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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석학들 ‘인간과 AI의 미래’ 내다본다

경북대학교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적 역할과 AI와의 협력 가능성을 다각도로 조망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 경북대 국제협력연구센터는 경영학부, 문헌정보학과, 영어영문학과, 정치외교학과, 철학과, 통계학과 등 6개 BK21 교육연구단(팀)과 함께 18일 경북대 글로벌플라자 2층 효석홀에서 ‘인간과 AI의 협력’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챗GPT 등 생성형 AI 기술이 대학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학문 간 협력을 통해 AI 활용의 방향성과 인간 중심 가치 회복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각기 다른 전공 분야의 BK21 교육연구단(팀)이 기획 단계부터 공동 참여해, AI 활용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 해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심포지엄은 총 5개 세션으로 구성되며, 각 세션은 하버드대, 콜롬비아대, 토론토대 등 세계 주요 대학 석학들의 강연으로 진행된다. 첫 발표는 하버드대 아만다 클레이보(Amanda Claybaugh) 학부교육 학장이 연사로 나서 하버드대의 AI 교육 적용 사례를 소개한다. 이어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Martin Puchner) 교수는 인간과 기계의 협력적 사고를, 콜럼비아대 데니스 이 테넨(Dennis Yi Tenen) 교수는 기계 번역의 한계를 주제로 강연한다. 토론토대 자베드 모스타파(Javed Mostafa) 정보대학 학장은 AI 시대 보건 데이터의 활용 방안을, 뉴욕대 사피나 알리(Safinah Ali) 교수는 아동의 창의적 학습을 위한 포용적 AI 에이전트 개발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각 세션마다 해외 연사 발표 이후에는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정토론과 청중 질의응답 세션이 이어진다. 심포지엄은 대학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행사로 열리며, 강연은 영어로 진행되고 실시간 통역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학 경북대 국제협력연구센터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과 역할을 재확인하고, 교육과 연구, 사회 전반에서의 AI 활용 가능성을 학문적으로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경북대 BK21 교육연구단(팀)이 함께 협력해 준비한 행사인 만큼, 경북대의 교육 및 연구 역량을 널리 알리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17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똑똑한 인공조직”

포항공과대학교는 장진아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자기술’과 ‘인공조직’을 결합한 ‘바이오하이브리드-공학조직(이하 BHET) 플랫폼’에 대한 리뷰 논문을 국제 생명공학 저널인 ‘트렌드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에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용의중 미래IT융합연구원 박사, 김지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이 함께했다. 인공조직은 손상되거나 노화로 제 기능을 잃은 조직을 대신해 건강을 회복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기존의 인공조직은 인체의 복잡한 기능을 완벽히 모사하지는 못했다. 특히 조직이 주고받는 전기적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조절하기 어려워 약물 테스트나 질병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논문에서 포항공대 연구팀은 인공조직과 전자소자를 결합한 BHET 플랫폼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 ‘조직-센서 플랫폼(Tissue-sensor platform)‘은 인공조직 내부 전기 신호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상태를 분석한다. ‘조직-전기자극 플랫폼(Tissue-electromodulator platform)’은 외부에서 전기 자극을 주어 인공조직 기능을 직접 조절한다. 마지막 ‘조직-자가조절 플랫폼(Tissue-communicator platform)’은 감지와 자극 기능을 결합해 인공조직이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자율지능형 조직을 구현한다. BHET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조직의 형태를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인공조직이 스스로 생체 신호를 감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전기생리 신호를 기반으로 조직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즉각적인 전기 자극을 통해 기능을 조절하거나 회복시키는 피드백 제어도 가능하다. 장진아 교수는 “조직공학에 생체전자 기술을 더하면 보다 기능적이고 지능적인 인공조직을 구현할 수 있다”라며 “AI 기반 분석과 결합하면 인공조직이 스스로 기능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7-17

iM금융그룹, 라오스서 글로벌 사회공헌활동

iM금융그룹이 글로벌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라오스 지역에서 교육환경 개선, 야구대회 후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 소재한 피알랏 초등학교에서 현지 아동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도서관 건립 등을 지원하는 ‘단비행복한학교’ 전달식을 진행했다. 한국부동산원과 굿네이버스 라오스와의 협력으로 진행된 이번 전달식을 통해 초등학생들을 위한 도서관 건립, 도서 및 체육용품, 간식, 디지털기기 등이 지원된다. 특히 이날 행사는 단순 전달식에 그치지 않고 아동을 위한 ‘장난감 만들기’ 놀이 프로그램, ESG 활동의 일환으로 나무 심기 등을 통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제공에 힘썼다. iM금융그룹은 굿네이버스 라오스와 함께 한-라 양국 수교 30주년 및 라오스 건국 50주년을 기념하고 라오스 스포츠 발전을 위해 주라오스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2025년 대사배 야구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후원금을 전달했으며, 선수단이 착용할 유니폼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iM금융그룹은 2017년부터 꾸준하게 지원 중인 라오스 지역의 폰시누완 초등학교와 깽빠냥 초등학교를 찾아 신체검사를 위한 교육 용품 및 간식을 지원하는 등 일회성 행사 진행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글로벌 이웃사랑 실천으로 진정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iM금융그룹 황병우 회장은 “여러 기관의 협력으로 완성된 이번 사업을 통해 미래세대 아동에게 건강한 성장과 즐거움을 선물하고, 라오스 지역 스포츠 발전의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지역의 미래세대를 위한 ESG 사업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iM금융그룹은 사회복지단체와 협력을 통해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의 초등학교 교육환경 개선 사업,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교류사업 등을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17

