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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근로자 상병수당, 아프면 쉴수 있는 사회 향한 ‘첫 걸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프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출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근로자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일을 쉬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하는 걱정은 생계에 대한 어려움이다. 대다수 직장인은 다달이 나가야 하는 고정비와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쉽게 쉴 수가 없다. 그래서 ‘아파도 참고’ 출근한다.노동자의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주는 상병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일부 주 제외)을 제외하면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운영하고 있다.한국도 뒤늦게 일련의 연구와 자문을 거쳐 ‘한국형 상병수당’의 1단계 시범사업이 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한국형 상병수당 제도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아픈 노동자가 소득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인 만큼 해당 제도의 필요성과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례 1. 근로자 A씨 “의사 선생님은 당분간 일을 쉬고 치료에 집중하자고 하는데, 생계 걱정에 아픈 걸 참고 일하다 보니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어요….”# 사례 2. 택배노동자 B씨 “다리를 다쳐서 어쩔 수 없이 몇 달간 일을 쉬게 되었는데, 모아 놓은 돈도 떨어져 가고 막막하네요….”# 사례 3. 직장인 C씨 “가슴에 멍울을 발견했는데, 혹시라도 큰 병이면 일을 그만두고 소득도 없어질까 봐 두려워요….” □ ‘아프면 쉬기’가 생소한 사회1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근로자라면 누구나 소득 수준과 근로형태와 관계없이 아파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다.전체 취업자의 35%가 1년 내 일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병을 경험했고, 특히 소득수준이 낮고 안정적 일자리가 아닐수록 더 많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지난 2019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천967시간으로 OECD 평균(1천726시간)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이는 OECD 가입국 중 무려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반면 아파서 휴식을 취한 일수는 한국이 2일로 가장 적었으며 미국 4일, 프랑스 9.2일, 독일 11.7일, 벨기에 12.3일을 기록했다.이들 근로자 중 64%는 아파도 휴식이 어려웠던 경험이 존재했고,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아파도 참고 일하는 분위기’를 지목하고 있었다.□ 아파도 쉬지 못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아픈 근로자의 약 30%는 제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그 이유로는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43%)가 가장 많았고, 소득 상실에 대한 우려(18%), 실직·폐업 우려(10.7%) 등의 순이었다.이같은 상황은 질병 중증화로 인한 의료비 상승과 치료기간의 장기화를 유발했다.근로자가 아파도 참고 일을 하게 되면 사업주 또한 노동의 생산성 손실 및 질병악화로 인한 조기 퇴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악영향이 연쇄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일깨운 ‘아프면 쉴 권리’최근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근로자의 아프면 쉴 권리 보장 및 감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상병수당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대두하고 있다.특히 단계적 일상회복의 정착을 위해서는 감염병 증상 발견시 집에서 바로 휴식하면서 타인 접촉 및 감염확산 차단이 필요했다.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일선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질병을 제때 충분한 치료를 통해 치료하는 건강권 확보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이는 근로자들이 아플 때 소득상실 걱정 없이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도록 해 질병의 중증화·만성화 방지 및 추가 의료비용 감소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또 아픈 근로자의 무리한 출근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방지하고, 질병 악화로 인한 조기 퇴직사례를 줄여 기업의 비용절감을 유도했다. □ 상병수당이란‘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 발생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 주는 사회보장제도를 뜻한다.다만 법정 유급병가 등이 보장되는 공무원·교직원, 자동차 보험 적용자, 해외 출국자 등도 상병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용주로부터 유급병가가 보장된 근로자는 해당 유급병가와 중복 수급은 불가하며 유급병가 소진 후 상병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복지부는 지난해 7월 상병수당 1단계 시범사업을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전남 순천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등 6개 지역에서 추진해왔다.6개월간 상병수당 신청 건수는 모두 3천856건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2천928건이 지급됐다. 평균 지급 일수는 18.4일, 평균 지급금액은 81만5천원이었다.□ 상병수당 도입 추진방향보건복지부는 오는 2025년에 보편적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목표로 ‘3단계 시범사업’과 ‘사회적 논의’ 추진 중이다.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소득 하위 50% 취업자에 대한 집중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복지부는 2단계 시범사업 지역은 공모를 통해 선정할 예정이다. 전액 국비 지원이 이뤄지며, 관련예산은 204억3천300만원이다.2단계 상병수당 시범사업 지원 대상의 기본자격은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거나 시범사업 지역 내 사업장에 근무하면서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대한민국 국적자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추진방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세부 운영방안 마련을 위해 ‘상병수당 시범사업 기획단’을 구성 및 운영해 심층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며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각 분야 전문가, 현장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대상자의 기준, 신청절차 및 제출서류, 의료인증 방법 등을 확정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2023-02-16

김천시, 대한민국 스포츠 중심도시로 날아오르다

김천시는 차별화되고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중심도시로 날아오르고 있다.김천시는 36만㎡의 종합스포츠타운을 조성해 제87회 전국체전, 제36회 전국소년체전, 제27회 전국장애인체전을 역대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으로 치러 낸 저력 있는 스포츠 중심도시다.이러한 스포츠 시설활용과 전국체전을 개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43개의 국제 및 전국단위 대회를 개최하고, 30여개의 전지훈련팀을 유치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에 25만여 명의 선수단과 관람객들이 김천을 찾아 250억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특히, 2021년과 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른 도시는 개최하기를 꺼려하는 대회까지 김천에 유치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단 한건의 코로나 확진 없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김천시가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종목은 수영이다. 수영대회는 저비용·고효율 효과를 내는 가장 대표적인 종목으로 매년 많은 수영 선수들이 김천대회에 참가하고 있다.지난해에는 제12회 김천전국수영대회를 비롯해 제18회 꿈나무 전국수영대회, 2022 교보생명컵 꿈나무 수영대회, 수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제94회 동아수영대회 등 대규모 수영대회를 차례로 개최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2023년 계묘년에도 김천시만의 차별화된 스포츠마케팅 전략과 전국 최고의 스포츠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포츠 중심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 국가대표 전지훈련장11만평의 김천종합스포츠타운 내에 김천종합운동장, 김천실내체육관, 김천실내수영장 등 14개의 경기장 시설이 집약된 전국 최고의 스포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매년 30회 이상의 전지훈련을 유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는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국가대표 전지훈련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특히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는 김천실내수영장은 수영선수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거쳐 간 곳으로, 대한민국 수영의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수영의 모든 종목을 치러낼 수 있는 수영장을 비롯해서 수영·다이빙 지상훈련장까지 보유하고 있어 해마다 많은 선수들이 대회 참가와 전지훈련을 위해 김천을 다녀가고 있다.김천시는 전국 최고 수준의 경기장 시설과 편리한 부대시설을 활용해 전지훈련 최적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25년 경북도민체전 유치김천시는 2025년 제63회 경북도민체전 유치에 성공했다. 경북도민체전은 23개 시·군에서 시범종목을 포함한 29개 종목에 2만5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도내 최대의 체육대회다.김천시는 지난 2013년 제51회 경북도민체육대회 개최 이후, 12년 만에 도민체육대회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도민체전 유치 시 경북장애인체전, 경북생활대축전, 경북어르신생활체육대회까지 뒤따라 개최돼, 관내 숙박업소 및 음식점을 비롯한 시 전반에 걸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2000년 제38회와 2013년 제51회 경북도민체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김천시는 매년 40~50여개의 국제 및 전국단위의 대회를 개최하면서 풍부한 대회운영 노하우를 통해 도민체전은 물론 전국단위 대규모 대회의 개최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김충섭 시장은 “2025년 경북도민체전 유치가 스포츠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은 물론 스포츠인프라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도민체전 개최를 통해 시·군 화합과 경북체육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대회 준비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 김천상무 프로축구단 명문구단으로김천상무 프로축구단(이하 김천상무)은 2022년 김천시민들의 열렬한 응원과 환호 속에 1부 리그에 데뷔했다. 평균 2천여명의 관중들이 홈경기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시민 화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리그 중·후반 치열한 순위권 경쟁의 중요한 시기에 주요 선수들이 만기 제대를 하면서 아쉽게도 1부 리그에 잔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2023년 리그는 윤종규(FC서울), 박민규(수원FC), 조영욱(FC서울), 원두재(울산 현대), 김진규(전북 현대), 이상민(FC서울) 등 2022 리그에서 맹활약한 우수한 선수들이 지난달 김천상무에 입단하며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1부 리그 재입성을 정조준하고 있다.김천시 서포터즈와 수사불패(雖死不敗) 서포터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응원문화를 개선해 다른 명문구단에 뒤지지 않는 응원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또한 김천상무는 유소년팀(U-18, U-15, U-12, U-10) 4개팀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지역출신 스타플레이어를 육성하고 다양한 팬 서비스를 제공하여 팬 층을 더욱 두텁게 할 계획이다.김천상무 선수는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1년 6개월의 복무기간이 끝나면 제대를 하고 소속 구단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경기력을 유지하고 팀을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그러나 반대로 1년 6개월 마다 새로운 젊은 선수들이 입단하기 때문에 김천상무는 언제나 젊음과 패기, 뜨거운 열정과 승부욕으로 가득하다. 이들 선수들이 짧은 기간 동안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팀 승리에 기여하도록 김천시민들이 응원하고 있다.2023년 김천 상무에는 김태완 전 감독(52)이 물러나고 성한수 감독(47)이 지휘봉을 잡는 큰 변화가 있었다. 탁월한 전술 구사로 ‘펩태완’이라는 별명을 보유한 김 전 감독은 트레이너, 코치를 거쳐 20년 넘게 상무에 몸담았다.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성한수 감독은 전임 감독의 큰 존재감 때문에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자신감에 차있다. 그는 “프로팀 감독으로 데뷔하게 돼 한편으로 두렵지만, 기대감과 설렘이 앞선다.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며 “2023시즌 목표는 K리그2에서 20승 이상을 거두고 승격하는 것 이다”며 결의를 다졌다. □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V리그 구단 선호도 1위김천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지난해 12월 5일 서울시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18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한국도로공사 배구단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전환으로 2021-2022 V리그 구단 선호도 1위, 멤버십 만족도 2위를 달성하는 등 프로배구 산업의 활성화와 배구 팬들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김천/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

2023-02-15

봉화군 “주민 3만명 수성·군민 증가 토대 마련에 올인”

민선 8기 봉화군이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최우선 군정 과제로 삼고 인구 늘리기에 몰두하고 있다.수도권과 지방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방소멸이 전국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인구 약 3만 명이 살고 있는 봉화군도 예외는 아니다. 봉화군은 한때 인구 10만이 넘는 농업도시였지만, 저출산·고령화와 꾸준한 인구 유출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인구 3만 139명까지 감소해 인구 3만 명의 벽이 붕괴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특히 봉화군은 2021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전국 89곳에 포함돼 있다. 또 지역 내 인구소멸 위험을 알 수 있는 국토조사보고서의 인구과소지역 지표에서도 약 50%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다.군은 이러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봉화 발전을 위한 봉화군 인구정책 종합 추진계획을 세우고 인구감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봉화군은 단기적으로는 인구 감소추세를 완화해 인구 3만 명을 유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증가기반 확립을 통한 정주인구 3만 3천 명 회복과 생활인구 30만 명 달성이라는 목표로 앞으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박현국 봉화군수는 “올해는 우선 인구 3만 명을 지키고, 앞으로 우리 군 인구 늘리기의 토대를 다지는 데 힘쓰겠다”며 “앞으로도 군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군 인구정책을 수정·보완해 나감으로써, 군민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행복 봉화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주민 공감대 형성이 먼저군은 그간 부재했던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1월 1일자로 조직개편을 시행해 인구정책 총괄부서인 인구전략과를 신설했다.개별·단발적으로 추진하던 인구정책에서 벗어나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와 인구종합계획 수립 등 인구정책 전반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군은 지난 1월 인구정책 종합 추진계획을 수립한 이래 인구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군 인구시책 홍보를 통한 범군민적 인구 늘리기 참여 유도에 나섰다.지난 3일 소천면을 시작으로 10개 읍면을 순회하며 봉화군 인구정책 설명회를 열고 있다. 읍면 이장을 대상으로 봉화군 인구 현황에 대한 설명과 주요 정책을 홍보해 지역 주민의 이해를 돕고 인구 늘리기의 범군민적 동참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또 실제 봉화에 거주하는 공무원·유관기관·기업체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봉화사랑 주소갖기’ 운동 캠페인을 진행해 지역에 거주하는 숨은 인구를 찾아 전입을 유도하고 봉화군 인구 3만 지키기 운동에 대해 홍보하며 주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앞으로도 관내 각종 단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꾸준히 홍보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찾아가는 전입창구 운영 등 보다 적극적인 인구시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 도시민 유치 인프라 확충 생활인구 확대봉화군은 연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확보해 도시민의 지역 유치를 위한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지난해 132억 원의 기금을 확보해 분천산타마을 킬링콘텐츠 조성사업, 백두대간 펫빌리지 조성사업 등 현재 8개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앞으로도 일자리 창출, 관광 육성 등 지역의 생활인구 증가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앞으로 8년간 약 800억 규모의 인구 시책사업을 추진한다.지난해 공모에 선정된 경북형 작은정원 조성사업과 두 지역 살기 기반조성사업 등 인구 유치 마중물 사업들도 내실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경북형 작은 정원 사업은 도시민을 위한 휴식·여가·농촌체험 복합공간을 조성해 체류 및 생활 인구를 확보하는 ‘체류형 야외정원’ 사업이다. 특히 경북도가 지역 활성화와 인구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실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봉화군은 ‘봉화에서 즐기는 웰니스 정원, MushroomLand’라는 테마로 물야면 북지리 일원에 약 2만 5천㎡ 부지에 44억 원을 투입한다. 이곳에 도시민의 수요에 맞춘 15동의 개별체류시설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주말농장, 전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휴식공간과 커뮤니티센터, 지역특색을 살린 버섯재배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두 지역 살기 기반조성 공모사업은 경북도가 제2생활거점 마련을 희망하는 신중년 도시민을 대상으로 경제적 부담 없는 살아보기 공간 제공을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봉화군은 사업비 10억 원을 투입해 ‘세컨하우스-너나들이 조성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소천면 분천리에 모듈러 주택 10동 규모의 주거 시설 및 생활 인프라를 조성한다.다지역 거주를 희망하는 도시민을 유치해 생활인구를 확대하고 예비 귀농·귀촌 인구 유치를 위한 정주환경을 개선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또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관내 거주를 희망하는 귀농, 귀촌인에게 임대 또는 매각하는 시책사업을 추진하는 등 도시민 인구 유치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신규주택 공급을 통한 인구유출 방지최근 5년 동안 인구 순이동 현황을 살펴보면 봉화군은 영주, 안동, 예천 인접 3개 시군으로 순유출이 91.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신축 아파트 등 정주여건을 이유로 영주시로의 인구 순유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봉화군은 인구유출에 따른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현재 봉화읍 삼계리와 물야면 북지리, 춘양면 소로리·도심리 등 4개 지구에 사업비 216억 원을 투입해 125호 물량의 신규 전원주택단지 부지 및 기반시설 조성사업을 시행 중이다.특히 북지리는 작은정원 조성사업과 연계한 도시민 체류형 농촌체험주택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소로지구 전원주택단지는 올해 준공 및 분양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삼계·도심지구는 실시설계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또 봉화군 유휴부지인 봉화읍 내성리 구 워터파크 부지(사업부지 6,325㎡)를 활용해 최대 150세대의 신규 민영공동주택을 유치해 지역의 부족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도 노력할 방침이다. □ 전입인구 대상 인구시책 패키지 지원다양한 인구 유입 시책지원도 올해 상반기 중 제도화할 예정이다.올해부터 타 시군구에서 봉화군으로 전입한 주민에게는 30만 원의 전입지원금을 지원한다. 전입 즉시 10만 원, 1년 경과 시 20만 원을 봉화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예정이다.이동별 인구증가 실적에 따라 반기별 3개 이동을 선정해 2천만 원의 상사업비를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아울러 만 19세에서 49세 청년 전입자에게 3년간 360만 원의 주택 임차료를 지원하고, 만 30세 이상 만 49세 이하의 가업승계청년에게 월 100만 원씩 3년간 지급하는 가업승계청년 정착지원제를 도입해 지역 출신 청년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한다.출산육아지원금의 경우 지원기준을 완화해 출산 예정자와 5세 미만 유아를 양육하는 세대의 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3-02-13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환자 이송·전원 지침 마련돼야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인 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원내에서 개두술을 할 의사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고 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K-의료의 민낯’.서울에서도 발생하는 의료공백 문제는 지방으로 내려올수록 더욱 심각하다.이번 일은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 과목에서 충분한 숙련의를 확보하지 못한 우리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특히 대형병원 하나 없는 경북지역 주민들은 원정 치료가 일상이다.본지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경북 유일의 보건복지부 인증 뇌혈관전문 병원인 에스포항병원의 김문철 대표원장을 만나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글 싣는 순서1. 급성뇌졸중치료를 위한 뇌혈관 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2.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병원 전 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3.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4.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지키려면’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이 답이다 △포항에 에스포항병원을 설립을 하게 된 이유는.- 불과 15년 전만 하더라도 환동해권 지역 시·군 100만 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포항’이란 지방 도시의 의료 인프라는 부족했다. 응급 중증환자들이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서 가까운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이 있는 수도권으로 후송되는 과정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다.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 질환을 이 지역에서 해결하지 못해 후송되는 환자들이 겪는 많은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시간에 수술실까지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지역 내 필요했다. 그래서 2008년 10월 지역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고자 우수한 실력을 갖춘 의료진과 직원 70명과 함께 에스포항병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전문병원(1기 신경외과 분야, 2~4기 뇌혈관 분야)으로 지정받아 역할을 하고 있다.△에스포항병원의 뇌혈관 질환 관련 전문 인력 구성은 어떤가.- 경북 지역에서 신경외과 전문의가 제일 많은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경과 4명, 중재 시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9명이 있다. 신경외과, 신경과 전문의가 24시간 당직을 서며 진료를 볼 수 있어 언제든 응급환자가 수술과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다. 최근에는 뇌졸중 전문 간호사 교육을 실시해 간호사들의 전문적인 뇌졸중 치료 역량과 강화를 통해 뇌졸중 환자의 치료와 간호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고자 노력도 하고 있다.△보건복지부 전문병원 제도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11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된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을 해소하고 중소병원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도입된 전문병원제도는 앞으로도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에서 어렵게 전문병원을 위한 의료인력을 유지하며 최적의 의료환경을 마련한 이 뇌혈관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도에서 전문병원이 제외되고 노력에 비해 미흡한 보상체계 등으로 우리 병원과 같은 전문병원들이 많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의료환경에는 아쉬움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료 인력, 시설 및 장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자 이송 즉시 수술, 입원을 할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119 이송체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로 인해 또 다시 안타까운 사건이 되풀이될까 걱정이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곳에서 적절한 시간에 치료받아야 하는데 단순히 병원의 규모에 따라 환자를 이송한다면 과연 그 이송이 환자를 위한 일인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이송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은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병원제도 활용, 그리고 학회로부터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뇌혈관 관련 인증 병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한국에서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 의사는 거의 고갈된 상태’라는 말이 있던데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나.- 신경외과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지역 뇌혈관 질환 환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매일 바쁘게 살아왔다. 그리고 뇌혈관 전문병원인 에스포항병원을 15년째 운영하면서 실력 있는 의료진을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작은 도시 포항까지 데리고 오기에 적잖은 공을 들여서 데리고 왔다. 나는 신경외과 의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33년간 환자를 돌봐 왔지만 이러한 사명감 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이 상황을 물려주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사명감에 어울리는 보상과 법률적 보호가 실질적인 지원책일 것이다.△의료 수가 인상하면 나아질까.- 낮은 수가로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하고 하면 할수록 적자인 게 현재 뇌혈관질환 분야다. 뇌 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은 손해다. 부족한 의사 인력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병원 눈치 보느라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준다고 필수의료 인력 부족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병원이 필수의료분야의 후배 양성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건강보험 내에서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외부에서 적극적인 지원과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대표원장이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하는 방안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던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두고 의대정원 확대의 목소리는 현장과 매우 동떨어진 정책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의사 수가 부족하니 의대 정원수를 늘리자는 단순한 논리로는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의사 수가 증가한다고 현재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의사가 확충되리란 보장도 없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필수의료분야에 근무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어 후배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별도 지원책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다. 근데 무려 지난 5년 동안 80만건 이상의 중증 응급 환자 가운데 52%가 전원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데 이같은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규모가 큰 응급의료센터나 권역 심뇌혈관질환 센터 등 응급질환 대응체계 자체는 마련되어 있지만 서로 연계가 미흡하거나 야간시간 의료진 대기 인력이 부족해 응급환자 중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다른 곳으로 전원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응급의료법상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전달체계가 나누어져 있지만 각 종별로 역할 기능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증 질환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기관을 포함한 응급의료기관 전달체계 개편과 그에 따른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정부나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현재 필수의료 진료기반 유지를 목적으로 공공정책수가제 도입 필수의료인의 보상과 지원 등 10대 주요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대책이지만 구체적인 재정 계획 없이 이슈가 된 사건을 면피하기 위한 처방 위주라 많이 아쉽다. 급하게 공청회, 간담회 몇 번으로 만들어낸 정책이 아닌 필수의료 기반 강화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필요한 분야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보완하면서 추가 대책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끝/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3-02-09

