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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도 솔숲에 물길을 내다

▲ 장복덕 포항시의회 의원송도 솔숲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10년 임업 및 양묘 기술을 가진 당시 40세의 오우찌지로라는 일본인이 송도에 정착하면서 나무를 키워 방풍을 하고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 나무들이 자라 이제 100년의 역사가 됐고 포항의 명물이 되고 허파가 됐다. 하지만 해마다 태풍으로 수십그루의 나무들이 넘어져 고사하는가 하면 바닷물이 코앞까지 들어와 뿌리는 검게 썩어가고 토질 또한, 사질토의 특성으로 인해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포항향토청년회를 비롯한 많은 포항의 사회단체들이 매년 식목일에는 후계림을 심고 비료를 주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그 당시는 숲을 지키기 위해 대부분 철조망과 울타리로 둘러싸여 접근이 어려웠고 필자가 어릴 때는 숲과 잡목이 너무 우거져 혼자서는 다닐 수도 없었다. 2005년을 전후하여 부분 개방을 하면서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둘레길을 만들면서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해졌다.하지만 숲은 오히려 대낮부터 술판과 놀음판에 쌈박질로 난장판이 돼 버릴 지경이 돼 포항의 자랑이 아니라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또 송림을 관통하는 300m 2차로 도로의 좌우측 양편은 종일 불법주차는 물론, 승용차가 내뿜는 매연으로 소나무에 악영향을 주었다. 급기야, 시내버스들의 양방향 교행이 불편하게 돼 운전기사들이 운행을 거부하는 사태에까지 번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해안도로가 준공이 되면 이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바 있었다. `그럼, 차 없는 이 도로에 뭘 하지?`라는 생각에 머물렀을 때, 어릴 적 이곳은 비가 오면 물이 흐르고, 고였던 작은 개천이었고 웅덩이에서 올챙이를 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아예 도로 용도를 폐지하는 폐도를 시키고 솔숲을 가로지르는 친수공간을 만들자. 이름은 솔개천이 어떨까`라는 발상에 이르게 됐다.이후 2013년 포항시의 시책사업 공모에 응모하면서 이 사업은 `송림테마거리`로 이름을 바꾸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난관은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수 십년동안 이용하던 도로의 폐도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사후관리가 문제라는 의회의 반대 또한, 만만찮았고 30억원이라는 예산 확보도 쉽지 않았다. 쉬운 구석이 하나도 없는 조건에서 수차례의 주민 설득과 공청회를 거치면서 솔숲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논리로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결과물을 보니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낮 밤 없이 공사현장을 서성였던 10개월의 기억이 추억처럼 지나가고 불편을 참아주고 조기완공을 도와준 분들에게 고마움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이 사업의 준공과 함께 송도 솔숲은 내년까지 60억원을 더 투입하여 도시 숲으로 거듭날 것이다. 형산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하는 2차 사업은 송도 솔숲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공간을 재창출하고 도심관광벨트 구축, 그리고 포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조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밀식된 나무를 솎아내어 주변의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고 볼거리, 즐길 거리와 휴식, 체험공간도 새롭게 만들 것이다. 사통팔달의 도심 속 평지에 위치한 솔숲은 32ha면적에 후계림을 포함하여 2만3천그루의 해송들이 자연에 순응하듯 바닷바람의 반대편으로 굽고 휘어져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이다. 향후, 송도 솔숲은 동빈내항에 정박돼 있는 퇴역함인 포항함과 곧 준공될 해양공원, 송도백사장 복원, 착공을 앞두고 있는 영일대해수욕장 연결 교량 등 주변의 개발 계획과 어울려 포항 도심관광의 큰 축이 될 것이다. 오늘 송림 테마거리 준공을 계기로 송도 솔숲이 생태적으로 건강한 생명의 숲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공존의 숲으로, 그리고 다양함을 즐기는 활력의 숲으로 키워 후대에 물려줄 작은 역사가 되길 희망한다.

2016-11-21

포항시 지자체 국제교류협력의 모범

▲ 조건희일본 니가타 대한민국 총영사 지난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일본 니가타현 조에츠시에서 한·중·일 3국의 3개 도시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올해 한국의 포항시와 중국 훈춘시, 일본 조에츠시 간 `국제경제· 문화교류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3개 도시의 시장들간 뜻깊은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3개 도시 시장들간 회담과 함께 도시 간 국제교류협력 실무회의가 진행됐고 성공적인 결실을 거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이번 행사를 위해 조에츠시를 방문한 포항시 이강덕 시장, 훈춘시 고옥룡 당서기를 비롯해 손님맞이에 모든 진정성을 담아 준비해 준 조에츠시 무라야마 시장님께도 축하를 드린다.이번 시장 회담에서 다양한 교류 및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들었다. 세 분 시장의 열정과 노력으로 3개 도시 간의 실질적인 교류 협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최근 동북아 정세는 한국과 일본 간은 물론이고, 한·중·일 삼국 간에도 어려운 문제들로 인해 정치와 외교적 긴장과 마찰이 지속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외교적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3개 도시 간 교류는 이런 갈등의 골을 허물고 화합과 평화의 미래를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포항시를 중심으로 한·중·일 지자체 도시간의 문화 및 인적 교류는 계속 확대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민 상호 간의 이해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정치, 외교관계의 긴장도 완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이런 차원에서 볼 때, 지자체 간 교류가 다소 미진했던 1996년부터 20년 동안 한·중·일 3개 도시가 선각자적인 자세로 상호 우호교류를 위해 힘써왔다는 사실은 지자체 간 교류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흔히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아시아 지역은 세계인구의 60%, 세계 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등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와 역할이 커졌다.이에 걸맞게 금융위기와 경제 불평등, 기후변화 등 다양한 글로벌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제는 아시아의 새로운 시각에서 역내 공동이익을 위해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국가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아시아 특히 동북아 3국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시점이다.특히, 지자체간 경제적, 문화적, 인적 교류는 국가 간 이해관계와 별도로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이번 3개 도시 간 국제경제·문화교류 공동선언 20주년 행사는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이 제시한 포항의 해양비전은 깊은 인상을 남겼고 앞으로 포항시의 주도적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싶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행사에서 환동해 도시간 상생협력과 발전방안에 대해 도시간 국제교류는 지속발전 가능한 정책을 발굴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시민들이 공감하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포항의 미래를 위해 페리항로개설과 크루즈 및 전세비행기 유치 등으로 산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도약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증진하겠다고도 했다. 이 시장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고 앞으로 적극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20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 도시간의 교류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 세계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6-11-04

