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방송ㆍ연예

`동두천` 김진아 감독, 베니스영화제 수상

김진아 감독의 VR(가상현실) 영화 `동두천`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VR 스토리(Best Virtual Reality story) 상을 받았다고 제작사 크레용필름이 10일 전했다.이 상은 VR 경쟁부문 중 일반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한 VR 극장 부문에 주어지는 최고상이다.베니스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올해 처음으로 가상현실 경쟁부문을 만들었다.가상현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존 랜디스 감독은 `동두천`에 대해 “사회적 이슈를 감각의 영역으로 느낄 수 있게 한, 가상현실 영화의 지평을 넓힌 수작”이라고 평했다.김진아 감독은 “VR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가진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에 주목하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수상소감을 통해 밝혔다.`동두천`은 1992년 미군에 의해 살해당한 한국 여성 성 노동자에 대한 12분 길이의 VR 다큐멘터리다.크레용 필름이 제작하고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전문 대학원, 벤타 VR, UCLA한국학 연구소 등의 지원을 받아 완성됐다.기존의 2D 영상물과 달리 관객이 주체가 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VR 매체의 속성을 활용하면서 정치적 이슈를 감각적 경험의 세계로 이끈다.이 작품은 오는 13~1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학계와 업계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김진아 감독은 하버드 대학을 거쳐 현재 UCLA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200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장편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다큐멘터리 `서울의 얼굴`을 선보이는 등 베니스영화제와 인연이 깊다.장편 상업 영화로는 하정우와 베라 파미가가 주연한 한미합작 영화 `두번째 사랑`, 양자경·헨리 주연의 `파이널 레시피` 등을 연출했다. /연합뉴스

2017-09-11

“처음으로 주인공이 된 것 같았죠”

