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국제불빛축제가 한여름의 열기를 가득 담아 지역을 뜨겁게 달군 끝에 막을 내렸다. 축제장에서 목격한 수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모습에는 기대와 소망이 가득했다. 해를 거듭하며 새로운 모습을 가지려 노력하는 지역의 축제를 바라보면서 시민들이 가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 몇 가닥을 나누고자 한다.
축제를 표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카니발(carnival)은 초기 기독교 전통 가운데 금식하고 절제하며 지내야 하는 사순절 직전에 보통 사람들이 신나게 먹고 마시며 즐기는 기간을 두었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교리와 전통에 따라 시민들이 사뭇 제한되고 억압된 분위기를 만나기 전에 보통 사람들이 자유롭고 해방된 분위기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며칠 동안의 기간으로 삼은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축제의 주인은 시민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고단한 삶 가운데 이렇게 만나는 축제 기간은 근심과 시름을 씻어 내리는 한바탕 놀이마당이자 열정의 분출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누리기 어려웠던 일탈과 파격이 허용되며 시민들의 상상력과 지역의 생동감을 회복하는 기간인 것이다. 그래서 축제가 지나간 후에는, 그렇게 다시 찾은 에너지를 일상에 기울이게 하여 우리의 날들이 새로운 활력을 찾도록 이끄는 것이 우리가 축제 마당을 여는 까닭일 것이다. 우리의 축제가 그런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그래서 있는 것이다.
축제는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높고 낮은 사람이 없으며 귀하고 덜 귀한 사람이 없다. 남자와 여자의 경계는 물론 노년과 청년을 가르는 일도 없어야 한다. 모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 흠뻑 즐길 수 있는 마당이 펼쳐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축제이벤트 가운데 진행되는 `내빈` 소개와 인사는 어딘가 생경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축제가 가능하기 위해 수고한 손길들과 노력들을 십분 이해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만, 축제의 순간에는 이를 즐기려 모인 시민들에게 축제의 본모습을 한시라도 당겨 선사하는 배려가 아쉬운 것이다.
축제장에 놓인 의자들은 축제가 가져야 할 자연스러움과 자유분방함을 오히려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모습으로 잔디밭이든 모래사장이든 삼삼오오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할 수는 없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의자들이 놓인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 사이에 생기는 야릇한 이질감과 미묘한 분위기는 우리가 극복하여야 할 숙제인 것이다. 우리의 축제가 진정으로 모든 이들의 한마당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아니 오히려 평소에는 덜 가졌거나 소외되었던 시민들이 축제 마당의 한 가운데로 초대되어 한껏 즐기는 모습을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포항문화재단이 축제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수고한 포항시와 축제위원회에도 감사한 마음이며, 새롭게 출범한 포항문화재단이 소기의 전문성을 돋보이게 하고 진정한 독립성을 확보해 해가 갈수록 의미있고 재미있는 축제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 시민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숨겨진 기량들을 쏟아내어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축제를 통해 시민들의 활력이 회복될 뿐 아니라 지역의 자부심이 더욱 끌어올려지고 결속력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되는 우리 지역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딘가 예산의 낭비가 아닌지 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면서 오히려 다음 축제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지역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축제를 멋지게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전하며 우리 지역이 축제를 통해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한층 풍요로워 질 것을 믿는다. 시민은 아직도 축제에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