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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지능형로봇연구부 안진웅 박사팀, AI 파운데이션 개발

DGIST 지능형로봇연구부 안진웅 박사 연구팀이 딥러닝 기반 뇌신호 분석에서 가장 큰 한계로 꼽혀 온 ‘레이블 데이터 부족’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한 새로운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안진웅 박사(지능형로봇연구부 책임연구원, 융합전공 겸무교수)와 정의진 박사후연수연구원(로봇및기계전자공학연구소, 바이오체화형피지컬AI연구단)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EEG(뇌파)와 fNIRS(기능적 뇌혈류) 신호를 모두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뇌파–기능뇌혈류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 것이 핵심 성과다. 연구팀은 총 918명으로부터 약 1250시간 규모의 초대형 뇌신호 데이터를 확보해, 레이블 없이 비지도 방식으로 모델을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EEG와 fNIRS 각각의 고유한 특징뿐 아니라 두 신호가 공유하는 잠재적인 표현까지 동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기존에는 EEG와 fNIRS를 동시에 측정한 데이터 확보가 거의 불가능해 멀티모달 AI 구축에 큰 제약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모델은 동시계측 데이터가 없어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 소량의 레이블만으로도 높은 정확도를 구현하며, EEG 단독 분석, fNIRS 단독 분석, 두 신호를 결합한 멀티모달 분석까지 하나의 모델로 모두 수행할 수 있어 기존 기술의 구조적 한계를 완전히 넘어섰다. 안진웅 박사는 “이번 연구는 멀티모달 뇌신호 분석이 가진 구조적 제약을 뛰어넘은 최초의 프레임워크로, 뇌신호 AI 분야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이뤄냈다”며 “특히 두 신호 간 공유 정보를 정렬하는 대조 학습 전략이 모델의 표현력을 대폭 확장했고, 이는 뇌창발인공지능(Brain-Inspired AI)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 미래 뇌공학 기술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계산생물학 및 의료정보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Computers in Biology and Medicine에 게재됐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26

대구과학대 국제교류센터, ‘제3회 글로벌 학습 튜터링’ 성료

대구과학대학교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역량 향상과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지난 9월 21일부터 11월 21일까지 운영한 ‘제3회 글로벌 학습 튜터링’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이번 프로그램은 국제교류센터 주관으로 재학생 튜터 20명과 외국인 유학생 튜티 20명 등 총 40명이 참여해 2인 1조 팀을 구성해 진행됐다. 활동 기간 동안 튜터와 튜티는 △한국어 표현 및 과제 수행 지도 △전공 기초 이해도 향상을 위한 학습 지원 △학교생활 상담 및 학습 방법 안내 △지역 문화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특히, 참여 동기와 활성화를 위해 활동증명서와 T마일리지(장학금)를 참여자 전원에게 지급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활동 종료 후에는 팀별 활동 보고서와 영상 심사를 통해 총 4개 우수팀이 선정됐다. TSU Best 글로벌 튜터링상에는 △텐텐조팀(튜터 허혜진, 이민지/튜티 타망 만 마야(Tamang Man Maya), 쿠더츌룬 줄사르(Khuderchuluun Zulsar))가 수상했다. 이어 TSU GREAT 글로벌 튜터링상은 △투게더 원팀(튜터 박솔미, 이지은/튜티 아디카리 수자타(Adhikari Sujata), 리나 슈레스타(Reena Shrestha))이, TSU STAR 글로벌 튜터링상은 △다정팀(튜터 김금이, 김서연/튜티 타라 타파(Tara Thapa), 아디카리 조슈나(Adhikari Joshna))와 △글로벌 링커팀(튜터 이지수, 박시현/튜티 비케이 가우라브(BK Gaurav), 로하니 슈리 크리슈나(Lohani Shree Krishna))가 각각 수상했다. 유아교육과에 재학 중인 튜티 타망 만 마야(Tamang Man Maya) 학생은 “한국어로 정리하고 말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는데, 튜터가 실제 표현을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며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로와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지은 총장은 “이번 글로벌 학습 튜터링은 RISE사업과 연계해 유학생의 실질적인 학습·생활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도 내·외국인 학생 간 교류 확대와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26

“일본의 울릉도 침략을 기억한다” 석포 망루·통신시설 현장 정비와 보존 대책 논의

러·일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일본이 울릉도 곳곳에 망루를 설치하고 자연을 훼손했던 아픈 역사를 다시 되새기며, 이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지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울릉문화유산지킴이는 최근 정기 모임을 석포전망대(석포 망루) 현장에서 진행하며, 방치된 유적의 정비와 앞으로의 보존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활동은 울릉도에 남겨진 근·현대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훼손 없이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찾은 석포전망대 주변은 잡풀과 수목이 무성해 유적의 원형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지킴이 회원들은 힘을 모아 잡풀을 제거하고 덩굴을 정리하며 유적의 모습을 되살렸다. 작업 과정에서 추가 정비가 필요한 어려운 구간이 확인되자, 울릉군 담당 부서에 협조를 요청해 남은 잡풀과 나무 정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서는 울릉군 퇴직공무원인 김기백 전 국장이 직접 석포 망루와 관련된 기록과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며 유적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석포전망대는 울릉도 북면 끝자락 석포마을에 자리한 일제강점기 감시시설로, 1905년 설치된 이후 러·일 전쟁 전후 일본이 러시아 군함을 감시하며 통신시설과 함께 운영했던 군사 거점이다. 일본은 이 망루를 1945년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릉문화유산지킴이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석포 망루 일대가 지닌 역사문화적 가치를 근거로 비지정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킴이 관계자는 “역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속으로 묻혀 잊히게 된다”며 “울릉도의 아픈 역사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지역 주민, 지킴이 회원, 그리고 행정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릉문화유산지킴이는 앞으로도 다양한 미지정 유적을 발굴하고 조사하며, 일본의 울릉도 침략 흔적을 포함한 여러 역사 현장을 보존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하고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울릉도의 소중한 움직임이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1-26

문경 도심 성탄트리 불 밝혀

성탄절을 한 달 앞둔 겨울밤, 문경의 도심이 따뜻한 빛으로 물들었다. 문경시기독교연합회(회장 문은석)는 25일 모전공원 광장에서 ‘2025년 시민화합 성탄트리 점등식’을 열고, 시민들과 함께 성탄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행사는 관내 기독교 성도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공연, 찬양, 성경 봉독과 기도, 내빈 축사가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올해 설치된 성탄트리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마음을 밝히는 상징물로서, 내년 1월까지 문경의 겨울밤을 환하게 비출 예정이다. 점등식의 의미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 순간도 있었다. 문경시기독교연합회가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 200만 원을 문경시에 전달하며, ‘나눔이 빛을 완성한다’는 성탄 메시지가 현장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문은석 회장은 “성탄의 기쁨을 시민 모두와 나누고 희망의 불빛이 문경 곳곳을 밝히길 바란다”며 “올해 점등이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는 시작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성탄트리의 따뜻한 빛이 사랑과 화합의 상징이 되어, 시민 모두가 서로를 보듬는 연말연시가 되기를 바란다”며 “소외된 이웃에도 관심과 사랑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탄절을 한 달 앞두고 밝혀진 문경의 성탄트리는 추운 겨울을 녹이는 시민 화합의 불빛으로, 희망찬 2026년 새해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11-26

울릉도 어선 집단계류 항 화재 대비 민·관 합동훈련… 동해해경 울릉파출소·울릉119·어민 등 참여

동해해양경찰서 울릉파출소가 동절기 선박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를 맞아 울릉도 어민의 생업 터전과 항구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전형 합동훈련을 펼쳤다. 동해해양경찰서 울릉파출소는 25일 울릉 저동항에서 집단계류 어선 화재 상황을 가정한 민·관 합동 대응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여객선 운항 차질과 어황 부진 등으로 장기 휴업 중인 어선이 증가하면서 항 내 어선이 밀집해 정박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좁은 공간에 여러 어선이 붙어 계류할 경우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연쇄 화재로 번질 수 있어 어민들의 불안 역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울릉파출소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전과 동일한 조건에서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유관기관과의 공조 체계를 공고히 하고자 이번 훈련을 마련했다. 훈련에는 울릉119안전센터, 울릉군청, 울릉수협, 해양재난구조대 등 총 4개 기관이 참여해 민·관이 함께 항 내 안전을 책임지는 협력 구조를 재확인했다. 훈련은 초동조치, 유관기관 전파, 인명 구조 및 화재 진압, 훈련 강평 등 4단계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실제 정박 어선 한 척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연기 확산, 구조 진입, 초기 진화, 주변 어선 보호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했으며, 기관 간 신속한 정보 공유와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어선 간 간격이 좁아 화재 확산 위험이 큰 울릉도의 특수성을 고려해, 어민들이 평소 지녀야 할 초기 대응 지침과 화재 예방 수칙도 함께 점검했다. 현장에 참여한 어민들은 “훈련을 보니 긴급 상황이 얼마나 빠르게 번지는지 실감했다”, “불이 나면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지 알게 돼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울릉파출소 관계자는 “이번 훈련을 통해 기관 간 협력 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실전 대응 능력을 높였다”며 “앞으로도 정기적인 합동훈련을 통해 선박 화재를 철저히 대비하고 어민의 생업과 울릉도 항구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해해경 울릉파출소는 겨울철 강풍과 해상 기상 악화로 선박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를 맞아, 관내 항·포구를 중심으로 점검 강화와 화재 예방 홍보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1-26