옛 포항역을 복원하자

▲ 이희복시인 지난 10월 24일자 경북매일 6면의 `해병대의 역사와 함께한 옛 포항역`과 10월 25일자 경북매일 18면의 `경북매일 독자권익위원회 10월 회의(`100년 역사 포항역 등 옛 건물 복원 이슈화 심층기사 필요`)`에서 서의호 포스텍 교수의 의견을 읽어보고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포항이 고향으로 해병대에서 30여년을 근무하고 다시 포항시민으로 돌아온 한 사람으로서 포항역에 대해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옛 포항역을 없애기 전에 이강덕 시장께 글을 보냈다. 보내기 전 개인적으로 월남전 참전용사와 해병대 현역, 그리고 지역유지와 포항시민들에게 많은 의견을 들어보고 보냈었다.지금은 세계적으로 문화를 관광상품화하고 그로 인해 시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포항시는 있는 역사적 건물마저 초가집 허물듯이 없애고 폐철길에 조성한 숲길을 두 동강으로 내버린 것 같아 너무 아쉽다.일본 북해도 삿포로 시계탑에서 지정된 시간에 울리는 소리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만들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우리도 옛 포항역에서 이같은 기적소리와 함께 그 당시 대통령의 육성과 청룡부대 환송식, 시민의 추억 등을 영상으로 재현해 관광객들이 주변의 폐철길에 조성한 공원에 앉아서 역사의 현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명품도시의 명물을 만들 수도 있었던 역사적인 건물을 너무 쉽게 허물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포항시가 아닌 영일군 연일읍에서 학교에 다녔다. 그 시절 월남에 파병하는 해병대의 청룡부대가 포항역을 떠나거나 도착하면 새벽에 포항역에서 행사하는 환송식 및 환영식에 참석했었다. 그곳에는 항상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꽃다발과 태극기를 들고 있었고, 군악대와 학교악단은 계속 군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해병대의 청룡부대 장병들이 포항역 광장에 정렬하면 환영 및 환송사와 꽃다발 증정과 함께 군가를 부르는 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시골에서 아침 첫차를 타고 출발하여도 늦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먼 길을 걸어야만 했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일찍 일어나서 걷는 일이 너무 힘들어 월남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그런데 어느 날 이웃집 아저씨가 월남에서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나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분들이 침통해 하고 있었다. 얼마 후 이웃마을에서도 전사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때서야 먼 남쪽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 후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고 떠나는 청룡부대 장병들은 많은데 돌아오는 청룡부대 장병들의 수는 적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었다. 특히 소위를 비롯한 하사관들인 초급간부가 많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건성으로 따라 부르던 청룡부대의 노래를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태극기를 손에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가슴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래서 `청룡은 간다` 노래를 부를 때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에 눈물이 글썽이며 무엇인지 실체는 정확히 모르지만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느꼈다.먼 훗날 내가 직업군인이 되어 작전을 마치고 포항역에 도착하고 출발하거나 포항시가지를 통과할 때 시민들이 손을 흔드는 것만 보아도 힘들었던 것이 사라지고 눈에 눈물이 핑 돌며 가슴이 뭉클하여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 시절 우리들의 환송과 환영이 청룡부대 장병들에게 많은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 포항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 내 삶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다. 내 마음이 이렇게 안타까운데 과연 당사자인 청룡부대 장병들과 해병대 및 뜻있는 포항시민들의 마음은 어떨까?우리는 언제부턴가 역사를 너무 쉽게 잊는 것 같다. 해병대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있는 현장인 포항 도심의 옛 포항역은 복원돼야 한다.

2016-11-04

우리에게 꼭 필요한 월동준비 `가스안전`

▲ 이제관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장추위에 절로 몸을 움츠리게 되는 계절, 겨울이다. 집집마다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월동준비로 한창 바빴을 때이기도 하다.이와 더불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잊지 말아야 할 월동준비가 바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예방을 위한 가스안전 실천이다.`아니! 연탄가스 중독은 들어봤어도 일산화탄소 중독은 무슨 소리`냐고 흘려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실제 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자칫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끔찍한 문제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2014년 11월 경기도 남양주 한 캠프장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 중이던 야영객 2명이 난방을 위해 가스연소기를 켜둔 채 잠들었다 사망했다.실제 최근 5년간(2011~2015) 가스보일러 등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28건이 발생해 109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한국가스안전공사와 전국 도시가스사 등이 겨울철 가스안전을 위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개인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먼저 우리 집 가스보일러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일산화탄소의 실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배기통이 빠져 있거나 꺾인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거주 지역의 도시가스사나 LP가스 공급자에게 문의하면 전문적이고 상세한 안전점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가스보일러나 순간온수기는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있어야 하며, 빗물이나 찬바람을 막기 위해 환기구를 비닐 혹은 테이프로 막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또한, 가스보일러를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에는 당연히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 의뢰해야 한다.우리나라가 안전이 바탕이 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안전의 중요성을 명심하고, 평소 생활에서 안전을 실천하는 안전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런 의미에서 지금 바로 안전을 위한 월동준비를 위해 우리 집 보일러를 살펴보자. 작은 실천이 바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예방은 물론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2016-11-03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마치며

▲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구지난 7월 구성된 국회의장 직속기구인`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지난 주 최종 활동결과 보고서를 내 놓았다. 추진위는 보고서에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 금지, 온라인 청원제도 도입, 회의방청 편의성 제고 등 국회의 권위적인 관행과 불필요한 특권 등을 폐지하고 시민들의 국회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국회의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는 200여 가지가 있다는 것이 그동안 언론과 정계에 떠돌던 얘기이다. 하지만 이들 특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은 없다. 다만 이 `200가지 특권 리스트`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대 국회 개원 당시 민주노동당이 당내 특권 폐지 기구 설치를 발표하면서부터였고, 이때부터 “200가지, 혹은 100가지의 특권이 있다”는 설이 돌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에 대한 국민 반감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나부터도 국회의원 특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반감과 궁금증이 무척 많았다. 당선 직후 동료 의원들과 “도대체 특권이 뭐냐?”며 서로 궁금해 하기도 했다.하지만 막상 국회의원이 된 후 체감할 수 있는 특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 추진위가 폐지 의견을 낸 내용들을 봐도, 국회의원 스스로가 누리는 특권이라기보다 관례상 지나친 의전이나 행정적 편의제공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정치 불신에 따른 국민 반감의 표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바꾸어 생각하면 `밥값`을 제대로 해달라는 국민의 요구일 것이다.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이번 주 정보위원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새내기 국회의원으로서 연일 보좌진과의 토론으로 밤을 새가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 결과 언론과 새누리당이 뽑은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만큼, 첫 국정감사 성적으로는 나름 만족할 수준이었다. `밥값`은 한 셈이다.선배 의원들의 귀띔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때문인지 국정감사 기간 동안 으레 있어왔던 피감기관의 대접도 확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받는 이도 불편할 정도의 과도한 의전은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그럼에도 내가 대놓고 누린 특권이 하나 있다. 국민을 대표해 행정기관의 잘못을 꾸짖을 수 있는 특권이었다. 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한다. 이번 첫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정책, 그리고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연구개발정책의 지역 불균형 해소, 불합리하게 책정된 휴대폰 요금제, 새로운 방송환경에 대한 준비상황,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정보와 방송·온라인상에서의 소비자 권리문제를 집중 추궁했다.정쟁을 최소화하고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치르고자 다짐을 거듭하고 임한 국정감사였다. 매일 밤을 토론으로 밤새워 준비한 이유는 합당한 문제제기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행정기관이 `국민의 목소리`에 변명없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국민의 목소리`에 빈틈을 보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 결과 문제를 제기했던 모든 정책들에 대해서 정부는 수용입장을 밝히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느꼈던 보람 이상으로 `특권`을 주신 국민에 대한 고마움도 컸다.국민의 꾸지람보다 무서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 목소리를 대신 내는 것이 국회의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국민이 부여해 준 것이므로 마땅히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 국회의원의 권리는 국민을 위해 쓰였을 때 비로소 박수를 받을 수 있다.이번 첫 국정감사 기간 동안 내가 누린 가장 큰 특권은 `국민의 목소리`였다. 앞으로도 아낌없이 써볼 생각이다. `밥값` 한번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2016-10-26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식 직업교육(하)