“제 이름이 불리는데 그때부터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그냥 힘이 풀리고 눈물이 났어요. 정신 차리고 나니 벌거벗은 느낌이었죠.”역대 최고인 1만2천 명의 도전 래퍼 중 그가 마지막 1인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최근 종영한 엠넷 `쇼미더머니 6`에서 우승을 차지한 행주(본명 윤형준·31)는 “(그가 속한) 리듬파워 멤버들을 응원하러 갔다가 탈락하는 모습에 충격받아 마지막날 현장 지원을 한 터라 `우승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며 “라운드마다 최고치를 보여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환하게 웃었다.행주는 `톱 6`이 경연한 세미 파이널 무대에서 왼쪽 눈이 포도막염으로 실명 수준이라는 아픔을 고백하면서 `레드 선`(Red Sun)이란 감동적인 랩을 선보여 파란을 일으켰다.`행주 대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막판 상승세를 보인 그는 수려한 랩 스킬을 자랑하는 강력한 우승 후보 넉살과 소속사 없이 출연해 진솔한 랩으로 승부한 우원재를 꺾고 우승 상금을 거머쥐었다. 파이널 무대의 경연곡인 `돌리고`의 랩 가사처럼 그는 `2017년의 남자`가 됐다.다음은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행주와의 일문일답.- `쇼미 6`에서 최고의 반전 드라마를 썼는데, 소감은.△ 저는 물론 주위 누구도 우승을 점치지 않았다. 사실 예선 때 리듬파워의 지구인과 보이비를 응원하러 갔는데, 지구인이 예선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보고서 2년 전 내가 이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기억이 떠올랐다. 지구인 탈락에 충격받아 마지막 날 현장 지원을 했기에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왼쪽 눈 때문에 걸렸지만 그냥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나에게 이런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지금도 얼떨떨하다.- 우승자로 호명됐을 때 많이 울어서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던데.△ 이름이 불린 뒤로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눈물이 너무 났다. 그날 응원하러 온 멤버들의 얼굴을 일부러 안 봤는데, 무대에 올라온 멤버들을 보니 너무 눈물이 났다. 파이널 당일 리허설 때, 1라운드 곡 `베스트드라이버즈`(bestdriverZ)는 호응이 적을 수도 있겠다 싶어 불안했다. 2라운드 곡 `돌리고`는 경연곡으로 자신 있었는데 어쩌면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우원재를 제쳤지만 2라운드를 마치고는 `결국 예상대로 넉살이 우승하겠구나, 이게 좋은 그림이구나, 난 여기까지구나`라고 심적으로 내려놓은 상태였다.- 이번 시즌 화제의 무대로 `레드 선`이 꼽힌다. 이 무대가 방송된 뒤 `행주대첩`이란 말도 등장했다.△ 방송을 죽 보면 내가 주인공이 된 적이 없었다. 내가 싸이퍼에서 1등을 해도다른 래퍼들이 더 주목받았는데, 처음으로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그날은 기분이 붕 떠 있었다. 시작부터 우승 후보였던 넉살의 독주를 막았다는 칭찬에 마치 내가 `레벨 업`이 된 느낌이었다.- 간발의 차로 이긴 넉살과 감정선이 살아있는 랩을 하는 우원재가 견제되진 않던가.△ 누구나 인정하듯이 넉살의 실력은 `넘버 원`이다. 마치 `제2의 개코` 형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넉살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느껴 자신감이 있었고 무섭진 않았다. 또 우원재는 랩을 할 때의 호소력과 인간미가 너무 셌다. 이 부분에서는 이길 수 없다고 느껴서 이기려 든 적이 없다. 내가 다른 부분을 더 충족시켜야 했다.- `레드 선`을 선보일 때 눈이 실명 위기라는 사실을 고백했는데.△ 이번 시즌에 참가하기 전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포도막염으로 하루아침에 눈앞에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작년 10월이다. 갑자기 예비군 훈련을 받는데 지구인에게 `옆에서 누가 쳐다보는 것처럼 뿌옇다`고 말했다. 뿌옇고 덩굴 같은 게 따라다니는 느낌이었다. 무서운 것을 넘어 어이가 없었다.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서 1주일에 14㎏이 쪄서 우울하게 지냈다. 부모님께도 말씀드리지 못했고 혼자 있고 싶었다. `쇼미더머니` 출연을 생각할 수 없었다.▲ 넉살과 우원재 제치고 `쇼미더머니 6`서 우승한 래퍼 행주. /엠넷, 아메바컬쳐 제공-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부에선 감성팔이 랩이란 악플도 있던데.△ 경연하면서 아파 보이고 싶지 않아 계속 다이어트를 하며 살을 뺐다. 나와의 싸움이었다. 랩을 잘해서 올라가고 싶었지, 감성팔이는 하고 싶지 않았다. 심사위원형님들이 `눈이 그렇다면서?`라고 질문하지 않았으면 말을 안 했을 것이다. `쿨`해 보이고 싶어 안 그런 척을 했는데, `레드 선` 때는 내 병이 감기 걸린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감기 걸린 상태이고, 공개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아`라고 솔직하게 얘기해야만 하는 곡이었다. 이전엔 누군가 눈 얘기를 하면 벌거벗는 느낌이었는데, 일기 쓰듯이 가사를 쓰고는 마음이 편해졌다. 부모님이 이번에 아시고 힘들어하셨는데 그것도 감당해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역시 `레드 선` 무대를 준비할 때다. 방송에서 최면을 받으러 가는 장면이 나왔는데 사실 랩을 잘하려고 나온 것이니 하고 싶지 않았다. `헛소리를 하면 어떡하지`란 걱정도 됐다. 시간이 촉박해서 고민할 겨를 없이 갔는데 방송에선 편집됐지만 눈물, 콧물 흘리면서 말도 안 되는 집안사를 얘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기분이 안좋았다. 정말 `레드 선`을 목숨 걸고 했다. `어두운 그대로 내비둬`란 첫 마디를 쓰는 데 3일이 걸렸고, 가사 수정을 대여섯 번 할 정도로 신중했다. 정신적, 육체적인소모가 컸고 준비한 1주일이 길게 느껴졌다. /연합뉴스