“행정이 먼저 움직인다” 문경시, 적극행정이 만든 ‘6가지 혁신’

문경시가 ‘적극행정’을 조직문화 핵심 가치로 선포하며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전 부서에 배포된 ‘문경시 적극행정 안내서’는 공직자들이 능동적인 행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실천형 지침서로, △적극행정 개념 △추진 체계 △면책제도 △우수사례 △소극행정 예방 기준 등을 상세히 담았다. 현장 중심의 사례 위주로 구성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적극행정은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드는 출발점”이라며 “행정이 먼저 움직이고 먼저 도와주는 문경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문경시는 최근 수년간 분야별로 눈에 띄는 적극행정 성과를 내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래는 문경시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6가지 적극행정 사례다. 관광 특화·스포츠대회 유치 공로 申 시장 ‘소비자 평가’ 인물대상 지적 민원 혁신, 타지서 벤치마킹 빈점포 방치 아자개장터 명소로 ‘박서진 닻별거리’ 전국 팬들 러시 □ 적극행정 리더십의 성과 — ‘대한민국 소비자 평가 우수대상’ 수상 2022년 ‘대한민국 소비자 평가 우수대상’에서 인물 부문 대상을 받은 신현국 시장의 수상은 단순한 개인 수상이 아니다. 취임 후 문경시는 항공테마파크·패러글라이딩·영상기반 산업 등 특화관광의 새 축을 세우고, 전국장사씨름대회·전국 유소년 농구대회·스포츠클라이밍 등 전국 단위 스포츠대회를 유치해 ‘전지훈련 1번지’라는 명성을 굳혔다. 또한 매주 수요일을 ‘민원인의 날’로 운영해 시민 의견을 직접 듣는 실천형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적극행정의 방향은 결국 시민 속에서 찾는 것”이라는 시장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다. □ ‘토지분할허가 사전검토제·통합위임장’ — 민원 병목을 뚫은 혁신행정 가장 시민 체감도가 높은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지적민원 혁신이다. 문경시가 도입한 토지분할허가 사전검토제는 민원인이 허가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함으로써 불필요한 측량비·서류 준비 비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문경읍 A씨는 “이전에는 허가가 불가해도 측량비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전검토제는 실질적인 ‘민원 보호막’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통합위임장 제도는 여러 종류의 위임장을 하나로 묶어 문서 부담을 대폭 줄였다. 지적업무 대행자 B씨는 “민원인도 공무원도 모두 편해진 대표적인 적극행정”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정책은 경북도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도내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 식어가는 전통시장에 새 생명 — ‘가은아자개장터 외식창업 테마파크’ 개장 인구감소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적극행정도 눈에 띈다. 가은아자개장터는 오랜 기간 빈 점포로 방치됐지만, 문경시는 18억 원의 예산과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이를 ‘외식창업 테마파크’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연탄빵·떡린느·약돌돈가스·문경국수 등 10명의 청년 창업팀을 육성해 지역 특산물 기반의 메뉴로 시장을 활성화했다. 개장 행사에는 이틀 동안 2만 명의 방문객이 몰려 시장이 ‘관광형 먹거리 명소’로 변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신현국 시장은 “먹거리와 관광을 연결해 폐광지역에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겠다”며 “청년 창업 생태계도 함께 키우겠다”고 말했다. □ 스타마케팅과 지역 상권 재생 — ‘박서진 닻별거리’ 조성 문화의거리가 10년 넘게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문경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바로 트로트 스타이자 문경시 홍보대사 박서진을 중심으로 한 ‘닻별거리’ 프로젝트다. 신현국 시장이 ‘현역가왕2, 박서진 우승’을 먼저 예측하며 화제를 모았고, 박서진 팬덤 ‘닻별’이 문경에서 대규모 체육대회를 개최하면서 거리 재생 사업은 스스로 동력을 얻었다. 이는 스타마케팅을 도시 브랜딩에 적용한 전국 최초의 시도로 평가받는다. 시민들은 “문화의거리가 드디어 살아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반긴다. □ 세계대회·아시아대회·전국대회 잇따라 유치 — 스포츠도시 문경의 적극행정 문경은 ‘경북의 체육 심장’으로 불릴 만큼 스포츠 인프라가 강력한 도시다. 문경시는 전국규모 씨름대회·전국 유소년 농구대회·클라이밍 대회 등을 잇따라 유치하며 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했다. 전지훈련 인구 증가, 숙박·식음업 활성화, 지역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포함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문경새재 케이블카 조성 — 관광의 지형을 바꿀 공격행정 문경새재 케이블카 사업은 단순한 관광 인프라 확충이 아니다. 새재의 경관·숭실대-문경대 캠퍼스타운 조성과 연계해 ‘머무르는 관광지’로 전환시키는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환경·문화재 규제 검토, 노선 최적화, 지역주민 의견 수렴 등 복잡한 절차 속에서도 문경시는 적극행정 전담 체계를 가동해 사업 추진력을 확보했다. 적극행정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 문경시가 최근 선보인 6가지 사례는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행정이 먼저 움직였다’는 것, 그리고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문경시는 앞으로도 교육·홍보·사례 공유·우수공무원 인센티브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적극행정 문화를 조직 전반에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오늘도 문경시는 적극행정 중입니다.” 이 문장은 이제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도시의 변화와 시민의 삶 속에서 확인되는 실제 문경의 표어가 되고 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11-26

대구경찰청, 캄보디아 로맨스스캠 본거지까지 추적⋯총책 포함 26명 검거

대구경찰청 ‘상선수사전담반’이 캄보디아 현지 로맨스스캠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26일 현지에 거점을 두고 한국인을 상대로 60억 원대 온라인 사기를 저지른 혐의(사기 등)로 총책 A씨(26)를 포함한 26명을 검거하고, 이 중 1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해당 조직 국내 자금세탁책 등 1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해외 범죄조직의 ‘상선(총책)’까지 해외 현지에서 직접 검거한 것은 전담반 출범 이후 첫 성과로 평가된다. 상선수사전담반은 지난 3월부터 보이스피싱·투자리딩사기·로맨스스캠 등 모든 유형의 피싱 범죄를 통합 수사해 캄보디아·태국·베트남·중국 등 해외 거점 6개 조직을 적발하고 총 48명(구속 29명)을 검거했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5월까지 SNS를 통해 조건만남 광고를 무작위 발송해 피해자 136명으로부터 총 64억 10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은 캄보디아 목바이 지역 범죄단지 내에서 사무실과 숙소를 일체 운영하며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한국인 총책 A씨는 상담원 모집·관리, 계좌 명의자 모집, 국내 자금세탁 총괄 역할을 했다. 강제추방 조치로 지난 15일 국내로 송환된 A씨를 포함해 조직원 다수는 20대 청년들이다. A씨가 지인들을 범행에 포섭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병우 대구경찰청장은 “해외 거점까지 추적해 피싱 범죄의 뿌리를 뽑겠다”며 “특히 고수익 알바, 해외 취업 등을 미끼로 청년층을 범죄에 끌어들이는 조직이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6

포항 전통시장 배춧값 작년 대비 500원 ↑·무는 700원 ↓

사단법인 YWCA가 김장철을 앞두고 지난 25일 김장 필수 품목 가격조사를 벌인 결과, 전통시장 배춧값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올랐고 무는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조사 모니터 요원들이 포항 대표 전통시장인 죽도시장과 대형마트 등 5곳을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조사를 벌였다. 배추는 1포기(2~3㎏)에 전통시장에서는 3500원, 대형마트에서는 2500~3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해 전통시장에서는 3000원, 대형마트에서는 2600원에 판매됐다. 무는 대형마트의 경우 1개(1~2㎏) 1700원으로 지난해와 같았고, 전통시장에서는 지난해 2700원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는 2000원으로 하락했다. 고춧가루(1㎏ 기준)는 전통시장에서 국산이 작년과 같은 2만5000원, 대형마트에서는 2만900원~3만4600원으로 지역과 품질에 따라 가격이 다양했다. 전통시장에서 깐마늘은 1㎏에 8000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했고, 흙생강도 100g 기준 800원으로 작년과 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미나리는 1단에 대형마트에서는 평균 5400원, 전통시장에서는 절반 수준인 2000원에 판매됐다. 지난해 전통시장에서 1㎏에 1만5000원에 거래된 새우육젓은 올해도 같은 가격에 판매됐는데, 대형마트에서는 500원 싼 평균 1만4500원으로 확인됐다. 천일염(1㎏ 기준)은 전통시장에서 작년보다 1000원 싼 1000원에 거리됐고, 대형마트에서는 평균 2600원에 달했다. 품질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김인애 포항YWCA 회장은 “김장을 준비하는 시민들이 가격 정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물가조사를 벌였다”라면서 “지역 내 물가 동향을 계속해서 살펴 시민들이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 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26

