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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 공정한 산업정책 전환해야

등록일 2022-01-26 20:31 게재일 2022-01-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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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 철강산업이 나아갈 길(下)
서정헌 스틸앤스틸 대표
서정헌 스틸앤스틸 대표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철강관련 산업정책은 선도기업을 우선적으로 키우고 선도기업으로부터 낙수효과로 여타 철강사를 동반성장시키는 선도기업 주도의 양적성장이었다. 철강은 기초소재 산업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상공정을 장악하고 있는 선도기업이 잘 돼야 하공정도 잘 될 수 있다는 선도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이 유효하다.

우리 경제가 탈제조업화 되고 한중간 국제분업구조에서 한국 철강산업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성숙기를 지나고 있다.

더 이상 신규투자를 통해 선도기업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어렵게 되면서 선도기업 중심 양적성장이 부담스럽게 되는 것이다. 선도기업 주도의 산업정책은 고도성장기 양적성장에는 유효할지 몰라도 성숙기를 지나면서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이제 선도기업이 잘 되는 것이 한국 철강산업이 잘 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선도기업 입장에서도 다른 철강사에 대한 배려와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선도기업으로부터 낙수효과가 줄어들면서 선도기업과 여타 철강사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철강산업에서 선도기업의 입지와 역할이 그만큼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선도기업 주도의 성장전략은 진정한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철강산업 경쟁력은 상공정을 장악하고 있는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철강 하공정의 경쟁력과 철강과 철강수요산업의 산업간 관계에서 나온다. 철강과 수요산업이 효율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야 철강산업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철강산업 경쟁력은 철강 선도기업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강 하공정과 수요산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마치 벽돌을 쌓아 올리듯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경쟁력 있는 상공정 제품을 수입하더라도 하공정 경쟁력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철강 하공정과 수요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요중심의 성장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다.

철강 하공정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도기업의 힘이 지나치게 남용되지 않도록 정부가 선도기업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만약 공정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구조조정도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하도급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를 통해 철강 하공정과 유통이 경쟁력을 회복할 때 진정한 철강산업 경쟁력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생각하면 공정한 철강사 간 경쟁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정부 주도의 공정경쟁을 위한 노력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공정경쟁을 이유로 철강 선도기업을 지나치게 견제할 경우 선도기업과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철강사 경쟁력을 위해서는 공정경쟁이 중요하지만 철강산업에서 경쟁이 지나치면 신규투자를 유발하고 과잉으로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철강시장에서는 적정 경쟁의 강도가 중요시된다. 철강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소규모 경제에서는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불가피하다. 과점적 시장구조에서 적정경쟁을 위해서는 선도기업 간 경쟁구도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철강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두 선도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쟁과 공조가 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경쟁과 공조를 통해 분업화와 특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민경제를 생각하면 철강산업은 자신보다 수요산업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일 수 있다.

따라서 철강관련 산업정책을 추진할 때 철강뿐만 아니라 철강 하공정과 전후방산업 그리고 국민경제를 함께 고려하는 더 넓은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

수입규제와 같은 대외 이슈를 다룰 때도 철강사간 경쟁구도와 같은 국내 이슈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사양화와 수입규제, 구조조정, 탄소중립 이슈도 마찬가지다.

2022년에는 한국 철강산업은 선도기업과 상공정 중심이 아니라, 하공정과 수요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철강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공정한 산업정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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