▲ 박태수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독일의 유명한 자동차 BMW 본사가 있는 남부 바이에른 주의 뮌헨에는 국립 독일박물관(Deutsches Museum)이 있다. 기술 강국 독일의 위상을 잘 보여주듯 이곳에서는 초기 내연기관을 포함해 디젤엔진, 광학기술, 자동차기술 등 가히 독일의 기술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이 박물관에는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 대전 중 실제로 투입되었던 비행기들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어 공중전의 치열함을 상상하게 한다.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는 전차인 `LK 1`과 전투기인 `포커 아인데커`, 2차 세계대전 때는 전차인 `티거`시리즈와 전투기인 `메셔슈미트` 시리즈가 보인 활약상을 보더라도, 그 기술력이 여타 유럽 국가들을 훨씬 상회했었다. 전후 연합국은 영원히 독일의 재기를 막고자 전역의 산업시설을 강제로 해체해버렸다. 하지만 연합국은 독일인들이 보유한 당시 첨단기술의 노하우와 이를 현장에서 구현해 내는 장인들의 기술력은 파괴할 수 없었다.그렇다면 결코 파괴할 수 없었던 독일인들의 기술력은 과연 어떻게 형성되고 전수되었던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장인(Meister)들의 정신과 기술력은 철저하게 현장중심인 이원직업교육제도(Duales Bildungssystem)라는 직업교육을 통해 양성되었으며, 대를 이어 전수된 기술을 토대로 독일은 오늘날 유럽을 넘어 국제사회의 리더국가로 다시 부상했다.오늘날 항공산업은 세계화 시대의 대표적인 기술이며, 우주항공 기술을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술들은 다른 2차 산업 분야들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최근 항공산업은 정밀도와 내구성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더더욱 기반 산업들의 역량을 필수로 하게 되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항공산업은 첨단기술 노하우를 축적하는 기초과학의 증진과 현장기술력을 갖춘 휴먼인프라(엔지니어)가 필수적이다. 비단 항공산업뿐만이 아니고 독일의 산업은 바로 첨단과학기술과 직업교육이라는 쌍두마차가 견인해 나가고 있다.주지하듯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 항공기 산업은 보잉(Boeing)이나 맥도널 더글라스(MacDonnell Douglas)와 같은 미국 기업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1978년 이후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이자 유럽의 항공산업 육성정책이 탄생시킨 에어버스(Airbus Industrie)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여 2013년대에 이르러서는 보잉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첨단 항공산업에도 독일의 직업교육이 배출한 현장기술인력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오늘날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강소기업이 많고 기술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인력양성은 도제식교육과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듀얼시스템을 통해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독일 기업의 20% 이상은 이 직업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탄탄한 동반성장을 이루고 있다. 사뭇 학연과 지연, 그리고 교사나 공무원 등 화이트칼라를 선호하며,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직업교육기관을 폄하하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최근의 정부 출연연구소나 기업 및 민간연구소가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10년 이후 제조업을 포함한 한국의 경제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산업의 허리가 되는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의 폴리텍이나 교육부의 전문대학, 그리고 특성화고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독일과 스위스 등이 시행하고 있는 도제식 직업교육이 현재 우리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산업을 다시 일으킬 중요한 모델이라는 점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6-10-18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식 직업교육 (상)

▲ 박태수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올해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인 알파고와의 세기의 바둑대결 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필두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의 열기가 뜨겁다. 이후 AI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자 정부는 급히 300억원을 투자해 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두는 AI개발을 발표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들은 AI에 관심과 투자를 시작했다는 사실로 보면, 비록 뒤늦었지만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해서 AI와 같은 미래산업에 추가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 1970년대 컴퓨터와 인터넷 중심의 제3차 산업의 도래에도 독일은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을 기반산업으로 한 신산업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강소기업 중심의 독일이 경제위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제조업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의 제조업은 도제식 직업교육이 배출한 현장기술인이 지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청년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있다. 산업은 꼭 AI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향후 부지불식간에 또 다른 고도화된 산업이 출현할 수 있기에 제4차 산업의 열풍에도 `신성한` 제조업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한편 현재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대략 70%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월등히 높지만 대학졸업자들의 실제 취업률은 57%로 매우 낮다. 청년들의 낮은 취업률로 인해 심지어는 대학졸업(4년제)한 후에도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거나 혹은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해도 곧 기업현장에 투입할 수 없을 정도로 학교기관의 교육과 기업현장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2013년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대졸신입사원 재교육 기간 및 비용은 평균 18.3개월, 1인당 5천959만원으로 기업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과 산업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산학일체형 교육방식은 어떻게 가능할까?가장 적절한 그 해답은 지난 2013년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에 도입한 독일과 스위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업교육시스템이다. 다행스럽게도 안정적인 고용과 청년일자리 창출에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스위스와 독일의 도제식 직업교육이 지난 2015년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시작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에는 특성화고등학교 9개교를 시범적으로 운영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전국 60개 특성화고 2천674명의 학생들이 800여 개 기업체에 조기 취업하여 기업맞춤형훈련을 받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도제식 직업교육을 수용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현장중심형 직업교육모델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우선 고등학교에서 도제교육에 적합한 전공 분야의 학생 50여 명을 선발해 맞춤형 교육훈련을 시행하게 되는데, 각 학교에서는 기업과 함께 2~3학년의 도제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교와 기업 여건 등을 고려한 다양한 직업교육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작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수 전문기술인 양성을 위한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인`유니테크(Uni-Tech)`사업도 있다. 이 사업은 특성화고와 전문대학, 그리고 취업을 보장하는 기업이 연계되어 하나의 사업단을 이루고,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5년간의 통합교육과정을 함께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도입한 스위스·독일의 도제식 직업교육은 금형 등 뿌리산업인 우수 제조업 분야의 기술·기능인력을 양성함으로써 향후 우리 산업의 허리를 견고하게 받쳐줄 것이다. 나아가 청년 고용률과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등 중앙정부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의 산업에 맞는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도제식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2016-10-11

경북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전문치료 시설 시급

▲ 박용선 경북도의회 의원#사례1.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은 전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규모 5.8의 강진으로 경주, 포항, 영천 등 경북도내에서만 주택 파손 등 5천 48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복구비용이 138억원에 이르렀다. 지진 규모가 크다보니 여진 횟수도 상상을 초월했다. 3일 발생한 3.0 규모의 지진까지 합쳐 모두 455회나 여진이 일어났다. 3.0~4.0 미만이 16회, 4.0 ~5.0 미만이 2회였다. 경주시민들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재산피해도 피해지만 언제 또 들이닥칠지 모르는 지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사소한 소음에도 깜짝 깜짝 놀라기 일쑤다. 소화 불량에 두통, 어지럼증세로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여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괴담까지 가세해 트라우마가 깊어지고 여진의 충격으로 건물이 조금씩 함몰되거나 균열을 일으켜 붕괴되지나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사례2.2012년 9월27일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 보관창고가 폭발해 이 공장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당했다. 불산가스누출 사고의 2차 피해는 엄청났다. 사고 현장 인근주민들은 피부발진, 두통 등을 호소했고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말라죽는 한편 가축들이 이상증세를 보여 주민 불안감이 컸다. 사고현장을 수습하려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경찰관, 인근 공장 근로자, 공무원, 시민 등 398명이 불산의 위험성을 모르고 현장에 접근했다가 어지럼증과 두통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6월 28일 역시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LCD 패널 제조공장인 이코니에서 폐질산 5t이 탱크 밖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소방서 등 관계당국의 재빠른 대응으로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4년 전 불산가스 누출로 트라우마를 겪었던 주민들은 유독물질 유출 사고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실제로 지진과 대형사고 등 재난을 경험한 사람 절반이 재난 이후의 삶에서 우울증 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는 조사가 나왔다. 용인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팀은 지난해 3월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재난경험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재난 경험자 170명 중 45.9%(78명)가 정신건강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 이상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여가활동, 직업, 자산, 신체건강, 가족관계의 순서로 재난 경험 후의 삶에서 애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의 지진과 구미의 유독물질 유출사고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이처럼 경북도내 곳곳에서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나 재난 후 주민들이 겪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신안정을 위한 시설은 전무하다시피 해 대책이 시급하다. 경북도가 지난해 `국가재난안전 클러스터`를 추진해 국립 외상후 스트레스 치유센터를 만들 계획이지만 당장 치유가 급한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때문에 현재 경북도 차원에서 계획 중인 사업이라도 하루빨리 예산을 집행해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다행히 경북도에서는 소방공무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해 특수건강진단 및 심신안정실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도는 올해 특수건강검진 등에 13억5천여만원, 심신안정실 설치에 2억5천여만원을 편성해두고 있는데 이번 경주지진과 구미 폐질산 유출 등 재난을 계기로 규모와 이용 대상을 확대하기를 바란다. 포항, 안동, 김천 등 경북도립의료원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련 치료를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도가 이 예산을 편성할 때는 경주 지진 등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을 감안한 장기 대책을 별도로 세우더라도 우선 있는 예산을 활용해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주민들을 치료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생각한다.

