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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 연구의 이정표가 될 두 권의 책

김도형'THE OCEAN'편집위원한때 책 만드는 일에 종사했고, 그후로도 책과 관련된 일을 소소하게 이어온 터라 출판 동향에 대해 관심을 접을 수 없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처지여서 지역과 관련된 책에 눈이 더 가기 마련인데, 근래 만난 두 권의 책은 각별히 반가웠다.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이 낸 ‘일제의 특별한 식민지 포항’(글항아리, 2020)은 1935년 10월 발간된 ‘포항지’를 번역하고 해설과 주석을 덧붙인 것은 물론, 일제강점기 포항의 발자취를 다룬 다양한 사료를 담아냈다. 일제강점기 포항의 성장 과정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이 책의 발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김진홍 부국장이 서문에 밝혔다시피 이 책은 일제의 식민정책 성과를 과시하는 수단이자 포항에 정착한 일본인들의 성공담이다. 하지만 당시 한반도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과 역사·설화·산업·언론·의료·관광 등의 분야별로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된 ‘지방 종합지’로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1930년대 일본어로 된 책을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거늘 해설과 주석, 관련 자료를 덧붙인 것은 김진홍 부국장이 포항사 연구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몰두해 왔는지를 입증한다. 특히 수도산 저수조에 새겨진 ‘수덕무강(水德無疆)’이라는 휘호를 누가 남겼는지를 조사한 결과, 당시 총독 사이토 마코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낸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게 한다.‘조선수산개발사’(민속원, 2019)는 1954년 일본학자 요시다 케이이치가 낸 책을 박호원, 김수희 두 분이 번역했다. 김수희 박사가 해제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조선어장 개발 ‘대성공’을 축하하고 총독부의 노력을 기념해 출판했기에 식민사관에 입각해 있다. 하지만 한국 수산업사 연구에 참고할 내용이 분명히 있고, 특히 수산업이 전통적인 주요 산업인 포항에서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가치가 있다.포항과 구룡포에 축항이 이뤄진 배경, 세계적으로 발전한 정어리 어업, 수산시험조사기관의 설치 등은 눈여겨봐야 할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포항은 청일전쟁 이전부터 잠수기 어업의 근거지였고, 1903년 돗토리현의 한 형제가 지예망(地曳網)으로 포항에 온 이래 이주자가 증가했으며, 1904년 사가현의 이주 어촌이 학산동에 조성되었다는 것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또한 포항은 1917년부터 운반선이 내항해 급속히 발전했고, 1923년 이래 청어 제조의 중심지였으며, 정어리 어업의 발전으로 동해안 굴지의 어항이 되었다. 요컨대 이 책에는 포항이 일제강점기에 수산을 중심으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다.두 권의 책은 포항과 포항의 본질인 수산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이정표가 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포항사와 수산업사 연구가 더 활기를 띠게 되기를 바라며, 포항에 귀한 선물을 안겨준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21-02-02

쇳물과의 상생(相生)

이성환포항뿌리회 초대회장작금의 포항이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고 있어 심히 우려되는 마음에 지역을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호소드리고 싶다. 코로나로 일상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말은 ‘상생(相生)’,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코로나 역병이 확산되면서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할 개인방역도 나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것이 이웃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근간이며 지역사회가 발전하고 행복해지려면 서로가 존중하고 신뢰하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이고 확산방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행정당국의 모습에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또한 지난 2015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계속 줄어 50만 도시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사랑 주소갖기운동’ 등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지난 2006년 포항뿌리회가 앞장서 ‘포항시민 인구늘리기운동’을 펼쳤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또 얼마 전 지역방송에서 포스코 산업재해와 직업병 문제가 부각되면서 우리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도시’로 비쳐진 것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어느 것 하나 지역의 미래를 밝게 하는 일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떻게 우리 지역이 이런 지경까지 되었을까?나이든 사람으로서, 또한 지역사랑운동에 신명을 바쳐온 본인으로서는 부끄럽기도 하고 막중한 책임감마저 든다. 우리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이 땅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많은 애향 시민들이 있는데도 총체적 난국이 되고 있음에 마음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 앞선다. 그나마 우리지역에서는 포스코라는 글로벌기업이 50여 년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으로 ‘산업의 쌀’을 생산하며 포항이 철강도시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환동해중심도시로서 50만 대도시 규모로 발전할 수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다.숱한 애증(愛憎)이 오고갔지만 서로 신뢰하고 화합하면서 쌓은 ‘상생’이란 이름아래 포항과 포스코는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 때문에 ‘죽음의 도시’로 불리게 된다면 50년 상생의 역사는 어떻게 되겠는가. 누가 뭐라 하여도 포스코 역시 포항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으며 포항 시민 또한 포스코를 사랑하며 응원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제껏 함께 살아온 반세기의 역사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한 쪽만 바라보는 좁은 시각보다는 지역사회와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고 또 함께 살아갈 미래를 위해 좀 더 폭 넓은 견해도 필요하리라 본다. 포스코가 어려울 때 포항 시민이 앞장서는 등 애정으로 함께한 역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언제나 포스코의 발전이 지역의 발전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성숙된 시민의식과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50여 년 함께한 기업이 100년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는 공생 의지를 보인다면 우리가 못 넘을 산은 없을 것이다. ‘I ♡ POHANG WITH POSCO’라는 상생(相生)의 기치(旗幟) 아래 우리가 진정 사랑해야 하는 것은 ‘쇳물과 포스코’ 그리고 포항이다.

