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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어머니 손맛 생각나는 고등어 추어탕

`맛집기자`를 하려고 그랬는지, 어릴 적부터 식성이 좋았다. 어렴풋한 기억에 어머니의 증언을 더하자면, 밥을 먹다 부모님이 입씨름을 벌일 때 어린 나는 숟가락을 한 손에 들고 “밥 좀 먹자!”며 울었다고 한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지금도 보양식 한두 가지를 빼곤 모두 잘 먹는 편이다.그래도 피하는 음식은 있었다.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 국, 추어탕이다. 맛 때문은 아니었다. 고등어, 갈치, 꽁치를 좋아해 생선이라는 이유도 통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한 무더기 사온 어머니는 넓은 대야에 그것을 풀어놓곤 했다. 매끈한 몸을 쉴 새 없이 좌우로 움직이던 미꾸라지는 곧 형체가 없어지고, 국이 되어 식탁에 올랐다. 살아 있던 미꾸라지가 생각나 차마 떠먹을 수 없었다.당시 추어탕은 내게 어른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어른이 되면 그 맛을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언제부터인지 어머니는 “요즘엔 미꾸라지가 없다”며 고등어를 추어탕처럼 조리해 국을 끓였다. 바닷가가 인접한 우리 지역에서는 고등어로 만든 추어탕이 향토 음식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어머니가 만든 고등어추어탕에 밥 한 공기 말아 먹고 나면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못 먹는 음식도 하나 줄었다.지난여름, 지인 소개로 북구 흥해읍의 `정영희 고등어추어탕` 식당에 갔었다. 어머니 손맛과 비슷해 그 맛이 인상깊었다. 지난주 또 한 번 그 집을 찾았다. 다시 보니 한 그릇에 6천원으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양도 푸짐해 주변에 알려야겠다 싶었다. 주문 포장해 갖고 가는 손님도 있어 `맛집`이라 확신했다. 이 집 고등어추어탕은 이름 그대로 미꾸라지 대신 고등어를 삶아 살만 발라내고 갖은 채소와 함께 끓인 국이다. 걸쭉하지만 구수하면서 개운한 뒷맛이 특징이다. 향토 음식으로 불리는 만큼 지역 특색이 담겼다. 다진 마늘과 매운 고추를 국물에 풀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입맛에 따라 산초가루를 뿌려도 된다. 풍미가 더 깊어진다. 평소 `추어탕 애호가`라던 한 선배는 “이 집 참 맛있다”라며 아예 뚝배기를 들고 마셔버렸다.반찬도 하나하나 나무랄 게 없다. 제철 나물을 무친 초록 반찬이 주를 이루는데 그 중 가자미조림이 별미다. 달콤한 양념에 버무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밥 도둑으로 통한다.속도 든든하다. 고등어의 영양성분은 미꾸라지에 뒤지지 않는다. 등 푸른 생선으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바닷가 근처 사는 사람들은 고등어추어탕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도 했다. 괜히 보양식이 아니다. 이 집에선 밥도 양껏 먹을 수 있다. 추가 밥값은 받지 않는다.연일 30℃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포로가 된 입맛과 기력은 고등어추어탕 한 그릇에 무장해제 된다.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해서 고등어 맛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예부터 전해져오는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 그 맛을 즐기면 된다. 옛 추억 떠올리게 하는 고등어추어탕으로 한여름 견디다 보면, 어느덧 살 오른 미꾸라지가 식탁에 오를 계절도 다가온다./김혜영기자

2016-07-27

가마솥밥과 함께 즐기는 한우요리 `만원의 행복`

한우가격 고공행진에 한우전문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품질 좋은 재료로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 것이 관건이다.북구 장성동의 포항축협 축산물프라자 장량점은 최근 단돈 만원에 가마솥밥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한우요리를 점심특선 메뉴로 출시했다. 질 좋은 국내산 소고기로 만든 음식을 영양만점 솥밥과 함께 손님상에 올린다. 주 고객은 식당 인근 직장인들이다. 이들에겐 그야말로 `만원의 행복`이다.3가지 점심특선 가운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메뉴는 솥밥한우탕. 상주축협 직영식당인 `명실대감`의 인기메뉴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사골 우려낸 국물은 뽀얀 자태를 자랑한다. 진하면서도 맑은 맛이 난다. 탕에 들어간 한우는 뼈 무게를 제외한 순수 고기 양만 170g이다.약수로 지은 가마솥밥은 조, 콩, 단호박을 넣어 영양을 더했다. 솥밥 짓는데만 15~17분이 걸린다. 정성 담긴 밥맛은 꿀맛, 여기에 한우탕 국물과 고기까지 넉넉하니 별다른 반찬도 필요치 않다.포항축협 최종길 과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영덕에 가서 약수 150ℓ를 떠온다”며 “가마솥밥과 한우탕의 조화가 좋아 점심메뉴 출시 이후 가장 많은 호평을 받았다. 우리 식당의 대표메뉴이자 효자메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을 위해 솥밥한우주물럭도 준비했다. 1등급 이상 한우로 만든 주물럭은 각종 쌈 채소, 된장찌개와 한팀이다. 짧은 점심시간, 옷에 고기냄새 배지 않고 간편하게 한우주물럭을 먹을 수 있다. 반면 솥밥한돈왕갈비 메뉴를 맛보려면, 시간적 여유가 전제조건이다. 순수 돼지갈비와 비계가 적은 목살이 한 덩어리씩 나오는데 구워 익히는데 인내가 필요하다. 긴 기다림 뒤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고기 맛만 남는다. 점심특선만큼이나 한우특수모듬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접대용으로 인기가 많다. 다양한 부위를 조금씩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특수부위의 가장 큰 매력. 갈빗살, 제비추리, 부챗살, 안창살, 토시살 등 7가지 부위로 구성했다. 숙련된 솜씨로 손질한 고기는 한 눈에도 신선해 보이는데, 부위마다 고유의 풍미까지 지녔다. 일회용 불판을 사용해 위생 걱정까지 덜었다.포항축협 육가공사업부 이원보 상무는 “점심과 저녁 식사매출을 동시에 올리고자 포항을 비롯해 상주, 용인, 영천 지역의 입소문난 한우식당을 찾아다니며 오랜 연구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직장인을 위한 양과 질, 가성비가 뛰어난 요리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음식은 마음이라 했다. 가마솥밥에 곁들인 한우탕에서 `연구`한 마음이 엿보였다./김혜영기자