2016-10-10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철강도시 포항의 위기(下)

▲ 서정헌 (주)스틸앤스틸 대표안타깝게도 포항 지역경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각화가 아니라 기존의 포항소재 철강사만이라도 잘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항소재 철강사들의 후퇴속도를 조절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사양화 문턱에 서 있다. 사양화가 본격화 되면 그 속도는 엄청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과의 국제분업구조도 그렇고 과거 우리나라 철강산업 경쟁력이 다소 과대평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에 밀리는 속도는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지금 포항 지역경제는 진퇴양난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일은 철강산업 사양화로 인해 포항 지역경제가 받을 타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철강은 산업적 특성상 사양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법 제도적 정비가 선제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사양화의 길로 들어서면 철강의 경우 더 정교한 정부 산업정책이 요구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수입규제, 수입모니터링, 국산 우선구매, 원산지 표시, KS규정 등 다양한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사양화 속도를 지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샷법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 제도를 통해 개별 철강사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고 속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포항 광양 당진과 같은 철강도시는 지역경제 차원에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선진국 철강도시의 사양화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일본 기타큐슈는 미국 피츠버그 지역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좀 더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진 일본에서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철강 구조조정 관련해서 지역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강공장이 있었던 유휴지를 재개발하는 정책이다. 미국에서는 정부와 민간단체 부동산업자가 재개발을 주도하였고, 일본에서는 철강사와 노조가 재개발을 주도했다. 이러한 양국의 차이는 주로 양국의 노사관계의 차이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포항지역은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만약 일본 모델을 따라가겠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 노사관계를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포스코 노사관계는 포항 지역경제의 위기극복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미국과 일본의 철강 구조조정 결과를 비교해 보면 철강사와 노조가 적극 주도한 일본모델이 훨씬 사회적 비용이 적었던 것으로 평가된다.포항 지역경제에 대해 이런 어두운 얘기를 하면 많은 포항시민들이 너무 부정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스스로 낙관적인 얘기를 하면서 위로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포항지역의 다각화가 왜 지지부진 했다고 생각하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한 절박함이 약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역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포항지역 철강산업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함으로써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고 더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철강도시의 위기는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다른 철강도시인 당진 광양도 마찬가지다. 광양은 포항보다 더 생산성 중심의 일관공정을 가지고 있어 경기침체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양화가 본격화되면 광양이 포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당진은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힘이 작동하고 있어 좀 더 수월하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가 지속되기 어려운 점도 있고 당진이 포항보다 더 신예의 설비를 가지고 있어 사양화가 본격화 되면 신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도 못한 채 조로할 위험도 있다.

2016-09-26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철강도시 포항의 위기(上)

▲ 서정헌 (주)스틸앤스틸 대표철강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 중 하나가 철강도시 포항일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철강사들이 겪을 어려움의 몇 배 이상의 타격이 포항 지역경제를 덮칠 것이다. 철강위기로 인한 포항지역의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집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으로서 철강과 지역으로서 포항을 동시에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철강산업의 위험에 대해서는 포항지역에서도 오래 전부터 얘기되고 있었다. 1990년대 필자가 포항에 있는 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에 근무할 때 일이다. 당시 박태준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 다각화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었다. 철강이 영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철강의 사양화가 포스코나 포항 지역경제의 사양화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원히 철강에만 의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철강 외 다른 사업으로 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당시 포스코 경영성과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철강만으로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박태준 회장의 다각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 돌이켜 보면 박태준 회장은 당시 1990년대 일본 철강산업의 어려움과 일본 철강사의 다각화 노력을 보면서 우리도 미리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그러나 박태준 회장이 제시한 다각화는 아직도 우리에게 진행중인 과제다. 그동안 포항지역에서는 다양한 철강 외 산업으로 다각화가 추진되어 왔지만 실제로 철강을 대체할만한 다각화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다. 요원한 것처럼 생각되었던 철강위기는 벌써 우리 눈앞에 다가왔는데 이에 대비하는 다각화는 아직 그 때 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에게 절박함이 적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말이나 글로는 다각화를 얘기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각화를 추진할 힘이 없었던 것이다. 다각화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과연 포항 지역경제에서 다각화를 위해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필자는 이미 그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있다.철강 외 다른 산업으로 산업간 다각화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포항에서는 철강산업 내에서 2차, 3차 가공산업으로 다각화라는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철강이 수요산업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서 철강산업 내에서 다각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포항이 철강생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철강과 철강수요산업 사이에 있는 다양한 부품가공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아주 기술집약적인 부품가공산업의 경우는 국내 수요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략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도약의 기회는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중국과 같이 아주 경쟁적인 시장구조에서는 일찍부터 철강이 철강재 가공산업으로 진출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큰 흐름을 보이고 있다.그렇다면 한국 철강산업이 지금까지 부품가공산업으로 다각화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오랜 세월 한국 철강시장을 지배해 온 공급자 중심의 시장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장구조의 문제는 국가의 산업정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지 포항 지역경제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포항이 자동차용 부품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울산과 도로를 개통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데 현대제철의 철강재만 쓰는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포항에 공단을 만들어도 부품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16-09-19

