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 철강산업이 나아갈 길(上)
새해 우리나라 철강사 경영전략의 방향은 무엇일까?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 철강사 경영전략의 흐름을 지배했던 것은 시장지배력이었다. 모든 철강사는 투자를 통해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영전략이었다. 상공정에서 하공정으로, 하공정에서 상공정으로, 구색을 위한 투자를 함으로써 한편으로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철강산업의 양적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시장지배력은 철강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철강산업이 성숙기를 지나면서 신규투자 기회가 줄어들고 신규투자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철강시장의 통합과 중국의 부상으로 철강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면서 시장의 위험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회피하기 위해 철강사는 시장적응속도를 높이고 있다. 철강사 경영전략이 시장지배력 중심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사례를 보자.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 철강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나라 철강사들은 높은 시세차익을 누렸다. 과연 어떤 회사가 더 많은 수익을 확보했을까? 시장지배력이 강한 철강사는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시장적응속도가 빠른 철강사도 많은 돈을 벌었다. 시장적응속도가 빠른 철강사가 재고관리를 통해 시세차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철강사 경영에서 시장적응력이 차츰 더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시장적응속도에 따라 각 철강사의 수익성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철강산업이 가지고 있는 생산중심의 경직성 때문에 시장적응력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철강사 시장적응력은 정확한 시장예측과 철강사 내부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가능해진다. 철강사가 시장적응속도를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감산, 통합, 공조 등이 있을 수 있다.
감산으로 생산에서 유연성이 높아지면 판매나 구매에서도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생산과 타 부문의 갈등이 조정되고 부문전략이 통합됨으로써 철강사의 의사결정속도가 빨라진다. 각 부문이 전사적 수익성 극대화로 통합됨으로써 시장적응력이 빨라지는 것이다. 부문전략의 수단간 통합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철강사의 가격 적응속도는 단기적으로 철강사 수익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타 철강사와 공조나 합병도 시장지배력과 시장적응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유용한 경영전략의 수단이 될 것이다.
철강사가 롤마진을 넓히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힘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시장지배력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적응력이다. 시장지배력은 고도성장기 철강사 경영전략으로 선도기업 중심 생산 중심의 힘이고, 시장적응력은 성숙기 이후 경영전략으로 주로 유통이나 가공에서 강조되는 힘이다. 한 철강사가 두 가지 힘을 동시에 가지기는 쉽지 않다. 시장지배력이 큰 철강사는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최대로 활용하는 생산중심의 경영전략을 펼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장적응속도는 느리다. 반대로 시장지배력이 약한 철강사는 생존을 위해 시장적응력을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철강사가 아무리 시장적응속도가 빨라도 철강재 물량확보가 어려우면 시세차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장지배력이 있는 철강사가 물량확보가 용이하다. 따라서 각 철강사가 선택하는 경영전략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력만큼 시장지배력 중심 경영전략을 펼치고, 나머지는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시장지배력 보다 더 강한 시장지배력 중심 경영전략을 펼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자신의 시장지배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데도 불구하고 시장지배력 중심 경영전략을 포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각 철강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경영전략은 시장지배력과 시장적응력의 최적의 믹스다. 이를 위해 먼저 각 철강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철강사는 규모도 중요하지만 시장적응속도가 수익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시장이 중국시장으로 편입되면서 철강가격이 중국과 연동하고 있다. 따라서 2022년 새해 우리나라 철강사 경영전략의 방향은 중국 철강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수집과 예측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철강사 부문전략을 전사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시장적응속도를 가속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