2016-06-28

콩국부터 면발까지… 色다른 콩국수

콩국수는 여름을 대표하는 계절메뉴다. 콩국이 사르르 묻어난 쫄깃한 면발은 단연 여름철 별미로 꼽힌다.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 지방, 무기질이 풍부하고 소화도 잘돼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불린다.식당들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콩국수 개시`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거나 메뉴판을 바꾼다. 여름 한 철이 끝나면 이듬해까지 또 `개시`를 기다려야 한다.콩국수를 여름메뉴로 선보이는 식당과 대표메뉴로 판매하는 전문점의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남구 해도동의 `유림콩국수`는 사시사철 콩국수를 만든다. 국내산 콩으로 만든 콩국수를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자랑거리다.유림콩국수는 대접에다 탱글탱글하게 삶은 면발을 담고 콩물을 부어 손님상에 올린다.일반적인 콩국수와는 달리 국물 색이 짙은 편인데, 검은콩이 들어갔음을 짐작하게 한다. 일단 콩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 단맛이 먼저 느껴진다.이어 고소한 풍미가 감돌고 끝에는 쌉싸래하면서 텁텁한 땅콩 맛이 남는다. 걸쭉하지 않고 묽은 콩국으로 목 넘김이 부드럽다. 입자가 고와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시민 석모(42·북구 죽도동)씨는 “외식 메뉴를 정할 때 아버지는 무조건 콩국수를 택할 정도로 좋아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이곳에 들르는데 여름엔 더 자주 온다”면서 “두유처럼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국물 맛이 어른들의 입맛을 돋우는 셈”이라고 말했다.콩국 조리법에 대해 물어보자 주인은 “검은콩이랑 이것저것 섞어서 만든다”라며 비법을 감췄다. 이 `비법` 콩국물은 추가 시 요금을 더 받는다. 콩국에 대한 자부심이다. 유림콩국수는 칼국수 면을 사용해 면발이 굵은 것도 특징이다. 넓은 면발은 차가운 콩국과 만나 쫄깃함은 배가 되고 오래간다.특이한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이블마다 빨간색 뚜껑의 반찬 통을 하나씩 올려준다. 열어보면 손수 담근 김치가 담겼다. 빨간 양념을 버무린 것이 아니라 백김치인데, 물김치라고 하기엔 국물이 적은 편이다. 국내산 고춧가루로 만든 김치는 간이 강하지 않고 맛깔스러워 담백한 콩국수와 잘 어울린다.이외에도 콩을 곱게 갈아 노릇하게 부쳐낸 콩빈대떡도 포장손님이 많아 콩국수만큼이나 이 집의 인기메뉴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5-31

밥과 술, 무엇과도 어울리는 명태찌개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집`포항시 남구 일월동에 있는 `또순이얼큰한명태찌개`식당은 맛에 대한 자신감을 유리창에 문구로 새겨놨다. 세월 따라 간판은 낡고 상호는 빛바랬지만, 이 문구에 토를 다는 이는 없다. 오히려 단골만 더 늘었다. 시간이 흘러도 맛은 변함없단 뜻이다.청림시장을 지나 도구방면 50m 지점에 자리한 이곳은 명태찌개 1인분 가격(1만2천원)이 저렴하진 않지만 때때마다 손님들로 북적거린다.단골들은 또순이 명태찌개의 맛과 양(量)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했다. 특히 “반드시 배가 많이 고플 때 가라”고 강조했다. 얼큰한 국물로 속을 풀거나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덧붙였다.식사 주문을 하면 반찬이 먼저 상을 메운다. 구운 김과 노릇하게 익힌 생선구이, 배추김치 한 포기, 투박하게 썰어 무심한 듯 담아낸 어묵볶음 등이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편인데 주문과 동시에 조리해 식탁 위에 놓인 반찬 온도가 적당히 따뜻하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연분홍빛 명란젓이다. 참기름에 살짝 버무려 채 썬 고추를 얹어냈다. 밥과 찌개까지 상 위에 오르면 차림이 완성된다. 식당 주인의 넉넉한 인심과 마주하는 순간이다.반찬이 먼저 나왔으니 맛 또한 반찬 얘기부터다. 나열하고 보면 특별할 게 없는 집 반찬들인데, 집어먹다 보면 자꾸만 구미를 당긴다. 그중에서도 “어묵볶음 더 달라”는 추가 주문이 가장 많다고. 어묵을 큼지막하게 썬 것이 특징인데, 중독성을 지녔다는 게 먹어본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특히 이 집 반찬은 두 종류 이상 함께 먹었을 때 풍미가 좋아진다. 방법은 취향대로. 예를 들어, 쌀밥에 명란젓을 얹어 김으로 싸먹는 조합이 있다. 서로의 맛을 더욱 좋게 하는 만남을 찾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생선 한 마리가 통째 들어간 명태찌개는 국물부터 맛봐야 한다. 처음엔 맑고 개운하지만, 끓일수록 감칠맛이 더해져 얼큰하고 진한 맛을 낸다. 밥과 술, 모두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찌개이다. 밥공기가 바닥을 보일 때쯤이면 꼭 배고플 때 가라던 단골들의 말이 절로 떠오른다.지난 주말 식당을 찾은 주부 강모(33)씨는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남편이 평소 좋아하는 식당이라 함께 왔다”며 “가격만 봤을 땐 일반 식당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맛과 양은 그 이상 훨씬 맛있고 푸짐하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5-17

30년 전통 가장 곰탕다운 소머리 곰탕

지난해 겨울 무렵 “우리 회사 근처에 괜찮은 곰탕집이 생겼다”라는 선배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다. 해(年)가 넘어가고 계절도 바뀌었지만, 그 곰탕집에 가봤느냐고 물어보는 직장 동료가 하나둘 늘어났다. 냉철한 시각만큼이나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기자들의 추천이 많아진 만큼 언제 한 번 가봐야겠다고만 생각했다.사실 곰탕이 거기서 거기, 별반 다르겠나 싶었다. 하지만 직접 `서울곰탕`의 소머리곰탕을 먹고 나서야 `이 집은 꼭 소개해야겠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정도 품질의 곰탕 한 그릇이라면, 독자들과 공유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했다.북구 중앙로의 한일냉면 식당에서 포항운하 방면으로 50m가량 걸어가다 보면 크고 눈에 띄는 간판 집이 바로 `서울곰탕`식당이다. 죽도시장 안에서 운영하다 지난해 6월께 이곳으로 터전을 옮겼다. 주변 `터줏대감` 식당들보다 비교적 간판이 깨끗한 이유다.첫인상은 일반 곰탕집과 다르지 않다. 내부 역시 평범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집 대표메뉴인 소머리곰탕은 그동안 맛본 곰탕과 무늬는 같지만 결이 다르다.이 집 곰탕의 비법은 소머리고기에 있다.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경산 한우왕)의 한우 소머리가 곰탕의 주재료인데, 순수 한우임을 증명하는 현수막이 식당 내부에 번듯이 걸려 있다.엄선한 국내 한우머리를 우려낸 국물은 과하게 진하거나 혀끝에 텁텁한 여운을 남기지 않고 말끔한 것이 특징이다. 적당히 맑으면서 고소한 풍미를 전하는 개운한 뒷맛은 단골들을 새 터전으로까지 찾아오게 만드는 비결이다.곰탕에 넉넉히 담긴 머리고기야 말로 일품이다. 일단 `특곰탕`을 주문하지 않아도 고기가 무척 많다. 국물 반 건더기 반이다. 보통 곰탕 한 그릇을 먹다 보면 고기는 중반부쯤 사라지고 끝자락엔 국물만 남아 후루룩 마시는 일이 다반산데, 이 집 소머리곰탕은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국물에 고기를 곁들어 뜰 수 있다. 그만큼 고기 양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한눈에 봐도 윤기와 탄력을 자랑하는 소머리고기는 입안에 들어왔을 때 그 매력을 제대로 뽐낸다. 듬성듬성 크게 썰어 씹는 재미까지 있다. 이렇게 고기가 쫄깃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이 맛에 매일 `밥 먹듯` 찾아오는 단골이 있다고 한다. 곰탕 속 고기가 이 집 수육 맛까지 보장해준다.맛도 맛이지만, 소머리고기의 효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방이 적고 콜라겐, 엘라스틴 등이 풍부해 관절 기능 개선을 도움을 준다. 피로회복은 물론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어 건강기능식품이 따로 없다.서울곰탕 권향옥 사장은 “반찬을 모두 직접 만들고, 곰탕 역시 최고의 재료로 최상의 맛을 내고자 정성을 쏟는다”라며 “군더더기 없이 가장 곰탕다운 곰탕을 만들고자 본연의 맛을 내는데 충실하고자 30년 전통을 그대로 잇고 있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5-04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자장면 한 그릇