공직 40년,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기대

▲ 김사익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 공무원이 돼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지 벌써 40년이 다 돼 간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준비에 또 몇 년….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감히 상상이나 할까? 한때는 대기업에 취업해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잘난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언젠가 사정이 바뀌었다. 대기업에 다니던 친구들은 일찌감치 보따리를 싸서 집으로 갔고, IMF가 터지고 경제가 내리막길을 내달려도 끄떡없는 나를 진심으로 부러워했고, 나는 비로소 자부심을 느꼈다.노태우 후보의 6·29 선언 후 10여 년간 근로조건 향상에 대한 산업현장의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와도 나라 살림은 계속 나아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공무원이든 대기업이든 취업할 곳도 많았다. 기회는 상수고 본인의 노력은 변수였다. 지금은 기회는 변수고 노력은 상수다.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이나 부양할 가족이 있는 기성세대에게나 취업은 지상과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슬금슬금 시작된 청년들의 취업난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는 고사하고 더욱 악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의 청년실업률은 9.2%에 달한다. 일용직과 임시직까지 포함하면 아마 훨씬 높을 것이다.미래세대의 일자리를 키우기 위해 현 정부는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벌써 2년이나 됐다. 한 때는 노사정이 대타협으로 힘을 보탠 적도 있었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렇게 떠들썩하게 추진했던 노동개혁은 어디쯤 자리하고 있을까? 노동개혁의 주무 부서에서 일하는 나는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심하면서 그래도 건강한 노동 현장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했으면 하는 게 있다.우선 연공급 중심의 경직성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유연한 임금체계로 개선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공무원의 급여는 연륜이 쌓일수록 높아진다. 그가 하는 직무나 성과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게으른 공무원이라면 그저 세월이나 기다릴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연공급은 생산성과 무관하게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중·장년 근로자들은 조기퇴직의 압박을 받고 기업은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를 꺼리고 비정규직 또는 외주 하도급에 의존하게 돼 고용구조가 더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임금체계는 직무급 등을 통해 인력운영의 탄력성을 높이고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채용에서부터 퇴직까지 인사관리 전반에 공정인사를 확산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기업들이 학력이나 스펙보다는 직무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공정한 평가와 그에 따른 급여·승진 등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인 교육훈련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그 결과 열심히 일한 근로자는 합당한 보상을 받고, 저성과자는 재기의 기회를 부여받는 한편,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노사 모두 함께 사는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노동시장이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성과는 제대로 보상받아야 한다. 그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의 격차는 해소되고 그 구분도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근로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임시방편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을 통해서 저성장-저고용이라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빨리 끊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노동개혁은 경제주체 모두가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따라서 그만큼 참고 이겨내야 할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노와 사를 포함해 우리 기성세대가 먼저 감당해야 할 몫이다.나는 조용히 떠날 날을 기다린다. 내가 떠난 자리는 취업에 목말랐던 누군가가 채울 것이고, 또 몇 사람은 승진의 기쁨을 맛볼 것이다. 해서 오래 정들었던 보금자리를 떠나지만 마음은 평온하다. 다른 자리에서라도 우리 노동시장이 훌륭하게 변신해 국민 모두가 일자리 걱정 없이 살아가는 `일취월장`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면 무얼 더 바랄까?

2016-09-12

추석명절, 고향집 가스안전 점검이 큰 효도

▲ 이제관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장`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고, 오곡백과로 상을 차려 조상께 예를 올리는 일 년 중 가장 넉넉하고, 풍요로운 날이다.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절, 그 행복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한 가스안전이다.최근 5년간 추석 연휴 동안 12건의 가스사고가 발생했다. 사용자 취급 부주의사고 7건, 고의사고 3건 등이다. 가장 즐거워야 할 날 사소한 부주의 등으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평소 가스안전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잊지 않는다면 가스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추석 연휴 꼭 지켜야 할 가스안전 수칙을 몇 가지 알아보자.우선, 귀향길에 오르기 전 가정 내 가스레인지 콕과 중간밸브, 메인 밸브(LP가스는 용기 밸브)를 잠가야 한다. 연휴 중에는 음식 준비 등으로 평소보다 가스기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미리 가스시설을 점검하고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또한, 음식 준비 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는 삼발이보다 큰 조리기구를 사용하지 말고, 가스레인지 주위에 무심코 부탄 캔을 놓아둘 경우 복사열 때문에 부탄가스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특히, 평소 소홀하기 쉬운 고향 부모님댁의 낡은 가스용품은 교체하고 음식을 하다가 깜박하고 외출 시 가스레인지로 인한 과열화재 예방을 위해 타이머콕과 같은 안전장치를 설치해 주는 것도 효도의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연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우선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시키고, 혹시 가스 누출이 의심되면 관할 도시가스사나 LPG 판매점 등에 연락해 안전점검을 받은 뒤 사용해야 한다.`의심이 확신보다 안전하다`는 명언처럼 가스 밸브 하나 고무호스 하나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생활 속 실천이 가스의 위험으로부터 나와 가족의 소중한 생명과 행복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자./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장

2016-09-07

경북 산악관광진흥구역 특성화 모델 개발을

▲ 이동수 대구한의대 교수경상북도의 청정 자연환경과 친환경 산림자원과 해안경관을 활용한 산악관광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사업발굴과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서 산지활용과 관련된 규제를 개선하고, 체계적인 계획하에 자연 친화적인 관광휴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경상북도의 선제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하지만 강원, 충북, 울산 등 각 지역별로 지정에 대한 준비와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특성화 모델의 개발이 절실하다.산악관광은 그동안 중복 규제로 개발이 어려웠던 산지·산림지역에서도 환경·생태적 지속가능성,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쟁력,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산악관광진흥구역`지정을 통해 개발이 가능하다. 다만 생태계 및 문화재 등의 보호를 위해 자연공원, 백두대간보호구역 중 핵심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은 구역지정이 불가능하다.제정 법안은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을 통해 자연 친화적 산악관광의 여건을 조성해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산악관광진흥구역의 지정 △산악관광개발사업의 시행 △산악관광진흥구역 특례 및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경상북도 내 산악관광진흥구역 제도와 목적에 부합한 산악관광중심지 조성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데 이는 특성화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당초 기대와는 달리 자연공원이 제외됨에 따라 산악관광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등 제외된 적용가능지역에 대한 선제적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정부의 사업공모제안에 대응하고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경상북도 및 도내 자치단체의 세제지원이나 기반시설 지원 방안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적극 필요하다.그러나 신규 개발에 따른 환경훼손과 재원감소를 막기 위해 기존 산악관광자원이 밀집되어 있고,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지역의 확장을 통한 친환경적 개발방안에 대한 검토를 통해 특성화가 필요할 것이다.우선적으로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개발에 앞서 자연훼손, 지역관광 및 경제활성화 등 보전과 활용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및 지역 주민 간 소통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법률과 관련하여 백두대간 등 주요자원으로 지목되는 지역에 대해 대기업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등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고,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지역사회의 공감대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산악관광진흥구역의 지정에 있어서 매우 많은 지역들이 경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북의 산악관광진흥구역의 특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접지역인 강원도, 충북도 등과의 차별성도 필요하고, 울산과의 차별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특성화를 위한 아이템을 제안하자면 최근 웰니스, 힐링이 화두를 넘어 광풍처럼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제를 메인 테마로 적용하는 것도 좋은 특성화 테마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2016-09-07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을 보고

