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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독감 환자 1년 전 대비 3배 급증⋯“최근 10년 중 가장 심한 유행 가능성”

전국적으로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올해 겨울 독감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했던 수준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3주차(10월 19~2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3.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명)의 3배가 넘었다. 지난주보다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플루엔자는 대표적인 겨울철 급성호흡기감염병으로, 갑작스러운 고열과 기침, 인후통이 주요 증상이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환자가 가장 많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폐렴 등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다. 연령별로는 7~12세(31.6명), 1~6세(25.8명), 0세(16.4명), 13~18세(15.8명), 19~49세(11.8명) 순으로 발병률이 높았다. 감시 의료기관의 호흡기 검체 검사에서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이 11.6%로, 지난주보다 4.3%P 상승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A형(H3N2)이며, 다행히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병원급 의료기관 221곳의 감시 결과, 43주차 입원환자는 98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3명)보다 7.5배 증가해 유행이 이미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남반구의 유행 상황과 국내 발생 증가세를 종합할 때, 올겨울(2025~2026절기) 독감 유행 규모가 지난해(2024~2025절기)와 비슷하거나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올겨울에도 인플루엔자가 크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65세 이상 어르신과 어린이 등 고위험군은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와 어린이집에서는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직장에서도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질병청은 인플루엔자 유행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대응 조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03

대구·경북, 이번 주 큰 일교차 쌀쌀한 날씨⋯“감기 조심하세요”

대구·경북은 3일 아침 최저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쌀쌀한 날씨를 보이겠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대체로 맑은 가운데 경북 동해안은 곳에 따라 0.1㎜ 미만의 빗방울 떨어진다고 예보했다. 경북 남부 동해안의 예상 강수량은 5㎜ 미만이다. 낮 최고기온은 13~16도로 예상된다.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당분간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도 15도 안팎으로 크겠으니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에서 ‘좋음’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1.0∼4.0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의 먼바다)의 파고는 동해 1.5∼5.0m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추위가 화요일까지 이어지고, 수요일부터는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일인 4일은 아침 최저기온 1~7도, 낮 최고기온 15~19도로 예상된다. 가끔 구름이 많다가 오후에 맑아지겠으며, 대구와 경북 내륙에는 서리가 내리고 높은 산지에는 얼음이 어는 곳이 있겠다. 5일은 대체로 맑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지겠고, 최저기온 0~8도, 최고기온 17~19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6일은 맑은 날씨가 이어지겠으며, 울릉도·독도는 구름이 많겠다. 최저기온은 3~11도, 최고기온은 19~21도로 예상된다. 7일부터 9일은 구름 많거나 대체로 흐리겠다. 아침 기온은 3~14도, 낮 기온은 13~20도로 평년(최저기온 3~9도, 최고기온 14~18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만큼 노약자와 어린이는 건강 관리에 유의하고, 난방기 사용 시 화재와 농작물 저온 피해 예방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03

APEC 성공 개최 경주 ‘후끈’···신라 금관·황남빵·황리단길 ‘인기 폭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폐막한 다음 날인 2일 경주는 차와 사람으로 가득 찼다. APEC 행사로 인한 교통 통제가 풀리자 차량 행렬이 물결처럼 이어졌고, 형형색색의 관광버스 행렬은 아직 걷히지 않은 현수막이 덮인 거리를 점령했다. 이날 오전 8시 국립경주박물관은 개장이 2시간 남았는데도 500여 명의 인파가 북적였다.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이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날이어서다. 전시는 교동 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 금관총 금관, 서봉총 금관, 금령총 금관, 천마총 금관 등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오전 10시 입장이 시작되자 관람객들 사이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리 진열장 속 금빛 금관이 조명을 받아 찬란히 빛났다. 미국인 관광객 제임스 밀러(56)는 “금관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와 꼬박 두 시간을 기다렸다”면서 “가까이서 마주한 순간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이 예상보다 일찍 몰리면서 개장 전부터 대기 줄이 이어졌다”며 “안전사고가 없도록 전시 동선을 조정하고 인력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황남빵 본점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황남빵을 선물하며 화제를 모은 영향이 컸다. 가게 입구에는 ‘2025 APEC 정상회의 공식 협찬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전광판에는 ‘현재 대기시간 1시간 30분’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김도현씨(41)는 “여기가 시진핑 주석이 맛있다고 했던 그 빵집이라더라”며 “기념으로 한 번 사보려고 줄을 섰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해서 놀랐다”고 했다. 매장 안에서는 직원들이 팥앙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빵을 빚느라 분주했다. 황남빵 직원은 “시 주석께 선물했다는 뉴스가 나간 뒤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APEC 홍보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오늘 판매분은 오전 중에 다 팔릴 것 같다”고 웃었다. 보문단지·대릉원·첨성대·황리단길 등 주요 관광지에는 가족과 연인 단위의 방문객이 발길을 이었다. 거리 곳곳 식당가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한복이나 신라인 복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은 단풍길을 거닐며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십원빵과 쫀드기, 옥수수 같은 길거리 간식을 손에 든 사람들은 웃음꽃을 터뜨리며 늦가을의 경주를 만끽했다. 세계 정상들이 드나들던 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회의장은 철거 작업으로 분주했다. 곳곳에서 인부들이 구조물을 해체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이 현장을 찾아 APEC 준비 지원단 직원들을 격려했다. 두 사람은 3층 회의장과 라운지, 통역실, 기념 촬영 구역 등을 차례로 돌며 마지막 정리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장은 화이트와 베이지 톤으로 단정히 꾸며져 막바지 정리의 여운 속에서도 품위를 지키고 있었다. 천장에는 전통 문양이 새겨진 조명이 은은히 빛을 흘렸고 중앙의 원형 테이블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장 모니터는 철거돼 케이블만 바닥에 흩어져 있었으며, 마지막 기념 촬영이 진행됐던 무대 위에는 각국 대표들이 서 있었던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묵었던 힐튼호텔과 코오롱호텔에도 호기심과 궁금증을 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힐튼호텔 관계자는 “APEC 덕분에 보문단지 관광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행사 이후 예약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HICO에서 만난 이철우 경북지사는 “APEC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경북과 경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며 “행사를 계기로 지역 관광과 산업이 함께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행사는 끝났지만, 경주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APEC을 계기로 얻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관광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2

