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 메뉴판은요?”, “음식이 한 가진데 뭔 메뉴판, 어떻게 줄까, 섞어?”“네?”, “쌀밥, 보리밥? 아님 섞어서?”, “아~ 섞어 주세요!”죽도시장 수제비골목 근처에서 길을 묻고 물어 찾아간 `대화식당`에 도착해 주문하기까지, `저 여기 처음 왔어요`티를 팍팍 내고야 말았다.`보리밥정식`으로 유명한 대화식당은 소문난 맛집답게 단골들로 북적거린다. 복닥거리는 시장 골목을 따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다들 익숙하다는듯 신발을 벗고 올라와 좁은 공간 속 다닥다닥 놓인 테이블을 하나 둘 차지하기 시작한다. 번잡한 시장통만큼이나 손님들로 복작여 자리 잡기가 만만치 않지만 막상 앉고 나면 음식이 나오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숭늉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있으면 곧이어 각종 반찬들이 옹기종기 가득 담긴 둥근 쟁반이 나온다. 반찬 담긴 접시를 일일이 테이블 위에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쟁반 위에 올린 채 먹는 것이 특징.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음식을 빨리 내는 동시에 다음 손님까지 배려해 쟁반 채 들어 빨리 치우기 위한 나름 전략인 셈이다.각각의 접시에 담긴 요리는 식욕을 자극하는 색감으로 구미를 당긴다. 삶은 배추무침부터 콩나물무침, 미역줄기볶음에다가 열무물김치, 총각김치에 이어 고등어구이와 상추, 된장찌개까지. 각종 반찬들과 찌개가 한데 어우러져 무지개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쌀밥과 보리밥 담긴 그릇이 손에 도착하면 각종 나물과 된장찌개 속 야채, 두부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까지 팍팍 넣고 비비는 그 순간에도 꼴딱꼴딱 침이 넘어간다. 완성된 비빔밥을 바삭하게 구운 고등어나 된장에 버무린 꽈리고추에 얹어 한 술씩 떠먹다보면 한 그릇 뚝딱 비우는 건 시간문제다. 배낭을 메고 식당에 들어선 등산복 차림의 40대 여성은 “아침 일찍 산행 후 시장에 들러 점심 한 그릇 하러 왔다”며 “살림살이하는 주부들은 밥값 걱정때문에 한 그릇 사먹는 일이 쉽지 않지만 여긴 4천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생선구이와 찌개까지 맛볼 수 있어 혼자서도 종종 찾아온다”고 말했다.특히 대화식당은 포항의 명물이라고도 불리는 `마약김밥`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포항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김밥`으로도 알려져 있을 정도. 특이한 김밥이기 보단 당근과 우엉, 어묵, 오이, 달걀 등 속 재료를 하나씩 직접 손질해 지지고 볶아 건강하고 맛있다는 점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비결이다.대학생 윤혜주(23·서울 용산)씨는 “경상도 음식은 맛이 자극적이라고 들었는데 죽도시장에서 칼국수와 함께 마약김밥을 맛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며 “조미료가 아닌 손맛이 담겨 그런지 짜지 않고 오히려 간이 입맛에 딱 맞다”고 웃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6-15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해결하는데 국수만한 메뉴가 없다. 요즘은 재료 구입이나 조리법이 비교적 쉽고 간편해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만 해도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시간이 흘러 차츰 밀가루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국수는 가벼운 주머니로 배부르게 식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가 됐다.남구 오천읍 문덕리의 `삼육식당`은 닭볶음탕, 삼계탕 등 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별미는 바로 `닭냉국수`다. 삶은 국수에 닭 가슴살 등 고명을 얹고 살얼음 육수를 부어 시원하게 먹는 것으로 뜨거운 여름 날 입맛 돋우는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먼저 삼육식당의 닭냉국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대기시간을 단단히 각오하고 찾아가야 한다. 특히 식사 시간대에는 번호표를 나눠줄 정도로 손님들이 북새통을 이뤄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세계에서 1인당 면(麵)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이자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면 소비율을 자랑하는 지역이 경상도라는 통계조사 결과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다.이처럼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장 큰 비결 중의 하나는 바로 가격이다. 한 그릇에 5천원으로 저렴한데다 양까지 푸짐해 직장인들의 얇은 지갑 사정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국수로 배고픔을 달래던 시절을 겪은 이들에겐 추억까지 선물한다. 이 집 닭냉국수의 특징은 차가운 얼음 육수 부은 면발 위에 닭고기와 오이, 배, 무절임, 달걀 등 각종 고명을 얹은 다음 고춧가루를 뿌려 마무리했다. 푸짐한 양에 한 번,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리는 감칠맛에 또 한 번 놀란다. 맛을 결정짓는 재료는 닭고기와 면이 전부다. 냉면이나 메밀 면과는 달리 깔끔한 국수 면발은 쫄깃한 닭고기와는 물론 구수한 육수와도 조화를 이룬다. 영양가로 치면 삼계탕에 버금가면서도 냉면만큼이나 시원해 여름철 가벼운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이유다.특히 꽁꽁 언 육수를 슬러시처럼 서걱서걱 곱게 갈아 얹어 면발과 닭고기의 탱탱함과 쫄깃함이 더욱 생동감 넘친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구수하고 담백한 맛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고루 인기가 좋다.반찬은 무절임과 고추가 전부이지만 닭냉국수와 이만큼 잘 어울리는 사이드메뉴도 찾기 힘들다. 식사 후 계산대에 마련된 땅콩캐러멜은 마지막으로 입안 가득 진한 달콤함을 전하며 향수(鄕愁) 어린 날을 달랜다.지난 주말 중학생 아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온 주부 정모(40·남구 오천읍 문덕리)씨는 “날씨가 더워져 도통 입맛 없어 하던 아이도 시원한 육수를 꼴깍꼴깍 들이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요즘처럼 물가가 비쌀 때 5천원으로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6-08