▲ 김성태 문화평론가·대구가톨릭대 산학교수안동시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안동 아리예술단(대표 김나영)이 주관하는 융복합한국전통창작춤극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막을 올렸다. 1998년 안동의 한 양반댁 자손 이응태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발견된 썩지 않은 유품 중에는 사랑하는 남편에 대한 아내 원이엄마의 애끓는 사랑의 편지 그리고 머리카락과 삼으로 엮은 미투리 등이 450년의 세월을 넘어 썩지도 않은 채 발견되었다.특히 원이엄마가 자필로 쓴 한글 편지는 불과 31살에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에 대한 아픔이 절절히 묻어 있어 실로 감동적이었다. 이에 많은 예술가들이 원이엄마를 소재로 한 작품을 산출하였다. 소설 `능소화`가 있었고 이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 `원이엄마`가 무대에 올랐다. 또한 적어도 3가지 버전의 뮤지컬도 있었다.그러나 안동 아리예술단의 전통창작춤극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은 원이엄마를 소재로 한 예술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종결판이고, 한국 전통무용극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원이엄마 모티브는 감동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너무 간단하다. 그래서 스토리를 극화하는 일, 특히 공연작품으로 무대에 올리기에는 쉽지 않은 과정을 넘어서야 한다. 먼저 스토리 구성의 적합성과 자연스러운 전개가 바로 그것이다. 앞선 오페라와 뮤지컬들은 원이엄마의 순수한 사랑을 벗어나는 지나치게 비약적인 스토리가 없지 않았다. 물론 각각 다른 장르 고유의 장점이 있겠지만, 원이 엄마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표현함에는 순수한 몸짓의 무용극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이런 의미에서 2010년 정숙희 교수의 무용극 `원이엄마`가 그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고, 관객들에게는 원이엄마 편지의 사본까지 제공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1부에서는 정숙희무용단의 오고무와 중국잉츠무용단의 무용이 소개되었고, 2부에 들어서야 무용극 원이엄마가 무대에 올랐다.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원이엄마 무용극의 완성판은 안동 아리예술단의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은 예술총감독 김사라 교수가 쓴 대본에 있다. 서곡부터 시작하여 제1장 신들의 게임부터 제10부 생명의 빛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이 탄탄하고 군더더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의식이 있고 극의 전개가 매우 자연스럽다. 무엇보다도 `원이엄마의 사랑`이라는 포커스를 놓치지 않고 있다. 종교철학박사 학위와 여러 편의 소설을 발간한 그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으리라. 그 다음으로 김나영 단장의 안무와 연출이 대단히 유려하고 세련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허샘(원이엄마 역)과 최석민(이응태 역)을 비롯한 잘 생기고 능숙한 무용수들이 안정되게 잘 표현하였고, 독무와 2인무와 군무는 하나하나 신선하고 적절히 잘 배정되어 있었다. 음악과 분장과 영상과 조명 그리고 부채 등의 소품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모든 요소가 잘 받쳐주었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의상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고, 매 장마다 약간씩 변화된 무대장치도 극의 효과를 잘 부여하면서도 경제적인 모습이었다.각 장을 시작할 때마다 간단한 해설이 자막으로 비쳐져 극의 이해를 더욱 용이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1시간반의 공연에 몰입될 수 있었고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프로그램북 역시 적당한 정보와 함께 깔끔하였는데,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의 번역문도 게재되어 이 작품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더 해 주었다.우선 전국 각지 투어부터 해 보았으면 한다.

2016-08-31

`저부담·저급여`의 健保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로 바꿔야

▲ 이태형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장 세계에서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 우리 건보체계에도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고 혜택도 적게 받는 `저부담·저급여`를 해결해야 한다.이 때문에 현재 국민이 비급여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결국 비급여 보장을 위해 실손보험 민간 사보험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예전에는 제도권 밖에 있는 비급여실태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다.다행히 지난해 말 의료법 개정으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조사분석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가 공개된다면 환자의 알 권리 확대 및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현재 정부는 보장성 강화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우선 고액 진료비가 발생하는 `4대 중증질환`은 2013년 하반기부터 약 383개 비급여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 데 이어 올해에는 200여 개 항목을 추가했다. 그리고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도 건강보험 체계안으로 포함하고 있다.선택의사 비율은 80%에서 올해 33% 수준까지 낮아진다. 상급병실은 2014년 4~5인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 데 이어 지난해는 대형병원의 일반병상 의무비율을 50%에서 70%로 강화하고 있으며, 간병비는 지난해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오는 2018년부터는 전체 병원에서 시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보장성 강화를 위한 공단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건강보험 보장률도 2013년 62.2%에서 2014년 63.2%로 올랐고, 4대 중증질환의 경우 77.7% 수준의 보장률을 달성했다.공단은 2025년까지 보장성 강화 80%를 목표로 국민의 보건의료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특히 지난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건보공단이 A등급을 달성한 것도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을 실현하고자 시행한 다양한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 준 것으로 판단된다.비급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저부담·저급여`의 건강보험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해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 시켜 나감은 물론 의료공급자에게 적정한 수가를 보장함으로써 비급여의 확산을 둔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여겨진다.

2016-08-24

죽도시장과 새벽장

▲ 배용일 포항문화원장나는 포항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 포항은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의 브랜드 도시, 한국 여명의 도시로 역사 문화적인 정체성을 알면 포항의 미래가 보인다. 일찍이 30년대 후반부터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번씩 새벽시장 다니기를 생활화 하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던 죽도시장과 6·25전쟁 후 근래 형성되기 시작한 포항 구역(舊驛)의 새벽시장을 다녔다.길가에 좌판을 깔고 새벽부터 아침까지 내내 각종 채소와 지역의 특산물을 팔려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은 한 사람도 찡그리는 표정 없이 밝고 맑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새벽장의 상인들을 보고 삶의 활기를 보고 느끼는 큰 깨우침을 배운 지 오래되었다. 새벽장의 왁자지껄한 활기찬 기운에서 평소의 고민되고 우울했던 일이 한꺼번에 사치스러웠던 일로 눈 녹듯이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요즘 전통시장이 현대화됐다고 하지만 어찌 한여름의 폭염과 엄동설한의 한파에 괴롭지 않겠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저 상인들은 서로에게 의지해가며 오늘도 열심히 손님을 부르며 삶을 개척해나가느라 여념이 없다. 저 악착스럽고 강인함이 포항의 아들 딸을 키워내고 살림살이들을 다 차려 나갈 수 있도록 하지 않았던가.특히 정년 후에도 대학 내외의 강의와 포항 역사문화 연구 등의 일거리가 있어 한가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어느새 나는 새로운 활력소가 샘솟는 즐거운 일이 생겼다. 바로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번씩 죽도시장 새벽장과 간혹 포항역의 새벽 번개시장에 다녀오는 일이었다. 집에서 오거리까지 2km 정도 걸으며 여명의 죽도시장 새벽장 기운과 반가운 인사로 덤을 주고 받는 넉넉한 인심의 훈훈한 정을 만끽한다. 뿐만아니라 지난날 어머니의 보리밥과 열무김치의 위대한 밥상을 맛볼 수 있는, 인생 후반의 새로운 즐거움을 더 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오늘의 죽도시장이 있기 전까지는 지난날 죽도재래시장을 조성하는데 열과 성을 다한 조선후기 영일만 포항의 입향 선조들의 개척적인 삶이 큰 토대를 이루었으며 이후 숱한 역사의 고비를 넘기며 오늘의 현대적 재래시장, 경북 제1의 전국적 죽도시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오늘날의 죽도시장은 6·25전쟁 후, 돌아가신 대아가족 창업 회장님과 죽도시장 상인단체연합회 등을 이끄신 선도적 애향 인사들, 포항의 자랑스러운 글로벌 기업 포스코 등의 남다른 죽도재래시장 사랑, 반세기 동안 죽도시장을 지켜준 수많은 도소매 상인들, 그리고 꾸준히 애용해주신 시민과 방문객들의 정성스럽고 자랑스러운 합작품이므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특히 천혜의 한국 해맞이 성지, 영일만 포항에서 죽도시장의 활기찬 아침을 여는 `새벽장`과 함께 오랜 세월 수십년간 해산물은 물론 멀리서 죽장, 장기, 기북 등 각 지역의 특산물을 손수 재배하고 장만하여 내다놓는 현지 상인들과 내고장의 청정 먹거리들이 영일만 일출의 해돋이 기운을 듬뿍 담아주어 21세기 영일만 르네상스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잠재력이 되고 있다.동해안 최대의 전통재래시장, 죽도시장(동빈내항, 칠성천, 양학천이 둘러진 대나무섬시장, 죽도와 죽림사의 명칭을 보아 대나무가 많았음을 알 수 있음)의 명물 새벽장을 잘 가꾸어 발전시키는 한국화·세계화의 꿈을 꾸어본다. 한국의 아침을 여는 여명의 고장 포항, 자연의 찬란한 빛과 활기찬 인간의 삶이 함께 어우러지는 포항만의 색깔을 가진 죽도시장의 `새벽장터`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전통과 현대의 미래화를 지향하는 지혜로운 포항인의 화합과 개척 정신으로 `함께 하는 포항, 도약하는 포항`을 건설하는 참신한 연구와 기획 및 그 실현을 기대해본다.