"트램은 반대"⋯대구 도시철도 4호선 건설방식 놓고 갈등 고조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가 추진 중인 대구 도시철도 4호선 건설방식을 두고 지역별 주민과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 시와 공사는 4호선 건설방식을 AGT(자동운전 중형철도)로 못 박은 상태이지만, 주민들은 모노레일을 원하고 있어서다. 주민들은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지역별로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서 다양한 주장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달 31일 오전 대구 동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열린 설명회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트램은 반대! 모노레일 답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하면서 설명회가 시작 5분 만에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날 이원우 신암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신암동은 도로 폭이 좁고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 AGT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무조건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설명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만큼 AGT 방식을 폐기하고 3호선처럼 모노레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GT 방식은 소음 및 분진 문제로 주민 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미 부산 경전철 사례에서 확인된 문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2015년 철도안전법 개정으로 차량 형식 승인 제도가 도입되며, 기존 3호선 모노레일 차량은 현행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서 “또 히타치사가 형식 승인 면제·안전 기준 미준수·하청업체 참여 등 조건을 제시해 협의가 결렬됐다”고 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도 안전 문제를 이유로 법령 개정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철도 1회 운행 시 레일마모로 인한 쇳가루 발생량은 0.235g/㎞로 승용차 5.6대 수준의 발생량에 불과하다”며 “AGT 방식은 유지관리비가 모노레일보다 약 1000억 원 절감된다”고 했다. 환경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범어3동 주민 김수현 씨는 “히말라야 시다 나무 보존 방안과 공사 기간 소음·분진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공사 측은 “교각 간격을 40m로 조정해 수목 훼손을 최소화했으며, 녹지과와 협의해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영향평가 업체 관계자는 “공사 시 52개 지점에서 소음 기준 초과가 예상되나, 저감 방안 적용 후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며 “운영 단계에서는 3D 모델링으로 소음을 예측해 방음벽 설치 등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차량기지 위치에 관한 관심도 높았다. 차량기지는 사업 진행 초기 언급됐던 동구 불로동 농경지에서 지난해 문을 닫은 북구 검단동 축산물 도매시장 부지로 변경된 상태이다. 북구 검단동의 한 주민은 “동구에서 반대하자 차량기지를 검단동으로 이전한 것 아니냐”며 “주민 반발이 여전한데도 이를 강행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시에서 부지 폐쇄 결정을 내린 이후 후적지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축산물도매시장 부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던 불로동 농경지는 시유지로 향후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 부득이하게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 도시철도 4호선은 수성구 범어동에서 동구 봉무동을 잇는 총연장 12.56㎞ 구간으로 12개 정거장이 설치된다. 총사업비 8821억 원을 투입하며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김재욱·황인무기자

2025-11-02

천년한우·황남빵⋯경주의 맛, 세계 정상의 식탁에 오르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상에 경주의 맛이 올랐다. 천년한우와 곤달비나물, 황남빵 등 지역 특산물이 세계 정상들의 식탁을 장식하며 ‘한식 외교’의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31일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정상 만찬의 메인 육류 요리는 ‘경주 천년한우 간장 양념 갈비찜’. 조리를 맡은 롯데호텔은 몇 달 전부터 천년한우를 지정 브랜드로 점찍고 사전 물량 확보에 나섰다. 경주축산농협(경주축협)은 호텔 측 요청에 따라 1++ 등급 중에서도 최상급(9등급) 안심살과 갈빗살 각각 100㎏을 납품했다. 천년한우는 경주축협이 2006년부터 이어온 지역 대표 브랜드로 화식 사료를 먹이며 키워 풍부한 감칠맛과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한다. 2022년 대형 유통업체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전국 11개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하며 품질을 입증했다. 김동일 경주축협 과장은 “롯데호텔 측에서 납품을 요청하며 천년한우 라벨이 찍힌 최상급 소고기를 달라고 강조했다”며 “최대한 조건에 맞춘 것들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상에는 천년한우 외에도 경주 곤달비나물 비빔밥, 경주콩 순두부탕 등 지역 식자재가 다채롭게 올랐다. 경주의 또 다른 상징 ‘황남빵’도 외교의 매개가 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황남빵을 보자기에 정성껏 싸서 전달했다. 시 주석은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1

경주 APEC 폐막일⋯경주 전역 ‘갑호 비상’ 유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일인 1일 경주 보문단지 일대와 각국 정상 숙소 주변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각국 정상단의 출국이 마무리되는 2일까지 최고 단계인 ‘갑호 비상’ 경호·경비 태세를 유지한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경주 전역에서는 최고 수준의 경호 체계가 가동 중이다. 경찰은 정상들의 귀국 일정이 끝날 때까지 APEC 경찰 상황실을 운영하며 현장 대응을 이어간다. 1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15분까지 정상회의 2차 세션이, 오후 1시에는 공식 기자회견이 각각 열릴 예정이다. 별도의 폐막식은 진행되지 않는다. 한편, 경주 시내에서는 APEC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도 예정돼 있다. 오후 1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구 경주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이어 오후 2시에는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와 전장연이 공동 행진에 나선다. 행진은 구 경주역을 출발해 중앙시장네거리, 서라벌네거리, 경주팔우정공원을 거쳐 다시 구 경주역으로 돌아오는 약 5.6km 구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주요 도심 구간에 질서 유지 인력을 배치해 돌발 상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회의 주요 일정은 대부분 1일 오후에 종료되지만, 일부 정상의 개별 회담과 출국 일정이 남아 있다”며 “모든 일정이 끝날 때까지 시민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1

