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다”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정일근 시인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머니의 밥상이 그리울 땐 경주 `도솔마을`의 수리산 정식을 맛보며 밥상의 선물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경주시 손효자길 8-13에 위치한 도솔마을은 고풍스런 한옥 구조로 돼 있어 한정식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천장이 높지 않아 편안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경주 관광코스 중의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외국인들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카메라를 꺼내 들기 바쁘다. 내부의 사소한 공간까지도 작은 연못으로 꾸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까지 배려했다.자리를 잡고 나면 물 대신 숭늉이 나온다. 놋그릇에 담긴 숭늉을 한 모금 마시고 나면 구수한 향이 입 안 가득 코끝까지 퍼진다. 곧이어 도솔마을의 대표메뉴인 수리산 정식이 한 상 펼쳐진다.차려진 밥상을 보고 있으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온 자식을 위해 이것저것 반찬을 내오는 어머니의 마음이 잔잔히 전해진다. 나물, 깻잎, 김치전 등 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정겨운 반찬은 간이 딱 맞고, 꽁치김치조림, 비지찌개, 묵국은 여느 전문 맛집 못지않은 깊은 맛이 우러난다. 두부양배추말이와 누룽지탕수육처럼 이색적인 반찬 역시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는다. 모두 손맛이 살아있는 요리다.이 집 한정식의 꽃은 바로 강된장. 손바닥에 상추와 호박잎 한 장씩 차례대로 겹친 다음 밥 한 술 크게 떠 올린 뒤, 자작하게 끓인 강된장으로 마무리해 쌈을 싸 한 입 가득 넣어 꿀떡 삼킨다. 말 그대로 밥알이 `눈 녹듯이` 입 안에서 사라진다. 짜지 않고 오히려 입맛을 돋우는 구수한 된장 맛에 이끌려 쌈을 싸 먹다보면 자꾸만 줄어드는 밥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 휴가를 맞아 서울에서 경주까지 찾아 온 임경수(56)씨는 야외에 마련된 평상에 앉아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맛봤다. 그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듯한 기분입니다.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차려주시던 밥상이 절로 떠올라 마음까지 따뜻해지네요. 덕분에 술 생각도 절로 나고요”라며 놋그릇에 담긴 동동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식사를 마친 뒤 도솔마을 주변 돌담길을 걸으며 푸른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여유도 이 집만의 특별 후식.도솔마을 강형욱(60) 대표는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얼마나 값진 시간을 보내며 맛있게 먹었느냐에 따라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게 됩니다”라며 “우리 집 밥을 드시고 가슴 속에 좋은 추억 하나 담아 간다면 그것이 제 행복이자 보람입니다”라고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문의 054-748-9232,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 매주 월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08-22
면 쫄깃, 국물은 담백 고소하루 80그릇 팔면 영업 끝“정말 여기가 콩국수집 맞아?”콩국수가 유명한 `장군분식`의 출입문을 열었다가, 진정 이 집이 맞는가 싶어 다시 한 발자국 물러나 간판을 확인하게 된다. 흔히 맛있기로 유명한 음식점은 원래 허름하다고들 말한다. 장군분식의 외관을 보면 이곳이 바로 진정한 맛집이라는 확신이 든다.장군분식은 포항시 북구 죽도2동 `동해정비 뒤 공구골목 국수집`으로 더 유명한 곳. 용흥동 경북직업전문학교에서 필로스호텔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사거리 바로 왼쪽에 있다. 인근 정비소 직원은 “참말로 맛있는 집인데, 뭐라고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네~”라며 재치있게 가게를 소개했다.장군분식 실내엔 식탁이 4개뿐이다. 점심시간 때 혹여 늦게라도 오면 자리가 없다. 여름엔 콩국수, 겨울엔 칼국수가 대표메뉴다. 주문을 하고 나면 사장이 직접 재배한 신선한 고추와 양파가 접시 한 가득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쌈장에 찍어 한 입 맛보는 순간, 달싹하고 매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곧이어 믹서로 콩을 가는 소리가 들린다. 13년째 매일 콩을 직접 찐 다음 갈아 만든 콩국이 이 집만의 비법. 그릇에 예쁘게 담겨 꾸며진 콩국수를 기대했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뽀얀 콩국에 쫄깃한 면발, 그 위에 소복이 올린 오이가 전부이지만 저절로 대접을 들고 국물부터 먼저 맛보게 된다. 