음식은 맛의 유무(有無)와 상관없이 감탄을 부른다. 예상을 뒤엎는 맛에 놀람을, 기대를 저버린 맛엔 실망을 담아 탄성을 지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피타이저부터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풀코스 요리를 맛볼 땐 음식의 가짓수만큼이나 가지각색의 감탄이 터지기 마련이다.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베스트웨스턴포항호텔 6층에 위치한 `파티오(Patio)`는 포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맛과 최상의 서비스, 최적의 가격으로 감탄을 유발한다. 광활한 영일대해수욕장의 경치 아래 고급스런 내부 인테리어를 갖춘 레스토랑이 선사하는 품격 있는 서비스는 특별한 식사를 꿈꿔온 이들의 감성까지 자극한다.최근 문을 연 파티오는 6월말까지 오픈스페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김문호 총주방장은 롯데호텔에 이어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부터 선수촌 식당에서 쌓아온 경력을 발휘해 각 메뉴를 구성했다.총 7번의 코스로 이어지는 오픈스페셜B 메뉴는 애피타이저인 훈제연어 샐러드로 그 시작을 알린다. 핑크빛 연어와 초록색 야채 등 각 식재료가 지닌 본연의 색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보는 눈을 먼저 즐겁게 한다.사과소스를 얹은 훈제연어에 허브와 양상추 등 야채를 담아 돌돌 말아 먹으면 새콤달콤한 소스와 함께 전해지는 아삭한 식감 사이로 한층 더 부드러워진 연어 살이 입맛을 돋우며 본격적인 감탄의 향연이 시작된다. 샛노란 빛이 눈길을 사로잡는 단호박크림수프는 걸쭉하지 않고 묽은 편이지만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조롱박 모양의 새알심을 넣어 쫄깃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부드럽게 목을 타고 내려간다.토마토, 오렌지 등 각종 과일과 야채를 넣고 마스카포네 치즈까지 더한 샐러드는 화려한 색감의 정점을 보여준다. 과일과 야채는 따로 먹어도 제 맛을 충분히 내지만 마스카포네 치즈를 한 점 얹어 먹으면 단맛은 줄어든 대신 담백함이 더해진다. 또 한 번의 감탄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메인요리인 쇠고기 채끝 등심 스테이크는 접시 가득 한 폭의 그림을 담아낸다. 마늘과 아스파라거스, 당근 등 각종 재료를 익혀내 더욱 풍부한 색감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등심과 어우러졌을 땐 한층 부드러운 식감까지 전한다.김문호 총주방장은 “포항시민들이 지방이라는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최고급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며 “야심차게 준비한 양갈비직화구이는 양고기에 첫 도전하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특유의 향은 잡고 육즙과 육질을 살렸다”고 말했다.영업은 오전 7시~10시 아침식사, 오전 10시~12시 브런치(Brunch), 정오~오후 3시 점심식사, 오후 5시~10시 저녁식사, 연중무휴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5-06-01
수많은 식당들 중에서도 고깃집을 떠올리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깨기란 쉽지 않다. 불판 위에 고기를 얹어 구워낸 뒤 야채를 곁들여 먹는 예상 가능한 맛에 대한 기억 탓이다. 그만큼 웬만해선 일부러 고깃집을 찾아가 먹을 만한 가치를 인정받기란 힘든 일이다.남구 대도동의 `하남돼지집`은 고깃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산산이 무너뜨리며 완벽한 고깃집의 끝판을 보여준다. 냄새와 연기로 가득한 일반 고깃집과는 달리 탁 트린 테라스를 갖추고 세련된 건물 구조를 자랑하는 이 곳은 간판에서부터 자신감을 드러낸다. `비교하라! 대적할 상대가 없다!`하남돼지집의 당당함은 차원이 다른 육질(肉質)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은 한돈판매인증점으로 도축 후 48시간 이내의 신선한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맛볼 수 있다. 삼겹살, 목살, 생갈비로 구성된 모듬한판 또는 갈매기살, 가브리살, 항정상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특별한판도 준비돼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메뉴로 꼽히는 삼겹살은 비계와 살코기의 환상적인 비율로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며 남녀노소의 입맛을 사로잡는다.고품격 돼지고기인 만큼 초벌구이를 선택해 육즙까지 꽉 잡았다. 주문한 고기는 백두산 참나무로 만든 숯으로 500도에서 약 10~15분 구워낸다. 덕분에 테이블 위 불판에 고기를 얹어 구울 때에도 육즙을 그대로 머금고 있어 한우에 버금가는 풍미와 식감을 선사한다.마지막 한 점까지 고기를 굽는 일은 직원들의 몫이다. 손님들이 고기를 맛보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이 끝까지 육즙을 책임지는 것이다. 숙련된 기술을 자랑하는 이들은 불판의 상단에 고기를 얹고 하단엔 김치와 버섯 등 올려 육즙을 최대한 활용해 모든 재료를 맛있게 구워낸다. 정형화된 크기와 모양으로 고기를 자르는 동시에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뒤집는 예사롭지 않는 손놀림에 눈으로 맛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구워진 고기는 입맛대로 여러 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맛보면 된다. 소금이나 쌈장 등 양념 없이 오로지 고기만 입안에 넣으면 씹을수록 육즙이 펑펑 새어나온다. 매끈한 명이나물에 돌돌 말아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짭조름한 양념고기까지 연상시킨다. 육즙 맺힌 고기는 상추와 깻잎, 구운 김치와 버섯, 양파간장절임에 곁들어 먹을수록 속절없이 사라져간다.아무리 고기를 맛있게 먹어도 식사가 시원찮으면 만족도가 떨어지는 법이다. 이 집은 찌개와 국수 등 식사메뉴가 다양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살얼음 동동 띄워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김치말이국수야말로 속을 개운하게 달래는데 제격이다. 오징어와 쭈꾸미, 홍합 등 해산물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중국식 매운 짬뽕탕은 술안주로 곁들이기에 손색이 없다.하남돼지집 포항죽도점 오화정 대표는 “고깃집이지만 고품격 서비스까지 갖춰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최상의 숯불 돼지구이를 맛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문의 054-275-1762, 오후 5시~새벽 3시, 연중무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5-11