김훈, 사진전 통해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다

고향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몸과 마음을 의탁해 살아온 도시는 예술가에게 어떤 흔적을 남길까? 또한, 그 흔적은 어떤 방식으로 그의 작품 속에 체현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는 사진 전시회가 열려 포항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경북문화재단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포항시 북구청 아트갤러리에서 사진작가 김훈의 전시회를 열었다. ‘Tracking Time, Pohang: 포항, 지나간 흔적’이라 명명된 사진전은 반세기 전 포항의 모습과 오늘날 포항의 현재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훈은 얼마 전 프로젝트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며 포항의 각처를 직접 돌아봤고, 이는 그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것들 외에도 김훈의 작업실엔 오래 생활해온 포항의 과거를 담아낸 사진이 여러 점 있었다. 덕분에 이번 전시회에선 포항역과 동빈항, 송도해수욕장과 영일대(구 북부해수욕장) 등 포항 사람들의 기억과 눈망울 속에 선명한 공간의 지난날과 오늘을 카메라 렌즈에 포착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회와 함께 펴낸 사진 작품집에서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땅의 호흡을 따라가는 일”이라고 말한 김훈은 자신의 언사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듯 전시회를 관람한 다수의 포항시민들에게 발 딛고 살아온 땅의 들숨과 날숨을 더불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동아국제사진전 골드 메달 수상자인 김훈은 그간 ‘애완정물과 사진’ ‘포항사람들’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등의 전시회를 열었고, 본지와 함께 ‘포항 근현대사’의 인물 사진 작업을 수년 간 진행해왔다. 현재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11-26

산업융합촉진법 개정···규제샌드박스 특례기간·심의 절차 대폭 개선

정부가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는 기업의 편의를 높이고 규제 정비를 촉진하기 위한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을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 5월 시행되며, 신기술 기반 신제품·서비스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아온 법령 정비 지연, 특례기간 경직성 등 기존 제도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행 규제샌드박스 특례기간은 실증특례·임시허가 모두 최대 2+2년이었다. 하지만 산업 특성에 따라 기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개정안은 실증특례는 최대 4+2년, 임시허가는 최대 3+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간을 보다 유연하게 부여해 R&D·상용화가 장기적으로 필요한 사업 모델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실증이 끝나더라도 관련 법령 정비가 늦어지면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개정안은 이러한 ‘사업 공백’을 없애기 위해 법령 정비 전까지도 특례 효력이 자동 연장되는 간주 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실증특례·임시허가 모두 유효기간 만료 전 정비 필요성을 판단하고 정비 착수하도록 법적 의무를 강화했다. 신청 기업이 기존 승인 사례와 같은 유형의 규제특례를 요청할 경우, 심의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규제부처 의견조회 기간은 30일→15일, 최종 심의도 연 4~5회 열리는 특례위원회 대신 수시로 개최되는 전문위원회에서 처리하도록 개선해, 기업 대기 기간이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다. 특례 이후 사후관리 규정도 정비됐다. 2년 이상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 특례 내용에 대한 거짓·과장 광고 등이 특례 취소 사유에 추가됐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활용하는 수급계좌 제도, 인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양도·압류 금지 조항도 신설됐다. 기업이 특례 조건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절차도 명문화했다. 같은 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6회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의 날’ 행사에서는 산업융합 제품·서비스 상용화에 기여한 기업과 전문기관 관계자 총 15명이 장관표창을 받았다. 스탠다드에너지(바나듐 이온 배터리 ESS 기반 도심형 전기차 충전소), 현대로템(수소전기트램 제작·주행시험) 등이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산업부는 2026년부터 규제샌드박스 활용 기업의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전용 R&D 사업(48억 원)과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7억8000만 원)을 확대 운영한다. 특례 전 과정(신청→심의→실증→사업화)을 돕는 규제특례지원단 기능도 강화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26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개정···노후·취약 중·소규모 시설 정밀안전진단 의무화

국토교통부가 중·소규모 시설물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개정안은 내달 4일부터 시행되며, 지난해 모법 개정에서 위임된 정밀안전진단·긴급안전조치·보수‧보강 대상 규정을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정밀안전진단은 대규모 기반시설이 포함된 1종 시설물에만 의무 적용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D·E등급 2종 시설물, 그리고 준공 30년 이상 경과한 C·D·E등급의 2·3종 시설물도 정밀안전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2·3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점검 수준이 낮아 안전 사각지대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구조 안전성 평가와 결함 원인 분석을 강화해 노후 시설물 위험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보수·보강 조치를 완료해야 하는 법정 기한도 대폭 짧아진다. 현행 제도는 착수 2년 + 완료 3년, 최대 5년까지 허용했지만 개정안은 착수 1년 + 완료 2년, 최대 3년으로 단축했다. 준공 후 장기간 방치로 인한 붕괴·침하 등 사고 위험을 신속히 줄이기 위한 조치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국토부와 협의해 완료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개정안은 안전등급 D·E등급 시설물에 대해 사용금지·사용제한·철거·주민대피 등 긴급안전조치를 관리주체에게 의무화했다. 현재는 D·E등급 판정이 나도 법적 강제 조치가 없어 사고 우려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정자교 붕괴 등 사건을 계기로 긴급조치 체계를 강화했다. 시설물 붕괴 등 중대 사고 시 구성되는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중앙사조위)의 구성 요건도 강화된다. 현행은 사망자 3명 이상일 때 구성 가능했으나 개정안은 사망자 1명 이상으로 낮춰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응을 확대한다. 오산 옹벽 사고 등 최근 사례에서 사고조사 필요성이 강조된 데 따른 조치다. 남영우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노후·취약시설에 대한 선제적 안전관리가 국민 생명과 안전의 기반”이라며 “시설물 관리주체는 강화된 법적 의무 이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1-26

원법사 주지 해운 스님 ‘2025 자랑스러운 동국인 대상’

대한불교 유식종 포항 원법사 주지 해운 스님이 ‘2025 자랑스러운 동국인 대상’을 수상하며 지역사회와 교육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해운 스님은 25일 오후 6시 서울 앰배서더 서울풀만호텔에서 열린 ‘2025 동국인의 밤’ 행사에서 이 상을 수상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 윤재웅 총장 등 동문 500여 명이 참석, 동국대와 동국대 동문들의 한해를 돌아보고 2026년 새해 의지를 다졌다. 해운 스님은 동국대 불교학과와 불교문화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다. 해운 스님은 그동안 지역과 꾸준히 호흡하며 정진해 왔다. 2015년 동국대장학회를 설립해 매년 동국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누적 장학금은 6억1100만원에 달한다. 지역사회 기여 활동도 두드러진다. 2008년부터 설·추석 명절마다 ‘자비의 쌀’ 나눔을 진행, 지금까지 총 1만8000여 포를 나눴다. 또한 태풍,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현장 구호품과 성금 5000만원 상당을 전달했으며 코로나19 시기에는 의료진과 공무원에게 전통 음식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역의 학생들을 위한 원법사장학회도 2008년 설립, 그동안 747명의 학생에게 4억46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며 도왔다. 이러한 공로로 해운 스님은 지난 6일 ‘제14회 나눔국민대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또 2025 포항시민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해운 스님은 “지역사회와의 나눔은 원법사의 신도들이 마음을 모아 줬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라면서 “올해 너무 큰 상을 잇따라 받아 송구스럽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ol.com

