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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자의 자제가 민주주의의 기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조상들은 한가위 덕담으로 이런 말을 해왔다. 하늘은 청명하고, 들판에 곡식은 익어 풍요로운 추석이다. 농경 사회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넉넉할 때가 있었을까. 그런데 한가위를 앞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배터리 하나에 온 나라가 마비다. 해킹 부대까지 운용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개입하면 어쩔 뻔 했나. 트럼프는 깡패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깡그리 무시하고, 갑자기 25% 관세를 주장하더니,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한다. 강도가 따로 없다. 우리 세대야 쌀독을 박박 긁어 끼니를 이어간다 해도,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공존을 설계하는 게 아니다. 너야 굶건 말건 내가 갖고 싶은 건 다가져야겠다는 요구다.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후 우리 경제는, 인재 양성은, 또 일자리는 어떻게 할 건가. 이제 우리 안위를 미·북 대화에 맡 겨야 하는 처지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대응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하는 꼴은 울화가 치민다. 여도 야도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논리도 없고, 체면도 품격도 다 던져버린 욕설 경쟁뿐이다. 집권 여당은 국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기에 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집권 후 최저 지지율을 보인 지난주 여론조사에 응답한 국민도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외환위기가 오건 말건, 나라가 위기에 처하건 말건, 집권당은 재판 뒤집기에 만 골몰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만나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유죄로 확정해 선거에 못 나오게 만들려 했다고 주장한다. 증거도 못 내놓는다. 당내에서도 “근거가 희박한 것 아니냐”라고 하자, 서영교 의원은 “제보자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말만 하지,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도 못한다. 법원을 못믿는다며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내놨다. 입맛에 맞는 판사로 재판하겠다는 거다. 검찰도 해체해 버렸다.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은 국정감사 증인·참고인을 143명 신청했다. 조 대법 원장을 비롯해 대법관만 5명을 신청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는 이유다. 명백한 보복이다. 대법관은 국회에 부르지 않는 것이 관례다. 더군다나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판사를 불러 추궁하 는 것은 재판을 국회가 하겠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거대해진 민주당 권력에는 자제도, 절제도, 원칙도 없다. 이 대통령이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자들도 모두 증인으로 불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사건을 조작해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법도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판사와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놓고, 호통치고,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요구할 게 뻔하다. 이미 유죄 판결이 난 사건까지 특검과 전담재판부도 모자라 국회에서 누르고, 뒤집겠다는 말이다. 사실상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꼴이다. 더군다나 대법원장까지 오라 가라 하면서, 대통령실의 일개 비서관은 못 부른다고 버티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못 나올 이유가 있는데, 지금은 말을 못 한다고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민주당 의원마저 출석해 해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국민주권 정부의 원칙’이라 고 말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과 임명된 권력의 상하 관계를 언급했다. 자유 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가 무엇이 다른가. 당이 정부와 사법기관을 모두 통제 하고, 일당이 지배하는 게 독재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한 사람과의 거리가 권력의 크기가 되는 체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권력의 균형과 견제가 이루어져야 자유민주주의의다. 굳이 임명된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견제하게 만든 이유를 모른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말을 따라 할 참인가.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 모르나.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9-28