가정에서 흔히 해먹을 수 없는 대표적인 음식 중의 하나가 바로 청국장찌개다. 특유의 냄새로 인해 자칫 이웃의 미간까지 지푸릴 수 있어 해 집에서는 감히 조리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요리로 꼽힌다.`고등어청국장정식` 맛집으로 알려진 남구 대이동의 `약선가`는 건강함과 다양함을 담아 낸 전통음식점이다. 여기에 파전과 수육, 야채쌈 등 여러 요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요것조것한상` 메뉴는 이름에 재미까지 더했다.이 집의 특징은 냄새가 강한 요리에 대한 편견을 깬 점이다. 대표메뉴가 청국장찌개라는 사실은 소문을 듣고 찾아가거나 메뉴판을 직접 보기 전까진 눈치 채지 못한다. 실제로 식당에 들어설 때나 주문 후에도 주방에서 청국장을 끓이고 있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한다.이 집 청국장은 가마솥에 직접 콩을 넣고 삶아 만들어 되직함을 더하는 동시에 감자와 두부, 각종 야채와 냉이 등을 푸짐하게 넣어 꾸덕꾸덕함까지 살렸다. 한 술 떠 맛보는 순간조차도 청국장 고유의 강한 냄새 대신 재료의 풍미 그대로 고소함과 담백함만 입안을 맴돈다.고등어구이 역시 청국장만큼이나 비린내 없이 재료의 매력만을 최대한 살려 조리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아래팔 크기만한 고등어의 표면은 보디빌더의 매끈한 몸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생선 속살 사이사이로 생선기름이 촉촉하게 배어 있어 혀의 감촉을 더욱 부드럽게 한다. 생선살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면서 간도 짜지 않아 청국장과 함께 비빈 밥과 그야말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재료 하나하나 엄선해 만든 반찬 역시 정성 담긴 손맛을 전한다. 오가피장아찌와 도토리묵, 호박전, 콩나물과 미역 등 각종 나물무침까지 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해 자극적이지 않아 오히려 가정식보다 더 건강하게 느껴진다. 주부 연미희(35·남구 해도동)씨는 “남편이 청국장을 좋아해 집에서 요리해주고 싶어도 발효냄새에 대한 거부감으로 엄두가 나질 않았다”며 “이 집 청국장찌개는 된장찌개보다도 냄새 걱정 없이 맛볼 수 있어 전통음식을 즐기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문의 054-275-5501, 오전11시~밤 10시, 브레이크타임 오후 2시30분~4시30분,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5-04
안주야말로 술을 가장 술답게 한다. 맛깔스러운 안주가 없다면 최고의 술도 없다. 여기에 좋은 사람과 멋진 경치가 더해진다면 최상의 술상이 펼쳐진다. 북구 영일대해수욕장을 따라 나란히 늘어선 건물들 사이로 옹달샘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작고 오목한 틈에 자리 잡은 `깊은산속옹달샘`은 재료와 조리법이 신선하고 특이한데다 맛까지 좋아 구미는 물론 술맛까지 당기는 곳이다. 특히 이 집 대표메뉴인 코다리찜은 특별한 비법으로 조리해 애주가는 물론 `물 마시러 온 토끼`의 입맛까지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다.우선 옹달샘코다리찜을 맛보기 전 그동안 혀에 익숙해진 코다리찜을 잊어야 한다. 어떤 상상도 빗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첫 등장부터 평소 접하던 코다리찜과는 다르다. 해물찜이나 아구찜처럼 쟁반 가득 콩나물을 수북이 얹어내 그 속을 전혀 알 수가 없다.숨바꼭질 하듯 꽁꽁 숨은 코다리를 찾아 젓가락으로 콩나물 사이를 비집어 빨간 양념 발린 코다리를 한 입 베어 물면 야들야들한 생선살에 대한 기대는 무참히 무너지고 바삭함이 먼저 전해진다. 곧이어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양념 맛이 혀로 전해지면서 그제야 촉촉하고 꼬들꼬들한 생선살이 씹히기 시작한다. 튀김옷을 입혀 살짝 튀겨냈으며 속살은 너무 연하거나 뻣뻣하지 않고 적당히 야들야들하다. 양념치킨처럼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바로 이 맛이 술맛까지 당기게 하는 옹달샘코다리찜의 비결이다. 또 하나의 비법은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전하는 콩나물이다. 일반 코다리찜과는 달리 조리 시 콩나물과 채소를 함께 넣지 않고 따로 요리해 생선과 양념이 지닌 고유의 풍미를 최대한 살렸다. 야채는 따로 살짝 데쳐 씹는 맛만 최대한 살려내 생선살의 식감과 잘 어우러지도록 조리했다. `건강한 요리`를 추구하는 옹달샘의 모토답게 코다리찜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 또한 천연조미료를 사용한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굽거나 말려 빻아 분말로 만들어 천연조미료로 사용해 감칠맛을 내는 것이다. 덕분에 맛이 맵거나 짜지 않아 입 안은 물론 속까지 편안하다. 여기에 사과와 배, 키위 등 과일과 매실액까지 동원해 단맛까지 지원한다. 된장찌개와 물김치, 나물무침 등 코다리찜과 함께 제공되는 각종 반찬들 역시 천연양념으로 조리해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주부 문라희(34·남구 문덕)씨는 “옹달샘코다리찜은 영양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 중인 남편과 함께 부담 없이 술 한잔하기 좋은 안주”라고 전했다.계산대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 든 이승태 사장은 “얼마전 인기가수인 윤민수, 신용재가 콘서트때 우리 가게에 들러 코다리찜을 맛보고 극찬했다”며 “좋은 재료와 천연양념을 사용해 만든 건강한 음식을 곁들어 최고의 술맛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문의 054-232-1200, 오전11시30분~새벽2시, 연중무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4-27
`죽음과도 바꿀 만한 맛`으로 불리는 복어는 바다요리의 최고 재료로 꼽힌다. 우스꽝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맛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생선 중의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복어를 먹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맹독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긴장감이 더해져 입 안 가득 생선 특유의 풍미와 함께 혀끝까지 떨림을 전하기 때문이다. 남구 연일읍의 `서화정`은 복지리부터 복불고기, 복튀김 등 복어요리 전문점이다. 특히 이 집 대표메뉴로 꼽히는 `밀복지리`는 오직 복어 생선살과 국물 맛을 살려 조리해 입맛을 유혹한다.복어는 다른 어떤 조리방법보다도 지리로 요리했을 때 제 맛을 발휘한다. 특히 이 집 밀복지리는 겉보기엔 단출해 보이지만 최소의 재료들로 최대의 맛을 끌어낸 것이 특징이다. 맑은 국물은 시각, 향긋한 미나리는 후각, 쫄깃한 생선살은 촉각, 아삭하게 씹히는 콩나물은 청각을 맡아 최상의 미각으로 최고의 오감을 완성한다.팔팔 끓는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밀복지리는 한 눈에 봐도 맑은 국물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며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청량감을 전한다. 덕분에 뚝배기 속 미나리와 복어, 콩나물로 이뤄진 3단이 층층이 훤히 내비쳐 오히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첫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국물 한 숟가락 맛보면 `아차!` 싶다. 사이다처럼 톡 쏘는 청량감 대신 깊은 산속 약수 한 모금이 전하는 듯한 개운함에 숟가락은 입과 뚝배기를 반복해 오간다. 복어 생선살의 식감 또한 젓가락에게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살이 야물고 튼실한 복어는 비교적 젓가락으로 쉽게 발라먹을 수 있는데다가 통통하고 쫄깃한 식감이 씹는 즐거움을 더한다. 와사비를 푼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복어살 사이사이로 틈틈이 전해지는 짭조름한 맛이 두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리게 만든다.