의외의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식당을 불쑥 만날 때가 있다. 평소에는 가던 걸음을 재촉하며 지나치기 마련이지만, 배가 고플 때에는 반가움에 발길을 멈추게 된다. 별 기대 없이 음식을 주문했는데 서비스는 물론 맛까지 좋다면 복권에 당첨된 기분마저 든다.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가야성`도 기대 이상의 기쁨을 안겨주는 동네 중국집이다. 그린종합상가 입구를 지나 바로 정면에 자리한 가야성은 우연히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주린 배는 물론 허한 마음까지 채워주는 곳이다.가야성에 들어서면 여느 식당과 분위기부터 다르다. 일단 위치부터 식당이 있을만한 자리가 아니다. 상가건물 1층 외곽에 자리해 인적이 드문 편인데, 식당 내부에도 4인용 탁자 3개가 전부다.중국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 만큼 배달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주문부터 조리, 배달, 계산까지 부부가 함께 분담하는데 어느새 이곳에서만 23년째 영업 중이다.주인장에게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중국집이니 자장면이 가장 맛있다`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자장면 한 그릇에 4천원으로 가격부담도 적은 편이다. 이왕이면 비싼 걸 주문해 달라는 주인의 웃음 섞인 농담에 간짜장과 탕수육, 만두까지 주문했다.가야성의 대표메뉴인 자장면은 남다름을 자랑한다. 동네식당이라 음식의 수준도 아마추어일 것이라 여겼지만, 비주얼부터 맛까지 예사롭지 않다. 풋풋함 속에 넉넉한 인심까지 담았다. 잘게 썬 돼지고기와 양파, 버섯 등 각종 식재료들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다. 면발 위에는 달걀후라이를 얹어 내 소소한 감동까지 전한다. 야채가 푸짐하다 보니, 소스를 면에 부어 비벼 먹다 보면 숟가락을 동원해 떠먹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노란 튀김옷이 인상적인 탕수육은 취향에 따라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소스를 따로 담아낸다. 소스에는 곱게 칼집을 내 한껏 멋을 부린 당근부터 목이버섯, 배추, 양파 등 각종 재료를 아낌없이 넣었다. 얇게 썬 사과는 달콤한 소스에 새콤함을 더한다. 다양한 식재료를 넣은 덕분에 소스를 고기 튀김에 부으면 색감이 더욱 화려해진다. 고기 튀김은 바삭함과는 거리가 멀다. 돼지고기를 달걀반죽에 버무려 튀겨 내 푹신하고 보드랍지만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3-15

보글보글 푹~ 끓인 `흑돼지 김치찌개`

김치찌개는 비교적 흔하고 평범한 음식이다. 김치만 있으면 누가 끓여도 평균 이상의 먹을 만한 맛을 낸다. 재료와 조리법이 간편해 요리하기 쉬운 것 같으면서도 깊은맛을 내기란 만만치 않다. 흔하고 평범한 음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남구 대송면 송동리의 `고향토종흑돼지식육식당`은 포항공단 방면에서 대송면사무소를 지난 다음 삼거리에 있어 흔히 `삼거리식당`으로도 불린다. 흑돼지를 사용한 연탄양념불고기, 삼겹살·목살구이 등이 대표메뉴이지만 단골들만 아는 진짜 맛있는 요리는 따로 있다.그 주인공은 바로 흑돼지김치찌개. 주로 고깃집엔 저녁손님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지만, 대낮에도 이곳을 북적이게 하는 인기메뉴이다.이 집 흑돼지김치찌개는 된장찌개나 멸치촌국수 등 다른 식사메뉴처럼 `고기 드신 후`라는 전제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덕분에 점심때에는 김치찌개를 주문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평범한 음식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비법을 일찍이 알아챈 이들이다.김치찌개는 먹는 사람이야 간편하지만, 만드는 처지에서는 그리 간단한 요리가 아니다. 실제로 흑돼지김치찌개 냄비 속을 들여다보면 이 집 만의 노력이 고스란히 보인다. 먼저 육수 끓이고 김치를 썰고 채소도 씻어 채 쳐야 한다. `흑돼지김치찌개`라는 이름에 맞춰 고기도 미리 듬성듬성 썰어둬야 한다. 콩나물과 두부 등 속재료들을 풍성하게 준비하다 보면 일은 배로 늘어난다. 고기와 채소 등 영양학적으로 부족함 없이 채운 다음에서야 마지막으로 라면사리를 더해 양적으로도 한 냄비 가득 메웠다. 일반적으로 김치가 주인공인 김치찌개와는 달리 이 집 김치찌개의 맛을 책임지는 일등공신은 흑돼지이다. 일명 `지레고기`를 썰어 넣는데 김천 지레면에서 키운 흑돼지를 말한다. 지리적으로 일교차가 커 육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결이 섬세하고 광택이 나며 비계 또한 투명하고 살이 탄탄해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 특징이다.살코기와 비계가 적당히 어우러져 쫄깃하고 단단해 씹는 맛이 좋다. 찌개 속 김치와 함께 건져 걸쳐 먹으면 또 다른 풍미를 전한다.국물까지 찌개의 특별함에 힘을 싣는다. 양념 맛이 강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콩나물을 넣어 깔끔한 뒷맛을 낸다. 얼큰하거나 맵지 않은 반면 감칠맛이 맴돌아 자꾸만 손이 간다. 돼지고기를 넣고 끓였는데 기름기 없이 담백한 맛을 내는 것도 인상적이다. 버너 위에 올려진 냄비 덕에 국물이 바짝 졸여질 때까지 뜨끈하게 맛볼 수 있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2-29

집 밖에서 맛보는 집밥 `돌솥콩나물밥`

매끼 `집밥`을 먹기란 어려운 일이다. 최근 채널마다 셰프들이 등장해 일반 가정에서는 흔하지 않은 도구나 식재료 없이도 간편하고 쉬운 요리법을 선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직장인은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다.누구나 집밥을 그리워하지만 항상 먹을 순 없다는 점을 이용해 `우리가 진짜 밥집`이라고 내건 음식점도 많아졌다.포항에도 가정식을 내세운 식당들이 꽤 있지만 남구 해도동의 `민들레식당`은 익숙한 듯 낯선 메뉴인 돌솥콩나물밥으로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향한 허기를 채워준다.좁은 골목 한 편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은 내부구조 또한 일반 가정집처럼 돼 있어 분리된 공간마다 오붓하게 식사시간을 보낼 수 있다.민들레식당의 대표 인기메뉴인 돌솥콩나물밥은 이름 그대로 돌솥에 콩나물을 수북이 얹어 지어낸 밥이다. 먼저 콩나물밥을 커다란 대접에 덜어내고 솥에 물을 부어 뚜껑을 덮어두면 후식까지 준비한 셈이다.돌솥의 잔열로 미처 떼어내지 못한 밥알이 불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비빔밥이 채운다. 이때 행동대장은 숟가락이다.보슬보슬하게 지어진 콩나물밥에 양념장을 한 스푼 넣고 비벼 먹으면, 어릴 적 어머니가 반찬투정하는 자식을 위해 종종 해먹이던 `콩나물밥 추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밑반찬 또한 어머니가 아들 혹은 딸에게 차려줄 것 같은 재료들로 구성했다. 시금치나물과 무생채, 버섯볶음, 감자조림, 꽈리고추볶음 등 조물조물 손맛이 묻은 형형색색의 반찬들이 모여 무지개를 이룬다. 양념이나 간이 세지 않고 재료 그대로 본연의 맛과 향을 헤치지 않도록 조리한 것이 특징이다. 취향에 맞춰 콩나물밥에 각종 나물이나 반찬을 더해 청국장까지 부어 서걱서걱 비벼먹으면 더욱 푸짐한 비빔밥 한 그릇이 완성된다. 이따금 곁들어 먹는 제육불고기는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입맛을 돋우는 별미다. 한동안 바삐 움직이던 숟가락도 돌솥에 우려낸 숭늉 앞에선 쉬엄쉬엄 한다. 불은 밥알을 긁어낸 다음 온기가 살짝 감도는 숭늉을 떠먹다 보면 가슴 한구석에서부터 뜨끈한 묵직함이 채워진다. 비빔밥으로 시작해 숭늉으로 마무리하기까지 입이 텁텁하거나 속이 더부룩한 느낌 없이 온전히 든든함만이 남는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집밥`이라고 깨닫는 찰나, 부모와 연인 등 아끼는 사람을 데리고 와 배불리 먹이고 싶다는 생각마저 스친다.인근 공단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47·북구 장성동)씨는 “가게 안에 들어올 때부터 자욱한 된장찌개 냄새가 코를 자극해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콩나물밥 덕분에 집밥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덩달아 숭늉으로 속풀이까지 제대로 한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2-15