2025-11-25

“바닷바람에 말린 진짜 영양 덩어리… 국민 겨울음식” 극찬

겨울철 별미이자 포항의 대표 특산물인 구룡포 과메기가 올해도 국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2025 포항 구룡포 과메기 서울 홍보행사’에는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과메기 풍년 소식과 새로운 메뉴를 즐기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행사장은 시식과 즉석 구매 문의가 이어지며 포항 구룡포 과메기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자리가 됐다.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담아봤다. 바쁜 일정 중에도⋯“과메기 놓칠 수 없지” ○⋯25일은 정치권이 지방 일정과 주요 회의를 소화하느라 특히 분주했던 날이지만 국회 과메기 홍보행사는 많은 의원들의 관심을 받았다. 국민의힘 주호영(수성갑) 국회부의장, 송언석(김천) 원내대표 외 강명구(구미을)·김대식·김석기(경주)·박대출·유용원·이달희·이종욱·인요한·임종득(영주·영양·봉화)·정성국·정연욱·조배숙·조승환·최수진·최형두(가나다순)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해외 일정으로 ‘축하기’를 대신 전했다. “구룡포 과메기, 쥑인다(끝내준다)”⋯과메기 맛에 감동한 의원들의 말!말!말! ○⋯이날 행사에는 많은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과메기의 맛을 극찬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과메기, 쥑인다!”고 감탄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주 국회부의장은 “동해안과 국회의 겨울은 과메기로 시작된다”면서 “포항하면 해병대, 제철 등이 생각나는데 이제는 포항의 상징이 과메기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원석(김천) 원내대표는 “지역 특산물이 서울에서도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며 “내년엔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김석기(경주)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과메기는 늘 먹어온 고향 음식”이라며 “영양제보다 과메기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정성국 의원은 “포항과 자매도시 결연을 맺을 만큼 인연이 깊다”며 “부산에서도 적극 홍보하겠다”했고, 박대출 의원은 “카바이트로 말린게 아니고 바닷바람에 말린 진짜 영양 덩어리 과메기”라며 “포항어민들이 더 넉넉해지고 우리 국민들도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달희 의원은 “구룡포 과메기가 이제 국민의 겨울 음식이 된 것 같다. 구룡포 과메기 사이소! 사이소~!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연욱 의원은 “과메기 나오면 겨울 시작이라는 말이 실감난다”며 “부산 광안리 횟집도 긴장할 맛”이라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이끌었다. 조지연(경산) 의원도 “과메기 먹으면 피부 좋아진다”며 “많이 드셔 달라”고 덧붙였다. 유용원 의원은 “국방부 기자만 31년 했는데 포항에 해병대가 있어서 이맘때가 되면 과메기를 많이 먹었다”며 “최고의 과메기가 여기 있다.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과메기 앞에서 여야가 어디있나”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용기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바쁜 일정 중 행사장을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은 다른 의원이 싸준 즉석 ‘과메기 쌈’을 맛본 후 “이제 전국이 과메기로 통하기 때문에 인사를 드리러 왔다”면서 “국회에 마련된 과메기 홍보행사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즐겁다. 더욱 홍보되도록 함께 하겠다”고 인사했다. 이 대표도 이강덕 포항시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과메기 김밥 등의 요리를 맛보면서 포항 구룡포 과메기 홍보를 다짐했다. “올해 과메기 더 통통합니다”⋯어민들 사기 끌어올린 풍년 소식 ○⋯지난 몇 년간 어획량 저조와 작은 크기의 꽁치만 어획돼 과메기 품질관리가 어려웠으나, 올해 과메기는 L사이즈 이상의 좋은 크기와 최상의 선도 상태인 원물이 대량 공급됐다. 지난 6여 년 동안은 꽁치 10마리에서 평균 250g정도의 과메기를 생산했으나 올해는 350g나 돼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으로 30% 가량 향상된 과메기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좌동근 포항구룡포과메기협동조합 이사장은 “올해 과메기는 살점이 풍성하다보니 식감이 너무 좋다”면서 “진짜 좋은 품질의 과메기가 나왔다”고 극찬했다. “과메기 김밥부터 샌드위치까지”⋯새로운 메뉴도 화제 ○⋯행사에서는 조필주·이경순 요리연구가가 준비한 과메기 요리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에는 없던 신메뉴를 준비했다”며 “과메기를 다져 넣은 샌드위치, 해초와 생강초로 비린맛을 잡은 과메기 김밥 등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과메기 반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김밥은 참석자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담백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어제도 먹었어요”⋯인플루언서의 ‘찐팬 인증’ ○⋯행사장을 찾은 인플루언서 이효영 씨는 “과메기로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만들 줄 몰랐다”며 “평소에도 즐겨 먹고 어제도 집에서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과메기의 활용법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플루언서 홍보단은 과메기 시식 후 바로 SNS에 ‘실시간 리뷰’를 올리며 현장 분위기를 온라인으로 생생하게 전했고 행사장은 홍보 열기로 뜨거워졌다. 시식 효과 제대로⋯”현장에서 바로 ‘구매문의 쇄도’ ○⋯이날 과메기 시식의 효과가 톡톡하게 드러났다. 현장에서 즉석 구매문의가 줄을 이은 것. 행사장을 방문한 보좌진들은 “세트 구성 알려달라”, “부모님께 보내고 싶다”며 판매처를 묻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일부 의원은 행사 중간에 “의원실에 추가로 주문을 더 하고싶다”며 재고 문의를 하기도 했다. 행사준비 관계자는 “지난해 보다 문의가 훨씬 많다”며 “맛있다는 입소문이 행사 중간에 이미 퍼졌다”고 말했다. /고세리·단정민기자

2025-11-25

민주, APEC 후속지원위원회 발족식 및 1차 회의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발판 삼아 정부·여당이 APEC과 한미 관세협상 등 주요 외교 성과의 조기 확산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다. 민주당은 25일 국회에서 ‘APEC 성과확산 및 한미관세협상 후속지원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를 열고 협상 성과와 정부 요청 사항을 공유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가 APEC과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 경과를 보고하고 국회 차원의 지원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APEC 성공을 넘어 이제 성과를 키울 시간”이라며 “글로벌 기업 투자 실현을 위해 규제 개선 등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 협상 성과는 특히 의미가 크다,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중 2000억 달러 투자는 양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는 분야에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투자를 진행한다”면서 “후속 지원과 성과 확산에 집중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 투자 실현을 위해 규제 개선 등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위해 ‘대미투자특별법’을 직접 발의하겠다고 밝히며 “관세 소급 적용을 위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신속히 발의하되, 국익을 극대화하도록 꼼꼼히 심사하고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새 정부 후 APEC을 준비한다고 할 때 약간 비정상적인 정치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우려도 컸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성원을 보내주시고 국회에서 협조를 잘 해주셔서 저희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은 저희가 극적으로 성과를 타결해냄으로 인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그리고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은 상당히 해소됐다”며 “그 외교적 성과가 국민의 삶과 기업의 성장 그리고 우리 미래의 기회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APEC 후속지원위원회’는 김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간사를 맡는다. 정부 측에서는 이날 회의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이두희 국방차관, 이형일 기재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25

국힘 선거기획단 “경선 룰 당심 70% 입장 명확”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내년 6·3 지방선거 경선 시 당심 반영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하기로 한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50%였던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리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기획단의 경선 룰 변경 방안 추진에 힘을 실었다. 기획단 대변인을 맡고 있는 조지연(경산) 의원은 25일 현역 시장·군수·구청장과 연석회의를 가진 후 브리핑에서 “7대 3(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 비율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국민 정서와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최약한 당세를 확장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당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도 이번 선거의 최대 과제”라며 “(지방선거 후보자로서) 당 기여도에 대해 평가하고, 당원 모집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당원 투표 비율을 일정 부분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최고위원회에) 건의했다”고 했다. 조 의원은 ‘7 대 3 경선 룰이 기획단 특정 인사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일반 국민(여론)을 많이 반영하는 것도 맹점이 있다. 인지도 높은 후보가 일반 여론이 높았을 경우 높게 나오는 게 그간 선거 결과들”이라며 “당 기여도에 대한 강화, 당원 비율 강화가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심이 아닌 민심 비율을 100%로 늘려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민심을 최대한 파고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원론적이고 당연한 얘기”라고 밝혀, 기획단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역시 이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획단의 경선 룰 변경 방안 추진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저는 당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해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해왔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일부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반면교사 사례로 언급하며 민심 반영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민의 직접 표를 행사하는 민의의 경쟁장”이라며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획단은 이날 회의에서 청년 인재 영입을 위해 당협별로 청년 1명 이상 공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25

“어려운 어촌에 큰 힘… 두껍고 쫄깃한 ‘통통과메기’ 최고”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맛, 포항 구룡포 과메기!’ 겨울철 별미이자 포항의 대표 특산물인 ‘포항 구룡포 과메기’가 국회를 찾았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2세미나실에서 ‘2025 포항 구룡포 과메기 서울 홍보행사’가 성황리에 열려 본격 ‘과메기 철’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이상휘(포항남·울릉) 의원이 주최하고 포항시·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를 전국에 알리고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국회의원들과 언론인·인플루언서 등의 관심을 모았다. 행사에서는 올해 처음 생산된 ‘통통과메기’가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통통과메기는 예년보다 살이 두껍고 맛깔스런 원물이 대량 어획되면서 생산자들이 붙인 이름으로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어획량 부진에다 꽁치 크기도 작아 과메기 품질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크고 선도가 뛰어난 생선이 안정적으로 잡혀 최상의 품질로 생산 중이다. 과메기를 활용한 다채로운 요리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통적인 숙성 방식을 거쳐 쫄깃하고 감칠맛이 나는 구룡포 과메기를 △양념꼬치 △샌드위치 △과메기김밥 등 현대 유행에 맞춘 메뉴로 구성됐다. 과메기가 술안주 뿐만 아니라 가정식, 도시락, 간식 등 폭넓은 식재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구룡포 과메기는 찬 바람 속에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자연 건조 과정을 거치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낸다. 지방 함량은 낮아지고 영양 성분은 농축돼 건강식으로서 가치가 높다. DHA·EPA 등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 칼슘 등이 풍부해 피부 미용,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포항시와 경북매일신문은 앞서 지난해 ‘포항의 바다, 종가의 손맛을 담다’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과메기와 영일만 검은돌장어의 맛을 선보였다. 지난 2023년에는 ‘포항을 맛보다’, 2022년에는 캠핑족을 겨냥한 ‘700만 캠핑족! 겨울의 맛, 과메기에 꽂히다’ 등 해마다 이색적인 기획으로 과메기의 상품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려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금 어촌이 굉장히 어려운데 올해 과메기가 많이 생산돼 다행히 큰 힘이 된다”며 “동해 청정바다와 어민들의 정성스러운 손길, 위생적 관리로 만든 과메기 많이 드셔달라”고 홍보했다. 김정재 의원은 “올해도 어김없이 포항의 대표음식 과메기가 왔다”면서 “과메기는 서민 대표 음식이다. 값싸고 건강에 좋고 오메가3도 많다. 함께 먹는 채소나 해산물 뭐 하나 빼놓을 수 없다. 많이 드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휘 의원은 “포항 구룡포과메기가 특히 더 맛있는 이유가 있다”면서 “어느 지역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적 환경으로 겨울 해풍과 하늬바람을 맞아 더욱 쫄깃하고 맛있다. 홍보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대표는 “예년 대비 올해는 정말 좋은 원물 꽁치가 잡혀서 최상품의 과메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많이 드시고 많이 홍보해주셔서 포항의 어민들이 더욱 잘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박형남·고세리기자