2017-09-11

`살인자의 기억법` 개봉 첫날 1위

소설 원작의 범죄 스릴러 영화와 공포 영화가 개봉 첫날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극장가 흥행순위가 뒤바뀌었다.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개봉일인 지난 6일 총 884개의 스크린에서 14만3천568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순위 1위로 등판했다.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던 병수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뒤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혔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스릴러다. 설경구가 주인공 병수를 맡아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같은 날 간판을 내건 할리우드 영화 `그것`은 752개의 스크린에서 7만6천926명을 동원하며 2위로 출발했다. 스티븐 킹이 1986년 펴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영화다.7일간 1위를 지켰던 `킬러의 보디가드`는 4만7천726명을 동원하며 3위로 하락했다. 누적관객은 95만8천95명으로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장기 흥행 중인 `택시운전사`는 2만2천65명을 더하며 누적관객 1천194만1천777명을 기록했고, `청년경찰`은 2만1천510명을 더해 누적관객 546만253명을 기록했다.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은 5천613명을 동원하며 8위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2017-09-08

“영화 관객에게 희로애락을 넘어 메시지 남기고파”

▲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연을 맡은 이제훈. /리틀빅픽처스 제공“실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농담을 할 때도 먼저 양해를 구할 정도죠. 하하”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33)은 영락없는 모범생이었다. 인터뷰 내내 시험지에 답을 적어나가듯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이제훈은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연을 맡았다. 시도 때도 없이 민원을 넣는 나옥분 할머니(나문희)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9급 구청 공무원 박민재 역이다.까칠한 성격의 원칙주의자이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다. 옥분 할머니와 티격태격하지만, 할머니의 아픈 과거와 영어를 배우려는 진짜 이유를 알게되면서 할머니를 도우려 발 벗고 나선다.“기존 영화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과 고통을 정공법으로 표현했다면, 이 영화는 우회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로 시작해 아픈 사연을 어루만져주고 상기시켜주는 작품이에요. 저 역시 민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옥분 할머니를 지지해주고 싶었습니다.”이제훈은 공교롭게도 지난 6월 개봉한 `박열`에 이어 또다시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작품에 출연했다. `일본팬들이 의식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모두 역사적 사실”이라며 “잘못된 역사를 알고 있는 분들에게 이 작품이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대한민국 배우로서 오히려 영광”이라고 당당히 밝혔다.그러면서 “영화적인 재미, 희로애락을 관객에게 선사해주고 싶은 게 배우의 욕망이지만 그걸 넘어선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 이 작품을 본 뒤 관객들이 느끼게 될 슬픈 마음이 승화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제훈은 전작에서 일본어 연기를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많은 영어대사를 연기했다. `영어가 유창하게 들린다`고 말하자, 이제훈은 쑥스러운 듯 얼굴이 빨개졌다.“미국 동부 출신인 영어 선생님의 지도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요. 영어 대사의 뉘앙스나 억양, 악센트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죠. 또 어렸을 때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살려봤습니다.”이제훈은 대선배인 나문희와 함께 연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전날 영화를 본 뒤 열린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나문희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을 정도다.“어렸을 때부터 TV에서 봐 왔던 나문희 선생님 앞에서 제가 과연 대사를 내뱉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를 따뜻한 웃음으로 맞아주셔서 무장해제가 된 것같아요. 저는 연기를 할 때 대사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는 편이에요. 또 촬영할 때 모습과 일상에서의 모습 사이에서 간극을 두려고 하죠. 그런데 나문희 선생님은 연기가 곧 일상이더라고요. 일상이든, 연기든 모두 하나의 인생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제훈은 “좀 더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 나문희 선생님 같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때 그의 일상의 모습이 궁금했다.“민재 캐릭터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저는 일을 할 때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에요.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물론, 오늘 해내야 할 연기를 잘 해내고, 스태프와 감독에게 제 모습을 성심성의껏 보여주려는 것 등이 제 원칙이죠. 대신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 풀어지고,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마치 전원이 온·오프되는 것처럼 일과 일상이 양분되는 것 같아요.”이제훈은 드라마 `시그널`(2016),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2016), `박열`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그동안 쉴새 없이 달려왔다.그는 “한 작품이 끝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쉬고 싶다는 마음이 크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면 다시 끓어오른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왕성하게 연기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7-09-08

“영화계 발전을 위한 밑거름 되고파”