여기에 각종 반찬까지 가세해 입 속으로 복을 전한다. 특히 복어 살을 발라 여러 나물들을 곁들여 먹으면 그 풍미가 배가 된다. 그 중에서도 상추와 당근, 양파 등을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겉절이야말로 구미를 당기게 한다.직장인 이동구(41·남구 효자동)씨는 “말간 국물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밀복지리는 복어 요리의 최고봉”라며 “미나리의 알싸한 향과 콩나물의 시원한 맛이 더해져 숙취와 해독에도 제격”이라고 말했다.(문의 054-285-2020, 오전9시~오후9시30분,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4-20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제일 먼저 버림받는 것도 저들이다`시인 도종환은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에서 시래기의 헌신을 노래했다. 흔히 시래기는 남은 채소를 말린 것쯤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건조 과정을 통해 숙성을 겪은 시래기는 그 어떤 식재료보다도 깊은 맛을 자랑한다.남구 대잠동의 `진달래산천`은 시청 근처 식당들이 즐비한 곳에 홀연히 자리 잡아 도심 속 자연을 머금은 듯한 공간이다. 내부가 비교적 넓지 않은데다 각종 그림과 서예 작품들로 벽면을 꾸며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하고 아늑한 전통찻집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이 집 별미로 꼽히는 무청 시래기밥은 자연 담은 각종 반찬들과 함께 한상 차려져 입맛을 유혹한다.소박한 접시에 담겨져 나온 각종 나물들은 봄의 완연한 기운을 생생하게 전한다. 살짝 데친 두릅은 본연의 향을 그대로 머금고 있으며 매콤하게 무친 미나리도 제 향을 온전히 품은 채 담아냈다. 된장에 버무린 시래기나물과 특유의 향 간직한 재피나물까지 봄꽃축제만큼이나 화려한 봄나물 향연이 펼쳐진다. 퍼슬퍼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반들반들 윤기 뽐내며 등장한 무청 시래기밥은 봄나물 향연을 더욱 빛낸다. 채소의 잘 익은 맛이 배어 있는 무청 시래기는 밥알 사이사이로 단맛을 포갠다. 굳이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지 않아도 제 맛을 발휘하는 이유다. 목 넘김까지 부드러워 남녀노소 간편한 영양식으로도 제격이다.밑반찬의 구성과 맛 또한 구색을 갖췄다. 각종 야채와 두부가 두드러진 된장찌개는 시래기밥과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무를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한 도루묵조림 또한 시래기밥의 담백한 맛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간장에 조린 우엉조림까지 어느 것 하나 맵거나 짜지 않아 자극적인 맛은 찾아볼 수 없다. 심심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잠을 잔 듯 개운하다.덕분에 이 집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려는 40~50대의 단골들이 주를 이룬다.주부 황정연(41·남구 연일읍)씨는 “시래기밥 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들이 정갈해 이곳으로 옮기기 전 오천에서 운영할 때부터 단골이었다”며 “특히 이 집은 옥수수막걸리가 맛있어 비오는 날 여고동창생들과 자주 찾는 아지트”라고 말했다.(문의 054-293-4440, 정오부터 자정까지 운영,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4-13
포항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궁물촌`은 대합실만큼이나 다양한 복장을 갖춘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 곳이다. 배낭을 멘 연인부터 넥타이를 맨 직장인,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 조끼를 갖춰 입은 택시기사까지. 다들 각양각색의 차림새이지만 오직 단 한 순간, 주문할 때만큼은 미리 입을 맞춘 듯 `소고기국`으로 하나 된다. 이 집은 국내산 한우 1등급 갈비를 사용해 정성 담긴 맛과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2대째 내려오는 오랜 전통이 국물 맛에 배어 있는데다 아낌없이 재료를 그릇에 담아내 시민들은 물론 지역을 오가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둥글고 넓적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소고기국은 가장 먼저 튼실한 소고기 고명이 눈길을 끈다. 수북이 담긴 콩나물과 나박나박 썰어 넣은 무 사이로 제법 두툼하고 큼지막하게 토막낸 소고기가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부터 유혹한다. 실제로 이 집 단골들은 국물에 밥을 말기 전 우선 고기부터 몇 점 건져내 배추에 올려 쌈을 싸 먹는다. 오동통한 소고기의 쫄깃한 식감이 배추의 아삭함과 어우러져 애피타이저로서도 손색이 없다.빨갛지만 맵거나 짜지 않고 오히려 고기육수의 구수하고 개운한 맛에 자꾸만 들이키게 되는 국물 또한 이 집 소고기국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덕분에 밥을 말아 넣은 소고기국밥은 각각의 재료들 중 어느 것 하나 이질감 없이 입 안에서 어우러진다. 국물과의 혼연일체를 자랑하는 밥알들은 사각사각 씹히는 깍두기와도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목구멍으로 술렁술렁 넘어간다. 소고기국 주문 시 `단짝`을 이루는 만두 또한 인기메뉴로 꼽힌다. 얇은 만두피가 다진 고기와 야채를 부드럽게 감싸 식탁과 뱃속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관광객 김하랑(24·부산시 진구)씨는 “소고기국에 밥을 말아 먹는 국밥이야말로 진정한 패스트푸드이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든든한 한끼”라며 “일반 소고기국과는 달리 소고기가 두툼해 식감이 남달라 `밥심`이 단단해졌다”고 웃었다.(문의 054-273-9777, 24시간 운영, 연중무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4-06
`낯선 도시에서 식당을 찾을 땐 관공서 주변을 검색하라!`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격언`이다.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관공서 직원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야말로 진정한 맛집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물며 각 읍·면·동사무도 등 수십 년간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킨 토박이들의 추천이라면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북구 학산동의 `방자식당`은 인근 관공서 직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이끌고 가는 맛집으로 알려져있다. 막상 두 눈 크게 뜨고 찾지 않으면 출입문을 쉽게 지나칠 정도로 허름한 외관을 갖고 있지만 정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셔츠와 넥타이 등 잘 차려 입은 직장인들이 테이블을 메우고 있다. 이 집의 인기메뉴인 `생대구탕`은 맑은 국물의 지리에 가깝다. 