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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대한민국

등록일 2017-07-27 21:19 게재일 2017-07-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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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규열<br /><br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이제 여름절기를 모두 지나 가을이 멀지 않았다. 아직 뜨거운 늦여름 더위자락이 남았을 터이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겨울, 뜨거운 열정과 분명한 소망을 담아 새로움을 향한 변화의 토대를 만들어 냈다.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 낸 역사치고 이처럼 치열하였으나 또한 이처럼 비폭력적인 사건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 봄, 그 토대 위에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낼 그릇을 쓸 만해 보이도록 준비하였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지켜보며 이 나라에 실제로 변화다운 변화가 나타나는지 그래서 정말로 나라다운 나라에 살게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는 이것을 `허니문(honeymoon)`이라고 부른다던가. 막 사랑의 단잠으로부터 결혼을 이루어낸 새 부부가 꿀처럼 달콤한 꿈을 꾸며 지내는 처음 몇 달. 바로 그런 신랑신부처럼, 우리는 과연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겨질 것인지 한껏 기대하면서 지내는 이즈음인 것이다. 그런데 허니문이 과연 꿀처럼 달디단 시간이기는 해도, 자칫 그리 길지 못할 것이라는 암시도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허니문, 밀월(蜜月)인 것이다. 한 달, 아니 그래봤자 몇 달. 달은 차고나면 반드시 기우는 법. 요즘은 신혼여행을 아예 깨버리고 헤어지는 젊은 부부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뜨거운 사랑과 열정 뿐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함께 할 때에야 성공적인 결혼이 가능할 것임을 저 허니문은 소설 속의 복선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이 나라는 오늘 과연 또 한번의 허니문을 잘 지나가고 있는가. 이미 몇 번의 좋은 기회들을 덧없이 흘려보낸 기억이 생생한 우리 국민들은 지금 지나고 있는 이 허니문이 우리를 성공적인 결혼에 이르게 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지는 것이다. 힘을 모아주며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잘 해주길 바라지만, 우리 시민들 각자는 지켜보면서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지나갈 이 허니문의 끝자락에는 행복한 결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아슬아슬한 개봉박두의 심정인 것이다.

최근의 일들 몇 가지만 짚어보자. 우선 저 최저임금 행진. 일단 모든 대선주자들의 공약이었음을 기억한다 하더라도, 우선 일 년쯤 해보고 평가해 보자는 대통령의 표현에는 그리 후한 믿음이 실리지 않는다. 경제적 실익은 고사하고 실패가 확인된다면 그 때는 어찌할 것인지 보다 더욱 면밀하게 분석하여야 하지 않았을까.

교육을 맡은 이들에게는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기존 시스템을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생각들을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일에 우리는 아직도 턱없이 못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부분인 것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평가와 분석, 그리고 군복무기간에 대한 기준와 결정에 있어서도 사회적 담론과 합의를 만들어 내는 데에 어딘가 서툰 솜씨가 엿보이는 것이다.

서툴고 어설픈 솜씨와 진행에 우리 국민은 어떻게 적절하게 반응하고 참여하며 이를 바로잡아 갈 것인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폭넓게 들어야 하며 최종결정을 만들어 가는 길을 보다 치밀하게 닦을 일이다. 결정을 먼저 하고나서 담론을 형성해 가는 일은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허니문. 이제 곧 반드시 끝나게 될 밀월의 끝자락에 좋은 결혼생활이 기다리고 있도록 지금 우리 모두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지금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분명히 보아야 한다. 한번 지나고 나면 더는 되돌리기 매우 힘들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지난 겨울과 봄, 그리고 바로 이 여름에도 역사는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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