2021-01-28

변혁의 리더와 그림자 리더

양만재포항지진 11·15지열발전 공동연구단부단장새해 지인이 나에게 책 선물을 했다. 주역을 해석한 책이다. 그 주인공은 포항시에서 2년여간 근무한 송경창 부시장이다. 신년부터 경북도 환동해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내가 기억하는 송 본부장은 2년여 포항시에 근무하면서 포항시 발전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흔히 ‘부’자 달린 지위는 있으나 마나한 자리로 평가하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송 본부장은 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때로는 능동적인 자리매김을 하였고, 때로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지원하는 ‘그림자 리더’로서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보기 드문 가변성을 지닌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포항지진특별법안 통과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회의원들 앞에서 포항시민의 지진피해와 재건 방향을 심의할 때, 그는 흔들림 없이 간결한 담론으로 포항시민 고통과 법안의 긴급한 필요성을 대변했다. 깊은 내공 없이 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욱 인상적인 역량은 또 있다. 지진특별법안에 대해 정부가 70% 수준으로 결정할 즈음에 80% 수준으로 끌어 올렸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20%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포착해 국무총리 관계자들과 지진구재 심의위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축적된 역량을 발휘했다.포항시가 철강산업도시에서 전기 배터리 산업에로 변혁할 수 있는 기업들을 유치하는데도 송 본부장은 이강덕 시장이 배터리 기업 CEO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구축하는 촉진자로서의 리더십을 무대 뒤에서 수행했다. 바로 ‘그림자 리더’로서 인정받을 부분인 것이다. 간부 직원들과 함께 포항시가 직면한 주요한 현안을 두고 대처 방안을 숙의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흔적을 남겼다.나와 처음 만남은 2019년 포항지진에 관한 정부조사단 발표 이후 대처 방안을 두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시장 그리고 송 본부장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시작됐다. 그 이후 송 본부장과 오랜 지인처럼 서로 편안한 대화를 했다.그가 특별히 나에게 새겨준 인상이 더 있다. 내가 만난 공무원 중에서 보기 드물게 개방적인 마인드와 태도이다. 현안에 대한 학술논문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의 책상위에 책과 보고서가 가득했고 외국학술 자료도 거부감 없이 요구하고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또 하나. 그는 4차 산업에 남다를 관심과 지식을 보유하여 그 분야에 독특한 감수성을 보였다. 공직자라면 갖춰주길 바라는 덕목을 실제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포항시의 직원들을 상대로 특강하고 관련 포럼에 참석하고 책을 통해 늘 새로운 정보와 지식 습득에 익숙한 공직자의 행동을 SNS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남겼다. 포항시가 전기배터리 산업의 전진 도시로 발전하는데 적지 않은 공로는 그가 오랫동안 축적한 학습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송 본부장이 안동이 아닌 포항시에 위치한 환동해본부의 근무지로 임명받은 것이 나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나만이 행복한 일이 아닐 것이다. 포항시민은 물론이고 경북도민에게 행복을 주는 공직자이기에 그렇다. 그가 환동해본부장으로서 우리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을 위해 또 다른 창조적 흔적을 남기리라 확신하고 기대한다.

2021-01-11

라이벌들이 남긴 흔적을 생각하며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한국 정치에서 YS와 DJ, 가요계의 나훈아와 남진, 바둑계의 조훈현과 서봉수, 사학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 중국 초한의 항우와 유방 등 익숙한 이름의 이들을 사람들은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부른다.우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누구나 예외 없이 수많은 라이벌들이 상대의 대척점에 머물면서 치열하게 대립하고 경쟁했던 과정을 지켜 보아왔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편에서 목표를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숱한 라이벌들은 어떤 흔적과 교훈을 남겼을지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라이벌(Rival)의 어원은 River(강)에서 나왔고 같은 강을 끼고 사는 이웃이라는 의미처럼 라이벌도 피해를 주는 것과 도움을 받는 것을 인정하고 성숙한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는 뜻에서 라이벌이 어떤 관계인가 진정한 의미를 알 듯하다.하지만 불행하게도 라이벌의 대결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을 것 같다. 서로 공존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아름다운 라이벌도 없지는 않지만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이 타도의 대상으로 반드시 끝장을 봐야 하는 증오와 분노의 라이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모택동과 장개석. 숙명의 두 라이벌이 시작한 중국의 내전은 800만명의 인민이 사망한 세계 최대의 재앙이었다. 그들에게는 화해와 타협이라는 단어는 아예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멸시와 반목으로 일관하였다. 수많은 라이벌 중에는 저주에 가까울 만큼 앙숙이었던 미국의 에런 버와 알렉산더 해밀턴이 있다. 두 사람은 1840년 미국의 역사를 뒤흔든 뉴저지주 위호겐의 권총결투에서 해밀턴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 유례없는 라이벌이었다.이처럼 한 시대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었고 역사의 항로를 변화시켰던 라이벌이 있는 반면에 서로를 존중하여 동행하고 있는 행복한 라이벌도 없지는 않다.아름다운 라이벌의 대미는 빙상 500m 종목의 이상화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보여주고 있다. 밴쿠버와 소치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는 마지막 평창에서 3연속 금메달 도전에 나섰지만 최대의 라이벌인 고다이라에게 패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라이벌 이상화가 직전의 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울분과 아픔으로 지켜보았을 고다이라는 평창에서 통쾌하게 설욕하며 우쭐할 만도 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라이벌 이상화가 트랙을 돌면서 눈물로 고별인사를 하고 있을 때 고다이라가 다가가 진한 포옹으로 아쉬움을 달래주었고 이 사진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도 상대를 격려해 주는 모습은 평창 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으로 선정되었고 ‘한·일 우정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었던 것이다.인간은 누구나 삶의 현장 주변에서나 격동의 역사 위에서 수많은 라이벌들을 만나고 그들이 던져 주는 물음표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분명한 것은 제로섬 게임처럼 이길 대상인 라이벌보다 서로 윈윈하며 본받을 대상의 롤모델을 라이벌로 설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라이벌이 있어 부담도 되지만 더 노력하고 집중하여 자기성장과 더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지혜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20-12-22

세계기록유산과 포항, 그리고 KBS

박혁준KBS포항방송국장‘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는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자연유산 및 인류무형문화유산과 더불어 세계기록유산을 등재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선정기준이다.현재 우리나라는 ‘해인사 장경판전’등 14건의 세계 문화·자연유산과 ‘판소리’ 등 21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 그리고 1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유산들이 ‘Heritage’라고 표기되는 것과 달리 세계기록유산은 영문으로 ‘Memory of the World’인데, 용어 번역의 통일성 목적과 더불어 역사적 의미와 정신적 가치를 기록하고 기억하라는 함의를 추론하게 된다.우리나라의 ‘훈민정음 해례본’을 위시하여 독일의 ‘양피지에 인쇄된 구텐베르크 42행 성경’, 중국의 ‘갑골문’등이 세계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이 기록된 2만522건의 자료로 구성되어 있는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Finding Dispersed Families)’ 기록물이 그 보편적 가치를 평가받아 상기 유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등재되어 있다는 점이다.방송을 통해 상봉한 이산가족이 1만 건이 넘는 등 국민들이 주시는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한국방송이 아니라면 그 어느 매체도 할 수 없는 인류사적, 인도주의적 쾌거로 기억되고 있다.KBS가 기록해온 켜켜이 쌓인 시간의 층위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산업화를 이끌어 온 포항의 여기저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장기면 장기유배문화체험촌에 가면 유배생활을 하며 회한의 시간을 보냈을 다산 정약용 등의 흔적을 볼 수 있고, 이러한 귀양살이의 모습은 KBS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에 생생히 재현되어 있다. 송도동에 위치한 운하관에는 다섯 개 섬마을이었던 수산업 전진기지 포항이 시민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으로 산업화의 선두에 서기까지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고, 괴동동의 역사박물관에서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의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발돋움하는 포항시를 알리는 데에는 KBS의 역할이 컸는데, 1973년 포항제철 포항1기 준공을 계기로 줄곧 황금시간대 메인뉴스는 물론 대대적인 특집방송을 편성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했고, 1974년에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을 준공 1주년을 맞은 제철소 현장을 무대로 두 달간 제작·방송함으로써 막 도약하는 포항시의 철강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을 증폭시켜 발전에 일조했다.수산업 전진기지에서 철강도시로, 그리고 미래 신성장 산업도시로 변모 중인 포항시의 역사를 기록해온 KBS의 방대한 아카이브는 수신료의 가치에 대한 당연한 공적 책무를 이행해 온 결과이다. 맨손으로 땅을 간척하며 오늘의 포항을 만들어 온 시민들의 위대한 노력이 망각(忘却)의 여백(餘白)에 남아 그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받아서 언젠가 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데 KBS의 영상자료가 그 초석이 되기를 간구한다.

