 있다”-`여행자 나무` 부분김명인은 그간 발표해온 시들을 통해 `길`의 이미지를 늘 강조해왔다. 그 길은 고향에서 등 떠밀려 나온 뒤 계속된 `가고` `떠나고` `흐르고` `지워지는` 방랑의 운명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했다.어느덧 석양이 지듯 삶의 황혼기에 이른 시인은 인간 스스로 선택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방랑의 운명, 그 자체를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인다.접을 수 없기에 지난날의 상처를 기억하고 더듬으며 새로운 긴장을 벼리는 그는 아직도 실어 보내지 못한 신생의 그리움, 그 강한 생의 의지와 시적 욕망을 계속 노래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19

교육현장 체험수기 대상작 등 묶어

제3회 교육현장체험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포항 오천중 이주형 교사가 대상 작품을 비롯한 그동안 매일 병원을 오가며 쓴 시와 포토 에세이를 한 권으로 묶어 `희망은 지지 않는다!`라는 책을 출판했다.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절망의 순간이 그려진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지지 않는다!`의 주인공들은 “신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시련을 준다”라는 말을 믿고 현재를 인정하고 현재의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놀라운 건 그 주인공들이 바로 사회 4대악 중 하나인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학생들이라는 것이다.희망은 믿는 이에게만 보인다. 그렇다고 믿는다고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막연히 잘 되게 해주세요와 같은 추상적인 희망이 아니라 내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때 희망은 우리에 찾아온다.이 글의 주인공들의 희망은 오로지 하나였다. 공부도, 게임도, 편안함도 아닌 바로 친구의 생명, 그래서 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들 공부로 바쁜 중학교 3학년이었지만 오천중학교 3학년5반 학생들은 스스로 당번을 정해 규칙적으로 문병을 갔고, 또 정기적으로 공연 팀을 꾸려 병원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공연도 펼쳤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19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한의사 이용운 경쟁·좌절·도전 이야기 담담히 그려

▲ 저자 이용운`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이야기공작소)는 한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이자, 이 시대가 품어온 이야기이다. 저자 이용운은 가난한 시절, 자식들에게 헌신을 다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에서부터 경쟁과 성장, 좌절과 도전을 반복하며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꾸밈없으면서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 동시대인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 등, 한의사 이용운의 대의(大醫)를 넘어선 대의(大義)를 향한 새로운 시작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고등학교 수석 졸업, 서울대 출신, 동국대 한의대 수석 입학 등 이른바 `수재`로 일컬을 이력을 가진 저자 이용운.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도 그 앞에 펼쳐진 엘리트로서의 삶이 아닌 시대의 고민과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노동운동의 대가로 감옥에 투옥됐지만 그곳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이후 한의사가 되기까지 이용운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치열한 고민과 삶을 통한 실천, 그리고 지금 다시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결심을 하기까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도전한 저자의 지난 시간들은 자신의 인생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동시대인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의 삶이면서 또한 한 인간의 신념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작은 키 때문에 `꼬맹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고 작은 키는 콤플렉스인 때가 있었다. 그러나 “키는 목표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아버지의 가르침, 저자의 작은 성과에도 기뻐하고 칭찬하는 어머니와 형제들, 외형적 조건보다 개개인이 가진 특기와 장점을 이끌어주었던 학창시절의 선생님들을 통해서 극복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생 앞에 닥친 크고 작은 과제들을 주변 사람들과 힘을 모아 극복하고 성장하면서 저자는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세상을 꿈꾸게 된다. 그리하여 신념을 가지고, 신념을 지키는 한 인간으로 나아가기로 한다.저자가 꿈꾸는 세상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자식으로서, 친구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정직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사는 세상이다. 특히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비판한다. 자기 안의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도 아닌 “내 딸들이 차별 없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열등감을 이겨내며 자란 학창시절, 가진 것은 없지만 신념과 의지로 앞으로 나간 청년 시절… 동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일화들을 읽으며 독자들은 때로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또한 정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시대감각을 느끼는 칼럼을 읽을 때에는 속이 후련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1964년 포항에서 태어난 이용운씨는 오천초등학교, 포항중학교, 포항고등학교를 수석으로 나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1989년부터 1992년까지 4년여 동안 노동운동에 투신했으며 스스로 현장을 떠난 직후인 1992년 8월 구속되어 옥중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며 삶의 새로운 길을 찾았다.1994년 동국대 한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했으며, 2002년부터 한의사가 돼 서울 광진구에서 해마루부부한의원을 개원했다. 포항고등학교총동창회 부회장, 서울 광진구한의사회장, (사)한국다문화희망협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이용운씨는 20일 오후 5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출판기념회 `이용운의 북콘서트`를 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19

기억 저편에 깔려 있는 그리움…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시인 윤성택은 데뷔 5년 만인 2006년 남다른 시각과 촘촘한 감성의 그물망으로 걸러낸 현실세계 속 각양각색의 풍경들을 담은 첫 시집`리트머스`를 펴냈다. “잘 빚어진 시에 대한 고전적인 예술 지향과 언어에 대한 외경심을 깊이 간직한, 최근 시단의 비주류(?)의 영토를 진중하게 답파하는 젊은 시인”(김수이)이라는 평을 받은 그 첫 시집은 요란스럽지 않게, 그렇지만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첫 시집이 나온 후 7년이 지난 지금, 윤성택 시인의 두번째 시집 `감(感)에 관한 사담들`(문학동네)이 출간됐다.첫 시집이 비정하고 삭막한 현실의 치부를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다면, 두번째 시집이 독자들을 안내하는 곳은 `기억`이다. 기억은 과거의 일이지만, 존재의 의식과 무의식에 자리하며 현실에서 영향을 미친다. 시집의 문을 여는 서시에서, 우리는 그 기억의 실체에 조금 다가갈 수 있다.“한 사람이 나무로 떠났지만그 뒷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어느 날 나무가 되어 돌아온 그를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떠난 그였고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는지 모른다떠난 그가 남긴 유품을 새벽에 깨어천천히 만져보는 기분,길을 돌아보면그를 어느 나무에선가 놓친 것도 같다나는 얼마나 멀리 떠나온 것일까살아간다는 건 온 신경을 유목한다는 것이다그가 떠난 자리에 잠시 머물면서이렇게 한 사람을 부르는 것이다”-`기억 저편` 전문세상을 떠나 잊혀버린 한 사람과 그를 기억하는 또 한 사람인 `나`가 있다. 현실에 없는 `그`를 `기억`하는 `나`에게 “살아간다는 건 온 신경을 유목하는 것이”자 “그가 떠난 자리에 잠시 머물면서/ 이렇게 한 사람을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기억은 한없이 무겁고 우울하다. 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일이란 그리움을 감각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윤성택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담아내고 있는 `기억`의 저편에는 이렇듯 `그리움`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바람의 궤와 함께 이어지는 색감에서사위를 움켜쥔 채 회전하는 윤곽,신화의 조난 같은 새벽이 다가오는 사이빛은 여러 개의 가설을 파먹는다가지마다 행성을 밝히는 액정들지금도 불 밝은 몇몇 접속자들후둑 떨어지는 홍시의 여정을 귀에 들려주면불면의 시공간이 채집된다녹슨 자전거 바퀴 속을 항해하는 먼지들은이제 외계의 답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아득히 계통에 없는 유기물로 스며든 후나선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있을 때감나무에서 붉어지는 봉문이 있다핏빛 중력이 서서히 끌어당기던 언 땅 밑 항로를 가다보면나직이 어느 불행과 조우할 수 있을까새벽녘 얼굴만 비추는 액정에는파리한 안색이 걸려 있거나 주술처럼 손톱이 부딪쳐온다별들이 지독한 건 제 빛을 보내그 눈빛이 되기 때문이다인간은 붉은 탯줄에 매달려 양육되고고인은 외장 하드에 검은 시신경을 연결한다희뿌연 배경 붉은 화소의 감나무는광속의 주파수를 따라운명은 다만 서로 돌아다보는 거라고나뭇가지 갈래로 뻗어가고 있다감과 감의 경계는 응시이다”-`감(感)에 관한 사담들` 전문표제작 `감(感)에 관한 사담들`은 모니터 앞에 앉아, 중력의 법칙대로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공중의 전파체로 바뀌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이제 우리의 감각은 브라운관이나 액정화면을 읽어내는 눈만 남은 것은 아닌지(“감과 감의 경계는 응시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이 시집이 시종 기억과 그리움 사이에서 우울하게 부유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시인 윤성택“밤하늘 속 탐사선이 가없이 떠가는 상상베개에 눌린 안구 안쪽에서 폭풍이 일고깊이 묻혀 있던 유적이 드러난다보이저2호에서 판독불능의 신호가 보내지면어느 꿈이 황금음반을 틀어주고 있다는 생각탐사선이 태양계 끝에 가 있는 것은방안에 떠 있는 어떤 입자 속 제국에내가 기류하고 있다는 것, 비 오는 밤막막한 공간에 음악이 퍼지면몇백억 킬로미터 밖 동체가 느껴진다나는, 이 우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내게서 온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기류(寄留)` 전문꿈의 생생한 체감을 아름답게 묘사한 이 마지막 시에서, 일종의 유체이탈(“몇백억 킬로미터 밖 동체가 느껴진다”)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분열 상태에 놓인 시적 자아는 황금음반이 들려주는 우주의 음악 속에 몸을 띄운다. 잊힌 기억의 유적을 더듬는 막막한 그리움을, 시인은 그렇게 이 세계에 기류하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고 황금음반의 음악을 들으며 견디고 있는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12

