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여배우는 오늘도`서 감독 데뷔… 각본·주연·연출 맡아
지난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문소리는 이내 긴장을 풀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듯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늘어놨다.
문소리는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과 연출을 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개봉(14일)을 앞두고 있다.
2013년 입학한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연출제작과에서 만든 단편 `여배우`(2014), `여배우는 오늘도`(2015), `최고의 감독`(2015)을 묶어 장편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일감이 뚝 끊긴 데뷔 18년 차 여배우 문소리의 일상을 그린다. 날마다 일과 스트레스로 술에 절어 살고, 은행 대출을 받거나 몰래 병원광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스크린을 벗어나면 엄마, 아내, 며느리 등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간다. 그 모습이 때로 찌질하면서도,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저는 인생에서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여러 사람이 함께 웃으려면여러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더라고요. 이 영화는 `내가 너를 이해하고, 나도 너를 이해해`라는 느낌에서 출발한 웃음이어야 했죠. 웃자고 한 소리인데, 남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시사회에서) 사람들이 많이 웃었는데, 제또래의 많은 여성이 똑같이 느끼는 고민이 담겨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문소리는 100% 지어낸 얘기라고 했지만, 능숙한 연기 덕분인지 자전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의 실제 삶은 어떨까.
“저는 일하지 않는 순간에는 평범함을 지향하려고 해요. 실제로 26살 때까지 평범하게 살아왔고, 또 평범하게 생긴 편이었죠. 제가 데뷔했을 때 평범함이 저의 큰 개성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창동 감독님이 계속 `평범함은 좋은 것이고, 다른 배우의 삶을 좇기보다 저의 삶을 살면 된다`고 저에게 끊임없이 세뇌를 시켰죠. 하하.”
제목 `여배우는 오늘도`에는 주어는 있지만, 동사는 빠져있다.
“여배우는 오늘도 `연기해요`, `사랑받고 있어요`, `홍보해요` 등 몇 개의 동사만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그 동사 자리에는 때로는 양립할 수 없는 동사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죠. 그런 상황에서 오는 아이러니가 있는 것 같아요.”
문소리는 고교 시절 연극 `에쿠우스`를 보고 처음 배우의 꿈을 품었고, 성균관대 연극반에서 그 꿈을 키웠다. 그러다 영화 `박하사탕` 오디션에 덜컥 합격하면서 영화배우의 길을 시작했다.
데뷔작 `박하사탕`(1999)부터 그에게 베니스영화제 신인 여우주연상을 안긴 `오아시스`(2002)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으로 빼곡히 차있다.
앞으로 감독으로서 필모그래피를 더 채울지도 궁금했다.
“지금은 연기도 해야 하고, 대학에서 학생도 가르쳐야 하고, 일곱 살짜리 딸아이까지 키워야 합니다. 연출 욕심을 부린다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죠. 물론, 앞으로 살면서 다른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빛나게 솟아오르면, 소화를 시켜볼까 모르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또 영화를 막상 찍어보니까 감독이라는 직업이 우주에서 제일 불쌍한 것 같더라고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에게 남편 장준환 감독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현재 영화 `1987`을 연출 중인 장 감독은 아내의 작품에 남편 역으로 깜짝 등장했다.
“평소 말할 때 저는 대담한 편이지만, 남편은 세심하고, 여려 보이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적 세계는 정 반대죠. 남편은 굉장히 모험심이 강하고 대범하고 탐험가 기질이 있어요. 스케일이 매우 크죠. 시나리오의 한 장면을 써도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게 씁니다.”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인 문소리는 배우로서 포부를 이야기할 때는 한층 진지했다.
“제가 예전에 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사회자가 여우주연상을 꽃에 비유하더라고요. 그 코멘트에 발끈해 `저는 앞으로 영화의 꽃보다 뿌리와 거름이 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말했죠. 신인 시절 철없던 때의 이야기지만, 사실 그 마음가짐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영화 일을 오래 해서 영화계에 든든한 존재이자,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