여름꽃처럼 뜨겁게 피어보자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6월 말부터 시작된 더위에 정신을 못 차리는 나날이었다. 이 더위 속으로 꽃 핀다. 여름꽃들이 핀다. 화려한 주황색 능소화와 붉은 목백일홍이 핀다. 고운 이름의 부용화도 어느 길목에 피었으리라. 제 안의 색을 모조리 꺼내어 피는 여름꽃들. 폭염 속에서도 저리 만발이다. 저렇게 뜨겁게 피는 것들에게는 눈부신 아름다움만큼 위험한 광기가 숨어있는 법이다. 나 미쳤다고 대놓고 피는 꽃들. 그 광기에 한번은 물들고 싶어진다. 그 요란스러운 깔깔거림에 나도 미친 척 끼어들어 보고 싶다. “사는 일이 강퍅하여 / 우리도 가끔씩 살짝 돌아버릴 때가 있지만 / 그래서 머릿골 속에 조금 맺힌 꽃봉오리가 / 새벽달도 뜨기 전에 아주 시들어버리기도 하지만 // 부용화나 능소화나 목백일홍 같은 것들은 / 속내 같은 거 우회로 같은 거 은유 같은 거 빌리지 않고 / 정면으로 핀다 / 그래 나 미쳤다고 솔직하게 핀다 // 한바탕 눈이 뒤집어진 게지 / 심장이 발광하여 피가 역류한 거지 // 거참, 풍성하다 싶어 만질라치면 / 꽂은 것들을 몽땅 뽑아버리고 내뺄 것 같은 / 예측 불허의 / 파문 같은 / 폭염 같은 / 깔깔거림이 // 작년의 광증이 재발하였다고 / 파랗게 머리에 용접 불꽃이 인다고 / 불쑥불쑥 병동을 뛰쳐나온 목젖 속에 / 소복하게 나방의 분가루가 쌓이는 7월이다”- 문성해 시 ‘여름 꽃들’ 이 땅의 여자들은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처럼 늘 가녀린 모습으로 얌전하게 살기를 강요당하며 살아왔다. 나 또한 조상부터 내려온 그 끈질긴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얌전한 여자의 표본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오십 중반 더 이상 여자가 아닌 한 명의 사람이 속에서 자꾸 불거져 나온다. 삶은 남자 여자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니 누구든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리라. 누군가 만들어준 프레임에 갇혀 내가 가진 색깔을 내놓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저 불타듯 피는 여름꽃처럼 ‘속내 같은 거 우회로 같은 거 은유 같은 거’ 없이 직방으로 한번은 피어나고 싶어진다. 생활인으로서 내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시인으로서는 그런 미친 정열을 닮고 싶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폭우 한 번에 제 몸뚱이 다 내던져 바닥을 뒹구는 능소화 그 주홍빛 꽃송이들처럼 그리 뜨겁게 살다 뜨겁게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역류한 심장의 피로 붉게 물든 목백일홍과도 오래 눈 맞추고 싶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지글지글 끓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여름을 나는 일이 갈수록 녹록하지 않다. 후끈한 열기의 세상에서 이 여름을 피하지 않고 여름꽃들 같이 한번 화들짝 피어 보자. 뜨거운 것이 여름이고 뜨거움이 있어야 풀과 나무와 곡식이 자란다. 능소화의 주홍으로 목백일홍의 붉음으로 우리도 화끈하게 여름을 건너가 보자.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

서남시장 FLEX, 맛도 정도 다 있는 그곳

“언니야, 뭐 하는데? 나는 서남시장 왔다.” 엄마와 함께 주말 점심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걸려온 이모 전화 한 통에 우리는 곧장 서남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대구 달서구 감삼동에 위치한 서남시장은 1984년 개장해 지금까지 오랜 시간 지역주민들의 삶과 함께 호흡해 온 생활형 시장이다. 지하철 2호선 감삼역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공영주차장도 두 곳이나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으로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시장 골목에는 반찬, 떡, 과일 등이 반갑게 얼굴 내밀며 인사하는 모습이 전통시장의 정겨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서남신시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음식은 ‘족발’이다. 덕분에 ‘맛의 거리’로 불릴 만큼 족발은 이 시장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족발로 유명한 골목에는 30년 넘는 오래된 점포부터 SNS를 통해 입소문 난 맛집까지 다양한 족발집이 즐비하다. ‘김주연왕족발’, ‘한상일왕족발’, ‘만원족발’ 등은 주말이면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떠올리면 군침이 도는 맛있는 족발 덕분에 시장을 많이 찾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족발 외에도 삼계탕, 떡갈비, 전통떡, 만두, 분식류 등 가성비 좋은 먹거리들이 시장 곳곳에서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들에 마음이 부자가 된 듯했다. 먹거리만 풍성한 게 아니었다. 시장 중간중간에는 잡화점, 옷 가게, 문구점도 자리 잡고 있어 장 보러 왔다가 추억을 마주치는 느낌이었다. 낡은 간판 밑 오래된 의류점에는 옛날 스타일 원피스들이 가득했고, 오래전 엄마가 입던 옷 같아 괜스레 정겨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시장의 활기였다. 상인들은 손님 한 명 한 명을 반갑게 맞았고, 서로 안부를 나누는 이웃들의 인사도 따뜻했다. 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요즘 보기 힘든 정서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또, 인근에는 두류공원, 이월드, 중리동 곱창 골목, 퀸스로드 패션 거리 등 다양한 명소들이 있어 시장 탐방과 지역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시장 탐방과 함께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서남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물건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덤을 얹어주시는 상인의 손길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골라주려는 마음 씀씀이에서 진짜 ‘시장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정이 서남시장에는 살아 있었다. 골목 끝 작은 국밥집에서는 소박한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택배 상자를 한 손에 든 상인 아저씨,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가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부모님과 아이들까지. 각자의 사연이 모여 시장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시장 입구 쪽에는 새롭게 단장한 간판들과 LED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다. 옛 전통시장 특유의 정취는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비된 통로와 편리한 시설 덕분에 젊은 세대도 부담 없이 시장을 찾을 수 있다. 구석구석 마련된 고객 쉼터 덕분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리기도 좋았다. 우리는 이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사고 달콤한 간식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이모가 함께 웃으며 나란히 걷는 모습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어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아빠와 동생까지 데리고 다시 한 번 서남시장 나들이를 하고 싶다. 한 번 방문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맛과 정이, 이곳엔 분명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