“트램방식 반대, 모노레일이 정답”⋯대구 도시철도 4호선 건설방식 두고 이틀째 대립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가 추진 중인 대구 도시철도 4호선 건설방식을 두고 동구 지역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논점은 건설방식을 AGT(자동운전 중형철도)를 채택해서다. 지난 30일부터 이틀째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는 이와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갈등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31일 오전 대구 동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동구민이 원한다! 모노레일 추진하라’, ‘트램은 그만! 미래는 모노레일!’, ‘트램은 반대! 모노레일 답이다!’, ‘트램방식 자영업자 다 죽는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해 설명회가 시작 5분 만에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현장에서 이원우 신암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신암동은 도로 폭이 좁고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 AGT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무조건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설명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만큼 AGT 방식을 폐기하고 3호선 처럼 모노레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GT 방식은 소음 및 분진 문제로 주민 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미 부산 경전철 사례에서 확인된 문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도시철도 1회 운행 시 레일마모로 인한 쇳가루 발생량은 0.235g/㎞로 승용차 5.6대 수준의 발생량에 불과하다”며 “또한 AGT 방식은 유지관리비가 모노레일보다 약 1000억 원 절감된다”고 답변했다. 소음·분진 대책 등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주형숙 동구의원은 “주민들은 ‘끼익’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동구는 육교와 고가차도 철거로 교통 여건이 더 열악해졌는데 왜 우리만 피해를 봐야 하느냐. 상권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대구시가 주민 생존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준수하며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추가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날 대구 수성구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와 같은 질문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도 오갔다. 신천동 주민 권기일 씨(전 대구시의원)는 “AGT보다 오랜 시간 검증을 거친 모노레일을 낫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제대로 풀어가야 한다”며 “한번 잘못 건설해 놓으면 철거도 못 하고 정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예비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는 모노레일로 처음에 추진했다”면서 “하지만 2015년 철도안전법 개정으로 차량 형식 승인 제도가 도입되며, 기존 3호선 모노레일 차량은 현행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히타치사가 형식 승인 면제·안전 기준 미준수·하청업체 참여 등 조건을 제시해 협의가 결렬됐으며, 국토교통부도 안전 문제를 이유로 법령 개정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 도시철도 4호선은 수성구 범어동에서 동구 봉무동을 잇는 총연장 12.56㎞ 구간으로 12개 정거장이 설치된다. 총사업비 8821억 원이 투입되며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김재욱·황인무기자

2025-10-31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자리, 경주 APEC 부대행사 현장

2025년 가을, 경주의 숲속에서 세계가 만났다. 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주 보문단지 일대에서는 단순한 외교 무대를 넘어선, 사람 중심의 문화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물들기 시작한 단풍 사이로 각국 대표단과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그 속에서 한국의 문화와 정서가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스며들었다. 행사장 초입, 푸른 천막 아래 자리한 ‘Information&Events’ 부스는 이곳의 관문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유창한 외국어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행사 안내를 제공했다. 그 옆에는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부스가 자리해, 한국의 고등교육과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곳을 직접 운영하며 생생한 경험담을 방문객들과 나눴다. ‘Reading Zone’ 부스에서는 책과 문화 콘텐츠가 중심이 되었다. 한국의 현대문학, 그림책, 지역 출판물들이 진열돼 있었고,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책을 펼쳐 들며 한국의 정서를 느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책을 읽는 외국인 참가자의 모습은 마치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했다. 말레이시아 대표단 통역 자원봉사자 아리프 씨는 “책을 통해 한국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진짜 문화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반대편 잔디 광장에는 푸드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붉은 벽돌 건물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공간은 마치 한 편의 영화 세트장 같았다. 떡볶이, 컵밥, 인삼차, 김스낵 등 한국의 대표 음식들이 외신 기자들과 대표단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푸드트럭 앞에는 정장을 입은 외국인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하고, 캠핑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할랄 인증을 받은 메뉴와 지역 특산품인 문자사과, 경주빵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K-푸드 체험 중!”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APEC 미디어센터 소속 한 기자는 “음식과 분위기 덕분에 한국이 더 가까워졌다”며 “비즈니스 회의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부대행사는 대만민국과 경북의 홍보나 전시를 넘어, APEC의 핵심 가치인 ‘사람 중심의 성장’을 실현하는 공간이었다. 디지털, AI, 탄소중립 같은 산업 의제 외에도, 교육·문화·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알리는 장이 된 것이다. 행사 관계자는 “정상회의가 끝나면 기억에 남는 건 회의록이 아니라 사람과의 교류입니다. 이 부대행사는 그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경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이 행사장은, 세계가 함께 웃고 배우며 교류하는 진정한 글로벌 커뮤니티의 모습을 보여줬다. 단풍 아래에서 책을 읽고, 떡볶이를 나누며,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이 공간은 APEC의 미래를 향한 따뜻한 발걸음이었다. /피현진·박형남기자 phj@kbmaeil.com

2025-10-31

경북 초대형 산불, 인재였다···피해 주민들 국정조사 촉구

지난 3월 의성군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며 10ha가 넘는 산림과 수백 채의 주택을 전소시킨 사건을 두고 피해 주민들이 국회의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북 초대형 산불 피해주민 대책위원회는 31일 국회에 성명서를 제출하고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정부와 지자체의 구조적 관리 부실 및 대응 실패로 인한 인재(人災)”라며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즉각 구성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성명서에서 산불 발생 초기 헬기 투입과 인력 배치가 지연됐고, 중앙정부와 산림청, 소방청, 지자체 간 지휘 체계가 혼선을 빚어 피해 확산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년 산불 위험이 경고됐음에도 불법 소각과 노후 전력선 방치 등 위험 요소에 대한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며 “기상 악화에 따른 선제적 경계 태세와 주민 대피 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지원 역시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대책위는 “임시 거주지 제공과 생계 지원, 복구 예산 배정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의 복구 대책은 일회성 위로금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실질적인 생활 재건 대책은 부재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국회에 산불 발생 원인 및 확산 경로에 대한 과학적·행정적 진상 규명, 관계 기관(중앙정부, 산림청, 소방청, 한국전력, 지자체)의 대응 과정 및 책임 소재 규명, 재난 대응 체계의 구조적 문제점 및 제도 개선 방안 도출, 피해 주민 지원 실태 및 복구 예산 집행의 적정성 검증, 향후 국가 차원의 산불 예방 및 기후위기 대응 정책 개선 방안 수립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번 산불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의 근본적 허점을 드러낸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회는 헌법적 책무에 따라 즉각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피해 주민들의 삶이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끝까지 지켜볼 것이며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1

