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35쪽
`투명사회`는 `투명성`에 대한 독일 사회의 주류 담론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비판적 입장을 제시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Transparenzgesellschaft(투명사회)`(2012)와 우리 삶에 새로운 위기를 불러온 디지털 문명에 대한 진단을 제시한 `Im Schwarm. Ansichten des Digitalen(무리 속에서·디지털의 풍경들)`(2013)을 번역해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투명성의 전체주의적 본질에 대한 전복적인 성찰을 시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투명성은 “신자유주의의 요구”다. 그것은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밖으로 표출시키고 정보로 전환시킨다. 반면 낯선 것, 모호한 것, 이질적인 것들은 투명성의 이름으로 해체된다. `투명사회`는 부패 근절과 정보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결코 깨달을 수 없을 투명성의 시스템적 폭력성을 한병철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날카롭게 파헤친다.
오늘날 `투명성`은 중요한 화두다. 정치나 경제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이제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람들은 투명성이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정보의 자유, 더 높은 효율성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등의 발달로 정보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공개되고 무제한적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투명한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투명사회`에서 한병철은 이렇게 긍정적인 가치로 간주돼온 투명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투명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니라 새로운 통제사회라고 주장한다. 투명사회는 우리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상태, `디지털 파놉티콘`으로 몰아넣는다. 이 사회의 거주민들은 권력에 의해 감시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을 노출하고 전시함으로써, 심지어 그것을 `자유`라고 오해한 채 스스로 `디지털 파놉티콘`의 건설에 동참한다. 이곳에서는 빅브라더와 파놉티콘 수감자의 구분이 사라진다.
한병철은 투명성이란 모든 사회적 과정을 장악해 근원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 끌어들이는 시스템적 강제력,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 오늘날 사회 시스템은 모든 사회적 과정을 조작 가능하고 신속하게 만들기 위해서 투명성을 강요한다. 가속화의 압력은 부정성의 해체와 궤를 같이한다. 투명성은 낯선 것과 이질적인 것을 제거함으로서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가속화한다. 투명사회에서는 점차 타자가 소멸되고 나르시시즘의 경향이 강화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