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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미식가도 사로잡은 매콤한 치즈등갈비

생존수단이기보다는 맛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식(食)문화가 자리 잡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선한 메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이유다.올 겨울 외식업계엔 눈 대신 `치즈`가 내렸다. 치즈등갈비, 치즈족발, 치즈퐁듀쭈꾸미 등 치즈를 활용한 새로운 메뉴들이 등장해 인기몰이를 했다.건강음식점으로 알려진 남구 이동의 `꽃달임` 역시 최근 `치즈등갈비` 메뉴를 출시했다. 천연조미료를 사용해 만든 치즈등갈비를 향한 궁금증에 쭉쭉 늘어나는 치즈만큼이나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인 이상 주문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이 집 치즈등갈비는 높은 콧대만큼이나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넓고 납작한 팬 위에 모차렐라 치즈가 한 가득 깔려 있고 한 편에는 등갈비와 떡이 겹겹이 쌓여 있다. 등갈비는 보통 매운 맛, 아주 매운 맛, 마늘·매실·간장 맛 소스 3가지 중에서 고르면 된다.팬이 달궈지고 치즈가 녹아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 한층 부드럽고 따뜻해진 치즈를 등갈비에 돌돌 감아 먹으면 된다. 이때 길게 쭉쭉 늘어나는 치즈가 등갈비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등갈비를 향한 치즈의 애정공세가 무섭다. 치즈로 감싼 등갈비를 한 입에 쏙 넣은 뒤 뼈만 빼내면 쫄깃한 치즈가 소스에 절인 등갈비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코끝까지 퍼진 고소한 치즈향에 쫄깃한 식감이 치즈인지 등갈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치즈에 떡을 감싸 먹으면 더욱 깊은 쫄깃함이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 바닥에 눌러 붙은 치즈를 긁어먹는 맛은 볶음밥의 누룽지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물한다. 연이은 치즈 공세에 자칫 느끼해진 속은 새콤달콤한 김치 맛이 일품인 김치치즈볶음밥으로 달랠 수 있다.치즈만큼이나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곱창을 넣어 끓인 전골은 국물이 짜거나 맵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이 최대한 살아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심심한 맛을 자랑하는 건강음식점 꽃달임만의 특징이 주 메뉴부터 반찬까지 그대로 담겨 있다.강미향 사장은 “서울에 있는 딸이 요즘 치즈가 들어간 메뉴가 인기라고 귀띔해줘 다양한 신메뉴를 만들어 봤다”며 “쫄깃하고 고소한 치즈는 등갈비와 불고기, 삼겹살 등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문의 054-277-8825, 오전11시~오후9시30분,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5-01-19

“산채비빔밥 한 그릇 먹고나니 살맛나네”

“밥은 잘 먹고 다니니?”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사람 사이의 정(情)으로 통하는 인사다. 특히 객지에 자식을 둔 부모는 직접 밥을 해먹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실어 인사를 건넨다.북구 여천동에 있는 `산촌식당`은 자식이 끼니를 거르진 않는지 궁금한 부모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밥집이다. 어머니의 마음 그대로 담아 좋은 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식단으로 가장 이상적인 한 끼 식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일반 식당과는 달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산촌식당은 나무로 꾸며진 화단에서부터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집의 대표 메뉴인 산채비빔밥은 27년째 꾸준히 단골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릇 한 가득 콩나물, 고사리, 시금치, 무생채 등 각종 나물을 담아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한다. 울릉도에서 직거래로 공급받고 있는 각종 나물들은 재료 본연의 향과 맛을 그대로 살려 조리했다.여기에 버섯과 다진 고기 등을 넣어 식감을 더욱 살렸다. 비빔밥에 빠지면 아쉬운 달걀프라이도 한 가운데 올려 완벽한 비주얼을 뽐낸다. 비빔밥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참기름도 안강에서 직접 짜내 고소함을 더했다.한 상 가득 차려지면 고슬고슬하게 조리된 밥 한 공기를 나물 위에 얹어 고추장 한 숟갈 넣고 비벼 먹으면 된다. 이 때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으로 비벼야 재료가 뭉개지지 않아 제 맛을 발휘한다. 숟가락으로 비비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들긴 하지만 그 만큼 맛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인원수에 맞게 알맞은 양으로 차려지는 모듬나물과 모듬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미역 등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모듬나물은 구미를 더욱 당긴다. 고구마와 맛살, 우엉으로 만든 각종 전 역시 맛의 즐거움을 전한다. 특히 달콤한 맛으로 아이와 어른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호박전은 손님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다. 김치와 잡채, 오징어진미무침 등 각종 반찬을 향한 젓가락의 움직임도 멈출새가 없다.이제충(82·북구 죽도동)씨는 “옛날엔 이집처럼 상다리가 휘어지게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먹어야 비로소 `잘 먹었다`고 했었다. 힘들게 발걸음을 이끌어서라도 이곳에 와 산채비빔밥 한 그릇 먹고 나면 살맛이 난다”고 말했다. (문의 054-242-2712, 오전10시~오후9시, 명절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1-12

버섯·야채+국수 “맛보세요”

“하나, 둘, 셋, 넷… 세상에! 도대체 반찬이 총 몇 가지인 거예요?”포항시 북구 죽도동 `북촌비빔국수`를 방문한 첫 손님들은 버섯소고기국수전골 주문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인 반찬을 보며 연신 감탄을 터뜨린다. 하루 단 2시간 동안만 제공되는 20여 가지의 반찬 가짓수에 놀라고 그 맛에 감동하기 때문이다.가게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집은 비빔국수 메뉴를 간판으로 내건 곳이다. 여름엔 입구 넘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비빔국수 맛집으로 유명하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국물요리인 전골을 선보이며 한정식에 가까운 반찬 가짓수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다양한 반찬에 둘러싸인 그 주인공은 바로 버섯소고기국수전골. 한우사골 육수에 버섯과 소고기, 국수와 각종 야채를 넣어 테이블 위에서 바로 끓여 먹는다.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국자로 젓는데 힘이 들 정도로 건더기가 푸짐하다. 전골이 끓는 동안 송편에서부터 오징어전, 고구마전 등 각종 전 요리를 비롯해 잡채와 김밥 등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다. 푸짐한 양과 1인분에 7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놀라운 한상차림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만 제공된다. 소고기가 적당히 익으면 버섯과 각종 야채를 국수에 돌돌 말아 먹으면 된다. 여기에 뜨끈한 국물까지 한 모금 마시고 나면 “크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그릇에 4천500원인 비빔국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기메뉴.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국수와 식사 후 마시는 따뜻한 육수의 맛을 잊지 못해 한겨울에도 비빔국수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직장인 진모(47)씨는 “이곳 반찬 가짓수에 놀라 처음엔 국수집이 아닌 한정식 집으로 잘못 찾아온 줄 착각했을 정도”라며 “상 위에 반찬이 끊임없이 차려져 이러다 상다리 부러지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된다”고 말했다.북촌비빔국수 윤우현 사장은 “손님들의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도록 점심시간에만 특별히 다양한 반찬을 선보인다”며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그날 준비한 반찬이 모두 떨어져 맛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의 054-256-4001, 오전 11시30분~저녁 8시까지, 하절기 저녁 9시까지,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1-05

