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만약 그 때 그 백화점에 취직했더라면, 어쩌면 평생 그 일리노이 시골 마을을 떠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마흔 번째 대통령을 지냈던 로널드 레이건의 자서전 첫 줄이다. 그의 고향 일리노이주의 딕슨이라는 동네는 지금도 인구 만오천을 겨우 헤아리는 아주 작은 마을. 고교 졸업을 눈 앞에 두었을 즈음, 마을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몽고메리 워드` 백화점이 들어온다는 뉴스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흥분하였지만, 이를 누구보다 반겼던 이들은 마침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었던 레이건과 그의 친구들.그 가운데에도 청년 레이건은 학교 성적이 좋았을 뿐 아니라, 출중한 외모에 학교방송국 아나운서로 그리고 마을 한 가운데를 흐르는 강에서 인명구조원으로 맹활약을 하였던 터이라 누가 보아도 새 백화점 신입직원 자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아니 그런데 어쩐 일이었을까, 동급생들이 모두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잡았지만, 그는 청천벽력처럼 낙방하고 말았던 것이다. 도무지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발생했으므로, 청년 레이건의 낙담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도 한참이나 지나서 쓴 자서전 첫 줄이 이를 회상하고 있었을까! 그런데, 그가 무엇이라 적었는지 다시 읽어 보자.아뿔싸, 그 때 만약 그 직장을 잡았었더라면 시골 마을에 그냥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돌아보는 마음이란다. 그 때는 깊디깊은 상처를 안고, 졸업하자마자 도망치듯 떠나 버렸던 마을이었다.하지만, 90을 넘겨 살아낸 끝에 돌이켜 보니 그 날의 실패와 좌절이 안겨 준 것은 절망의 낭떠러지가 아니라 오히려 성공과 희망의 사다리였다는 것이 아닌가.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특별히, 이 나라 청년들의 오늘 상태는 어떠한가 묻는 것이다. `88만원 세대`는 이제는 고전인가, 이 나라 청년들 열 명 가운데 넷은 `이번 생은 망했다`며 늘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하는 모양이다.뭘 해도 되는 게 없으니, 이젠 아예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며 `다음 생을 기대하겠다`고 하니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미친 세상에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다` 고 한다. 오죽 힘이 들면 이토록 자조적일까.하지만, 정신과 의사이며 작가였던 스캇 펙은 그의 책 `가지않은 길(The Road Less Traveled)`의 첫 머리에서 지나칠 만큼 간명하게 적고 있다. `삶은 힘들다(Life is difficult.)` 문장이 놀랍게도 현재형이다.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지금 이 순간이` 힘들다는 것이다.오늘이 버겁지 않은 이, 나와 보라고 하자. 이제 오늘을 사는 청년들에게 차라리 자신있게 권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가진 상황이 어려운 것을 인정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오늘은 만만치 않은 것 또한 받아들이기로 하자. 차라리 그 어떤 상황에라도 묵묵히 최선을 던지며 저 끝에 돌아보는 흐뭇함을 누리기로 하자.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생각 가운데 청년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당신들은 오히려 의연한 젊은이들이 되기로 하자. 정답없는 세상에 내동댕이쳐 진 것으로 자조하기 보다는, 없는 정답을 만들어 가는 나만의 열정을 불태우기로 하자. 처절한 낙담으로 내려가기보다 불같은 기대로 올라가기로 하자. 어차피 이 나라는 청년들이 살려내야 한다. 어른들이라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는 걸 보고 있지 않은가. 사회도 바꾸고 경제도 건지며 문화도 일구어 주시라. 젊은 사자들이 포효하는 나라가 한번 되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바로 그 힘든 자리에서 이 나라의 내일을 빚어내시라. 건투를 빈다.
2017-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