매혹적인 겨울왕국, 자작나무숲으로 떠나보세요

오지(奧地)는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땅’을 말한다. 흔히 첩첩산중의 두메산골을 이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는 오지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작나무와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온전하게 쉬고 싶다면 죽파리 자작나무 숲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하얀 자작나무의 황홀한 수피자연 속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멀고 험하다. 영양에서 울진 평해로 이어지는 국도를 타고 가다 면 소재지인 발리리에서 또 한참을 가야 겨우 죽파리에 닿는다. 여기에서 영양 자작나무 숲 입구까지 약 3.2㎞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원래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지만 산림 보호 차원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영양 자작나무 숲은 산책로 초입에서 숲 입구까지 이르는 과정이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작나무 숲이 있는 검마산 자락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지루할 것만 같던 산길은 초입에 들어서면서부터 청정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다람쥐와 산토끼,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고, 수령이 족히 100년은 넘을 것 같은 금강송 등 아름드리나무가 곳곳에 널려 있다. 그 옆으로는 계곡물이 흐른다. 걷는 내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청량한 숲길을 한참 걷다 보면 어느 지점부터 휴대폰 전파마저 끊긴다.그렇게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걷다 보면 영양 자작나무 숲이 나타난다. 사실 이곳은 사람이 만든 인공 숲이다. 산림청이 1993년 죽파리 검마산 일대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은 높이가 평균 20m에 달하는 자작나무 수만 그루가 30만6천㎡의 숲을 가득 메우고 있다. 국내 자작나무 숲을 대표하는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의 세 배에 달한다고 하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다가 인근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찾은 여행객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 자작~ 자작~ 하얀 숲의 속삭임 들어봐요자작나무는 줄기의 껍질이 하얗게 벗겨지고 얇아서 고급 명함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자작나무 껍질이 떨어지면 연인들이 사랑의 글귀를 남기고 걸어두기도 하는 낭만적인 나무라고 한다. 자작나무는 실용성도 뛰어나다. 널리 알려진 껌, 치약의 재료인 자일리톨도 자작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것이다. 북유럽에서는 자작나무를 이용한 가구를 최고로 친다. 껍질에 기름기가 많아서 밀초로도 쓰인다. 결혼식을 올렸다는 말을 ‘화촉(華燭)을 밝혔다’고 하는데 여기서 쓰이는 화촉이 바로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밀초다. 잘 썩지 않아 신라시대 고분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겨놓은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자작나무의 하얀 껍질과 머리 위를 뒤덮은 초록 잎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열렸다. 오솔길은 약 2㎞ 펼쳐지는데 검마산 정상 부근까지 연결된다. 산등성이 위로 스러져가는 햇볕 사이로 빛나는 하얀 자작나무의 모습은 황홀하다. 숲을 걷다 보면 지저귀는 새소리, 부서지는 햇살, 자작나무의 연초록 잎과 하얀 수피가 어우러진 장면이 비현실적인 감동을 준다.너럭바위를 기점으로 길이 시작된 지점으로 돌아가거나 임도를 따라 정상 자락에 있는 자연휴양림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자작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끼며 숲에서 쉬어가도 좋다. ◇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부신 별수비면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도시의 불빛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이 하나둘씩 불을 켜기 시작했다. ‘야외 조명의 빛 공해에서 어두운 밤하늘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든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밤하늘협회(IDA)는 2015년 10월 수비면 반딧불이 생태공원 일대(3.9㎢)를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이곳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에서 별이 얼굴로 쏟아진다’는 말이 실감 난다. 외국의 사막에서 본 것 같은 무수한 별이 밤하늘에 펼쳐져 빛도 없는 깊은 산골짝을 은은하게 밝힌다. IDA의 슬로건처럼 ‘불을 끄고, 별을 켜자’라는 말이 딱 맞는 곳이다.별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근처의 영양반딧불이 천문대에 들러보자. 주간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야간에는 은하와 달을 제대로 관측할 수 있다. 인공의 빛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이곳은 일찌감치 반딧불이 보존구역으로 지정됐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맹그로브숲이나 필리핀 레가스피 등에서 봤던 것처럼 반딧불이의 장관이 펼쳐지지는 않지만 어두운 숲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녹색의 광채는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자작나무 명소 2선영양 자작나무 숲 외에도 전국에는 매혹적인 자작나무 숲이 여러 군데 있다. 그중 세상에 잘 알려진 곳은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과 BTS가 애정하는 양평 서후리 자작나무 숲이다.△ 치유와 휴양을 겸한 원대리 자작나무숲햇살을 받은 자작나무가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물고기처럼 퍼덕거린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25만㎡에 7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숲이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소나무 숲을 벌채한 뒤 1989년부터 8년간 조림한 결과다. 2012년 8월 인제국유림관리소가 자작나무 숲을 산림문화·휴양 공간으로 개방한 뒤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났다.자작나무 숲 탐방로는 4개의 탐방 코스로 구성됐다. 1코스(0.9㎞)에선 순백의 자작나무 정취를, ‘치유코스’라 불리는 2코스(1.5㎞)에선 여러 종류의 나무가 어우러진 혼합림과 천연림을 만날 수 있다. 3코스(숲길 1.1㎞·원대임도 2.7㎞)는 작은 계곡을 따라가는 코스이며, 4코스(숲길 2.4㎞·절골임도 2㎞)에선 원대봉 능선을 따라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인제국유림관리소는 봄철 산불 방지를 위해 3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입산을 통제하므로 방문을 원한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호젓한 명품 자작나무 숲길 서후리숲양평의 옥산(578m)과 말머리봉(500m)에 감싸 안긴 서후리숲은 경기도에서 드물게 자작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사유림 33㏊(약 10만 평)를 숲으로 꾸며 2014년부터 개방했다. BTS가 2019년 달력 사진을 찍으면서 더욱 유명하며 잔디밭, 원형 테이블, 자작나무숲 등 BTS가 화보를 찍은 지점에 사진을 전시해 팬들이 인증 샷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차 한 대 겨우 지나는 좁은 길을 한참 따라간 후에야 서후리숲 입구가 나타난다. 숲 탐방로는 두 개의 코스로 자작나무숲에 가려면 A코스를, 시간이 부족하거나 노약자가 있다면 B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계곡 옆길을 따라가는 A코스는 제법 경사가 있어 1시간 동안 등산하는 맛이 나고, 침엽수림 중심의 B코스는 30여 분간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어느 코스든 모든 길이 일방통행이어서 다른 이들과 마주칠 일이 적으니 고요한 숲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다.서후리숲에는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아,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권역별로 자란다. 그중 제일은 숲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자작나무숲. 새하얀 수피를 두른 자작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풍광은 감탄의 연속이다. 하얀 나무 기둥을 타고 내려온 햇볕이 싸라기눈처럼 반짝인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마다 하얀 벤치를 둬 그림 같은 자연을 즐기게 한 덕에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목~월요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화~수요일은 쉰다. /최병일 작가

2023-02-09

옛이야기 다룬 옛날 영화 보며 봄맞이 어때요?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이 분명하다. 시간의 흐름이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 유난스러웠던 2023년 혹한(酷寒)도 곧 추억 속으로 사라져 옛날이야기가 된다.나른함과 안온함을 동시에 선물하는 봄 햇살을 받으며 옛날 영화 한 편쯤 골라 보고 싶은 시기. 알다시피 ‘옛날 영화’란 고리타분한 설정과 비슷비슷한 스토리를 반복하는 단순한 영화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극장은 물론 넷플릭스 등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높은 걸 보면 ‘옛이야기’는 여전히 마르지 않는 예술의 재료로 역할하고 있는 것 같다.아래 ‘그 옛날 조선’을 배경으로 한 두 편의 영화가 있다. 턱밑까지 다가선 봄을 기다리며 감상해보면 어떨까. 두 명의 광대, 폭군에 맞서는 혁명가로… ‘왕의 남자’혁명을 꿈꾸는 자는 두려움 속에서 살지만 무료하지 않다. 전복시키려는 대상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그렇다.20세기 초반 레닌과 트로츠키, 그 이전 19세기를 살았던 무정부의자 오귀스트 블랑키와 미하일 바쿠닌은 바로 이렇게 두려움에 매혹됐던 사람들이다.프랑스 파리 지하철에 폭탄을 던져 수십 명의 승객을 살해한 열여덟 살 아나키스트 에밀 앙리는 “왜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는가”라는 판사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지상에 죄 없는 부르주아는 없다.”신념이 자신을 단두대로 보냈음에도 죽음의 순간까지 앙리는 모반과 반역이 주는 매력에 매료돼 있었다. 사족은 그만 달고 이제 영화로 가자. 여기 남사당패 줄광대 둘이 있다. 장생(감우성 분)과 공길(이준기 분). 태생적 신분에 의해 정해진 반상의 구분이 엄혹하기 짝이 없던 조선시대. 정치와 경제, 문화적 헤게모니까지 독점했던 양반이 아닌 것은 물론, 농사를 짓거나 물건을 만들거나 이것들을 사고파는 평민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천민. 게다가 둘은 당시로선 ‘하늘의 법도를 거스르는 인간 이하의 것들’로 하대 받던 동성애자다.양반집 잔치에서 탈춤판을 벌이고, 그도 안 되면 예쁘장한 공길의 몸을 팔아 끼니를 해결하는 최하층 계급.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 한 술이 급한 이들에게 언감생심 반역은 뭐고, 모반은 또 뭐란 말인가?그들은 분명 앞서 말한 에밀 앙리와는 하등 관계없는 족속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건 무슨 일. 길거리에서 풍자극을 공연하던 이들이 권세 당당한 내시의 눈에 들어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무소불위의 연산군 앞에 불려간다.대운이 트여 연산의 총애를 얻게 되는 공길과 장생. 뿐이랴, 공길은 만조백관의 어버이로 불리는 임금의 침소에까지 불려 다닌다. 이런 신분 상승이 어디 있으며, 이처럼 갑작스런 계급 역전을 또 어디에서 봤던가.먹기보다 굶기를 자주 하던 광대들에게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려진 산해진미는 감읍과 황송을 절로 부른다. 그런데, 누구나 예상했듯 반전이 없을 수 없다.‘왕의 남자’는 “그래서, 그들은 고깃국에 쌀밥 먹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을 맺는 아동용 전래동화가 아니라, 감동을 산업화함으로써 존재를 증명 받는 영화이기에.비극은 공길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된다. 왕이 그에게 계간(鷄姦)의 욕망을 품은 것이다. 남녀의 역할이 엄연하다는 공맹의 도덕을 줄줄 외우고 다니던 정승·판서와 질투로 이름 높은 연산군의 애첩 장녹수가 이를 두고 볼 리 만무하다.사태가 일촉즉발 생명이 오가는 형국으로 치닫자 장생과 공길은 궁정광대에서 ‘혁명가’로 존재를 전이시킨다.모든 혁명이 적대적 계급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향한 물리적 폭력의 형태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공길과 장생은 그럴 만한 힘을 소유하지도 못했다. 하여, 그들이 선택하는 혁명 노선은 왕에 대한 가시 돋친 날선 비판과 자기 학대다. 사람 같지도 않은 천출의 광대무리가 만인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임금을 향해 상소리를 내뱉다니. 의외의 놀라움에 비례해 충격의 진폭 역시 커진다. 이 과정에서 장생은 달구어진 부젓가락에 눈을 잃고, 공길 역시 죽음 직전까지 간다.이윽고 눈앞에 닥친 파국. 장생·공길과는 달리 물리력을 가진 모반 세력이 연산군을 향해 칼을 빼든다. 몰려드는 반군의 고함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태연히 줄을 타던 둘은 슬픔과 절망만을 강요한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궁전 상공에서의 스톱모션 라스트 신. 자신 외에는 아무 것도 파괴할 수 없었던 광대의 왕 장생과 그의 남자 공길이 꿈꾼 혁명이 실패하던, 아니 온전히 성공하던 순간이었다.‘왕의 남자’가 누구도 예상 못한 관객 동원력을 발휘한 이유는 뭘까? 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씩은 품고 있는 모반과 반역의 칼, 그 서슬 푸른 번득임을 보여줬기 때문 아닐지.맞붙으면 상호 적대적인 두 계급 중 하나의 목은 떨어져야 끝이 나는 모반과 반역, 통칭해 혁명은 눈에 보이는 힘만으로 추동되는 게 아니다. 때론, 보이지 않는 에너지도 혁명의 힘이 된다.그 힘의 발원지는 타의에 의해 사랑의 종말을 맞은 자들의 지독한 자학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장생과 공길은 얼핏 에밀 앙리와 닮기도 했다. 광해군보다 주목받은 최하층 백성 이정재… ‘대립군’조선의 왕위 계승역사는 피와 살점이 튀고 뼈가 부러지는 ‘골육상쟁사’라 불러도 무방하다. 과장이나 의도적 폄훼가 아니다.왕국이 세워진 초기. 태종 이방원은 왕위에 오르는데 걸림돌이 될 이복동생을 도륙했다. 역사에 관심이 크지 않은 이들도 숙부인 세조가 조카 단종의 살해 명령을 내렸다는 것 정도는 안다.왕조국가에서 정승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면, 왕은 자기 위에 아무도 없다. 해서 부끄러울 일도 경계해야 할 일도 원칙적으론 없었다. 다만, 왕조의 건국이념이 된 경전의 가르침을 형식적으로 섬겼을 뿐.조선의 14대 왕 선조는 26대 왕 고종과 함께 조선 역사를 통틀어 ‘가장 무능하고 무기력했던 왕’으로 불리는 경우가 흔하다.당쟁을 일삼던 신하들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했고, 임진왜란 때는 나라와 백성을 버려두고 중국으로 도망쳤다. 자신의 책임인 국가방위는 후궁에게서 낳은 아들 광해군에게 억지로 떠넘기고.정윤철 감독이 연출한 영화 ‘대립군’은 바로 전쟁을 피해 도망친 왕과 허울뿐인 통치권을 억지로 나눠가진 왕자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오만 가지 영화는 다 누렸지만, 책임은 방기했던 왕족들의 한심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앞서 말한 것들은 영화와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니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그렇다면 ‘대립군’의 영화적 완성도는 어느 정도일까?분명 감독은 여진구가 연기한 소년 광해군이 임진왜란이라는 극단의 비극적 상황을 통해 인간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을 터. 광해군 역시 왕이 되는 과정에서 이복동생 영창대군은 물론, 친형 임해군까지 죽인 사람이다. 그러나, 국방과 외교 분야에선 능력을 보인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대립군’은 광해의 국방과 외교 관련 소양이 임진왜란의 참상과 고통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났다는 걸 말하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이러한 감독의 메시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영화의 구성과 흐름을 통해 관객의 자연스런 수긍을 얻어내야 한다. 하지만, ‘대립군’에선 설득의 바탕이 되는 이해와 감동을 끌어낼 코드가 보이지 않는다. 비유로 이야기하자면 ‘엉성한 역사교과서’ 같다.살인과 약탈이 벌어지는 장면이 갑작스럽게 툭 끊겨 전혀 연관성을 가지지 못하는 화면으로 뜬금없이 전환되고, 불화를 일으키던 대립군과 양반, 백성과 왕실관료의 갑작스런 화해는 그 계기와 연결고리가 없거나 약하다.영화의 제목인 된 대립군은 궁핍과 신분적 한계 탓에 남의 군역(軍役)을 대신해주고 밥을 벌던 사람들을 뜻한다. 최하층 백성이란 뜻.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나라를 구하고자 스스로 칼과 낫을 들었던 건 왕과 왕자도, 정승과 판서도 아닌 바로 이 최하층 백성들이었다. 나라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못했으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람들.조선의 역사와 비슷하게 영화 ‘대립군’을 구하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대립군으로 분한 배우 이정재, 박원상, 한재영 등의 호연은 중심을 못 잡고 휘청대는 영화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역할을 해냈다.특히, 그저 잘생긴 청춘스타에서 연기력 좋은 배우로 진화 중인 이정재는 거듭 칭찬해도 넘치지 않는다.영화 ‘관상’에서도 수양대군 역할을 맡아 야욕과 동정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 그는 곧 ‘사극에 썩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듯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2-07