포항제철지곡초 5학년 2반 학생들 ‘불조심 어린이마당’서 전국 2위

‘제25회 불조심 어린이마당’ 본선 평가에 경북 대표로 출전한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31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조심 어린이마당’은 소방청과 한국화재보험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전국 시·도 소방본부가 주관하는 어린이 안전 학습 경연대회로, 초등학생들이 화재 예방과 안전 수칙을 학습하며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이번 대회에서 포항제철지곡초 5학년 2반 학생들은 지난달 9일 열린 경북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도 대표로 선발됐으며, 25일 열린 전국 본선 평가에서 전국 초등학교 대표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전국 2위라는 영예를 안았다. 강지원 지도교사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책임감과 협동심을 기르며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일상에서도 안전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이번 수상은 학생들이 스스로 안전의 중요성을 배우고 실천한 값진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도내 초등학생들이 생활 속 안전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확산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불조심 어린이마당’은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안전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매년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1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중앙-지방 대등 협력관계 구축 성명서 발표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협의회)는 30일 서울 종로구 시도지사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지방정부 4대 협의체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앙과 지방이 대등·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재구 대표회장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자율과 책임, 협력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완성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국정의 동반자로서 상호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의 확립을 논의하기 위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서 주요 내용은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을 지향한다’는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 명문화 △포괄보조금제의 전면 도입과 국고보조사업 혁신, 보통교부세 교부율 인상 등 실질적 재정 분권을 위한 국정과제의 차질 없는 추진 △지방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정책에 대해 지방정부와의 사전협의를 법률로 의무화하고, 정책 설계 단계부터 지방의 재정·행정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제도적 협의 체계 마련 등이다. 조재구 대표회장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절체절명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방이 스스로 해답을 찾고 지방자치 100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권한과 재원의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보통교부세율 5%p 인상 및 자치구 직접 교부와 고향사랑기부제 세액 공제 50만 원으로 상향, 기준인건비 지방교부세 감액 페널티 부과 폐지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0-31

10년간 58억 썼지만···해수부 플라스틱 어상자 정책, 실효성 논란

해양수산부가 수산물 위판장의 위생 강화를 목표로 지난 10년간 총 58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플라스틱 어상자 737만 개를 임차 지원했지만, 여전히 전국 위판장에서 사용되는 어상자의 대부분은 나무나 스티로폼으로, 위생과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해양수산수가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2014년부터 위판장의 비위생적인 나무 어상자 사용을 개선하기 위해 플라스틱 어상자 임차비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10년간 737만 개의 플라스틱 어상자를 보급하고도, 실제 사용량은 2015년 591만 개에서 2024년 647만 개로 56만 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재 전국 위판장에서 사용되는 어상자는 총 2706만 개에 달하지만, 이 중 플라스틱 어상자는 23.9%에 불과한 것. 특히 전국 210여 개 위판장 중 플라스틱 어상자를 사용하는 곳은 단 9곳(11.5%)에 그쳐, 대부분의 위판장이 여전히 나무나 스티로폼 상자를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부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나무 어상자를 플라스틱으로 전면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년도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한 7억9800만 원 수준이며, 임차 방식에서 구매 방식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데 그쳤다. 문제는 어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임차 방식일 때 개당 국비 지원금은 612원이었지만, 구매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400원으로 줄었다. 반면 어민 자부담은 기존 612원에서 2200원으로 3.6배 증가했다. 이는 플라스틱 상자 구매단가 3000원 중 국비 400원, 지자체 부담 400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여기에 세척, 회수 등 관리비용까지 포함하면 어민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3000원에 달한다. 현장 어민들은 정부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한 어민은 “임차도 부담돼서 못 쓰는데, 더 비싼 플라스틱 상자를 어떻게 사냐”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탁상에서 만든 계획으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시기 농림축산식품부는 플라스틱 상자 임차 지원사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2014년부터 1315억 원을 투입해 총 6억5700만 개를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사용 습관 정착과 규격화에 성공했다. 임미애 의원은 “농식품부처럼 충분한 물량을 지원하고, 위판장 현대화사업과 연계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단순 교체 지원이 아닌 어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의 목표는 ‘보급 실적’이 아니라 ‘현장의 변화’여야 한다”며 “해수부는 실효성 없는 사업 전환보다 어민의 부담을 줄이고 수산물 품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0

“원더풀” 세계가 반하다… 시·공간 넘나드는 천년 고도의 매력

2025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대표단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천년고도의 품에 안겼다. 30일 경주의 대릉원 앞에는 다양한 언어가 뒤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경주에서 관광이 아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대릉원은 그 여정의 시작점이었다. 고요한 아침 안개가 고분 위를 감싸 안을 때 신라의 숨결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고분 사이를 걷던 태국에서 관광객들은 “이곳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다. 마치 시간의 층을 밟고 있는 느낌”이라며 감탄했다. 그는 천마총 내부를 관람한 뒤 “고대 신라인들의 미적 감각과 장례문화가 이렇게 정교할 줄은 몰랐다. 이곳은 무덤이 아니라 예술의 전당”이라고 “원더풀”을 외쳤다. 황리단길은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이다. 전통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상점들이 늘어선 이 거리는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만난 프랑스 관광객들은 “이 거리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요. 골목마다 감성이 흐르고, 창 너머로 보이는 기와지붕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아요”라며 “경주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도시예요. 사람들도 친절하고, 모든 것이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에요”라고 전했다. 황리단길 도자기 공방에서 직접 만든 찻잔을 들고 있던 캐나다 대표단 관계자는 “이 작은 잔 하나에도 수백 년의 전통이 담겨 있다는 게 놀랍다. 캐나다에서는 보기 힘든 정성과 섬세함이다”면서 “경주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문화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미국에서 온 사라 윌리엄스(45)는 첨성대 앞에서 하늘과 땅이 맞닿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 고대 천문대의 단아한 실루엣을 신기한 듯 한동안 처다봤다. 그는 “첨성대는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유산이라는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별의 움직임을 관찰했던 고대인들의 숨결이 느껴진다"며 “인근 동궁과 월지에서 펼쳐진 야간 조명쇼도 환상적이었다”고 즐거워했다. 현재 SNS에서는 ‘#경주러버’, ‘#황리단길감성’, ‘#GyeongjuDream’ 등의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찍은 경주의 사진과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APEC 사무국 관계자는 “경주는 회의 장소로서도 훌륭했지만, 참가자들이 도시 자체에 감동받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문화외교가 실현된 것 같았다”며 “경주의 유산은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주는 APEC이라는 국제행사를 통해 세계인들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세게인들은 경주의 진면목을 발견했고, 이 도시를 마음의 안식처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0

“APEC 기간 외국인 혐오 집회·시위 용납 못해”