뚝배기에 육수를 붓고 무와 콩나물, 미나리 등 각종 야채를 넣고 끓여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대구탕의 국물 맛은 어떤 대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싱싱한 대구를 사용해야 특별한 양념이나 조리없이도 시원한 국물 맛을 낼 수 있다. 평범한 듯 특별할 게 없지만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게 조리한 것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특히 이곳은 음주 후 이 집 대구탕의 국물 맛을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이들의 발길이 유난히 잦다. 시원한 국물이 숙취 해소는 물론 속을 편안하게 달래줘 직장인 남성들의 회식 다음 날 점심식사 코스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구수한 국물이 위장을 달구기 시작하면 손님들이 하나 둘씩 정장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고 연신 탄성을 내지르는 모습이 연출된다.직장인 이모(57·북구 양덕동)씨는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친구덕분에 이 집 대구탕을 맛본 후 그 맛에 사로잡혀 10년째 단골”이라며 “일부러 이 집 대구탕 먹으려고 전날엔 항상 술을 마신다. 어제는 술을 좀 더 마실 걸 그랬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대구 살을 발라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오동통한 대구 살이 입 안 가득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사이 앙상한 뼈만 층층이 쌓여간다. 각종 나물무침부터 생선회, 문어숙회 등 식탁에 차려진 반찬들도 독특한 맛을 낸다.(문의 054-242-3579, 오전 11시30분~오후 8시30분, 연중무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3-30
주부들의 입맛은 대체로 까다롭다. 한 숟가락만으로도 재료에서부터 양념까지 척하면 척이다. 가족을 위한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의 결과 엄격해진 입맛이 혀끝에 남은 것이다.북구 흥해읍의 `흥해참숯석갈비`는 까다로운 입맛 자랑하는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맛집이다. 참숯 향 머금은 돼지석갈비 맛에 아직 못 가본 주부는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주부는 없을 정도다. 식재료에서부터 메인요리의 맛과 양 등 주부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속속들이 배치해 재방문율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집은 일단 한상차림이 푸짐하다. 상추와 깻잎, 고추 등 싱싱한 각종 야채가 한 편을 차지하고 새콤달콤한 드레싱 얹은 샐러드와 겨자 넣어 버무린 양배추, 불판에 지글지글 끓는 콘치즈, 빨간 양념에 퐁당 빠뜨린 게장까지 차례대로 등장한다. 이어 계란찜, 단호박찜 등 각종 영양소 고루 갖춘 반찬들로 한상 가득 빈틈없이 메워진다. 인기메뉴인 `돼지석갈비`는 직화로 구워내 조리시간이 걸리지만 고기의 맛과 향을 더하고 손님들의 고기 굽는 번거로움은 던 것이 특징이다. 불판 위에서 모락모락 연기 휘날리며 등장한 돼지석갈비는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깊게 배인 참숯 향으로 식탁을 가득 채운다. 곱게 썬 양파와 버섯을 방석삼아 직화구이 한 돼지석갈비를 담고 얇게 썬 피망 한 조각까지 얹어 마무리해 감성까지 만족시킨다.단골들은 메인요리인 돼지석갈비 등장과 동시에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불판 한 편에 마늘을 얹고 배추김치까지 잘게 썰어 올려 둔 다음 살짝 익혀 고기와 함께 먹는 것이 돼지석갈비를 꽤 먹어본 이들이 말하는 비법이다.간장 양념에 촉촉하게 버무려 참숯불에 자글자글 구워낸 직화 돼지석갈비는 남다른 풍미로 젓가락질을 재촉한다. 달착지근한 양념 맛과 함께 바삭한 질감과 지방이 살짝 구워진 고소한 맛이 전해진다. 칼집을 낸 고기 사이사이로 `불맛`이 배어있어 끝맛까지 담백하다. 각종 쌈 야채 등 어떤 재료와 함께 곁들어 먹느냐에 따라 다양한 식감과 완벽한 어울림을 자랑한다.밥을 주문하면 식탁에 함께 올라오는 된장찌개는 1인당 작은 뚝배기에 담겨져 나와 비교적 간편하고 깔끔하게 맛볼 수 있다. 비계가 거의 없어 살이 꽉 차고 찰진 돼지석갈비의 뒷맛을 된장 국물이 개운하게 감싼다.주부 김모(36·남구 오천읍)씨는 “고기가 구워져 나와 아이를 돌보며 고기를 굽지 않아도 돼 편하게 식사하기 좋은 곳”이라며 “돼지석갈비 양념이 많이 달지 않고 담백해 친정엄마 생신 때 모시고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문의 054-262-0733, 오전 11시40분~오후 9시까지, 브레이크타임 오후 3~5시까지,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3-23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살아간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먹기 위한 대상으로만 보기에는 꽤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각각의 요리에 담긴 내력을 추적하다보면 역사와 문화를 넘어 그 속에 담긴 지혜와 배려까지 마주치게 된다.자장면과 짬뽕에 이어 중국집의 대표적인 면 요리로 꼽히는 `야끼우동`의 내력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지역의 화교 요리사였던 장유청씨는 중국식 볶음우동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발하고자 고심한 끝에 생강 대신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고 해산물과 야채까지 곁들여 야끼우동을 완성했다. 특히 대구 사람들의 맵고 짠 입맛을 사로잡아 `대구 10미(味)`에도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북구 죽도동의 중화요리전문점 `동원`은 원조 야끼우동을 보다 덜 맵고 덜 짜게 만들어 `포항판 매운 우동볶음`을 자랑한다. 이 집의 단골인 중·장년층의 입맛을 고려해 요리 속 자극적인 맛은 줄이고 담백함을 더해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야끼우동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붉은 양념이 발하는 윤기에 군침이 돌고 속살 훤히 내비친 각종 해산물과 야채에 눈길마저 사로잡힌다. 마늘과 고춧가루로 만든 매운 양념에 오징어와 새우 등 해산물과 버섯, 호박, 양파 등 야채를 넣어 센 불로 볶아 국물 없는 짬뽕과 가장 비슷하다. 원조 야끼우동은 양념에 버무린 재료와 면을 각각 조리한 뒤 마지막에 한데 섞어 강한 불에 한 번 더 볶아낸다. 반면 이 집은 접시 위에 면을 먼저 담고 그 위에 조리한 재료를 얹어낸다. 덕분에 면과 재료를 버무리는 재미는 온전히 젓가락을 쥔 주인의 몫이다.강렬한 인상만큼이나 맛 또한 매력적이다. 입안에는 해산물과 야채, 면발이 어우러져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이 전해지는 가운데 두 콧속은 깊고 그윽한 불맛으로 메워진다. `도대체 이 맛은 뭐지?`라는 궁금증으로 머릿속이 분주해지는 사이 어느새 칼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감칠맛만 혀끝에 남는다. 이 오감을 자극하는 맛은 매콤하면서 담백한 뒷맛으로 구미를 당기며 젓가락을 내려놓을 때까지 도돌이표로 이어진다.직장인 손모(36·북구 환여동)씨는 “매번 고민하는 `자장면이냐 짬뽕이냐`선택지에 야끼우동까지 가세해 고르기가 더 힘들어졌다”며 “이 집 야끼우동은 특유의 풍미는 최대한 살리면서 너무 맵거나 짜지 않아 볶음면의 매력이 돋보이는 요리다”라고 말했다. (문의 054-278-8389, 오전11시30분~오후9시,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3-16