▲ 문소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문소리(43)와의 만남은 시종일관 유쾌했다.지난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문소리는 이내 긴장을 풀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듯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늘어놨다.문소리는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과 연출을 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개봉(14일)을 앞두고 있다.2013년 입학한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연출제작과에서 만든 단편 `여배우`(2014), `여배우는 오늘도`(2015), `최고의 감독`(2015)을 묶어 장편으로 완성한 작품이다.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일감이 뚝 끊긴 데뷔 18년 차 여배우 문소리의 일상을 그린다. 날마다 일과 스트레스로 술에 절어 살고, 은행 대출을 받거나 몰래 병원광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스크린을 벗어나면 엄마, 아내, 며느리 등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간다. 그 모습이 때로 찌질하면서도,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저는 인생에서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여러 사람이 함께 웃으려면여러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더라고요. 이 영화는 `내가 너를 이해하고, 나도 너를 이해해`라는 느낌에서 출발한 웃음이어야 했죠. 웃자고 한 소리인데, 남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시사회에서) 사람들이 많이 웃었는데, 제또래의 많은 여성이 똑같이 느끼는 고민이 담겨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문소리는 100% 지어낸 얘기라고 했지만, 능숙한 연기 덕분인지 자전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의 실제 삶은 어떨까.“저는 일하지 않는 순간에는 평범함을 지향하려고 해요. 실제로 26살 때까지 평범하게 살아왔고, 또 평범하게 생긴 편이었죠. 제가 데뷔했을 때 평범함이 저의 큰 개성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창동 감독님이 계속 `평범함은 좋은 것이고, 다른 배우의 삶을 좇기보다 저의 삶을 살면 된다`고 저에게 끊임없이 세뇌를 시켰죠. 하하.”제목 `여배우는 오늘도`에는 주어는 있지만, 동사는 빠져있다.“여배우는 오늘도 `연기해요`, `사랑받고 있어요`, `홍보해요` 등 몇 개의 동사만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그 동사 자리에는 때로는 양립할 수 없는 동사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죠. 그런 상황에서 오는 아이러니가 있는 것 같아요.”문소리는 고교 시절 연극 `에쿠우스`를 보고 처음 배우의 꿈을 품었고, 성균관대 연극반에서 그 꿈을 키웠다. 그러다 영화 `박하사탕` 오디션에 덜컥 합격하면서 영화배우의 길을 시작했다.데뷔작 `박하사탕`(1999)부터 그에게 베니스영화제 신인 여우주연상을 안긴 `오아시스`(2002)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으로 빼곡히 차있다.앞으로 감독으로서 필모그래피를 더 채울지도 궁금했다.“지금은 연기도 해야 하고, 대학에서 학생도 가르쳐야 하고, 일곱 살짜리 딸아이까지 키워야 합니다. 연출 욕심을 부린다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죠. 물론, 앞으로 살면서 다른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빛나게 솟아오르면, 소화를 시켜볼까 모르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또 영화를 막상 찍어보니까 감독이라는 직업이 우주에서 제일 불쌍한 것 같더라고요.”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에게 남편 장준환 감독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현재 영화 `1987`을 연출 중인 장 감독은 아내의 작품에 남편 역으로 깜짝 등장했다.“평소 말할 때 저는 대담한 편이지만, 남편은 세심하고, 여려 보이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적 세계는 정 반대죠. 남편은 굉장히 모험심이 강하고 대범하고 탐험가 기질이 있어요. 스케일이 매우 크죠. 시나리오의 한 장면을 써도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게 씁니다.”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인 문소리는 배우로서 포부를 이야기할 때는 한층 진지했다.“제가 예전에 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사회자가 여우주연상을 꽃에 비유하더라고요. 그 코멘트에 발끈해 `저는 앞으로 영화의 꽃보다 뿌리와 거름이 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말했죠. 신인 시절 철없던 때의 이야기지만, 사실 그 마음가짐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영화 일을 오래 해서 영화계에 든든한 존재이자,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2017-09-07