2020-12-21

덕실(德室)마을

김유복전 포항뿌리회 회장지난 주말 한나절은 산행으로 풀고 돌아오는 길에 흥해 덕실마을로 오래 못 본 선배도 뵐 겸 발걸음을 옮겼다.덕이 있는 사람들의 마을이라 하여 ‘덕실(德室)’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마을로 형성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 초기(1492년경) 경주 김씨가 입향(立鄕) 하였다는 설명으로 봐서 500년은 족히 넘은 유서 깊은 고장으로 현재는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논과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마을에는 경주 이씨 입향조를 기리는 재실인 이상재(履霜齋)가 있고 지방 문인들이 시회(詩會)를 하던 담화정(湛和亭)이 있는 기품(氣品)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이 마을은 2007년 12월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이 마을 출신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 지역으로서는 대통령을 배출한 영광에 엄청난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게 만든 곳으로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일국의 대통령까지 된 포항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갖가지 공(功)과 과(過)는 있겠지만, 그 공과는 역사가들이 평가할 문제로 차치하고 그 당시 지역 출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열광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가난과 어머니가 나의 스승이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고 꿈을 키우기 위한 도전과 용기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인생역정만큼은 본받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이명박 대통령 기념 전시관으로 만들어진 덕실관을 둘러봤다. 지상 2층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 그 간 꿈을 키우며 살아온 일대기와 대통령으로서의 삶에 대한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고 2층 영상관에서는 대선 후보 당시 홍보물과 포항과 덕실마을을 소개하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덕실관 뒤에는 누런 초가지붕의 생가를 복원한 건물이 가을볕을 받으며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주말이라 더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있긴 하지만 요즈음은 코로나 감염증 등으로 현저히 줄어든 모양새다. 최근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덕실관 운영에 관한 비판의 소견을 내놓은 뉴스를 접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찾아본 덕실마을은 늦은 가을의 뒤끝처럼 조용했다.한때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세월이 지나고 평가가 엇갈리면서 열기가 식은 것 같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은 우리 지역 출신 인사가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는 역사는 지울 수가 없고 포항 사람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영광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지역을 위해 해놓은 게 별로 없다는 게 지역 민심(?)이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비록 법의 심판을 받아 영어(囹圄)의 몸이 된 그것 또한 역사에 기록되겠지만 잘못된 역사 때문에 지역의 자부심마저 상실될 수가 없는 노릇이다.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잘난 역사는 이어가는 게 미래를 위한 바람직함이 아닐까. 포항의 자랑거리는 시민 모두의 것이며 후대를 위해 길이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충절의 고장에 사는 마을 분들과 선배가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살아가기를 기대하며 덕실마을을 떠나왔다.

2020-11-30

포항공항 존폐위기 ‘공항명칭변경’으로 넘어보자

안병국포항시의회 운영위원장오늘날 우리 국민 대다수가 포항하면 포스코를 떠올리지만 사실 역사 속 포항은 공항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포항공항은 과거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오천면에 세운 오천비행장이 시초다. 이후 6·25전쟁 당시 미 공군 제1전투비행대가 이곳(K3)에 주둔한다.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1951년 9월 3일 F9F 펜서를 몰고 폭격임무 중 대공포에 피격돼 포항공항으로 비상탈출한 기록이 있다.민항공항의 역사는 지난 1970년부터다. 그해 2월에 민항시설이 설치되고 3월에 서울∼포항노선이 취항한 이래 2020년 2월까지 50년간 공항이 유지돼 경상북도 내에서 유일한 공항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50년을 달려온 포항공항도 항공사의 경제적 어려움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승객급감 등으로 지난해 2월부터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게 된다.하지만 기회는 위기 속에서 찾아왔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취항에 발이 묶인 (주)진에어가 포항공항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저비용항공사인 (주)진에어가 지난 7월 31일부터 경상북도, 포항시, 경주시와 협약으로 포항공항의 하늘길을 다시 열었다.지역경제의 관문인 하늘길이 다시 열린다는 것은 환동해 거점도시 포항에 새로운 피가 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기회의 순간을 어떻게 하면 새로운 지역경제부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작금의 우리 현실을 보자. 지진의 고통,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의 침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역민의 생계난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이 환동해권 중추도시로 거듭나고 인근도시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무엇일까.필자는 지역상생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바로 포항공항의 명칭을 “포항경주공항”으로 변경, 지역거점발전의 플랫폼으로 양도시가 공유경제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경주시도 협력의 주체로서 힘을 보탠다. 매년 취항사인 (주)진에어의 재정지원금 10%를 분담한다.포항공항지원 조례도 이미 제정했다. 경주시는 천년고도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에 공항이 없는 만큼, ‘포항경주공항’으로 이름을 바꾼다면 대외적인 홍보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따라서, 경주를 찾는 외래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것이다.포항시도 경주시를 방문하는 항공 수요를 늘려 장기적으로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포항공항을 활성화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공항이라는 주요 시설을 두 도시가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도로 및 시외버스 등 접근교통의 확충이다.경상북도의 지원이 절실한 대목인 것이다.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길은 열리게 돼 있는 것이다.포항·경주 78만 시민 모두가 새로운 지역의 역사를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함께 협력하면 ‘포항경주공항’의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또한, 장기적으로는 포항과 경주가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20-11-23

지방의회 제멋대로 의정, 부끄럽지도 않은가?