전국에서 파도소리와 가장 가까운 양조장

포항 도심에서 동해안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탁 트인 바다 마을이 나타난다. 영일만의 넓은 품에 안긴 포항시 동해면 도구리. 이곳에 70년을 이어온 양조장이 자리한다. 연오랑세오녀의 설화가 깃든 땅, 근대 한의학의 한 축을 이룬 석곡 이규준(1855∼1923)의 정신이 깃든 곳에 터를 다진 동해명주다. 손님을 맞으러 나온 양민호 대표는 유서 깊은 노포의 이미지와 다르게 40대의 젊은이다. 전국 수백 개의 양조장을 이끄는 이들 중에서 젊은 축에 속한다. 나이는 젊지만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를 돕기 시작해 일반사원에서 공장장을 거쳐 대표 자리에 올랐으니 보통 내공은 아닐 터이다. 동해명주의 도로명인 일월로 51-1번지에는 건물 두 동이 있다. 70년 된 전통 양조장에 증류실을 마련해 증류주 연구를 본격화하면서 막걸리 생산은 2011년에 신축된 양조장에서 전담하고 있다. 막걸리 양조장 외벽에 설치된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술 항아리에서 잔으로 한 줄기 술이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양 대표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미관상 고민거리이던 도시가스 배관이 취기에 올라서 보니 술 줄기로 변해있더란다. 그야말로 ‘술기운이 만든 작품’인 셈이다. 양 대표는 양조장의 핵심 시설인 발효실부터 안내했다. ‘양조장의 주방’이라 불리는 발효실은 양조장의 중심축으로 술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신성시되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여름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인데도 발효실 안은 서늘함이 감돌았다. 내부에는 1톤 용량의 스테인리스 탱크 35기가 자리했는데, 각각 냉각관을 통한 온도 조절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1t 탱크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무려 2000여 병이다. 전통을 잇되 자동화 설비를 꾸준히 도입한 결과다. “지금이야 세월이 좋아졌지만, 옛날에는 장독대에 선풍기를 틀어 온도를 내렸습니다. 지금처럼 무덥지 않아서 장독대 하나에 선풍기를 집중적으로 틀어주면 20도까지 떨어졌지요.” 선풍기도 없던 시절에는 지하수를 흘려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연탄불을 피워 발효 조건을 맞추었다. 양 대표는 장독이라 온도 관리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장독이 숨을 쉬면서 스스로 온도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장독에서 술을 익히는 게 낫지 않냐고 묻자 양 대표가 손사래를 쳤다. 대형 장독대 세척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란다. 가슴 높이의 항아리를 기울여 세제 없이 오직 손힘으로만 닦아야 하는 것이다. 또 항아리를 운반하려면 핸들을 돌리듯 굴려서 움직여야 했기에 파손될 위험도 컸다. 포항 도구에 70년 이어온 ‘양조장’ 자리해 1955년 서영수 대표의 ‘도구양조장’ 시작 2대 양수길 대표 인수 ‘동해양조장’ 명명 3대 양민호 대표 다섯 살부터 아버지 도와 일반사원서 공장장 거쳐 대표 자리 올라 전국 확장 의지 담아 사명을 ‘동해명주’로 매일 새벽 마당에 술을 뿌리며 기도 올려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 막걸리 한 잔의 여운, 정성과 철학의 결실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양민호 대표가 망사로 된 뚜껑을 열어서 탱크 안을 보여주었다. 발효된 쌀알이 표면에 떠 있고, 알코올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냄새는 시큼하기보다 구수한 쪽에 가까웠다. 보글거리며 올라오는 기포는 생명력을 알리는 듯했다.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이 양조장을 찾는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독립영화가 있었다. 감독이 직접 막걸리 제조법을 배우다 아이디어를 얻은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2024)인데, 발효 과정에서 생긴 기포를 일종의 ‘신호’로 해석한 설정이 독특했다. 영화처럼 신비한 기운을 가진 막걸리가 “톡톡……, 톡톡톡……” 로또 번호까지는 아니더라도 특별한 메시지를 전할지 모르니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반면, 양 대표는 슬쩍 보더니 냄새로 술의 상태를 판단했다. 발효실에서 40년 가까이 있다 보니 후각으로 도수와 산미 정도를 감지할 수 있단다. 도수를 0.5도 단위까지 알아낼 수 있다니 실로 대단한 능력이다. 양 대표는 마치 알코올 도수 측정기가 눈앞에 있는 듯 현재 도수는 약 14.5도이고, 하루만 더 발효시키면 출고할 수 있다고 했다. 1톤 탱크의 3분의 1은 쌀이 차지한다. 뜨거운 증기를 온몸으로 감당하며 밥을 섞어주고 뒤집어준 고두밥이다. 쌀을 찌고 나면 균사를 고두밥에 뿌려 손으로 비벼주는 작업이 이어진다. 발효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양 대표의 표현대로 “쌀에서 꽃이 핀다.” 막걸리의 모든 공정에 정성이 들어가지만, 특히나 발효만큼은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 기술만으로 맛을 낸다면 대기업 제품이 가장 맛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다. 동해명주의 뿌리는 도구양조장 효모가 제대로 활성화되어 고두밥 분해가 충분히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발효 지점은 알코올도수 15도다. 반면에 발효가 덜 된 상태, 즉 ‘미주(未酒)’ 단계에서는 구수한 맛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나무에서 충분히 숙성된 과일이 풍부한 맛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막걸리도 탱크 안에서 충분히 발효될 때 가장 좋은 맛을 낸다. 맛의 품질과 생산 수율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수많은 시도 끝에 도출한 최적의 조건이다. 목표치에 도달하면 물을 섞어 도수를 약 6도 수준으로 조정한다. 물을 더해 원하는 도수를 맞추는 방식은 위스키나 맥주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막걸리는 청주를 걸러내고 남은 침전물이었지만, 지금은 원주(原酒) 그대로 사용한다. ‘대충 막 걸러낸 술’이라는 막걸리의 어원은 오늘날에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 막 갓 빚어낸 술’이라는 해석이 현대의 막걸리를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 동해명주의 역사는 1955년 ‘도구양조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대 서영수 대표가 운영하던 양조장을 1985년에 2대 양수길 대표가 인수해 ‘동해양조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도구리를 넘어 동해면 전역을 대표하는 양조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였다. 2016년, 양민호 대표가 대를 이어 취임하면서 브랜드 이름은 ‘동해명주’가 되었다. 전국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양 대표의 부친인 고(故) 양수길 대표는 포항시 연일읍 태생이다. 그는 떡방앗간을 처분하고 도구양조장을 인수하면서 포항시 도구리로 터전을 옮겼다. 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양조장을 인수했지만, 재정적 기반이 부족한 터라 가내수공업 형태로 가족 모두가 힘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 양민호 대표는 한옥 2층 살림집 아래 1층 양조장에서 성장했다. 아침에 문을 열면 곧장 양조장이었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막걸리 상자 앞에 앉아 고사리손으로 비닐 마개를 씌우며 일을 도왔다. 당시 막걸리 병마개는 밀봉을 위해 비닐을 사용했다. 비닐 100개가 한 세트였는데 하나씩 벗겨내 병에 꽂고 열로 지져 수축시키는 방식이었다. 양 대표는 스스로의 성장을 ‘병뚜껑을 닫을 수 있는 높이’로 체감했다. 처음엔 2단만 겨우 가능했지만, 어느새 3단, 4단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키가 크는 걸 알았다. 매일 새벽 마당에 술 뿌리고 기도 올려 막걸리 냄새에 취해 살았다고 회고하는 양 대표. 어린 시절에는 ‘술도가’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맥주와 소주에 비해 막걸리가 상대적으로 덜 대우받던 때였다. 고등학생이 되니 그제야 친구들도 하나둘씩 양조장이 마을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에 누룩 냄새가 배어 빠지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놀려도 막걸리집 아들로서 자부심이 있었죠. 한 톨의 쌀이 밥이 되고 막걸리가 되는 과정이 어린 제게는 신비로웠습니다.” 고(故) 양수길 대표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평소 “남은 1등, 나는 2등”이라는 말을 자주 했으며, 이는 배려와 책임의 철학을 보여준다. 겨울이면 쪽잠으로 버티며 서너 시간마다 밤새도록 연탄불을 확인했다. 세심하게 술을 지켰던 집념은 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지 않았지만 행동으로 보이셨죠. 너부터 챙기지 말고 장독을 더 들여다보고 수억의 생명체를 먼저 챙기라는 말씀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1941년생 아버지가 45세에 인수한 양조장에서 같은 나이가 된 1981년생 아들이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다. 양민호 대표는 매일 새벽 발효실에 들어가기 전 마당에 술을 뿌리며 기도를 올린다.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술에도 정성이 깃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양조장은 전통과 경험, 기술과 철학이 맞닿는 지점이라는 그의 말은, 양조장이 술을 빚는 공간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한 잔의 막걸리에 담긴 오랜 여운은 이 같은 정성과 철학의 결실이다. 글 = 배은정 소설가·사진 = 김훈 작가