인간존재의 불안·부조리 파헤쳐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부조리를 파헤친 사데크 헤다야트의 대표작 `눈먼 부엉이`(문학과 지성사)가 출간됐다. 사데크 헤다야트(1903~1951)는 테헤란 명문가 출신으로 파리에서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란의 전통에 서구의 문학 기법을 결합하여 발전시킨 현대 페르시아 문학의 대표 작가이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눈먼 부엉이`는 한 가난한 예술가가 자신의 영감의 원천이자 동시에 절망의 원천이 되는 한 여인의 시체를 암매장한 뒤 술과 아편의 힘을 빌려 생생하고 무시무시한 신기루의 세계로 빠져드는 초현실주의 소설로 억압의 시대와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적 부조리와 화해하지 못한 작가의 고통과 고독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내면 풍경을 그린 이 소설은 뛰어난 상징성과 눈부신 묘사, 예리한 통찰로 문학사에 남을 작품이 됐다. 잔혹성과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정작 이란에서는 금서로 지정됐으나 대중들 사이에서는 잊힌 적이 없는 이 책은 새롭고 신비한 페르시아 문학을 선보이는 수준을 넘어 세계문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다.주인공 `나`는 필통에 그림을 그리는 무명의 화가이다. 어느 날 나의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삼촌이 찾아온다. 삼촌에게 술을 대접하려고 창고로 간 나는 벽 틈새로 하나의 광경을 목격한다. 검은 옷을 입은 한 소녀가 강가의 사이프러스 나무 아래 앉은 노인에게 메꽃을 건네는 광경이다. 잊히지 않는 소녀의 모습은 나의 영혼을 깊은 전율로 뒤흔들어 놓고, 나는 오랫동안 그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라면서 방황한다.헛되이 소녀를 찾아 헤매던 내 눈앞에 갑자기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나의 집 앞에서. 소녀는 몽유병자처럼 내 집으로 들어가고, 그리고 곧 내 침대에서 그대로 죽어버린다. 나는 소녀의 시체를 절단해 가방에 넣고 먼 황무지로 가져다 묻는다. 소녀의 죽음 이후 삶의 깊숙한 무의미 속으로 추락해버린 나는 아편과 술의 도움을 빌려 기나긴 일생의 환각 속으로 몰입하는데…./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12

키워드 `엄마`… 7편 단편 묶어 출간

2000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단편 바늘이 당선돼 등단한 이래 섬뜩하면서도 관능적인 미학적 단편들과 면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강렬한 서사와 탄탄한 문장의 장편들을 발표해온 작가 천운영의 네번째 소설집 `엄마도 아시다시피`(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두번째 장편소설 `생강`(2011) 이후 2년 만에,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2008)을 펴낸 지 5년 만에 선봬는 작품으로 2012년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된 `엄마도 아시다시피`를 비롯한 총 7편의 단편을 묶었다.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엄마(모성)`로 명쾌하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엄마와 여자들의 이야기를 비껴간다. 마음이 하는 일이 매양 그러하듯, 모성 그리고 감정의 복잡다단한 면들을 표출하는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바닥끝까지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욕망, 결핍과 분리불안, 질투와 배신에서 비롯된 일그러진 모녀, 모자, 유사 자매, 반려동물과의 관계 탐색은 곧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학관계를 상기하고 상처의 극복과 치유, 회복과 성장의 열쇠를 쥔 트라우마 들을 들쑤시며 소설을 읽는 내내 오랜 여운과 깊은 멍울을 남긴다.소설 `남은 교육`은 삼십대 중반의 싱글이자 작가인 딸이 사사건건 간섭하고 조정하려드는 엄마와 불편한 동거에 들어간 순간 꽃무늬 접시 세트가 깨지는 요란한 소리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딸을 향한 엄마의 매몰차고 새된 비난과 질타, 욕설과 저주는 일순간 이들 모녀의 관계를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의 구도로 몰아간다.결정적인 순간에 드라마틱한 발작 증세를 보이며 종국엔 승리자로 자임하는 엄마 앞에서 딸이 고개를 수그리는 것처럼 여자의 연애 역시 순탄치 않다. 모멸감과 배신감으로 몸서리치는 여자가 결국 돌아가는 곳은 천박하고 심술과 억지로 가득 찬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집, 여자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엄마의 품안이다.반면 어린 시절 생존을 위해 핫도그 먹기 대회 챔피언을 갱신하다 죽은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노년이 될 때까지 떨쳐내지 못하고 동물 해부에 관심을 갖게 된 한 어류 전문 박제사의 이야기인 `유리입술`과 팔십오 세의 노모를 잃은 늙은 장남의 강한 애착과 사모곡을 그린 `엄마도 아시다시피`도 함께 수록돼 있다.이 두 작품은 “모든 인간이 부모로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식으로 태어나 자식으로 죽어간다는 명백한 사실”(조연정, 문학평론가)을 우리에게 환기하는 한편 “다양한 형태로 엄마가 되지 않은 여자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12

신라장군 이사부, 우산국 정벌전쟁 전모

1500년 전부터 시작된 일본의 독도침탈, 그에 맞서 우리 땅 독도를 지켜내고 고대사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신라영웅 이사부. 역사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우산국 정벌 전쟁의 전모가 밝혀진다.`동해영웅 이사부(북랩)`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역사상 최초의 사건인 신라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정벌` 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이다. 저자 안휘씨는 기자로서의 탐구정신을 발휘해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해지는 많은 사료들 뿐만 아니라 울릉도 현지와 동해안 일대에 전해지는 전설들을 뼈대로 생동감 있는 묘사와 상상력을 가미하며 흥미로운 역사소설로 탄생시켰다. 1500여년 전, 강력한 해상왕국인 우산국(于山國, 울릉도)을 세우고 통치한 우해왕은 대마도까지 벌벌 떨게 할 정도로 초인적인 힘을 지닌 왕이었다. 그러나 512년, 우해왕은 우산국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신라장수 이사부에게 무릎을 꿇게 된다. 해전에 익숙하지 않았던 신라가 왜 그렇게 우산국 정벌에 큰 공을 들였던 것일까? 그리고 왜인(倭人)들은 우산국을 발판삼아 무슨 음모를 꾸몄던 것일까? 이사부 장군은 독도(우산도·于山島)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일들을 했을까? 전쟁이 끝난 뒤 서라벌에서 `대영웅(大英雄)`, `신(神)`으로까지 칭송받던 이사부가 홀연 역사에서 사라졌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이 책은 계속되는 일본의 망언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지금, 그 이름만 듣고도 왜인들이 동해에 얼씬도 하지 못했던 이사부 장군의 이야기다.저자 안휘씨는 후기에서 “이 소설이 독도를 강고히 지켜내려는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의 큰길 모퉁이에 세워 밝힌 작은 촛불이라도 되어주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한다./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2013-07-05