손경찬전 경북도의회 의원·칼럼니스트지역의 지방의회가 후반기 의장단과 위원장을 새로이 선출하고 후반기 의정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말들이 많다. 포항시의회가 후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원(院)구성으로 몸살을 앓았고, 최근 상주시의회에서는 의장불신임 의결이 기화가 돼 법정 문제로까지 번졌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밥그릇싸움인 것이다.포항시의회의 의원수는 총 32명으로 이중에서 국민의힘 19명, 더불어민주당 10명, 무소속 3명이다. 굳이 세(勢)로 따지자면 국민의힘과 민주당·무소속이 6대 4인데, 민주당에서는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40% 정도는 민주당·무소속에게 배분돼야한다며 밀어붙였고, 뜻대로 안 되자 의장불신임안을 불쑥 제출했던 것이다.과거 60년간 전혀 볼 수 없었던 의장불신임 건이 작년부터 전국 지방의회에서 곧잘 등장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동구의회에서 의장불신임이 의결되자 해임당한 의장이 소송을 걸어 그 직을 되찾은 사례가 있다.지방자치법 제55조 제1항을 보면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지방의회의 의장이 법적으로 잘못하면 그에 맞게 제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주시의회에서 의장불신임 발의사유 가운데 첫째가 ‘의장이 의회의 위상과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인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두루뭉술하게 헐뜯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두 번째와 세번째 발의 사유는 지방자치법상의 불신임사유에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인즉, 전반기 의장 선거와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당론을 무시하고 정당내 의장 내정자가 있었음에도 따로 나가서 당선됐다는 게 사유였다. 기가 찰 노릇이다. 설령 정당내에서 그렇게 정했더라도 그것이 지방자치법상에서 의장을 불신임할 수 있는 사유는 되지 않음이 분명한데 강행한 것이다.그러면서 의안처리과정에서 표결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줘야함에도 신상발언을 봉쇄했고, 회의규칙상 질의와 토론을 거쳐야 함에도 생략하고 표결하는 등 위법을 저질렀다. 그랬으니 해임된 의장이 상주시의회의 위법 행위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지방의회는 헌법기관이다. 헌법과 법률 및 의회 의사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위법하면 안 될 일일 터, 지방의회가 중앙정치를 닮아 정쟁 일쑤고, 적당한 구실을 붙여 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여 의장의 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반(反)의회적이다. 상주시 기초의원들이 중앙정치의 폐습을 풀뿌리민주주의 현장에 옮기려는 처사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의장이 법령 위반과 직무 태만이 없음에도 해당되지도 않는 불신임사유를 갖다 붙여 발의하고는 의원 표결권, 의회의 자율권을 앞세워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 기초의원과 도의원을 지낸 필자가 보기에도 지난 8일 발생한 상주시의회의 의장불신임 과정에서 보인 제멋대로 의정은 문제가 있다. 시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2020-09-20

수신료로 만들어진 KBS의 ‘시간의 문’

박혁준KBS포항방송국장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앙드레 말로와 자크 랑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문화정책은 유럽연합의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문화생활 향유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간의 문(Les portes du temps)’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방학을 이용하여 각 지역에 소재한 문화 관련 기관의 후원을 받아 주요 문화유산을 생생히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우리 포항시에서도 청소년재단 주최로 포항·경주·울산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해오름동맹 청소년문화교류캠프’를 작년에 운영하며 세계 최강인 포스코의 철 생산과정을 견학하고 한국로봇융합원에서 로봇 조립 체험 기회를 갖는 등 도시 특성에 맞게 산업적 관광자원을 중심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제공하며 호평을 받았다.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후에 프로그램이 재개되면 참가 학생들이 넉넉한 시간을 갖고 장기읍성의 유배문화체험촌과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그리고 포스코야경 등을 포함한 ‘포항 12경’을 방문해 수백 년을 넘나드는 시간의 문을 열게 되기를 기대한다.포항에 12경이 있다면, KBS포항방송국에는 지난 60년 간 포항권역의 방송 송출을 믿음직하게 책임지고 있는 12개의 송신시설(송신소와 무인 TV중계기인 TVR)이 있다. 1961년에 호출부호 HLCP로 덕수동에서 첫 전파를 쏜 이후 해도동을 거쳐 현재의 상도동 시대에 이르기까지 포항시(포항국 사옥 방송탑, 영일·조항산 송신소, 구룡포·도음산TVR), 경북 울진군(현종산과 온정TVR), 영덕군(축산·영덕TVR), 울릉군(울릉·가두봉TVR)과 독도(독도TVR), 그리고 경북 일원의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수신료로 최고의 방송기술 전문가들이 설치 및 유지, 관리해 온 포항방송국의 12개 송신시설이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처럼 지상파의 하늘을 떠받치며 전파 수신 음영지역이 없도록 주어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1975년에 문을 연 KBS울릉중계소와 1996년에 신설된 독도TVR은 자체 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포함한 TV, 라디오와 DMB 전파를 울릉도 주민과 동해에서 조업하는 어민들뿐만 아니라 독도경비대 및 방문객들에게 수신 가능케 함으로써 일상적인 방송 서비스는 물론 각종 재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는데 기여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전파주권을 독도 반경 50Km 범위로 확대하며 굳건히 지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포항방송국에서는 자체 케이블망도 운용하고 있는데, 북구 기북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난시청지역인 관계로 조항산 송신소의 방송전파를 포항방송국 직원들이 설치한 케이블망을 통해 약 500세대에 달하는 주민들께 제공하고 있다.이처럼 시청자들께서 주시는 소중한 수신료로 만들어진 KBS의 프로그램과 방송시설은 세대와 세대, 공간과 공간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잇는 시간의 문이 되어 무료 지상파 방송 수신권으로부터 소외되는 시청자가 한 명도 없도록 앞으로도 맡은 바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2020-08-30

포항지진 피해구제심의위원회 활동에 거는 기대

공원식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지난 4월 1일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어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5월 29일 출범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정세균 국무총리는 피해구제심의위원 임명식에서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고 조속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해 줄 위원회의 역할을 주문했다.첫째, 국민 눈높이에 맞고 지진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와 주민들께서도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피해구제 기준을 마련하고, 둘째,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심의·의결 과정에서 지역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귀 기울이며, 셋째, 피해조사, 피해구제 및 지원대책 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잘 청취하고 긴밀하게 소통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마지막으로, 포항시의 경제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대책 마련 등에도 위원회의 역량을 함께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총리의 이러한 당부가 일회성이나 형식적인 발언이 아니라 총리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또한,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피해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잘 헤아리고 살펴 주어야 한다. 아울러 포항시의 경제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대책 마련 등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은 만큼 배상해 주어야 한다는 포항지진특별법 취지와 정신에 맞게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 주민들이 제대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피해구제심의위원들 중에는 2명이 포항시에서 추천한 포항출신 변호사 2명이 있다. 그렇지만 4명은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인 관계로 정부 방침만 강조하고 피해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잘 헤아려서 배상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자칫 법의 해석을 너무 경직되게 하여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은 만큼 배상해 주어야 한다는 포항지진특별법 취지와 정신에 어긋나게 업무를 처리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또한, 지진 피해 주민들로서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소명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피해주민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깊이 헤아리고 살펴서 피해를 입은 사실들을 상세하고 소상하게 입증하고 소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는다면 피해주민들은 불만이 쌓이고 불신이 쌓여서 피해구제심의위원회의 심의 결정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아무쪼록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전에 있어서 재산적, 정신적 피해와 그들의 아픈 마음을 잘 헤아리고 살펴서 피해 입은 만큼 배상해 주어야 한다는 포항지진특별법 취지와 정신에 맞게 한치의 오차도 없기를 피해주민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