시래기 가득한 구수한 자연밥상

희로애락(喜怒哀) 감정에 따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식은 달라진다. 슬프거나 우울할 땐 맵거나 혹은 달콤한 자극적인 맛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음식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해소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힘을 지녔다고 말한다.다행히 얼큰하고 달달한 음식으로 위안을 얻으면 좋겠지만, 간혹 너무 많은 자극은 오히려 속을 불편하게 만들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위안과 위협의 경계를 잘 정해야 하는 이유다.특히 국물요리 가운데 자극이 덜한 음식을 찾기란 힘들다. 따뜻한 국물은 먹고 싶은데 짬뽕처럼 간이 강한 건 싫고 돼지국밥을 먹자니 느끼하고 부담스러울 때, 안성맞춤인 요리가 재빨리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남구 문덕에 문을 연 `순남시래기`식당은 이러한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구수하고 속 편안 시래기국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이 집의 대표메뉴인 시래기국은 들깨를 직접 갈아 즙을 짜 넣어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자랑한다. 시래기는 잘게 총총 썰어 넣어 특별히 윗니와 아랫니를 부딪치는 수고스러움까지 덜어준다. 국물에 밥을 말아 시래기 건더기를 건져 후루룩 `마시다`보면 금세 뚝배기 바닥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해장국집은 빨간 양념을 넣어 국물이 묵직하고 얼큰한 뒷맛을 내는 것과 달리, 보드라운 시래기에 들깨를 풀어 국물의 깊이가 남다르다. 된장과 표고, 다시마, 들깨, 멸치 등 8가지 이상의 천연재료를 넣어 육수로 끓인 덕분이다. 여기다 비타민과 무기질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무청시래기를 넣어 보약이 따로 없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집밥을 먹은 것처럼 속이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밥과 시래기국은 리필까지 가능하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는 기분이 괜히 드는 게 아니다.기본 반찬으로는 김치와 오징어젓갈, 고추된장무침이 나온다. 심심한 시래기 국물 맛에 입맛을 돋우는 재료와 양념으로 찬을 더했다. 식당 한편에는 `셀프바`, 즉 직접 반찬을 담아가는 곳이 마련돼 있다. 이곳 메뉴는 자주 바뀌는 편이지만, 자극적이지 않는 반찬들로 구성된다는 점은 한결같다.이 집 시래기국만큼이나 인기 있는 것은 도마수육정식이다. 뽀얀 속살을 자랑하는 일반적인 수육과는 달리 겉 부분이 약간 검은색을 띄는데, 돼지고기 잡내를 잡고자 된장소스를 넣어 삶았다. 살코기와 지방 부위를 적당히 얇게 도려내 야들야들한 식감이 특징이다. 마요네즈를 얹은 양파채, 깻잎절임, 무쌈, 무말랭이 등 다양한 식재료와 함께 곁들어 먹으면 수육의 담백함은 배가 된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1-25

타지사람들도 반해버린 `꽁치의 향기`

“괜찮은 음식점이 한군데 있는데, 시간 되면 같이 갑시다.”부산 출생으로 스무 살 이후 타지생활 25년째인 40대 중년의 A선배가 맛집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포항에서 나고 자란지 어느새 30년에 접어든 기자는 고작 `포항살이` 3개월째인 그의 발걸음을 따라 북구 동빈동으로 향했다.“저 그런데 메뉴가 뭔가요?”라는 질문에 A선배는 “그러고 보니 먹을 줄 아는지 모르겠네. 꽁치추어탕 괜찮아요?”라고 물었다.문득, 타향살이를 오래한 그가 지난 3개월간 이미 수차례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갔다는 그 집 추어탕 맛의 비결이 무척 궁금해졌다.포항운하 근처에 있는 `꽁치 다대기 추어탕`식당은 줄임말로 표기된 `꽁다추`간판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게 이름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집의 대표 식재료는 바로 꽁치다. 메뉴는 크게 식사류와 안주류로 나뉘는데 주로 꽁치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꽁치회밥, 꽁치물회, 꽁치구이 등이 있다.어느 식당이든 가장 자신 있고 인기까지 높은 음식은 메뉴판 제일 첫 줄에 새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집의 대표메뉴는 꽁치추어탕. 이름만 보고선 꽁치 생선살을 발라 넣어 끓인 국쯤으로 예상했다. 뚝배기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래기 등 야채 건더기가 풍부한 국그릇에 숟가락을 넣고 한 숟갈씩 떠먹다 보면 꽁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모습이겠거니`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꽁치가 통째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선살을 발라 풀어 넣은 것도 아니다. 덩어리져 있어 겉보기엔 생선을 그대로 발라낸 것 같지만, 입속에 넣으면 다진 고기 완자처럼 부서진다.`꽁다추`식당 사장은 “꽁치를 뼈째로 다져서 수제비 반죽 뜨듯 완자모양으로 꽁치 다대기를 만들고 시래기를 넣어 끓였다. 생선이 통째 들어가 칼슘이 풍부하다”며 “진짜 수제비 반죽까지 넣어 쫀득한 식감까지 한 그릇에 담았다”고 말했다.특히 이 집 추어탕 국물에는 유독 비린내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꽁치 특유의 향이 담기지 않았다. 한참 먹다가 뒤늦게 서야 `아, 이게 꽁치추어탕이었지`하고 떠오를 정도다. 덕분에 서울 등 타지사람들도 인정한 향토 음식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저염도 바이오소금을 사용해 꽁치의 담백함은 살리고 국물의 구수함을 더했다. 뚝배기의 바닥이 드러날 때쯤이면 입 안에 개운함까지 맴돈다.이 식당의 대표 마담인 꽁치는 겨울철엔 과메기로도 단골들의 식탁에 자주 오른다. 특유의 비법으로 비린내를 꽉 잡은 과메기는 사장이 직접 손질해 10여 가지의 채소와 함께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1-11