사랑과 폭력 주제로 매혹적인 서사

청소년은 물론 모든 세대에게 큰사랑을 받은 화제작 `완득이`의 김려령 작가가 놀랍도록 강렬한 소설로 돌아왔다. `완득이`에 이어 영화화가 진행 중인 `우아한 거짓말`과 호평받은 근작 `가시고백`에 이르기까지 김려령 작가는 특유의 위트와 밀도 있는 문장, 녹록지 않은 사유로 단숨에 우리 출판계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너를 봤어`(창비)는 사랑과 폭력을 주제로 벼린 매혹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한번 손에 들면 쉽게 멈출 수 없는 탁월한 흡인력으로 다가온다. “비범한 이야기꾼”으로서 “생동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이 작품은 한국문학 전체에 “새로운 활력”(한기욱 문학평론가)을 불어넣을 것이다. “문장이 당신의 심장을 두드리는 최고의 소설”(변영주 영화감독)이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을, 올해 문학계 최대의 화두가 될 역작이다.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정수현`은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공히 인정받는 중견 소설가이자 유수한 출판사의 편집자이다.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삶이지만 그에겐 지옥과도 같은 과거들이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내는 주위의 모든 이들을 숨 막히게 만드는 섬뜩한 차가움을 가졌다. 그녀는 오로지 수현의 애정만을 갈구하지만 그것을 몰랐던 수현은 아내를 은연중에 자살로 내몬다. 또한 수현은 어릴 적 극심한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의 의문사에 일조한다.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자기 안의 괴물을 품은 수현에겐 아버지의 폭력을 대물림해서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형과, 수현과 아내에게 끊임없이 돈을 뜯어내려 하는 치욕스러운 어머니만이 남아 있다.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가족과의 끈질긴 악연과 자신의 이중성으로 나락에 빠져들게 되는 수현에게 어느날 마주한 후배 작가 `서영재`의 존재는 유일한 희망과 설렘으로 다가온다. 뜨겁고도 발랄하고 애틋한 수현과 영재의 사랑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 중의 하나다.작가가 “지리멸렬한 삶일지라도 끝내 버릴 수 없는, 그러면 안되는 사랑, 그것으로 이제 독자를 만난다”(작가의 말)고 말한 것처럼 이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사랑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너를 봤어`는 큰 줄기로서의 이야기 바깥에서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문단과 출판계의 소소한 에피소드나 소설가의 일상을 맛깔나게 그려낸다. 전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작가만의 위트도 반갑게 만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소설로 단숨에 읽어내리게 되는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05

잃어버린 과거 찾아 떠난 순례의 여정

▲ 무라카미 하루키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가 출간됐다.일본에서 50만부라는 파격적인 초판 부수로 기대를 모으고, 출간 이후에는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시 쓴 세계적 화제작이다.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례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개인 간의 거리, 과거와 현재의 관계,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프란츠 리스트 `순례의 해`의 간명하고 명상적인 음률을 배경으로 인파가 밀려드는 도쿄의 역에서 과거가 살아 숨 쉬는 나고야, 핀란드의 호반 도시 헤멘린나를 거쳐 다시 도쿄에 이르기까지, 망각된 시간과 장소를 찾아 다자키 쓰쿠루는 운명적인 여행을 떠난다. `색채`와 `순례`라는 소재를 통해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솔직하고 성찰적인 이야기로, “`노르웨이의 숲`이래 무라카미 하루키가 선보인 최초의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적 귀환`이다.출간되기까지, 내용이나 배경 등 작품에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화제가 됐으며 출간 당일 자정에 도쿄 시내 유명 서점에 책을 사려는 독자의 행렬이 늘어서면서 팬들의 기대를 증명했다. 특히 소설의 주제와 연관하여 작품에 등장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이 연주한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는 절판된 음반이었음에도 복간되어 클래식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작품에 관련된 사회 현상들이 연일 주목을 끌었다.이 작품을 옮긴 전문 번역가 양억관은 단어 하나하나에 실린 철학적인 상징과 입체적인 인물의 심리를 선명하게 포착한 충실하고 유려한 번역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손꼽아 기다려 온 한국 팬들에게 잊지 못할 순례의 여정을 경험하게 한다.돌아가야 할 곳에 돌아가기 위해,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내기 위해, 오늘 시작되는 특별한 여행. 한 사람의 성인이 삶에서 겪은 상실을 돌아보는 여정, 고통스럽고 지난하지만 한편으로 그립고 소중한 그 시간을 다자키 쓰쿠루와 함께하며, 우리는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갈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그 일이 일어난 것은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이었다. 그리고 그 여름을 경계로 다자키 쓰쿠루의 인생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스무 살 다자키 쓰쿠루는 가장 친한 네 명의 친구들로부터 갑작스럽게 절교당한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따라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완벽한 공동체에서 단절되는 절망을 겪은 다자키 쓰쿠루는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혼자서 밤바다 속에 떠밀린 것만 같은 고독하고 가혹한 시간을 홀로 견뎌 낸 뒤, 그는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다.서른여섯 살, 다자키 쓰쿠루는 철도 회사에서 역을 설계한다. 역을 만든다는 행위는 그에게 세상과의 연결을 뜻한다. 과거의 상실을 덮어 두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처음으로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두 살 연상의 여행사 직원 기모토 사라는 고등학교 시절, 다자키 쓰쿠루가 속한 완벽한 공동체와 그 결말에 대해 듣고 불현듯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한 순례의 여정을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의 `색채`를, 한순간 속했던 `완전함`을 기억하기 위한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역에서 시작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05

눈속에 빛이 가득해 다른 것은 보지 못했다

특유의 초현실적 상상력으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인 강성의 두번째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두번째 시집에서 시인의 상상력은 아주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가 시간의 둘레와 겹 그리고 그 사이를 탐색한다. 잠 속에서 꿈꾸는 자아는 의식을 잠정적으로 중지시키고 기억을 넘어서는 근원적인 시간을 탄생시킨다. 무의식에서 생겨난 이 주체는 의식적 주체를 포기하고 다른 `자신-시간`을 만나 잠재적이고 근원적인 감각으로 자신을 관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된 나를 응시하고 기술한다.시인은 시집의 문을 `환상의 빛`이라는 제목의 시 속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라는 구절로 열었다. 이 싯구는 분명하게 확정하고 단언하지 않는 시인의 시들을 꿰주는 하나의 버팀목 같다는 느낌을 준다. `환상의 빛`이라는 제목의 시는 강성은의 첫 시집에도 수록돼 있고, 이번 시집에도 연작의 형태가 아닌 개별 시로 세 편이나 등장한다. 이 시들은 강성은의 시적 주체가 경험하는 어떤 기이한 시간들의 경험 혹은 계시의 순간들을 보여준다.“차를 세우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운전하는 것을 배운 적이 없다 면허증도 없는 내가 왜 핸들을 잡고 있는 것일까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곤하게 잠들어 있다 차는 우리를 싣고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달리고 있다 집으로 가고 있다” -`환상의 빛`부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7-05