이 토록 고소하고 담백한 국물 맛에 놀라 사발을 내려놓기 어렵다. 좀 더 시원하게 마시고 싶을 땐 얼음을 넣어 달라고 미리 말하면 되지만, 진한 콩국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넣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남편과 함께 온 허영자(59·여)씨는 “콩국뿐만 아니라 밑반찬까지도 어느 것 하나 사장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재료가 없어요. 집에서 먹는 것처럼 믿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단골이 됐어요”라고 자랑했다.허름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맛집 분위기를 풍긴다. 요즘엔 휴게소에서나 들을 수 있는 테이프 노래가 흘러나오자 음악에 심취한 손님들이 추억을 하나둘씩 꺼냈다. 식탁 가장자리에 놓인 얼음 동동 띄운 달달한 커피까지 한 국자 떠 마시고 나면 장군분식만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 밖에 없다.오전 10시 반쯤 문을 열지만 마감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매일 평균적으로 콩국수 80그릇을 팔고 나면 그 날 영업은 끝난다. 가격은 한그릇에 5천원, 저렴하지만 외상은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장군분식 권영교(56·여) 사장은 “면은 남겨도 절대로 콩국은 남기면 안 돼, 남기는 만큼 다음 손님은 못 먹게 되는 거니까 천 원 더 받아야 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08-08
“삼계탕은 한국 최고의 음식이다”일본의 유명한 작가 무라카미 류는 자신의 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삼계탕을 우리나라 대표 전통음식으로 소개했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 속에 넣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삼계탕, 다가오는 말복 때 원기충전하기에 제격이다.CGV북포항 맞은편 동빈큰다리 사거리 가기 전 골목에 위치한 `포항전복전문점`은 간판 그대로 원래 전복요리가 주요 메뉴다. 서열로 따지면 전복삼계탕은 이 집에서 주인공이 아니다. 그저 삼계탕의 육수와 고기 맛을 더욱 도드라지게 해주는 조연에 불과하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주연 뺨치는 조연이 어디 한 둘인가. 전복삼계탕이 다른 어떤 요리보다도 최고 인기메뉴로 자리잡았다.전복삼계탕은 펄펄 끓는 뚝배기에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솟은 닭과 여자 손바닥 크기만한 전복이 함께 어우러진 요리다. 인삼과 찹쌀 등 각종 재료를 넣어 푹 고아 우려낸 국물은 여느 삼계탕과 비슷하다. 여기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복이 포항전복전문점만의 비법.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전복을 먹기 좋게 잘라 한 입 먹어보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전복 하나 다 먹고 나면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드는데, 이런 마음을 어찌 알고 전복이 하나 더 들어있다. 숟가락으로 뚝배기 안을 휘휘 젖다가 전복 하나 더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닭고기 한 점, 전복 한 점 번갈아 입에 넣고 식감을 비교해보는 재미에 혀가 호강한다. 구수한 전복삼계탕만큼이나 손님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포항전복전문점의 내부 인테리어. 심심해보이는 건물 외관과는 달리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며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진 내부는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서 화제다.좋아하는 소품들을 하나 둘 씩 모으다 보니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이화선(55·여) 사장은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영양만점의 전복삼계탕을 먹고 눈은 즐겁게, 몸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우리 가게만의 자랑거리”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문의 054-252-5563,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연중무휴 운영)/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08-01