고향사랑기부 줄 잇고… 포항연고 소개에 ‘큰 박수’

‘2023 재경포항인 신년인사회’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후 처음으로 열려 한결 더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자리를 빛내준 각계각층의 포항인들은 서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지역 중점 현안들에 대해 소통하는 등 상생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단합하는 자리가 됐다.○…전당대회 주자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날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주자들도 행사장을 깜짝 방문해 이목이 집중됐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만희(영천·청도) 의원은 “오늘 행사인 재경 포항인 신년인사회를 방문해보니 포항의 대단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면서 “3월 8일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는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피력했다.당 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행사를 찾아 출향인들을 격려했다. 김 의원은 “우리 해오름동맹인 포항이 요즘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주역도시임을 부정할 수 없다”라며 “해오름 동맹의 동지로서 더불어 잘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향 발전을 위해 많이 돕겠다”고 밝혔다. ○…포항출신 각계 인사들의 덕담 한마디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1991년도 포항시의원과 이후 경북도의원, 옆 동네 국회의원으로 3선을 하며 고향을 떠나봤는데 더 넓은 지역을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포항은 인구 52만이 섞여 있는 통합의 도시이다. 이제는 포항이 경북 제1의 도시로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며, 포항의 발전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할아버지가 포항인으로, 일명 포항의 손녀인 이인선 의원은 “포항은 교육과 철강, 모든 게 다 있는 도시이며 ‘사람’이 있는 곳’이라며 그 한 사람으로 포항을 위해 열심히 뒷받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구룡포읍 하정1리 출신임을 밝히며 큰 호응을 얻은 김미애 의원은 “부산이 지역구지만 포항을 사랑한다”면서 “지난해 구룡포시장이 수해를 입었을 때도 복구에 참여했고 고향사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겠다”라고 밝혔다.조명희 의원은 3대가 포항 해병대 출신이라며 포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1978년대 해병대 공관으로 처음 시집을 갔다. 그런 인연으로 남편, 아들까지 모두 해병대를 갔다”면서 “포항에 큰 수해가 났을 때도 추석상여금을 수해복구에 보탰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고향분들 만나 반갑고 기뻐, 포항출신이라 든든해요행사장 입구 앞에서는 포항시가 준비한 과메기를 활용해 만든 여러 음식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이날 과메기를 활용한 또띠아와 과메기 젤리, 과메기 꼬치 등 여러 음식이 재경 포항인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선후배들의 반가운 인사소리는 이날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한 향우인은 “5년만에 선배님을 여기서 뵈어서 정말 기쁘다”라면서 “코로나때문에 자주 보기 힘들었는데 이런 자리가 마련돼서 참 좋다”고 밝혔다. ○…“포항시 장학금 감사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이날 포항시로부터 장학금을 수여받은 서영택(26·성균관대학교 전자공학과)씨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서울권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두고 공부했지만, 막상 고향을 떠나 서울에 혼자 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당장 서울에서의 주거문제를 해결해준 ’포항학사’부터 오늘 장학금까지 내 고향이 포항이라 든든하고, 포항에 고마운게 많다. 앞으로도 포항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장래에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고향에 보답하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포항은 내 친정”공로패를 수여 받은 재경포항향우회 여성국장 김윤선(68·여)씨는 “결혼을 서울에서 한 뒤로 서울에서 쭉 살게 됐지만, 서울에 산 세월과 상관 없이 아직 나는 내가 포항사람이라 생각한다”며 “일년에 3~4번 정도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맞춰 포항에 들린다. 거리가 멀어 몸이 힘들긴 하지만, 아직도 포항이 서울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이어서“고향이 좋아서 그저 한 일인데, 이렇게 상을 주시니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서울지역 포항인들의 단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재경포항인 신년인사회 빛내주신 분 무순△국회의원 김정재(포항북), 김병욱(포항남·울릉), 이인선(대구 수성구을),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황보승희(부산 중구), 조명희(비례) △경상북도의회 부의장 박용선, 도의원 한창화 △포항시의회 의장 백인규, 부의장 김일만, 운영위원장 배상신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강석호 △前 국회 부의장 이병석 △前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박창달 △범죄과학연구소장 표창원 △강원대학교 교수 정정화 △홍익대학교 교수 오웅성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이규환 △세명대학교 교수 이상휘 △한성대학교 교수 최천근 △前 문체부 제2차관 김정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김두억 △법무사 안영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조병현 △법무법인 지엘 변호사 진형혜 △법부법인 도울 변호사 최용규 △행정안전부 서기관 권명철 △前 감사원 금만수 △행정안전부 사무관(행정제도과) 김민규 △행정안전부 조직제도혁신추진단장 김민정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장애예방운전지원과장 김상락 △경북도 경제부지사 이달희 △前 외교부 김진만 △前 국토교통부 국장 김철문 △국방부, 예비역 김형록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관장실 행정관 박대기 △농림축산부 국장(기획조정실) 박상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박일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관장 박주옥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대학교 박해청 △국회예산정책처 서기관 백경엽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 신종갑 △행안부 지방분권정책관 안승대 △nis 유성일 △국가보훈처 차장 윤종진 △前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이부형 △조해진국회의원실 보좌관 이상이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장영진 △前 서울시 서초구 행정지원국장 조이제 △前 노동부 노동정책실장 조재정 △행정안전부 지방소득소비세제과장 진선주 △경찰청 대변인 진현식 △인사혁신처 상임위원 최관섭 △서울경찰청 은평경찰서 최기용 △국토교통부 노조위원장 최병욱 △한진그룹 전무 최종석 △행정안전부 혁신기획과 허환녕 △행정안전부 국장 황명석 △선거연수원 선거연구부 전임교수 황성원 △국립장기조직혈액 관리원 장기이식관리과 과장 황영원 △포항지역발전협의회 회장 공원식 △포스코건설 상무 김대현 △(주)포스트웨이 대표 김동길 △엑스위젯 대표 김성운 △LG디스플레이 차장 김제문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 김종득 △우리투자증권 김종훈 △(주)선영종합엔지니어링 회장 김천호 △(주)지앤엘에스티 대표 김한용 △인천도시공사 이사회의장 김헌수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김형렬 △(주)삼원제이씨 전무 박철 △코스틸 회장 박재천 △더 행복한 흉부외과 박준호 △서울시티클럽대표 박철근 △SGI 서울보증 여의도대리점 대표 방귀철 △네오피오텍 대표 손덕익 △한국부동산원 원장 손태락 △서울특별시가라테연맹 회장 오상철 △서울데이터시스템 윤구홍 △LG DO CEO 이동언 △상우건설(주)대표 이상우 △성광수도 대표 이상웅 △정림엔비텍 대표 이승용 △해마루부부한의원 이용운 △LIG Nex 1 연구위원 이정모 △우리항공 대표이사 이종태 △(사)한국지방자치연구원장 이창균 △The GIAF 운영위원장 장선헌 △포항수협 돈암동지점장 정경윤 △NH투자증권 부사장 정용석 △(사)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상무 차영태 △로젠택배 대표이사 최정호 △일월미디어 회장 최종태 △(주)스타비스코리아 대표이사 이덕재 △(주)옴니허브 대표(한의사) 허 담 △작곡가(한국가요창작협회장) 김상욱 △개그맨 김용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김동하 △TV조선 사회부 기자 송지욱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동포다문화부장 이동경 △TV조선 기획취재부 기자 이재중 △매일경제 국회반장 이지용 △뉴시스 부국장 임재현 △조선일보 사회부차장 정녹용 △국회방송 기술감독 정형식 △재경포항향우회 회장 김일권 △前 재경포항향우회 회장 이종칠 △재경포항향우회 고문 최성해, 사무총장 황병수, 사무차장 서용자, 이사 박태구·이상자, 감사 최명자, 감사 이재관, 이사 김윤선, 기획이사 김숙이, 특임차장 김경이, 부회장 유지연, 이사 권영희, 대외국장 박영식, 재무국장 손애경, 성균관 관장 손진우 △재경포항포럼 회장 고병준 △재경연일향우회 박상일, 이영, 정수현, 정영운, 정정수, 최우림 △재경청하중동문회 회장 박상호, 부회장 김상혁, 사무총장 장경복, 재무위원장 김옥미 △재경청하중동문회 박명숙 △재경송라향우회 곽규환, 김환섭, 이경미, 이웅형, 이장우, 임창훈 △재경흥해향우회 사무총장 김석주 △재경흥해향우회, 진태현 △재경구룡포향우회 김광진, 김정득, 김종순, 김태자, 서상천, 심상렬, 이규활, 정선옥, 최윤정, 하인국 △재경장기향우회 김경룡, 김달오, 김병구, 김종극, 김창기, 김춘화, 김현철 , 박병운, 엄기찬, 정영수 △재경호미곶향우회 김계숙, 김귀란, 김금자, 김두수, 김형록, 김화자, 하영희 △재경기계향우회 이상순, 손영규 △재경기북향우회 정숙희 △재경동지산악회 김남규, 김노기, 김순이, 엄은옥, 오재훈, 장경용, 정성광 △재경포항여성회 한선, 김미정, 서두련, 김경희, 최정숙, 유정희, 서기자, 이한복, 배순득, 조경희 △재경동지여고동창회 회장 곽미혜, 부회장 황보희, 사무국장 안미한 △재경동지여고동창회 김옥자, 이경옥 △재경포항여고동창회 회장 이재희 △재경포항여고동창회 김옥진, 임성희, 최옥남 △재경포항고동창회 사무총장 김기영 △재경포항고동창회 권용현, 김세일, 김수민, 김현수 △재경대동고동창회 회장 이연우, 사무처장 정재명 △고려대학교 김나영 △한양대학교 박우진 △성균관대학교 서영택 △연세대학교 양재훈 △국민대학교 윤준영 △덕성여자대학교 이민주 △한양대학교 이예람 △고려대학교 주태호 △고려대학교 하채형 △이화여자대학교 황누리 △포항시장 이강덕 △서울사무소장 서현준화환 보내주신 분△포스코그룹 회장 최정우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 △DGB대구은행 은행장 황병우 △쿠팡(주)대표이사 강한승 △에코프로 회장 이동채 △조선내화(주) 사장 이상암 △(주)코스틸 회장 박재천 △(주)서울약령시협회 회장 김월진 △수원대락교문화컨텐츠 연구소장 우경진 △농엽중앙회 회장 이성희 △(주)서한 대표이사 정우필 △SBS 미디어넷방송사업본부장 이상수 △화성산업(주) 대표이사 최진엽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 우창록 △(주)태왕 대표이사 회장 노기원 △(주)한연총가요창작협회 회장 김상옥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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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무조건 큰 병원 가려다 낭패… 환자 이송 지침 개선돼야

최근 5년간 허혈성 뇌졸중 등을 포함한 3대 중증 응급환자의 절반 이상이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중증외상은 1시간 이내, 심근경색은 2시간 이내, 허혈성 뇌졸중은 3시간 이내가 ‘골든타임’이다.지난 5년 동안 80만7천131건의 3대 중증 응급환자 가운데 무려 52.1%인 42만410건이 적정 시간 내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했다.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 바로 ‘환자의 전원’ 때문이다. 이처럼 중증 응급환자 중에서 뇌졸중 환자들이 타 병원을 거치며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싣는 순서1. 급성뇌졸중치료를 위한 뇌혈관 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2.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병원 전 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3.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4.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지키려면’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이 답이다 □무조건 큰 병원 이송? … 119구급대 지침이 골든타임 ‘발목’ 잡아그 이유는 바로 ‘119 중증 응급환자 이송 지침’ 때문이다. 이 지침에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는 2가지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먼저 현재 119 중증 응급환자 이송 지침에 따르면 급성기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게 돼 있다.중증 응급의료환자 중심 진료를 맡는 더 상위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뇌졸중 환자를 이송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료기관 사정으로 인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해 지역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앞서 살펴본 약 80만건 중 허혈성 뇌졸중 환자 골든타임을 놓쳐 다른 병원에 이송되는 비율은 49.2%나 됐다.두 번째 문제점을 가진 지침은 ‘병원 이송 전 뇌졸중 선별검사가 양성인 경우 즉각적인 혈전용해 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게 돼 있다.의료기술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어 현재 뇌경색 치료는 ‘혈관조영실에서 막힌 혈관을 얼마나 잘 개통하는가’ 그리고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병원인가’가 치료의 핵심이다.이들 지침이 지방에 사는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전원 되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서울과 경기권의 경우는 병실이나 중환자실 부족 등 ‘시설 부족’으로 인해 타 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하지만 지방의 경우는 응급수술 및 처치 불가로 전원 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도·농간 의료서비스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이렇듯 단순히 규모가 큰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지침이 아닌 빠른 시간에 치료할 수 있을 수 있도록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 질환과 관련해서는 뇌혈관 전문병원을 포함한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으로 이송되도록 바뀌어야 한다.즉각적인 혈전용해 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이 아닌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뇌혈관관련 인증병원’으로 이송되도록 관련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 □문제 개선 방법먼저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이 뇌졸중·심근경색을 감별 진단해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돕는 관제 시스템을 둬야 한다.다만 이보다 앞서 119구급대원의 훈련과 원격 자문 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구급차에서 심전도검사가 가능하게 하는 등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적절한 지원이 있다면 전국 권역심뇌혈관센터가 해당 역할을 할 수 있다.또 다른 방법은 최소한 급성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서는 병원 간 이송에 119구급대가 관여하는 것이다. 관련 법령과 시행령을 보완하면 가능하다.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뇌혈관전문병원을 비롯한 전문병원이 역할을 다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 차원에서 지원이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전국 110개 전문병원 중 서울, 경기권, 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 지역에는 9개만이 분포하고 있다.지방지역의 전문병원 추가적인 신설이 필요한 상황이다.하지만 의료질평가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규제는 많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질 않는 상황이라 점점 병원들의 전문병원 참여가 감소하는 추세다.이와 관련 일선 병원 관계자들은 “종합병원급 전문병원 15개가 겪는 의료질평가 평가제도의 불합리한 기준 및 지원금 정책의 개선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즉 환자의 실질적 선택권 결여, 선택 진료의 축소, 과중한 선택진료비 부담, 의료의 질 수준과 관련성 미흡으로 인해 도입한 평가제도가 전문병원이 갖고 있는 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질환별에 맞는 적절한 지표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정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의료 질 평가 기준 주요내용 중 환자안전 영역(신생아중환자실 여부), 공공성 영역(분만실 운영, 소아중증질환 환자 수), 교육수련 영역 등 평가 분야에서 가중치를 두고 그 병원이 해당되지 못하면 점수를 받지 못한다.전문병원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질환에 특성에 맞게 전문화가 돼 있는 중소병원들인데 정작 기준은 규모가 큰 대형병원들과 같은 평가기준 항목으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규모에 맞게 의료기관 내의 진료과 및 진료시설의 부재에 따른 제외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로 인해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종합병원들은 전문병원이자 종합병원으로 산정되는 수가가 종합병원만 해당하는 수가보다 현저히 낮게 산정되는 역차별 문제를 겪고 있다. □전문병원 제도가 겪는 역차별 문제전문병원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질환에 특성에 맞게 전문화가 되어 있는 중소병원들인데 정작 기준은 규모가 큰 대형병원들과 같은 평가기준 항목으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질환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어 평가요소 중 진료과 및 진료시설의 부재에 따른 제외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그 결과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종합병원들은 전문병원이자 종합병원으로 산정되는 수가가 종합병원만 해당하는 수가보다 현저히 낮게 산정되는 역차별 문제를 겪고 있다.그럼에도 낮은 수가를 받으며 전문병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전문병원이 갖는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다.□뇌혈관전문병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을 계기로 지역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병원의 노력보다는 지역의 뇌혈관 환자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시기다.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들이 시행돼 위험을 줄이고 더 안정적인 사회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최근 필수의료 강화 필요성에 대다수가 공감하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다만 해당 문제는 단기간에 살펴보고 끝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으로 나아가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탄탄한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이시라기자sira115@kbmaeil.com