남편·자식 잃은 슬픔, 문학으로 승화

▲ 故 박완서 작가작가 박완서가 타계한 지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노대가가 남기고 간 수많은 단편소설 가운데 2001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9년 동안 발표한 열두 편의 작품을 그녀를 향한 그리움으로 엮어 한 권으로 펴냈다. 2006년 문학동네에서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을 발행한 뒤 다시 7년 만이다. 이로써 그녀의 단편소설 전체가 7권으로 마무리됐다. 그 마지막 권에 해당하는 `그리움을 위하여`(문학동네)에는 박완서 특유의 유려하고 생생한 문체로 녹여낸 노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축복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표제작 `그리움을 위하여`에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깃들어 있다. `그리움을 위하여`에는 `나`와 사촌 간이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나`의 집에서 집안일을 해주며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사촌동생이 나온다. 젊어서는 자식들 챙기느라 늙어서는 남편 병수발을 드느라 온몸을 혹사시킨 그녀의 삶은 일견 불행을 껴입은 듯하다. 그러나 그녀의 삶을 어루만져주는 것은 놀랍게도 `사랑`이다. `환갑을 지난 노인`이 하는 `사랑`이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늙어간다는 것은 젊음으로부터 멀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사랑으로부터도 멀어지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그리움을 위하여`의 그녀는 어떠한가. 그녀는 남편이 임종을 맞이하며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말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에 충분히 가슴 설레하며, 친구를 도와주러 갔던 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노인과 사랑에 빠질 만큼 여전히 젊다. 사랑은 그것을 찾는 사람이 누구든 인색하지 않은 것이다.한편, `사랑`만으로는 그 관계를 규정하기 어려운 두 명의 노인이 있다. `대범한 밥상`의 그와 그녀는 사돈 간인데, 사고로 자식을 잃은 후 손자 손녀를 위해 한집에서 같이 살았다. 사정을 모르는, 남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그녀의 동창들은 사돈과 같이 사는 그녀를 추잡한 스캔들 속으로 끌어당겨와 빈정대고 조롱한다. 소문의 실체가 궁금해진 동창 중 한 명이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깊은 속내는 말이 필요 없는 거 아니니? 같이 자는 것보다 더 깊은 속내 말야. 영감님은 먼 산이나 마당가에 핀 일년초를 바라보거나 아이들이 재잘대고 노는 양을 바라보다가도 느닷없이 아, 소리를 삼키며 가슴을 움켜쥘 적이 있었지. 뭐가 생각나서 그러는지 나는 알지. 나도 그럴 적이 있으니까. 무슨 생각이 가슴을 저미기에 그렇게 비명을 질러야 하는지.”-`대범한 밥상` 중에서말로 할 필요가 없는, 말로 전해지지 않는 서로의 마음속 고통을 가만히 들여다봐주는 것. 박완서는 고통과 상처로 흔들거리는 노년의 삶을 천천히 응시하며 그들의 마음자리를 짚어주고 위로한다. 그리고 박완서 역시 그녀의 지난했던 삶을 글을 통해 위로받는다. 박완서에게 1988년은 다시 돌아보기 힘든, 막막함으로 가득 찬 한 해였으리라. 잘 알려진 것처럼 그녀는 1988년 한 해에 암으로 남편을,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연달아 잃었다. 그리고 한동안 글쓰기를 중단했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일으켜세운 것 또한 `글`이었다.`그리움을 위하여`의 마지막에 수록돼 있는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자전적 색채가 강한, 그녀의 마지막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남편과 아들을 잇따라 잃은 박완서 개인의 슬픔이 문학으로 승화되는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식지 않고 날로 깊어지는 건 사랑이었다. 내 붙이의 죽음을 몇백만 명의 희생자 중의 하나, 곧 몇백만 분의 일로 만들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의 생명은 아무하고나 바꿔치기할 수 없는 그만의 고유한 우주였다는 게 보이고, 하나의 우주의 무의미한 소멸이 억울하고 통절했다. 그게 보인 게 사랑이 아니었을까.”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중에서6·25전쟁에서 맞닥뜨린 오빠의 죽음에서부터 외아들의 죽음까지, 삶 굽이굽이마다 자리하고 있던 숱한 죽음들을 박완서는 기꺼이 감싸안는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피붙이의 죽음을 많고많은 죽음들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녀는 그 죽음들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이다.이렇듯 그녀의 마지막 소설집 `그리움을 위하여`에는 고유하고 유일했던 우주가 소멸한 뒤, 그것을 글로써 다시 생성시킨 저마다의 우주가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으며` 떠난 박완서라는 유일한 우주가 우리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28

한국 단편소설 英文번역 `문학 한류` 이끈다

한·영대역 문예지 계간 `ASIA`를 발행해온 도서출판 아시아는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현대 소설`시리즈(이하 `바이링궐 에디션`)의 두 번째 세트를 출간했다. 분단, 산업화, 여성이라는 주제로 지난해 7월 첫 선을 보인 아시아 출판사의 `바이링궐 에디션`은 그간 해외 명작을 한국어로 번역해 대역으로 출판하던 출판계의 선례와 달리,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이중 언어로 읽을 수 있게 했다는 데서 신선함을 줬다.특히, 영어 번역의 질을 최우선으로 삼고 브루스 풀턴(브리티시 컬럼비아대), 테오도르 휴즈(컬럼비아 대학교), 안선재(서강대학교 영문학 명예교수), 전승희(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연구원) 등 한국 문학 번역 권위자들은 물론 현지 내러티브 감수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그간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했을 때 느껴지는 외국 문학이라는 어색함을 벗어던진, 영어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인정받았다.“그동안 영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작품들 가운데에는 번역투라는 걸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의 작품들은 내가 구사하는 것보다 수준 높은 영어로 되어 있어 번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브래드(브래들리 레이 무어), 밴드 버스커버스커 드러머, 상명대 영어영문학부 교수세트 1번의 1~15권을 출간한 이후 `바이링궐 에디션`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을 받았다. 과거 한국 독자들이 한국어로 번역된 영미문학을 통해 유럽과 미국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왔듯이 이제 외국인들이 `바이링궐 에디션`을 통해 한국 문화 속에서 상상력을 자극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중심에 수준 높은 영어 번역의 질을 자랑하는 `바이링궐 에디션`이 있다.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바이링궐 에디션`은 별도의 프로모션 없이도 미국 독자들에게 판매돼 한국과 한국 문학을 알리고 있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컬럼비아대 동아시아학과, 보스턴 칼리지, 워싱턴대학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아시아학과 등의 교재로 사용되면서, 벌써 이후 발간될 시리즈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확보했다.이문열의 `필론의 대지`를 비롯해 이대환의 `슬로우 불릿`, 임철우의 `직선과 독가스`, 홍희담의 `깃발`, 방현석의 `새벽 출정`, 윤후명의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승우의 `목련 공원`, 김인숙의 `칼레 찔린 자 국`, 한강의 `회복하는 인간`, 정이현의 `트렁크`, 이호철의 `판문점`, 하근찬의 `수난시대`, 남정현의 `분지`, 정도상의 `봄 실상사`, 김하기의 `은행나무 사랑`등 총 15권이 4×6판으로 손에 들고 읽기 편하도록 만들어 졌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28

임신·중절 민감한 스토리 독자들에 깊은 메시지 던져

지난해 `제노사이드`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야마다후타로상을 석권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일본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 내며 국내 파워블로거가 뽑은 올해의 책 1위, 인터넷 서점 올해의 책에 오르는 등의 저력을 발휘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 소설 `KN의 비극`(황금가지)이 출간됐다. 사형 제도를 다룬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과 함께 수상작 역대 최단 100만 부를 돌파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다카노 가즈아키는 밀도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작품을 잇달아 발표해 사회파 미스터리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왔다. 이번에 출간된 `KN의 비극`에서 임신과 중절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흥미로운 스토리에 담아 냄으로써 또 한 번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젊은 나이에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 자리에 오른 슈헤이는 새로운 맨션을 구입하고 아내 가나미와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가나미가 기뻐하며 남편에게 소식을 전하지만 슈헤이는 불안정한 직업과 맨션을 구입하는 데 탕진한 재산 때문에 좀 더 여유가 생긴 다음에 아이를 갖자며 중절 수술을 제안한다. 가나미는 괴로워하면서도 마지못해 수긍한다.`KN의 비극`은 모호하게 그려지는 또 다른 여성의 존재를 통해 시종일관 스산한 공포를 느끼게 하며, 한정된 시간 동안 긴장감 넘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스릴을 안겨 준다. 한편으로 의사로서 이소가이가 갖는 고뇌를 통해 `생명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28