장터서 맛보는 따끈한 수제비 한 그릇

“장터야 말로 극장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배우이며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관객이다. 살아있는 삶의 현장이 곧 극장 아닌가”서울시극장단 이태주 회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장터를 `또 하나의 극장`으로 소개했다. 장터에서 펼쳐지는 각종 장면들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분주하고 복잡하지만 그 속에서 사랑이 꽃피고 온정이 넘쳐난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포항의 얼굴인 죽도시장의 한 골목 어귀에 장터를 대표하는 손맛 달인들이 모여 수제비골목을 만들었다. 이미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져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코스로도 자리 잡았다.수제비골목에 도착하면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주인은 다르지만 메뉴와 서비스는 같기 때문이다. 주방이 훤히 드러나 메뉴를 조리하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다. 수제비 뜨고 국수 삶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다들 이 바닥에선 몇 십 년씩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들이다. 천장에 매달린 수제비골목 안내판은 메뉴판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손수제비와 국수, 칼수제비로 총 3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손수제비와 국수 둘 사이에서 고르기 어렵다면 일면 `섞어`로 통하는 칼수제비를 선택하면 된다. 한 그릇에 칼국수와 수제비를 반씩 담아 내 두 가지 메뉴를 함께 맛볼 수 있어 손님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양념장과 청양고추 등을 입맛대로 골라 넣어 먹으면 된다. 구수한 멸치 육수와 반죽을 얇게 떠 야들야들한 수제비,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포슬포슬한 감자가 박자를 이룬다. 면은 굵지 않고 가늘고 길어 보드랍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심심한 수제비와 잘 어울리는 새콤한 깍두기는 아삭하게 씹히며 감칠맛을 더한다. 냉면 그릇 한 가득 양이 푸짐한데 가격은 3천500원으로 저렴하다.시민 강미란(47·남구 상대동)씨는 “장을 보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면 자꾸만 수제비 생각이 떠올라 아쉬워져 시장에 들르면 꼭 따뜻한 국물이 담긴 칼수제비를 맛본다”며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간단한 요리이지만 훈훈한 장터 분위기에 평소보다 입맛이 더 당긴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2-29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수제 고로케`

“주문해, 재료만 있으면 다 만들어줄게”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한 만화 원작의 드라마 `심야식당`의 대사 일부다. 영업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정해진 메뉴는 단 4가지 뿐이지만 있는 재료와 손님이 원하는 재료로 각종 요리를 선보인다. 비엔나소시지, 계란말이 등 소소한 요리로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께 감동을 전하는 스토리다.국경과 장소와 시간은 다르지만 포항에도 `심야식당`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있다.저녁 6시, 남구 효자동 `우수리`의 문이 열린다. 골목 안쪽에 있는데다가 식당 간판과 내부가 화려하지 않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발길이 자연스럽게 향해진다.이 집은 본래 다양한 사케와 저렴한 아사히 생맥주를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류와 곁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바로 수제감자고로케다.큰 쟁반에 여자 주먹크기만한 감자고로케 5개가 샐러드와 함께 담겨져 나온다. 감자의 둥근 모양 그대로 튀겨낸 고로케의 속을 갈라보면 으깬 감자가 가득 들어있다. 그야말로 속이 꽉 찼다. 텃밭에서 직접 가꾼 생감자를 찌고 으깬 뒤 베이컨을 잘게 썰어 함께 버무린 다음 튀김옷을 입혀 조리했다. 바삭한 튀김옷 위에 얹은 소스와 달콤하고 담백한 감자의 맛이 잘 어우러진다. 소고기 타타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기메뉴. 기다란 쟁반에 야채를 올리고 그 위에 살짝 익힌 소고기를 얹은 뒤 다시 야채와 함께 겨자 드레싱을 곁들었다. 타타키는 겉만 살짝 익힌 음식을 말하는데 생고기에 가까운 소고기는 풍부한 육즙을 뽐내며 아삭한 야채와의 하모니를 자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우, 홍합 등 각종 해산물을 넣어 비주얼부터 남다른 얼큰해물짬뽕 역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가장 큰 특징은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오히려 맑은 해물탕처럼 깔끔한 맛을 낸다는 점이다. 국물의 끝 맛이 구수하면서도 매콤해 자꾸만 손길이 간다.직장인 이미소(31·여)씨는 “점심식사 땐 우수리의 요리를 맛볼 수 없어 아쉽지만 저녁에만 문을 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서의 매력을 갖고 있다”며 “수제감자고로케 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에 하나하나 정성이 담겨 있어 다양한 메뉴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의 054-277-0837, 월~일요일 저녁 6시~오전1시30분까지,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4-12-22

“사랑이 녹아든 죽은 역시 달라요”