2025-09-28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1)

<문>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퇴직연금은 어떤 건가요? <답>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는 일명 ‘푸른씨앗’이라고 합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지원하기 위해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사업주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공적 퇴직연금기금 제도입니다. <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는 상시 30인 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의무사항 인가요? <답>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에 따라 2022년 4월 1일부터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가 새롭게 시행됐지만, 현행법 상 퇴직금, 퇴직연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중 하나 이상의 퇴직급여제도를 선택하여 설정토록 하고 있으므로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가 퇴직연금제도(DC)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답> DC제도는 사용자가 납입한 부담금(연간임금총액의 1/12이상)을 가입자 본인이 직접 투자 결정(상품운용지시)을 해야 합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는 노·사·정 및 전문가로 이루어진기금제도 운영위원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공단이 기금화된 가입자 개별 적립금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제도의 가입을 원하거나 기존 퇴직연금의 기금제도 전환을 원하는 기업은 퇴직연금 상담센터(1661-0075, 1644-0083) 또는 가까운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054-288-5207,5251)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9-28

향초를 피운 저녁

생선 구운 냄새가 남아 있다. 계속 환풍기를 돌려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문을 열어놓고 있다가 날이 선선해져 창문을 닫고, 초를 켰다. 요즈음의 향초는 다양한 향을 가지고 있다. 둥근 유리병 속에 든 초에 불을 붙였다. 반 정도 닳아 없어진 심지에 불을 붙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보랏빛 초가 타면서 옅은 라벤더향이 방 안에 흘렀다. 그 향을 타고 생각은 공주로 달려갔다. 무령왕릉을 갔었다. 처음 가본 왕릉은 기대 이상이었다. 여러 가지 껴묻거리(부장품)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무덤 안 군데군데 불꽃 무늬가 보였다. 촛불이 있던 자리란다. 무덤이 완성된 후 촛불을 켜 둔 채 밖에서 문을 닫았다. 초는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타고 그 수명을 다했다. 그 안은 그래서 진공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완벽한 형태의 부장품들이 발견될 수 있었다고 한다. 초는 희생의 상징으로 많이 이야기들 한다. 스스로의 몸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초가 타면서 촛농이 흘러내리고 시간이 가면서 몸이 다 녹아내려 없어지는 것을 보면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1시간 정도 켜 놓았던 초를 끄기 위해 유리병의 뚜껑을 닫았다. 거므스름한 그을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잠시 후 초는 꺼졌다. 산소의 공급이 끊긴 탓이다. 초가 자신을 태우고 주변을 밝히기 위해선 반드시 공기 중의 산소가 필요하다.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는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 경주나 자전거 경기 따위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다. 특히 마라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라톤은 42.195KM를 뛰는 고된 운동이다. 이 페이스 메이커는 주자가 스스로 페이스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함께 달린다. 속도 조절을 시켜주고 주자의 긴장을 완화시키며 다른 선수를 견제해 경쟁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투입 된 그들은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으며 남의 일등만을 위해 달린다. 그들의 결승점은 30KM이다. 함께 뛰었던 주자가 1등으로 결승선을 끊었다고 해도 이들은 주인공이 아니기에 전혀 주목받지 못한다. 마치 산소가 있어야 초가 타지만 산소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어찌 보면 세상은 주인공들보다는 저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손길로 이루어지고 만들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손녀를 데리러 어린이집을 갔다. 0세부터 2세까지의 어린이들이 다니는 곳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이들이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아침이면 이곳으로 모여든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마라톤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특히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를 돌보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하루 종일 돌보다 보면 식사 시간을 챙기지 못해 끼니를 건너뛰거나 서서 간단히 먹는 일도 다반사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산후우울증, 독박육아 이런 말이 남의 말같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늘 밝다. 아침부터 저녁 시간까지 그 일을 감당하며 늘 환한 모습인 것이 존경스러웠다. 짧은 시간 한 아이만을 돌보아도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이 많은데 사랑과 그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선생님들의 수고 때문에 직장에서의 활동을 유지하고, 전업주부는 다시 가정을 꾸려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산소가 없이는 절대로 촛불이 자신을 태울 수도, 빛을 발할 수도 없다. 초도 산소도 스스로를 지워가면서 없어지는 것은 같지만 갈채는 초만 받을 뿐이다. 그러기에 보이는 자리의 주인공이나 1등도 무척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어쩌면 초보다도 산소 같이 도움을 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수 있다. 앞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삶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소중하고 의미 있다. 그들의 희생과 배려 속에 세상은 지금처럼 잘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향초를 태우고 초가 꺼진 자리엔 희미한 라벤더 향만이 주위의 공기에 섞여들고 있다. /전영숙 시조시인