2023-02-02

찾고 싶은, 살고 싶은 ‘동구’ 만든다

대구 동구가 목재친화도시로 탈바꿈된다. 동구는 최근 불로고분마을 목재친화도시 조성사업 세부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불로고분마을이 지난달 20일 산림청이 추진하는 ‘2023년 목재친화도시 조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국비 25억원을 포함 총 5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동구는 목재를 통한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활력 증진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사업명은 ‘목향만리(木香萬里) 불로고분마을’이며, 숲과 숨쉬며 나무와 공존하는 걷고 싶은 마을 만들기라는 비전 아래 △목재특화거리조성 △건축물내 목재이용 △목공체험센터조성 △목재교육프로그램 등 4가지 정책방향에 맞춰 9개 사업을 실시한다. △목재특화거리 조성목재특화거리 조성은 주민 보행안전 확보와 가로경관개선을 위한 사업으로 ‘팔공로, 고분로 목재특화거리 조성’과 ‘불로천로, 고분가는길에 보행친화 Wood Road 조성’ 등 총 2개의 사업이 진행된다. 우선, 대구국제공항에서 팔공산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팔공로와 불로고분군으로 진입하는 고분로에 목재데크, 목재가로등, 버스쉘터 등을 설치해 대구 동구 대표 ‘목재특화거리’로 조성한다. 둘째, 불로천로의 경우 제방상부공간에 인도를 확보해 목재데크, 목재벤치를 설치하고, 불로고분군 주변을 잇는 고분 가는 길에 목재데크와 파고라를 설치해 걷고 싶은 거리 명소로 육성한다.△건축물 내 목재 이용목재친화도시답게 마을 발전 원동력 확보 및 마을 활력 증진을 위해 조성되는 시설에 목재를 활용한다. 세부적으로 ‘창업인큐베이팅시설 불로전수소 조성’과 ‘목조주택수리거점 불봉이네수리소 조성’ 등 2개 사업이 진행된다. 불로전수소는 지역대표기업인 대구탁주합동과 협업해 막걸리 제조기술을 전수받은 창업자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설로 ‘불로전수소1’은 젊은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모던한 감각의 신축 목조건축물로 조성하고, ‘불로전수소2’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을 통해 목질화할 계획이다. 불봉이네수리소는 불로동일대 노후목조주택 수리하는 거점공간이다. 앞으로 집수리 관련 정비와 교육 등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곳을 목조건축물로 조성해 목재에 대한 이해를 높일 계획이다. 불로전수소와 불봉이네수리소는 불로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의 하나로 목재친화도시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목공체험센터조성목공체험센터 조성은 목재를 통한 마을 명소화 및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 목표이며, ‘목재문화 커뮤니티센터 불로애(愛) 조성’, ‘목재활용 창업플랫폼 히트 조성’, ‘어린이목재문화 놀이터 나무야 놀자 조성’등 3개 사업이 있다. 향후 목재문화의 확산거점으로 활용하게 될 ‘불로愛’는 지상3층으로, 시민들이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목재체험 교육실, 목공예품 제작판매장, 공유카페 등이 들어선다. 목재교육프로그램의 주요공간이자 마을창업플랫폼 ‘히트’는 청년들의 창업교육을 전담하게 될 교육기관이자 창업자 자녀에 대한 돌봄시설 등을 포함한 창업 플랫폼으로 지상4층 건물 내외부를 목질화해 조성한다. 나무야놀자는 동구 대표 관광지인 불로동고분군과 인접한 곳에 어린이 대상 친환경 목재체험놀이터로 트리하우스 등 10종이상의 천연목재 놀이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목재교육프로그램과 목향만리추진단목재가치에 대한 인식제고 및 목재문화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세부적으로 ‘목관악기제작교실 나무소리’, ‘불로목조건축교실’, ‘목공예DIY교실 뚝딱’ 등이며 시설조성 시기에 맞춰 오는 2025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목관악기제작교실 ‘나무소리’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에 걸맞게 다양한 목관악기 전문제작과정을 수료하고 창작목관악기를 생산하는 등 목재를 활용한 예술활동을 연계할 방침이다. 또 불로목조건축교실은 명실상부 목재친화도시로서 목조건축교육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목재재료의 이해, 목조주택 기본/실무교육, 현장실습과정 등 목조건축의 전문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목공예DIY교실 ‘뚝딱’은 누구나 쉽게 제작이 가능한 DIY제품을 중심으로 목공예교실을 운영해 목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계획이며, 사업추진을 위한 협력체계마련과 전문인력 확보 및 활용을 위해 ‘목향만리추진단’을 운영해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과 사업성을 극대화 할 방침이다. “목재친화도시·도시재생뉴딜사업 연계 불로동 탈바꿈”“목재친화도시 사업과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연계해 불로동을 탈바꿈 하겠습니다.”민선8기 첫 국가공모사업 선정에 대해 윤석준 동구청장은 “동구청 공직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이룬 쾌거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윤 청장은 사업 시행에 있어서 주민 참여를 강조했다. 윤 청장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협조가 컸다”며 “사업 시행에 있어서도 주민들과 늘 소통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했다.그는 ‘불봉이네수리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청장은 “불봉이네수리소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진행되기 전부터 진행된 불로동의 대표 봉사활동으로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이번 목재친화도시 선정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목재친화도시 사업에도 불봉이네 수리단이 노후목조주택을 수리하게 됐으며, 이처럼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구상을 설명했다.이번 목재친화도시 선정으로 지난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이어 불로동 일원에 2026년까지 총 351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게 됐다.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 이와 관련 윤 청장은 “도시재생뉴딜사업과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실제로 사업 계획서에도 도시재생뉴딜사업과 관계된 사업들이 많은 만큼 사업의 성패가 달린 만큼 충분히 살펴보고 진행하겠다”고 전했다.2021년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이어 불로동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윤 청장은 “그동안 불로동 일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인접한 군 공항 등으로 크게 발전하지 못했지만, 2개의 큰 사업을 통해 불로동 일대가 꾸준히 그리고 크게 바뀔 것이다”고 확신했다.아울러 목재친화도시로 대구를 대표하는 휴양지로 육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윤석준 동구청장은 “동구에는 팔공산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1호 도동측백나무 숲 등이 있고, 불로동에는 국가사적 262호 불로동고분군도 있다”면서 “목재도시로 거듭날 최적의 여건을 갖춘만큼 앞으로 대구 동구를 자연 휴양에 대표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불로동의 오랜 역사의 가치는 존중하고, 동시에 지역 맞춤 전략을 통해 주민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1-31

“미래 먹거리사업 발굴·추진…지역발전 새 전기 마련”

‘곳간 채우고, 경제 살리고, 군민 늘리고’를 군정 목표로 내건 김재욱 칠곡군수는 오직 군민만 바라보며 본격적으로 민선 8기의 돛을 올려 새로운 칠곡을 향해 항해에 나선다.2023년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준비해 온 계획들을 본격 추진하는 중요한 해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지역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는 각오다.김재욱 군수는 “지난 6개월 동안 군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실천하고 칠곡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도 애정어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군민 여러분과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주신 공직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김 군수는 민선 8기 핵심 공약과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변화하는 행정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특히, 군부대 유치, 기업투자, 각종 공모사업 등을 통한 칠곡의 미래 먹거리사업 발굴과 추진에 중점을 뒀다. □ 대구 지역 군부대 유치김재욱 칠곡군수는 선거운동 때부터 대구에 있는 군부대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7개 군부대를 대구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밝히자 가장 먼저 홍 시장을 만나 군부대 유치의사를 전달했다.칠곡군은 대구 중구와 남구 북구 수성구 등 도심 내 646만㎡ 부지에 주둔한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50사단, 공군방공포병학교 등 국군 부대 4곳과 주한미군 부대인 캠프 워커 등 3곳을 모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군부대 통합 이전을 통해 대규모 ‘밀리터리 타운’을 조성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군부대를 유치하게 되면 주거시설과 문화 체육 복지 같은 인프라까지 따라올 것으로, 앵커 기업을 유치한 것과 비슷한 경제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칠곡군은 대구 중심지에서 가장 가깝고 대구권 광역전철망도 들어서 교통편의에 있어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호국 도시’인 점과 사통팔달의 교통망, 미군부대(캠프캐럴) 주둔 등 군부대 유치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후보지로 제시된 석적읍 망정·도개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낸 ‘다부동 전투’의 현장이고, 주변에 호국평화기념관·평화전망대 등 호국 관련 인프라와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 등의 소프트웨어까지 잘 갖추고 있다.칠곡군은 이런 지역적 특색을 살려 2023년 군정 최대 목표를 대구 지역 군부대 유치로 선정하고, 군부대유치 TF팀을 구성해 대구 군부대 유치에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군부대 유치 위원회 발대식도 가졌다.김 군수는 “군부대 유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는 핵심사업으로 인구 증가는 물론 소비 수요 증가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 며 “취임 이후 대구 군부대 유치를 위해 홍준표 시장을 만나 칠곡 이전을 요청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한티가는 길을 통해 ‘평화의 도시’ 강조6·25 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로 인해 칠곡군은 과거 지향적인 ‘호국의 도시’이미지가 형성됐다. 천주교인이 평화를 갈망하며 걸었던 한티가는 길을 통해 칠곡군이 미래지향적인 ‘평화의 도시’로도 알릴 계획이다.한티가는길은 칠곡군 왜관읍 가실성당에서 동명면 순교 성지까지 45.6㎞ 이어지는 구간으로 조선말 박해를 피해 전국에서 모여든 천주교인이 오고 갔던 길을 순례길로 조성한 것이다.‘그대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돌아보는 길(1구간) △비우는 길(2구간) △뉘우치는 길(3구간) △용서의 길(4구간) △사랑의 길(5구간) 등 다섯 구간으로 조성됐다.김재욱 군수는 한티가는길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만들고자 한다.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와 한티가는길 활성화를 논의하고, MOU를 체결했다.순례길과 안내판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구간별로 쉼터를 마련하고 동명성당과 지천면 창평리에 숙박 시설을 조성키로 했다.전국의 천주교인이 한티 성지를 찾는다면 자연스럽게 일반 관광객의 방문도 이어질 것이다. 칠곡군에서 가톨릭 관련 문화행사와 축제는 물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전국 규모의 미사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 유치로 지역경제 살리기김 군수는 최우선 과제로 지역경제 살리기를 꼽는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튼튼한 일자리부터 필요하고, 제대로 된 사람도 필요하고, 인구도 모아야 한다는 논리이다.김 군수는 “실제 기업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사람만 있으면 지금 수출의 두 배는 하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이는 지금 사람들이 전부 수도권으로 떠나니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그래서 직장과 주거가 한 곳에 있는 직주근접을 실현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군은 지역을 살기 좋은 곳, 교육시키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군은 또 기업유치를 위한 전략으로 생산 거점을 해외에 뒀다가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특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미중 갈등 여파 등으로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유턴 기업들이 국내에 돌아올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고 이들 기업을 유치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정보통신기술(ICT)과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신산업 분야 기업 유치에도 적극나설 계획이다. 직원들도 관련 분야를 적극 공부하고 있다. 칠곡군은 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 유치의 행정 절차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부서를 신설할 방침이다. □ 자전거 타는 군수자전거를 타고 이색 소통을 펼치고 있는 김재욱 칠곡군수. 김 군수는 관용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자주 출퇴근한다.김 군수는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학인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금융사, 건설사, 방송사에서 경영 업무를 맡으며 잔뼈가 굵어진 엘리트 출신이다.화려한 스펙과 달리 그의 행보는 서민적이고 소박하다. 180㎝가 넘는 큰 체구이지만 눈높이는 항상 주민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출장이나 바쁜 일정을 제외하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주민을 만나 소통 행보에 나선다. 자전거에서 내려 사이클 복장으로 나타나 “칠곡군수입니다”라고 말하면 처음에는 놀라던 주민들도 이제는 편하게 군수를 대한다.김 군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주민과 셀프 촬영을 하기도 하고 격의 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독거 어르신 집을 방문해 말동무가 되는 것은 물론 주민들과 함께 붕숭아 물을 들이고 번역기를 이용해 결혼 이주 여성과 소통에 나서기도 한다.자전거뿐만 아니라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를 직접 내리며 직원들과 함께 탁구 치는 자치단체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군수실을 찾는 직원과 외부 손님이 방문하면 김 군수는 머신기에서 커피를 직접 내린다. 여직원이 탕비실에서 커피를 준비해 대접하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또 서민적인 소통 행보와 함께 합리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업무 효율성과 환경 보호를 위해 종이 없는 ‘스마트 보고’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공직 문화를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익숙한 것을 내려놓았다.김 군수는 “군민이나 공직자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군수가 먼저 변해야 했다”며 “관행이 주는 편안함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낯설고 불편하더라도 원점에서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3-01-30

“긍정행정·친절도시·명품정책 삼박자, 시민과 함께 만들 것”