살아있는 장터 포항 오천 오일장

오일장(五日場)은 닷새마다 서는 지역 전통시장이다.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다슬기를 사기 위해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천 오일장을 찾았다. 대형마트나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있지만 굳이 더운 여름 뙤약볕 아래 오일장을 찾은 것은 살아있는 다슬기를 사기 위함이다. 손질된 냉동 다슬기는 비싸기도 하지만 중국산도 많다. 도로 갓 길을 점령한 노점상들. 얼핏 중구난방인 듯하지만 5일마다 서는 장날은 엄격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다슬기를 찾으며 시장 구경을 한다. 과일, 뻥튀기, 도넛, 족발, 생선, 젓갈, 채소, 언제나 긴 줄을 서는 가마솥 통닭에 각종 꽃 화분까지 없는 게 없다. 닷새마다 피는 삶의 풍경에 정겨움이 묻어난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불렀다던 유행가 한 구절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노래 속 장터도 오일장이다. 닷새마다 열리는 오일장은 포항 근방으로 1·6일 기계시장, 2·7일 흥해시장, 3·8일 구룡포시장 4·9일 안강시장, 5·10일 오천시장이 있다. 기계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은 상설시장을 겸한다. 세월이 좋아지며 잘 갖춰진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 로컬푸드 직거래까지 가능해졌지만, 오일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서민들의 삶 가까이에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터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삶의 공간이다. 근대의 상설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오일장은 자생적 상거래의 현장이다. 조선 전기에는 장이 서는 간격이 일정치 않았으나 조선 후기 들어서면서 오일장의 형태로 자리 잡는다. 30리에서 60리 간격으로 장터가 형성되었고 날을 달리해 돌아가며 장이 열리니 보부상들은 이를 따라 순회하며 장사를 했다. 이들을 ‘장돌뱅이’라 불렀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봉평장도 오일장이다. 오일장은 단순히 경제적 상거래 장소를 넘어 시대마다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조선시대엔 민심이 모이는 날로서 탐관오리의 착취에 항거하는 날이 되기도 하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의 디데이로 활용되기도 했다, 혼담이 오가고 마을의 여론이 형성되던 곳. 생활정치와 공동체의 공간이었다. 대형마트와 상설시장의 출현으로 유통시스템이 변화하면서 전통시장이 많이 줄었다. 야외시장이라 냉난방이 어려운데다 화장실과 주차 같은 편의시설이 미흡하고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식재료의 원산지나 영양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있는 시장’을 찾는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활기가 넘치고 대형마트에서는 할 수 없는 흥정의 재미를 즐기기도 한다. 볼거리가 많다보니 시장 구경 자체가 힐링이다. 청결 문제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단순 시장이 아닌 우리 민족의 정취와 지혜가 담긴 상징적 유산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어 문화산업으로서의 전승 가치도 지닌다. 장날을 기다리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듯 변함없이 사람이 북적인다. 불편함 마저 즐기는 그곳에는 따뜻함도 배어있다. 닷새마다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는 오일장은 일상에서 즐기는 작은 축제다. 장터에서 구입한 생 다슬기를 잘 손질해 소분해서 냉동 보관한다. 그냥 뿌듯하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

홍명보호 외국인 코치진, 7~8월 해외파 선수들 점검

한일전 패배 후 준우승으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아쉽게 끝낸 홍명보호의 시계는 이후에도 바쁘게 돌아간다. 17일 축구 대표팀에 따르면 홍명보호의 주앙 아로소, 티아고 마이아 두 포르투갈 출신 코치가 7∼8월 유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점검한다. 동아시안컵을 마치고서 바로 다음 날인 16일 출국한 아로소, 마이아 코치는 잠시 쉬다가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덴마크, 벨기에, 영국, 독일 등을 돌며 주말마다 거의 매일 경기를 관전할 계획이다. 특히 아로소 코치의 선수 점검 계획엔 독일 묀헨글라트바흐의 리그 경기도 포함돼 있다. 묀헨글라트바흐는 SNS 등을 통해 한국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온 한국계 독일 국적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가 뛰는 팀이다. 카스트로프는 2부 뉘른베르크에서 뛰다가 올여름 이적해 분데스리가 1부 리거가 됐다. 홍명보호는 지난겨울에도 국내 코치를 현지에 보내 카스트로프의 경기력을 확인한 바 있다. 병역 등 카스트로프의 대표팀 승선 걸림돌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표팀은 그가 잠재적 가용 자원인 만큼 꾸준히 체크하겠다는 방침이다. K리거와 J리거만으로 선수단을 꾸린 동아시안컵은 1년 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국내파 선수들을 점검할 기회였다. 2024-2025시즌을 끝내고 푹 쉰 유럽파 선수들은 슬슬 각 소속팀에 복귀해 프리시즌 친선전과 훈련 등을 소화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 선수들이 2025-2026시즌을 순조롭게 시작해야 홍명보호의 북중미 월드컵 도전은 수월해진다. 특히 홍명보호의 9월 미국 원정 평가전 2연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대표팀 포르투갈 코치진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이번 원정은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를 수도 있는 미국에서 실전 테스트를 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 멕시코, 15위 미국으로, 둘 다 23위 한국보다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시안컵 한일전 패배로 악화한 여론을 되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9월 A매치 승리다. 홍명보호는 한국시간 7일 오전 6시 미국 뉴저지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맞붙는다. 이어 현지시간 9일에 멕시코를 상대한다. 이 경기 장소와 킥오프 시간은 결정되지 않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새로 시도한 스리백 전술에 잘 녹아들면서 전술을 담당하는 아로소 코치를 비롯한 포르투갈 코치진과 국내 코치진 사이에 신뢰가 더 깊어졌다"면서 "한국과 유럽에서 지속해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관찰하며 어려운 상대를 마주할 9월 A매치를 준비할 예정이다. 필요하면 홍 감독이 8월 중 직접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하러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25-07-17