2025-09-28

의성군, ‘제32회 자랑스러운 군민상’ 수상자 10명 선정

의성군은 지난 24일 ‘제32회 자랑스러운 군민상위원회’를 열고 군민상 4명, 특별공로상 6명 등 총 10명의 수상자를 확정했다. 시상식은 10월 1일 ‘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군민상 수상자는 △지역사회발전 부문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 △문화체육 부문 박태주 의성문화원장 △산업경제 부문 김호식 전국한우협회 의성군지회장 △봉사효행 부문 임영자 봉양면 새마을부녀회장이다. 신원호 지회장은 의성군의회 의장, 의용소방대 연합회장 등을 역임하며 어르신 복지 증진에 기여했고, 박태주 원장은 지역문화 발굴 및 문화사업 확대로 군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했다. 김호식 지회장은 한우산업 발전과 장학금 기탁, 소외계층 지원을, 임영자 부녀회장은 독거노인 목욕봉사, 김장 나눔 등 봉사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공헌했다. 특별공로상 수상자로는 유한철 재경의성향우회장을 비롯한 6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 복구에 탁월한 기여를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별공로상은 주소지와 무관하게 의성군 발전에 현저히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된다. 김주수 군수는 “수상자들의 헌신이 의성군의 미래를 밝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며, 군민의 날 기념식과 함께 진행된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09-28

조지아와 군맹무상(群盲撫象)

어떤 대상을 제대로 알고자 하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절실하다. 제한된 경험과 불충분한 시간은 대상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가져오기 쉽다. 이런 이유로 ‘수박 겉핥기’라든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는 경구가 나온 것이다. 후자는 불가(佛家)의 경전인 ‘열반경’에서 유래하는데, 좁은 식견과 안목 없이 대상을 주관적으로 잘못 판단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카프카스산맥 남부에 자리한 조지아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로 남한 면적의 63% 정도다. 인구는 370만 정도니까 부산과 구미의 인구를 합한 규모다. 오랜 세월 정교(正敎)를 신봉해온 정통 기독교 국가로 북으로는 러시아, 남으로는 터키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나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4박 5일 체류했다. 125만 인구의 트빌리시에는 곳곳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고, 버스 카드로도 탈 수 있다. 조지아가 본디 산악국가인 까닭에 조금만 올라가도 시내 전경(全景)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버스 정류장에서 손자를 안고 나온 중년 여인네가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풍경을 보노라니 우리 어머니들의 예전 모습이 겹쳐져 마음이 적잖게 애잔했다.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은 도시 므츠헤타(Mtskheta)를 택시로 찾아간다. 12살에 운전을 배워 33년째 차를 몰고 다닌다는 45세 운전사와 김 이사가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왕복 80라리로 다녀오기로 했지만, 멀리 산 정상에 솟아있는 즈바리 수도원에 마음이 가기로 50라리를 더 주고 방문을 결정한다. 쿠라강과 아라그비강이 아름답게 만나는 정경이 내려다보이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에서 잠시 묵상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서기 337년에 기독교를 공인할 정도로 조지아 정교회는 그 역사가 남달리 깊다. 즈바리 수도원은 꼬불꼬불한 산길을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차도로 이어진 종점에 자리한다. 저 높은 곳까지 도달해야 했을 그들의 돈독한 신앙심을 새삼 돌이킨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당신은 어느 편이냐, 하는 김 이사 질문에 택시 기사가 잠시 난감한 얼굴이다. 하되, 조지아 정부와 정치인들은 러시아 편이지만, 일반 국민은 우크라이나 편이다,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디서나 강자는 강자의 편에, 약자는 약자의 편에 서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 공자는 이것을 일컬어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이라 했다. 트빌리시 시내 곳곳에 마련된 수많은 동상은 조지아를 빛낸 시인과 문사(文士) 혹은 화가를 기리는 것이다. 유럽은 오래전부터 동상으로 제 나라의 영웅들을 기념하는 습속을 이어왔고, 한때는 그루지야로 불린 조지아 역시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럴진대, 우리는 이런 문화에 이질적이며, 시인과 묵객(墨客)을 위한 동상 건립은 여전히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주인 없는 수많은 개가 길거리에서 낮잠을 자고, 택시들이 곡예(曲藝) 하듯 미끄러지지만, 교통질서가 유지되는 트빌리시. 서둘지 않는 시민들의 발걸음과 대학생들의 여유로운 미소에서 이 나라의 미래가 환하게 열려있다는 인상을 받고 능소화 붉게 피어있는 조지아를 떠난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09-28

추석민심 겨냥, 지방선거 준비에 바쁜 與野

여야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부터 지방선거기획단을 가동하고 있는 민주당은 최근 각 시·도당별로 ‘선출직 평가위’를 구성하는 중이다. 광역단체장을 욕심내고 있는 부산시당과 강원도당은 이미 평가위 활동에 들어갔다. 평가위원회는 공천 대상자의 도덕성·윤리 역량(20%), 리더십 역량(20%), 공약·적합성 이행(30%), 직무활동(20%), 자치분권활동(10%)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다. 특히 도덕성·윤리 역량 평가에서는 본인뿐 아니라 친인척과 측근도 대상에 포함시킨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16일부터 전주 호남발전특별위원회 회의, 제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예산정책협의회, 광주 예산정책협의회,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를 잇따라 열면서 지역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18일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을 띄운 국민의힘도 조직 정비와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총괄기획단 위원장은 5선의 나경원 의원이,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은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사무총장이 맡았다. 조강특위는 지난 26일 첫 회의를 열고 광역단체장 공천은 중앙당이, 기초단체장 공천은 시·도당이 주도권을 갖기로 했다. 조만간 각 시·도당별 당무감사도 계획 중이다. 최근 여야가 초강경 대치를 이어가는 것도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진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입법·행정 권력을 차지한 민주당은 내년에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 광역단체장을 석권하겠다는 게 목표다. 민주당 당·정은 “정권 전체가 마치 선거기획사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방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 대선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내년 지방선거를 반등의 기회로 삼지 못하면 당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 그러려면 당의 외연을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 확장하는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영남 자민련’이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인재영입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과거처럼 중앙당이나 국회의원이 일방적으로 ‘묻지마식 공천’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