뜨거운 태양 아래 축축 처지고 입맛 없는 7월의 여름.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릴 살얼음 동동 띄운 닭냉국수를 한 입 먹는 순간, 잊혀졌던 식욕이 다시 고개를 내민다.포항시 북구 중앙로 북구청 옆에 위치한 `육거리 국수 백화점`은 입맛대로 국수를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주메뉴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칼국수이지만, 여름별미로 선보인 닭냉국수는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다시 살려주는 최고의 인기 메뉴다.커다란 대접에 탱탱한 면발과 쫄깃쫄깃한 닭고기를 쭉쭉 찢어 수북이 올린 닭냉국수는 맛은 물론 영양까지 고루 갖췄다. 새콤달콤 무절임과 두툼한 달걀 고명과 함께 면 한 젓가락 먹고 육수 한 모금 마시고 나면, “크~맛 좋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식감이 살아있는 면발의 비법은 바로 치자가루. 반죽에 치자가루를 넣으면 면이 노릇해지고 밀가루 특유의 냄새까지 잡아 쫄깃쫄깃한 면발을 완성할 수 있다. 면 요리는 육수가 그 맛을 좌우하는데 육거리 국수 백화점은 닭을 삶아 낸 뒤 야채와 과일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한데 넣어 우려냈다. 구수하고 시원한 육수맛을 잊지 못해 불볕더위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직장인 최모(52)씨는 주문한 닭냉국수가 나오자 젓가락을 들기에 앞서 휴대폰부터 꺼내 사진 찍기에 바빴다. “닭고기가 푸짐하게 얹어진 냉국수를 지인들에게 소개하고자 사진을 찍어 곧바로 SNS에 올렸다. 댓글에 어느 국수집이냐고 다들 난리가 났다”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최고`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닭냉국수는 맛 좋고 양도 푸짐한데 5천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때문에 식사 후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가는 손님을 다시 붙잡아 거스름돈을 건네주는 일이 다반사다.언제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항상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김보성(45) 사장은 “우리 가게 육수 맛을 기억하고 철강공단처럼 먼데서 찾아 오는 손님들도 많아 항상 모자람이 없도록 정성껏 국수를 만든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예약전화 054-231-3533,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영업,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07-25
태국의 정통 레스토랑 `란나타이(Lanna Thai)`가 포항에 상륙,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최근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 앞에 문을 연 란나타이는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태국 정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란나제국을 지칭하는 란나타이는 태국 요리의 대명사다.태국 정통요리를 포항에 전파시킨 주인공은 한식을 전공한 김정애(47) 사장. 그는 호주에서 태국 요리를 처음 맛본 뒤 그 독특한 맛에 매료돼 태국전통 음식점을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김 사장은 태국의 정통 음식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현지 주방장 3명을 직접 스카웃해 요리를 맡기고 있다. 태국 정통요리 베테랑인 이들 주방장들은 매일 최상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나오는 애피타이저는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태국만두로 불리는 꿍홈파다. 싱싱한 새우와 다진 돼지고기를 야채와 함께 라이스페이퍼에 말아 튀겨 절묘한 맛을 낸다.기본요리는 얼큰한 국물맛이 일품인 쌀국수 꾸에띠오 똠양과 달콤매콤한 소스를 얹은 새우 튀김요리인 꿍쯔언이다.살집이 통통한 새우와 오징어, 얇고 꼬들꼬들한 태국 당면이 어우러져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샐러드로 불리는 얌운센 역시 인기메뉴다. 특히 깽가리가이는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와 감자가 곁들어져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커리로 아이들 입맛에도 딱 맞다.태국 요리 매니아인 직장인 박모(33·여)씨는 “현지에 가지 않고도 태국 요리를 맛볼 수 있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소스와 재료가 조화를 이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며 “한번 먹고나면 그 맛에 매료돼 자주 찾게된다”고 전했다.김정애 사장은 “태국은 우리나라처럼 요리마다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라며 “태국 정통요리를 한번 맛 보시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랑했다.(문의 054-282-2020,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연중무휴 운영)/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