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폭염으로 시달렸던 여름이 드디어 물러가는지, 아침에 들이마시는 기운에 이미 가을의 맛이 배어있다. 분주함과 변화로 가득한 우리네 삶이지만, 계절이 바뀌어 가는 일은 참으로 신통하고 감사한 것이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이 한결같이 같은 모양으로 찾아오는 변화로부터 우리가 깨달을 바는 무엇일까. 더 나은 것을 향하여 바뀌어 가되, 바로 그 변화의 흐름 가운데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고 유지해야 하는 일이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깨우침이 아닐까.
더 좋은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나아가는 향상심(向上心)을 가지면서도, 언제나 변하지 아니하며 지켜내는 중심 즉 항상심(恒常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자연은 우리에게 사계(四季)의 서로 다른 아름다움과 오밀조밀함을 보여주면서도 일정한 주기와 패턴을 어김없이 선사함으로 소리없이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바로 이 때에 우리는 과연 향상과 항상을 조화롭게 유지하고 발휘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원시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발전의 과정과 다양한 문명의 발현을 통하여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하여 왔다. 그 모든 변화의 몸부림 속에는 아마도 사람이 `행복`하고자 하는 한결같은 지향점이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지향점의 목적지가 `개인`이었는지 아니면 `공동체`였었는지에 따라 오늘 우리의 모습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행복을 위하여 사는 삶이 있을 것이고, 함께 어울리며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공동체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 어차피 사회적 동물이라면, 내가 행복해야 하는 만큼 사회도 행복하여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 `나`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 가운데 적절한 조화점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향상과 항상의 또다른 균형을 추구하는 일이 아닐까.
달걀값이 너무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이 살충제달걀 파동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다. 닭들이 더 많은 달걀을 낳아 더욱 효율적이며 보다 생산적인 경영을 하기 위하여 공장식 양계를 한 끝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양계업자들도 소비자들도 그리고 정부기관들도 어느 누구 하나 행복하지 못한 결과를 맞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지기 위하여 노력한 끝에 모두 불행해 졌다면, 이것이야말로 `문명의 역설(Paradox of civilization)`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이 어차피 모두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면,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공동체적 행복을 위한 항상심이 어떤 것들을 향해야 할 것인지 이제 우리는 생각해 볼 일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기업경영의 목표가 `이윤의 창출`이었다면, 이제 우리는 `사회와 공동체의 행복을 통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경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추격과 경쟁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그 효율경영과 가치경영 사이의 조화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값싸고 질높은 상품만 찾겠다는 `경제적 소비`로부터, 좋은 기업이 선한 뜻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만들어 낸 상품을 구입하겠다는 `윤리적 소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니 이미 소비자는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값이 떨어져도 달걀을 선뜻 구입하지 않고 있는 소비자들에게서 우리는 이미 가치경영과 윤리적 소비로 향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향상의 욕망으로 우리가 발전하여 간다면, 항상의 마음으로 우리는 중심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변하여 가는 것을 반기고 누리는 만큼,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한결같음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는 것이다. 이 가을에 삼라만상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변하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덕스러움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를 기대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