“요즘처럼 추위에 온 몸이 움츠러들 때 이 집 죽 한 그릇이 자꾸만 생각나요. 몸이 아플 때만 죽을 먹는다는 건 이젠 다 옛말이에요. 상처나 미움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도 따뜻한 죽 한 그릇 먹고 나면 사르르 녹아요”주부 박주희(38·북구 죽도동)씨는 죽을 향한 `유별난 사랑`을 담아 민속죽집을 소개했다.최근 우수죽순으로 늘어난 죽 전문 프랜차이즈로 인해 포항시내에도 20여 곳에 달하는 체인점들이 성업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지난 3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민속죽집은 단골들 사이에서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죽집`으로 알려져 있다.육거리 북구청 옆 골목에 있는 민속죽집은 이름에 걸맞게 편안한 내부를 갖추고 있다. 상이 차려진 방은 가정집처럼 아늑한 반면 창가에 의자가 놓인 공간은 전통찻집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주방에선 진권식 사장이 재료 손질부터 서빙까지 담당하고 있다. 아버지가 집에서 밥을 차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주문 시 남녀 인원수를 파악해 눈치껏 남자 손님 그릇엔 한 국자 더 넉넉히 담아내는 센스까지 발휘한다. 죽 맛집답게 전복죽부터 인삼죽, 녹두죽, 잣죽, 깨죽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다채로운 죽을 선보인다. 손님들의 입맛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힌 것.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전복죽이다. 싱싱한 생물로 조리한 전복죽을 찾는 손님은 물론 포장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이 집 전복죽의 가장 큰 특징은 내장을 갈아 넣어 국물이 짙은 연두빛깔을 뽐내며 구수한 맛까지 자랑한다. 전복을 잘게 썰지 않고 오히려 큼직하게 잘라 마지막 한 숟갈까지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리했다.평일 점심시간 직장인들 사이에선 단연 버섯굴죽이 인기다. 팽이버섯과 표고버섯을 채 썰어 야채와 굴을 함께 넣어 만들었다. 잘게 썬 버섯이 쫀득하게 씹혀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죽의 맛을 생동감 있게 살렸다. 바다 향 머금은 굴은 버섯과 잘 어우러져 환상의 하모니를 뽐낸다.죽은 전체적으로 짜지 않아 김치 등 반찬들과 함께 먹어도 간이 적당하다. (문의 054-247-4332, 월~토요일 오후 8시30분까지, 아침식사 가능)/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2-15

인절미와 치즈가 만난 `인절미피자`

내 맘 같은 사람 한 명 찾기도 어려운데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물며 별 다섯 개짜리 영화 평점도 만점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포항시 북구의 한 맛집이 다녀온 사람들 마다 `별 다섯 개도 부족하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어 화제다. 양덕동 투팍스키친은 유명 포털사이트 평가에서 별 다섯 개가 모두 꽉 찬 10점 만점을 받았다.투팍스(Twopark`s)키친은 박선민, 박소현씨 두 자매의 성을 일컫는다. 자매가 의기투합해 그들의 고심을 담아 퓨전요리 파스타를 선보였다.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인절미피자. 이름만 들어서는 피자 위에 인절미를 얹어 고물을 뿌렸을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주문한 피자가 등장하면 생김새는 일반 피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애초에 피자 속에 인절미와 치즈를 함께 넣고 구워 내 그 맛이 어우러지도록 한 것.덕분에 인절미의 쫄깃함과 고소한 치즈가 조화를 이뤄 피자 본연의 깊고 풍부한 맛을 자아낸다. 아몬드 슬라이스를 띄운 꿀에 찍어 먹으면 말 그대로 `꿀맛`이다.인절미피자만큼이나 퓨전적인 요소를 잘 녹여 내 만든 해장파스타도 인기다. 하얀육수와 빨간육수로 나눠져 있어 입맛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화이트와인소스와 멕시칸고추로 맛을 내 짬뽕처럼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풍부한 해산물을 파스타면에 올려 돌돌 말아 먹으면 알싸한 매운 맛이 입안을 감돈다. 밥도 함께 나와 소스에 말아 먹을 수도록 배려했다. 목살필라프 역시 각종 재료들간의 완벽한 조합을 자랑한다. 자칫하면 재료가 따로 겉돌 수 있는 볶은 밥을 재료의 신선도를 최대한 살려 담백한 맛을 냈다. 신선한 야채, 쫄깃한 목살을 한 술 가득 떠 맛보면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1인분씩 요리를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필라프나 파스타는 2인 기준으로 주문이 가능해 양은 푸짐하지만 요리 선택의 폭이 좁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1인분으로 주문이 가능해 양 조절은 물론 다양한 요리도 함께 맛볼 수 있다.단골 한소영(26·여·북구 장성동)씨는 “인절미와 치즈가 어우러진 피자의 쫄깃함에 반해 대구나 서울에서 친구들이 포항에 놀러올 때마다 소개할 정도”라고 전했다. (문의 054-255-2551, 매일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브레이크타임 오후 3시30분~4시 30분, 연중무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2-08

갈비+국수 조합, 맛은 `찰떡궁합`

제목에서부터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는 한 편의 영화처럼 `갈비랑국수랑`의 간판에서부터 이 집의 대표메뉴를 짐작할 수 있다. 돼지갈비에 국수를 돌돌 말아 먹는 재미를 선사하는 이곳은 맛은 물론 푸짐한 양,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몰이 중이다.국수 종류를 결정해 주문한 다음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테이블 위에 놓인 약쑥계란을 맛볼 수 있다. 1개당 500원으로 허기진 배를 다독이는데 제격이다.김치 등 간단한 밑반찬과 함께 눈길을 끄는 독특한 물건 하나가 테이블 가운데 자리 잡는다. 중간에 촛불을 켤 수 있는 작은 양초가 놓여 있다. 화덕피자를 올려 먹는 것처럼 양초에 불을 붙여 그 위에 조리된 돼지갈비를 담은 접시를 얹는다.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따뜻하게 갈비를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놋그릇에 담긴 국수는 언뜻 보기에도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푸짐하게 담은 국수에 육수를 넣고 단무지와 달걀지단을 채 썰어 올린 뒤 김가루와 깨로 마무리했다.`갈비국수` 이름처럼 온기 가득한 갈비 한 점을 국수에 둥글게 말아 먹는다. 쫄깃하고 탱탱한 국수 면발이 달콤한 양념이 배인 갈비와 어우러져 생동감 넘치는 식감은 물론 구수한 맛 또한 일품이다. 이 집의 숨은 매력은 바로 비빔국수. 양배추와 콩나물, 쑥갓 등 각종 야채를 넉넉하게 담아 국수 위에 빨간 양념을 얹었다. 마찬가지로 김가루와 깨를 뿌린 뒤 조각 낸 약쑥계란으로 마무리했다. 처음엔 새콤달콤한데 뒤늦게 찾아오는 매운 맛이 구미를 당긴다. 매워서 어쩔 줄 모르다가도 자꾸만 젓가락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주부 이연미(45·남구 상대동)씨는 “갈비와 국수 두 가지 맛을 함께 맛볼 수 있는데다가 양도 푸짐해 한 끼 식사로 딱이다”며 “갈비국수 5천원, 갈비비빔국수 6천원에 맛볼 수 있어 평소에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문의 054-275-1006, 월~토 오전11시~오후8시,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2-01