2025-09-28

한번 화재로 국가정보시스템이 마비돼서야

26일 밤 일어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의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이 무더기로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다. 마침 화재가 난 다음 날부터 이틀간 휴무일이어서 국가적 대란은 피한듯했지만 완전한 복구 시점은 장담하기가 아직 이르다. 정부는 주말 동안 긴급 인력을 투입, 복구 작업에 나섰고 일부는 27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오늘부터는 대부분 정상 가동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스템이 정상 작동될지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대전 국정자원에는 총 647개의 시스템이 있으나 이번에 직접 피해를 입은 시스템은 96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대전 국립자원의 시스템은 국가정보 관리의 핵심 시설로 꼽히는 곳이다. 화재가 나자 정부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시스템을 일시 정지하면서 전국 곳곳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온라인 민원 발급 사이트인 정부24는 물론 우체국의 금융기능도 완전 정지됐다. 우체국을 이용한 입출금, 이체, ATM기 이용 등이 중단되면서 이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입혔다. 또 정부 발급이 필요한 부동산 거래는 상당수가 제때 진행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체국 시스템은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추석을 앞둔 가운데 빚어진 전산망 사고라 우편 택배 등 물류대란에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도 된다. 경찰이 화재 사고 원인 파악 등을 위해 수사 착수했다고 한다. 정밀한 조사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반드시 수립하도록 하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클라우드 환경 이중화 작업이 미비했던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곳에서 재난 사고가 나면 다른 한곳에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년 전 카카오 먹통 사고 후 카카오는 재난 복구시스템을 데이터센터를 3개로 연동화하는 삼중화 시스템 구축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시스템의 분화작업과 이중화 구조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안일한 행정이 반복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2025-09-28

천년의 소리

APEC을 한 달 앞둔 지난주 경주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국보 29호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인 성덕대왕신종의 안전 여부를 조사하는 타종행사가 있었다. 771년 통일신라 혜공왕 7년에 완성된 성덕대왕신종은 1254년의 역사를 가진 종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종으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라 말한다. 높이 3.66m, 무게 18.9t이다. 신라 35대 성덕왕의 공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고자 아들인 경덕왕이 제작을 시작했으나 완성을 보지 못하고 그의 아들인 혜공왕 때 완성한 종이다. 범종이란 불교 용어다. 불경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글로 표현한 것이라면 불상은 부처님의 모습이고, 범종은 부처님의 목소리로 해석한다. 청정한 절에서 울리는 맑은 종소리는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리를 깨우치라고 하는 것이다.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이란 별명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황동 12만근이 소요되는 대형 종을 만들고자 갓은 시도를 다했으나 번번이 종이 깨지고 소리가 나지 않는 실패를 했다. 어린아이를 넣어야 소리가 난다는 말에 어린아이를 쇳물에 바치고 나니 완성됐다는 것이다. 종을 칠 때마다 “에밀레”라는 어린아이의 소리가 들려 붙여진 이름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992년까지 매년 재야의 종으로 타종 행사를 벌였으나 그 이후는 조사 목적 외에는 타종을 금했다. 지난주 실시한 조사목적의 타종행사에는 제작연도를 상징하는 771명을 초청해 타종식을 가졌다. 천년 전 신라인이 듣던 종소리를 오늘 이 시대에 사는 이들이 직접 듣는 행사다. 천년을 거슬러 간 시간여행의 신비로움에 빠져든 순간이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28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 미래산업·교통문화 정책 발굴 나서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제358회 임시회’ 기간 중인 지난 24일 구미 지역의 주요 산업·연구기관을 방문해 지역 산업 육성과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 발굴에 나섰다. 위원회는 이날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구미전자정보기술원(GERI) △경북교통문화연수원을 차례로 방문하며 각 기관의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먼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창의적 아이템 발굴과 예산운용의 탄력성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유니콘기업 성장지원사업의 까다로운 조건과 홍보 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이 제때 정보를 얻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원스톱 지원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삼성과 경북도가 공동 출연한 320억 원 규모의 펀드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을 들어, 지역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간접 운영 방식의 한계로 인해 자립 경영을 위한 수익 모델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위원회는 펀드를 센터가 직접 운영해 지역 특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투자 성과가 지역에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구미전자정보기술원에서는 반도체·전자산업의 신기술 개발 현황과 강소기업 육성 전략을 청취했다. 기술원이 구미시 출연기관임에도 경북도 수탁사업을 다수 수행하고 있는 점을 들어, 경북 전체 발전을 위한 역할 확대를 당부했다. 중소기업 육성, 장비 공유,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은 경북도 전략과 연계한 중장기 발전 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경북교통문화연수원에서는 시설 노후화와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엘리베이터 미설치로 인한 접근성 문제를 들어, 공공교육기관으로서 안전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속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선희 위원장은 “이번 현장 방문을 통해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질의와 당부가 있었다”며 “각 기관이 도의회와 긴밀히 소통해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북도의 실질적인 발전을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9-28