2025-11-25

안용복 납치 계기… 조정에서 2~3년마다 왜구 수색 토벌

불법 어로·벌목 일본인 축출 공적 기념 2017년 4층 규모 완공 1882년 이규원 검찰사 학포에 입도, 지도·복명서 조정에 올려 고종, 울릉도 개척령 선포… 16가구 54명 들어와 개척시대 열어 △ 수토 역사 담긴 수토역사전시관 태하마을 해변 끝자락에는 수토역사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수토(搜討)란 무슨 뜻일까? 전시관에서는 “수토사는 조선시대 울릉도와 독도에서 불법 어로와 벌목을 일삼는 일본인을 수색하고 토벌하기 위해 조정에서 2∼3년마다 파견한 관리를 일컫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전시관은 수토사들의 수토 활동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수토역사전시관은 2011년부터 사업비 192억원으로 공사를 시작해 2017년 11월 28일 옛 울릉중학교 태하분교 터(5234㎡)에 4층 규모로 완공됐다. 전시관에는 수토사들의 임무를 소개한 문헌, 수토사들이 조정에 올린 울릉도 지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수토사들이 타고 왔던 수토선 모형도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 곳곳에는 또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정보, 수토 역사에 대한 정보나 자생식물 및 해양식물 등에 대한 정보를 수록한 미디어 시설도 마련되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수토사가 울릉도를 순찰한 후 일행들의 이름을 남긴 각석문 주변에는 휴게 공간과 전망대도 있다. 전시관에서는 상설 전시 외에도 ‘수토사‘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진다. 전시관은 울릉도 수토가 안용복(安龍福) 도일 사건을 계기로 시행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1693년(숙종 19년) 울릉도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안용복을 비롯한 어부 40명이 울릉도 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일본 어부들과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안용복 등은 일본 어부들에 의해 오키시마[隱岐島]로 납치됐다. 안용복 사건 이후 조선 정부는 한두 해 간격으로 강원도 월송만호(越松萬戶)와 삼척첨사(영장)를 울릉도에 보내 국법을 어기고 주민들이 몰래 거주하는지 감시하고 수색하여 토벌하게 했다. 실상 수토사들은 왜인들보다 조선인들에 대한 수토가 주된 목적이었다. 과도한 조세 수탈과 각종 노역을 피해 울릉도로 도망간 주민들은 수토사들에 의해 다시 육지로 잡혀 나가 처벌을 받고 각종 역역(力役) 동원됐다. 하지만 수토에 필요한 인력과 물자를 강원도 영동 지역 백성들에게 부담시키는 바람에 폐해가 컸다. 결국 1894년(고종 31) 12월에 울릉도 수토 정책은 폐지되었다. △ 울릉도 숨어사는 백성들 왜구 취급하기도 조선왕조실록에는 수토 정책을 수행했던 관리를 수토관이라 칭하고 있다. 수(搜)는 찾다, 뒤지다, 토(討)는 공격하다, 죄를 물어 벌하다, 찾는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수토란 우리 섬들을 침범한 왜구들을 수색하고 토벌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본도의 병사와 좌·우도의 수사로 길을 나누어 수토(搜討)하여 모든 왜인을 쏘아 죽일 만하면 죽이고 생포할 만하면 생포하여 형세를 보아 조치하되 한편으로 변방의 위엄을 보이고, 한편으로 행선(行船)을 익히는 것이 편할 것 같습니다. 경상도에서는 삼포 왜인이 있으므로, 만일 행선을 잘못하면 도리어 왜노(倭奴)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오니 함께 거행하지 마옵소서. 그리고 도주(島主)에게 통문하는 일은 전의 논의에서 이미 정하였습니다.“(연산군일기22권, 연산 3년 3월 6일 무신 1번째기사) 그런데 안용복 사건 이후부터는 왜구들에게 해당하던 수토가 울릉도에 숨어 살던 조선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실상 울릉도에 숨어 살던 백성들을 왜구들과 다름없이 본 것이다. 1893년 이전까지 울릉도는 공도 정책으로 주민 거주가 금지됐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주기적으로 안무사나 ‘수토관’을 보내 주민들을 쇄환(刷還)하는 정책을 폈다. 주민들이 일군 터전이 왜구의 근거지가 되거나 주민들이 왜구와 결탁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군역과 부역을 피해 도망친 주민들을 잡아들이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런 ‘쇄환 정책’의 역사를 아카이빙 한 것이 수토역사전시관이다. 수토역사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섬의 역사는 여전히 섬사람들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마음이 아리다. 관의 수탈을 피해 또 먹고 살기 위해 섬으로 숨어 들어가 살았던 사람들. 그들을 ‘수색하고 조사'해서 잡아들여 형벌을 받게 한 이들이 수토사, 수토관, 안무사들이다. 토벌대장들인 것이다. 또 울릉도를, 독도를 지키겠다고 일본까지 가서 독도가 우리 땅이란 문서를 받아내고 돌아온 안용복에게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유배형에 처한 것이 조선왕조였다. 섬을, 울릉도를, 독도를 지킨 것은 결국 왕조가 아니었다. 좌수영의 천한 노꾼 출신 안용복 같은 이나 죽음을 무릅쓰고 울릉도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해산물을 채취해 먹고 살던 백성들이었다. 그런데 울릉도를 지킨 백성들을 기리는 기념관이 아니라 이들을 잡아들인 토벌대장을 기리는 역사관이라니. 섬은, 섬사람들은 여전히 천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섬에 대한 왜곡된 역사관을 바꿔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수토역사전시관은 울릉도를 지켜온 백성들을 기려온 역사관으로 바뀌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독도가 우리 땅이란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 독도를 지킨 것은 처벌을 각오하고 울릉도에 숨어들어와 살던 울릉도 선주민들, 조선의 백성들이었기 때문이다. △ 마을 뒷산이 학처럼 생겼다 하여 학포로 명명 수토 역사관을 둘러보고 다시 버스 정류장 쪽으로 되돌아와 삼도사 옆을 지나면 학포로 넘어가는 옛날 산길이 나온다. 사전 지식이 없으면 찾기 어렵다. 길가에 이정표가 있으면 좋을 듯하다. 옛길은 가파르다. 이런 깎아지른 산길을 걸을 때마다 새삼 지구가 둥글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멀리서 보면 수직에 가까운 이 길도 실상은 수직이 아니다. 둥글게 굽어져 있다. 지구상에 직선은 없다. 직선처럼 보일 뿐 모두가 곡선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가파른 수직의 길에서도 중력의 도움을 받아 두려움 없이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아무리 높은 곳도 지구 반대편에서 보면 가장 낮은 곳이다. 높다고 생각하지만 높은 곳은 없다. 낮은 곳도 없다. 직선도 없고 높은 곳도 없으니 우리는 그저 공처럼 둥근 길을 끊임없이 돌고 돌 뿐이다. 높은 곳이라 환호할 일도 낮은 곳에 추락했다 절망할 일도 아닌 것은 그 때문이다. 20분 남짓 가파르더니 길은 다시 산의 허리를 감싸고도는 평탄한 길이다. 태하마을에서 고갯마루까지 30분 남짓 걸렸다. 학포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평탄하다. 산길을 내려서니 또 갈림길이다. 오른쪽 해변 외딴집 쪽으로 가면 포구로 이어진 도로가 나온다. 태하에서 학포항까지는 1시간 거리. 마을 뒷산이 학의 모양처럼 생겼다 해서 학포라 했다 한다. 작은 황토기미라고도 한다. 1882년 이규원 검찰사가 울릉도에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지 현황 파악을 해보라는 조정의 명을 받고 첫발을 디뎠던 곳이 바로 이 학포다. 학포 선창가 바위에도 각석문이 있어서 당시 상황을 전해준다. ‘임오명각석문’이다. 임오년에 이규원이 울릉도를 답사한 뒤 새긴 각석문이란 뜻이다. 이규원은 수행원 102명을 거느리고 1882년 4월28일 강원도 평해군 구산포를 출발해 다음 날 이곳 학포로 입도했다. 이규원은 학포를 출발해 태하, 나리분지, 성인봉, 저동, 도동 등을 거처 다시 학포로 돌아와 지도와 복명서를 작성했고 암각을 새겼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고종은 울릉도 개척령을 선포했고 1883년 4월부터 7월 사이 공식적인 입주민 16가구 54명이 울릉도로 들어와 개척시대를 열었다. 공식 입도 140여년, 울릉도는 여전히 개척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1-25