`밥도둑` 칼치조림에 맛객 발길 이어져

할매식당 간판에 진짜 `할매`사진을 떡하니 붙여 내걸었다. 단출한 건물외관이 `나 맛집이오`하며 인사한다.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문 앞에 몇몇 의자를 두었다. 지난해엔 없었던 의자들이 그새 얼마나 찾아오는 발길이 늘었는지 말해준다.진정한 맛집답게 메뉴는 오직 단 하나, 갈치정식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몇 분이세요?”라는 물음과 함께 자동으로 주문이 접수된다. 그만큼 테이블 세팅도 빠르게 진행된다.주인공인 갈치조림이 등장할 때까지 조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반찬 가짓수가 제법 많다. 이쯤이면 다 나왔겠지 싶어 젓가락을 들면 금세 또 다른 반찬이 등장한다. 시금치무침 등 각종 나물은 물론 콩잎에 물김치, 밥식혜까지. 입맛 돋우는 색감 자랑하며 테이블 위에 나열된다.반찬들 모두 금방 만들어 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갓 구워 낸 명태전을 입김 불어 식힌 뒤 한 입 베어 물면 통통한 생선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방금 볶아 낸 잡채에 이어 노릇하게 구운 가자미구이까지. 눈, 코, 입 모두 즐거워지는 순간이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짜 빛나는 조연은 접시 위에 무심한듯 누워있는 양념게장 한 마리. 게장만 따로 포장해 판매할 정도니 그 맛은 이미 보장돼 있다. 비닐장갑을 끼고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 뒤 몰캉한 속살을 한입에 쏘옥 넣는다. 밥도둑이 아니라 아예 밥솥도둑이다. 무와 파, 게를 넣어 얼큰하게 국물을 우려 낸 동태탕도 빼놓을 수 없다. 하얀 속살 보이는 동태의 살을 발라 국물과 함께 떠먹으면 내 속살까지 시원해진다. 젓가락 끄는 조연들이 많아 주인공이 잊혀질 정도. 그 사이, 무를 이불 삼아 깔고 동강낸 갈치를 올린 오늘의 주인공이 뜨거운 김 씩씩 내뿜으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두툼한 갈치 살을 발라 무를 곁들어 먹고 나면 도대체 이 맛의 대하드라마가 끝난 뒤 대상을 누구에게 줘야하나 고민이 된다.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도모(62)씨는 “포항에서 유명하다는 회도 맛보기 전에 내려오자마자 바로 이곳을 찾아왔다”라며 “내가 무엇을 주문했는지 잊을 정도로 요리 하나하나 매료됐다”고 말했다.(문의 054-247-9521, 매주 월요일 휴무,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1-24

아이 울음 뚝 그치게 하는 카레찜닭

“우는 아이도 이 집 카레찜닭을 먹고 나면 금방 배시시 웃을 걸요!”울음 뚝 그치게 한다는 곶감의 경쟁자가 나타났다. 문덕 찜닭고을의 카레찜닭이 바로 그 주인공.찜닭고을은 이름 그대로 찜닭 요리 전문점이다. 야채찜닭부터 치즈, 묵은지, 낙지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찜닭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레찜닭은 손님들이 호기심으로 주문해 먹어본 다음 그 맛에 반해 이 집 대표메뉴로 자리잡았다.주문을 하고 나면 작은 팬에 양념과 함께 닭 모래주머니와 양파, 고추가 담겨 나온다. 흔히 말하는 `닭똥집`볶음이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것. 직접 불을 조절해 야채만 살짝 익을 때까지 볶아 준다. 모래주머니와 양파, 고추를 한 번에 집어 먹는 것이 포인트. 매콤 달콤한 양념과 알싸한 매운 맛의 고추가 입맛을 당긴다. 그 맛이 술안주로 제격이라 대낮부터 맥주 주문이 이어질 정도.주인공인 찜닭이 등장하면 카레 향부터 코를 감싼다. 비주얼은 또 어떠랴. 살이 쫄깃쫄깃한 닭고기와 면발이 탱탱한 당면이 침샘을 자극한다. 각 테이블마다 탄성과 함께 다들 젓가락 들기에 바쁘다.닭고기 쏙쏙 발라 당면에 둘둘 감아 후루룩 한 입 먹고 나면 왜 다들 맛집을 찾아 다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찜닭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무절임까지 젓가락 놓을 시간조차 없다. 무엇보다도 카레의 맛과 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카레가 자칫 닭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는 찜닭 요리의 비린내를 쏘옥 잡아 오히려 요리 본연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피날레는 볶음밥이 장식한다. 야채와 밥을 볶아 김 가루 소복이 올린 볶음밥은 이 집에 자꾸만 오고 싶도록 하는 매력 중의 하나다.대학생 황모(26·여)씨는 “이곳에 오기 전에 남자친구와 다퉜는데 맛있는 카레찜닭을 먹으며 절로 화가 풀려 금세 화해했다”며 “평소에도 카레를 좋아해 찜닭과는 어떤 맛의 조화를 이룰까 싶어 궁금했는데 예상을 뛰어 넘는 맛에 반했다”고 말했다.찜닭고을 전상록 사장은 카레의 양 조절이 찜닭 맛의 비법이라는 것. 그는“카레를 너무 많이 넣으면 당면이 엉켜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문의 054-291-9189, 월~토요일 오전11시~오후11시30분, 일요일 오후12시30분~오후11시30분,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1-17

“멋부린 수제등심돈가스에 군침 꿀꺽”

무엇이든 웬만큼 마음에 들지 않고서야 반복해서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단골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 번 다녀온 음식점에 두 번, 세 번 찾아가기란 매우 드물다.우연히 소래담을 찾아 무심코 수제등심돈가스를 주문해 맛보게 됐다.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그 집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떠올라 어느새 단골이 되고 만다.이곳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전통찻집에 온 듯 편안함까지 풍긴다. 특히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창가에 앉으면 소래담만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반찬까지 모든 요리를 손수 만든다는 것. 질 좋은 재료를 직접 구입해 정성스레 수제 요리를 선보인다.`한식의 세계화, 양식의 한식화`를 외치는 소신에 맞게 일반적인 양식 음식점과는 달리 스프가 아닌 호박죽이 애피타이저로 나온다.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인 호박죽은 담백하고 부드럽다.수제등심돈가스가 등장하면 특유의 맛있는 향이 코끝으로 전해져 어릴 적 맛본 익숙한 맛이 떠올라 침샘을 자극한다. 길쭉하고 두터운 손바닥만한 돈가스 위에 당근과 야채를 넣은 소스가 낙낙하게 부어져 있다. 깨와 파슬리로 한껏 멋도 부렸다. 하트 모양의 밥 한 줌과 제철과일로 만든 샐러드도 한 줌 곁들였다.직접 만든 소스가 튀김옷을 입힌 등심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바삭하기보단 부드러운 튀김과 과일처럼 새콤달콤한 소스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각종 반찬에도 신선함이 묻어 있다. 오리엔탈 소스를 뿌리고 땅콩 가루를 얹은 샐러드는 돈가스 특유의 텁텁함을 달래준다. 깍두기와 오이피클 역시 직접 만들어 건강한 맛이 혀끝으로 전해진다. 제철을 맞은 고구마로 맛탕까지 만들어냈다. 요리 하나하나 재료 그대로의 식감을 최대한 살려 씹는 생동감이 넘친다.이집 단골 공모(46·여)씨는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일반 음식점과는 확실히 맛이 달라 엄마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칭찬했다.후식으로는 식혜·커피가 나온다. (문의 054-284-2288, 월~토 오전11시30분~오후10시,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1-11