인간 내면과 정신의 문제 깊이 다뤄

`말(言)`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일상을 한번 곰곰이 되돌아보자. 하루 중 우리는 얼마만큼의 말들과 또 어떤 말들을 듣고 내뱉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가. 그 와중에 우리를 현혹시키고 선동하는 말들, 혹은 처음에는 강렬하게 다가오는 듯하나 한순간에 휘발해버리는 수많은 말들이 부지불식간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반면에 어떤 말이나 글귀는 우리 가슴속에 이정표로 남아 우리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들도 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줄 이 시대에 꼭 새겨듣고 읽어야 할 대문과 철학자들의 문장을 엄선하여 기획한 `책 읽는 오두막`의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에서 `브레히트`에 이은 두 번째 책,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가 출간됐다.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는 그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6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약 1억5천만 권 이상이 팔렸을 만큼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문호임에 틀림없다. 1942년, 헤르만 헤세를 노벨문학상 수여자로 선정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장에 대한 대담성과 통찰력으로 고전적 인도주의의 이상과 높은 품격의 문체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헤세의 작품은 평화·인도주의적인 세계주의를 향해 있다.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평탄한 문학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소년일 때,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두 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헤세는 정신적으로 심약했다. 이런 그에게 문학은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에 개인적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한 문학은 어느새 그 자신을 뛰어넘어,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기에 이르렀고, 자신이 통과한 그 슬픔으로 세상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의 인생에서 두 번이나 겪은 세계대전에 대해 확고한 반전 의지를 피력함으로 작가로서의 시대정신도 잊지 않았을 만큼 의식 있는 작가의 전범을 보여주기도 했다.이런 헤세의 삶과 함께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에게 글쓰기는 치유로서뿐만 아니라 단순한 창작 활동, 그 이상의 `구도적 행위`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사의 이야기를 통해 헤세의 작품이 거론되는 것을 보아도 그의 작품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종교심과도 비슷한 내면과 정신의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시간의 의미를 깨달은 그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현재 우리가 느끼고 있는 슬픔과 불안의 시간들이 차츰 따뜻하고 값진 시간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바로 이 책은 남다른 통각으로 한 시대를 위무하며 수많은 명작을 남기고 떠난 헤세의 주옥같은 작품 속에서 현재의 우리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문장들을 엄선한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21

등단 40년 기념, 열한 번째 시집 詩의 눈으로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다

▲ 시인 정호승일상의 평이한 언어가 빛을 발하는 맑고 투명한 감성적인 시세계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 `여행`(창비)이 출간됐다. 지난해에 등단 40년이 된 것을 스스로 기념해 펴내는 열한번째 시집이다. “시 속에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울고 있는 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곽재구, 추천사)는 감상처럼,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변함없이 맑고 순결한 시심을 자아올려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깊은 반성과 고뇌가 서린 성찰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다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으며 “남아 있는 삶 동안 여전히 시의 눈으로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시인의 말`) 시인의 경건한 마음이 애틋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인생의 평범한 진리를 나직한 목소리로 일깨우는 슬프면서도 따뜻한 시편들이 가슴을 적시는 잔잔한 감동은 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여기에 50여편의 미발표 신작시를 읽는 반가움이 시집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개에게 짜장면을 사주었다/배가 고프면 고플수록 내가 개밥을 먹고/내가 세상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짜장면을 개에게 사주었다/기쁘다/눈부신 햇살 아래/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개들이 아름답다”(`오늘의 기쁨`전문)“꽃이 물을 만나/물의 꽃이 되듯/물이 꽃을 만나/꽃의 물이 되듯//밤하늘이 별을 만나/별의 밤하늘이 되듯/별이 밤하늘을 만나/밤하늘의 별이 되듯//내가 당신을 만나/당신의 내가 되듯/당신이 나를 만나/나의 당신이 되듯”(`성체조배` 전문)어두운 현실에서도 “흐린 외등의 불빛마저 꺼져버린/막다른 골목길”에 “희망의 푸른 그림자”(`희망의 그림자`)를 비추는 정호승의 시는 낮은 곳에서 더욱 빛난다. 시인은 “가난한 사람들이/배고파 걸어가는 저 거리”(`마지막 첫눈`)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삶의 밑바닥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라면박스로 정성껏 집을 짓”고 “하루에 한번씩 하관하는 연습”(`눈사람`)을 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인의 손길은 더없이 따사롭다. “세상의 너와 나를 생각”하며 “낮은 데로 더 낮은 데로” 내려가 “인간의 낙엽으로 다시 썩을 수 있게 되길”(`미소`) 바라는 시인은 잠시라도 “아름다운 인간이 될 수 있”(`바닷가`)기를 꿈꾼다.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지푸라기` 전문)타인의 고통을 한없이 선한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에 비하여, 자신을 대하는 시인의 태도는 사뭇 엄격하고 가혹하기까지 하다. 시인은 “버릴 수 있는 자존심이 너무 많아서 슬펐던”(`자존심에 대한 후회`) 일생을 후회하기도 하고,“오늘도 새들이 내 얼굴에 침을 뱉고 간다”(`속죄`)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면서, “내가 인생에게 속으며 살아온 것은/내가 인생을 속이며 살아왔기 때문”(`꼬리가 달린 남자`)이라고 고백한다. 이처럼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거짓의 검은 혀”(`혀를 위하여`)를 잘라내는 참회로 죄책감을 드러낸다.“살아서는 그 나무에 가지 못하네/(…)/내 한마리 도요새가 되어 멀리 날아가도/그 나무 가지 위에는 결코 앉지 못하네/나는 기다릴 수 없는 기다림을 기다려야 하고/용서할 수 없는 용서를 용서해야 하고/분노에 휩싸이면 죽은 사람처럼 죽어야 하고/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 받아들여야 하네/그래야만 죽어서는 그 나무에 갈 수 있다네/살아 있을 때 짊어진 모든 슬픔을/그 나무 가지에 매달아놓고 떠나갈 수 있다네”(`슬픔의 나무`부분)어느덧 이순의 나이를 넘긴 시인은 “늙어간다고 사랑을 잃겠”으며 “늙어간다고 사랑도 늙겠느냐”(`산수유에게`)며 어떤 사랑을 다짐한다. “별의 길을 따라”(`별의 길`) 반평생 오롯이 시의 길을 걸어온 시인은 “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니”(`여행가방`)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이제 조용히 떠날 채비를 차린다. 그러나 상처 입고 외로운 마음들의 오지로 떠나는 시인의 여행은 `돌아옴`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것은 곧 사랑에 다름 아니다.“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토요일`)는 테레사 수녀의 말씀을 되새기며, “운명의 검은 가방을 던져버리고” “종착역도 없는 역”(`나의 기차`)으로 향하는 시인의 여행길에 “축복인 양”(`눈사람`) 첫눈이 내릴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21