K-스틸법 시대, 포항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철강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특히 철강의 도시 포항에 이 법은 단순한 산업지원 법안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과거 포항이 제철 산업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녹색철강’이라는 새로운 파도에 가장 먼저 올라타야 할 때다. 그렇다면 포항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녹색철강특구 선점 전략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K-스틸법은 지역 단위로 특구를 지정해 수소환원제철, 저탄소 설비, 탄소저감 인프라를 국가가 집중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 경쟁에서 포항이 앞서기 위해서는 포스코와 협력한 ‘포항형 녹색철강 마스터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소 기반 제철공정 실증부지, 산업단지 재편 방향, 영일만항 연계 전략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중앙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준비된 도시만이 특구 지정이라는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둘째, 수소·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포항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수소 없이는 녹색철강이 존재할 수 없다. 영일만항을 수소·암모니아 도입항으로 육성하고, 산단과 항만을 연결하는 수소 배관망 구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도시 전체의 에너지 체계를 저탄소 기반으로 재편하는 작업 역시 시급하다. 누가 먼저 인프라를 갖추느냐가 녹색철강 경쟁의 승패를 가른다. 셋째, 중소 협력업체를 위한 산단 고도화와 공정 전환 지원체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포항의 산업 생태계는 대기업보다 수많은 협력업체가 떠받들고 있다. 이들이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도록 ‘설비 전환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영일만·블루밸리 산단의 구조 고도화를 정부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포항 제조업이 산다. 넷째,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체계 구축이 장기 성장의 핵심이다. 포항공대·RIST·한동대를 중심으로 ‘그린스틸 전문학과’를 신설하고, 산학 장학생 제도와 현장 실습 기반의 전문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녹색철강, 수소, 에너지 분야 인력 수요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인재를 확보한 도시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다섯째, 영일만항 기능 강화는 포항 경제의 전략적 과제다. 수소·철광석·슬래그 등 새로운 물동량이 급증할 만큼 전용부두 확보와 철도 연계는 필수다. 영일만항이 물류 허브로 자리 잡아야 K-스틸 시대 포항이 국가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전환 과정에서 지역 환경·안전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공정 변화 초기에는 주민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시는 환경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시민들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 K-스틸법은 포항에 위기가 아닌 기회이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한 도시’에 주어진다. 지금 포항이 전략과 실행계획을 갖추고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한다면, 우리는 전통 철강 도시를 넘어 친환경 미래산업 도시 포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1-25

시대의 비극, 음악의 비극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서울대 일본연구소 이경분의 추천사다. 이런 내용이다. “정추의 초기 교향악은 서구 연주회장에 오르는 교향곡처럼 형이상학적이고 엘리트적인 것이 아니라, 농민들도 향유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가 쉽고 접근이 용이한 음악 장르가 될 수 있다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요구를 만족시켰다.” 그렇다면 여기서 언급되는 정추(鄭樞·1923~2013)는 누구인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광주와 평양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학했고, 이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활동한 작곡가다. 정철훈 작가 ‘카자흐스탄 망명음악가 정추 평전’ 출간… 흩어진 선대 예술가 3형제의 삶과 예술 완성 南·北·소련·카자흐스탄 잇는 정추의 생애 고스란히… “한민족 문화의 정체성 연구 길 열어준 선구자” ▲소련 유학 중 김일성 비판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망명 1945년 1월 오사카로 징병돼 노동부대원으로 있다가 일제가 패망한 직후인 1945년 8월 31일 현해탄을 건너 귀향하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고, 한국 현대사의 거친 파도 속에서 북한으로 건너가 평양국립영화촬영소 음악과장, 평양음대 교수로 활동한 정추. 1952년 1월엔 모스크바 유학 7기생으로 선발돼 ‘차이코프스키 명칭 모스크바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소련의 저명 작곡가 아나톨리 알렉산드로프 박사의 지도 아래 6년간 작곡을 공부했다. 1956년 그가 작곡한 첫 오케스트라 교향곡 ‘조선적 주제에 의한 교향조곡’은 그를 소련 음악계의 신성으로 발돋움시켰다. 그러나, 마치 영화와 같았던 정추의 삶에 다시 비극이 닥쳤다. 1956년 2월 스탈린 사후 3년 만에 열린 소련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에서 흐루쇼프 제1서기가 스탈린의 독재와 개인 숭배 청산을 위한 비판을 하고 이어 큰 파장이 발생한 것. 흐루쇼프에 의해 찾아온 ‘모스크바의 봄’을 계기로 정추는 1957년 10월 모스크바 광산대학에서 열린 재소련 북한유학생 동향회에서 ‘김일성 우상화 반대’ 발언을 하고는 소련으로 망명했다. 그런 복잡한 상황에서도 정추는 1958년 8월 모스크바음악원의 졸업 작품발표회에서 하차투랸 등 심사위원 전원에게 만점을 받고 음악원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정추는 모스크바를 떠나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정치적 망명을 한다. 알마티에 정착한 1961년 4월 그는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을 기념하는 공연에서 자작곡 ‘뗏목의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해 소련 연방 전역을 매료시켰다. ▲저자 정철훈, 시와 소설, 평전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바로 그 정추의 생애를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이름하여 ‘카자흐스탄 망명음악가 정추 평전’(작가)이다. 남과 북, 그리고 카자흐스탄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선대 예술가, 3형제의 파란만장한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한 작가 정철훈이 썼다. 자그마치 원고지 3500매 분량의 방대한 저작이다. 저자인 정철훈은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계간 문예지 ‘창작과비평’에 ‘백야’ 등을 발표하며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살고 싶은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개 같은 신념’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빛나는 단도’ ‘만주만리’ ‘릴리와 들장미’ 등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한 바 있다. 장르를 넓혀 소설로 건너간 정 작가는 ‘인간의 악보’ ‘카인의 정원’ ‘소설 김알렉산드라’ ‘모든 복은 소년에게’ 등의 작품을 펴내기도 했다. 전직 문학기자인 그는 평전과 르포 형태의 글을 쓰는데도 빼어난 재능을 보였다. ‘북한 영화의 대부 정준채 평전’ ‘정근 전집’(전3권) ‘오빠 이상 누이 옥희’ ‘백석을 찾아서’ ‘내가 만난 손창섭’ ‘김알렉산드라 평전’ ‘뒤집어져야 문학이다’ ‘소련은 살아있다’ ‘옐찐과 21세기 러시아’ 등의 책이 그 재능으로 집필된 것들이다. 2024년엔 ‘박인환상’ 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추의 조카이기도 한 정철훈은 “선친인 동요작곡가 정근의 전집과 백부(伯父)인 정준채의 평전에 이어 이번에 정추 평전을 출간함으로써 남한과 북한, 그리고 카자흐스탄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선대(先代) 예술가 3형제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망하고자 했던 오랜 숙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국적 4번 바뀐 디아스포라 정추의 삶 면밀하게 추적 한양대학교 세계지역문화연구소 김보희는 정추를 “카자흐스탄의 작곡가이자 음악인류학자로서 20세기 한민족 문화예술을 기록하고 보존하여 한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선구자”라고 평가한다. 정추는 그의 90년 삶 중 22년은 남한의 국민으로, 13년은 북한에서, 17년은 무국적자로, 16년은 소련 공민으로, 22년은 카자흐스탄 공민으로 떠도는 삶을 살았다. 국적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는 사실은 그가 냉전의 20세기 현대사가 낳은 ‘비극적 디아스포라’란 걸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책을 쓴 정철훈은 사반세기 동안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오가며 정추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렇기에 에세이 형식으로 쓴 ‘프롤로그’― 알마티에서 온 편지, 첫 방문, 모스크바의 밤, 24시간만의 장례식, 죽음의 징후, 네 번째 희생양 등의 챕터를 완성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의 평전과는 다소 다른 형태를 보이는 문체와 서술 구조 등은 정철훈이 다수의 시와 소설을 완성해본 경험에서 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듯하다. 책에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또 있다. 정추의 친형인 북한의 영화감독 정준채(1917~1980)의 서신을 통해 1950년대 북한 예술계의 동향과 두 형제의 예술을 향한 여정을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는 ‘카자흐스탄 망명음악가 정추 평전’을 “시인이자 소설가, 탐사작가 정철훈이 완성한 필생의 역작이며, 카자흐스탄 망명음악가 정추의 삶과 예술 세계를 분단과 이산의 가족사를 넘어 민족사 전체의 차원으로 복원해냈다”고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의 설명이 책을 펴든 사람들에게도 설득력을 가진 문장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이제 책에 대한 평가와 감상은 고스란히 독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역사와 예술, 분단과 떠도는 인간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11-25