여자농구, 아시아컵서 인니에 대승… 중국 이어 조 2위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인도네시아를 완파하고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여자 농구 대표팀은 16일 중국 선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5 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95-62로 제압했다. 14일 1차전에서 뉴질랜드를 76-74로 따돌린 뒤 전날에는 중국에 69-91로 완패했던 한국은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마쳤다. 한국은 3연승을 거둔 중국에 이어 A조 2위에 올랐다. 뉴질랜드(1승 2패)와 인도네시아(3패)가 뒤를 이었다. 이번 대회에선 조별리그 각 조 1위 팀이 준결승에 직행하며, 2∼3위에 오른 4개 팀이 진출전을 벌여 4강에 합류할 두 팀을 가린다. 한국은 B조 3위 팀인 필리핀과 18일 오후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이번 대회는 내년 9월 독일에서 열리는 FIBA 여자 월드컵 본선 출전권과 연결돼있다. 우승팀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가져가며, 2∼6위 팀에는 월드컵 퀄리파잉 토너먼트 출전권이 주어진다. 한국은 1965년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로 시작한 이 대회에서 12차례 정상에 올랐으나 2007년이 마지막 우승이며, 특히 직전 2023년 대회에선 역대 가장 낮은 5위에 그쳤던 터라 올해 설욕을 벼르고 있다. FIBA 여자 랭킹 14위인 한국은 A조 팀 중 가장 순위가 낮은 인도네시아(57위)를 맞이해 25-22로 근소하게 앞선 2쿼터에서 상대 득점을 12점으로 막고 23점을 올리며 48-34로 달아났다. 이후 3쿼터에도 기세를 이어가며 72-48로 멀찍이 도망가 수월하게 경기를 매조졌다. 간판슈터 강이슬(KB)이 부상으로 뛰지 못한 가운데 대표팀에선 박지현이 18점 7어시스트 5리바운드 3스틸, 신지현(신한은행)이 15점으로 맹활약했다. 두 선수는 3점포도 3개씩 꽂았다. 강유림(삼성생명)이 11점을 보탰고, 대회를 앞두고 몸이 좋지 않던 박지수(KB)는 7분여를 소화하며 6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2025-07-17

美 수전 케이시의 신작 ‘언더월드’ 과학과 모험이 만나는 심해 탐험기

미국의 언론인이자 베스트셀러작가인 수전 케이시의 신작 ‘언더월드-심해에서 만난 찬란한 세상’(까치)은 과학적 탐구와 모험적 서사가 결합된 논픽션이다. 이 책은 독자들을 지구 최후의 미개척지 ‘심해’로 안내한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필독서 선정 등 주요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출간 즉시 화제를 모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심해는 햇빛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수심 200m 이하의 바다로, 해양의 95%를 차지한다. 저자는 심해를 박광층(200~1000m), 무광층(1000~3000m), 심해저대(3000~6000m), 초심해저대(6000~1만1000m)로 나눠 그곳에 사는 생물과 가라앉은 난파선, 그리고 해저를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들려준다. 책에서는 깊은 바다에 대한 전설, 바다에 잠든 난파선들, 최초의 잠수정 조종사의 이야기와 더불어 심해의 복잡하고 신비로운 과학적 지식들이 저자의 잠수 경험과 함께 등장한다. 특히, 낯선 만큼 기이한 심해생물들과 최첨단 잠수함, 그리고 지구의 가장 깊은 곳으로 과감히 나아가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담아낸 사진들은 그간 접하기 힘들었던 심해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은 1장에서 중세 시대 심해를 ‘괴물의 소굴’로 여겼던 편견부터 시작해, 19세기 챌린저호 탐사로 시작된 과학적 접근법, 20세기 잠수정 기술의 혁신까지 심해 연구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펼친다. 2~4장에서는 윌리엄 비비, 오귀스트 피카르 등 목숨을 건 탐험가들의 드라마틱한 잠수 기록과 첨단 탐사 기술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3장의 ‘열수공’(해저 분화구) 생태계 묘사와 5장의 초심해저 생물 연구는 독자들에게 낯선 세계의 신비를 체험케 한다. 6장에서는 스페인 갈레온선 ‘산 호세’ 호를 비롯한 난파선의 수수께끼를 해양고고학적 시각으로 조명하며, 9장에서는 심해 광물 채굴과 생태계 파괴 위험을 경고한다. 저자는 탐사선 ‘파이브 딥스’ 승선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의 북극 몰로이 해연 도전기(7장), 트라이턴 사의 잠수정 ‘넵튠’ 개발 과정(8장) 등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며, 심해가 지닌 경제적·생태적 가치를 균형 있게 짚어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7

베일에 싸인 테크 제국 ‘화웨이’ 완전 해부

미국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중국 기업은 어딜까? 인공지능(AI) 선두주자인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화웨이다.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는 미·중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미국의 제재를 보란 듯 뛰어넘고 있다. 삼성이 세계 1위로 입지를 다진 폴더블폰 분야에서도 2위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화웨이를 주목할 시간이다. 신간 ‘화웨이 쇼크’(생각의힘)는 늘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던 비밀스런 테크 제국 화웨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창업자 런정페이의 생애와 발전사, 최신 동향이 시간순으로 서술돼 있고 주요 에피소드를 화웨이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꼼꼼히 묘사해 이 한 권으로 화웨이라는 기업을 깊이 알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WP) 테크 전문 기자 에바 더우의 밀착 취재로 완성된 이 책은 5년 만에 나온 화웨이 관련 도서이자 현재 가장 첨예한 이슈인 화웨이를 완벽하게 해부한 첫 책이 될 것이다. 화웨이는 일찍이 중동, 아프리카, 유럽으로 진출해 구축한 통신 장비 세계 1위라는 토대 위에서 자체 개발 스마트폰 ‘메이트’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압도적 내수 소비로 미국의 제재를 극복했다. 2024년 매출 역대 2위를 기록한 화웨이의 행보는 놀라웠다. 매출의 20%를 연구개발비에 쏟은 것이다. 이는 순이익의 3배 가까운 액수였다. 책은 한때 통신장비나 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쯤으로 여겨지던 화웨이가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하는 수준까지 성장하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으로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任正非·81) 최고경영자(CEO)가 최소 100년 정도 지속 가능한 중국 기업을 만든다는 계획을 품고 있었다고 책은 설명한다. 그는 IBM을 비롯한 외국 기업을 직접 찾아가 벤치마킹하고 자신만의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책은 중국이 1980년대 이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혼합한 독특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관리 경제체제를 유지하며 이룬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바로 화웨이라고 평가한다. 런정페이의 장녀이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는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현지 경찰에 체포된 뒤 2년 9개월여 만인 2021년 9월에서야 풀려났다. 미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1기 시절인 2020년 5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으며 작년 7월 독일 정부는 자국 주요 통신사들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의 부품을 5년 이내에 5세대 이동통신(5G)에서 배제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서구 국가들의 움직임은 적대적이지만 화웨이는 여전히 5G 장비 판매량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책은 화웨이가 내수 시장에서는 중국인의 애국심 덕을 봤고 신흥 시장에서는 수요가 꾸준히 성장해 악조건에서도 1위를 유지했다고 풀이한다. 2016년 중국에서 열린 화웨이의 P9 스마트폰 홍보 행사 무대에는 할리우드 스타 스칼릿 조핸슨이 직접 등장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7