아련한 추억의 맛 부대찌개 한 냄비

가히 추억의 위력이라 할만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TV앞에 모인 사람들에게 추억을 판다. 17년 전으로 되돌아간 시청자들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열광한다. 과거의 기억이 상품으로 통하는 세상이다.추억은 맛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특별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당시 분위기와 상황이 미각을 자극해 맛을 결정짓는 경우다.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에 길들여진 남편이 `엄마가 해주던 맛이 아니다`며 아내를 괴롭히는 것도 추억의 책임이다. 실제로 어머니의 손맛이 뛰어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모든 엄마들의 음식솜씨가 좋은 것은 아니기에 맛 보다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의 탓이 크다.흔히 가정에서 만들어먹는 김치찌개와는 달리 부대찌개는 주로 밖에서 사먹는 외식메뉴로 꼽힌다.덕분에 누구와 언제, 어디서 등 6하원칙에 근거한 추억팔이 요리로 각인되기 쉽다. 유명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수많은 부대찌개 식당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구 해도동의 `김여사부대찌개`는 특별한 국물 맛으로 아련한 추억을 새긴다. 이 집 부대찌개의 출발점은 김치다. 국내산 배추에 고춧가루와 비법양념을 버무려 만든 김치로 국물 맛을 내는 것이다. 큰 냄비에 햄과 소시지 등을 담고 육수를 부어낸 겉모습은 일반 부대찌개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일단 열을 가하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수에 다대기를 풀어 만든 부대찌개는 다진 양념 특유의 텁텁한 뒷맛이 남기 마련인데, 이 집은 특제 양념에 절인 김치에서 우러난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이 찌개의 풍미를 더한다.여기다 각종 식재료로 무장한 냄비는 다양함으로 넘친다. 우선 센 불로 빠르게 끓인 다음 약한 불에 햄과 소시지, 양파 등 각 재료가 지닌 고유의 맛이 국물에 배이도록 자작하게 졸이면 된다. 대접에 담긴 쌀밥에다가 찌개 속 건더기를 한 국자 크게 떠넣어 비벼 먹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맛을 즐기는 법.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국물 맛은 숟가락질의 경쾌함까지 부추긴다.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도 부대찌개와 호흡을 맞춘다. 국물의 얼큰함을 달래주는 콩나물무침부터 찌개 건더기와 잘 어울리는 두부조림까지 식단궁합을 자랑한다.마지막으로 국물 바짝 졸여진 냄비에 육수를 추가하고 라면사리를 넣어 끓이면 푸짐한 2차전으로 한상의 피날레가 장식된다.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부대찌개 재료만큼이나 다양하다. 하루 일과를 마친 일용직 근로자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식사 겸 안주삼아 찌개를 나눠먹고, 할머니와 손자 등 3대가 모인 가족은 햄과 소시지를 나누며 서로를 챙긴다. 함께 온 이들이 많을 때에는 이 집의 스페셜부대 메뉴를 추천한다. 수제소시지를 통째로 넣고 다진 돼지고기와 치즈를 얹어 보다 풍성한 재료로 푸짐한 식사를 하기에 제격이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5-12-22

쫄깃·담백 무한리필 찜닭에 찜 당하다

각 그릇에 밥과 국, 반찬을 따로 담아먹는 일반적인 식단과는 달리 찜닭은 냄비나 쟁반을 중심으로 여럿이 모여 훈훈함을 곁들어 먹는 요리다. 가급적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요구되긴 하지만 마음 속 공허함을 달래는 데 찜닭만한 온기도 없다.포항시 북구 대흥동의 닭요리 전문점인 `수탉`이 개점 10주년을 맞아 `찜닭 무한리필`을 선언했다. 전국의 여러 음식점들이 삼겹살, 게장, 랍스타 등의 무한제공 이벤트를 내세우고 있지만, 수탉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찜닭 무한제공에 팔을 걷어붙였다.본점 양아영 대표는 `우리 가족의 행복한 한 끼`를 모토삼아 평소 어머니가 해주시던 조리법으로 요리를 만들어 손님상에 올린다. 샐러드 소스, 절인 무까지 모든 음식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만든다는 원칙이다. 여기다 최근 메뉴시스템을 개선하면서 메인메뉴인 찜닭을 무한 제공하고 샐러드바까지 장만했다. 찜닭으로 하나 되는 시간을 부족함 없이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찜닭 주문시 여러 옵션이 주어진다. 뼈 있는 닭 혹은 순살을 고른 후 해물과 치즈 가운데 취향대로 사리를 택한다. 맵기 조절도 가능한데 매운맛은 최고 3단계까지 도전 가능하다. 닭을 포함한 대부분의 식재료는 국내산을 자랑하는데,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닭고기 맛이 특제 양념소스와 잘 어우러진다.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치즈찜닭이다. 거대한 산맥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처럼, 조각난 닭고기 살마다 부드럽게 치즈가 녹아내렸다. 쭉쭉 늘어나는 치즈에 얽힌 야채와 닭고기를 한데 감싸 먹으면 고소함이 더해져 한층 더 풍미가 깊어진다.샐러드바도 인기비결로 꼽힌다. 각종 야채는 물론 찜닭에 넣어 먹을 수 있는 당면과 라면사리까지 상시 대기 중이라 거듭 젓가락질을 돕는다. 여기다 후라이드, 양념치킨까지 맘껏 그리고 양껏 먹을 수 있다. 치킨을 신격화해 `치느님`으로 칭송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hot place)로 통하는 이유다. 특히 떡볶이와 양념치킨은 새콤달콤한 소스 맛으로 아이를 둔 주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직장인 전모(30·북구 용흥동)씨는 “닭요리는 각 부위마다 제각기 맛이 달라 여럿이 먹다보면 서로 양보하거나 다투기 마련인데, 무한리필이 가능하다보니 좋아하는 부위를 눈치 보지 않고 먹었다”며 “마지막으로 매콤한 소스에 밥까지 볶아 먹고 나면 웬만한 뷔페도 부럽지 않을 정도의 거창한 한 끼가 완성된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2015-11-24

남자의 향기 물씬~ 얼큰한 닭개장

세상에 수 만 가지 달하는 요리들을 남과 여, 각각의 성별로 구분한다면 닭개장은 `남성`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건더기와 국물이 전부라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모습이 다소 둔한 듯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속이 알차고 푸짐해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 그 맛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탓에 닭개장은 요리계의 상남자로 불릴만하다.그 중에서도 남구 오천의 `유장춘닭개장`은 유독 경상도 남자의 기질을 드러낸다. 강한 인상과 무뚝뚝한 성격을 지녔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넓고 이해심이 깊다고 알려진 것처럼, 이 집 닭개장은 볼품없는 외관과 새빨간 국물때문에 비록 투박스러워 보여도 푸짐한 양과 화끈한 국물로 감동을 전하기 때문이다.유장춘닭개장은 우선 겉보기와는 달리 속이 꽉 찼다. 냉면그릇보다 작은 사발에 담겨 나오는데 내용물이 상당히 푸짐하다. 찢어 넣은 닭고기살과 숙주나물, 고사리 등 야채들이 한데 얽히고설키면서 조밀하게 한 그릇을 채웠다. 먹기 좋게 뜯은 닭고기도 아낌없이 담아 굳이 그릇을 이리저리 뒤적일 필요가 없다.이 집 닭개장의 진짜 매력은 걸쭉한 국물이다. 시뻘건 색깔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첫 맛은 강렬하고 자극적이다.간도 센 편인데 거듭 시도할수록 속이 뻥 뚫리는 얼큰함이 전해진다. 고추기름에 볶은 재료의 담백한 맛이 국물로 배어나와 맵싸함을 더한다.여기에 채 썬 청양고추을 넣으면 콧물 쏙 빼는 칼칼함까지 가세해 해장용 닭개장이 완성된다. 직장인 송모(36·남구 문덕)씨는 “맑고 개운한 국물이 아니라 오히려 땀샘 자극하는 강한 맛에 해장하러 왔다가 도리어 다시 술을 찾게 됐다”며 “밥을 말아 건더기와 함께 든든하게 속을 채운 뒤 마지막 국물 한 모금까지 들이키고 나면 새삼 닭개장과 뜨거운 의리와 우정을 나눈듯한 동질감마저 느낀다”며 웃었다.한편 닭개장과 한바탕 뜨거운 전쟁을 벌이고 난 뒤엔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인데 주로 고기집에서나 볼 수 있는 콘에 떠먹는 제품이 아니라 일반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유명 빙과류들이 계산대 옆 냉동고에 누워있다.심사숙고 끝에 고른 아이스크림은 화끈하게 달궈진 속을 시원하게 달랜다. 실컷 속을 헤집고 나서야 뒤늦게 다독이는 모습 또한 상남자인 닭개장이 마련한 마지막 이벤트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5-10-28