“꿈 위해 직진하는 건 철수와 비슷”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처음이어서 아직 얼떨떨해요.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을 작품입니다.”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뼈대 있는 기업의 아들이지만 집안에 기대지 않고 축구 코치를 꿈꾸는 박철수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22)을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지난해 MBC TV 주말극 `가화만사성`에서도 (가명이기는 했지만) 철수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그는 `이번에도 철수였다`는 농담에 “`진짜 철수`를 만나면 신기할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철수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변라영(류화영 분)과의 사랑을 결국 지켜내 시청자의 응원을 받았다.안효섭은 “저도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가 부모님 반대에도 배우의 꿈을 키우려 한국에 왔다”며 “꿈을 위해 직진하는 모습은 실제로 철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여성에게는 표현을 잘 못 하는 성격이다. 그런 점은 철수와 또 좀 다르다”고 덧붙였다. 철수와 라영의 애정행각이 참 달콤했다고 하자 “연기를 시작하고는 사람을 못 만나서 솔로가 된 지 한 3~4년 됐다. 대리만족했다”며 웃었다.안효섭은 철수처럼 집안에서 사랑하는 여자와의 교제 또는 결혼을 반대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철수와 똑같이 했을 것 같다. 정면돌파”라고 답했다.화영에 대해서도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저보다 2살 위예요. 처음에는 성격이 세 보여서 다가가기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만나 보니 실제로는 쾌활했어요. 쉽게 다가갔고 소통도 많이 했죠. 아, 전 이번 드라마에서 라영 역할이 그렇게 욕심나더라고요. 만약 라영과 철수의 캐릭터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요? (웃음)”2015년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로 데뷔한 그동안 `한번 더 해피엔딩`(2016), `가화만사성`(2016), `딴따라`(2016), `세가지색 판타지-반지의 여왕`(2017)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사랑받는 `루키`다. 187㎝의 훤칠한 키에 훈훈한 마스크도 한몫을 한다.JYP엔터테인먼트에서 3년간 연습생 생활을 한 그는 현재는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의 배우그룹 `원오원`에 곽시양, 권도균, 송원석과 함께 속해있다. `팬송` 개념의 앨범도 몇 차례 발매했다.그는 “제가 막내인데 형들이 모니터링도 종종 해주고 격려를 많이 해준다”며 “다만 음악은 일보다는 취미로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안효섭은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떤 작품을 하든 `계속 배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아버지가 이상해`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스스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의욕이 앞서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 스트레스가 저한테는 좋은 자극제예요. 계속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연합뉴스

2017-09-06

`명불허전` 나훈아 티켓 7분만에 매진

최고의 소리꾼답게 명불허전이다.`트로트 절대 지존` 나훈아(본명 최홍기·70)가 11년 만에 여는 3개 도시 콘서트가 전석 매진되며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파급력을 입증했다.5일 예매 사이트인 예스24에 따르면 예매를 시작한 이날 오전 10시 서울 공연 티켓이 7분, 대구가 10분, 부산이 12분 만에 전석 팔려나갔다.예스24에는 `나훈아 드림 콘서트 서울 공연 7분 만에 전석 매진됐습니다. 팬들의 많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란 공지가 떴다.나훈아의 영향력은 이미 예견됐다. 이날 오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는 `나훈아 콘서트 예매`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예스24는 예매 시작과 함께 접속 인원이 과다해 일시적으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R석 16만5천원, S석 14만3천원, A석 12만1천원으로 여느 공연에 비해 고가였지만 중장년 팬뿐 아니라 부모를 위해 선물하겠다는 젊은층이 가세하면서 예매 열기가 후끈했다. 나훈아는 지난 7월 괴소문을 이겨내고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발표하면서 11월 3~5일 서울 올림픽홀, 24~26일 부산 벡스코, 12월 15~17일 대구 엑스코에서 `드림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알렸다.이어 그는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담긴 공연 사이트를 열었고 이 사이트에서 지역별로 클릭하면 예스24로 연결돼 예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이 사이트에는 유튜브에 공개했던 새 앨범 타이틀곡 `남자의 인생` 뮤직비디오와 디지털 음원뿐 아니라 CD와 USB로 출시한 앨범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한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 보이겠다고 자신했다.괴소문에 시달릴 당시 기자회견에서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꿈을 팔려면 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꿈을 잃어버렸다. 다시 꿈을 찾게 되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활동 중단을 시사했던 그는 올해 복귀를 선언하면서 가슴에 담은 꿈을 세상에 꺼내놓겠다고 했다.소속사 측은 이번 공연은 스태프 100여 명과 무용단, 합창단, 악단 등 50여 명 출연진의 땀과 노력이 동반되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공연 외에 TV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계획이다.소속사 나예소리 관계자는 “기자회견은 물론 방송 출연 계획이 없다”며 “공연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무대 준비에만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7-09-06