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면 매운탕이나 찜, 조림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업소는 제법 많다. 전국에 매운탕만큼은 나름 내로라하는 민물고기 식당들도 부지기수다. 안동댐과 임하댐의 넓은 호수에 강을 낀 안동에는 아주 특별한 매운탕집이 있다.김성동(61)·장경희(61) 동갑네기 부부가 운영하는 `왕고집매운탕`이 바로 그곳이다.안동시 외곽 임동면 사월리에서 태어난 김씨. 원래 농사가 주업이었던 그는 농지가 안동댐에 모두 수몰되면서 어부 생활을 시작했다. 바로 집 앞이 물로 가득하니 일소를 팔아 배와 어구를 마련하면서 물고기와의 인연은 자연스레 이어졌다.20여년 전 민물고기 전문 매운탕집도 차렸다. 안동시 용상동 변두리에 위치한 이곳은 낙동강 최상류 청정 민물고기를 잡아 모래무지 잡어 매운탕, 꺽지 도리뱅뱅, 쏘가리찜 등 각종 맛깔스런 음식으로 둔갑시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성품이 원래 착해서 그런지 김씨는 물고기 잡는 데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날그날 팔 수 있을 만큼만 잡아와 다 팔면 식당 문을 닫고, 또 물고기 잡이에 나선다.고집스럽게도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냉동이 아닌 생물만 쓴다고 해서 간판 이름도 `왕고집매운탕` 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집에는 별도의 물고기 보관용 냉동고조차 없다.“오래 됐거나 얼린 물고기와 갓 잡은 물고기로 만든 매운탕 맛을 비교해 보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사실을 미식가들이 더 잘 알지요” 부인 장경희씨가 나름 자신있게 소개한 각종 민물고기 요리를 접해보니 그나마 미식가들이 추천하는 이유가 이해됐다. 먼저 모래무지, 꺽지, 동자개 등을 넣은 잡고기 매운탕은 기름기가 거의 없어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해 탄성이 절로 나왔다. 흔한 메기 매운탕과는 차원이 달라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일명 `꺽지 도리뱅뱅이`는 이름도 별난 것처럼 맛도 별미 중에 별미다. 기름에 튀긴 꺽지를 꾸덕꾸덕하게 말린 다음 프라이팬에 타원 형태로 깔고 고추장 양념을 얹어 구워낸 것이다. 바삭한 식감에다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어울러져 안줏감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갖은 야채를 고명처럼 얹고 쏘가리를 푹 쪄낸 후 갖은 양념으로 간을 맞춘 쏘가리찜은 갓 잡아 올린 신선함 때문인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가끔 김씨가 물고기를 잡다가 부수입으로 마련한 고소하게 볶은 민물새우와 감칠맛 나게 삶은 다슬기도 음식이 나오기 전 덤으로 맛볼 수 있다.이 집의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단연 모래무지만으로 끓인 매운탕이다. 적어도 사나흘 전에 예약해야 가능하다.예약문의:054-822-6950, 011-822-6950./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2015-03-13
면발이 서로 얽히고설킨 칼국수는 온기(溫氣)를 품은 요리다. 펄펄 혹은 팔팔 끓는 즉흥적인 뜨거움으로 금방 식어버리는 요리와는 다르다. 칼국수의 따뜻한 기운은 마지막 국물 한 모금까지 은은하게 퍼진다. 뜨거운 여름이나 차가운 겨울보다도 계절이 바뀌는 간절기에 칼국수의 진가가 발휘되는 이유도 바로 이 온기 덕분이다.남구 상도동의 `대홍바지락칼국수`는 싱싱한 바지락을 넣고 끓인 뜨끈한 칼국수로 손님들의 몸과 마음 깊이 온기를 넘어 정기(精氣)까지 불어 넣는다. 바지락을 품은 칼국수 역시 `즉흥적인 뜨거움`과는 거리가 멀어 인내는 필수다. 허기진 배를 향해 메뉴판까지 나서 양해를 구한다. `바지락칼국수는 조리시간이 약 15~20분 정도 소요 됩니다`전북 고창에서 들여온 바지락을 넣어 끓인 이 집 칼국수는 온전히 바지락에만 충실했다. 국수 외엔 파와 고추를 채 썰어 띄운 것이 전부이지만 바지락만큼은 그릇 가득 푸짐하게 담았다.바지락에 치여 국수를 건져 먹는 것조차 벅찰 정도다. 국물 속 바지락은 윤기를 자랑하며 건강미를 뽐낸다. 보드라운 조갯살을 발라내 쫀득한 국수 면발로 휘감으면 온기가 더해진 바지락은 더욱 쫄깃해진 식감으로 화답한다.여기에 바지락칼국수의 화끈한 국물 맛은 손님들의 이마와 콧등의 땀샘까지 자극한다. 바다의 천연 조미료로 불리는 바지락은 육수로 우려지면서 국물 속 시원함과 감칠맛을 더한다. 이 집은 매운 고추까지 채 썰어 넣어 바지락 육수의 풍미를 더해 칼칼하고 개운한 국물을 완성했다. 배추김치 등 특별할 것 없는 반찬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하얀 단무지다. 무를 통째 썰어 직접 담근 단무지는 크기와 두께, 맛 모두 일반적인 노란 단무지와의 비교를 거부하며 정성이 깃든 손맛을 자랑한다. 자꾸만 구미를 당기는 새콤한 맛이 칼국수와 제법 잘 어울려 단골들 사이에서는 화젯거리다.산행을 좋아한다는 임모(58·남구 송도동)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바지락칼국수를 먹어봤지만 이 집은 특히 국물이 깊고 진해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이라며 “바지락이 해장에도 탁월해 회식 다음 날이면 얼큰한 국물 맛 보러 온다”며 웃었다.(문의 054-275-6361, 오전 11시30분~저녁 9시까지,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3-09
놀람의 연속이다. 화려한 네온사인 건물과 장엄한 고층 아파트로 메워진 포항시 북구 양덕동. 양덕정수장 방향으로 굽이굽이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층 낮아진 공기가 콧속으로 스며드는 순간 고급스런 한옥과 마주하게 된다. 주변에서 오리 우는 소리까지 들린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다. 오리고기 맛집인 불미골오리 식당이다.이곳은 오리참숯구이와 오리불고기가 유명한 집이지만 단골들이 말하는 `진짜 맛있는 요리`는 따로 있다. 먹어본 사람들만이 그 진가를 알고 주문한다는 가마솥더덕비빔밥이다. 오리고기 집에서 먹는 가마솥더덕비빔밥이라니, 반전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이다.주문과 동시에 단장을 시작한 가마솥더덕비빔밥은 맛보는 데까지 약 20분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화장에서부터 머리, 옷 스타일까지 웬만한 여성들의 외출준비와 맞먹는 시간이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만큼이나 가마솥더덕비빔밥은 최상의 맛을 준비한다.가마솥에 지은 밥은 비벼 먹기 좋도록 큰 대접에 담겨 나온다. 청송 약수로 지은 밥이라 윤기부터 예사롭지 않다. 참기름 향조차 찾아볼 수 없이 그릇 가득 오직 나물의 온전한 향으로만 채웠다. 더덕과 콩나물, 당근 등 각종 나물은 잘게 썰어 먹기 좋게 만들었다. 덕분에 비빌 때도 잘 비벼지고 숟가락으로 한 입에 떠먹기에도 편하다. 식당 주변에 놓인 장독대로 맛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고추장은 맵거나 짜지 않아 밥에 비벼 먹으면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다. 