단출한 `콩국`, 묵직하게 배 채우다

너도나도 원조를 외치는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 없인 아류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특히 요식업계에서는 수십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그들의 첫 시작을 내세우는 등 원조경쟁이 더욱 뜨겁다.관광도시인 경주시 내에는 유난히 `원조`를 내건 식당간판이 눈에 띈다. 경주빵부터 시작해 찰보리빵, 한정식, 떡갈비 등 메뉴에서부터 차림방식까지 비슷한 식당들이 유명세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면서 서로 자신들이 원조라고 외치고 있다. `진짜`원조 맛을 보기 위한 식도락들의 갈망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이 가운데 콩국만큼은 단연 `경주원조콩국`집이 제 이름값을 인정받고 있다. 60여년의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알려진 가운데 원조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곳만의 특별한 맛, 즉 별미(別味) 콩국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오전 6시에 문을 여는 이곳은 `따뜻한 콩국`으로 비교적 이른 시간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손님들의 허기진 배를 채운다. 일찍 일어난 새가 모이를 빨리 챙기는 법이니, 다른 식당들에 비해 일찍이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다.대표메뉴인 따뜻한 콩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먼저 콩 국물에 들어갈 토핑을 A, B, C 세 가지 중에서 골라 선택해야 한다. A는 검은깨와 검은콩, 꿀, 찹쌀도너츠이며 B는 참기름, 들깨, 계란노른자, 흑설탕, C는 찹쌀도너츠, 들깨, 계란노른자, 흑설탕이다. 재료 이름만 봐서는 도저히 그 맛이 가늠되지 않는다. 주문과 동시에 해당 토핑을 넣은 국그릇에 따뜻한 콩 국물을 부어주는데 숟가락으로 정성스레 재료들을 섞어 떠먹거나 마시면 된다. 이색적인 콩국 한 그릇을 받으면 낯선 첫 경험에 어리둥절하다가도 국사발 끝자락이 보일 때쯤이면 그 묘한 매력을 넌지시 알게 된다.특히 토핑 A는 꿀의 달콤함이 검은깨와 검은콩, 콩국의 담백함과 조화를 이뤄 풍미를 더한다. 여기에 찹쌀도너츠의 쫀득한 식감까지 맛의 재미를 더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계란노른자를 넣어 풀어먹는 콩국은 위장에 가득 배인 전날의 술기운을 푸는데 제격이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용보다는 간편한 아침식사 혹은 오후 간식쯤으로 양이 적당하다. 겉보기엔 간편해보이지만 묵직하게 배를 채우는 것이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아 전통을 이어온 비결이라 짐작하게 된다.콩국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이드메뉴로 해물파전이 빠질 수 없다. 파와 오징어, 달걀옷이 전부인데 반죽이 아닌 재료들로 두께를 만들어 콩국만큼이나 정성이 돋보인다.시민 강동준(38·남구 효자동)씨는 “콩국 한 그릇이 전하는 든든함 덕분에 별미건강식으로도 추천한다”며 “찬 바람 불 때쯤 개시하는 이 집 생콩우거지탕은 생콩을 갈아 넣고 시래기와 돼지등뼈를 한데 담아 푹 고아내 국물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5-09-22

비빔밥과 주꾸미의 `辛`나는 만남

간장이나 초장 등에 찍어먹는 생선회와 마찬가지로 주꾸미 역시 재료보다 소스가 그 맛을 좌우한다. 주꾸미를 떠올리면 담백하거나 고소한 본연의 맛보다는 `매콤하다`, `달콤하다`처럼 버무린 양념 맛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그 중에서도 최근 매운맛을 더한 주꾸미가 요식업계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어떤 매운 맛을 입힌 주꾸미냐에 따라 부쩍 늘어난 주꾸미 식당들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입맛대로 매운맛을 조절 가능한 남구 오천읍의 `해담쭈꾸미`는 지역 내 위치한 주꾸미 프랜차이즈 체인점과는 달리 차별화된 맛으로 승부수를 뒀다. 건강한 조리법으로 불맛을 더한 주꾸미가 바로 이 집만의 강점이다. 덕분에 주꾸미의 제철은 봄이지만 이곳은 사시사철 언제나 주꾸미비빔밥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들은 `입맛 없을 때에는 이 집 주꾸미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겉으로 봐선 일반 주꾸미 식당들과 다른 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큰 대접에 밥 한 공기 넣고 콩나물무침과 무채무침, 상추 등 각종 야채를 담은 뒤 마지막으로 빨간 양념에 버무린 주꾸미로 그릇을 채워 비벼 먹는다.완성된 주꾸미비빔밥을 한 숟갈 먹어보면 그제야 이곳이 맛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주꾸미볶음에서 풍기는 숯불향이 코끝 가득 전해지면서 비빔밥의 풍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이 집은 양념에 버무린 주꾸미를 익힌 뒤 조리 마지막 단계에서 센불을 가해 불맛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주꾸미볶음의 자극적인 매운맛을 꺼리던 이들도 숯불향 머금은 주꾸미가 전하는 신(辛)나는 맛에 새삼 눈을 뜰 정도다. 불맛에 놀란 위장을 달래주는 달걀찜은 푸딩처럼 몽글몽글하게 맺혀 있어 그릇을 이리저리 뒤집어 봐도 좀처럼 미동조차 않아 수저로 직접 떠먹어보기 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다. 새콤달콤한 국물 맛을 자랑하는 오이냉국 역시 주꾸미비빔밥 옆을 든든하게 지키며 불난 입속을 시원하게 다독인다. 언제부턴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꾸미식당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새우튀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쫄깃한 주꾸미와 바삭한 튀김은 소리부터 다르지만 식감의 재미를 더한다.특히 이곳 테이블은 친구나 연인보다 주로 가족들로 채워진다. 주꾸미의 효능이 이미 알려진 만큼 노부모와 함께 온 이들에겐 주꾸미와 함께 삼겹살, 야채 등을 철판 위에 얹어 한데 볶아 먹는 철판주꾸미도 별미다.주부 조모(39·남구 문덕)씨는 “평소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데 이곳은 인위적인 화학재료를 사용한 자극적인 매운 맛이 아닌 건강한 불맛이 매력적이다. 알싸한 매운 맛이 더욱 구미를 당겨 입맛 없다던 친정엄마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8-25