경찰청은 31일과 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국·외국인에 대한 차별·편견이 담긴 혐오 표현을 하는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집회신고, 현장 대응, 사후 조치까지의 전체 과정을 혐오 집회·시위의 행위 태양과 불법 양상에 따라 체계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악의적 사실관계 왜곡, 허위 정보 생성·유통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발족한 ‘허위 정보 유포 등 단속 전담팀을 중심으로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기본법 등 관련 법령을 적용해 대응할 예정이다.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10일 “경찰이 혐오 집회·시위에 적극 대응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하며 ‘특정 국가·국민 대상 혐오 집회·시위에 대한 효과적인 법 집행 대책’을 국가경찰위원회에 안건으로 토의에 부친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며 방한 외국인 수가 크게 늘고 있으나, 혐오 집회·시위로 인해 외국인들이 불안감을 느끼거나 관광업계·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등 국가 경제·외교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 확산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가경찰위원회와 경찰청은 지난 20일 제574회 국가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대책을 깊이 있게 심의한 후 세부적인 내용을 보완해 최종적으로 대책을 확정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이번 대책이 모든 외국·외국인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 것이며, 혐오 집회·시위에 대한 금지·제한은 세계적ž보편적 규범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0-30

비접촉 교통사고라도 구호·신고 조치 않으면 면허 취소···중앙행정심판위 “처분 적법”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비접촉 교통사고를 낸 뒤 필요한 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적법타당하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비접촉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후 필요한 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A씨의 행정심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30일 밝혔다. 1차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던 A씨는 2차로에서 피해자가 운전하던 이륜자동차와의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2차로로 진로를 바꿨고, 피하려던 피해자가 이륜자동차를 급제동하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났다. A씨는 피해자에게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와 200만 원이 넘는 물적 피해를 입게 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았고,. 관할 경찰청장은 A씨의 제1종 보통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차량간 접촉이 없어 사고의 발생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A씨가 사고 현장 30m 앞에 정차한 뒤 사고 현장으로 와서 피해자의 이륜자동차를 일으켜 세우고 약 2분간 머물다가 그냥 간 것으로 확인돼 자신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운전자가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하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 제공 △사고가 일어난 곳, 사상자 수 및 부상 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 정도, 그 밖의 조치사항 등을 경찰에 지체없이 신고 등을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조치 또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시·도경찰청장은 해당 운전자의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고, 운전자는 4년 동안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소영 중앙행심위원장은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반드시 ‘멈추고, 구호하고, 신고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면 운전자의 법적 불이익과 피해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0-30

자유수호 희생자 합동위령제, 반공순국청년동지 위령비서 엄수

한국자유총연맹 포항시지회는 30일 오전 포항시 북구 덕수동 수도산 반공순국청년동지 위령비 앞에서 ‘2025년 자유수호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거행했다. 위령제는 광복 이후 반공전선에서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다 산화한 반공애국인사 고(故) 이상현 외 129위 영령의 넋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위령제에는 유족과 자유총연맹 회원, 포항시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다. 경과보고를 맡은 권기형 한국자유총연맹 부회장은 “이 위령비는 해방 이후 6·25 전쟁을 전후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하신 포항 출신 129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며 “1963년 포항시의회에서 건립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같은 해 11월 10일 제막식을 하고 첫 합동위령제를 거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79년부터는 자유총연맹이 주관해 매년 봉행해오고 있다”며 포항시와 시의회의 지속적인 협조에 감사를 전했다. 김유성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오늘의 자유와 번영의 밑거름”이라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오직 그분들의 헌신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30

APEC 기념 불꽃·드론쇼, 포항 하늘을 수놓다

“빛으로 깨어난 도시, 포항의 밤하늘이 세계를 울렸다” 29일 밤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어둠이 내린 하늘 위로 1000대의 드론이 떠올랐다. 드론이 만들어내는 형상은 마치 거대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I LOVE POHANG’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포항의 상징물, APEC 정상회의 로고,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형상화한 그림들이 차례로 펼쳐졌다. 관람객들은 휴대폰을 들어 연신 하늘을 담았다.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지은씨(38)는 “포항이 세계 속 도시로 다가온 기분이었다”며 “지난 6월 비로 취소됐던 불꽃축제 때 아쉬움이 컸는데 오늘 이렇게 멋진 무대를 보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웃었다. 드론쇼가 끝나자 무대 조명이 서서히 꺼지고 국악 선율이 잔잔히 흘렀다. 관객들의 시선이 바다 쪽으로 향한 순간 “3, 2, 1” 카운트다운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영일만 앞바다의 두 척 바지선에서 불꽃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약 1만5000발 규모의 불꽃이 국악 리듬에 맞춰 하늘을 수놓으며 밤바다 위에 포항의 미래를 비췄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한 불꽃 쇼는 앞선 드론 영상과 이어져 하나의 완성된 서사로 빛났다. 행사장 한쪽에는 국내외 기업인과 초청 인사들이 머무는 ‘APEC 경제인 존(Zone)’이 별도로 운영됐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국제 행사를 지켜본 한 참석자는 “포항이 산업 도시를 넘어 글로벌 해양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초청 경제인뿐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들도 몰려들며 행사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당초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불꽃·드론쇼가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되면서 관광객 상당수가 포항으로 향한 것도 인파가 몰린 원인으로 꼽혔다. 대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대학생 박성훈씨(23)는 “불꽃이 물 위에 반사될 때 정말 그림 같았다. 포항이 이렇게 멋진 도시였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며 “APEC을 계기로 도시가 한층 활기를 띠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APEC 정상회의 기념 포항 불꽃&드론쇼’는 포항시가 준비한 공식 기념행사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포항의 산업·문화·해양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장 주변 도로는 오후 5시부터 교통이 통제됐고 해병대, 소방, 경찰, 자원봉사자 등이 배치돼 안전 관리에 나섰다. 포항시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포항의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K-해양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라며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안전하고 감동적인 축제를 선보이기 위해 모든 인력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의 시작은 EDM 브랜드 ‘DROID ASIA’ 소속 DJ 카주쇼타임이 열었다. 강렬한 사운드와 조명 연출이 어우러지자 해변 전체가 거대한 클럽으로 변했다. 관객들의 환호가 밤하늘을 메웠다. 뒤이어 소리꾼 이희문 오방신과가 무대에 올라 전통의 울림으로 공연의 흐름을 이어갔다. 이들은 2024년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에 출연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무대로 주목받은 국악 크로스오버 팀이다. 불꽃과 음악이 절정에 이르자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 환호했다. 캐나다에서 온 리사 브라운(34)은 “국적이나 성별, 나이를 떠나 모두가 같은 리듬에 몸을 맡기고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며 “포항의 에너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밤이었다”고 전했다. 무대의 마지막은 포항의 상징 ‘철’을 모티브로 한 그랜드 로보틱 퍼포먼스 ‘이아피, 포항 i’가 장식했다. 무대 옆에 잠들어 있던 거대한 철의 형상이 불꽃과 함께 깨어나며 포항의 상징성을 드러냈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지자 관객들은 순식간에 매료됐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경제인들에게 포항을 알리고, 산업·문화·관광 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품격 있는 도시 브랜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9