“제 인생곡 만드는 것이 숙제죠”

가수 김종서(52)는 시나위·부활 등 국내 대표 록밴드의 발자취에 등장한다. 1990년대 `대답 없는 너`, `겨울비`, `플라스틱 신드롬`, `아름다운 구속` 등의 히트곡을 낸 솔로 가수지만 1987년 시나위 2집으로 데뷔했으며 부활의 초대 보컬로도 활동했다.유명 밴드가 반할 3옥타브 라 샵(#)까지 치닫는 하이톤의 보컬이지만 그도 마포대교 아래서 목소리를 틔우겠다고 모기에 뜯겨가며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다.김종서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이달 12일부터 10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SH아트홀에서 소극장 콘서트를 열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대표곡에 섞어 들려준다.발자취란 뜻의 `트레이스`(Trace)란 공연 타이틀에는 20대부터 현재까지 김종서의 30년을 함께 여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최근 SH아트홀에서 인터뷰한 그는 “소극장 공연은 오랜만으로 이 무대가 내 음악 활동에 다시 시동을 켜줄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며 “노래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함께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해 공연을 준비 중이다. 기획하면서 잊고 있던 옛 생각들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서울 서대문구 한성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종서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신중현의 장남이자 유명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이끄는 시나위의 보컬 오디션이다.고교 졸업 후 밴드를 하고 싶었던 그는 “`내가 설마 되겠어?`란 생각으로 경험 삼아 오디션을 봤다”며 “시나위가 공연을 앞두고 보컬이 나간 상태였는데 난 풋내기음악 마니아였고 멤버들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나와 수준이 안 맞았다”고 떠올리며 웃었다.시나위 공연을 마친 뒤 수준 차를 느낀 그는 목소리를 단련해 다시 컴백하겠다는 마음으로 당시 살던 아현동 인근 마포대교 밑으로 매일 걸어가 소리를 내지르며 연습을 했다. 그는 “스무 살이었는데 그때 강한 성대를 만드는 기초가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이후 그가 음악 초석을 다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1980년대 중반에는 캠퍼스 그룹을 넘어 하드록, 헤비메탈을 지향하는 밴드들이 생겨났다. 그는 대학교 밴드 `검은 진주`로 한 옴니버스 공연에 섰고, 당시 파이널 밴드는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이끄는 디엔드였다.“공연이 끝나고 김태원 씨가 절 찾아와 `함께 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죠. 디엔드는 섬세하고 완성도 있는 밴드였어요. 제가 들어가면서 팀명을 부활로 바꾸고 초대 보컬로 활동했죠. 커버곡을 주로 했는데 레드 제플린, 퀸, 딥 퍼플, 스콜피언스의 곡들을 소화할 하이 톤의 보컬이 몇 없었어요.”부활은 앨범도 내지 않은 밴드였지만 신문에 소개됐고, 숭의음악당에서 만석으로 공연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그러나 1년간 부활에서 활동한 그는 하드록에 대한 로망으로 1집이 나오기 전 밴드를 나왔고, 1년가량 음악만 들으며 칩거했다. 그러자 방황하던 그에게 신대철은 다시 시나위 합류를 제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앨범이 `새가 되어 가리`가 수록된 시나위 2집으로 가요사에서 타협 없이 정공법으로 만든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으로 꼽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2집 이후 다시 시나위를 나온 그가 `절친`인 서태지를 만난 것은 시나위 4집(1990년)에 다시 합류하면서다.“4집 때 시나위를 재점화해보자는 연락을 받고서 못다 피운 꿈을 이루고 싶었어요. 고등학생이던 서태지가 4집에 합류해 베이스를 쳤죠. 연주력이 좋았어요. 저와는 모든 기호가 같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비슷했죠. 음악 얘기도 하고 RC(원격조정 완구)도 만들며 둘이 매일 어울렸어요. 시나위에서 서태지란 좋은 친구를 얻었죠.”그러나 시나위는 4집을 끝으로 잠시 해체했고, 김종서와 서태지는 1992년 솔로와 그룹 서태지와아이들로 각자의 길을 걸어 큰 성공을 거뒀다. 시나위 시절 만들어둔 곡이 많았던 김종서는 1992년 `대답 없는 너`와 `지금은 알 수 없어`가 수록된 1집을 내 크게 히트했고, 1993년 2집의 `겨울비`, 1994년 3집의 `세상의 눈물 마를 때까지`, 1995년 4집의 `플라스틱 신드롬`, 1996년 5집의 `아름다운 구속`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다.그러나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1997년 전성기가 끝났다고 `셀프 디스`를 한 것처럼 그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록이 침체기를 맞고, 아이돌 그룹이 대거 등장하고, 방송 환경이 변화하면서 차츰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물론 시절 탓만 하고 있진 않았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디지털 음원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자 9집(2005) 이후 `아버지`, `별 이야기`, `아프다`, `날개`, `홈`등의 싱글을 꾸준히 냈고, 2007년부터 1년가량 예능과 드라마에 도전하는 변화를 꾀했다.다행히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현재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성격이어서 못 견딜 만큼의 슬럼프는 없었다고 했다. 실제 그는 2010년을 넘기면서는 발성을 공부하며 배움의 시기를 보냈다. 2012년 오페라 아리아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인 tvN `오페라스타` 출연도 계기가 됐다.“2010년대 들어 소리에 답답한 부분이 있었는데 성악을 배우면서 머리를 딱 치는 게 있었어요. 기초 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소리에 대한 슬럼프가 있었는데 배운 자와 안 배운 자는 위기 때 나타나요. 본격적으로 4년가량 발성을 배웠고, 지금도 간간이 레슨을 받으러 가죠. `오페라스타`를 전후해 이탈리아 유학파인 학교 은사님에게서 배웠는데 1990년대보다 지금의 소리가 훨씬 나아요.”그는 “보컬 트레이너가 범람하지만 이론은 같아도 잘못된 교육 방식이 많다”며 “클래식을 기반으로 해서 보컬을 체계적으로 총정리한 교본을 내고 싶은 꿈이 있다. 영상 콘텐츠와 책을 동시에 만들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현재진행형 뮤지션답게 새로운 포부도 더했다.그는 “`대답 없는 너`가 가수 인생에서 무척 고마운 곡인데 앞으로 제 인생곡을 만드는 것이 숙제인 것 같다”며 “한 달간의 소극장 공연을 기점으로 제게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2017-09-05