독자들을 웃기고 울리는 바로 당신의 사랑 이야기

한겨레문학상, 요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수상작가인 소설가 한창훈(51)이 4년 만에 들고 온 이야깃거리는 단연, “사랑”이다. 좀더 고민해 찾으면 제목으로 쓰인 “연애사(史)”가 더 들어맞을 듯하다. 각각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만이 간직해온 은밀한 “연애사” 하나쯤은 있을 터, 또한 “그 남자”가 바로 당신 혹은 나를 지칭하는 것은 당연지사. 제목만으로 이 소설집이 매우 흥미롭고 또 따끔할 것이란 걸 대번에 추측할 수 있겠다. 그것도 이야기라면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펄펄”(문학평론가 서영채, 추천사) 뛰는 소설가 한창훈이라면? 그렇다면 우리 독자는 마음 놓고 실컷 웃을 준비가, 또 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그동안 그만이 독점적으로 그려내 보인 섬, 그 섬사람만의 위트 속에서 그 “사랑”이라는 것을 좀더 가깝게 또는 나의 개인(연애) 역사와 비교해가며 옆사람 힐끔 눈치 보며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고백하건대, 한창훈의 이번 신작 소설집 `그 남자의 연애사`(문학동네) 속에 부려놓은 이 아홉 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나와 연애했던 당신의 연애사, 즉 우리들이 함께 견디고 건너온 “연애, 사(事)”인 셈이다. 한창훈의 이번 신작 소설집 `그 남자의 연애사`속 사랑 이야기는 삶과 사랑의 겸침이다. 그가 들려주는 편편의 사랑 속에는 삶의 무늬(의지)가 스며들어 있고, 우리가 겪는 삶(사랑)의 시작과 끝을 말하고 있으며 그 안에 파도치는 다양한 연애(삶의 무늬)의 형국이 섬세하게 갖가지 일화로 뻗어 있다. `사랑을 하자`가 `삶을 살자`로 읽히는 소설. 그런 연유로 이 소설집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하다가도 삶의 긍정 에너지로 가득 찬 의지를 다짐하게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21

안락과 혼란 사이, 거기에 숙녀가 있다

▲ 시인 박상수시인이자 비평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박상수 시인이 두번째 시집 `숙녀의 기분(문학동네)`을 펴냈다. 전작 `후르츠 캔디 버스`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이번 시집은 그 제목부터가 읽는 이의 마음을 잡아끈다.먼저 `숙녀`. 1) 교양과 예의와 품격을 갖춘 현숙한 여자. 2) 보통 여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 3) 성년이 된 여자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 그러나 굳이 이러한 사전적 정의를 밝히지 않더라도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 여성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은 호칭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터. 그리하여 이 시집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7년 전 사탕을 빨던 아이도,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중년도 아니다. 또한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반대로 특권을 누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더욱 아니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한 단계 계단을 오르긴 했으나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툰 아이와 어른 사이, 소외 계층도 특권 계층도 아닌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가야 하는 안락과 혼란 사이, 거기에 `숙녀`가 있다.그렇다면 `기분`은 무엇일까. 1) 대상·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이처럼 `기분`은 외부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것이다. 때문에 `기분`을 파악하는 것은 그것을 둘러싼 대상과 환경을 파악하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이 던져져 있는 삶의 정황에서 생겨나”는 것, 그것이 바로 기분이기 때문이다.“가지 마세요 우릴 구해주세요만국기가 펄럭이는 계주에서 흰색 바통을 놓쳐버린 것처럼진한 당밀차가 캐러멜 색으로 마룻바닥 위를 흠뻑 적셔나갈 때운동장 스무 바퀴를 뛴 다음의사향 냄새 감도는가슴을 두 개나 가지고서.”-`교생, 실습` 부분서시에서 우리는 숙녀로 진입하려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운동장 스무 바퀴를 뛴 다음의/ 사향 냄새 감도는/ 가슴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숙녀 직전의 그들은 메이크업이나 향수 따위로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교생 선생님`의 경험만으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여린 감수성을 지닌 그들은 “만국기가 펄럭이는 계주에서 흰색 바통을 놓쳐버린 것” 같은 곤경과 상실감 속에서 비로소 숙녀의 세계로 진입한다.“좀 가, 냄새나니까 좀 가내 침대에 들어가서는 자는 척하고 있구나 그렇게도 입지 말라는 늘어난 면 티를 입고서, 굴욕 플레이가 더는 싫어서 너를 만났지 스쿨버스에서 캐리어 올려줄 사람이 없어서 너를 만났어 일주일 전부터 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기어이 마구 해버렸다 넌 이불 밑에서 번민광처럼 중얼거렸지내가 시험 떨어졌다고 이러는 거니.한 번 더 떨어져서 다섯 번 채워, 그다음엔 어디 국토대장정 같은 데라도 갔다 와 거기 가면 울면서 어른이 된대그러지 말랬지 그런 마이너스 사고방식”-`기숙사 커플`부분그러나 숙녀의 세계로 진입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굴욕 플레이가 더는 싫어서” 애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취업시험에서 떨어지는 애인을 봐야 하는 심정은 더하다. 오히려 “그렇게도 입지 말라는 면 티”와 가까이 가기도 싫은 `냄새`가 비참한 현실을 더욱 확인시켜줄 뿐이다. 실패로 얼룩진 굴욕을 극복하고 눈물을 흘리는 성장통을 겪어야 어른이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찻잔 받침대에 조금씩 밀크티를 따라 마시며, 어른 흉내를 내”보기도 하지만, “얕보이기 싫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을 그만두고 싶어도 이내 “고개라고 끄덕이지 않으면// 당장 나는 할 게 없어”지는 현실을 자조할 수밖에 없는 숙녀들. 아니, 그들은 어쩌면 숙녀가 되고자 하는, 숙녀를 선망하는 자들에 가까울지 모른다. 화장실도 안 가고 공부하면서, 어려 보이는 외모에, “스타크래프트 밴에서 내려선 스타일”을 한 진짜 숙녀를 그저 바라보며 “나한테는 답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함돈균, 해설 `숙녀라는 이름의 굴욕 플레이어` 중에서책장을 넘기며 앙큼 발랄한 숙녀들의 모습과 우스꽝스러운 좌절의 순간들을 확인하며 웃다보면, 어느덧 씁쓸한 현실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그러나 기분은 언제나 사라지고 바뀌는 것. 굴욕의 나날이지만 그럼에도 숙녀들은 주문을 외운다.“큐티 큐티 큐트 샤라랑!”/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14

조직심리학자가 들려 주는 미루는 습관에 관한 모든 것

부장의 트집이 두려워 중요한 업무를 퇴근 전까지 미룬 적은 없는가? 과제는 오늘 마감인데 여전히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클릭하고 있지는 않은가? 헬스를 등록하고도 퇴근만 하면 방에 누워 리모컨을 잡고 있지는 않은가? 이처럼 일상적으로 미루는 습관에 젖는 진짜 이유를 알면, 지금까지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못해서 잃어버린 많은 기회들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미루어 둔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허둥댔던 수많은 밤들, 충동에 못 이겨 아깝게 날려버린 시간 때문에 낙담한 경험이 있는가? 아무리 사소한 늑장이라도 중요한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아직도 호주머니 속에 당신의 잠재력과 꿈을 구겨 넣고 있다면 지금 당장 꺼내라. 오늘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자신이 세운 결심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하지만 늘 결심은 창대하지만 결과는 미약하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늑장이라는 고약한 녀석 때문에 우리는 굳게 다짐한 결심마저 나 몰라라 하게 된다.이 늑장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은 매번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절망하게 한다. 때로는 늑장의 유혹에 넘어가 건강과 학점, 그동안 쌓아 둔 통장의 잔고마저 모두 잃게 된다.자타공인 `미루기 대장`이었던 피어스 스틸은 그동안 자신을 괴롭힌 `늑장`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진화심리학, 조직심리학, 뇌과학 전 분야를 망라하는 세계 최고의 늑장 권위자가 됐다. 바로 이 순간에도 저자의 `늑장` 관련 논문은 `월 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등을 비롯해 각종 분야에서 활발히 인용되어지고 있다.`결심의 재발견`(민음사)은 고질적이고 백해무익한 `늑장`과 `합리적인 미루기`를 구분하면서 `늑장`에 대한 과학적 해부를 시도한다. 스스로에게 다짐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한 모든 결심,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결국 달성하지 못한 당신의 목표를 위해 `늑장` 탈출에 필요한 과학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방법을 소개한다.조직심리학자인 저자 피어스 스틸은 뇌과학과 동물행동학, 진화생물학 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늑장`의 본질적 원인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한다. 일주일 후의 마감을 영원히 오지 않을 먼 미래처럼 여기며 순간의 즐거움에 탐닉하는 건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근원적인 생존 전략인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14