석탄산업이 사양 길에 들어선 이후, 문경 지역사회는 인구감소에 따른 경기침체와 골목상권 쇠퇴, 일자리 부족의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10여 년 전 국군체육부대와 민간숙박시설인 STX리조트를 유치한 뒤 이렇다 할 대규모 시설유치가 없다 보니 16만에 이르던 인구는 반토막이 났고, 구도심은 비어가는 상가들로 지역 상권을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다.천혜의 자연경관과 문경새재라는 걸출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관광명소의 명맥을 근근히 이어가고는 있지만, 치열해 지고 있는 타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지난해 7월 시민들의 부름을 받고 10여년 만에 돌아온 신현국 문경시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이다.신 시장은 긍정·친절 3대 마인드와 시정 3대 중점과제 구상을 발표하면서 “기존 업무추진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현대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때에 ‘감동의 긍정행정, 멋진 친절도시, 지방부활 명품정책’의 삼박자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하며 공직자는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을 당부했다.신 시장은 이어 “올해를 긍정의 마인드로 새로운 도약과 문경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긍정의 힘! yes 문경민선 8기 제9대 문경시장으로 당선된 신현국 시장은 ‘긍정의 힘! yes 문경’의 슬로건 아래 대학·기업유치 올인, 스포츠·체육도시 육성, 문화·관광도시 완성, 일등농업·농촌 실현, 교육·복지도시 건설 등 5대 시정목표를 내세우며 문경시민들 앞에 다시 섰다.아울러 문경시 변화와 발전을 위한 핵심주력사업으로 작은 가능성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공직자와 시민이 하나가 되어 긍정의 마인드로 반드시 이뤄야 할 민선8기 60개 공약사업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또한, 비록 6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보여준 적지 않은 성과는 문경시 발전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과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골프장건립과 항공테마파크사업, 영상산업 기반조성사업 등 대규모 사업 투자를 위한 MOU체결과 3년만에 대면으로 치러진 오미자, 사과, 한우 등 지역의 대표 축제의 성공 개최를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분위기가 한층 고무됐다.문경시 발전을 위해 ‘찬반 더운밥 가리지 않겠다’는 신현국 시장의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2023년은 민선 8기 본격적 출발을 알리는 중요한 한해이다. 아울러,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 문경의 시대를 열 중부내륙고속철도 개통의 해이다. 새로운 시대의 주역을 꿈꾸고 있는 문경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신현국 시장은 계묘년 새해를 맞아 신년인사에서 문경의 변화를 이끌어 갈 3대 프로젝트 추진 구상을 밝히며, 공직자와 시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 공직사회 혁신문경시는 먼저 ‘3게 긍정실천운동’으로 공직사회 내부의 변화를 시도한다.공직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새롭게(new), 멋있게(cool), 재밌게(fun)’라는 구호를 설정했다. 비슷하지만 같지 않게 좀 더 시민에게 감동을 주고, 품위 있는 정책으로 멋이 깃든 문경을 건설하고, 의미와 재미가 가미된 기획으로 시민들에게 삶의 충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또한, 고객 감동으로 친절도시 문경 실현을 위한 범시민 ‘3대 친절운동’을 전개한다.문경은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명실상부한 중부내륙의 중심 관광지이다. 아름다운 새재와 어울리는 명품친절 도시로서 친절을 관광 상품화한다는 생각이다.아무리 좋아도 감동을 주지 못하면 재방문을 기대하기 어렵듯 ‘가슴으로, 정성으로, 따스함으로’라는 친절정신을 공직자는 물론 공단, 유관기관, 나아가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주인의식을 갖고 친절을 실천하도록 세부 과제를 발굴해 고객이 감동하는 전국 최고의 친절도시로 발돋움한다는 목표이다. □ 대학 캠퍼스 지역 유치신현국 시장의 공약 1·2·3호 사업은 한국체육대학교 문경유치, 숭실대 문경캠퍼스 건립, 문경새재 케이블카 조성이다. 문경시는 이들 사업을 시정 3대 중점과제로 설정하고 적극 추진한다.문경 또한, 시대적 문제인 지방소멸의 파도를 피해 갈 수 없다. 시정 3대 중점과제를 선정, 선제적으로 추진해 소멸을 이겨낸 모범도시를 만들어 나간다는 복안이다.먼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국립대학이자 한국 체육의 요람인 한국체육대학교를 국군체육부대가 위치한 문경으로 유치해 젊은 층이 넘치는 스포츠체육도시로 조성하고 나아가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구상이다.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응 방안으로 지난해 9월 한국체육대학교 문경 이전 범시민 서명운동을 펼쳐 시민의 절반인 3만 6천551명의 서명부를 대통령 비서실에 전달했다, 12월 5일에는 민간위원 716여 명으로 구성된 범시민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현재는 한국체육대학교 문경 이전을 위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 중이며 6월 완료할 예정이다.한체대 유치를 통한 국정과제인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모범사례와 지역 경기 부활이라는 시민들의 염원 달성을 위해 1%의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이전 당위성 호소에 주력하고 있다.아울러 지역대학인 문경대와 서울의 유수 대학인 숭실대의 통합을 이끌어 내 숭실대 문경캠퍼스 설치를 통해 지방대학도 살리고 숭실대도 상생하는 윈윈의 정책을 추진한다.교육부 또한, 지방 실정에 맞는 대학운영을 교육정책으로 검토하고 있고 대학 상호 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어 전국 최초로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통합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의 일환으로 문경대와의 통합동의 확약에 이어 문경대와 숭실대, 문경시, 경북도 4자간 MOA 체결도 성사시키며 두 대학 간 협의를 위한 노력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또 문경새재 케이블카 조성사업은 주흘산 관봉 주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다.케이블카 조성사업을 통해 주흘산 정상에서 문경의 아름다운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세계최고의 관광명소로 발돋움시키겠다는 방침이다.문경새재는 주홀산이라는 명산을 품고 있으나 산세가 험해 등반이 쉽지 않다. 케이블카가 조성된다면 백두대간의 중심을 정상에서 조망할 수 있어 전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명소가 될 수 있다.정상에는 관봉과 주봉간 2.5km의 명품 데크로드 조성을 동시에 연계 추진해 한국인이 꼭 타고 걸어봐야 할 명품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3-01-29

생사 갈림길서 이송?… 뇌졸중 환자 20% ‘골든타임’ 놓쳐

‘골든타임(Golden Time)’은 치명적 손상을 입은 후 1시간 안에 결정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학용어인 ‘골든아워(Golden Hour)’에서 나온 말이다. 그 시기를 놓치면 결코 이전 상태로 돌이킬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적 능력과 신체 활동을 관장하는 중추 기관인 ‘뇌’에 손상이 발생했을 때의 골든타임은 과연 몇 분일까.뇌경색은 최대 6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어 ‘골든타임’이란 게 존재한다. 하지만 뇌출혈의 경우 다르다. 뇌출혈은 출혈량과 출혈 위치 등 다양한 것들이 예후의 기준이 된다. 큰 뇌혈관이 터져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면 즉사할 수도 있다. 또 출혈로 인해 뇌척수액이 내려가는 길을 막으면 수두증이 발생하고 뇌압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사망할 수 있다.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 심장병, 3위가 바로 뇌혈관 질환이다. 뇌질환은 국내 사망 순위 3위를 기록했지만 암보다 훨씬 무섭다. 뇌 기능이 멈추면 몸은 살아 있지만, 식물인간 상태로 사실상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글 싣는 순서1. 급성뇌졸중치료를 위한 뇌혈관 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2.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병원 전 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 3.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4.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지키려면’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이 답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다실제로 지난 2022년 7월 경산에 거주하는 59세 여성이 의식 변화로 같은 지역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전교통 동맥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았다.이송된 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어 수술을 위해 대구에 위치한 수술 가능 병원을 찾았지만, 바로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결국 수술이 가능한 타지역의 뇌혈관전문병원으로 전원 됐다.하지만 이 여성은 전원 중 재출혈로 인해 의식수준이 급격히 악화됐다. 뇌혈관전문병원으로 옮겨진 뒤 그는 급히 응급코일색전술 및 뇌실외배액술의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식물인간이 되었다.뇌혈관 질환은 치료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후유장해를 얻거나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 죽어가는 세포를 얼마나 빨리 살려내느냐가 치료의 관건인 셈이다.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 입장에서는 전원을 위해 이송되는 그 시간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것이다.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활용으로 급성 뇌질환 골든타임 잡다지난해 1월 울산에 연고지를 둔 65세 여성이 의식 변화로 울산지역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좌측 후교통동맥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해당 병원이 여성을 대상으로 코일색전술 시행했지만, 실패하였고 그는 수술 가능한 인근 뇌혈관전문병원으로 전원됐다. 뇌혈관전문병원은 그를 대상으로 응급코일색전술 및 뇌실외배액술을 실시했고, 이 환자는 30일 후 퇴원했다.같은 해 4월에는 창원에서 56세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았다.하지만 대학병원에서 당일 수술이 불가능해 수술이 가능한 부산과 대구, 구미 지역의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가 불가해 포항의 한 뇌혈관전문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이후 그는 해당 병원에서 응급코일색전술과 뇌혈관 약물 성형술을 받았고 23일 후에 퇴원했다. □뇌졸중환자 20% … 첫 방문 병원서 치료 못 해 ‘전원’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해마다 약 10만명 이상의 뇌졸중(뇌경색과 뇌출혈)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수 역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뇌졸중 치료에서는 병원 전단계인 뇌졸중센터가 중요하지만 국내 상황은 열악하다.실제로 2016∼2018년도에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24시간 이내에 타 병원으로 전원 돼 치료를 받았다.전원환자의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해당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로 환자의 9.6%를 차지했다. 반면 전남의 경우 44.6%로 환자의 절반 가까이 치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대구와 경북 역시도 각각 23.1%, 24.9%를 차지하며 비교적 높은 전원율을 보였다.더 큰 문제는 이런 소도시에 ‘뇌졸중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다수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현재 뇌혈관질환에 관련된 센터는 70∼80%에 이르는 병원이 서울, 경기권, 광역시에 편중되어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은 시간이 생명에 직결된 응급 뇌혈관질환 치료를 골든타임 내에 받기가 쉽지 않아 뇌혈관질환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현실반영 못 한 응급의료진료권역 분류현재 응급의료센터 분류 체계를 보면 응급실의 가용자원이나 특수처치 이용 가능성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을 등급화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나누고 있다.국가에서 각 병원의 응급실을 규정에 따라 평가하고 지역의 인구나 인근지역의 균형을 고려해 등급과 함께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현재 이 같은 응급의료센터 분류 체계는 병원과 병상수의 크기로 인한 내용이지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혈관 질환의 실제 진료 내용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이와 관련해 일선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를 확립해 뇌혈관질환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에 적시 적소에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치료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이송되는 비능률적인 요소들은 제거하고 새롭게 체계화된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발생 후 늦었지만, 응급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려고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선택이 아닌 ‘필수’현재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55개의 뇌혈관센터를 운영 중인 병원 중 서울 및 경기권, 광역시에 위치한 병원은 43곳으로 총 78.2%를 차지하고 있다.대도시권과 그 외 지방 중소도시 간 지역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은 매우 심하다.또 전국에서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은 42.5%에 불과하고, 전국 응급의료센터 중 30% 이상이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뇌혈관 질환은 빠른 시간 내에 표준화된 일련의 치료과정이 가능하고 초급성기 치료 이후에 뇌졸중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진 병원을 요구한다.치료과정에 있어 급성기 골든타임을 고려해 환자가 내원 시 혈전제거술 및 스텐트 삽입술 등 뇌혈관내중재치료(Intervention)를 모두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이 지역별로 분포돼야 하며 뇌출혈에 대한 수술, 감압술, 경동맥 절제술, 뇌혈관문합술 등 고난도 관혈적 뇌수술에 대한 고려도 함께 필요하다.현재 뇌혈관질환센터 시스템의 실태와 문제점을 해결해줄 대안은 뇌혈관 내 중재치료가 가능한 뇌혈관 전문병원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뇌혈관전문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의 난도 높은 진료와 시술 일부 분담이 가능하고 환자 거주지역을 기반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접근성이 보장된 역할이 해낼 수 있기 때문에 뇌혈관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도·농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 기대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부터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완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이는 환자구성비율, 의료질 평가 등 7개 지정기준(환자구성비율, 진료량, 병상수,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의료질 평가, 의료기관 인증)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서류심사 및 현지조사,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이들 병원을 최종 결정했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문병원 제도가 지역주민들이 전문적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쉽게 이용하고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각종 진입장벽, 진료영역, 지원체계 등 제도 전반을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3-01-26

한겨울 무르익은 바다 그림같은 풍경 속으로

경상남도 통영은 한려수도의 비경과 항구의 낭만을 품은 도시다. 바다의 아름다움 말고도 섬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겨울이면 통영 바다는 황금빛 논처럼 무르익는다. 제철을 맞이한 바다생물의 맛이 한껏 오른다. 한적한 갯마을과 아늑한 포구, 푸른 바다 위에 산수화처럼 떠 있는 섬들, 넘쳐나는 싱싱한 해산물 등 멋과 맛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통영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통영의 멋,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강구안통영시 중앙동의 강구안은 통영 여행의 출발점이다. 포구 앞 거리에는 저마다 원조임을 자랑하며 간판을 내건 충무김밥집, 꿀빵집이 늘어서 있다. 커다란 고무대야 안에서 펄떡거리는 볼락, 도다리, 도미 같은 활어와 굴, 해삼, 멍게, 전복, 소라 같은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는 중앙시장도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흥이 나는, 통영 바다를 통째로 들여놓은 시장은 통영에 온 사람이라면 너나 할 거 없이 들르는 명소다. 그런 이유로 강구안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활기차다. 항구를 따라 시끌벅적 사람 냄새 물씬 풍긴다.중앙시장 뒤쪽, 강구안에서 올려다보면 가파른 언덕 위에 옛집들이 촘촘하게 남아있다. 동피랑 마을, ‘동쪽의 피랑(벼랑)’에 자리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일제강점기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거주하기 위해 만든 동네다. 구불구불 미로 속을 걷듯 좁은 골목을 따라가면 시린 세월에 침식돼 허름해진 담벼락에 화가와 시민들이 아기자기한 벽화를 그려 넣었다. 고단한 삶이 담긴 달동네 골목을 통영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었다. 골목에 펼쳐진 온통 푸른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고래의 꿈을 키운다. 희망을 담은 벽화는 2년마다 열리는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벽화로 교체된다.동피랑마을 꼭대기에 오르면 강구안과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이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바다마을 감성으로 무장한 카페에서 포구의 잔잔한 바다를 바라본다. 백석의 시 ‘통영’의 한 구절처럼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나가고 싶은 곳’이다. 통영의 맛, 겨울에 제맛 나는 물메기와 다찌통영의 맛은 겨울에 깊어진다. 추운 계절이면 통통하게 살이 올라 향이 진해지는 통영굴과 물메기가 제철을 맞는다. 동해안의 곰치와 사촌쯤 되는 물메기의 본명은 꼼치다. 예전에 쓸모없는 고기라 여겨 그물에 걸리면 바다에 내던졌던 물메기는 김치를 넣어 빨갛게 끓이는 동해의 곰치국과 달리 맑은 탕으로 끓여 깔끔하다. 살점이 흐물흐물해 입안에서 호로록 넘어간다.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에 물메기 맛집들이 모여 있다.해산물이 풍성한 통영에서 다찌를 빼놓을 수 없다. 술값에 안주가 포함된 일본 선술집인 ‘서서 마시는 술집, 다찌노미’에서 유래된 말로 다찌집에서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코스 요리처럼 맛볼 수 있다. 정해진 메뉴 없이 그날그날 들어온 제철 생선과 해산물로 회, 구이, 무침으로 다양하게 요리해 한상을 가득 채운다. 천혜의 자연, 바다에서 나온 갖가지 해산물을 차례차례 맛보다 보면 통영 바다가 마냥 은혜롭기만 하다.비경 품은 보석 같은 섬, 욕지도통영 바다에 떠 있는 570개의 섬 중에서 유인도는 40개가 조금 넘는다. 연화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등과 함께 연화 열도를 이루고 있는 욕지도는 해안선 길이가 31㎞로 연화 열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통영항에서 뱃길로 32㎞, 망망한 바다를 가로질러 1시간 정도면 욕지도에 닿는다. 그림 같은 해안선과 바닷바람을 맞은 기암괴석이 매력적인 섬은 월척을 노리는 낚시꾼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바다 위에 불쑥 솟아오른 산이 있고, 숲에 비렁길이 나 있어 등산이나 트레킹하기도 좋다. 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해도 낭만적이다. 여행의 모든 재미가 욕지도 안에 있다. 어촌 근대화의 발상지, 자부랑개욕지항에 내리면 바로 만나는 자부마을, 자부랑개는 1910년대부터 욕지도의 중심이 됐다. 일제강점기 많은 어선과 어부들이 욕지항으로 밀물처럼 몰려왔다. 자부랑개에는 일제 집촌이 들어서고, 골목마다 어부들을 상대로 술집, 식당, 여관, 이발소 등 장삿집이 생겨났다. 소박한 어촌에 근대화의 물결이 들이쳤다.남해와 통영 사람들이 욕지바다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할 만큼 욕지도에는 고기잡이가 성업했다. 겨울에서 봄까지는 도다리·감성돔·참돔·납새미(가재미)·나무쟁이(가오리)·쑤기미·낭태가, 여름에서 가을에는 고등어·전갱이·삼치·갈치가 주로 잡혔다. 계절에 상관없이 바다는 온통 멸치 떼였다. 전국의 배들이 욕지도에 겹겹이 정박했다. 잡은 물고기가 너무 많아 다 운반하지 못하고 바다에 버리기도 했다.황금어장이라 연중 파시가 섰다. 파시(波市)는 어류 등을 사고팔기 위해 열리던 해상시장이다. 좌부랑개어업조합에서 동촌까지 400m 해안길, 초롱불을 밝힌 야시장에서는 매일 물물교환이 이뤄졌다. 삶은 고구마, 호박, 남새 등과 교환한 물고기는 수집상에게 넘기기도 하고 집집마다 있는 간독에 염장했다. 일본사람들은 넘쳐나는 고등어를 일본으로 공수했다. 일제가 패망한 후에도 계속되던 파시는 고등어가 고갈되면서 1970년대 삼치 파시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일제강점기 운영되던 당구장, 목욕탕, 고등어 간독 등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자부랑개 옛 흔적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욕지도 할머니들이 만든 마을기업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가 나온다. 할매들이 만든 쿠키나 고구마라떼를 맛보는 것도 욕지도를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욕지도 출렁다리노적마을에서 혼곡마을로 이어지는 해변 트레일, 비렁길을 걷다 보면 바다로 난 바위가 펠리칸 주둥이를 닮아 펠리칸바위로 불리는 곳에서 출렁다리를 만난다. 소슬하게 부는 바람과 가벼운 발걸음에도 아슬아슬 출렁이는 다리 한 가운데서 비경이 펼쳐진다. 다리를 건너가면 너른 바위 너머 쪽빛 바다가 눈이 시리게 반짝인다. 아름다운 욕지도 풍경으로 첫손가락을 꼽는 삼여도도 보인다.유동마을 근처의 삼여도는 지그재그로 굴곡진 절벽해안에 바짝 붙어 있는 세 개의 작은 바위섬이다. 온전한 세 섬을 보려면 삼여전망대로 가야 한다.삼여도에는 전설이 담겨있다. 욕지바다 용왕에게 세 명의 딸이 있었다. 마을에서는 900년 묵은 이무기가 젊은 총각으로 변신했는데, 세 딸은 이무기 총각을 사모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용왕은 크게 노해 세 딸을 모두 돌로 변하게 했다. 화가 난 이무기 총각은 산을 부숴 두 개의 섬을 만들어 바다를 막아버렸다. 세 여인이 변한 바위는 삼여라 불렀다고 전해진다.이야기를 품은 바다, 섬 구석구석은 보석처럼 빛난다. 이 모두를 한눈에 담으려면 가장 높은 봉우리 천왕봉에 오르면 된다. 등산로를 따라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정상에 오르면 용머리처럼 뻗어나간 연화도, 우도 등 한려수도의 수려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욕지도 명물, 고구마와 고등어회욕지도는 섬 대부분이 비탈이어서 논농사가 어려웠다. 대신 경사를 일구어 밭을 만들었다. 물이 잘 빠지는 황토밭에서는 고구마가 잘 자란다. 농익은 욕지도 고구마로 앙금을 넣은 도넛과 고구마라떼는 통영 특산품으로 재탄생했다. 고구마만큼 고등어회도 유명하다. 서울을 비롯한 육지에서 맛보는 고등어는 그 출신지를 따져보면 대부분 욕지도산이다. 팔고도 남아서 염장할 만큼 고등어가 많이 나는 시절은 지났지만 욕지 앞바다 양식장에서 여전히 싱싱한 고등어가 나온다. 고등어는 갓 잡아 바로 회로 쳐야 비린 맛없이 달큰하다. 섬 앞바다에서 바로 건져 회로 나온 욕지도 고등어회는 차지고 달다.섬의 하룻밤을 보내고 겨울 아침 해를 맞이한다. 수평선에 떠오르는 태양은 언제나 황홀하다. 풍요로운 통영 바다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붉은 해는 더 특별하다./통영=글·사진 이솔 객원기자