효자동 `하누야`

“아휴~ 요즘 고기값이 너무 올라서 아무래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지난 13일 남구 효자동의 `하누야` 이숙희 사장은 단골손님들에게 넌지시 가격 인상을 이야기하며 울상을 지었다.그동안 포항에서만은 최저가임을 자부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품질까지 지닌 한우로 놀라운 고기 맛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종전에도 `고기가 너무 싸서 남는 게 없다`며 끙끙 앓던 `하누야`는 결국 물가를 이겨내지 못하고 따라가게 됐다.하지만 이곳 단골들은 `하누야`의 비장의 무기인 `등심` 때문에 비록 가격이 오르더라도 발길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등심은 꼭 이 집에서 먹어야 한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하누야`가 자랑하는 등심은 일단 A+이상의 높은 등급으로 품질이 좋아 한 눈에 봐도 마블링이 조밀하고 상태가 신선하다. 고기를 주문하고 나면 흔히 보던 불판이 아닌 돌판이 등장한다. 이미 열에 달궈져 나온 돌판은 테이블 위 버너 위에서 금세 달아올라 고기를 얹자마자 맛있는 소리를 자아낸다.숙련된 직원은 고기의 표면만 살짝 익힌 다음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자른다. 곧이어 “불 올리겠습니다”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제로 눈앞에서 불이 공중에서 내려와 돌판 위에 내려 앉는다.구름이 하늘에서부터 지상으로 내려온다면 이런 모습일까. 후끈한 열기와 함께 불은 돌판 위에서 잠시 머무르다 금세 사라진다.열에 가한 등심은 이리저리 돌려 볶은 다음 마지막으로 토치를 사용해 한 번 더 열기를 더한다. 그제야 `하누야`판 등심이 완성된다.이처럼 짧은 시간동안 센 불을 가해 겉은 쫄깃하면서도 속살은 부드러운 고기 맛이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화끈한 열기로 육즙을 제대로 잡은 덕분에 고기는 입안에서 사탕처럼 녹는다. 고기를 먹을 땐 어떤 재료와 곁들여 먹느냐에 따라 맛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사실 고기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어떤 소스와 함께 먹는지에 따라 그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집 등심은 마블링이 좋아 씹을 틈도 없이 부드럽게 녹아내리 때문에 다른 소스나 재료가 굳이 필요하진 않다. 된장처럼 맛이 강한 소스보다는 소금에 찍어 먹거나 가볍게 양파채와 곁들여 먹으면 등심이 선사할 수 있는 최상의 풍미가 그대로 전해진다.고기집에서의 피날레는 단연 식사류의 몫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한냄비된장. 이름 그대로 두부와 야채, 고기 등 재료를 아낌없이 한데 넣어 끓인 된장찌개인데 그 양이 무척 푸짐하다.`이 집에 좀 와봤다`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국수사리 혹은 밥을 풀어 먹는다. 고기 먹은 뒤 입가심하기엔 이만한 것이 없다. 국물이 자박해질 때까지 좀 더 걸쭉하게 끓여 먹으면 입 안의 기름기까지 개운하게 거둬낸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8-18

메밀로 빚은 시원한 여름국수 진수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들을 다녀보면 진짜 `맛집`만의 공통점을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눈 크게 뜨고 몇 차례 고개를 두리번거려야 비로소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 주린 배 움켜잡고 얼마나 힘겹게 찾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은 배가 된다. 간판도 제대로 된 곳이 잘 없다. 음식 맛과는 달리 식당 외관은 초라하기 일쑤다. 보통 이런 곳은 몇 대째 가업을 이어 식당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단출한 2~3가지의 메뉴 역시 진정한 맛집으로서의 뚝심을 보여준다.북구 흥해읍의 속초3대전통 메밀국수 집은 이러한 맛집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단골들은 이곳에 첫 발을 디딘 날을 떠올리며 `이런 곳에 식당이 정말 있나` `국수를 팔긴 하나`싶어 의아했다고 입을 모았다. 3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 식당에는 메밀국수, 비빔국수, 메밀전 단 3가지 메뉴뿐이다.중절모를 쓴 70대 시민 구모(북구 흥해읍)씨는 “아들 내외랑 처음 이곳을 찾아오던 날 도대체 어딜 가는가 싶어 수십 번을 물어봤다”며 “간판도 허름해서 식당이 맞나 싶었는데 국수 맛을 보고 나니 `아차` 싶더라”고 말했다.식사 시간대마다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이곳의 인기메뉴는 단연 메밀국수다. 넓적하고 둥근 그릇엔 삶은 달걀 반쪽과 채 썬 오이, 김 가루 외엔 별다른 고명을 얹지 않고 오직 메밀면과 육수로만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메밀향 머금은 면발은 까끌까끌하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묵직한 식감을 전한다. 면을 들이키면 `호로록`이 아닌 `뚝뚝`하고 떨어진다. 비교적 면발이 질기고 쫄깃한 냉면과는 달리 입안 가득 알차고 되직하게 메꿔 유난히 머리 희끗한 손님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여기에 열무김치 몇 가닥 얹어 먹으면 아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콤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더해져 침샘을 더욱 자극한다.특히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깊은 맛으로 입맛 돋우는 육수는 여름철 별미로 꼽히는 메밀국수의 진가를 높이는데 한 몫한다. 이 맛에 비빔국수보다 “물 국수 곱빼기요~”를 외치는 목소리가 더 잦게 들린다. 모든 국수는 일반과 곱빼기로 양을 조절해 주문할 수 있어 반드시 식사 때가 아니더라도 요기하기에 제격이다.주부 이화연(57·북구 장성동)씨는 “여름은 다양한 종류의 면 요리를 골라먹는 즐거움이 가득한 계절”이라며 “특히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엔 면발의 생동감이 넘치는 메밀국수야말로 더위를 날리는 진정한 여름국수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8-11

직접 빚어 갓 튀겨낸 고소한 맛 일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따라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분명하게 나뉜다. 그 중에서도 분식(粉食)을 나눠 먹는 것이야말로 상대방과 내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말해준다. 직장상사나 업무거래처 사람들과 마주 앉아 순대나 튀김 등을 먹기엔 자칫 격식을 갖추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뜻하는 분식은 오늘날 떡볶이, 라면, 만두 등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간식처럼 즐겨 먹는 요리로 자리 잡았다. 입가에 고추장 양념이 묻어도 껄끄럽지 않는 가족이나 친구처럼 편안한 사람과 함께 주로 먹을 수 있다는 특권도 지녔다. 그만큼 `분식 먹으러 가자`는 말에는 서로를 각별히 생각한다는 뜻이 담겼다.포항시 남구의 연일지구대 가기 전 골목에 있는 `태산만두`는 자동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목에 있다. 식당 위치마저도 가까운 사람 혹은 아는 사람만 가는 듯한 아지트 느낌이다. 내부는 가정집 분위기인데 주로 배달이 많아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이곳은 간판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만두요리를 전문으로 한다. 직접 손으로 만두를 빚어 그 자체만으로도 한 끼 식사가 될 정도의 완벽한 맛을 자랑한다.군만두와 찐만두부터 시작해 만둣국, 떡만둣국 등 만두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든 만두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 입 안 가득 `내가 진짜 만두다`라는 위엄을 전한다.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군만두를 양념버무린 야채와 곁들어 먹는 비빔만두다.갓 튀겨내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군만두는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한 피와 함께 고기와 야채 즙이 혀를 감싼다. 얇지만 탄력 있는 만두피와 야채와 고기 등을 푸짐하게 넣은 속 재료가 완벽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양념에 비빈 각종 야채를 얹어 먹으면 뜨거운 햇살 피해 그늘 찾아 떠나간 입맛조차 한 순간에 돌아온다.만두와 세트처럼 주문하는 것이 바로 면 요리다. 삶은 면 위에 양배추, 당근, 오이, 상추 등 각종 야채를 얹어 매콤한 양념부어 섞어 먹는 쫄면은 단연 빠지지 않고 식탁 위로 올라가는 메뉴다. 얇지만 쫄깃한 면발에 군만두를 돌돌 말아 먹는 재미도 식욕을 채우는데 한 몫을 한다.`밥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인의 특성까지 고려해 된장찌개 등 각종 식사도 메뉴에 넣었다. 순두부찌개에는 조개와 두부, 호박 등 재료를 푸짐하게 넣고 비빔밥에는 나물에다 달걀까지 완벽한 비주얼로 식탁에 올라온다. 전문점 못지않은 알찬 맛은 보너스다.직장인 박모(53·남구 이동)씨는 “워킹맘이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절친한 동료들과 군만두에 쫄면을 맛보면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8-03