친정엄마 마음 듬뿍 담긴 닭개장국수

`학산식당`의 간판을 보는 순간 `진정한 맛집을 제대로 찾아 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맛집 분위기 풀풀 풍기는 허름한 간판이 `닭개장국수`에 담긴 깊은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간판만큼이나 식당 내부도 단출하다. 20년 넘은 내공을 자랑하듯 몇 되지 않는 테이블과 덩그러니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 외엔 특별히 눈에 띠는 것이 없다.이 집의 대표메뉴인 닭개장국수는 단골만이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통한다. 메뉴판에 나와있지 않아 소문을 듣고 찾아가지 않는 한 맛보기 힘들다.닭개장국수는 입맛에 따라 따뜻하거나 혹은 차갑게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요즘처럼 바람이 쌀쌀할 땐 따뜻한 닭개장국수의 인기가 많다. 국물이 아슬아슬하게 넘실거리는 닭개장국수 한 그릇이 떡하니 놓이면 푸짐한 양에 깜짝 놀라고 만다. 먹어도 줄지 않을 것만 같다. 북북 찢은 닭고기 고명도 가운데 수북이 얹었다. 군침 돋는 모양새와 넉넉한 양에 4천500원이라는 가격도 믿기지 않는다.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국수와 건더기를 한데 집어 후루룩 삼키면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금세 입안에서 사라지고 만다. 생선초밥보다 더 부드럽게 살살 녹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물까지 한 모금 들이키고 나면 꽁꽁 얼었던 마음까지 눈 녹듯 녹아버린다. 특히 이 집 닭개장국수는 구수하면서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칼칼하고 매운 맛이 아니라 오히려 정성 담아 우려낸 사골처럼 깊은 맛이 배어 있다.가짓수가 많지 않은 반찬 역시 손맛이 느껴진다. 빨갛게 양념한 배추김치를 먹기 좋게 살짝 찢어 국수와 건더기에 얹어 한 입에 쏘옥 넣으면 아삭한 김치와 쫄깃한 국수가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주방에서 홀로 음식 준비 중인 주인 김정선(62)씨는 바쁜 와중에도 낯익은 손님이 들어오면 눈을 맞추고 환하게 웃는다.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서명희(49)씨는 “매번 친정엄마처럼 따뜻하게 맞아주고 음식까지 푸짐하게 차려줘 자주 찾게 된다”며 “이 집 닭수육도 별미다. 특히 등산갈 때 닭수육을 포장해 갖고 가 산 정상에서 막걸리와 함께 먹는 그 맛은 기가 막힌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문의 054-252-2548, 매일 오전9시~저녁10시)/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1-03

훈훈한 장터분위기에 국물이 호로록

“술 한 잔 걸쭉하게 마신 다음날이면, 요 시원한 국물 맛이 절로 생각나지요”애주가들의 똑같은 사연 때문인지, 식당 안에는 유독 남자 손님들이 많다. 점심시간이면 열 개 남짓 테이블은 금세 꽉 차고 만다. 이 시간대엔 혼자 식사하러 오는 게 미안할 정도다. 장터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바로 남구 해도동의 `부산재첩국`이다.이 집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식당으로 통한다. 그만큼 단골이 많다. 삼삼오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은 익숙한 듯 신발을 냉큼 벗어 던지고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재첩국`부터 주문한다.곧이어 콩나물, 시금치 등 각종 나물무침과 함께 고등어조림, 가자미조림, 열무물김치 등 형형색색 반찬들이 속속들이 나열된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인 재첩국이 등장한다. 부추 송송 썰어 동동 띄운 우윳빛 국물을 한 숟갈 `호로록` 떠먹으면, 입에 착 감기는 맛에 푹 빠지게 된다. 숟가락으로 바닥을 휙휙 저어보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재첩이 두둑이 건져진다.눈길을 끄는 것은 국그릇보다 밥이 담겨 나온 그릇이 더 크다는 점. 밥 양이 많다. 7천원 정식에 밥을 이만큼이나 주다니. 이곳에 손님이 많은 이유를 푸짐한 밥이 대변한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따뜻하게 전해져 밥맛 또한 배가 된다. 밥은 쌓여 있고 반찬은 널렸는데 뭐부터 먹어야 하나 싶어 뜸들이고 있으니 옆 테이블에서 “처음 왔나보네. 이렇게 먹는 거라우!”라며 밥이 담긴 큰 그릇에 나물을 골고루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까지 얹어 싹싹 비빈다. 아예 입 크게 벌려 한 술 떠먹는 모습까지 시범을 보인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 솔솔 풍기는 비빔밥이 입속으로 꿀떡 넘어갈 땐 그 맛에 푹 빠져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잠시 잊게 될 정도. 재첩을 몇 술 크게 떠 밥에 넣어 비벼 먹으면 아삭한 비빔밥에 쫄깃한 식감이 더해진다.이 집 단골인 강문열(62)씨는 “뜨끈한 국물 한 술 떠먹으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방에 풀린다”며 “요즘같이 찬바람 쌀쌀하게 불 때는 재첩국 한 그릇 먹고 나면 금세 몸이 녹는다”고 말했다.(문의 054-283-9496, 오전 11시~밤 9시, 오후 4시~5시30분까지 브레이크타임, 첫·셋째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0-27