2020-06-25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에 바란다

양만재포항지진공동연구단 부단장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지난 12일 포항에서 현지 조사 및 회의를 개최했다. 조사위는 지난해말 제정된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9명의 위원으로 지난 4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조사위원이자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사위에 몇 가지 건의를 하고 싶다.진상 조사 결과에 대한 중간보고 형태로 시민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적어도 분기별로 조사 진척사항을 포항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생각된다.또한 지진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자를 소환할 경우 참석하지 않아도 특별법에서의 처벌 제재조항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조사위의 소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조사위원 9명은 모두 탁월한 역량을 소유한 전문가들이다. 특히 지진관련 분야 두 위원은 교수이자 전문 과학자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명학술지에 포항지진에 연구 논문을 발표해 이번 진상 조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진상위원회는 감사 결과 보고서를 조사의 중요한 근거로 삼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읽어 보고 분석한 감사보고서는 상세히 잘 정리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도 조사한계가 있는 걸로 필자는 이해하고 있다. 그 한계는 몇 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다. 첫째, 지진발생을 아주 단순하게 진단해 입지선정과 수리압력 분야에서 문제가 없다고 평가부분이다. 둘째, 조사를 해야 하는 부분인데 조사를 하지 않은 분야 산업부, 3·1 지진이후 경주 방폐장, 원전/ co2 저장고를 고려해서 위험조사의 하지 않은 산자부 책임은 거론하지 않았다. 셋째, 조사를 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 규명이 없다. 서울대 교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 건설기술연구원 등에 해당한다. 넷째는 책임감을 물었지만 처벌 제재 강도의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감사원 조사는 성격이 법적인 근거에 의한 업무 조사가 체계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하였지만, 포항지열발전소 참여자들이 주로 과학자 전문가라는 점이고 이들은 국내외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한 경력을 가진 참여자들이다. 감사원 감사는 그들이 발표 논문의 증거를 토대로 지열발전소 참여자들의 조사가 부족했다고 본다. 미국 에너지국의 7단계 프로토콜에서는 보험 가입이 적시되었지만 감사원은 이 부분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았다.따라서 진상위원회는 이상의 부족한 조사를 보강하고 그 책임을 다양한 차원, 즉 국가, 포항시, 과학공동체에서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특히 포항지열발전소에 참여한 산업부를 비롯한 컨소시엄의 참여자들을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규명해야 하지만, 그들 중에는 전문적인 과학자이자 교수로서의 참여한 점을 고려해 그들에게 법적인 책임은 물론이고 도덕적이고, 윤리적 책임을 조사해 조사위원회의 차별성을 확보해주시길 바란다. 그 차별성은 과학자와 교수의 개발프로젝트의 관행과 문화를 변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20-06-14

질병관리청의 무늬만 승격… 국민 기만행위 즉각 멈추라

송언석미래통합당 국회의원질병관리청 승격을 두고 여론이 시끄럽다. 3일 행정안전부는 보건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여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독립시킨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함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질병관리청 승격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그런데 정부의 발표가 있은 후 전문가들과 언론이 일제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질병관리청의 ‘무늬만 승격’이었고, 복지부 조직만 늘어나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을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 재정립하겠다고 하면서, 핵심인 연구기능은 전문가 집단인 ‘질병관리청’이 아니라 공무원 조직인 ‘보건복지부’로 옮긴다고 한다. 또 질병관리청 신설로 복지부 업무가 줄어드는데 오히려 차관을 추가하겠다고 한다. 이로써 복지부 소속의 차관(급)은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사실상 국민 기만 행위이다.행정안전부의 발표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질병관리청 안에도 역학조사나 감염병 예방·퇴치와 관련한 정책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조직과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대통령이 나서서 “국립보건연구원 이관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차관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은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발표 내용이 청와대에 보고가 되지 않았을 리 없다. 결국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정은경 본부장의 지적에 대한 책임회피, 꼬리 자르기이며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정부와 청와대에 강력히 촉구한다. 질병관리청의 무늬만 승격이 아닌, 실질적인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 또한, 자리만 늘리는 조직 개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코로나 19로 국민들의 삶이 너무나도 고달프다. 정부와 청와대는 국민 기만 행위를 즉각 멈추고, 국민들이 감염병 불안 없는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2020-06-09

사회자본과 KBS

박혁준KBS포항방송국장학창 시절에 영어 어휘를 공부할 때만 해도 그리스어로 ‘지역 혹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demic이라는 단어에 접두사 pan(모든)이 결합되어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포스럽게 다가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550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34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하고 있는 이 전염병으로 인해 우리나라 또한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국민들과 정부의 단단한 신뢰의 기반 위에 그 어떤 선진국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로 초기 대응함으로써 물적자본과 인적자본 등의 총체적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해외 유수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신뢰가 정착하여 생성된 무형의 자본을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칭하며 집단 내의 관계에 깔려있는 협동의 규범으로 번영과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위기가 종식되면 적지 않은 물적, 인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 생성된 사회자본은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게 하는데 있어 공공재의 역할을 중추적으로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1961년에 개국한 KBS 포항방송국은 지역사회의 방송과 문화 발전에 매진하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보도함으로써 공적책무를 다하는데 최선을 다해왔다. 시청자들과 KBS 사이에 형성된 신뢰 기반의 사회자본 또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이와 같은 공적책무를 과거와는 비교불가하게 다변화된 미디어 환경 하에서 지역사회 맞춤 방송서비스로 확장하여 제공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분권의 단위를 지금보다 광역화해서 접근하고 능동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대처하는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미디어정책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분권화를 통해 KBS지역총국을 거점으로 지역 뉴스 역량과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확대하며 지역 문화행사 및 미디어교육을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방통위의 사업계획 변경 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다.이에 대해 결국 포항과 안동을 포함한 7개 지역국 폐지 수순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의 우려의 목소리와 애정 어린 질책을 KBS는 엄중히 듣고 긍정적으로 응답하고자 본사 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뉴스7’ 등의 참여를 위한 TV 제작기능을 지역국에 유지하는 것으로 며칠 전에 결정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이 형해화(形骸化)되지 않고 그 진정성과 미래지향적 가치가 제도적으로 수용되기를 염원하고 있다.KBS 한국방송은 공적책무 완수를 위한 이와 같은 헤라클레스적인 노력이 시지프스적인 과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앞으로도 맡은 바 소임을 성실히 다함으로써 신뢰 기반의 지역 사회자본 형성과 유지에 기여하고, 시청자들과 인생의 동반자로서 희로애락을 함께 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드린다.