2016-08-24

해안경치가 자원이듯 쓰레기도 자원이다

▲ 이희진 영덕군수지금 우리 영덕군은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국 최초 `유소년축구 특구`로 지정됐고 `영덕대게 축제`가 `국가유망 축제`로 선정됨과 동시에 강구대게 거리가 `한국 관광의 별`로 지정됐다. 스포츠-관광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경제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연말부터 개통하여 상주에서 영덕까지 이어지는 동서4축 고속도로 광역교통망은 군의 외적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군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군의 품격을 더 높이는 내실 다지기가 시급한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관리다.우리 군은 우선 생활 쓰레기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바꾸고자 했다. 쓰레기는 소각시키거나 매립시키는 폐기물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지난 2014년 말부터 `쓰레기도 자원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생활 쓰레기 재활용 사업을 추진했다. 농어촌 지역이지만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배급하기 시작했고, 이를 환경자원관리센터로 보내서 `쓰레기 수익금`을 창출해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사업 초기에는 13t, 작년에는 500t을 재활용하여 6천만원의 수익을 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500t을 처리하여 벌써 5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환경자원관리센터는 매일 수거한 종량제 봉투에서 쓰레기를 꺼내 1차로 재활용품을 분리하고 2차로 품목별로 구분하여 계약업체에 판매한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분리수거가 정착되고 재활용품 양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력 증원은 물론 분류 시설을 확충함으로써`쓰레기 수익금`이 증대되고 이를 군 세입에 편입시키고 있다. 우리 군에는 연간 83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이들은 영덕읍내 곳곳의 종량제 봉투 수거함을 보게 된다. 현재 100개의 종량제 봉투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는데, 말끔하게 정돈된 거리라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종량제 봉투를 쉽게 실을 수 있는 압축진개차들이 수시로 거리를 도는 풍경도 발견한다. 이들 또한 쓰레기도 이젠 새로운 자원으로 순환되어야 한다는 걸 알고 계실 터이다. 문제는 실천이다.이미 독일 함부르크시는 2007년부터 쓰레기 줄이기와 자원회수 캠페인으로 생활쓰레기 10만t을 감소시켰고 42년간 가동한 Stellinger Moor 쓰레기 소각장을 폐쇄한다고 한다. 그 자리에는 자원관리·회수처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일본 교토시는 신 쓰레기 반감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촉진하여 배출량을 39만t이나 줄이기로 했다. 선진도시들은 환경오염을 고려해 최소한의 양을 소각·매립함과 동시에 `쓰레기 자원`을 재발견함으로써 `제3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바야흐로 쓰레기가 부가가치를 재창출하는 시대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그 일례로 서울시 홍대 젊음의 거리에 설치된 재활용 자판기를 들 수 있겠다. 캔과 페트병, 종이팩 등 재활용품을 넣으면 품목별로 분류·압축되고 모아진 재활용품의 판매수익금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기부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재활용 자판기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자원순환시대를 이끄는 쓰레기통은 그 자체로 경제적·사회적·미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영덕군정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는 `미래의 영덕`을 천혜의 자원만큼 `아름다운 영덕`, `살고 싶은 영덕`으로 가꿔나가고 싶다. 그 방안 중의 하나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쓰레기 분리수거를 꼽은 바 있다.여느 지자체도 그러하듯 쓰레기 문제는 늘 골칫거리다. 게다가 쓰레기는 눈앞에서 치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필자는 수시로 군내의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살피면서 그 안에 담겨진 우리 군민들의 성숙한 환경의식을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한다. 블루로드의 경관처럼 아름답고 청결한 거리, 특산명품 대게만큼 소문난 시민의식,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환경 정책. 필자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자 한다. 우리의 고장, 그리고 이 땅은 사실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새삼 되새긴다.

2016-08-22

아무리 여측이심(如厠二心)이라지만

▲ 김규태 동국대 교수·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전쟁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일 중 하나는 전쟁 관련 선전, 절규, 거짓말, 증오 등 그 모든 것이 예외 없이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1936년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 체험을 기록한`카탈루냐 찬가`의 이 대목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위선과 탐욕을 고발한다. 프랑코 정권의 파시즘과 싸우겠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조지 오웰은 파시즘 척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기대했던 공산주의에 대해 실망한다. 권력유지에 급급한 스탈린 체제에도 환멸을 느낀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독한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도 카탈루냐 공화파 군대가 끝내 지켜나갔던 선의에서 인간의 희망을 발견한다.그로부터 8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총칼 대신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산다. 상황에 따라 신념도 뒤집고 정확하지 않은 얘기도 사실로 호도하는 모습 또한 여전하다. 특히 정치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여측이심(如厠二心)이라고, 아무리 뒷간에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서 보일 모습은 아니다. 표 달라고 할 때와 당선 뒤 달라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조지 오웰의 언급처럼 싸우지 않은 채 싸움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월성원전 고준위방폐물 문제가 대표적이다. 가뜩이나 TK 지역의 여러 현안 때문에 들끓은 민심을 겨냥해서인지, 원자력발전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을 철회하란다. 야당 탈핵모임 의원들의 주장이다. 우리 지역 여당의원들도 국민의 안전과 경제에 심대한 파장을 미칠 국가적 과제에 대해 명확한 의견표명을 하지 않거나,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세계의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이 이젠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된 것처럼, 원전수입국에서 자체 원자로를 개발한 세계 6위의 원전 운영국이 됐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원전가동에 따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문제인 고준위방폐물의 관리에 관한 정책도, 법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80년대부터 정책과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주민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갈등의 현장을 넘고 서로간의 신뢰를 구축해 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들은 갈등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에서 정부와 국회, 지자체, 환경단체, 시민대표가 모두 주역으로 참여해 정책과 법 제도를 토대로 한 경기규칙을 만들었다. 원전지역의 특성이나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협상해야 할 조건이 상이하기에, 정책과 법으로 큰 틀의 방향을 정하고 상황에 맞는 그라운드 룰을 만든 것이다.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을 시작했지만, 극단적 갈등과 불신만 초래한 채 표류해왔다. 그러다 이번에 겨우 정부정책을 확정하고 관리 절차법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많이 늦었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제라도 결정하고 법적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 자체는 다행이라 여긴다. 무엇보다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주목한다. 그러나 그 무엇도 주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법제화되지 않으면 국회나 지방의회 의견처럼 정부정책을 철회하면 지금까지 보낸 시간을 그대로 다시 보내야 한다. 특별법 18조를 근거로 빼 가기를 원하는 고준위 방폐물 또한 움직일 근거가 없다.선출직 정치인들이 정말 국민의 안전을 원하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법적·제도적 기반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시간은 포화를 향해 가는데, 당장 해결해야 할 저장시설 해법 마련은 접어두고 정부를 질타하기만 한다고 어떤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는 고준위방폐물 관리 해법 마련이라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