2023-01-26

숲으로 잘 사는 ‘산림 르네상스시대’ 성주군이 만든다

산림은 그 존재로 공익적 기능이 있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으로 경제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와 더불어 산림이 주는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은 산림을 찾는 사람들에게 일상 속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이 되는 마음의 안식처의 역할도 하고 있다.성주군은 도심에서 산림을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녹색 휴양공간 도시숲 조성에 큰 힘을 쏟고 있다. 군은 꾸준한 도시숲 조성으로 산림이 지니는 긍정적 효과를 생활권 주변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기후변화 및 미세먼지 등 환경변화에 친환경적으로 대응,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 도심속 힐링휴식처 녹색 도시숲성주군 초전면 용봉리에 위치한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 성주휴게소 인근에 대규모 철쭉단지가 조성됐다. 2019년도부터 2022년까지 성주휴게소 뒤편 산불 피해를 입은 산림에 총 12억의 예산으로 2.8ha, 17만여본의 대규모 철쭉을 심었다. 이 철쭉단지는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고 성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및 녹색휴양공간을 제공하고 있다.성주호 명품 가로수길도 눈길을 끈다. 성주호 주변을 걸으며 산책할 수 있는 성주호 둘레길은 지역민 및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5억원의 예산으로 성주호 도로변 단절된 가로수(벚나무)를 보완식재하고 쌈지공원을 조성했다.성주읍 이천변 주변 0.5ha의 유휴공간을 이용,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에 걸쳐 10억원의 예산으로 소나무 외 9천500여본의 나무를 심어 도시숲을 조성했다.도심에서 산림의 정취를 충분히 느끼고 마음의 여유를 안겨주는 녹색공간을 창출, 지역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올해는 더 다양한 형태의 녹색휴양공간이 조성된다. 초등학교 주변 학생들의 안전하고 미세먼지 없는 통학로를 조성하기 위해 2억원의 예산으로 자녀안심그린숲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성주호 명품가로수길과 연계 인구감소지역의 활력을 되찾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5억원의 예산으로 실외정원을 조성한다. 또한 가로수의 생태적,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성주만의 특색있는 명품가로수길을 조성하고자 가로수 기본계획도 수립한다. □ 특화림 조성으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실현‘산림’은 그 터를 닦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커다란 ‘자산’으로 돌아온다. 산림이 국민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도록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을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라 부른다.성주군은 미래세대에게 다양한 산림의 혜택을 물려주기 위해 지역별 특성 및 목적에 따라 다양한 특화림을 조성해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실행하고 있다.먼저, 가천면 금봉리 일원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우산고로쇠 19ha, 1만3천여본을 식재했다. 올해는 4.5ha, 3천여본을 심어 향후 임업인의 안정적인 소득창출을 위한 산림경영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우산고로쇠 식재 후 매년 풀베기 작업과 드론을 이용한 비료주기 등 관리에도 철저를 기하고, 향후 수액이 채취 할 시기가 되면 작목반 구성 및 양여 등으로 임업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다양한 계획을 모색중이다.또한 2023년 단년도 사업으로 독용산성자연휴양림 일원에 자작나무 특화림 5ha를 조성한다. 우산고로쇠 특화림이 산림경영을 위한 기반이라면 자작나무 특화림은 관광자원화 기반으로 독용산성자연휴양림을 찾는 관광객에게 다양한 산림휴양을 제공한다.□ 임업인 소득향상 기반 구축성주군은 2023년 임산물 생산농가에 안정적인 소득창출을 위한 생산기반 규모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주요사업으로 △임산물 생산기반을 위한 산림버섯 재배시설보완 및 생산장비 구입비 지원, △임산물 표준규격 및 상품화 촉진을 위한 포장재 지원, △임산물 유통 출하비용 저감을 위한 택배비지원 △단기 소득 임산물 품질향상을 위한 표고버섯톱밥배지, 표고버섯자목, 임산물수액물통, 저온저장고 등 2억8천900만원을 지원한다. 또한 임가 소득 보전 및 산림의 경제적·공익적 가치의 지속적인 향상을 위해 ‘임업·산림 공익직접지불제’ 시행으로 2022년 기준 7천200만원 규모의 직불금이 1월 중 지급된다.이처럼 비록 산림의 공익적 가치에 비해 약소하지만 임업분야의 혜택 및 보상체계가 마련되고 있다. 성주군도 다양한 지원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 임업인 성장에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 소중한 산림, 보전에 전력성주군은 ‘산불 발생 제로(ZERO)화’를 목표로 산불진화용 임차헬기, 산불진화대, 산불감시탑감시원, 읍면 감시원 등 상시 산불감시 및 전문적 진화인력을 구축했다.봄철 산불방지대책 기간(1.1.~5.15.)을 조기 운영하고 있으며, 대형산불 조심기간(2.15~4.15)에는 읍면 담당구역 책임관제를 운영해 선제적인 산불감시를 시행한다.또한 산불 발생 대비 산불모의훈련을 실시해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의 산불진화 역량을 강화하고, 산불진화차량 2대 추가 운영, 열화상드론 활용 등 산불진화의 효율성을 높이기 산불 기계화시스템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생명의 숲, 건강한 산림생태계 보전을 위해 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성주군 관내 9개 읍·면 77개리를 소나무재선충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중점 관리하고 있다.올해 1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피해고사목 제거, 훈증처리목 수집, 예방나무주사, 지상방제 등을 실시하여 재선충 및 일반병해충을 선제적으로 방제했다.산사태 예방을 위해 취약지구 226개소를 지정·관리하고 있으며, 태풍·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예방과 복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휴가를 즐기는 산림휴양시설성주군은 다양화 된 산림복지에 대한 국민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가야산야생화식물원, 독용산성자연휴양림, 삼산산림욕장, 숲길 등 산림휴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가야산야생화식물원은 야생화의 종보존, 증식 등 자원보존과 더불어 국민들의 힐링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2020년부터 3년 동안 야생화식물원 보완 및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다.벌개미취 ‘야생화군락지’와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편안한 숲길체험을 위한 ‘가야산무장애나눔길’ 및 꽃비가 내리는 콘텐츠 정원인 ‘화우동산’ 등을 조성했다.우리나라 전통 생활정원과 수직정원을 조성해 식물원 볼거리를 증진하고 노후화된 시설을 보완하는 등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해 2022년 기준 연 5만여 명이 다녀가는 성주 서부권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또한 성주호와 독용산성 등의 수려한 경관이 조망되는 독용산성자연휴양림은 산림휴양과 수상레포츠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휴양공간이다. 총 19객실에 어린이놀이시설과 바비큐장, 편백숲 산책로를 겸비하고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산림욕으로 달래며 즐기는 휴양숙박 시설이다산새소리와 함께 맞이한 휴양림의 아침은 3km 정도의 산책로를 오르며 느끼는 산들바람, 탁 트인 성주호와 더불어 여러분의 오감을 힐링시켜 준다.18개 노선 53km에 달하는 성주군 관내 숲길은 지역민과 등산객들의 여가생활과 취미활동으로 건강과 즐거움을 선물한다.성주군의 대표적 숲길인 초전 칠선 ~ 용성간 숲길, 월항 안포리 덤개산 숲길, 독용산 숲길 등은 건강증진 및 화합의 장소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피톤치드, 음이온, 맑은 공기와 풍부한 산소 등 잘 가꾸어진 산림은 정서적 안정과 더불어 심리적 만족감을 높인다.적은 비용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성주군의 산림복지는 현재, 미래에도 계속되고 있다.성주/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3-01-25

‘한겨울의 독서’가 지니는 매력에 빠져볼까

떨어져 지내던 식구들이 오랜만에 만나 쌓였던 그리움을 잠시나마 풀 수 있었던 설 연휴가 눈 깜짝할 사이 훌쩍 지나갔다.집집마다 정성스레 준비한 명절 음식으로 한잔 술을 나누거나, “올해는 좋은 일 많이 생기고, 무엇보다 건강하길 빈다”는 덕담이 무시로 오갔을 게 분명하다. 또한, 넉넉한 고향의 품 안에서 몸을 살찌우는 며칠이었을 터.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또 하루하루 부지런히 살아낼 일이 남았다. 이렇게 삶은 이어지고 지속된다. 그 일상과 삶에서 마음을 살찌울 책 2권을 소개한다. 이번 주말엔 ‘한겨울의 독서’가 지니는 매력에 빠져보시기를. 김종관과 송정임의 런던 체류기 ‘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 ▲런던의 ‘푸른 명판’ 달린 집들 - ‘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생면부지의 낯선 땅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과 인생의 3분의1 이상을 살아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만약 그 체험을 허술하게 책으로 엮어낸다면 ‘막막한 방랑의 기록’ 혹은, ‘견딤과 닳아짐의 일기’ 정도로 전락하기 십상일 듯하다.어디서나 흔하게 접하게 되는 여행기와 해외체류기. 그것들이 위에서 언급한 막막한 기록 또는, 견딤의 일기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독자가 무릎을 칠 무언가를 담아내야 한다.그러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다음에 소개하는 한 권의 체류기는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록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던 김종관과 미술대학 시절 꿈꾼 삶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살아야 했던 송정임. 둘은 부부다.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 그저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던 청춘들. 영국 런던행은 별다른 사전준비 없이 불쑥 결정된 것이었다.그렇게 도착한 도시가 마냥 행복한 공간만일 수는 없었다. 외국에서도 ‘생활’이란 두렵고도 엄혹한 단어다.우울을 부르는 흐린 날씨와 눅눅한 안개. 거기에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탓에 애도 먹었을 터.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나머지 인생을 결정할 지향과 꿈을 거기에서 찾는다. ‘런던 지하철 테러’ 등의 몇몇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겪으며.‘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는 김종관과 송정임에게 한국에서 잊고 살았던 꿈과 지향을 돌려준 예술가와 철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블루 플라크(BLUE PLAQUE)란 뭘까? 이름 그대로다. 푸른 명판.영국은 유명 예술가와 사상가 등이 살았던 집에 푸른 명판을 붙여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자 하는 나라다. 영국왕립예술협회와 런던시의회를 거쳐 지금은 잉글리시 헤리티지가 관리하는 푸른 명판을 단 집은 현재 런던에 880여 채.블루 플라크에 이름을 새긴 이들은 저명한 시인 바이런에서부터 록그룹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 ‘드라큘라’의 작가 브램 스토커와 독일 철학자 칼 마르크스까지 그 프리즘도 다양하다.김종관과 송정임은 런던에 머물던 12년 동안 이들 블루 플라크가 붙은 집 스물세 곳을 찾아다니며, 때론 마음 속 깊은 위안을 얻고 때로는 절망에서 일어서는 용기를 배운다. 그것들은 고스란히 생을 살아낼 에너지로 전환돼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부부를 북돋우고 있다.책은 그들이 푸른 명판 단 집을 찾아다닌 단순한 기록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 부부는 록밴드 연주자와 화가라는 그들의 정체성을 100% 발휘해 책을 꾸몄다.책 곳곳을 장식한 송정임의 그림은 런던의 골목길을 실제로 걷는 듯한 느낌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푸른 명판을 헌정 받은 음악가들에 관한 김종관의 설명은 명확하면서 동시에 시적이다. 게다가 ‘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의 문장은 기성작가 못지않게 단단하다. 이런 대목들이다.‘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지 않고, 찰스 디킨스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그 길에서 한동안 읊조리지 않았던 그 강렬한 ‘황폐한 집’의 첫 장을 다시 한 번 외워보았다.’-책 54페이지.‘어쩌면 지미 핸드릭스는 나 같은 수많은 먼지들이 만들어낸 욕망의 실체이고, 그들이 완성해내지 못한 꿈들의 고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먼지들이 그의 빛을 바라보는 동안 그는 차가운 암흑 속에서 언제나 홀로 외로이 빛나는 존재였다.’-책 208페이지.30대를 온전히 영국 런던에서 보낸 부부가 만난 23명의 예술가들. 버지니아 울프, 찰스 디킨스, 딜런 토머스, D.H. 로렌스, 존 레넌, 토머스 하디, 애거서 크리스티….김종관과 송정임은 그들의 삶과 예술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무엇을 보았기에 “인생을 멋지게 만들 수 있는 단서들을 블루 플라크가 붙은 집이 있는 런던 골목길에서 주워 모았다”고 고백했을까? 그게 궁금한 독자는 책을 집어 드는 수밖에. 재미와 의미가 동시에 담긴 김윤영 소설집 ‘그린 핑거’. ▲빼어난 전략만으로 사랑과 연애가 가능할까?- ‘그린 핑거’인간이 저마다의 가슴 안에 얼마만한 고독을 지니고 살아가는지, 그 고독이 발원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들 모두가 철학자나 현자(賢者)일 수는 없으니. 그러나, 대충 이런 대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고독? 견디기 힘든 외로움과 슬픔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소설집 ‘그린 핑거’는 1998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인간에 관한 문학 탐구를 지속해온 작가 김윤영이 ‘루이뷔똥’, ‘타잔’에 이어 3번째로 상재한 책.기자가 읽어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그린 핑거’는 앞에서 언급한 생의 중요한 문제들, 하지만 쉽사리 해답을 찾기 힘든 고독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문학적 탐구로 보인다.굵직한 이 두 단어 아래 열등감과 연애, 허영과 인연, 운명과 죽음 등도 김윤영의 문학 탐구 범위에 포함됐다.개별적 줄거리를 가지는 2개의 단편과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이란 부제를 단 5편의 연작이 실린 책에서는 젊은 감각보단 진중하고 묵직한 주제의식이 더 돋보인다. 가벼운 소설식 코드를 사용하면서도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이야기다.이러한 진지함과 무거운 주제의식은 이미 전작들에서부터 김윤영 소설을 특정 짓는 가장 주요한 핵심어였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이 딱딱하고 어렵냐고? 천만에.진중한 주제의식에 재미를 결합해낸 소설을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등단 이후의 시간 동안 김윤영은 이 2가지를 어색하지 않게 결합해내는 재능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김윤영의 소설들은 독특하다. 블랑팡이나 칼라트라바와 같은 브랜드에서 학벌, 직장, 외모 등 인간의 본질을 대신하는 브랜드까지 문학적 코드와는 거리가 먼 통속적인 코드들이 넘쳐나지만 묘하게도 이 통속성은 어느 순간 당대성이라는 큰 힘을 획득한다…(후략) 그녀의 소설들은 물수제비처럼 가볍게 수면 위를 날아가지만 아주 먼 곳까지 여러 겹의 파장을 일으키며 오랫동안 흔들린다.”이 같은 소설가 하성란의 비평에 답하듯 ‘그린 핑거’에서도 김윤영은 통속적 코드를 문학적 코드로 능수능란하게 전환시켜 독자들의 가슴 속에 울림이 큰 파장을 일으킨다. 통속성과 당대성의 경계를 허무는 ‘소설적 힘’ 역시 여전해 보인다.언청이로 태어난 여성이 느끼는 세상에 대한 환멸을 미세한 감정 묘사로 그려낸 표제작과 중산층의 허위의식과 생에서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의 피폐를 보여주는 ‘전망 좋은 집’은 나무랄 데가 별로 없는 작품.하지만, ‘그린 핑거’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5개의 단편을 통해 사랑과 연애, 고독의 본질에 접근하려 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연작이 아닐까 싶다.늦은 밤. 오렌지색 조명 아래서 이 연작을 읽을라치면 “사랑은 전략이 아니다” 또는 “연애만으론 결코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냉혹하지만, 정직한 속삭임이 들려온다.지금 사랑과 연애, 결혼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 인간의 삶 속에서 이 단어들이 점하는 위치를 가늠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책이기에 권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1-24