`방전 인생` 10가지 충전 매뉴얼 소개

동기부여와 마케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트레이너로 꼽히는 브렌던 버처드가 방전된 인생을 위한 10가지 충전 매뉴얼을 알려주는 `충전`(문학동네)이 출간됐다.날마다 충전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마음 가득 충만감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방전된 몸과 마음으로는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책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에너지를 되찾아 다시 한번 충전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책은 관점과 성격을 주도하고 새로움·일의 흐름을 주도하라고 권한다. 또 배움의 욕망을 평가하고 지휘하고 성공을 정체성에 통합할 것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분명한 비전을 갖고 크게 생각하고 대담해 질것, 긍정적인 투사를 연습하고 매달 도전 프로젝트를 계획하라 등 주도권·실력·합치성·배려·유대감 등 5가지 기본욕구와 변화·도전·창의적표현·기여·의식 욕구 등 5가지 추진욕구를 소개하고 있다.저자 브렌던 버처드는 성과 향상 아카데미와 전문가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매달 전 세계 2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의 책과 온라인 프로그램, 뉴스레터, 강연 등을 접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겪은 자동차 사고에서 영감을 받아 쓴 책`골든 티켓`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10여 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두번째 책 `메신저가 되라` 또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개인과 팀, 조직이 전하(電荷)를 발견하고 목소리를 공유하고 세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도록 돕는 일에 인생을 바쳐왔다. `앤더슨 쿠퍼` `CBS 뉴스` `오프라와 친구들` 등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달라이 라마, 리처드 브랜슨, 토니 셰이, 토니 로빈스, 웨인 다이어, 스티븐 코비, 디팩 초프라, 잭 캔필드, 팀 페리스, 스티브 포브스, 아리아나 허핑턴 등 각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같은 무대에 섰다. 액센처, 알코아, 아마존닷컴, 비자, 매리어트 인터내셔널 등 세계 유명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일했으며 세계 60여개국의 기업가와 경영인, 수십 개 대학을 대상으로 세미나와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14

걸어서 이승 못 오는 친구에 전하는 이야기

▲ 고형렬 시인고형렬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문학동네)를 펴낸다.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莊子)`를 발표하며 시단에 나온 26세의 시인이 시를 삶으로 삼아온 지도 어느덧 34년. 올해 생물학적 나이로 육십이 된 고형렬은 아홉번째 시집을 다음의 제사(題詞)로 시작한다.“그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내가/ 이곳으로 걸어올 수 없는 너에게”. 그리고 83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뒤따른다. 지난 2013년 5월11일은 시인의 절친이었던 고(故) 박영근 시인의 7주기였다. “나의 두 날개는/ 그의 가슴속 하늘을 날고 있다”(`시인의 말`)는, “그래서 5월이 가기 전에 시집을 내고 싶었다”는 시인. 그러고 보니 시집 제목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도, 한 편 한 편의 시들도 마치 시인이 “이곳으로 걸어올 수 없는” 친구에게 전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전작 `유리체를 통과하다`의 해설을 쓴 평론가 황현산은 “욕망은 망각으로 씻기고, 상처 입은 육체와 나쁜 기억에 시달리는 마음은 투명한 눈물방울로 허물을 벗는다”며 고형렬의 시적 갱신에 주목한 바 있는데, 신작 시집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는 그 갱신의 연장선상에서 읽힌다. 이는 5년 전 시골(양평군 지평)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며 낯선 나를 만들고 싶었다던 시인의 바람과도 맥이 닿은 듯하다.“도시는 수많은 유리알을 낳는다도시의 유리체를 통과한 것들은유리체 통과의 꿈을 꾸지 않는 것들과 함께 있지만유리체를 통과하지 않은 것들과 같지 않다아직도 뒹굴며 꿈꿀 뿐이다돌아온 것들은 죽고 완성된 것은 훼손된다꿈을 통과하지 않은 것들만 밖에서 천예(天倪)의 숨을쉰다, 유리체는 녹화되지 않고 영원히 비어 있다구름을 향해 그들은 불구의 몸으로가지를 뻗는다”―`유리알 도시의 빌딩 속에서―고귀한 삶을 빙자한 숲의 은유` 부분메트로폴리탄의 고층 빌딩들은 유리창과 거울의 위엄과 능력을 뽐내듯, 서로 경쟁하듯 도시에 들어차 있다.도심 속 빌딩의 사방, 삶의 공간 사방이 유리와 거울로 둘러쳐져 있다는 점에서 유리와 거울의 기능은 같다. 그러나 유리는 빛을 투과시키고 거울은 빛을 반사시킨다는 점에서 상반된 속성을 지니기도 한다.“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에 종종 등장하는 “거울” “유리알” “유리벽” “유리체” 등의 시어는 현대 도시의 폐쇄성, 단절성을 상징하는 한편,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움(“통과의 꿈”)을 노래하는 셈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07

예술을 사랑하는 사회학자의 연구서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지지를 받으며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등 지금까지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이 첫 연구서이자 산문집인 `그을린 예술`(민음사)을 출간했다. 심보선은 이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맞이한 예술의 위기와 삶의 비참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하며 예술을 행하고 또 삶을 사는 당사자로서 체험하고 관찰하고 느끼고 사유한, 예술과 삶의 관계를 말한다.신자유주의 체제의 거대한 영향 아래 우리 삶은 피폐해졌고 시장 논리에 잠식당한 예술은 죽었다. 심보선은 우리가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삶 속에서 꾸는 꿈으로서의 예술을 꿈꿔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서 삶, 정치, 일상과 접속하며 우리 삶 속에 위태롭고도 생생하게 존재하는 예술, 자본주의의 격렬하고 성마른 불길 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 있는 이러한 예술을 심보선은`그을린 예술`이라고 명명한다. 심보선은 몇 년간 그을린 예술의 꿈을 탐구했고 그 꿈이 출몰하는 장소를 방문했고, 그 꿈을 실행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그을린 예술`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회학자의 뜨거운 연구서이자 `그을린 예술`의 출현과 현장을 포착한 일종의 르포이며 공동체의 삶과 세계의 행복을 염려하며 저항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인의 진심과 열망이 담긴 산문이다./윤희정기자