2020-05-26

균형발전은 ‘서울화’가 아니다

김주일한동대 교수우리나라 국토계획의 역사는 큰 정책 전시관과 같다. 국토 균형발전과 관련된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각종 지방경제 진흥 정책에서부터 수도권을 억제하는 정책, 그리고 최근 수도권의 행정기능과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유형의 정책이 동원돼 왔다.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균형발전에 대해 목말라한다. 균형발전은 신기루와 같이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인가. 아니면 우리가 뭔가 잘못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사실 우리나라에서 균형발전이란 지방의 ‘서울화(Seoulization)’로 이해되어온 듯하다. 지방에서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그렇다. 제한된 시간 속에 사업을 따오고 결과도 얻어야 하는 지방의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선택은 다른 곳의 사례들을 가져오는 것이다. 지자체는 항상 인력, 아이디어 부족에 허덕이고, 결국 벤치마킹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곳의 사업을 모방하곤 한다. 당연하게, 모방의 대상은 주로 수도권과 대도시들이다. 이런 ‘카피캣’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선거다. 총선, 지선을 막론하고는 대표 공약은 대부분 ‘우리지역에 이런 저런 사업을 도입하겠다’는 것들이다. 마치 지역을 수도권처럼 만들어줄 것 같은 공약이 많다. 이러다 보니 지역 발전 정책은 ‘서울화’ 내지 ‘서울 따라가기’가 돼버리고 만다. 하지만 형태상으로 서울을 따라간다 해도 도시의 활력은 복제될 수 없다. 결국 정책의 효과는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지방은 또 다시 좌절하게 되고 만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혁신도시, 기업도시와 같은 정책에도 함정이 있다. 수도권의 일부를 지방으로 양보하는 통 큰 정책이지만 여기에도 ‘서울화가 곧 균형발전’이라는 코드가 들어 있다. 아무리 좋은 균형발전 정책이라도 지방의 독자적인 노력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금싸라기 같은 수도권의 기능이라 해도 그것이 서울의 중력권을 떠나는 순간, 그 효능은 예전과 같지 않다. 지방의 자체적인 혁신이 아닌, 주어진 혁신도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서울화가 균형발전의 방향성이 될 수는 없다. 서울화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그럴듯 해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지방의 자발성, 독자성을 잠재운다. 시간과 노력이 좀 더 들어가더라도 지방 도시들이 스스로의 발전 방향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지방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의 지원사업이 구상되고 있는 점은 의미가 크다. 지방이 독자적으로 정책 사업을 기획·제안하는 가운데, 중앙정부는 장려·후원하는 방식의 균형발전 정책이다. 사업의 형식과 내용, 결과물 모두에 있어 지방이 독자성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깊고 깊은 지방의 위기를 충분히 살펴보고 고민할 수 있도록 사업기간도 가능하면 제한이 없으면 좋겠다. 인구가 감소하고 지방 소멸의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 각 지역의 독자적 생존력은 어차피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앞으로도 이런 접근을 통해서 탈 중심화, 그리고 지역 자립으로서의 균형발전 정책이 정착돼갔으면 한다.

2020-05-18

자기주도 방역이 ‘코로나19’의 최고 ‘백신’

이강덕 포항시장코로나19 확산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실시한 지 벌써 한 달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종식되기는커녕 팬데믹이 선언될 정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코로나19에 맞서왔지만 이제부터는 전체적 대응방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서서히 회복해가는 가운데 감염병 차단과 예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이다.모든 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방역, 의료적 방역, 지역공동체를 위한 방역도 스스로를 위한 ‘자기주도방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의료적 방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시의 경우, 시민의 안전과 지역사회의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인 의료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국민안심병원과 전염병전담병원의 운영을 통해 안전한 병원환경을 유지하는 한편 효율적인 선별진료소 운영으로 숨어있는 감염원을 조기에 발굴해 격리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검사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지역 공동체를 위한 방역은 현재 우리가 실천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당분간 지속되어야 한다. ‘아파도 출근한다’는 사회문화는 ‘아프면 쉰다’로 바꿔야 한다.직장인을 비롯해 모든 사회문화 속 일상생활에 있어 인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소도 자기주도적인 소독방역을 통하여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신뢰를 얻음으로서 스스로 소비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시민들이 각자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더욱 철저히 생활화하는 것이 자기방역이다. 자기방역을 통해 감염병 바이러스의 원천적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생활수칙을 준수하는 것만이 최고의 방역대책인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포항시는 매주 수요일을 ‘방역의 날’로 지정해 전 지역의 소독방역을 정례화하고, 공공시설과 취약시설에 대한 전담 책임제를 통해 집중관리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생활방역단’을 구성해 전통시장 등 읍·면·동 전역에 걸친 집중적인 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자기주도방역을 실시한 업소에 대해서는 자기주도방역인증 스티커를 부착하고 인센티브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제는 각 분야에서 ‘자기주도방역’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야 한다.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고, 경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눈에 보이는 감염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원과 싸워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이러한 사회·경제위기의 극복은 확실한 자기주도 방역의 토대 위에서 다시 시작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역할에 달려 있다. 각자의 일상에서 지키는 ‘자기주도방역’은 이번 사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20-03-22

“TK는 동네북이 아니다”