`킬러의 보디가드` 개봉 첫 주말 흥행 1위

▲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할리우드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가 적은 수의 스크린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코믹 액션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는 주말 이틀간 43만9천217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 수는 77만6천976명.CGV에서 단독 개봉한 이 영화는 스크린 수가 482개로 `청년경찰`(686개), `발레리안:천 개 행성의 도시`(629개), `택시운전사`(683개) 등 경쟁작에 비해 적지만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 첫날부터 1위를 지키고 있다.박서준·강하늘 주연의 `청년경찰`은 같은 기간 22만9천95명이 관람해 2위(누적관객 537만7천619명)를 차지했고, 뤽 베송 감독의 `발레리안:천 개 행성의 도시`는 20만2천822명을 끌어모으며 3위(누적관객 37만161명)로 한 계단 올라섰다.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18만9천424명을 더하며 4위로 하락했다. 누적관객은 1천186만3천257명으로 역대 흥행 순위 11위에 올라있다.지난 주말 1위를 차지했던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는 10만1천867명을 모아 5위(누적관객 131만5천516명)에 그쳤고, `장산범`(5만9천911명), `아토믹 블론드`(4만8천423명), `로마의 휴일`(4만6천836명)이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9위를 차지한 `혹성탈출:종의 전쟁`은 2만5천75명의 관객을 더하며 누적관객 203만6천995명을 기록했고,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은 2만2천497명을 모아 누적관객 20만6천605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2017-09-05