편안하십니까?… 지나친 편안함이 삶을 망친다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안락한 시대에 살고 있다. 실내 온도 조절부터 풍족한 식량, 첨단 의료 기술까지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의 건강 전문기자 마이클 이스터는 신간 ‘편안함의 습격’(수오서재)에서 “과도한 편안함이 오히려 건강과 삶의 의미를 좀먹는다”고 경고한다. 마이클 이스터는 알코올중독에 빠진 건강 전문 저널리스트였다. 자기파괴적이며 모순적인 삶의 패턴을 끊어내고, ‘불편한 도전’이 인간에게 진화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선다. NBA 최고의 운동생리학자를 만나 육체적으로 힘든 과제에 도전하는 훈련법의 비결을 배우고, 부탄의 종교 지도자를 만나 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죽음과 행복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 젊은 신경과학자의 연구실에서는 자연이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하고, 과부하와 불안을 치유하는 방식을 확인한다. 도시 환경을 벗어나 자연에서 실질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과 연결되는 것의 중요성, 신체 활동 부족이 초래하는 건강 문제들, 배고픔은 단순한 결핍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몸이 더 건강하고 강력하게 기능하도록 하는 생존 메커니즘이라는 연구 결과들, 운동의 이점과 어떤 종류의 운동이 가장 적합한지에 대한 정보들, 그리고 디지털 연결은 증가했지만, 의미 있는 연결이 줄어든 현대인의 삶에 대해 깊이 고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직접 극한의 불편함에 놓이기 위해 33일간의 알래스카 오지 순록 사냥을 떠난다. 인간이 단 한 번도 밟지 않았던 땅이 존재하는 곳,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야생의 땅에서 뼛속까지 얼리는 추위, 힘듦, 배고픔, 더러움, 고요와 따분함 등 ‘야생으로의 회귀’를 몸소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편함이 가진 효용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흥미진진하고 이색적인 사냥기와 더불어 전 세계 전문가들이 수년간 쌓아온 방대한 수치와 연구 결과들이 페이지를 오가며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저자는 자신의 여정을 “‘인간을 더 오래 살게 만드는 요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더 쉽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고 고백하며, ‘편안함의 습격’을 변화의 기록이라고 부른다. 이 모든 여정 속에서 이스터는 건강과 행복에 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시 이해하기 위해 일상에 약간의 불편함과 도전들을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완전한 편안함보다는 적절한 스트레스와 도전은 오히려 우리를 더 강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저자는 삶의 진정한 충만함이 편안함의 울타리 밖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무감각해진 사고를 자극하고 동기를 유발해 내면에 숨겨진 야성을 발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부 ‘아주 힘들어야 한다, 그러나 죽지 않아야 한다’에서는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수준의 고생이 신체적 강인함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2부 ‘따분함을 즐겨라’에서는 자연 속 고요가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임을 신경과학 연구로 뒷받침한다. 3부 ‘배고픔을 느껴라’에서는 칼로리 제한이 세포 재생과 면역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최신 이론을 소개한다. 4부 ‘매일 죽음을 생각하라’에서는 부탄의 죽음 성찰 문화에서 배우듯, 유한성이 삶의 의미를 깨운다고 말한다. 5부 ‘짐을 날라라’에서는 신체적 부담이 근육과 정신력을 단련시킨다는 인류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이스터는 알코올중독과 운동 부족으로 무너졌던 자신의 삶을 복기한 뒤 “편안함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불편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여정은 자연과의 연결, 신체 활동, 정신적 성찰이 결합된 ‘불편함의 미학’을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 때로는 일부러라도 불편해질 궁리를 하는 것. 그것이 인간 본연의 생명력을 잃지 않는 지혜다.” 존 프랭클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기술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삶의 진정한 충만함은 안락함이 아닌, 작은 도전과 불편함 속에서 피어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독자들에게 일상의 틀을 깨는 용기를 촉구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7

‘물순환촉진법’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력을 피부로 느꼈다. 기록적인 폭우로 대구 도심의 도로가 순식간에 흙탕물에 잠기고, 연이은 가뭄에 청도 운문댐이 바닥을 드러내는 모습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도시를 뒤덮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길을 막아버렸고, 왜곡된 물의 흐름은 기후변화라는 ‘위협 증폭기’를 만나 홍수와 가뭄이라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물관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이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물순환촉진법)이 바로 그 전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물순환촉진법’은 무엇이 달라지는 것일까? 핵심은 ‘통합’과 ‘회복’이다. 이 법은 빗물을 더 이상 빨리 내다 버려야 할 골칫거리가 아닌, 땅에 스며들게 하고(침투), 잠시 머물게 하여(저류), 다시 사용하는(재이용) 소중한 자원으로 바라본다. 이를 위해 ‘물순환 촉진’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는 단순히 재해 예방을 넘어 깨끗한 물 공급, 수생태계 보전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활동이다. 법은 투수성 포장, 빗물정원, 인공습지 같은 ‘물순환 시설’을 체계적으로 설치하도록 장려한다. 특히 물순환 왜곡이 심각한 지역을 ‘물순환 촉진구역’으로 지정해 국가가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관리하게 된다. 환경부가 국가 전체의 청사진(국가물순환촉진기본방침)을 그리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국고 보조를 통해 사업 비용을 지원하고, 관련 제품의 품질을 인증해 주는 제도로 산업 발전도 꾀하게 된다. 세계의 선진 도시들은 이미 도시가 거대한 스펀지처럼 기능하는 ‘스펀지 시티’로 변모하고 있다. 독일은 건물의 지붕이나 주차장처럼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면적’이 넓을수록 하수도 요금을 더 내게 하는 ‘빗물세’를 도입했다. 이는 시민들이 스스로 옥상에 정원을 가꾸고, 마당에 투수 블록을 깔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미국 포틀랜드시는 ‘깨끗한 강 보상(Clean River Rewards)’ 프로그램을 통해 빗물정원 등을 설치한 시민에게 수도요금을 직접 깎아준다. ‘물순환촉진법’ 시행을 계기로 대구·경북은 기후 위기 시대에 지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고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독일의 빗물세처럼 지역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재원 조달 체계를 조례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 둘째, ‘제도개선’과 실행 조직 구축이 시급하다. 물순환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세워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고,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물순환촉진법’에 명시된 ‘지원센터’나 ‘전문인력 양성기관’과 같은 핵심 기관을 우리 지역으로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대구·경북이 물산업 선도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물순환촉진법’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쥔 지금이야말로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 안심 도시’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이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07-17

복날이 뭐지?

