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 말이 있었다. 서울을 가는 게 목표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좋다는 뜻이었을까. 도달해야 할 결과를 위해서라면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묻지 않고 인정하겠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과정이 혹 정당하지 않더라도 뜻하는 바는 무조건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정말 그럴까.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선거에 나섰던 정당에서 상대 후보의 흠결을 조작하여 선거운동을 진행하였던 일이 드러났다고 한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선거에 나선 이가 가진 목표는 물론 당선의 영광을 차지하는 것이라 해도, 그 과정에 이 정도의 거짓과 조작이 자행되고 또 작동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에 우리는 희망을 걸 수 있을까.
결과지상주의.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결과로만 이야기하자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숨가쁘게 살아 오느라 목표에만 집착하였던 지난 날을 이제는 찬찬히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우리들 뿐 아니라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이제 우리는 어떤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 것인지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 보인다 한들 과정이 정당하지 않다면 부끄러워할 줄도 아는 인성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결과지상주의를 삶의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에 진정과 정직을 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정직하여 나는 혹 손해를 보더라도 누구에게라도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함께 살아가는 성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경쟁. 그것도 무한경쟁.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하여, 누구에게도 지지 않기 위하여 긴장하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남을 이기면 나는 행복하여 지는 것일까. 경쟁한다는 것이 과연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이겨내야만 하는 일일까. 빌게이츠(Bill Gates)는 `나는 남들이 아닌 나 자신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산다. 쉬지 않고 나를 바꾸어 가는 일에 집중한다`고 했다.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 남들을 이겨내는 일에 매달리기 보다, 날마다 나를 이겨내 어제보다 나은 나 자신을 만들어 가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경쟁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른 정당을 밟고 올라서기 위하여 증거를 조작하기 보다, 자신의 정당이 가진 정책들이 국민의 마음을 끌어당기도록 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한없이 부끄러운 일이 되고 말았지만, 차리리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나라가 보다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하여 새롭게 바뀌어 갈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결과지상주의를 이제는 벗고 과정에도 진정과 정직을 심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남들을 경쟁의 목표로 삼아 이겨내려 하기보다, 나 자신을 진정한 경쟁 상대로 알아 부단히 새롭게 나아가는 첫 날들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번 일은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그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가려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가 거짓과 위선의 굴레를 떨쳐내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 교육과 사회 전반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결과지상주의의 폐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결과가 소중한 만큼, 과정도 정당하도록 우리 모두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저 정당만 부끄럽고 말 일이 아니라, 온 나라가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각자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목표를 위하여 뛰는 당신의 그 과정을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 것인지. 오늘 내가 이겨내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