한국, 수소환원제철법 성공하면 지구촌 지도국가로 부상

기후위기는 일상생활에서 위기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는 인류의 파멸을 불러올 정도의 심각한 위기임에 분명하다. 경북매일은 포항시, 포스코, 지역경제, 지역언론,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해 보고자 유성찬 경주대 초빙교수이자 지속가능사회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의 기고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한국정부는 2022년 12월 10일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곧 바로 포스코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로드맵을 발표하였다.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8년에 합의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시나리오1.5℃’를 근거로 지구 평균온도를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하기에 포스코도 탄소중립이 사업 성패의 핵심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2021년에는 글로벌 투자기업 블랙록(Black Rock)이 투자의향 기업들에게 ‘2050 탄소중립(Net-Zero)’ 목표달성을 위한 사업계획을 요구하는 상황도 생겨났다.또한 G20 중심으로 구성된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TCFD)’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탄소 관련 정보를 재무공시자료에 연동하고, ‘1.5℃ 시나리오’와 연계해 리스크를 점검. 사업을 재편할 것을 요청받았던 것이다.글로벌 투자기업, 기업들에 2050 탄소중립 사업계획서 요구그리고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제조사가 국내 반도체 공급사에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만의 반도체기업인 TSMC로 물량을 돌리겠다고 선언하는 등 세계 경제가 탄소중립 실현중심으로 완벽하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도 2050 탄소중립경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더 고통스러운 것은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1년 7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규정안을 발표하여 2023년에서 2025년까지 전환기를 거쳐 2026년부터는 EU로 수입되는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의 직접배출 탄소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철강이 EU로는 수출을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포스코가 에너지 대전환을 완전하게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게끔 하고 있다.현재 포스코의 용광로에는 에너지로 석탄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국내 1위이고, 2017~2019년 평균 탄소배출량은 7억8천800만t이다. 이 배출량을 2030년 20%, 2040년 50%의 탄소배출량으로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완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1천500℃이상의 온도로 쇠가 펄펄끓는 용광로가 있는 철강산업과 조용한 반도체산업인 삼성과는 다르다. 반도체산업에서도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겠지만, 조국근대화와 포항경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포스코는 탄소중립시대의 대한민국, 2050년 탄소중립완성을 성공시켜야 하는 역사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그리고 그 계획의 핵심에는 ‘수소환원제출법’이 있다. 만약 수소환원제철법을 성공만 한다면 대한민국은 지구촌을 이끌어가는 지도적인 국가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미래시대에도 여전히 철기시대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법과 함께 친환경소재 대표기업으로또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1.5℃ 시나리오에 연계한 핵심비즈니스사업 분야를 설정하여 철강, 2차전지소재, 수소·LNG로 조정하고, ‘친환경 소재 대표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겠다고도 발표하였다.‘위기를 기회로’라는 모토처럼 전 세계가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도 철강제조의 혁신과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노력에 참여하며 탄소중립실천을 위해 앞서 나가고 있다.그리고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법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포항이 수소관련산업으로 활성화된다는 의미이다. 포항에 수소를 생산하는 공장이 세워지고, 수소자동차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수소에너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사업화하는 시스템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경제를 리드해가는 포스코의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포항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수립…그린웨이는 멋진 탄소중립 녹색사업나아가 포항시도 탄소중립을 위한 추진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작년 12월 5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프레시안과 포항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탄소중립시대를 열어가는 포항미래포럼’이라는 심포지엄 행사가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진 행사에 탄소중립을 향한 포항시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녹색도시 포항’을 위해 추진하는 ‘그린웨이’ 사업은 친환경적 시민문화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는 시민들의 중론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만들고 있다. 포항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21년 9월에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이 기본법 12조 1항에 “시장·군수·구청장은 국가·시도계획을 고려하여 10년계획기간으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포항시의 탄소중립 추진 및 노력의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포항시도 2030년 40% 감축이라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탄소중립추진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여야 한다.탄소중립 위해 포항시·포스코, 손 맞잡아야… 포항은 배터리 특구, 배터리산업 더 활성화시켜야그리고 앞서 말한 포스코의 탄소중립 에너지 대전환과 수소에너지 산업추진과 함께 포항시도 포스코와 서로 협력하여 탄소중립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라는 뜨거운 감자가 있기는 하지만, 탄소중립 2050 시대, RE100이라는 목표를 향해 손을 맞잡고 나아가게 될 것이다.에너지 대전환의 산업 근저에는 포항시민들의 월급이 있고 민생경제가 있다. 또 포항시민들이 꿈꾸는 ‘사람이 살만한 포항’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가 배우는 역사교과서에 따르면, 위기에는 지혜로운 고을 원님과 백성들을 굶기지 않는 최씨부자가 있다.포항은 배터리 특구이다. 포스코의 리튬, 흑연 등 2차전지 소재사업과 포항시의 배터리 특구 지원사업은 포항시와 포스코가 협력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될 것이다.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일지라도 전기를 저장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배터리(ESS-전기저장자치)가 중요하다. 현재까지, 탄소중립산업의 최종단계는 수소와 전기저장장치이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힘을 합쳐‘배터리 특구’에 맞는 협력모델을 만들면 더더욱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 포항이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에너지 대전환과 고용문제의 상생을… 탄소중립경제의 그림자도 생길 수 있어유엔기후변화협약은 작년 11월 6일부터 11월 20일까지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하였다.이번 27차 당사국총회에서 개도국들이 30년동안 염원해왔던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논의하여, 손실과 피해에 대한 펀드를 구성한다는 원칙적 합의까지 도출하였다. 이 합의는 이전의 합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내용이었다.이번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파키스탄과 투발루, 몰디브 대표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가중되고 있는 개발도상국과 섬나라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손실과 피해’ 보상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큰 공감대를 형성하여, 마침내 ‘손실과 피해’ 펀드를 설립하자는 약속을 이끌어 낸 것이다.작년 파키스탄 국토면적 1/3을 물에 잠기게 한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지만 파키스탄에 기후위기를 일으킬 만한 큰 공장이 있을 리가 없다. 선진국은 산업화로 인해 부자가 되었지만, 가난한 국가는 물에 잠긴다.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지구를 구하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인간의 지혜가 엿보인다.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들의 분배요구에 호응을 하고 있는 듯하다. 선진국 중심의 교토의정서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전 세계의 의제로 합의한 유엔과 파리기후협약의 정신은 기후위기를 탄소중립으로 정상화하고 전 세계인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마찬가지로 ‘손실과 피해’ 문제는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에너지 부유층과 에너지 빈곤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이 가져오는 에너지 전환의 효과는 먼저 저소득층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노동시장이 가장 준비가 덜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 전환이전의 기존 제조업분야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산업은 AI(인공지능)와 로봇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과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탄소중립경제의 그림자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는 바로 ‘정의로운 전환’이다. 이를 통해 전환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노동자, 실업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전환의 과정에서 자금을 투입해 지속적인 고용이 유지되도록 새로운 에너지기술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그렇다고 우리가 에너지 대전환을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일은 아니다. 수소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많은 포항시민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 기회는 신규 채용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철제강업 종사자, 기계기술자, 전기기술자 등 기존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주어지는 기회이다. 에너지전환을 발빠르게 이행하려면 숙련된 노동자들의 일손이 절실한 것은 당연하다.‘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ESG 경영·약자들과 함께 가는 포스코홀딩스 되길·탄소중립추진은 모든 포항시민들의 힘으로그러하기에 탄소중립 선도기업 포스코의 역할은 막중하다 할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포스코홀딩스 문제도 풀리지 않는 이슈는 아닐 것이다. 어려운 문제는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대전환과 고용문제가 상생을 이루도록 탄소중립산업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자칫하면 상생하지 않는 탄소중립의 선언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포스코와 포항시도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고, 구성원 모두가 활성화된 ESG 경영을 원하고 있다. 탄소중립에는 환경(Environment)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기초에는 사회적 가치(Social)와 이해관계자와의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수적으로 자리잡고 있다.ESG 경영마인드를 지역공동체 포항에다가 동반성장, 공유경제의 사회적 가치와 거버넌스(협치)의 관계를 적용시켜 본다면 포항시민들도 글로벌 기업 포스코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탄소중립, RE100 등 이러한 어젠다는 인류의 파멸을 막자고 나선 사람들, 국가들이 연대하여 만든 협력적이고도 건설적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태풍 힌남노로 알게 된 것은 포항의 치수사업이 50년을 기간으로 잡았다고 한다. 힌남노 같은 기후위기를 넘어서기 위하여 이제는 100년을 기간으로 포항을 설계해보자.100년 뒤에는 오늘 사는 우리는 없겠지만, 후손들이 지속가능하게 이끌어가는 ‘포항 100년’의 계획을 세우고 설계해 간다면 탄소중립도 포스코홀딩스도 서민들의 경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 없을 것이다.포항의 기업시민, 지방정부, 지역언론, 모든 일하는 사람들, 시민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포항, 우리의 후손들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100년의 포항, 지역공동체 포항을 포항시민들과 함께 어깨 걸고 만들어 갔으면 한다.유성찬 고려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졸업, 광운대 환경대학원 환경경영전공 석사, 지속가능사회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경주대학교 초빙교수끝

2023-01-24

택배로 마음 전하고집캉스·나들이 즐겨설 명절 달라졌어요

명절 풍습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시대의 흐름과 명절 트렌드에 변화가 일면서 ‘현대적 명절나기’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설날은 새해를 알리는 첫 명절이다.그동안 우리는 설날이 되면 수천만명의 인구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민족 대이동을 벌여왔다.떨어져 있던 일가친지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풍성한 한 해가 되기를 소원했다.그러나 지금은 전통 명절의 모습은 거의 실종된 상태다.대가족 붕괴와 만혼·비혼 기조가 만든 가족해체, 차례·제사·성묘 등 명절 전례의 간소화, 비대면 쇼핑 콘텐츠 증가, 명절 연휴를 ‘쉬는 날’로 인식해 여행을 계획하는 등 달라진 사회적 가치관 확산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코로나19 후유증과 물가상승의 여파 또한 설 명절 분위기의 판도를 더욱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옛 관습을 이어받아 탈바꿈한 오늘날의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 □ 제사 간소화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성균관)는 지난 16일 ‘시대에 맞는 유교’를 내걸고 차례상에 대해 ‘간소화’ 원칙을 권고했다.이날 성균관은 떡국, 나물, 구이, 김치, 술(잔), 과일 4종 등 9가지 음식을 올린 차례상을 보기로 제시했다.송편 대신 떡국을 준비한 것이 추석 차례상과의 차이점이다. 또한,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 종류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편하게 고르면 되고 힘들게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고 제언했다.이처럼 유교적 권위의식과 더불어 형식과 의무감을 중요시했던 과거와 달리,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즐겁게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전통 예법을 개혁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이들은 조상과 손님을 위해 음식을 하고 대접하는 것에 치중했던 명절에서 탈피해 가족끼리의 진실한 마음 나눔을 가장 중점적인 가치로 여긴다.제사를 합사해 같은 날 모시거나,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고 고인이 생전에 즐겨 찾던 음식을 올린다. 시간이나 절차 또한 식구들과 의논해 조절한다.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과 예방에 대비해 개인위생 관리를 당부하는 국가적 분위기에 맞춰, 제사에 쓴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음복’ 문화에도 위생을 준수해 개인 접시를 이용한 뷔페식 음식상을 준비하기도 한다.형식을 달리하고 간략화하더라도 제사의 뜻과 취지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제사 간소화’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반찬 전문점·간편식 제품 인기고물가 상황 속에 추석 장보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반찬 전문점과 간편식 조리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꼭 필요한 음식만 가성비 있게 준비하자는 인식 변화 탓이다.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명절 전날 기준 반찬 전문점의 이용 건수는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지난 2020년의 경우 설 기간에는 12.5%, 추석은 15.9%, 2022년 설은 21.9% 증가했다. 전문점 이용 연령대는 지난해 설 기준 40대(26.6%)가 가장 많았고 50대 26.0%, 30대 20.8%, 60대 이상 15.7%, 20대 10.9% 순이었다. 50∼60대의 경우 반찬 전문점을 이용한 고객이 지난 2019년 설 대비 13.2%p 증가한 41.7%에 달했다.반찬 전문점 외에도 차례상 대행업체와 HMR(Home Meal Replacemen·가정대용식), 완제품을 마트에서 구매하는 추세다. 신세계푸드 소비자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2022년 적전류, 양념육, 떡류 등 30여 종의 명절용 가정간편식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온라인 앱을 통한 간단한 주문, 합리적인 가격 등 재료 준비부터 조리까지 번거로움 없이 명절 음식을 필요한 만큼 간편하게 차릴 수 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여행족 증가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설 연휴에 코로나19로 구속됐던 여행 욕구를 해소하려는 ‘명절 여행족’도 증가했다. 올해는 근거리 여행을 계획하는 ‘J턴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전자상거래 중개업 플랫폼 티몬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여행 카테고리를 분석한 결과 △국내 여행 △무박 당일 여행 △일본 여행 등 3가지 키워드가 두각을 보이며 ‘근거리 여행 트렌드’가 두드러졌다.해외 여행 매출은 지난해 연휴보다 4천721%로 급증했다. 가장 많은 항공권 예매율을 차지한 나라는 일본이다. 연휴 기간이 짧은데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 현상 등이 겹치면서 일본 항공권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국내 여행 매출도 30%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2020년) 보다 42% 늘어난 수치다. 무박 당일 여행 상품 매출도 314% 늘어났다.귀성을 포기하는 대신 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장소, 이동경로에 따라 여행족을 분류하는 용어도 다양해졌다.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족’, 가까운 지방에서 연휴를 즐기는 ‘J턴족’,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행을 즐기는 ‘D턴족’ 등이다.□ 비대면 선물 문화 확산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커지면서 명절 선물 문화도 달라졌다.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명절 선물을 골라 지인의 주소로 택배를 보내거나 만나서 전달하는 방식이 주였다면 최근에는 비대면 명절 선물하기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1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8조1천2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조2천304억원(7.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음·식료품(13.3%)과 음식 서비스(11.2%)로 나타났다. 거래액은 각각 2조4천015억원, 2조232억원 등이다. 뒤를 이어 가전·전자·통신기기가 1조9천705억원으로 10.9%를 차지했다.가격경쟁력과 쇼핑 편의성이 높은 온라인 플랫폼이 대표적인 쇼핑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언택트 소비 트렌드’ 기조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온라인쇼핑 거래액이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비대면과 편의성 때문이다. 물품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고 합리적인 방법과 가격에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데다 시간 절약까지 된다는 점이 거래액을 늘어난 주원인으로 손꼽힌다. 이에 식품업계는 온라인 전용 설 선물세트 출시와 할인 적용, 온라인 프로모션 강화 등을 전개하며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맞춤 대응하고 있다. □ 올바른 세배 예법신앙적 성격을 강하게 띄었던 전통 명절의 모습이 희미해져가도 예를 지키는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성균관에 따르면 올바른 명절 인사법은 ‘배꼽 인사’를 할 때 두 손을 모으는 것과 비슷한 ‘공수(拱手)’ 자세를 일단 취한 뒤 몸을 숙여서 절하는 것이 예법에 맞는다고 안내했다.세배 때 하는 절은 ‘전배(展拜)’인데 공수 자세를 취한 후 몸을 굽혀 절을 하면 된다.공수는 복부와 주먹 하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두 손을 배꼽 높이에서 가지런히 모으는 것을 말한다. 남자는 왼손이 위로 가도록,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포갠다. 유치원 등에서 어린이에게 배꼽 인사를 가르칠 때 하는 준비 자세와 비슷하다.공수를 한 상태에서 몸을 굽혀 손을 바닥에 대고 왼쪽 무릎, 오른쪽 무릎 순으로 바닥에 닿게 한 후 손등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머리를 숙인다. 일어설 때는 오른쪽 무릎을 먼저 바닥에서 떼고, 두 손을 오른쪽 무릎 위에 올린 후 왼쪽 다리를 펴며 일어선다. 일어선 후에는 공수한 상태에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읍(揖)’을 한다.공수는 평상시에 서서 하는 인사인 ‘입배(立拜)’에서도 활용된다. 공수 상태에서 상대를 향해 허리를 구부리면 된다. 대략 30∼45° 정도 굽히면 충분하고 지나치게 많이 구부릴 필요는 없다.차렷 자세에서 허리를 굽히거나 손을 무릎에 올린 상태로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외국 인사법을 모방했거나 국적 불명의 방식이라고 성균관 측은 평가했다./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2023-01-19