아이들의 언어걸음, 어른들의 발걸음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은 족보를 족발과 보쌈으로 부르며 웃음거리가 되었다. 단어 하나가 가계도와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맛있는 고기처럼 들리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어휘 오류라고 치부할 수 없다. 그 뒤에는 언어의 깊이가 사라졌고 아이들은 말의 의미 너머에 깔린 맥락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단어 뒤에 놓인 역사와 관계 같은 무형의 세계를 놓치는 순간, 우리의 무관심은 반영 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조사들은 아이들의 문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을 읽어도 뜻을 모르는 학생이 늘고 있고 긴 글을 버겁게 느끼며 요약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다. 통계는 숫자로 표현되지만 교실과 가정에서 느껴지는 현실은 훨씬 더 안타깝다. 아이들이 글과 마주할 때 이해와 질문보다 정답과 속도를 우선시하게 된 이유다. ‘빨리빨리’‘즉시’‘한 줄 요약’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글 읽기는 느림과 숙고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영상이 스크롤되고 앱이 순식간에 바뀌는 환경 속에서 글 읽기는 도태되었다. 아이들은 글을 마주했을 때 무슨 말을 하려는가 보다 정답이 무엇인가를 먼저 떠올린다. 그 간극이 문해력 저해의 한 축이다.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은 아이들의 글 읽는 힘을 대신하지 않는다. 영상과 앱이 시간을 채우고 어른들은 그것을 ‘학습 효과’로 포장하기 쉽지만 글 읽기는 멈춤과 되돌아봄, 질문과 물음표가 필요하다. 글을 천천히 읽으며 의미를 해석하는 습관은 디지털 스크롤 속에서 쉽게 사라진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만 스스로 책을 펼친 적이 적은 어른의 말은 공허하다. 언어는 공급되어야 한다. 아이는 집안의 대화, 독서, 교류 속에서 언어를 흡수한다. 어른이 보여주는 말투와 책 앞의 자세, 질문과 대화가 아이의 언어 세계를 만든다. 이러한 환경이 없다면 아이는 의미 없는 단어의 파편 속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독서량이 줄어들면서 긴 문장, 낯선 단어, 복잡한 문장 구조와 마주할 기회도 사라졌다. 단순히 독서 시간이 적은 것이 아니라 글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탐색하는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글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글이 제공하는 느림과 여백, 생각의 틈을 포기한다는 의미이다. 교육은 오랫동안 정답을 빨리 맞히는 것에 집중해 왔다. 아이들은 빠르게 선택하고 제출하며 넘어가지만, 읽기는 천천히 질문하고 서술하며 생각을 조직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이 사라진 환경에서 아이들은 글을 마주할 때 무엇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지 질문조차 하지 못한다. 집안의 언어 환경도 아이의 언어 능력과 직결된다. 대명사로만 말하고 설명 없이 넘어가는 대화가 많다면 아이는 스스로 문장을 완성할 수 없다. 언어는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되고 대화될 때 살아난다. 구체적인 단어를 함께 쓰고 무심히 넘어간 문장에 왜 이런 말을 썼는지 묻는 어른이 필요하다. 속도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글을 천천히 탐색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숙제, 시험, 학원 평가가 모두 빠르게 해결되며 글 읽는 시간은 설 자리가 없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해력 문제는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독서 태도는 숫자가 아니다. 몇 권을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을 마주하고 글을 읽을 이유를 제공하며 글을 마주할 동기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책을 쥐어주고 읽으라고만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어른이 옆에서 문장과 단어를 함께 고민하며 질문을 던질 때 읽기는 시작이 된다. 교육과 생활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글 읽는 시간을 허용받지 못한다. 속도와 효율이 미덕인 환경에서 그 행위는 부담으로 여겨진다. 어른들이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해력 문제는 다음 세대로 미뤄질 뿐이다. 아이들이 족보를 족발보쌈으로 알고 사흘을 4일이라 여기는 것은 단순히 웃을 일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 사회의 언어 탐험이 멈춘 흔적이 담겨 있다. 어른이 속도를 늦추고 아이와 함께 한 문장을 천천히 읽어 걸어갈 때 아이의 언어 걸음은 흔들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아 작가

2025-11-25

“고전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한 지혜 얻길”

고전은 시간을 초월한 교훈을 전하지만, 원문의 난해함과 방대한 분량은 현대인에게 부담스럽다. 경북 영주 출신의 한문학자 김재욱(고려대 한문학과 강사)이 출간한 ‘사서 심경(四書 心鏡·스토리두잉)’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책이다. 유교의 핵심 경전인 논어·맹자·대학·중용에서 현대인이 새겨야 할 명문장을 추려내고, 자신의 해석을 덧입혀 쉽게 풀어냈다. 제목의 ‘심경(心鏡)’은 “고전의 지혜를 마음의 거울에 비춘다”는 의미로 고전을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얻도록 이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앞서 ‘삼국지 인물전’을 통해 삼국지의 영웅들과 현대 정치인·언론인을 비교 분석하며 화제를 모았다. 조조와 이재명, 유비와 문재인 등 역사적 인물과 현실의 인물을 대비시켜 리더십의 본질을 탐구한 이 작업은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고전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비추는 창”이라고 말한다. 이번 신작에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수천 년 전 경전이 오늘날 개인의 성장과 사회 문제 해결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는지 탐구한다. ‘사서 심경’은 각 경전의 핵심 메시지를 4개 장으로 나눠 소개한다. △논어: 관계의 기술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인 ‘논어’는 인간관계의 기본 원칙을 다룬다.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인정받는다”, “무슨 일이든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 등의 구절은 타인과의 경계 설정과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공자의 말은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신뢰를 얻는 전략”이라 설명한다. △맹자: 정의로운 리더십 맹자의 사상은 “백성과 함께 소유하기”, “지도자는 백성의 즐거움과 걱정을 함께해야 한다”는 말로 집약된다. 특히 “어진 정치를 베풀면 백성은 나라에 충성을 다한다”는 구절은 공정과 소통의 리더십을 역설한다. 김 교수는 “맹자의 정치관은 현대 민주주의와도 맞닿아 있다”며, “권력은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는 점이 닮았다”고 덧붙였다. △대학: 자기 계발의 원리 “세상 돌아가는 원리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 대학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핵심으로 한다. “나부터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문장은 개인의 성장이 사회적 영향력으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대학은 자기계발서의 원조”라며, “목표를 세우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방식이 현대적 자기관리법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중용: 균형 잡힌 삶의 철학 “마음의 중심을 잡고 남과 조화를 이루는 일”을 강조한 ‘중용’은 극단을 피하는 중용의 미덕을 설파한다. 특히 “남이 나보다 뛰어나서 한 번만에 잘하게 되었다면 나는 백번을 노력해야 한다”는 구절은 김 교수가 학창 시절 한문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때 용기를 얻은 문장으로, 좌절을 극복하는 마음가짐을 전한다. 김 교수는 “사서는 수천 년 전 책이지만, 오늘날에도 유효한 삶의 기술서”라 말한다. 예를 들어 맹자의 “정직해야 큰 용기를 지닐 수 있다”는 구절은 SNS 시대에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다고 덧붙인다. 또한 “갈등 해결 방식과 마음 다스림”까지 다루기에, 직장인과 청년층에게도 실용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고전을 읽는 것은 과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한 지혜를 얻는 과정”이라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고전을 ‘옛날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5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음악의 향연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미술관 1층 로비에서 '제102회 미술관 음악회 MUSEUM & MUSIC’을 개최한다. 2014년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시작된 이 음악회는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진 예술 경험을 시민에게 제공하며, 미술관을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시킨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와 피아니스트 정진경이 함께한다. 김응수는 티보르 바르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로돌포 리피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마리아 카날스 국제 음악 콩쿠르 등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현재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개성 있는 음색과 해석으로 호평을 받아왔으며, 2014년 체코 리토미슬 페스티벌에서 15차례 커튼콜과 기립박수를 받는 등 독보적인 연주로 주목받았다. 또한 데카, 유니버설 레이블 등에서 발매한 음반들이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오르며 연주뿐 아니라 기획·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정진경은 한양대학교 졸업 후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에서 석사 학위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료했다. 2018년 러시아 옴스크 국제콩쿠르 1위와 그랑프리, 오사카 국제콩쿠르, 코리아헤럴드 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러시아 옴스크 필하모니, 서울 내셔널 심포니 등과 협연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주곡은 바로크부터 현대 음악까지 다채로운 시대별 작품으로 구성된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 K.301’을 시작으로 루토스와프스키의 ‘수비토’,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소나타 D장조 Op.9’,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Op. 20’, 에른스트의 ‘로시니 오페라 오텔로 주제에 의한 환상곡’ 등 바로크의 우아함부터 낭만주의의 열정, 현대 음악의 감성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음악회는 미술관 방문객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세부 일정과 프로그램은 포항시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5

작곡가박태준기념음악회 내일 대구문화예술회관서 개최

대구 출신의 한국 근대 가곡 선구자 박태준을 기리는 특별한 음악회가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 작곡가박태준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동요콩쿠르 수상자와 한국가곡 성악콩쿠르 수상자들이 함께하는 무대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교감하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진다. 공연은 제15회 동요콩쿠르 수상자들의 특별 무대로 시작한다. 유치부부터 초등부까지 대상·최우수상·우수상 수상자 17명이 선보이는 동요 메들리는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으로 관객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이어 아마추어 한국가곡콩쿠르 수상자 3명과 한국가곡성악콩쿠르 수상자 4명의 무대가 이어지며, 다양한 세대의 음악적 재능이 어우러질 전망이다. 아마추어 가곡콩쿠르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혜진씨가 ‘그리운 금강산’ 과 ‘가을밤’을 노래하며, 최우수상 수상자 이영태·최현승씨가 각각 ‘신고산타령’과 ‘첫사랑’을 부른다. 한국가곡 성악콩쿠르 대상 수상자 뤄칭씨가 ‘수선화’와 ‘동무생각’을 부르며 최우수상 수상자 서지원씨와 양진진씨가 각각 ‘베틀노래’와 '그리운 금강산'을 노래한다. 이날 공연은 오케스트라 앙상블 보아즈(지휘 오국환)가 반주를 맡아 음악회의 격을 더한다. 히브리어로 ‘강함’을 뜻하는 보아즈는 클래식 음악의 역동성을 대중화하는 전문 단체로, 수상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박태준(1900~1986)은 ‘동무생각’, ‘오빠 생각’, ‘고향의 봄’ 등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사랑받은 작곡가다. 그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 기념음악회는 그의 업적을 되새기며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로 기획됐다. 김완준 작곡가박태준기념사업회장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라며 “박태준 선생의 정신처럼 음악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5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51개 문항, 문제·정답 이상 없다”

