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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의 계절

등록일 2017-07-11 02:01 게재일 2017-07-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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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영호포항직업전문학교 교수·조경과
배롱나무의 계절이 왔다.

꽃이 귀한 7월부터 9월까지 약 100일간 진분홍으로 단장해 우리주변의 정원수로, 공원수로 그리고 무덤가의 영혼 위로수로 그 미와 멋을 뽐내고 있는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수간선이 고운 줄기 가지의 자태가 한국여인의 저고리 선을 닮은, 에스 자의 곡선이 아름다운 고유의 나무이며 옛날에는 사당이나 제실 그리고 무덤가에 좌우 대칭으로 심어 잡귀를 쫓아내고 영혼을 위로한다고 여겼으며 현대에 와서는 고급정원수로 고가에 팔리는 향토수종이다.

예전 노래가락에 화무는 십일홍이요(花無十日紅), 아무리 붉고 화려한 꽃이라도 10일을 못 넘긴다고 노래 했건만 이 꽃은 열흘에 열흘을 곱한 나날로 꽃을 이어가며 우리네 필부의 마음을 사로잡으니 과히 꽃 중의 꽃이라 할만 하다.

이 나무의 이름은 다양하다. 정식 명칭은 배롱나무, 현장용어는 목백일홍(木百日紅), 미끄럼나무, 원숭이 미끄럼나무, 자미화(紫薇花) 등으로 불리며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배롱나무는 수령이 오래 돼도 키가 5m 내외로 자라는, 보기에도 아담한 아교목이다. 은행나무나 느티나무처럼 크게 자라지 않기에 정원수나 경관조성용으로 적합하다. 또 수령이 고목으로 갈수록 나무의 고태미와 조형미가 나와 볼수록 신비한 나무다. 또 부귀영화를 상징한다고 해서 요즘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최근들어 가로수종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수종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배롱나무는 부산시 진구 양정동 산의73-28(천연기념물 제168호)에 있다. 양정 전철역에서 어린이 대공원방향으로 1.5Km 지점 오른쪽으로 가면 와지공원에 있는 이 배롱나무의 수령은 약 800살이다. 또 부산 동래 정씨 시조 묘소앞에 배롱나무 2주가 있는데 수고 7.2m 흉고직경이 30㎝에 이른다. 고려 중엽 때 심겨져 약 900살로 추정된다.

재배나 번식은 가지를 꺾어 4~5 마디로 잘라 마사토에 꽂으면 뿌리가 내리는 삽목 번식법과 가을에 씨앗을 따서 노천매장해 두었다가 씨앗을 봄에 뿌리면 새싹이 나오는 씨앗파종 번식법 등 두가지가 있다. 두가지 모두 잘 되고 성공률도 높다하니 요즈음 전정가위로 잘라 삽목·꺾꽂이를 한번 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이 배롱나무에는 애련한 전설도 전해진다. 옛날 어느 어촌에 목이 3개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매년 처녀 한 명씩을 제물로 받아 갔다. 그 해에 어느 힘이 센 장사가 나타나서 제물로 선정된 처녀 대신 그녀의 옷을 갈아 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가 이무기가 나타나자 큰 칼로 이무기의 목 두개를 단칼에 베어버렸다. 처녀는 기뻐하며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 죽을때까지 당신을 내낭군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애원하자, “낭자, 아직은 이르오…. 아직 이무기의 남아 있는 목 하나 마저 더 베어야 하오. 성공하면 흰 깃발을 달고, 내가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 것이니 그리 아시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이무기 잡으려 떠났다.

처녀는 백 일간 기도를 드렸다. 백 일 후 멀리서 배가 돌아오는데 붉은 깃발을 펄럭이며 힘차게 다가오는게 아닌가. 이에 그만 실신, 후에 깨어나 곧바로 자결을 하고 말았다. 아뿔사, 그 붉은 깃발은 마지막 이무기 목이 달아날 때 뿜은 붉은 피가 깃발에 묻은 줄 몰랐던 것이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6월이 오면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100일간 기도를 들인 정성의 꽃, 목백일홍이다.

포항에 대표적인 배롱나무 가로수가 몇 군데 있다.

국도 8호선을 타면 칠포해수욕장입구와 장기면 용전에서 장기초등학교 앞 길, 그리고 구룡포 31번 국도길이 전부 배롱나무길이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진분홍 배롱나무꽃 구경에 나서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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