달력을 보니 초복이 코앞이다. ‘복따름’을 해야 이 더운 날씨를 어떻게 해서든지 버티지 싶어 삼계탕집에 전화를 돌렸으나 이미 허탕이다. 어지간한 집은 예약조차 받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니 더운 날씨에 더 더운 듯하다. 불난 집 앞에서 부채질한다더니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친구가 ‘복따름’이 아니라 ‘복달임’이라고 단어를 수정해 준다. 대충 알아먹으면 될 것을 지적질이다. 닭 한 마리도 못 먹어 헤매는 사람보고 부아를 돋운다. 시청에 가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장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에서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그중에는 개고기 먹지 말자는 취지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칠성시장 개 판매 장소를 없애 달라고 시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 경동시장의 개 도살장이 없어지고 국내 3대 개 시장 중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과 부산 구포시장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대구 칠성시장의 개 시장을 폐쇄해 달라는 것이었다. 복날쯤에 어김없이 나오는 ‘개고기’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다. 보신탕, 보양탕이라 부르는 개고기는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 중 하나였으나 시대가 개고기 먹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니 방법이 없다. 이젠 법으로 못 먹게 되다 보니 강짜 부린다고 될 일도 아니다. 복날에 복달임을 위해 가족이나 이웃이 모여 노는 것은 ‘복놀이’라 한 것을 보면 가족 친지들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더위를 이겨보자는 뜻이 강한 것 같다. 특히 어른들 여름에 기력이 빠질까 싶어 챙기는 의미로 여름 들어갈 때 한 번, 중간에 한 번 그리고 여름 끝날 때쯤 마지막으로 건강을 챙겨드리는 마음에서 복놀이를 한다. 이게 우리가 복날을 챙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복은 어른들 여름 나시라고 영양가 있는 음식 챙겨드리는 날로 배웠고 여태 그렇게 해왔다. 애들 외숙모가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초복날 일이 터졌다. 집사람이 갓 시집온 처남댁에게 초복 날 장인어른 안 챙긴다고 나무란 것이다. 찾아뵙지도 못하면 전화라도 해서 안부를 여쭙는 것은 상식이건만, 그냥 넘기는 바람에 장녀인 집사람이 열이 뻗혔다. “우리 집에선 초복 행사 같은 건 없어예.” 아마 처남댁 집에선 초복이란 행사 자체가 없었던 모양이다. 모르면 처남이라도 언질을 줘야 하건만 똑같았다. 갑자기 팔에 소름이 돋아 딸들에게 시집가서 초복 행사 가볍게 여기다가 아비 어미 욕 먹이지도 말라고 ‘단디’ 교육했다. 이제 삼십여 년이 흘러 장인어른도 돌아가셨고 애들도 삼십 대에 접어들어 각자 결혼해 생활이 바쁜 것 같다. 가족끼리 함께 밥을 먹는 시간도 거의 없는지라 밥상머리 교육인지 뭔지도 해 본 적이 까맣다. 문득 시대가 형식적인 절차나 예절 방식 같은 것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편한 세상에 살면서 피곤하게 절차 따지는 것이 우습게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모든 게 대충 대충이다.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전화 한통으로 안부만 물어줘도 될 일인데 이조차 허례허식으로 치부한다면 할 말이 없다. 괜히 복날에 복잡한 식당 찾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집에서 수박이나 시원하게 한 통 잡아야겠다. /노병철 수필가

2025-07-17

상선약수의 교훈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삶의 기본이라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누구와 다투지도 않고 억지로 무엇을 하지도 않으려하며 오히려 만물을 이롭게 한다고 했다. 도가사상의 창시자인 노자는 물은 겸손하며 유연하고 포용력이 있으면서도 강인함이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자연 순리에 따르는 삶을 옳은 태도라 가르쳤다. 물은 흔하지만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지구상 생물체를 살 수 있게 하는 물질이다. 물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다. 바다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열을 저장해 기후를 부드럽게 한다. 사람의 인체도 70% 이상이 물이다.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매일 1~5l의 물을 먹어야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사람 몸에 물이 2%가 부족하면 갈증이 오고, 5%가 부족하면 뇌사 상태가 된다고 한다. 물은 컵에 담으면 컵 모양이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그릇 모양이 된다. 물의 유연하고 정직한 기질처럼 사람도 남을 이롭게 하고 겸손하게 사는 것이 노자의 상선약수에 담긴 의미다. 한 나라의 장관은 행정부의 으뜸 관료다.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국민들 앞에 모범이 되고 깨끗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정에 대한 신뢰도 그로부터 시작된다. 이재명 정부의 장관 청문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으나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를 두고 청문회가 파행으로 흐르고 시끄럽다.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 그들이 일해 보면 안다. 후보자들이 만약 장관이 된다면 노자의 상선약수의 마음 정도는 가져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7