25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이의신청 심사 결과를 발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오승걸, 이하 평가원)은 심사 대상 51개 문항 모두에 대해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평가원은 지난 13일 수능 정답 가안을 발표한 후 17일까지 접수된 675건의 이의신청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 가운데 실제 심사 대상은 중복·취소·문제와 무관한 의견을 제외한 51개 문항 509건이었다. 출제 참여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모든 문항에 대한 정답을 확정했다. 심사 결과는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특히, 국어 영역 17번 문항은 이번 수능에서 논란이 된 문제 중 하나다. 14~17번 문항은 ‘2026학년도 수능 대비 EBS 수능 특강 국어 영역 독서’에 수록된 ‘인격 동일성에 관한 논의’를 기반으로 출제됐다. 17번 문항은 지문에서 제시한 다양한 철학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보기’에 따른 반응 중 가장 적절한 답을 고르는 문제였다. 이의신청 주요 내용은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따르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 동일성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③번 정답은 적절하지 않아 정답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평가원은 지문과 ‘보기’를 분석한 결과, ‘생각하는 나’가 의미하는 바는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는 영혼’이며, 갑의 입장은 ‘생각하는 나’만으로 인격 동일성이 보장되지 않고 신체도 인격 구성 요소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에서 지문 내용과 상이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17번 문항의 정답을 ③으로 확정할 수 있어 문제와 정답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발표로 수능 이의신청 관련 논란은 공식적으로 마무리됐으나, 국어 영역 17번 문항을 둘러싼 철학적·논리적 해석 논쟁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수험생 사이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5

21세기 광장, 리마에서 피어난 사색

리마의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화려한 도심이 아닌, 도시 외곽의 황량한 사막 언덕에서 시작된다. 그곳은 ‘푸에블로스 호베네스(Pueblos Jóvenes, 젊은 도시)’라 불리는 빈민 정착촌이다. 1940년대 이후 안데스 산맥에서 내려온 이주민들은 물 한 방울, 전기 한 줄 없는 모래바람 속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정부의 도움은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 길을 닦고 공동체를 세웠다. 돌멩이 행진이라 불리는 집단 행동으로 정부에 정착권을 요구하고, 서로 협력하여 물과 전기를 끌어오고 학교를 세웠다. 판잣집은 벽돌집으로 변했고, 황무지는 마침내 사람 냄새 나는 마을이 되었다. 인간의 의지와 연대가 만든 ‘페루의 기적’이 지금도 그곳에 숨 쉬고 있다. 리마는 인구 천만의 거대한 도시다. 경제 회복과 미식의 수도라는 빛이 있지만, 정치적 불안과 심각한 빈부 격차라는 그림자도 길게 드리워져 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21세기 광장’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도착 이틀째, 나는 리마의 심장부 산 마르틴 광장을 찾았다. 택시가 멈추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구두닦이들의 풍경이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라진 장면이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삶을 지탱하는 일상이었다. 순간 1970년대에서 1980년 초까지, 서울역 앞에서 구두를 닦던 청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상은 결코 같은 속도로 달리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과거가 오늘이고, 누군가에겐 미래가 이미 지나간 어제다. 광장은 그렇게 시간이 교차하는 현장이었다. 나는 광장 한쪽 벤치에 앉아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보았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청년, 아이스크림을 나누는 가족, 연금 개혁을 외치는 시위대. 웃음과 분노, 일상의 소소함과 거대한 외침이 한 화면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광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숨결이라는 것을.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느껴진 묘한 고독은 관계가 끊긴 현대인의 초상 같았다. 하지만 광장은 원래 고립의 공간이 아니다. 인류의 문명은 광장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와 로마의 포럼은 시민이 모여 토론하며 민주주의를 싹틔운 자리였다.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는 말했다. “광장은 공동의 기억과 책임을 나누는 곳이다.” 그 말처럼, 광장은 단순한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사회적 상상력과 윤리가 자라나는 토양이다. 나만의 이기적인 자유(liberty)가 아니라, 공동체의 규범과 책임 속에서 피어나는 자유(freedom)가 살아있어야 건강한 광장이다. 잠시 후, 나는 또 다른 중심지 아르마스 광장에 도착했다. 웅장한 대성당과 대통령궁이 마주 선 그곳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잉카의 돌들은 정복자의 건축 아래 묻혔지만, 그 위에 오늘의 페루가 숨 쉬고 있었다. 광장은 역사의 무대였다. 투쟁과 화해, 외침과 침묵이 얽혀 있는 시간의 무대였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광장은 외침의 공간이기보다, 경청의 공간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광장은 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자리였다. 그러나 21세기의 광장은 달라야 한다. 말 잘하는 소수보다,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며 귀 기울이는 다수의 ‘귀’가 더 필요하다. 경청은 존중이고, 존중은 화해의 시작이다. 진정한 공동체는 바로 그 경청의 순간에서 태어난다. 리마의 석양은 붉은 먼지 속에서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 빛이 사막 언덕의 집들을 스치자, 벽돌 사이로 흙냄새와 사람 냄새가 섞여 피어올랐다. 나는 그 빛 속에서 ‘경청의 꽃’ 한 송이를 보았다. 오늘날의 광장은 더 이상 돌바닥 위에만 있지 않다. SNS, 유튜브, 메타버스 등 디지털 세계 또한 새로운 광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 가상의 광장은 너무 자주 분열과 혐오의 소용돌이로 변한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소통의 성숙, 공감의 지혜다. 21세기의 광장은 정치적 구호뿐 아니라, 환경 위기, 정신 건강, 세대 갈등, 그리고 웰빙과 같은 삶의 주제가 함께 오가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투쟁의 광장에서, 치유의 광장으로. 이것이 인류가 향해야 할 새로운 문명의 방향이다. 한국에도 광장이 있다. 때로는 도로 위에서, 때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우리는 광장에서 역사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외침만 있고 경청이 없다면, 광장은 자기 확신만 되풀이하는 공간이 될 뿐이다. 산 마르틴에서 아르마스 광장까지 걸으며 나는 바랐다. 우리의 광장에도 ‘경청의 꽃’이 피어나기를. 침묵을 밭으로 삼고, 존중의 햇살 아래 피어나는 꽃을 의미한다. 리마의 광장에서 나는 그 꽃 한 송이를 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소망했다. 언젠가 우리의 광장에서도 분열의 소음이 공존의 합창으로 바뀌고, 차이를 품은 향기가 공동체를 치유하는 날이 오기를. 그것이 바로 21세기 광장이 담당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며, 인간이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김상국(세종대 명예교수)

2025-11-25

구미 반도체부품업체 씨엠티엑스, 경북도·구미시와 363억원 투자양해각서 체결

경북도와 구미시는 25일 반도체 실리콘 전극 및 실리콘 링 제작업체인 (주)씨엠티엑스와 36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구미 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사에는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김장호 구미시장, 박교상 구미시의회 의장, 박성훈 ㈜씨엠티엑스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 2023년 374억원 투자에 이은 추가 투자로 2023년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예고된 반도체 슈퍼싸이클 도래에 따른 주요 협력사인 ㈜삼성전자와, TSMC, 마이크론 등의 수요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씨엠티엑스는 2027년까지 전체 투자규모 363억,고용 40명 정도로 구미하이테크밸리 내 기존 2공장 인근 1만1000여 평에 달하는 부지에 반도체 공정상 핵심 소모부품인 실리콘 전극 및 링의 대량 생산을 위한 제조설비를 갖춘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씨엠티엑스(구. 코마테크놀로지 / 2024. 상호 변경)는 구미시 관내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2013년 설립되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에 필요한 실리콘, 사파이어, 세라믹 부품을 만드는 소재부품 전문기업이다. 창업 이래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료정밀기기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독보적인 실리콘 부품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업황의 반등으로 창사 이래 지난해 연매출 1080억을 달성하였으며, 올해에도 1600억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2024년 수출액 4770만불을 기록하였고, 제61회 무역의 날 수출 3천만불 탑을 수상하였으며, 지난 20일에 공모가 6만500원 대로 코스닥 상장을 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한편 구미시는 2023년 7월 비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특화단지가 지정되었으며, 원소재·부품부터 수요기업까지 반도체 전 공급망이 완비되어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에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관련 경쟁력 있는 기업이 다수 소재하고 있다. 특히 구미지역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슈퍼싸이클을 맞아 구미반도체특화단지간의 연계 및 시너지를 통해 지역 내 반도체 산업생태계가 크게 강화되고, 구미시가 단순한 산업 집적지를 넘어 국가전략산업의 글로벌 진출 핵심거점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지금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기업인 ㈜씨엠티엑스의 투자유치는 구미시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미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