오징어+야채 쓱쓱 비벼먹는 맛 `일품`

얇게 썬 오징어 회 한 움큼, 잘게 썬 오이도 한 움큼, 채 썬 배까지 또 한 움큼. 이 모든 움큼들을 봉긋봉긋 한데 모아 김가루와 깨 뿌려 양념장까지 듬뿍 담아낸 `오징어물회`. 때마침 제철을 맞아 더욱 싱싱한 오징어를 채 썰어 각종 야채와 함께 쓱쓱 비벼 한 술 한 술 떠먹으면, 가슴 속은 `뻥` 뚫린다.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있는 `포항 생선구이 회식당`은 죽도초등학교 뒤편 대각선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오징어물회가 대표메뉴이지만 간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생선구이 정식 또한 인기가 만만치 않다. 골목에서부터 `어디선가 나를 찾는` 생선 굽는 냄새가 코를 유혹한다. 구이향과 함께 식당 입구에는 오동통 살 오른 오징어가 수족관에 한데 어울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오징어물회는 새콤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고추장 본연의 맛이 강해 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이 깔끔하다. 절로 밥 한 공기 넣어 이번엔 숟가락으로 쓱싹쓱싹 비비게 된다. 얇게 썰어 쫄깃쫄깃한 오징어의 식감은 쫀득쫀득한 쫄면만큼이나 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징어 특유의 쫄깃함이 오이의 시원함, 배의 아삭함과 어우러져 만든 하모니가 일품.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여운을 남긴다. 차가운 얼음덩어리도 함께 들어가 있어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까지 처음 그대로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이 집 오징어물회는 간단한 재료들로 기본에 충실한 맛을 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자박자박하게 물을 넣어먹는 물회가 아닌 회 덮밥의 느낌이 좀 더 강하다.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 이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은 직장인 송동영(54)씨는 “오징어물회에 양념장 팍팍 넣고 밥 한 그릇 뚝딱 비벼 먹고 나면 개운하다”며 “입 맛 없을 때 이 오징어물회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고, 직접 먹고 나면 잃어버린 식욕까지 돌아온다”고 칭찬했다.직접 오징어 회를 뜨는 조진우 사장은 “이 곳에서만 15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며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문의 054-284-2229, 오전11시30분~오후10시,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0-17

코스요리 부럽잖은 초밥 `커플세트`

개인의 취향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음식을 먹는 방법이다. 하물며 라면 하나를 끓일 때에도 달걀을 넣느냐 마느냐, 면을 설익히느냐 푹 삶아 익히느냐 등 입맛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한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원리에 있는 `스시정`은 일식의 대표주자인 초밥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선보인다. 젓가락을 내려놓는 순간, `오이시이(맛있다)!`를 합창할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이 집의 인기메뉴는 냄비우동, 초밥과 롤, 튀김이 차례대로 나와 코스요리처럼 맛볼 수 있는 `커플세트`.애피타이저인 냄비우동은 식욕을 돋우기에 감칠맛 나는 양이다. 면은 한 젓가락 정도인 반면 국물은 푸짐하다. 일본에서는 우동을 먹을 때 국물까지 훌렁훌렁 마시지 않는다. 건더기 건져 먹고 국물 한 모금 마신 뒤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이런 의미에서 스시정의 우동은 일본의 음식 문화를 잘 반영했다.따뜻한 우동국물로 뜨끈하게 속을 달래고나서, 형형색색 찬란한 색을 발하는 초밥과 롤이 눈앞에 펼쳐진다. 세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광어부터 연어, 참치 등 가지각색의 생선살들이 알록달록 무지개처럼 고운 색감을 자아낸다.꼬들꼬들한 쌀밥에 와사비를 살짝 얹고 생선살을 살포시 덮어 완성된 `초밥`을 한 입에 쏙 넣으면 부드러운 생선살과 밥알이 섞여 빙수처럼 사르르 녹는다. 간장에 와사비를 풀지 않고 밥이 아닌 생선살 부분에 찍어 먹는 것이 초밥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초밥 하나를 맛본 뒤 락교나 초생강을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해져 다음번 생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팁.가늘게 썬 오이와 맛살, 그리고 달걀을 넣은 롤은 속이 꽉 차 빈틈이 없다. 빨간 날치 알로 한껏 멋을 부리고 김 가루와 깨로 치장하고, 연어스테이크로 휘두르는 등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뺨친다. 마지막으로 뽀얀 튀김옷을 곱게 차려 입은 새우와 단호박, 고구마 튀김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 유명 감자칩 못지 않은 바삭함에 자꾸만 베어 물게 된다. 튀김 속 재료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 쫄깃하고 달콤하며 담백한 맛이 부드러운 생선살처럼 살살 녹는다.괜히 커플세트가 아니었다. 우동에서부터 초밥과 롤, 튀김이 펼치는 황홀한 향연에 사랑에 빠진 듯 행복감에 취한다.주방에서 분주하게 초밥을 만들고 있던 김호정 사장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으로 초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같은 업종의 여러 프랜차이즈들과 당당히 경쟁하면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소개했다.입구에 놓인 빨간 깻잎을 우려낸 차(茶)는 혹시 모를 손님들의 배탈을 막기 위한 김 사장의 배려. 한 모금 홀짝, 달곰쌉쌀한 맛이 코끝으로 전해지면 현지에서 일식을 맛 본 듯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문의 054-282-5210, 오전11시~오후9시30분, 브레이크타임 오후 3시~5시30분,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0-10

마늘보쌈+국수가 만든 `기막힌 맛`

남녀사이의 궁합처럼 음식에도 제 짝이 있다. 함께 먹었을 때 그 맛과 영양이 더욱 어우러지는 요리를 말한다.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위치한 `색동국수엔보쌈`의 마늘보쌈과 국수를 함께 맛보면, 놀라운 맛의 조화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일단 한 상 가득 차려진 반찬이 정갈하다. 각종 야채는 물론 샐러드, 김치전, 무절임, 열무김치 등 알록달록한 반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것처럼 맛과 멋,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다진 마늘을 수북이 올린 보쌈을 처음 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눈을 뗄 수 없고 침이 꼴딱 목젖을 타고 넘어 간다. 겉모습만 화려한가 싶어 한 점 맛보니,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마늘 소스와 쫄깃하고 야들한 보쌈이 선보이는 풍미가 일품. 삼겹살 보쌈 수육이 영양만점 마늘 소스를 만나 더욱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특히 다진 마늘이 맵지 않고 냄새 역시 강하지 않아 보쌈에 듬뿍 올려 먹기에 좋다. 자칫 느끼해 질 수 있는 보쌈의 맛을 알싸한 맛의 마늘이 적절히 잡아준다. 배추김치를 얹어서 먹고, 상추와 깻잎에 싸먹고, 무절임에 돌돌 말아서 먹고. 아삭아삭 쫄깃쫄깃. 세상의 맛있는 소리를 모두 모아 놓은 듯 여러 가지 식감을 맛볼 수 있는 요리가 바로 마늘보쌈.여기서 끝이 아니다. 피날레는 육전이 올라간 국수. 각종 야채와 멸치, 새우, 황태, 홍합, 바지락 등 해물을 넣어 국물을 우려낸 잔치국수는 육수가 진하지 않고 맑고 깨끗한 맛이다. 오히려 육수 맛이 강하지 않아 마늘 소스로 인해 알싸해진 입맛을 다독인다. 좀 더 통통 튀는 맛을 좋아한다면 비빔국수를 추천한다. 매실액과 야채, 과일 등을 숙성시켜 만든 새콤달콤한 양념 맛이 끝내준다. 보쌈과 국수의 놀라운 하모니에 `치맥(치킨과 맥주)`에 이어 `국보(국수와 보쌈)`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을 정도.`국보`의 매력에 빠진 직장인 박모(30)씨는 “국수와 보쌈을 함께 먹으니 색다르네요.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이렇게도 짝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비빔국수에 보쌈 한 점을 얹어 후루룩 한 입 먹었다.색동국수엔보쌈의 이순덕 사장은 “보쌈은 뜸 들이는 시간까지 잘 맞춰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조리합니다. 국수에 고명으로 얹은 육전을 맛 본 손님들이 그 매력에 푹 빠져 육전의 인기도 상당합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문의 054-241-5560, 오전 10시~오후10시,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10-03