경주 두 번 찾은 총리, APEC 성공 기대치 높였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5일과 16일 양일간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회의장을 방문했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경주 APEC 준비상황을 둘러본 데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김 총리의 방문에는 외교부 관계자와 경북도 부지사, 경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숙박시설, 공사 진행 상황, 문화콘텐츠 준비현황을 일일이 점검하고 K-APEC을 기존의 어느 정상회의보다 특별하게 만들 것을 당부했다. 그는 16일 경주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경제계 포럼인 대한상의 하계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경주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한국의 초격차 산업역량과 문화적 비전을 결합해 세계에 새로운 행사모델을 제시할 기회”라고 밝히고 “APEC 경주를 대한민국의 새 출발점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포럼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전국 상의회장단, 기업인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APEC 정상회의와 글로벌 경제인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기업인도 모두 한뜻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위원회도 경주에서 10월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인구 구조 변화 공동대응을 위한 경주선언을 채택하자는 제안을 16일 했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경주 APEC 행사가 대통령의 관심과 김 총리의 방문, 경제계의 동참 등으로 서서히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와 경제계 등 범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관심을 모으면서 행사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행사가 개최되는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역의 명예를 걸고 빈틈없는 준비로 역대 최고의 APEC 행사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년만에 돌아온 글로벌 행사를 유치한 경주와 경북도는 행사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포스트 APEC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2만여 명의 외국인이 경주를 찾는 일은 앞으로도 드물 것이다. 지난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실패로 인한 국가적 망신을 교훈으로 삼아 특별한 각오로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2025-07-17

농축산물 시장 개방, 농촌소멸 가속화 한다

미국이 다음 달 1일 25%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사과와 소고기, 쌀 등 민감한 품목들이 개방 대상으로 거론되다 보니, 최대 농업도시인 경북 도내 농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준비 중인 정부 당국은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혀, 미국 측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과와 소고기, 쌀 등의 시장개방은 우리나라 농가의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는 농민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경북도로서는 사과와 소고기가 최대 민감 품목이다. 경북지역 사과 생산량은 전국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소 사육 규모는 전국 1위다. 미국산 사과와 소고기는 국내산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 특히 이미 일부 개방된 한우와 달리, 사과는 개방하게 되면 대폭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미국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0배가 훨씬 넘는다. 사과 주산지인 청송의 한 농가는 “미국 사과는 한국 사과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북도의회와 청송군의회는 최근 “미국산 사과 수입이 현실화하면 경북 농가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농정당국은 소고기와 사과의 경우 검역 완화 조치 등을 통해 수입을 상당 부분 허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양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들어 이상기후로 사과값이 폭등하자 “수입 과일 가격은 국산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낮다”며 과일 검역 절차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난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농업을 콕 집어 관세 협상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많다. 경북도의 경우, 이제 막 ‘농업대 전환’ 정책을 통해 청년인구 유입, 농가소득 향상 등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의 농축산물 수입 개방 조치는 이러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농촌소멸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2025-07-17

‘케이팝 데몬 헌터스’

몇 주 전부터 초등학생인 딸이 “엄마, 진짜 재밌는 만화가 나왔어, 꼭 봐”라고 해 보게 된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요즘 전 세계적 흥행으로 41개국에서 글로벌 영화 부분 1위를 기록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다. 줄여서 ‘케데헌’. ‘케데헌’ OST 6곡이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그중 ‘골든’은 가상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1위라는 기록을 썼다. ‘케데헌’은 K-POP 그룹 ‘헌트릭스’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다.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의 혼을 빼앗아 온 악귀들을 물리쳐 온 헌터들은 아름다운 춤과 노래로 악귀를 물리치고 백성들의 혼을 지켜 온 히어로들이었다. 헌터들은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대를 이어 이어 왔고 현대에 들어와선 가수의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이번엔 악귀들이 이이제이로 근사한 보이 그룹의 모습으로 나타나, 멋진 외모와 춤,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래로 사람들의 혼을 빼앗으려 하고, 현재의 헌터스인 헌트릭스가 이를 막으려 싸우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이 영화는 미국 자본과 일본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미국 영화지만 케이팝 스타와 한국인, 한국 문화, 거리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이질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리더 루미가 몸이 허해져 삼계탕을 먹으러 간 식당에선 숟가락과 젓가락이 냅킨 위에 놓여 있고, 삼계탕엔 파채가 들어가 있다. 주인공 루미와 진우는 낙산공원 성곽길과 북촌마을에서 만난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콘서트에서 에너지를 쏟기 전 먹는 김밥과 떡볶이, 순대, 컵라면과 같은 분식들도 잘 표현되어 있고, 멤버들이 일상생활에선 수면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까지 한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인가 싶을 정도로 우리의 실생활과 문화를 잘 묘사했다. 주인공 루미와 진우의 메신저 역할을 해주는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 민화 ‘호작도’에서 따온 모습인데, 이런 흥행을 짐작하지 못했던 제작사에서 굿즈 제작을 하지 않은 탓에 국립중앙박물관 민화 호랑이 굿즈가 엉겁결에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도 있다. 한국의 모습 그대로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세계를 열광하게 하는 세상이 되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국의 모습 그대로이기만 해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음이 이번 ‘케데헌’ 열풍으로 증명됐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을 창출하여 세계의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라는 김구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칼로 이긴 것은 이긴 자도 진 자 모두 행복할 수는 없고, 힘으로 이긴 것도 소외되고 짓밟히는 누군가를 남기기 마련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인 미국의 대통령은 요즘 돈으로 다른 나라를 이겨보려 하는 듯한데, 미국의 이 관세 쇄국 정책은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을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통보 받은 관세 시한을 앞두고 고심 중이고,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환율과 증시가 출렁거린다. 문화로 이기는 것만이 모두가 행복하게 이기는 길인가 보다.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문화로 이기는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김세라 변호사