포항불꽃쇼 가는 길 극심한 교통체증 ⋯ 영일대해수욕장 방향 가는 운전자들 외곽도로 우회해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기념하는 ‘포항불꽃쇼’가 열린 29일 저녁 포항시가지 전역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불빛 축제가 시작되는 시간과 기업체 및 공공기관 퇴근시간이 겹치면서 이날 오후 6시30분 현재 축제장인 영일대해수욕장으로 가는 도로 전체가 주차장이 되다시피해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포항시는 1회 추경에서 확보한 경북도비 3억 원과 시비 3억 원으로 평일인 29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포항불꽃쇼’를 연다. 영일대해수욕장 앞바다에 바지선을 띄워 15분 동안 불꽃쇼를 펼쳐지고 이어 1000대의 드론이 빛으로 밤하늘을 수놓는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알리는 문구와 이미지도 활용한다. 움직이는 대형 기계 예술 작품인 포항문화재단의 이아피(Iahfy) SF 퍼포먼스도 보탠다. 하지만 축제가 열리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축제장으로 도로 길목마다 교통체증이 시작돼 차량들이 거의 멈추다 시피하며 거대한 주차장이 돼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불빛축제를 보러가는 외지 관광객들과 퇴근시간 차량이 한꺼번이 몰리면서 극심한 체증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부득이 영일대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능 차량들은 시가지 우회도로를 이용하거나 가는 시간을 조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10-29

“제발 일하고 싶어요”… 구직 향한 간절한 발길들

29일 포항시 남구 만인당에서 열린 ‘2025 포항일자리박람회' 현장은 수백 명의 구직자로 북적였다. 연령대와 사연은 구직자들 마다 달랐지만 취업에 대한 갈망은 뜨거웠다. 저마다 이력서를 손 꼭 쥔 구직자들은 이번 면접이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표정이었다. 포항시와 대구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이 마련한 일자리박람회에는 포스코RP테크, 지멘스 헬시니어스 등 제조업·서비스업 분야 52개 기업이 281명을 선발하기 위해 참여했다. 이 자리에는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구직자들은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구인 정보 게시대를 긴장된 표정으로 오가며 채용정보를 확인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지원자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증명사진 촬영 부스에서 이력서에 넣을 사진을 찍은 김태구씨(63)는 3년 전 퇴직 전까지 30여 년간 포항에서 기계정비업에 종사했고, 최근까지는 당진제철소 등 타지로 일을 하러 다녔다고 했다. 그는 “정비사 모집 공고는 많지만 이제는 몸이 힘들어 편한 일을 하고 싶다”면서 “1종 대형운전면허증 외에 별도의 자격증이 부족한 탓에 그토록 원하는 운전직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환경미화원 채용공고에 관심을 보인 대학생 이희정씨(26·포항시 남구 연일읍)는 ”어린 시절부터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게 꿈이었다“면서 “젊다고 힘든 일을 못 하는 건 아닌데 불합격 통보를 받으니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산업안전관리를 전공한 대학 졸업예정자 김대현씨(24·포항시 북구 두호동)는 포항의 한 폐수업체 면접에서 성실함과 열정을 어필했다. 그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다”고 호소했다. 행사에 참여한 전자산업 관련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행사장에 사람은 많지만, 우리가 찾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귀뜸했다. 일반 신입이 회사에 적응하기는 어렵고, 최소 3년 이상 경력 있거나 관련 자격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인사담당자는 “오늘 1명이 지원했지만,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포항은 철강산업 중심지라서 전자산업 인력이 거의 없어서 헤드헌터를 통해 적임자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했다. 포스코 노무협력실 문형석 과장이 ‘나의 길을 설계하다’라는 제목으로 청년을 위한 진로 내비게이션 특강을 통해 “자기 이해에서부터 취업이 시작되고, 개인의 적성과 성향, 직업 가치관, 핵심역량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부합하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30대 청년층에게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일자리박람회에서는 실제 면접 환경에서 즉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의면접 체험과 게임형 강점 진단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다. 퍼스널컬러 진단, 이력서 첨삭 코칭 등의 부대행사에도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포항시 일자리청년과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구직자가 늘었다”면서 "청년, 중장년, 여성 등 수요 맞춤형 프로그램은 호응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10-29

초록우산 경북본부, 구미그린리더클럽과 보호 아동 자립 지원

초록우산 경북지역본부(본부장 박정숙)는 지난 28일 구미그린리더클럽(회장 이규왕)과 함께 구미 지역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후원금과 물품을 전달했다. 구미그린리더클럽 곽명수 위원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북서부지소를 통해 법무보호대상자 자녀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1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 후원금은 보호대상자 가정 회복과 자녀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돕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구미그린리더클럽 배현종 위원은 새빛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아동 9명에게 새 신발을 선물하며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구미그린리더클럽 곽명수 위원은 “법무보호대상자 가정의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아이들의 자립을 응원하는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구미그린리더클럽 배현종 위원은 “아이들이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쓰여 초록우산을 통해 아동 신발을 지원하게 되었다”며 “예쁜 신발을 신고 아이들이 더욱 활기차고 자신감 있게 생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초록우산 박정숙 경북본부장은 “지역의 따뜻한 관심이 아이들의 성장과 자립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아동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그린리더클럽은 초록우산의 중·고액 후원자 모임으로, 구미 지역 아동의 행복한 성장을 돕기 위해 매달 초록우산 경북지역본부와 함께 기부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아동 안전우산 지원, 신발 및 실내화 지원, 취약계층 아동 장학금 지원 등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10-29