경북도 일본 여행박람회투어리즘 ‘엑스포 재팬 2025’ 참가

경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국제전시장(Aichi Sky Expo)에서 열린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 2025’에 참가해 경북의 관광자원을 홍보하고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현지 마케팅을 펼쳤다.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은 일본관광진흥협회, 일본여행업협회, 일본정부관광국이 공동 주최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여행박람회로, 매년 18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행사다. 올해는 ‘연결되다(繋がる)’를 주제로 한국관이 운영됐으며, 경북도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다’를 테마로 홍보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경북은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를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류 드라마 촬영지 등 일본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와 K-콘텐츠가 공존하는 지역의 매력을 소개했다. 특히, 일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외래관광객조사’에서 개별여행 및 한국 재방문율이 72.5%로 나타나, 경북은 이를 바탕으로 일본 관광객의 방문을 적극 유도했다. 현장에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탬프랠리와 경북관광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참가자에게는 첨성이 키링, 캐리어 네임택, 책갈피 등 경북 관광 기념품을 제공해 인지도를 높였다. 또한 28일에는 경북 관광 발표와 퀴즈 이벤트를 통해 신라의 미소 파우치, 경주 헤리티지 손수건 등 전통 감성을 담은 기념품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아울러 경북도는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들과의 상담회를 통해 우수 관광상품을 소개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B2B 마케팅도 병행했다. 김병곤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일본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비중이 크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핵심 시장”이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경북의 문화적 가치와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경북도는 앞으로도 일본 관광객의 선호와 트렌드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관광객 유치 확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9-28

“포항시 청년정책, 사후 처방 아닌 ‘예방적 정책’ 필요”

임대환 재단법인 청년재단 중앙청년지원센터장은 “청년정책은 사후 처방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하는 정책”이라면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단계별 준비를 돕는 게 청년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포항시가 청년의 날을 맞아 마련한 ‘청년정책포럼’에서다. 포럼에서 임대환 센터장은 포항시의 예방적 청년정책 중 첫 번째 단계인 ‘학습기 단계’(초기 청년)는 비진학 청년을 위한 정책은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 이수율이 89% 이상을 웃돌면서도 그에 포함되지 못한 11%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곳이 없는 점과 포항의 학교 밖 청년들을 위한 기술 훈련 교육이나 삶을 이행할 기회 제공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서다. 청년들이 구인·구직 활동하는 ‘중기 청년 시기’에 대해서는 제조업과 이차전지 산업의 메카인 포항이 정작 인문 수양을 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좌절을 겪고 고립·단절되는 경우에 대비해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특히, 임 센터장은 “포항시가 청년들에게 월세와 전세 보증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지원하고 있지만, 모두 한시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후기 청년 시기’인 30대 후반 청년들이 임차보다 내 집을 마련을 더 원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청년들이 지분을 적립할 수 있는 공공 유형의 주택제공이나 공공 보육, 시간제 돌봄 등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 것을 주문했다. 청년정책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위해 포항시에 청년 담당관을 도입하자고제안한 임 센터장은 “순환보직 근무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청년 담당관을 배정하고, 청년 담당관이 부서별 거버넌스를 통해 청년이 요구하는 일자리와 주거·복지·문화 정책과 관련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시라기자

2025-09-28

iM뱅크,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전담조직 신설…금융 혁신 선도

iM뱅크(아이엠뱅크)가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정책에 발맞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금융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 이는 부동산 자금 쏠림 완화와 미래 전략산업 자금 공급을 목표로 하는 금융위원회의 핵심 정책인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iM뱅크는 산업 분석 및 심사 지원 강화, 유망 기업 발굴, 맞춤형 금융 상품 제공 등을 통해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흐름을 촉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문 인력 영입과 부서 간 협업 체계 고도화를 추진하며, 신속한 실행력을 갖춘 조직 구조를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은 정책금융·금융회사·자본시장 3대 전환을 축으로 하며,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 등을 포함한다. iM뱅크는 이 정책에 발맞춰 ‘신성장 4.0 전략분야 지원대출’ 확대, 지자체 및 신용보증기관과의 협력 강화, 중소기업 대상 정책금융상품 접근성 개선 등을 추진한다. iM뱅크 관계자는 “이번 전환은 국가경제의 새로운 기회이자 은행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시중은행으로의 도약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황병우 은행장은 “지역 기반 은행으로서 국가 프로젝트에 협력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생산적 금융 체계 구축을 통해 한국경제 재도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iM뱅크는 전담조직 신설을 시작으로 산업별 전문성 강화와 모험자본 투자 역량 확대에 나설 예정이며, 금융 인프라 선제적 제공을 통해 정책 실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9-28

대구·경북 기업심리지수, 제조업·비제조업 모두 상승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9월 대구·경북 지역 기업심리지수(CBSI)가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전월 대비 상승했다고 28일 밝혔다. 9월 제조업 CBSI는 99.7로 전월(96.8) 대비 2.9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자금 사정(+2.1p)과 업황(+0.7p) 개선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다만, 다음 달 전망지수는 94.2로 전월 대비 4.1p 하락해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비제조업 CBSI는 88.8로 전월(82.4) 대비 6.4p 상승했다. 채산성(+2.8p)과 자금 사정(+2.2p)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다음 달 전망지수도 88.5로 전월 대비 2.9p 상승해 낙관적 전망이 확대됐다. 전국 제조업 CBSI는 93.4로 0.1p 상승에 그쳤으나, 대구·경북은 2.9p 상승하며 지역 경기가 상대적으로 개선됐다. 비제조업도 전국(90.5, +1.1p)보다 큰 폭(6.4p)의 상승을 기록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 부진(제조업 24.2%, 비제조업 24.6%)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으며, 제조업은 인력난·인건비 상승(12.4%), 비제조업도 인력난(17.4%)을 주요 문제로 지목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대구·경북 지역 기업의 심리지수가 개선됐으나, 내수 부진과 인력 문제 등 구조적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9-28

‘고령화·고강도 노동’ 경북 어민들 “인력 보조 로봇 필요” ··· 국가 주도 기술 개발·실증 지원 ‘전무’