`최고의 궁합` 시래기+고등어 만남

신선 시래기, 보들한 고등어한술 뜨자 감탄사 절로나와순식간에 밥 한 공기 `뚝딱`“여기 밥 하나 추가요!”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위치한 `서부식당`의 고등어찌개는 밥이 절로 꿀떡꿀떡 넘어가는 맛이다. 유난히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따끈따끈한 고등어찌개를 맛보며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식당과 가까워진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 고등어 굽는 냄새가 식당 입구로 향하는 발걸음을 안내한다. 단출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제법 넓을 뿐만 아니라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다. 주방에서 조리하는 모습까지 훤히 볼 수 있어 음식을 먹는 내내 마음이 놓인다.대표메뉴인 고등어찌개가 등장하자 군침이 절로 돈다. 고등어와 시래기, 무, 파, 각종 고추가 어우러져 먹음직스런 자태를 뽐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찌개국물을 한 술 떠먹자 눈이 절로 감기며 “크~”하고 감탄사까지 터져 나온다. 완벽하다.이제 본격적으로 요리를 맛볼 기세로 젓가락을 들어 뼈를 발라내자 뽀얀 고등어 속살이 빵긋 드러난다. 오동통한 고등어살 한 점을 시래기에 감싼 뒤 밥 한 술 크게 떠 그 위에 얹은 다음 한 입에 쏘옥 넣는다. 아삭아삭한 시래기와 쫄깃쫄깃한 고등어살, 그리고 그 속에서 배어나온 진한 된장국물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목구멍으로 술술, 잘도 넘어간다.이 집 고등어찌개의 비법은 바로 시래기. 매일 아침마다 삶아 내 신선할 뿐만 아니라 덕분에 식감까지 살아있어 보들보들한 고등어살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고등어살은 시래기에 싸 먹어도 맛있지만, 상추에 된장을 얹어 함께 먹어도 그 맛은 일품. 게 눈 감추듯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진다. 밥 도둑이 따로 없다. 브로콜리, 버섯, 김, 묵 등 재료 그대로의 맛이 살아있는 반찬들 역시 정갈하다. 테이블마다 발라낸 고등어 뼈와 함께 빈 반찬그릇도 점점 늘어간다.직장인 나지훈(57)씨는 “요즘 어디 가서 7천원에 이렇게 푸짐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겠어요. 저렴하면서 맛까지 좋은 식당, 이 집이 진정한 맛집이죠!”라고 말하며 큼직한 고등어 뼈를 추려냈다.서부식당 조영환 사장은 “우리 집 찌개를 드신 손님들은 다들 집밥먹는 것처럼 든든하다고 말한다”며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빈 그릇을 볼 때 절로 웃음이 난다. 요리하는 사람에겐 빈 그릇이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말했다.(문의 054-277-6925, 오전 11시~오후 9시, 매월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09-19

화끈한 매운맛 온몸으로 느껴볼까

빙글빙글 별이 보이고 파르르 입술이 떨린다. 귀가 멍하고 머리까지 띵하다. 포항 시내 중앙상가로 라라코스트 앞 사거리 맞은편에 위치한 `신길동 매운짬뽕`의 대표메뉴인 `매운짬뽕`을 맛 보는 순간, 매운 맛의 위력이 이렇게 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이 집은 매운짬뽕 한 그릇을 국물까지 모두 먹을 경우 음식 값을 따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절대 함부로 도전해선 안 된다. 5천원 아끼려다 병원비가 더 들 수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매운 맛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일단 이 짬뽕집을 찾아가는 동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가까운 편의점에라도 들러 우유를 마시고 갈 것을 추천한다. 몸속의 내장기관들이 놀라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단단히 해둘 것.신길동매운짬뽕의 메뉴는 단 세 가지뿐. 매운짬뽕과 우동 그리고 김밥이 전부다. 둘이서 갔다고 짬뽕 두 그릇을 주문했다간 구급차 부르는 건 시간문제다. 인원수대로 짬뽕만 시키기 보단 우동과 김밥을 적절히 섞어 주문하는 것이 좋은 방법.매운짬뽕의 첫 인상은 일반 짬뽕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부드럽고 청순한 비주얼이다. 새빨간 국물에 쫄깃한 면발, 큼지막하게 자른 호박과 양배추 등 각종 야채들이 올라가 있다. 홍합으로 한껏 외관적인 멋도 살렸다.먹은지 5분 후, 드디어 짬뽕이 위에 도착했는지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속이 쓰리다 못해 심지어 쥐어짜듯 아파온다. 다리에 점점 힘이 풀리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핑~`돌기 시작한다. 어라, 반짝반짝 별까지 보인다. 죽을 맛이다. 그런데 자꾸만 숟가락은 국물로 향하고 젓가락은 면발을 찾고 있다.테이블마다 땀 닦은 휴지가 쌓여간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저기요~”하며 여기저기서 점원을 부르고 우유와 쿨피스를 찾는 주문이 이어진다. “씁~하, 씁~하”비명소리 외엔 들리지 않는다. 이곳에선 그 어떤 대화도 이어질 수 없다. 매운 맛에 취해 오로지 내 몸의 반응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건더기는 모두 먹었지만 매운 국물을 다 마시지 못한 7번째 완뽕 도전자 윤모(33)씨는 “평소 청양고추를 즐겨 먹을 정도로 매운 맛을 좋아해 완뽕에 도전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해 포기했다”며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얼큰하면서도 달짝하니 맛까지 좋아 매운 맛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또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이 매운짬뽕을 맛보는 내내 점원들은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사장 이정훈(33)씨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 말고 나와 손님들의 완뽕 도전을 오히려 말릴 정도. 그는 “정말 매운데 이 매운 맛을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직접 맛 보면 화끈한 매운 맛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문의 054-255-5003, 낮12시~밤10시, 격주 월요일마다 휴무)/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4-09-12