여기에 두부 넣어 끓인 된장찌개 몇 술까지 떠 넣어 함께 비벼 먹으면 더덕비빔밥 완성이다.각종 반찬들 역시 구색을 맞춰 비빔밥의 풍미를 더한다. 고사리와 시금치, 취나물무침부터 버섯전, 도라지북어무침, 각종 장아찌에 살얼음 띄운 물김치까지. 자연을 머금은 맛에 빠져들수록 빈 접시만 켜켜이 쌓여 간다. 이 중 단연 으뜸인 더덕양념무침은 깊고 그득한 더덕 향이 일품이다. 이 기막힌 한상차림의 피날레는 가마솥의 못다 한 열정으로 우려 낸 맑은 숭늉의 몫이다.직장인 백승태(36·북구 장성동)씨는 “상쾌한 공기 속에서 특유의 맛과 향으로 입맛 살리는 가마솥더덕비빔밥까지 맛보니 이곳이야말로 몸과 마음까지 달래는 힐링 플레이스다”라며 웃었다.(문의 054-253-5252, 오전 11시30분~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3-02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세상 만물도 사람의 마음도 사랑의 약속도 시간이 흐를수록 변해간다. 하지만 47년째 변치 않는 맛을 자랑하는 전통식당이 있다. 남구 이동의 `외바우`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1968년부터 지금까지 47년째 철판볶음부터 한우전골, 양념구이, 안주류까지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로 두터운 단골층을 확보하고 있다.식당 내부는 일련번호가 적힌 방으로 각 공간이 구분돼 있어 가족, 친구, 연인 등 일행과 함께 구분된 공간에서 비교적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다.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담아 냈다. 달콤한 맛으로 아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단팥죽부터 향을 그대로 머금은 각종 나물 무침과 새콤달콤한 유자청 드레싱을 올린 샐러드, 튀김옷이 얇아 더욱 바삭함이 전해지는 고구마와 호박 튀김까지. 덕분에 `리필`을 요청하는 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외바우의 대표메뉴인 철판볶음 요리는 입맛에 따라 매운 맛의 정도를 3가지로 나눠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손님들의 인기가 가장 높은 버섯낙불삼철판볶음 요리는 국내산 삼겹살과 낙지를 매콤한 소스에 버무린 다음 그 위에 각종 버섯을 올리고 홍고추, 청고추까지 얹어 한껏 멋을 내 마무리했다. 지글지글 끓는 불판 위에 각종 재료와 양념이 한데 어우러지기 시작하면 버섯낙불삼철판볶음의 새빨간 유혹이 시작된다. 불세기를 조절해 자작하게 졸인 뒤 요리가 완성되면 각종 재료와 함께 곁들어 먹는 재미가 찾아온다. 먼저 상추에 큼지막한 낙지, 양념 배인 삼겹살과 버섯을 얹어 한 입 크게 쌈을 싸먹으면 향긋한 상추향과 함께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각종 재료들이 어우러져 맛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살짝 데친 콩나물과 곁들어 먹으면 아삭한 식감은 더해지고 혀끝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뒷맛까지 전해진다. 아예 콩나물이 담긴 대접에 밥 한공기 넣어 철판볶음 한 국자 덜어 비벼 먹어도 된다. 단골들은 이 집 철판볶음 요리를 일컬어 자꾸만 구미를 당기는 매콤한 맛과 푸짐한 양 덕분에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철판에 남은 양념에다가 밥을 넣고 비빈 다음 김 가루까지 듬뿍 얹어 완성된 볶음밥이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주부 한모(44·북구 흥해읍)씨는 “쭈꾸미나 낙지 등 요즘 유행하는 볶음 요리들에 비해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기분 좋은 매콤함과 함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구미를 당기게 한다”고 말했다.(문의 054-272-2782, 월요일~토요일 오전11시~자정까지, 일요일 오후10시까지, 연중무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2-23
“복잡한 방정식처럼 까다로운 공대생들의 입맛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니까요! 뛰어난 음식 맛은 물론이고 아늑한 가게 분위기에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까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가 없어요”남구 효자동의 `아지매순대국밥`은 인근 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꽤 소문난 맛집으로 통한다. 볶음과 전골 등 순대로 만든 각종 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얼큰순대국밥`의 인기가 대단하다.이 집은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평범해 보이는 외부 간판과는 달리 파스텔 톤의 벽지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내부 인테리어는 일반 순대국밥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국밥집을 찾아 왔는데 카페에 들어온 듯 착각할 정도.대표메뉴인 얼큰순대국밥은 이름에서처럼 얼큰한 국물 맛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매콤한 맛이 더해진 국밥은 한층 더 구수한 육수를 자랑하고 순대와 각종 내장, 머리고기 등 각종 재료의 식감도 배로 살렸다. 담백한 육수와 고소한 순대가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여기에 양파가 들어간 부추무침을 듬뿍, 새우젓은 약간 넣은 뒤 국물을 저어 먹으면 좀 더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혀끝으로 전해진다. 돼지고기와 내장 등은 쫄깃한 식감을 뽐내고 동시에 깍두기의 아삭함까지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요구르트로 알싸해진 입안을 진정시키고 나면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절로 치켜 들게 된다. 주부 장모(56·북구 양덕동)씨는 “남편이 이 집 국밥이 하도 맛있다고 얘기하기에 북구 끝에서 남구까지 먼 길을 달려 왔다”며 “평소 기름진 국물 맛이 느끼해 순대국밥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 집 얼큰순대국밥은 다음번엔 아들, 딸까지 데리고 와 먹이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고 말했다. (문의 054-272-1911, 오전 11시~오후 8시30분, 토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2-16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完生)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인기드라마 `미생`에서 인턴 장그래가 계약직 사원으로 합격하자 오상식 차장이 던진 이 한마디는 드라마가 종영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오 차장은 업무에 지치고 상사에게 치이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독이며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사골을 넣어 푹 끓여낸 곰탕은 국물의 농도에 따라 얼마나 긴 시간동안 역경을 버텨왔는지 말해주는 요리다. 