2016-08-17

포항국제불빛축제에 참가하여

▲ 모리모토 야스히로駐 부산일본국총영사 포항시의 초대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등지에서 열린 `제13회 포항국제불빛축제`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1981년에 일본국 외무성 한국어연수생으로 서울 땅을 밟은 이래, 주한일본국대사관 근무 4번, 합계 12년을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포항의 불빛축제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월에 부산총영사로 부임해 아직 한 달 남짓. 포항의 주요 기관에 인사를 드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오후에 부산을 출발하여 새로 개통된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를 기분 좋게 질주하는 도중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다. 때리는 듯 강한 비가 고대하고 있었던 저녁의 불빛 축제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금세 그치고 여름 햇살이 되돌아왔다.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포항문화예술회관. 한·중·러·일 문화교류공연이 개최되고 있었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의 훌륭한 연주로 시작되어, 일본에서 온 후쿠야마시의 아이야부시(アイヤ節) 보존회가 무용을 선보였고, 잘 훈련된 지역 청소년의 태권도 시범연기, 러시아민속악단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 중국 무용단의 화려한 무용과 깜짝 놀랄만한 연출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모두가 포항시의 자매도시에서 파견되었다고 하니, 포항시가 국제도시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필로스호텔에서 개최된 포항시장 주최 환영리셉션에는 지역의 유명인사와 포항시의 국회의원, 인근 경주시장과 울산시장, 각 자매도시에서 파견된 대표단과 서울주재 각국 대사 등 각계각층의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자국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제친선·우호의 화합이 펼쳐지는 것을 실감한 즐거운 시간이었다.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린 국제불빛축제. 영일만에 면한 해수욕장에 설치된 특설무대 앞의 특별석에 안내되었다. 이미 행사장은 수 만 명의 열기가 넘치고 있었다. 오프닝 공연에 이어 불빛축제가 시작되었지만, 불꽃의 양과 크기, 속도, 아름다움에 그저 할말을 잃을 따름이었다. 가장 좋은 자리에서 감상한 탓인지, 머리 바로 위에서 터지는 커다란 일곱 빛깔의 불덩어리가 폭발음과 함께 나에게 날아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박력이었다. 포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나 대만의 불꽃팀도 참가했고, 그렇게 들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보니 국제불빛축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훌륭한 행사임을 실감했다.많은 해외 관광객, 포항시민과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었지만 안내, 행사장 정비, 뒷정리, 청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 덕분이다. 수많은 행사진행 스태프들이 뒷받침이 되어 13년간 이어온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앞으로도 발전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다음 날, 포항시청의 안내로 호미곶 일출광장에 있는 새천년기념관과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를 방문하였다. 구룡포는 과거에 일본에서 건너온 수 많은 어민에 의해 조성된 마을로, 남아 있는 일본식 가옥과 거리가 복원·정비되어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어 있었다. 일본의 기모노를 입고 유유히 거리를 거니는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 20~30년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광복 후 71년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분들도 아직 계시는 가운데, 과거를 극복하고 일본과의 가교를 위해 있는 그대로의 현재의 일본을 받아들이려고 애써 주시는 포항시민의 따뜻한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이 또한 포항이 국제도시로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1박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새로운 현재진행형인 포항의 다양한 표정을 접하면서, 최전선에서 한·일 양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여행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주신 포항시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2016-08-17

스멕타이트 점토광물을 의약품 신소재로

▲ 김규한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예로부터 인류는 광물 암석의 가루를 약용으로 사용하여 왔다. 광물 의약은 선진(先秦)시대 산해경(山海經)을 시작으로 허준의 동의보감에 143종이나 수록되어 있다. 현대에 와서도 중국에서는 중약대사전(1977)에 80종, 중화본초(1997)에 126종의 광물의약이 수록되어 있다. 이처럼 예로부터 광물은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최근에는 지구 자원과 인간 건강을 연계한 메디컬 광물자원학이 융합연구의 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광물을 이용해 항비만과 장염에 효능이 입증된 조성물을 개발한 특허는 돌을 떡으로 만든 성경 속 이야기가 현실화된 쾌거다. 점토광물, 즉 진흙 덩어리를 약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점토광물은 기원전 토기에서부터 현시대의 화장품, 농약, 비료, 세라믹스, 사료, 의약품, 종이 제조 원료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점토광물이란 지표의 암석이 화학적으로 풍화된 흙의 주성분을 말한다. 점토광물은 주로 카올린, 스멕타이트, 녹니석 그룹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벤토나이트라고 불리는 점토광물은 주로 스멕타이트 그룹 광물로 되어 있고 이 스멕타이트는 주로 몬모릴로나이트 광물로 되어 있다.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령에 등록되어 있는 점토광물은 견운모, 고령토, 규조토, 맥반석, 몬모릴로나이트, 벤토나이트, 세피오라이트, 에타폴자이트, 일라이트, 제올라이트, 흑운모, 버미큘라이트, 탤크, 퍼라이트 14종이다. 벤토나이트, 몬모릴로나이트, 카올린, 규조토, 탤크는 주로 의약품, 식품첨가물, 동물용 의약품,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벤토나이트와 카올린의 경우 납(Pb), 비소(As) 중금속 농도가 각각 50ppm, 2ppm이하라야 의약품이나 식품 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이미 보령 머드축제처럼 머드 화장품 개발과 같은 갯벌 점토자원의 상용화 성공 사례가 있다. 점토광물자원과 바이오산업의 융합으로 의약품, 화장품, 식품, 한방의약 등 바이오 산업에 기능성 점토광물 기술을 접목하면 미래 신성장산업을 창출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또한, 몬모릴로나이트와 스멕타이트 점토광물 원료로 만들어진 위장질환 치료제 슈멕톤과 스멕타 등의 제품은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생산 시판되고 있다. 스멕타이트는 점토광물의 결정 구조적 특성으로 위나 장 점막을 보호하고 유해물질 흡착기능이 탁월하여 위장약 신약제로 개발되고 있다.또한 우수한 기능성 피부 보호제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기능성 산업점토 광물자원이 미래 의약품, 식품, 화장품 신산업 블루오션으로 기대되는 이유다.다행스럽게 우리나라 포항과 감포 지역에 고품위 몬모릴로나이트와 스멕타이트 점토광물 자원이 많이 부존되어 있다. 이 광물들은 제3기층 내의 화산재층이 변질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은 모두 훌륭한 의약품 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다. 벤토나이트와 고령토 등 산업점토광물의 2015년 국내 내수 시장규모는 1천200억 원 수준으로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능성 점토광물 기술개발에 따라 점토광물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산업점토광물의 국산화가 절실하다. 특히 한류에 힘입어 국산 화장품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이때에 화장품 원료광물까지 국내산 양질의 토종 점토광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국내산 점토자원이 개발 활용되려면 먼저 우수 원료 의약품 생산규정(BGMP)을 만족시킬 생산 설비시설 구축이 우선이다.점토광물의 조성이나 결정구조 특성을 이용한 기능성 점토광물의 새로운 기술개발이 미래 새로운 광물의약 시장을 열기 위한 관건이다. 광물학-무기화학-생명공학-재료학의 융복합연구로 국내산 토종 기능성 점토광물 의약품과 화장품 신소재 개발을 서둘러 한국형 미래 신산업을 창출하자.

201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