이광오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상임부위원장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인적교체 폭풍이 거세다. 혁신과 쇄신이라는 이름 아래서다. 정당마다 나름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자유한국당의 인사 혁신은 걱정스럽다. 혁신이 오로지 대구·경북(TK) 현역 국회의원 물갈이에 맞춰져 있다.혁신의 필요성을 이해하지만 왜 바꿔야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 그 순서도 국회의원을 주민 대표로 뽑은 주민들에게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얼마를 자르겠다는 구체적인 선까지 내 놓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가 대구 경북 시도민을 완전히 장기판의 졸(卒)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공천만 하면 대구 경북 시도민은 무조건 찍어라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TK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최근 서울의 여러 장외집회에도 적극 동참하고 지지하며 현재 한국 보수의 심장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구 경북시도민의 동의도 없이 누구 마음대로 대구 경북 국회의원 대거 물갈이라니. 대구·경북 시도민들 사이에 “TK는 동네북인가”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다. 합리적이고 수긍할만한 공천기준도 없이 단지 TK지역에만 높은 교체율을 적용한다면 흔들리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붙잡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정치의 구조개혁과 제도 변화없이 사람만 바꾼다고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인적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소신 발언으로 국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인물도 간혹 있었지만, 당론과 진영논리에 묻히며 구태정치로 회귀하는 것을 무수히 봐 왔다. 단순한 인적쇄신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은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자유한국당이 4·15총선을 앞두고 현역의원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에 들어갔다.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현역 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 지지 여부 등을 물어 그 결과를 당무감사 등과 합산해 컷오프 대상을 추릴 예정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있기 훨씬 전부터 중앙당의 TK의원들에 대한 대폭 물갈이 소문으로 인해 이 지역 현역의원들은 본의아니게 죄인의 누명이 덧씌워졌다. 이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지율 유보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현역의원들이 공천을 앞두고 이중, 삼중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더욱이 지금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 이 현실이 오로시 TK의원들의 책임인 것처럼 호도돼 있다.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만 외치며 반사이익만을 얻겠다는 식으로는 유권자들의 폭넓은 선택과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검증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등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모습의 공천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모범적인 의정활동과 열심히 지역구 활동을 해온 현역의원들의 공적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단순히 선수가 많다는 이유로 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무조건 교체대상에 포함시킨다면 정당이나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2020-02-10

박태준·김우중 ‘경제 거인’이 그립다

김순견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서거 8주기를 맞아 묘소가 있는 현충원을 다녀왔다. 함께 한 지인들과 고 박태준 회장과 있었던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지난 9일 별세한 샐러리맨의 신화, 김우중 회장으로 이어졌다. 70년대 한국 경제를 일으켰던 주역들의 그야말로 신화 같은 이야기는 꿈과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1968년 기공식과 함께 모랫바람 속에서 이루어낸 포스코의 기적이 있었다면 1977년 서울역 앞에 솟아오른 대우빌딩은 우리나라 수출 백억 불 달성의 상징과도 같았다.수출 백억 불 시대를 넘어 6천억 불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그들이 새삼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우리의 국민소득은 3만 불을 넘어섰으며, 성급한 사람들은 30-50 클럽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꺼내기도 한다.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1970년대 국민소득 1천100달러 시대와 비교해 보면 30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세계가 놀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때가 더 살기 좋았다는 말을 한다.포항의 경제가 침체되면 될수록 박태준 시대를 떠올리고, 청년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김우중의 세계 경영이 회자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196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개도국이였다. 물론 1997년 김영삼 정부 시절 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고 하지만 IMF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의 허약성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 경제의 맷집이 강해지고 세계 경제의 상황이 바뀌면서 2000년대는 그런대로 살기 좋은 나라, 행복한 국민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그러나 2007년 우리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던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고소득에 이를수록 성장률 둔화는 정해진 수순이라고 하지만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경쟁과 견제의 높은 파고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여기에는 선진화되지 못한 정치 불안과 심화된 양극화와 이에 따른 계층 간의 갈등, 복지에 대한 욕구가 동반 분출하면서 경제는 더욱 침체되고 있다. 대책 없는 노동시간 단축, 성급한 최저임금제 도입은 집값 상승과 맞물려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에서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려 국민의 소득을 올려놓으면 서민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면 세수도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활성화가 아닌 불황의 늪으로 빠지고 말았다. 한마디로 판단의 잘못으로 정책의 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국민들의 삶만 더욱 피폐해진 꼴이 되고 말았다.다시 70년대 경제의 주역들을 불러올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만은 아직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 정책 당국자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70년대의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의 그 희망 어린 몸짓과 정신으로 일어서야 다시 우리에게 희망이 돌아오게 될 것이다.

2019-12-15

지진특별법 이후를 생각한다

15일이 포항지진 2주년이다. 지진발생 때부터 그 원인을 주목, 추적해 온 필자로선 감회가 새롭다. 여러 주장이 대두되면서 지진 원인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단이 구성됐고, 그 결과 촉발지진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은 포항시민들의 단합된 힘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한 사업의 문제가 확인되면서 이제 남은 건 배·보상 문제다. 이 배상, 보상이 현재 순조롭지 않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배상 보상의 주체는 당연히 사업을 진행시킨 정부 기관이다. 정부도 피해를 당한 포항에 무엇을 해 주려면 그 근거가 필요하다. 근거를 만든다는 것이 작금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포항지진지원특별법이다. 상황을 보면 언제가 될지 불투명하긴 하나 시간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본다.지진 2주년을 맞아 새롭게 드는 생각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예산지원이 본격화될 경우 과연 우리 포항은 그걸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할지, 과연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진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흥해는 여전히 심각한 아픔 속에 빠져 있다. 곳곳에 주민 간 갈등도 적잖다. 240세대의 흥해장관맨션의 경우 시로부터 소파판정이 나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이 소송 경우 1심에서 기각판결,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 2심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주민들이 포항시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양측 간 신뢰의 간격이 크다는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여러 상황을 파악해보면 특별법이 통과돼 예산이 내려오면 시민 갈등 사례가 더욱 증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된 갈등 요소가 너무 많아서다.실제, 지진특별법이 통과되면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시키고 손배상을 기대만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과연 주민들 요구대로 정부가 다 해줄까?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은 어떻게 풀까? 여러 의문을 부정할 수 없다.이는 해외 선진국의 손배상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결코 높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포항은 ‘재난시민권’(disaster citizenship) 의 개념, 즉 국가가 잘못한 기술개발 사업에 시민들이 당연히 보상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주장이 우선하긴 하다. 그러나 정부의 손배상이 어떤 기준 없이 될 리가 없을 것이다. 그 기준은 무엇으로 할까. 이 과정에서 심한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충족되지 못하면 법정으로의 비화도 불 보듯 뻔하다.사회학분야에 성찰적 협치란 개념이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 새로운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제는 양보와 협력이다.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으로 끌고 들어오면 재난시민권도 인정하지만 예산자원의 한정으로 주민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현실을 감안, 대화를 통한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 시민사회가 그런 성찰적 협치를 할 역량을 소유하고 있고, 이를 실천할 리더들이 있는가하는 숙제는 있다. 동시에 시민들은 그런 리더를 인정하고 신뢰할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한번쯤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진 발생 3년째는 우리 시민들이 분노의 감정을 넘어 안정과 만족의 지수를 높이는데 역량을 모았으면 한다.•양만재 씨는 경북대 사회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사회학박사, 영국더럼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 4월부터 포항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원으로, 같은해 10월부터 포항지진 정부조사단 포항시민대표 단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포항지열발전소 부지안정성검토TF위원과 포항지진공동연구단 부단장을 맡고 있다.