맛과 멋 고향정취 물씬∼ 설연휴 경북서 추억 쌓아요

△안동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한국문화테마파크’안동하면 떠오르는 관광지는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안동댐 월영교 등이지만 이제 한곳이 더 추가 돼야 한다.바로 한국문화테마파크다. 도산면 동부리에 위치한 한국문화테마파크는 안동호와 아름다운 청량산을 배경으로 16세기 임진왜란 전후의 산성마을을 재현한 체류형 복합 문화단지로, 산성마을과 연무대로 구성돼 있으며, 의병체험관, 선비숙녀변신방, 저잣거리, 실내외 공연장, 야외 챌린지 시설 등 다양한 전시·체험을 즐길 수 있다.특히 설 연휴 안동시는 한국문화테마파크를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민속놀이 체험 및 세배, 대형 복주머니 포토존, 청사초롱 및 복주머니, 연, 딱지 만들기, 팽이치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진정한 겨울을 만끽할 수 있는 청송 ‘얼음골’청송 얼음골과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도 설 연휴 방문하기 좋은 여행지다.청송군 주왕산면 팔각산로 228에 위치한 ‘얼음골’은 주왕산이 남쪽으로 흘러내린 지점이며, 청송의 동쪽 끝으로,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로운 여름 여행지로도 좋지만 겨울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높이 60m 폭이 100여m의 인공폭포는 겨울이면 거대한 빙벽으로 변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인공폭포와 기암절벽이 꽝꽝 얼어붙어 거대한 빙벽을 이루면 그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꼭 눈에 담아가야 할 곳이다.또한 이곳 얼음골에서는 약수도 맛봐야 한다. 겨울철 이곳 약수는 얼음물처럼 차갑지 않다. 기온이 아무리 영하로 내려가도 이곳 약수는 겨울이면 미지근하다. 오히려 여름에는 굉장히 차가운 약수를 맛볼 수 있다.△겨울 제철 먹거리로 유명한 영덕 해파랑 공원과 대게영덕 강구항 옆에 자리잡은 해파랑 공원은 영덕의 대표 관광지이자 2015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영덕대게거리와 함께 맞닿은 곳으로, 대게 거리의 입구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와 바닷가와 인접한 곳에 있다. 탁 트인 바다와 방파제, 그리고 푸른빛의 동해안의 푸른 바다와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바닷길을 따라 걷기 좋은 블루로드길 산책로가 있어 푸른 동해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대게의 고장에 왔으니 대게를 맛보는 것은 필수다. 차가운 수심의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 그중에서도 영덕대게는 높은 상품성으로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대게회를 맛볼 수 있다. 쪄낸 대게와 달리 대게회는 부드럽게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이 외에도 대게 튀김, 대게내장으로 비벼낸 밥, 홍게라면 등 대게로 만든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미식 여행하면 빠질 수 없는 포항 호미곶과 과메기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붉은 태양이 뜨는 포항 호미곶도 설 연휴 찾기 좋은 여행지다. 호랑이의 기운이 담겨있는 호미곶은 그 기운만큼이나 멋진 풍경을 지니고 있는데 탁 트이고 넓은 바다를 볼 수 있는 공원과 한국 유일의 국립등대박물관, 새천년기념관, 성화대 외에도 바다에 오른손, 육지에 왼손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상생의 손’도 있다. 특히 바닷가에 위치한 ‘상생의 손’은 해돋이와 함께 더할 나위 없는 포토존을 만들어낸다.호미곶을 구경했다면 바로 구룡포로 넘어가 겨울철 포항의 대표 특산물인 과메기를 먹어봐야 한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 훌륭한 조경 수역을 형성하는 포항의 바다는 겨울이면 맛이 제대로 오른 제철 해산물로 가득한데 그중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고 만들어진 ‘과메기’는 포항시민뿐만아니라 전국적인 사랑을 받는 특산품이다. 그래서 해안가 일부 마을에서 겨울이면 바닷 바람에 맛있게 말라가는 과메기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겨울 바다의 맛을 머금은 과메기는 불포화 지방산과 타우린, 칼슘, 비타민D 등이 풍부하게 있다.△봉화에 가면 ‘산타 마을’이 있다봉화에 가면 1년 내내 산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이곳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겨울이면 그 분위기가 한 층 더 무르익는 곳인데 바로 분천역 일대에 조성된 ‘산타마을’이다. 겨울 이곳을 방문하면 ‘산타마을’이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크리스마스 조형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산타도, 루돌프도, 눈사람도 모두 분천역 ‘산타마을’에 모여 어린이들과 어른들까지 동심으로 이끄는 것이다. 산타마을에서 가장 잘 보이는 거대한 트리는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꿔온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고, 이런 기분으로 분천역 산타우체국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산타에게 엽서를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여기에 산타마을에 루돌프 대신 살고있는 알파카 또한 인기다. 겨울을 맞아 보송보송해진 털이 매력적인 알파카들에게 간식주기 체험을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겨울철 하늘의 별자리를 공부할 수 있는 영천 보현산천문과학관겨울철 차가운 바람이 하늘을 걷고, 펼쳐진 반짝이는 별들은 색다른 겸험과 추억을 제공한다.경북에서 이런 별자리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이 보현산천문과학관이다. 영천시 보현산 자락에 위치한 보현산천문과학관은 별과 낭만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특히, 전국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맑고 깨끗한 대기와 쏟아질 듯 펼쳐지는 별을 관측하기 좋다.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돼 다양한 천문과학에 대한 체험이 가능해 별과 성운, 은하, 행성 등 다양한 천문과학 전시실뿐만 아니라 우주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천문과학관 일대로 펼쳐진 수려한 보현산의 절경과 맨 눈으로도 관찰 가능한 많은 별들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곳이다. 여기에 보현산 천문과학관 인근에 조성된 별빛테마마을, 별빛마을은 별을 주제로한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아이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곳 ‘눈썰매장’설 연휴 기간 아이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눈썰매장’도 여행지로 좋다. 경북에서 눈썰매장 하면 250m의 압도적 규모, 남부권 최대 길이의 스릴 넘치는 짜릿한 썰매를 즐길 수 있는 영남권 최대의 경주월드 스노우파크가 있다. 이곳에는 전용리프트와 썰매리프트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아이들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드림라인 어린이 썰매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군위군 의흥면에 있는 삼국유사테마파크 눈썰매장도 인기다. 이곳에는 한국의 대표적 역사서인 삼국유사 속 콘텐츠를 시각화한 다양한 전시조형물과 체험프로그램 외에도 겨울철 눈썰매를 즐길 수 있는 슬라이딩을 놀이시설이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반긴다. 이곳 눈썰매장은 91m의 업다운 굴곡형 일반코스와 175m의 곡선형 코스로 구성돼 있는 스피드코스 등 취향에 따라 눈설매를 즐길 수 있다.영주시 장수면에 있는 장수 조이월드 눈썰매장도 빼놓을 수 없다. 장수면, 그중에서도 꽃이 유난히 많이 피어난다는 화기리의 청정한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는 5만여 평 규모의 장수월드는 눈썰매장을 비롯해 바이킹, 범퍼카, 회전그네, 레이스카, 슈퍼드래곤, 회전목마 등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1-19

세대 공감의 마법을 찾아서

떠났던 가족이 돌아오고, 잊고 살았던 친척간의 정을 확인하는 명절. 인간 모두는 외롭고 쓸쓸한 존재라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2023년 설날이 눈앞이다. 이런 날, 좁은 거실에 북적북적 모여 앉은 사람들이 영화 한 편을 골라 함께 보는 것도 피붙이의 따스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분명하다. 오늘날 한국사회. 노인은 젊은이를 이해하기 힘들고, 청년은 윗세대를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상대의 참모습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터. 아래 언급하는 두 영화가 그 노력에 힘을 보태 줬으면 한다.인간의 체온을 실감하게 해주는 영화… ‘오베라는 남자’한국인들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북유럽. 거기에 자리한 나라 스웨덴은 ‘사민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드문 곳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과연 완벽한 복지만으로 인간의 개인적 외로움과 고통까지 완벽히 치유할 수 있을까?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여기 일생을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온 원칙주의자가 있다. 스웨덴 나이로 59세이니 한국 나이로는 회갑을 앞둔 중년. 사람의 생에 왜 부침(浮沈)과 굴곡이 없을까. 하지만, 지금까진 행복하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살았다. 자신만큼 착하고 성실한 아내가 곁에 있었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열차 청소부라는 직업도 있었다.그런데, 겨우겨우 곁에 묶어둔 ‘행복’이란 단어가 일순간 증발해버린다. 암으로 아내가 죽고, 16살부터 43년간 근무한 직장에서 해고당한 것. 왜 불행한 일은 꼭 연이어 일어나는 것일까? 오베(롤프 라스가르드 분)는 갑자기 자신의 삶에 틈입한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절망에 죽기로 결심한다. ‘춥고 음습한 나라’ 스웨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은 국가다. ‘오베라는 남자’는 자살을 결심한 쉰아홉 사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삶의 따스함과 의미를 다시 찾게 되는지를 느리고, 편안한 화면에 담아낸다. 그 과정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스피디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조율하는 하네스 홀름 감독의 역량이 만만찮다.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체온이 1도쯤 올라가는 건 억지스러운 눈물이나, 작위적인 감동 강요가 아닌 ‘삶이란 언제나 죽음보다 따뜻한 것’이란 메시지를 영상에 담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감독의 자연스러운 연출력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전작을 만든 바 없는 이름 생소한 감독과 더불어 ‘오베라는 남자’를 떠받치는 힘은 그들 역시 한국 영화 관객들에겐 무명에 가까운 조연들이다. 오베의 이웃에 살면서 다소간은 고집불통이자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에게 인간적 따스함을 선물하는 사람들. 그 중 기자가 눈여겨본 배우는 이란 출신 이주여성으로 분한 바하 파르스. 오베로 하여금 “그들을 돕느라 죽을 시간도 없다”고 푸념하게 만드는 가족의 엄마 역인데, 그녀를 포함한 딸들의 연기는 배꼽을 잡게 하다가도 일순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오베의 아내를 연기한 배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낭만적인 사랑이 거세된 21세기에 돈 한 푼 없이 낭만과 사랑만으로 결혼에 이르는 과정과 교통사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을 상대에 대한 믿음이란 정신적 힘으로 이겨내는 감동적인 영상은 이 영화의 동명 원작소설을 찾아 읽고 싶게 만든다.‘절망과 고통에 빠진 인간을 구하는 것은 신(神)이 아닌 인간’이란 문장은 무신론자들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멀리 있는 신이 아닌 가까이 있는 인간(오베의 이웃)이 죽은 아내가 그리워하며, 자신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회사에 분노하던 또 다른 인간을 자살의 유혹에서 구한다. 그 과정은 한없이 따스하고, 그래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 인간인 우리의 체온을 따뜻하게 올려준다. 오늘, 내 삶이 가치 없다는 자학과 비탄에 빠진 이들, 죽음으로써 현재의 고뇌와 고독이 해결될 수 있다는 슬픈 착각에 빠진 이들에게 ‘오베라는 남자’의 스웨덴식 희망 되찾기 방식을 권하고 싶다. 권력과 돈보다 중요한 건 젊음이고 청춘… ‘싱 스트리트’미사여구(美辭麗句) 생략하고 간략히 말하자면 이것은 첫사랑에 빠진 열여섯 소년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獻辭)’다. 그 찬양의 재료로 사용된 것은 음악과 열정.누가 있어 감히 ‘청춘은 아름답다’는 명제에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는 문학을 통해, 잉그마르 베르히만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영화를 통해 부러움과 찬사를 바친 게 바로 ‘청춘’이다. 때론 한 청년의 넘치는 에너지가 지구 전체를 덮는 기적을 부르는 시절.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싱 스트리트’는 바로 이 청춘과 청춘의 파생어 첫사랑으로 채색된 아름다운 필름이다. 지금 청춘을 사는 이들은 느끼지 못하거나 애써 모르는 척 하지만, 이미 청춘을 지나온 사람들에겐 그 끝을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애틋함을 부르는 단어들.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 몰락한 집안의 경제형편 탓에 교칙 엄격한 가톨릭계 학교로 전학을 가게된 코너(페리다 월시 필로 분). 교장 선생님은 등교 첫날부터 구두의 색깔로 시비를 걸고, 불량스런 동급생은 멱살을 쥔 채 협박을 일삼고, 실직자 아버지는 아들이 처한 현실에 입을 다무는 짜증스런 상황. 그러나, 어떤 시간 어느 공간에서도 구세주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자신보다 한 살이 많은 열일곱 모델 지망생 라피나(루시 보인턴 분)의 모습에 첫눈에 매료되는 코너. 코너는 단도직입 다가가 라피나에게 묻는다. “너, 우리 밴드가 제작하는 뮤직비디오 출연할래?” 그리고는 당시 유행하던 노르웨이 밴드 아하(A-ha)의 노래를 불러준다. 테이크 온 미(Take on me)다.자 앞으론 어떻게 될까? 코너의 첫사랑이 결실을 맺으려면 라피나 앞에서 큰소리 친 것들이 현실에서 이뤄져야 한다.그러나 소년은 아직까지 작사나 작곡을 해본 적이 없고, 뮤직비디오 역시 만들어봤을 턱이 없다. 여기서 코너를 구하는 건 ‘싱 스트리트’를 만든 감독 존 카니다. 다른 영화 제목을 빌려오자면 ‘카니의 코너 일병 구하기’는 영화의 핵심 키워드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역시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와 제임스 조이스에 필적하는 능력을 코너에게 선물한다. 단 몇 달 사이에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빼어난 작사 능력을 확인하는 코너. 코너의 학교 친구로 등장하는 만능 악기연주자 에먼(마크 맥케나 분)에게는 U2의 보노와 시네이드 오코너(이 두 뮤지션 역시 아일랜드 사람)처럼 매력적인 곡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감을 선사하는 건 존 카니 감독이 영화의 재미를 위해 지급한 보너스다. ‘싱 스트리트’는 진앙지(震央地) 불분명한 가슴 떨림과 설렘을 수시로 소급해낸다. 라피나를 향한 코너의 애틋한 마음과 코너를 바라보는 라피나의 사랑스런 눈빛은 관객이 경험한 청춘을 기억 속에서 불러내고, 둘의 입맞춤과 포옹이 주는 따스함을 함께 느끼게 되는 것. 젊은 관객은 물론이고, 나이 지긋한 영화팬들까지 영화와 온전히 동화되는 보기 드문 진경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또한, ‘싱 스트리트’는 악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흔치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고집불통의 교장도, 무능력자 아버지도,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코너의 형도, 급우를 괴롭히는 불량 학생도 내면을 파고들면 사실은 착한 사람임을 장면 곳곳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 해서, 이걸 ‘착한 영화’라고 불러주고 싶다.이심전심의 또래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우정을 나누고, 형에게 예술가로서의 태도를 배우고, 무심한 듯 보였던 부모에게서 신뢰를 확인하고, 라피나를 통해 사랑이 가진 위대한 힘을 깨닫는 코너. 그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진화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해서, ‘싱 스트리트’는 빼어난 성장영화라 불러도 좋다.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조그만 요트에 몸을 싣고 폭풍우 휘몰아치는 바다를 건너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코너와 라피나. 둘의 손에는 노랫말을 적은 수첩과 허술한 모델 포트폴리오만이 달랑 들려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같이 있다는 것이 좋아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둘. 런던으로 간 어린 연인은 행복할 수 있었을까?1985년 영국은 마가렛 대처가 통치하던 대량실업과 구조조정의 시대. 아직 10대인 코너와 라피나가 거기서 제 역할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또 어떤가? 둘에게는 입맞춤 한 번만으로 런던 전체의 가로등을 환하게 밝힐 청춘의 에너지가 있는데. 그 청춘은 대통령의 권력으로도, 재벌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것인데. 그 에너지만으로도 둘의 앞날은 밝지 않았을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