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11년 경기도 용인시에서 경상북도 경주시로 이전했다. 공공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이전하기 전 자발적으로 지방이전을 실천한 최초의 사례였다. 방폐장의 안전 운영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감은 물론 십수년간 표류하던 국책사업을 대승적인 견지에서 결단을 내려준 경주시민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도 빠른 이전은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국회 조사에 따르면 공단은 경주 이전후 총 381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해 지방세 납부 상위 10개 공공기관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또한 지역인재 할당, 지역지원 사업,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 교육기반 확충 등에도 기여하고 있다. 공단의 선도적 실천이 경주시는 물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당시 공단은 변변한 사옥조차 마련하지 못해 급한대로 북부동 구(舊) 경주여중 건물을 임대해 시급한 것만 보수해 이전했다. 노후한 건물이라서 겨울에는 추위를, 여름에는 무더위를 견뎌야 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했던가. 경주이전 6년 만에 드디어 공단이 서악동에 새 사옥을 마련해 이전했다. 새사옥은 신재생에너지인 지열을 냉난방으로 활용해 건축됐으며 녹색 건축물 우수등급, 에너지효율 1등급 설계가 적용됐다.
근무공간을 제외한 모든 곳이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신사옥은 공원같이 아름다운 조경시설에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쉼터 정자 등은 시민들에게 안식과 건강을 함께 제공하는 경주의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신사옥 여기저기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어서 옥상에 올라서면 앞으로 남산과 토함산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뒤로는 선도산과 송화산이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새집으로 이사한다는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겠으나 `새출발`의 의미에 주목한다. 새출발은 심기일전(心機一轉)과 통하는 말이다. 이제까지의 마음자세를 돌려 새롭게 가다듬는다는 뜻이다. 새 사옥 이전을 계기로 제2창립 수준의 비장한 각오와 비전으로 현재 운영중인 중저준위 처분시설의 안전한 운영과 추가시설 확보를 통해 방폐물사업과 공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해 나갈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맞물려 있는 고준위방폐물 정책 재검토, 처분시설 적기 확보,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등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공단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원전 해체폐기물의 안전관리 기반구축과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공단이 처음 경주로 이전했을때 자리 잡았던 구 경주여중 터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영정을 모신 집경전이 있던 곳이다. 일설에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왕의 즉위식이 열린 곳이라고도 한다. 새 사옥을 마련한 경주시 서악동에는 신라통일의 주역인 태종 무열왕릉과 김유신 장군 묘가 있다. 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중저준위방폐장이 위치한 양북면 봉길리는 문무왕의 수중릉이 지척에 바라다 보인다. 마치 공단과 신라통일의 주역들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맺어진 듯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주어진 미션은 `방폐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로 국민 생활의 안전과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공단이 최고의 기술력으로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해 탈원전시대,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국민들의 신뢰 속에 국가와 경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