2013-06-07

`행복 담론` 만연 사회, 실체 들여다 보다

▲ 철학자 탁석산정치권에서 비롯된 `국민행복시대`라는 말이 최근 들어 전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사실 행복은 일찌감치 자기계발의 주류 담론으로 자리잡아왔다. 소위 우리 사회의 멘토들도 너나할 것 없이 저마다의 행복론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철학자 탁석산은 이번에 출간한 `행복 스트레스`(창비)에서 맹목적으로 행복에 집착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행복 담론의 실체를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현대인들에게 강요되는 행복 강박증을 `행복 스트레스`로 개념화하며 우리가 종교처럼 떠받드는 행복이 사실 텅 빈 개념일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악용될 수 있으며, 우리 인생을 헛수고로 끝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애초부터 모든 것을 의심하는 철학자들이 우리 사회의 맹목적 행복 집착 현상을 분석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등장한 지 200년도 되지 않는 `행복`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대의 키워드가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이런 사고방식이 어떻게 우리 삶을 왜곡하는지를 밝힌다. 그리고 행복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성찰적인 대안을 제시한다.`행복 스트레스`는 한국문화의 역동적인 생활철학을 분석하고 그 이면에 감춰진 심리상태를 꿰뚫어보는 통찰을 선보인 탁석산이 자신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한국의 정체성`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후 마음먹고 내놓는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서이자 자기계발 담론에 잠식당한 행복을 인문학적 통찰로 재구성한 대중적 교양서이다. `신은 죽었다` 그리고 `인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계몽주의의 믿음이 근대 사회를 지배한 이후 `행복`은 신의 자리를 차지한 대표적인 키워드이다.철학은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벌이는 투쟁 속에서 자신을 키워왔음을 지적하는 저자 탁석산은 이번 책에서 왜 철학이 시대의 물음인 행복에 제대로 답하지 않는지에 대해 문제제기한다. 그가 보기에 정부와 종교단체를 비롯해 개인과 사회 전체가 행복에 집착하는 오늘날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행복은 좀처럼 얻기 어렵고 설사 얻었다 해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행복한 사람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 행복해야 한다고 외쳐댄다. 대한민국 전체가 `행복 스트레스`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저자 탁석산이 개념화한 `행복 스트레스`의 대표적인 사례는 모순적이게도 `범람하는 멘토`의 존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부·승진·돈·외모·명예·젊음 등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목을 매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릴까봐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멘토들의 목소리는 달콤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시대의 유행어가 되고, 수많은 종교 지도자와 스님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이 그 증거다.저자는 행복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와 개인, 그리고 `그 사이`까지 아울러 살피며 행복문제의 근원을 캐나가야 우리의 현실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우리가 언제부터 행복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왜 그토록 행복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행복이 어떻게 현대인을 지배하는 세속종교가 되었는지 파헤치는 `행복 스트레스`는 행복에 대한 짧은 역사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그 어떤 것보다 오늘날의 우리 삶을 철학하고 그 안에서 개인의 삶을 바꿀 대안을 스스로 모색하게 하는 인문학의 본령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잠시 동안의 위로 혹은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강요하는 책들 사이에서 인문학의 폭넓은 시야와 통찰을 보여주는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책은 1부 `행복이라는 이상한 이름`, `행복 신화를 만든 것들`, 3부 `행복을 다시 생각한다` 등 총 3부로 구성돼 있다.저자 탁석산은 행복이라는 말을 지금처럼 사용한 것은 서양에서도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동양권에서도 1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이전에 사용한 행복은 `신의 은총` `운`과 같은 의미로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을 뜻하는 말이었다.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특히 공리주의의 등장으로 행복의 의미가 쾌락으로 대체됐다는 것이다.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이 행복의 크기를 잴 수 있으며, 자신의 힘으로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근원이다.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 이유이기도 하다.제1부가 행복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그 기원을 살핀다면, `제2부 행복 신화를 만든 것들`은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행복 스트레스의 배후에 숨겨진 힘을 파헤친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공리주의, 민주주의, 개인주의, 시장주의다.행복의 배후에 있는 공리주의, 민주주의, 개인주의, 시장주의가 상품화, 추상화, 개인의 고립, 즉흥적 쾌락 등의 문제를 불러왔으며, 행복에 집착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제3부에서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의 행복을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3-06-07

다정하고 강건한 아포리즘 詩세계 펼쳐

▲ 김정환 시인시·소설·평론 등 문학 장르 외에도 역사·음악·미술·인문 등 문화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산성의 상징`이라 불릴 만큼 전방위적 글쓰기를 해온 김정환 시인의 신작 시집 `거푸집 연주`(창비)가 출간됐다. 최근 4년간에 걸쳐 완결한 `전작 장시 3부작`을 빼면 `레닌의 노래`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전체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나온 세월, 20세기의 시대정신에 대한 성찰과 모색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다정하고 슬프고 강건한 아포리즘”(진은영, 추천사)의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시집 전반에 걸쳐 선명하게 드러나는 폭넓은 지식의 깊이와 특히 `늙은 몸`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가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연작시 `다시 읽는 지구 위의 생물`과 `전집의 역전` 등에서 보이는 독특한 형식과 행갈이의 파격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이제는 너를 향한 절규 아니라/이제는 목전의 전율의/획일적 이빨 아니라/이제는 울부짖는 환호하는/발산 아니라 웃는 죽음의 입 아니라 해방 아니라/너는 네가 아니라/내 고막에 묻은 작년 매미 울음의/전면적, 거울 아니라/나의 몸 드러낼 뿐 아니라, 연주가 작곡뿐 아니라/음악의 몸일 때/피아노를 치지 않고 피아노가 치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 내 귀로 들어오지 않고 내 귀가 들어오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너는 나의/연주다.//민주주의여.” (`서시`전문)평론가 황현산이 해설 서두에서 “죽음의 시집”이라고 말했듯, 이번 시집에서는 유독 `죽음`에 대한 시인의 오랜 성찰이 두드러진다. 연작시 `이것들이 인간 죽음에 간섭`을 비롯해 `국광(國光)과 정전(停電)` `장모 승천`이 그러하며 연작시 `전집의 역전`에서 불러내는 인물들도 아일랜드의 시인 셰이머스 히니를 제외하면 로르카, 아흐마토바, 실비아 플라스, 박완서, 김근태, 김대중 등 모두 저세상 사람들이다.다른 시라고 해서 죽음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시편에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도드라진다.시인은 특히 `이것들이 인간 죽음에 간섭`에서 `모기` `거미` `간장게장 게`의 입을 통해 또 `LP 음반` `수의 역사` `매김씨` `늙은 몸`에 비춰 죽음의 여러 양상들을 묘사하며 그 자신의 죽음을 “일종의 구원처럼” 혹은 “가장 신뢰해야 할 전망처럼 암시”(황현산, 해설)하면서 “죽음을 능가하는 죽음”(`여성 모델의 언어`)을 통해 오히려 삶의 명징성을 깨닫는다. 시인은 또 “죽음이란 살아온 생 거슬러/걸어가는 것”(`선물과 명작`)이라고 말한다.세칭 `전방위 예술가`로서 특히 클래식 평론가로도 정평이 나 있는 김정환 시인에게 `음악`은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종합”(해설)이자 “만국 공통 언어”(`폭설의 아내, 안팎과 그후`)로서 포괄적인 상징어로 쓰인다.“어둠과 음악이 서로를/육체적으로 탐하는 죽음”(`전집의 역전`)에서 드러나듯 시인은 죽음이 음악으로, 음악이 죽음으로 느껴지는 어떠한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내 이빨은 하루 종일 달그락대며 바야흐로/무너지는 중이지만/내 귀의 나이는 뭔가 긁히는 잡음까지 걸러낸다”는 시인은 “`음반=음악=평면=세계`”(`이것들이 인간 죽음에 간섭`)로 보기도 한다.시 `음악의 세계사 그후`에서 시인은 고전음악의 거장들의 생애와 그 뒷이야기를 한편 한편의 시로 형상화해 연주하듯 들려준다.김정환 시인은 또 번역가로서도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이미 `셰익스피어 전집`(40권)을 번역 중인 시인은 최근에는 5개 언어권 12명 시인의 시전집을 혼자서 완역하는 작업에 돌입하는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그 과정에서 발상을 얻은 시 `전집의 역전`에서 시인은 “폴란드어 낱말/하나하나 번역하다가 음악과 미술이 만국 공통 언어이듯/시는 만국 언어 공통의 문법”(`폭설의 아내, 안팎과 그후`)이라는 깨달음 속에서 세계적인 시인들의 위대한 시정신과 그들의 전생애에 걸친 삶과 고뇌의 흔적들을 선명한 이미지와 감성의 언어로 되살려낸다.아울러 “역사가 내내 비명의 참사인 것에” “평생 울었던” 김근태, “평화와 희망의 이름” 김대중, 죽어서도 “저승의 슬하 쪽을/더 배려하려는 내색으로 유구”한 박완서, “부유한 집 자제로 가산을 가난한 친구들 시집 출판 비용으로/물 쓰듯” 썼던 강태열(시인) 등을 추억하며 기린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