2019-11-14

일학습병행 지원 법률제정과 금속특구지원센터의 역할

최원삼일학습병행 금속특구지원센터장경북동부경영자협회 상근부회장정부가 2014년에 법률안을 제출한 지 6년 만인 지난 8월 27일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학습기업 인재육성지원·학습근로자 보호·일학습병행 자격 부여 등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일학습병행법이 통과됨으로써 기업과 학습근로자 간 책임과 권리·보호 내용이 명확해지고, 일학습병행 자격 발급이 가능해지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이번 법의 통과는 학교교육과 기업 현장훈련을 결합한 독일식 이원화 제도, 학습근로자 보호 및 일학습병행자격(국가자격) 등에 대한 법률상의 근거도 명확히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우리나라는 산업현장 직무와 학교 교육의 불일치로 특성화고, 대학에서 전공 과목을 배웠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기업에서는 막대한 재교육 비용이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일학습병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새로운 제도가 우리나라 교육훈련 분야에서 성공리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교·훈련기관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산업별 단체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경북동부경영자협회는 2016년부터 특화업종(특구)지원센터로 선정, 금속특구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운영기관이다. 특화업종(특구)지원센터는 일학습병행 도입에 적합한 업종이나 동종업종 기업이 밀집돼 효율적 인력양성이 가능한 지역·산업계 특성을 고려한 기업 발굴·선정, 채용·확산모델 개발, 프로그램개발·운영지원, 학습근로자 평가 지원, 훈련질관리 등 주요역할을 수행하는 전담 기관으로서 일학습병행의 확산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금속특구지원센터는 매년 학습기업을 26개사 내외로 선정, 훈련실시함으로써 우수운영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고 2019년 현재 30개사를 선정해 학습근로자 198명이 훈련중에 있다.부정훈련방지와 제도의 공공성 전파, 사후관리 모니터링을 강화해 현장에 실질적인 훈련이 되도록 관리함으로써 제도의 무분별한 확산이 아닌 질 관리에 힘쓰고 있다.정부나 운영기관 모두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일학습병행을 한국 현실에 맞게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는, 즉 기업이 학생 또는 구직자를 채용해 업무를 담당하며 보완적으로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과 지식을 담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선순환 구조의 인재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또한 법제정으로 근거를 명확하게 구축했다는데 의의가 있고, 일선 현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학습기업, 훈련기관은 물론 금속특구지원센터 등과 같은 일학습병행 지원기관들의 역할과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2019-10-22

대구동구의회 의장불신임, 지역의 수치

손경찬 칼럼니스트·전 경북도의회 의원지방자치 제도가 주민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그 목적에 맞게 잘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든다. 아직도 중앙정치 위주라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자치학자들은 정부의 입맛대로, 중앙정치의 손아귀에서 겉돌고 있다는 표현을 할 만큼 부정적이다. 심지어 ‘빛 좋은 개살구’ 또는 ‘모양만 지방자치’라는 말로 빗대고 있다. 특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에 대한 문제 지적이 많다. 정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물로 인식되고 있다.필자는 기초·광역의원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 첫 기초의원을 지냈다. 그때는 정당공천제가 아니어서 주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 지역개발에만 전념하면 됐다. 하지만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이후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은 어려워졌다. 그래서 필자는 기초자치단체의 정당공천은 득보다는 폐해가 더 많다고 늘 주장해왔다.지난 2일 대구 동구의회에서 기습처리한 의장불신임안 의결 소식을 듣고 우려하던 바가 그대로 적중됐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민이 중심이 돼야할 기초의회가 정당간 싸움판이 되고, 정당 논리에 의해 상대당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건을 제출하고, 의장은 의장불신임안 취소소송을 내는 등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의장불신임 근거는 지방자치법 제55조 제1항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 동구의회는 정원이 16명이지만, 지난 8월에 자유한국당 의원 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자격이 상실됨에 따라 현재 더불어민주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1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돼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7명과 합세한 바른미래당 소속 1명 등 8명이 수적 우세를 내세워 전반기 의장인 한국당 출신 의장에 대해 불신임안을 제출해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불신임안이 발의된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예는 찾아볼 수가 없다. 또 범죄사건에 연루된 내용이 아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의장을 불신임한 것은 전국에서 동구의회가 처음이어서 논란과 파장이 클 것이다.민주당에서는 불신임 의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그 의결이 법적으로 적합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불신임 사유에 대한 의장의 반론도 있고, 그 문제가 취소소송으로 이어져 현재 법적문제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동구의회 의장과 일면식이 없다. 하지만 필자가 의정활동을 경험해본 바로는 기초의회는 주민이 우선이어야지 상대당과 정쟁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어서는 안된다.지역 여론이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참에 의장직을 가지자는 의도로 보여지고, 해임된 의장의 입장이 억울하다고 편드는 주민도 많다고 한다. 이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기했던 불신임사유 가운데, 잘못된 내용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규정과 행정안전부 답변에 비춰 볼 때에 불신임 사유가 명백히 사실에 반하고, 또 의사운영과정에서 결정권을 가지는 의장이 전체 의원의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생길 수 있으며, 보는 편에 따라서 각각 정당성을 가지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논쟁이지 명확한 위법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사유를 갖다 붙여서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면 되니 이현령비현령이 아닌가.지방자치가 중앙정치를 닮아 정쟁을 하고, 의원 숫자를 앞세워 적당한 구실을 붙여 마치 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여 의장의 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구의회에서 발생된 의장불신임 건은 주민편의와 지역발전에 힘써야할 기초의원들이 중앙정치의 폐습을 배워 파벌정치를 하는 데서 발단이 된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며, 우격다짐의 정쟁을 우려하는 바다.지방자치의 이념이 무엇인가? 첫째도 주민을 위한 것이요, 마지막도 주민을 위한 것이다. 정당 의원끼리 단합해 상대당을 끌어내리려하는 것은 기초의회에 정당공천제가 개입됨으로써 일어난 불상사다.동구의회는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세를 과시하려했던 의도적인 권력쟁탈전이지, 주민을 위해 행동한 것은 분명 아닐진대 정쟁을 일삼는 이런 사회는 바람직한 게 아니다. 전직의원으로서 동구의회 의장불신임 사건을 보는 마음이 한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201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