곰탕의 하얗고 뽀얀 국물 색깔이 곧 `완생`을 향해 얼마나 오랜 시간 버텼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남구 상도동 상대종합시장 입구에 있는 `명품한우곰탕`은 최근 개업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집 국물 맛에 대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지난 10년간 식육점을 하면서 팔던 곰탕이 인기를 얻자 본격적으로 식당을 차려 `맛집`에 도전했다. 오랜 식육점 경력이 깊고 구수한 국물 맛을 보장한다.우족탕과 곰탕이 대표메뉴인 이곳은 이미 단골들 사이에선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진한 국물을 우려내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사골 등 오로지 건강한 재료를 넣어 장시간 푹 고아 내 국물이 진하고 뽀얀 것이 특징이다.우족탕은 팔팔 끓인 국물을 뚝배기에 담아 송송 썬 파를 함께 띄워 낸다. 진한 국물은 맑고 기름지면서 뒷맛이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누린내 없이 담백한 국물 맛이 진국이다. 여기에 탄력 좋은 육질이 살아있는 고기의 식감이 명품한우곰탕의 품격을 더한다. 국물에 소면을 말고 깍두기 국물까지 살짝 넣어 밥 한 공기 말아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뜨끈한 국물이 배인 밥 한 숟갈에 된장 찍은 고추 한 입 베어 먹으면 두말 할 것도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게 된다.점심시간 직장인들 사이에선 소고기국밥도 인기다. 국물이 칼칼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메뉴로 꼽힌다.택시기사 방모(65)씨는 “지난 10년간 운전하면서 여러군데 곰탕집을 다녀봤지만 이 집만큼은 정직하게 국물을 우려내 이만한 보양식이 없다”며 “여기에 잘게 썬 소고기와 콩나물을 넣어 끓인 얼큰한 소고기국밥은 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하는 추억의 맛”이라고 말했다.(문의 054-282-1972, 오전10시~오후10시,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2-09
남녀의 음식 선호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메뉴 중의 하나가 바로 어탕이다.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의 경우 어탕이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으레 질색부터 하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이들이 많다.남구 이동의 `어탕`집은 오히려 여자 단골들이 적극 추천하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비리지 않고 오히려 얼큰하고 담백한 국물을 맛본 이들은 어탕에 대한 `편견`을 깼다며 그 맛을 칭찬한다.이 집은 호남에서 직접 공수해온 붕어를 넣어 푹 고아낸 국물로 해장국을 만든다. 붕어는 소화흡수가 잘 되고 피부 미용과 기력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만점 붕어를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맛볼 수 있도록 수제비를 넣어 끓여내 그 효능을 널리 알린 것이다. 해장국 메뉴로는 손수제비, 칼국수, 만두 등 입맛에 따라 재료를 선택해 먹을 수 있으며 가격은 모두 6천원이다.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해장국이 등장하면 식욕을 자극하는 구수한 향과 빨간 국물에 손이 먼저 반응한다. 평소 어탕이 비릴 것이라고 오해하던 이들도 일단 국물부터 한 숟갈 맛보고 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걸쭉하면서도 얼큰하고 담백한 맛에 부드러운 생선죽을 먹는 느낌이다. 취향에 따라 재피 가루를 넣으면 더욱 깊은 풍미가 전해진다. 얇게 반죽을 뜬 수제비는 어탕과 잘 어우러지면서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국물 속 깻잎과 함께 건져 먹으면 향긋한 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진다. 반면 밥공기의 3분의 1정도 담긴 유난히 적은 밥 양에 실망할 수도 있다. 일명 `매너 밥`으로 불리는데 어탕에 들어간 수제비만으로도 그 양이 많지만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양껏 먹을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배려한 것이다.직장인 김모(32·여)씨는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싫어 평소 추어탕은 입에도 대지 않지만 이 집 어탕은 맛이 좋아 오히려 한번씩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특히 비오는 날엔 어탕수제비 한 그릇과 빈대떡을 함께 먹고 나면 우울한 기분까지 한 방에 날아간다”고 말했다. (문의 054-284-6288, 오전11시~오후9시, 매달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5-02-02
“더 이상 알려지는 것이 싫다”`인천식당` 단골들의 푸념이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등 찌개류가 대표 메뉴인 이곳은 밥 때면 `줄 서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낡은 외관과 단출한 간판, 삐걱거리는 출입문이 이 집의 깊고 구수한 장맛을 대변한다.포항북구청 앞에 있는 이 식당은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조촐하다. 7개 남짓의 테이블과 2개의 식탁이 전부다. 좁디좁은 공간이지만 주방에서부터 들리는 분주한 소리와 함께 생선 굽고 찌개 끓이는 냄새가 코를 간질이며 식당 안을 꽉 채운다.6가지 메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바로 두루치기. 맛도 맛이지만 두루치기를 주문하면 된장찌개를 함께 맛볼 수 있다는 `비밀`을 아는 단골들의 주문에 힘입어 어느새 인기메뉴로 자리매김했다.각종 야채와 김치를 넣어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 낸 두루치기는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하며 남녀노소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김치의 새콤함이 입안을 감싸 깔끔한 맛을 더한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식탁에 올린 된장찌개는 `집밥`을 향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오랜 경험이 쌓여야 제 맛을 내는 된장찌개는 이 집에선 특별히 청국장을 넣어 향토색 짙은 맛으로 구수함을 더했다. 건더기 수북하게 건져 밥 위에 얹어 비벼 먹으면 영양 가득한 한 숟갈이 완성된다. 가짓수가 많은 반찬 역시 감탄을 자아내는 이 집의 자랑거리다. 달걀프라이부터 생선구이, 각종 나물무침 등 푸짐한 반찬 덕분에 밥그릇은 금세 바닥을 빼꼼히 내보인다.이집 단골인 최호성(58·북구 양덕동)씨는 “푸짐한데다 맛까지 좋아 밥 한 공기로는 부족하다”며 “나만 알고 싶은 집인데 변함없는 맛 덕분에 이미 소문이 많이 퍼져 속상하다”고 웃었다.(문의 054-241-0767, 오전10시30분~오후8시30분, 매주 일요일 휴무)/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