된장향 머금은 한우갈비 `맛보세요`

“아니, 그 귀하고 맛좋은 한우갈비를 된장찌개에 넣는다고?”구워먹는 소고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된장갈비` 메뉴를 처음 접했을 때 공통된 반응이다.보글보글 된장찌개에 퐁당 빠진 쫄깃쫄깃 한우갈비의 맛이 이토록 깔끔하고 담백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포항시 남구 이동 644(이동로14)에 위치한 `경주종가집`의 된장갈비엔 종가집의 야무진 손맛이 담겨 있다.된장갈비는 이름 그대로 5년 묵은 장독된장에 직접 손질한 한우갈비를 넣어 끓인 메뉴다. 냄비 크기의 작은 가마솥에 각종 야채를 넣은 된장찌개를 담고 마블링이 춤추는듯한 갈비를 떡하니 올렸다.된장이 끓기 시작하면 갈비가 서서히 익으면서 육즙이 국물에 스며든다. 된장의 향이 더욱 진해지면서 깊은 국물이 우러난다. 갈비를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살짝 더 끓이고 나면 된장갈비 먹을 준비 완료. 먼저, 고기부터 맛 본다. 상추와 깻잎에 갈비 한 점 올리고 양파절임과 마늘, 고추 등 입맛대로 야채를 담아 쌈을 싸 한 입 먹으면 `이 맛이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고기만 따로 먹어도 육질이 쫄깃해 식감이 뛰어나다. 찌개 속 고기를 찾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한우갈비를 몇 점 먹다보면 팽이버섯, 미나리, 호박, 파 등 각종 야채를 넣은 된장국물에 절로 숟가락이 움직인다. 소고기는 양껏 먹기에 물리긴 하지만 된장찌개와 함께 먹다보니 술술 잘 넘어간다. 갈비를 쌈 사 먹거나 따로 먹어도 좋고, 물린다 싶으면 된장국물이나 찌개 속 각종 야채와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된장갈비의 가장 큰 매력. 국물에 국수를 말아 된장국수도 맛볼 수 있다. 서른 가지 이상의 맛을 자랑하는 유명 아이스크림에 견줄 정도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집 된장찌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물이 짜지 않고 깔끔하다는 것. 비눗방울 터지는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국물을 한 술 떠 맛보면 종전에 먹던 된장찌개와는 완전히 다르다. “된장 맞아?”라는 의문이 들면서 부담 없는 맛에 한 번, 두 번 숟가락이 절로 찌개로 향한다.아무리 그래도 된장찌개인데 국물이 좀 싱겁다싶어 밑반찬을 맛보니 웬걸 다들 맛이 심심하다.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해 입맛을 사로 잡는 것이 아니라 우엉조림, 꽈리고추, 도토리묵 등 모두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요리했다.직장인 윤모(35)씨는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구분돼 있어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된장찌개를 먹으면 긴장감이 절로 풀린다. 아이를 눕혀 놓고 편히 식사할 수 있어서 아내가 더 좋아한다”며 “이 집 음식은 대체로 짜지 않아 먹고 나면 속이 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하며 국물을 들이켰다.경주종가집 최보유 대표는 “우리 집 음식은 `우와, 정말 맛있어!`라며 또 오고 싶다는 느낌보단 깔끔하고 담백한 된장찌개로 든든하게 한 끼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이 손님들이 찾는 이유”라며 “짜지 않은 요리로 건강까지 지킬 수 있는 된장맛이 생각날 때 한 번씩 들러달라”고 소개했다.(문의 054-278-6468,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09-05

멕시코·日 요리맛 한꺼번에 느껴볼까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포항시 남구 효자동 229-26에 위치한 `THE g1`은 주택을 개조해 만들어 아늑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주변 주택들과 고풍스럽게 잘 어울리면서도 나무로 우거져 있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한다.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일반 식당처럼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가야겠다는 생각보단 `이 공간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그 만큼 식사할 자리를 정하는데 신중을 기울이게 된다는 뜻이다. 공간 하나하나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 어느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구석구석 시선이 오래 머문다. 밖이 훤히 보이는 투명 유리창 덕분에 매번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메뉴판에는 `시저드레싱을 곁들인 연어샐러드`처럼 메뉴를 쉽게 고를 수 있도록 요리 이름을 간단한 특징과 함께 적어 놓았다. 식사를 주문하고 나면 달콤한 호박죽이 나온다. 식전에 먹기 딱 알맞은 양과 적당한 단 맛으로 기다리는 마음을 달랠 수 있다.이 집의 대표메뉴는 `멕시코 타코 소스를 사용한 오끼나와식 덮밥요리`. 이곳 사장이 일본에 머물 당시 덮밥요리의 매력에 푹 빠져 많은 사람들이 이 맛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현지에서 직접 요리법을 배웠다고.둥글고 커다란 접시의 가장자리에 샐러드를 두른 다음 그 중심에 밥을 소복이 담은 뒤 멕시코 타코 소스를 푸짐하게 얹었다. 마지막으로 노른자가 싱싱하게 살아있는 반숙계란을 올리고 새콤달콤한 소스와 함께 조각 낸 나쵸 과자를 뿌려 마무리했다. 맛있을까 싶었는데, 웬걸 정말 맛있다.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어렸을 적 맛본 하레라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맛이다. 각종 야채와 다진 고기가 들어간 소스에 밥을 비벼 반숙계란과 나쵸 과자를 얹어 한 입 가득 넣으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맛에 입 안이 즐겁다. `과자와 밥을 함께 먹으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궁금증이 해결되는 순간이다.후식으로 제공되는 음료를 마시다 갑자기 잔을 들고 야외 테라스로 나온 주부 최소영(42·남구 지곡동)씨는 “날씨가 따뜻해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요. 이곳은 내부와 외부 공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라며 적당히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THE g1 김진호(30) 매니저는 “제가 맛있게 먹었던 맛을 떠올리며 손님들 역시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접시마다 정성을 담고 있습니다”라며 “g1이 가진 공간적 매력을 더욱 부각시키고자 앞으론 베이커리 메뉴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입니다. 언제든 `힐링공간`에서 치유하고 가세요”라고 말했다.(문의 054-272-8742,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