서태지 “25년 동안의 사랑 잊지 않을게요”

시공을 뛰어넘는 음악의 힘은 미스터리하다. 우리의 세포 어딘가에 박혀 다시 그 음악이 흐르면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는 마력이 있다.19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군림한 서태지(45)가 25년을 함께 한 팬들을 `블랙홀`로 빠트려 `시간 여행`을 했다. 이들이 함께 탄 타임머신은 바로 전주 한 소절에도 뭉클한 그의 실험적인 음악이었다.2일 오후 7시20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롯데카드 무브:사운드트랙 볼륨.2 서태지 25`에는 그의 데뷔 25주년을 축하하고자 3만5천명의 팬들이 모여들었다. 그의 공연은 2015년 `콰이어트 나이트` 전국투어 이후 2년 만으로, 이번엔 앨범에 수록된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해 올드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공연장에는 `경축 문화 대통령 25주년`, `25년이면 아는 오빠 될 줄 알았다`, `담이(서태지 딸 이름이 정담) 아빠 하고픈 거 다해`, `서태지 25주년 이거 실화냐` 등 팬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즐비했다.서태지는 이날 1992년 3월 발표한 서태지와아이들의 1집 타이틀곡 `난 알아요` 부터 2014년 10월 발표한 서태지 9집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까지 시간대별로 28곡을 아우르며 자신의 음악사를 집대성했다.1995년 4집까지 내고서 1996년 1월 해체한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을 함께 재현한 것은 지금의 `대세 그룹` 방탄소년단이었다. 한 달간 서태지와 연습한 방탄소년단은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이 밤이 깊어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너에게`, `교실이데아`, `컴백홈` 등 8곡을 함께 꾸미며 객석의 함성을 이끌었다. `너에게` 때 함께 오른 진과 지민, `하여가` 무대를 함께 꾸민 정국과 뷔는 서태지와아이들의 이주노, 양현석의 자리를 대신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사했다.`필승`에 앞서 1995년 서태지와아이들의 게릴라 공연 당시 영상이 흐르자 서태지는 “트럭을 타고 게릴라 공연을 할 때 팬들을 걱정한 기억이 난다”며 `필승`이라고 크게 외친 뒤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했다.서태지와아이들 시절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굿바이`였다. 그는 “회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4집을 끝으로 이별을 고하는 순간이 왔다. 감히 아직 한 번도 여러분 앞에서 부르지 못한 노래인데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제 마음을 전한다”고 `굿바이`를 선사했다. LED에서는 당시의 영상이 흘러나왔고, 객석에서는 팬들이 일제히 든 휴대전화 불빛이 물결을 이뤘다. 댄스와 힙합, 록을 아우른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명곡들이 지나간 뒤, 록밴드 시나위 출신답게 록에 천착한 서태지의 솔로 시대가 펼쳐졌다. 서태지는 3D 입체 스크린을 통해 마치 우주공간으로 빠져드는 듯한 추상적인 영상으로 음악 분기점을 구분했다.`테이크 원`을 시작으로 `테이크 투`, `울트라맨이야`, `탱크`, `오렌지`, `인터넷 전쟁` 등 록 메들리가 펼쳐지자 마치 록 페스티벌을 연상시키듯 관객들은 손을 들고 뛰어올랐다.후반부에선 2008년 서태지 심포니 공연을 재현해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틱탁`과 `모아이`, `소격동` 등 8집과 9집 곡들을 선보였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시대유감`과 `10월 4일`, `난 알아요`의 심포니 버전, `우리들만의 추억`을 선사했다.그는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이번 공연에서 25년을 눌러 담았다. 25년 동안 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 오늘 공연은 250년 뒤에도 기억될 것 같다. 30주년에 또 만나자”고 인사했다. /연합뉴스

20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