고령화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경북동해안 지역 어민들은 고강도 노동을 덜고 안전사고 위험을 낮출 ‘어업인력 보조 로봇’을 통한 자동화를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기술개발과 실증 지원 등의 노력이 전무해 어업·수산업 분야 로봇 기술개발이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조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이 3월 19일부터 4월 17일까지 포항시, 경주시, 울진군, 영덕군 어민 5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90.7%가 수산업의 노동강도가 ‘힘들다’(힘들다 57.4%, 매우 힘들다 33.3%)고 답했다.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81.5%(부족하다 55.6%, 매우 부족하다 25.9%)에 달했다. 어업인력 보조를 위한 로봇 도입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81.5%(긍정 55.6%, 매우 긍정 25.9%)나 됐다. 그 이유로는 ‘노동이 힘듦’이 47.1%로 가장 많았고, 업무 생산성 향상(19.6%), 현재 체력 등 신체 능력이 떨어짐(17.6%) 순이었다. 어항구역 내 어업인력 보조 로봇 설치 찬성 의견도 85.2%(그렇다 59.3%, 아주 그렇다 25.9%)에 달했고, 고령화와 인구감소 해결을 위한 어업인력 보조 로봇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85.2%(그렇다 59.3%, 아주 그렇다 25.9%)로 나타났다. 울진 죽변항 죽변어촌계장은 고령의 해녀에 의존하는 자연산 미역 채취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 사정을 고려한 수중 자동 미역 채취 로봇 도입을 제안했다. 포항 청진항 어민들은 미역 등의 수산물을 육상에서 선별해 차량으로 옮기는데 많은 힘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박이나 육상에서 자동 선별하는 장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포항 신창1리항 어민들은 육상에서 그물을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원했다. 정원조 박사는 “어업인의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문제는 단순 인력 충원으로 해결할 수 없어 지능형 어업 보조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어업 작업은 비정형적이고 해상 환경 변화가 잦아 착용형·협업형 등 현장 맞춤형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라면서 “어업 로봇은 무인기·수중로봇과 기술적 연계성이 높아 해양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초기 시장 단계에서는 국가주도 기술개발과 실증 지원이 필수적인데, 현실은 정반대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로봇산업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지만, 어업과 수산업 분야는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서 제외돼 있다. 해양수산부는 디지털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어업인력 보조 로봇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지원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어업 전용 로봇의 기술개발과 특허 실적도 사실상 전무하고, 어업 로봇 개발을 위한 정부 예산과 국가연구개발과제도 없다. 정 박사는 “정책·산업·기술 가반이 아직 미흡하지만, 수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고령화 대응, 작업 안전성 강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핵심 대안으로 접근해서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해야 한다”라면서 “’지역 주도형 실증과 사업화 모델을 추진한다면 수산업의 구조 전환과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9-28

한국공항공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실물 신분증 지참 당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모바일 신분증과 정부24 등 주요 행정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한국공항공사가 공항 이용객들에게 실물 신분증 지참을 당부했다. 한국공항공사는 27일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일부 정부 전산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모바일 신분증이나 정부24를 통한 신분 확인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사는 “공항 이용 시 반드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실물 신분증을 지참하거나, 공항에서 제공하는 바이오패스(생체정보 인증)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실물 신분증을 준비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서류를 미리 출력해 지참하거나 원본 파일을 저장해두는 등 별도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공사는 화재 발생 시점인 전날 오후 8시 20분 이후 입차한 장애인·국가유공자 차량의 경우, 주차장 자동 할인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적용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이용객들은 공항 홈페이지 안내에 따라 사후 환불을 신청하면 된다. 공항공사는 “정부 전산 서비스가 복구될 때까지 이용객 불편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여행객들께서는 반드시 사전 준비를 해달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9-28

매번 공연 암표 중고 거래 발생하는 대구 서구, 대책 없나?

대구 서구가 진행하는 무료 행사의 입장권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고가에 유통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행사는 28일 서구 이현공원에서 개최되는 ‘제9회 공감음악회’이다. 인기 가수가 초청된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로, 공연 입장권 예매는 지난 26일 오전 9시부터 서구 구민 방문 예매, 26일 오후 2시 일반 인터넷 예매로 진행됐다. 하지만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서구 주민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입장권을 구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고가로 입장권을 올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 28일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이현공원과 가수 이름 등의 검색하니 수십 여건의 공연 관련 구매, 판매 글이 등록돼 있었다. 한 사이트에서는 ‘나눔과 삽니다’ 등으로 글을 올린 후 채팅을 통해 거래가 진행되는 모습도 포착됐으며, 거래 완료가 된 모습도 다수 있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 서구에서는 지난 5월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서구청은 대책 마련 등 방지책을 내놨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방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구 한 주민은 “주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이 일부 사람들의 돈벌이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현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가보니 행사장 주변에 가수의 팬클럽이 너무 많다”면서 “서구를 위한 공연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법적 처벌 권한이 없다 보니 암표가 거래 글이 올라오면 해당 중고 거래 플랫폼에 거래 중지 요청을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28

與 “尹 정부 이중화 작업 미비” 野 “李 대통령 책임 물을 것”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여야는 28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이중화 작업 미비를 지적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대전에 있는 국정자원을 찾아 피해·복구 상황을 보고받고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개별 브리핑을 진행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참사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지난 정부에서 배터리와 서버를 이중화하는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며 “관련 예산을 수립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도 “지난 2022년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당시 정부는 민간 기업에 이중화·재난복구 시스템 조치를 의무화했으나 공공기관은 제외했다”며 “그게 결국 오늘의 결과를 빚었다고 생각한다. 소방청에서도 화재 위험물 시설 지정을 요구했을 텐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대한민국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했던 전자정부가 왜 이 모양까지 됐는지 개탄스럽다”며 “허술한 디지털 행정과 위기 대응 능력 부실로 인해 사고가 터졌다. 총체적 무능이고 인재이자 대형 참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 역시 “이 대통령은 과거에 유사한 화재가 있었을 때 대통령이 사과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본인이 목소리를 냈다”며 “이번에 어떻게 처리하는지 제대로 지켜보겠다. 현장 관리 부실의 표본적인 사례가 될 듯 하다”고 비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9-28