2025-07-17

“영양새마을금고, 주왕산국립공원 ATM기 철거”소문… 상인 반발

영양청송새마을금고가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입구 상가 지역에 설치한 365코너(ATM기) 철거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영양새마을금고는 무더위 속에 금고를 찾는 회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려고 설치한 아이스크림 박스(냉동고) 철거논란<본지 7월11일 9면 보도>에 이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주왕산국립공원 상가번영회 조용광 회장은 17일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국립공원인데 단순한 금융서비스를 무시하고 있다. 수익성만 생각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어 조 회장은 MG새마을금고 경북지역본부에 철거 반대 입장의 호소문은 보냈다. 호소문에는 “영양·청송새마을금고가 합병되기 전 ATM가 설치됐는데 청송이 영양새마을금고로 합병 후 손실금이 발생된다고 이를 철거한다고 해서 답답한 마음이다"면서 “상가주민들은 ATM기 설치조건으로 새마을금고와 거래와 출자도 했다. 이제 와서 수익이 안난다고 철거 한다는 것이 맞느냐” 고 항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 이모씨는 “입소문이라지만 금고측의 ‘철거(?)’라는 말들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지역 회원들이 반발하는 것”이라며 “MG새마을금고 영양청송이 합병되면서 지역과 함께 상생해 나가는 면모가 안보여 내부 정비와 함께 좀 더 발전된 회원 관리 서비스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에 설치된 365 자동화코너는 청송새마을금고가 영양으로 합병 되기 전 윤병학 전 청송금고 이사장이 서울 한강·동작새마을금고 두 곳으로부터 각각 2000만 원씩 지원받아 지난해 4월 설치했다. MG새마을금고 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영양금고에 확인 결과 어느곳도 철거 할 계획은 없다. 단지 자체 감사에서 운영 경영상 수익측면에서 효율성을 기해야 되지 않는냐는 지적사항으로만 나왔고 현 이사장도 철거 계획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이스크림 냉동고 철거에 대해서는 “철거하라는 말은 없었고 아이스크림이 음식물이다 보니 다른 부작용이 우려돼 지적했다. 또 설치 전 사전 보고도 없어 직원들에게 질책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5-07-17

경북도 “국민 생명 보호 최우선” ‘마어서대피 프로젝트’ 전면가동

경북도가 기록적인 장맛비와 산사태 위험에 대비해 도내 전역에 ‘마을 사전 대피체계’를 전면 가동하며 재난 대응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철우 지사는 17일 “공무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며 “각 시·군과 마을순찰대가 주도적으로 주민 대피를 이끌어야 한다”며 도내 전 지역에 ‘마을 사전 대피체계’를 전면 가동했다. 이날 오전부터 청도를 포함한 경북 전역에 시간당 최대 45.5㎜를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주말까지 최대 200㎜ 이상의 강수가 예보되는 가운데 각 지자체는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해 산불 피해가 컸던 지역과 지형적으로 산사태 위험이 높은 지역은 주민 사전 대피 조치가 신속히 시행되고 있으며, ‘해 지기 전까지 대피 완료’라는 명확한 지침을 하달했다. 경북도 안전행정실 관계자는 “충청권에 시간당 100㎜ 폭우가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강수대가 북상 중인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국지성 호우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 대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2024년부터 5189개 마을에 ‘마을순찰대’를 조직, 공무원과 주민이 협력해 지역 재난에 공동 대응하는 ‘경북형 대피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프로젝트 명칭 ‘마어서대피’는 ‘마을순찰대와 함께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대피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을순찰대는 읍·면 단위로 편성돼 각 마을의 위험 요소를 실시간 점검하며, 특히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대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응급복구 장비와 인력을 사전 배치함으로써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경북도는 각 시·군의 공무원들과 순찰대가 협력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위험 지역에서의 자발적 대피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대응을 넘어 ‘공동체 기반 생명 보호’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17

포항스틸러스, 19일 전북전 매진하며 시즌 최고 열기 예고

포항스틸러스의 홈구장 포항 스틸야드가 이번 시즌 최고의 열기를 예고하고 있다. 오는 19일 오후 7시 전북현대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2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전례 없는 티켓 판매 열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경기 티켓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스템 접속 대기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팬들이 몰렸고, 불과 5분 만에 전체 좌석의 절반에 해당하는 7천석 이상이 판매됐다. 경기를 이틀 앞둔 17일에는 휠체어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뜨거운 관심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최근 ‘2025 EAFF E-1 챔피언십 동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승욱, 이호재, 이태석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포항으로 복귀해 전북을 상대한다는 점이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기성용의 이적 후 첫 경기라는 특별함도 더해져 관중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구단은 오랜만에 찾아온 홈경기를 맞아 다채로운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북문광장에서는 더운 날씨를 시원하게 해줄 부채와 플래시 스티커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직관을 기념할 흑백 사진존과 타투 스티커존도 운영된다. 송미해 밴드의 버스킹 공연으로 여름 저녁의 감성을 채우는 한편, 북문 MD 부스에서는 ‘여름 직관 필수템’인 반다나와 볼캡, 3단 자동 양우산 등을 판매한다. 또한 멤버십 전용 사인회를 비롯해 포토이즘, 푸드존, 푸드트럭 등 다양한 즐길 거리로 홈 팬들을 맞이한다. 경기 시작 전에는 6월 한 달간 뛰어난 활약을 펼친 김인성이 ‘에스포항병원 이달의 선수’에 선정돼 시상식이 진행된다. 김인성은 지난달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강원전과 제주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프타임에는 ‘파나크영덕’ 숙박권을 받을 수 있는 광란의 댄스 타임이 펼쳐진다. 이후 ‘영일만 친구’에 맞춰 전 관중이 플래시 응원을 함께해 스틸야드를 붉게 물들일 예정이다. 포항스틸러스 홈경기 티켓은 현재 매진 상태지만, 취소 티켓에 한해 티켓링크와 경기 당일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벤트 관련 자세한 내용은 구단 공식 SNS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7-17

완구·킥보드·안전모 등 53개 제품 리콜 조치···납·가소제 초과 검출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여름철 수요가 많은 완구, 킥보드, 여름의류 등 1,082개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성 조사에서 53개 제품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리콜 대상은 △어린이제품 30개 △생활용품 13개 △전기용품 10개로, 이 중 완구(6개), 어린이용 가구(5개), 어린이용 섬유제품(3개) 등에서 납·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등 유해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적발됐다. 낙하강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킥보드(4개)도 포함됐다. 생활용품에서는 충격 흡수 성능이 떨어지는 승차용 안전모(4개), 유해 물질이 검출된 마스크(3개), 부력이 미달된 구명복(1개) 등이 문제가 됐다. 전기용품에서는 온도상승 부적합으로 화재 위험이 있는 콘센트·플러그(5개), 과충전 방지 기능이 미비한 휴대용 선풍기 전지(1개) 등이 리콜 대상에 올랐다. 국표원은 해당 제품의 시중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제품안전정보센터(www.safetykorea.go.kr)’와 ‘소비자24(www.consumer.go.kr)’를 통해 제품 정보를 공개하고, 26만여 유통매장과 연계된 위해상품판매차단시스템(UPSS)에 등록을 완료했다. 김대자 국표원장은 “여름철 제품 구매 시 KC마크 확인이 필수”라며 “리콜 제품 회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추가 조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