찰진 순대와 쫀득한 곱창 `찰떡 궁합`

`먹어봤자 내가 아는 그 맛이다`혹독한 다이어트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법한 `다이어트 명언`이다. 아무리 가슴에 새겨도 머리로는 수 천 번 이해하지만 입 속의 혀는 수 만 번 받아들이지 못한 문장이기도 하다.하지만 이 문장의 함정은 오히려 우리가 `아는 맛`이기 때문에 모질게 끊질 못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먹어봤자 이미 아는 맛이라고 다독이며 안간힘을 써 봐도 혀가 먼저 맛을 기억하고 반응한다. 차라리 애초에 경험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을 혀에 한 번 새겨진 맛은 자꾸 떠올라 군침부터 돋운다.남구 오천 `안양순대곱창` 식당의 대표메뉴인 순대곱창볶음 요리는 한 번 맛보고 나면 비오는 날 혹은 기분 좋은 날 등 어떤 시간이나 순간을 만끽하고 싶을 때 문득 떠올라 구미를 당긴다. 약한 불에 졸여 먹는 순대곱창볶음은 술안주로도 그만이라 이 집 단골들 중엔 특히 애주가임을 자처한 이들이 많다.이곳은 경기도 안양의 명물인 순대곱창골목의 분위기와 요리의 맛을 그대로 포항에 옮겨놓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각종 야채를 넣어 만든 음식의 맛은 물론 순대곱창골목에 위치한 `원조`식당들처럼 내부 분위기 역시 분식집 인테리어로 꾸몄다.주문은 입맛대로 가능하다. 순대와 곱창을 반씩 섞거나 둘 중 좋아하는 재료만 선택할 수 있다. 취향따라 당면과 라면 등 사리를 추가해 요리를 더욱 풍성하고 푸짐하게 구성할 수도 있다. 주문한 음식은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주방에서 조리돼 나온다. 요리가 담긴 철판은 테이블 위 버너에 얹어 국물을 좀 더 자박하게 졸여가며 먹는다.순대곱창볶음은 약한 불에 끓일수록 군침 돋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속이 촘촘하게 꽉 찬 찰진 순대와 뽀얀 속내 드러낸 곱창은 깻잎과 양배추, 당면 등 각종 야채와 함께 양념으로 버무려 온전히 하나된 맛을 전한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맛이 혀에 새겨지는 순간이다.볶음요리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의 하나가 바로 양념에 밥 볶아먹기다. 남은 야채와 양념에 밥을 버무리고 김 가루와 부추 등을 넣어 철판 위로 얇게 눌러 완성한다. 밥 한 술 떠먹어보면 그제야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아도` 반드시 볶음밥을 먹으라던 단골들의 신신당부가 되새겨진다.기본 반찬은 때에 따라 바뀌지만 삶은 메추리알과 잘게 썬 단무지는 고정적으로 얼굴을 비치는 편이다. 메추리알은 껍질을 벗겨 순대곱창볶음 요리에 넣어 먹는 것도 한 가지 팁이다. 얇고 가느다란 자태의 채 썬 단무지는 자꾸만 먹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소주잔을 기울이던 50대 남성 윤모씨는 “특별할 것 없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맛인데 자꾸만 떠오르는 매력이 있다”며 “순대곱창볶음에 소주 한잔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보따리를 풀게 된다. 맛도 맛이지만 밥까지 볶아먹고 나면 그 양이 푸짐해 속이 든든하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7-21

청송약수 머금은 꿀맛같은 가마솥정식

고깃집의 명성은 불판 숫자와 비례한다. 각종 모임이나 회식을 위한 `넘버원` 장소로 고깃집이 꼽히는 만큼 겹겹이 쌓여가는 불판은 곧 그 집의 인기를 나타낸다.남구 상도동의 `섬안정참숯불갈비`는 밤에는 불판, 낮에는 가마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동시에 여러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활용해 점심특선으로 선보인 `가마솥정식`이 바로 인기의 일등 공신이다. 덕분에 저녁때 주로 북적이는 일반 고깃집과는 달리 이곳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로 붐빈다. 일단 정식(定食)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반찬이 푸짐하다. 양팔간격의 테이블 위를 17가지의 반찬들이 빈틈없이 메운다. 양배추, 다시마, 상추 등 각종 쌈 채소부터 나물무침, 깻잎장아찌, 오이냉국, 겉절이김치 등이 입맛을 돋운다. 뚝배기에 담긴 계란찜과 두부와 호박 등 각종 야채넣고 끓인 된장찌개에 이어 꽁치구이까지 등장한다.언제나 주인공은 맨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내는 법. 청송 약수로 가마솥에 지은 밥이 테이블 위에 놓이면 고스란히 시선을 빼앗긴다.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데다 밥알 하나하나 윤기가 흘러 쫀득한 식감이 눈으로 먼저 전해지기 때문이다. 밥알을 보슬보슬 쓸어 그릇에 담아 내면 약수 머금은 푸르스름한 고급스런 자태에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밥알 틈틈이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배어 있어 씹을 수록 약수의 진가를 발휘한다.이제 본격적인 식사만이 남았다. 반찬이 가지각색이라 다양한 방법으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다. 각종 채소에 쌈을 싸 먹거나 된장찌개와 함께 생선을 발라 먹는 등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커다란 김 한 장을 불에 구워 내 옛날 방식 그대로 손으로 뜯어 밥알을 감싸 먹을 수 있다.본래 고깃집인 이곳은 정식 한상차림을 일반 식당과 비교해도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을 메뉴로 푸짐하게 구성해 점심식사 모임에 제격이다. 그 중에서도 주부들의 모임 장소로 인기가 많아 실제로 점심시간에는 각 테이블마다 40~50대 여성들이 자리를 채워 남성들의 저녁 회식 풍경과 다르지 않다. 전업주부 남현희(49·남구 상대동)씨는 “반찬이 다양하고 푸짐한 식당은 주부들을 위한 최적의 모임 장소로 꼽힌다”며 “특히 이 집 솥밥은 `밥맛` 좀 안다는 주부들 사이에서도 화제”라고 말했다.푸짐한 한 상의 마무리는 가마솥의 열기로 우려낸 숭늉이 책임진다. 구수한 숭늉은 식후 찾아오는 달콤한 디저트에 대한 욕구마저 잊게 만든다. 맑은 국물이 아닌 각종 견과를 갈아 넣어 걸쭉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전하며 빈틈없이 위(胃)를 채운다.이동율 사장은 “저녁 때와는 달리 비교적 한적한 낮 시간을 이용해 색다르고 특별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며 “낮에는 고기 굽는 냄새 대신 구수한 가마솥밥을 지어 보다 다양한 손님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고자 정식 메뉴를 선보이게 됐다”고 소개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