이인지구 공사장 한복판 ‘어린이공원’⋯‘위험한 놀이터’로 방치

27일 오전에 찾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지구 도시개발구역 현장 공터 한복판에는 ‘이인8 어린이공원’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미끄럼틀등 놀이시설은 제 모습을 갖췄지만, 주변에는 공사 자재와 돌무더기, 굴착기와 덤프트럭도 있었다. 출입을 막는 울타리나 안전 표식은 없었다. ‘이인8 어린이고원’이 공사 한복판에 놓인 ‘위험한 놀이터’가 된 셈이다. ‘이인8 어린이공원’은 포항시가 2011년 실시계획을 인가한 이인지구 도시개발구역 사업의 일부로 이인리 산176 일원에 1672㎡ 규모로 조성 중이다. 2012년 착공 이후 공정이 지연되면서 전체 사업이 준공되지 않아 어린이공원은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준공 전까지 시설물의 관리와 안전 책임은 시행 주체인 조합에 있다. ‘이인8 어린이공원’ 도 포항시로 이관되기 전이어서 현재의 관리 의무 역시 조합에 있다. 그런데도 현장은 사실상 방치돼 있어 안전사고가 나면 책임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모씨(51)는 “이용 제한도, 안내문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드나들까 봐 불안하다”라면서 “겉보기에 완공된 것처럼 보여 오히려 더 위험하다. 행정은 사고가 나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진엽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이인8 어린이공원'처럼 도시개발구역 내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도시개발법’에 따라 관리 주체가 정해져 있으며, 조합이 안전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면서 “임시로라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관리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 확보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항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공원은 전체 사업이 아직 준공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공정률을 고려하면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이 안전조치를 즉시 취하도록 요청하고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9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 국비보전 촉구 공동 기자회견 열어

대구교통공사는 지난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대표자협의회 및 국회의원 3인과 함께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개선 및 국비보전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무임수송으로 인한 재정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전국 6개 도시철도 기관(대구·서울·부산·인천·대전·광주)의 무임수송 손실액은 총 7228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누적 결손금은 2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운영기관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국비보전 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력히 요청했다. 또 개정안 통과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추진하며, 11월까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구교통공사 김기혁 사장은 “무임수송제도는 정부의 정책적 결정으로 도입된 교통복지정책인 만큼, 국비 보전을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정준호 의원과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함께 참여해 무임수송 손실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무임수송 제도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재정 지원 없이는 서비스 유지와 확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29

31일 독도 순직 소방항공대원 6주기 추모데이···유가족·동료 ‘기억의 산책’ 진행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는 31일 본부 내 추모공원에서 ‘순직 소방항공대원 6주기 추모데이(Day)’를 개최한다. 2019년 10월 31일 독도 해상 응급환자 이송 중 순직한 고(故) 김종필 기장·서정용 검사관·이종후 기장·배혁 소방장·박단비 소방교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다. 추모데이는 ‘기억의 산책(Memorial Walk)’ 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의전 중심의 행사 대신 유가족과 동료들이 직접 참여하는 추모 글쓰기, 헌화, 기억의 산책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기억의 산책’은 호주 뉴캐슬에서 하는 행사인 메모리얼워크와 같이 동료들이 순직 동료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함께 걸으며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으로 진행한다. 산책 구간은 종합훈련탑, 수난훈련장, 산악훈련장, 항공대 앞 풋살장 등 고인들이 평소 훈련과 근무를 하던 장소이며, 참석자들은 헌화와 함께 추모 메시지를 남기며 고인의 희생정신을 되새길 예정이다. 행사에는 유가족, 동료 대원 등 70여 명이 참석해 함께 추모의 시간을 가진다. 김수환 중앙119구조본부장은 “순직 소방항공대원의 희생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소방의 사명 그 자체였다”라며 “행사를 통해 고인들의 숭고한 뜻을 잊지 않고, 남은 이들이 그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0-29

포항 죽도동·대구 두류동, 상습침수구역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지정

상습 침수 구역인 포항시 북구 죽도동 105 일원(2.115㎢)과 대구 달서구 두류동 706-3 일원(3.74㎢)이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돼 하수저류시설과 빗물펌프장 설치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집중강우 때 하수도 용량 부족으로 인한 도시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전국 상습침수지역 17곳을 ‘2025년도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침수 피해 정도와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8300여억 원을 투입해 하수관로 84㎞ 개량, 펌프장 22개 신·증설, 빗물받이 설치 등 하수도시설을 확충하고 침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지정 제도는 하수도법(제4조의3)에 따라 2013년 도입했다. 집중 강우 시 하수 범람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상습적으로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지정하고, 지자체가 침수 원인 해소를 위한 하수도 확충 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국비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국비 보조율은 광역지자체 30%, 기초지자체 60%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침수가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10~38곳씩 총 210곳을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지금까지 1조8164억 원의 국고를 지원해 하수관경 확대, 하수저류시설 및 빗물펌프장 설치 등 하수도 확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의 도시 침수 대응 예산 규모를 2023년(1595억 원) 대비 2.5배 이상(4055억 원)으로 증액 편성하는 등 상습 침수지역의 도시침수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집중 강우 시 맨홀뚜껑 이탈로 인한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내년 말까지 전국 침수 우려지역에 위치한 전체 맨홀(20만7000곳)에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예산 1104억 원(2026년 정부안)을 편성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0-29

대구가정법원 포항지원 “딸 양육 외면한 40대 친부, 친권 전부 상실”

어린 딸을 방치하는 등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고 딸에게 재산상 불이익까지 끼친 친부에 대해 법원이 친권 전부를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2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현재 70대인 외할머니 A씨는 현재 중학생인 외손녀 B양을 출생 직후부터 홀로 양육했다. B양 친모가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고, 40대인 친부 C씨는 생활비와 양육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으면서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딸 명의로 휴대전화를 몰래 개통해 요금까지 연체했다. B양은 친권자인 아버지 C씨의 동의 없이는 은행 계좌 개설조차 불가능해 학교생활과 사회활동에서 불편과 차별을 겪어야 했다. 외할머니 A씨는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은 A씨를 대리해 친부 C씨에 대한 친권 상실 선고와 미성년후견인으로 A씨를 선임해달라고 청구했다. 핵심 쟁점은 친권자의 방임·방치행위가 미성년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지 여부였다. 공단은 C씨가 B양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신용과 재산에 피해를 끼쳤고, 유사한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점, B양을 한 차례도 양육하지 않고 방임·방치한 점을 들어 친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친권상실 의견청취서를 송달받은 C씨는 이에 동의하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구가정법원 포항지원 제1가사부(주성화 부장판사)는 친부 A씨의 친권을 전부 상실케하고, B양에 대한 미성년후견인으로 외할머니 A씨를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공단이 제출한 소명자료와 C씨의 행태를 근거로 C씨의 친권남용을 인정해 친권 제한을 넘어 친권을 전부 상실시킨 것이다. 법률구조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부모가 사실상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조손가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친권이 아동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 이를 과감히 제한하거나 박탈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10-29

“체감소음은…” 군 사격장 피해 주민들의 울분

“평균값으로는 체감소음을 반영할 수 없다”, “어업·축산 피해도 보상해야 한다”는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2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칠포대공사격장 소음영향도 조사용역’ 주민설명회에서다. 주민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평균값 산정의 불합리, 보상 불균형과 생업 피해, 경계 설정의 불합리, 포괄적 보상 필요성 등을 강하게 제기했다. 흥해읍 칠포2리 이장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으면 사격 시 경보음이 울릴 정도인데 소음지도에서 빠져 있다. 바로 옆집은 포함되고 우리 집은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이런 기준은 이해할 수 없고, 주민들 사이에 불신만 키운다. 차라리 마을 단위로 동일하게 지정해야 분란이 없다”고 지적했다. 용역사 측은 “기계가 자동 측정하는 시스템이라 결과는 측정치 기준으로 산출되고, 이번 재측정으로 보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용안1리 이장은 “발칸포 사격 때마다 창문이 진동하지만, 보상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발칸포 사격 지역은 순간 최고치는 높게 나오지만 법정 산정 방식이 평균값 기준이어서 다른 소음과 더해지면 낮게 측정될 수 있다고 용역사는 설명했다. 북구 기계면 주민은 “사격의 ‘탕!’ 하는 피크 소음이 진동에너지로 바뀌어 퍼져나가면서 마을 가옥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 피해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용역사는 “해상 사격의 방향성과 지형 등으로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 지형·방향성 변수까지 고려해 재측정하겠다”고 밝혔다. 축사를 운영하는 흥해읍 칠포1리 이장은 바람 방향에 따라 사격 소리가 몇 배로 커지는 탓에 소들이 놀라거나 유산하는 일이 잦은 점을 내세우면서 “수십 년간 참아왔으니 소급이 어렵더라도 심리적·생업 피해를 포함한 포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가축 피해는 군소음보상법 직접 대상이 아니며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어민들도 “사격이 있는 날엔 바다에 나갈 수조차 없다. 하루 조업이 통째로 날아간다. 그런데도 어업 피해는 보상조차 받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설명회는 군소음보상법 시행 이후 5년 만에 진행되는 재조사로 내년 말까지 소음대책지역 재지정을 위한 측정과 모델 검증 절차가 이어진다. 용역사는 “11월 5일 1차 측정에 이어 내년 상반기 2차 측정을 해 실측값과 예측값을 비교·보정할 예정”이라며 “지점별 차이를 ±3dB 이내로 맞춘 뒤 최종 소음 등고선을 확정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말 최종 도면 재작성 후 이의신청 절차를 통해 추가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주민 참여를 당부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10-28

맥주와 사랑에 빠진 청년 ‘홉’ 국산화 선봉장이 되다

푸드트럭으로 전국을 떠돌며 맥주를 팔았다. 맥주의 향과 맛에 푹 빠져서다. 아예 맥줏집을 차려서 더 깊은 맥주의 세계로 향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맥주에서 나는 향기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홉[(Hob)이 맥주 향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홉의 세계로 나갔다. 2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련리의 한 밭에서 만난 에이홉 대표 김진동씨(40)는 “홉은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 기술의 결정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국내 수제 맥주 시장에서 ‘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미국·독일·호주 등에서 들여오는 홉은 운송비와 냉장 보관비가 비싸고 물류 과정에 따라 품질 편차도 크다. 이런 현실이 답답했던 김 대표는 직접 홉을 재배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주변에서는 맥주 팔던 사람이 맥주 원료 재배에 나선다는 김 대표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싸늘한 반응에 굴하지 않은 김 대표는 고향인 포항의 바람과 햇살을 믿었다. 전국의 재배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발품을 판 김 대표는 해풍이 세고 일조량이 많은 덕분에 홉 성장의 최적지인 포항 흥해읍 대련리에 터를 잡았다. 2022년 작은 시험포도 만들었다. 그는 “첫해엔 정말 엉망이었다. 철선을 잘못 걸어 줄기가 쓰러지고, 바람에 날리고, 해충까지 들끓었다”면서 웃었다. 그는 실패를 그냥 넘기지 않았고, 원인을 전부 기록했다. 김 대표의 실험 노트에는 토양 상태, 온도, 바람, 일조량까지 꼼꼼히 적혀 있었다. 홉을 단순히 농작물로 보지 않는다는 김 대표는 “홉은 씨를 뿌리고 물을 준다고 자라는 식물이 아니라 재배부터 건조, 저장, 추출까지 모든 과정이 연결된다“면서 ”향을 얼마나 보존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포항의 기후 데이터와 토양 분석, 일조량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며 품종을 조정하고 있다. 아로마 향이 강한 ‘캐스케이드’를 심었다가도 쓴맛 중심의 ‘센테니얼’을 시험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홉을 재배하는 지역은 강원 홍천·경북 의성·전북 부안, 그리고 포항까지 네 곳 뿐이다. 포항은 해풍과 일조량이 풍부해 ‘시트러스 계열’ 홉 품종 재배에 특히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단순히 홉을 재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포항의 수제 맥주 브랜드 ‘포항수제맥주’를 운영하는 이광근 대표와 손잡고 “좋은 맥주는 결국 지역에서 태어난다”는 신념을 실현하고 있다. 이광근 대표는 이미 맥주의 90%를 포항산 재료로 만들어왔다. 쌀과 과일, 물까지 모두 포항에서 나왔다. 하지만 맥주의 향을 결정짓는 핵심 재료인 홉만은 수입산이었다. 포항수제맥주의 마지막 한 칸인 홉을 포항산으로 채운 김 대표는 “직접 재배한 포항산 홉이 맥주 양조에 쓰이자 변화는 금세 느껴졌다”라면서 “비율은 아직 높지 않지만, 향의 차이는 확실했다. 수입산보다 거칠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생동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의 땅이 ‘우리 함께 만들어가 나가자’라고 말을 건다”며 웃음 짓는 김 대표는 ‘농부이자 실험가’의 모습 그대로였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