책과 음악 어우러진 ‘문화의 장’ 펼쳐져

포항시 최대 독서문화축제인 ‘2025 포항 독서대전’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포은흥해도서관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포항시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지난해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항’에 이어 함께 읽는 독서의 가치와 즐거움을 만끽했다. 올해 독서 대전은 ‘음악, 책을 만나다’를 주제로, 단순한 독서 행사를 넘어 책과 음악이 결합된 독창적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전국 규모로 열린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성공에 이어 올해는 지역 특화형 축제로 전환해 시민 주도적 참여와 사회적 가치 확산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포항시립도서관과 독서 문화 교육 음악 예술계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북마켓, 강연과 북토크, 전시, 공연, 체험 등 8개 영역 30여 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전국 서점과 출판사가 참여한 북마켓에서는 희귀 도서와 개성 넘치는 굿즈가 선보였으며, 가족 퀴즈왕 대회, 점자 촉각 도서 체험 등 독서와 창작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참여를 이끌었다. 강연 & 북토크: 올해의 책 작가 김민서·신동섭을 비롯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 정호승 시인, 김현욱 작가 등이 참여해 문학과 음악의 교차점을 탐구했다. 특히 동화작가 송언과 사서 딸의 대담은 세대 간 문학적 소통을 이끌어 내며 눈길을 끌었다. 포항 지역 작가전(28인 참여), 음악 그림책 특별전,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지역 이야기책 등 시민 참여형 전시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공연 또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책의 감동을 음악으로 재해석한 렉처콘서트, 그림책 작가의 1인극, 뮤지컬 ‘커다란 방귀’ 공연이 진행돼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모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음악영화 상영도 마련돼 포용적 문화축제의 면모를 발휘했다. 축제 기간 중 ‘추억의 DJ코너’에서는 시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음악과 함께 소개하며 감성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지역 서점 3곳을 추천받아 최다 득표 서점에 ‘명예의 포부기’(포항독서대전 캐릭터) 스티커를 수여하는 이벤트도 열려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서양진 포항시립도서관장은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문화의 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포항 독서대전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느끼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독서 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포항 독서대전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8

국립대구박물관, 전통 복식과 근대 섬유산업 역사 기획전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인 국립대구박물관(관장 직무대리 최환)이 2025년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협의체 및 지역박물관 연계 사업의 일환으로, 경운박물관과 대구근대역사관과 함께 공동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복식의 미학과 근대 섬유산업의 역사를 주제로, 각 기관의 특화 소장품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인다. 경운박물관의 ‘갖옷, 겨울을 건너다’(9월 25~12월 7일)는 동물 털과 가죽으로 제작된 한국 전통 방한복 ‘갖옷’의 예술성과 실용성을 집중 조명한다. 갖옷은 털을 안감에 숨겨 보온성과 절제미를 동시에 구현한 독특한 복식으로, 전시에서는 저고리, 두루마기, 모자, 가죽신 등 실생활에서 활용된 갖옷의 유물과 제작 과정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의 ‘대구 도심 공장굴뚝, 기계소리 – 근대 대구 섬유 읽기’(9월 30일~2026년 3월 8일)는 대구가 세계적인 섬유산업 도시로 도약한 역사적 배경과 발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자본으로 설립된 ‘동양염직소’부터, 전시체제기 일본의 공출 정책에 따라 건설된 산업 시설까지, 대구 섬유산업의 궤적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최환 국립대구박물관 관장 직무대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복식문화의 독창성과 산업사적 가치를 조명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전시·학술·출판 등 다양한 공동사업을 통해 참여 기관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8

신승원 방언학연구소장 48년 방언 연구

방언학연구소 소장 신승원 박사를 만나기 위해 최근 그의 연구소를 찾았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신 소장이 평생 수집한 책과 자료들이 입구 현관부터 집안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본가에도 이와 비슷한 양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언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루지만, 문학 서적, 군지·읍지·고지도, 한시 및 한문 서적, 미술품·서예 작품·골동품 등도 소장하고 있었다. 신 소장은 1977년부터 48년간 방언을 연구해왔으며, 앞으로의 꿈은 “한국 방언박물관을 설립해 전 세계에 한국 방언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방언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일반인에게 방언을 전파할 방법이 부족하다고 느껴 박물관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속담처럼, 방언 연구는 그 지역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라 시대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경상도 방언을 먼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중심 언어는 경주 지역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통시방언학의 권위자인 오종갑 교수에게 박사 학위를 받으며 큰 영향을 입었다. 통시방언학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언어 변화, 즉 역사적 발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박물관 설립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무 연수도 이수했다. 현재까지 수집한 방언 어휘는 13만 5389단어에 달한다고 한다. 이 모든 단어는 기존의 방언연구자들이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다. 신 소장은 “사투리는 조상의 얼이 담긴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이라며 2016년 사투리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향후 인간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도 열둔 셈이라 했다. ”판소리나 민속놀이처럼 사투리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K팝, K영화, K푸드가 세계를 이끄는 지금, 한국 방언 역시 글로벌 문화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09-28

한국전선문화관, ‘2025 전선에서Ⅱ’ 첫 무대 성황

전쟁의 기억은 때로 노래로 되살아난다. 한국전선문화관이 주관·기획한 ‘2025 전선에서Ⅱ’ 첫 무대인 전선의 노래가 지난 24일 오후 3시 대구시 향촌동 한국전선문화관 2층에서 열렸다. 방종현 달구벌 하모니아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하모니카 선율과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달구벌 하모니아는 ‘전선의 노래’를 주제로 합주와 독주를 선보였고, 한대곤·김임백씨의 노래가 더해져 공연의 무게감을 높였다. 여기에 김윤숙·김명자·최윤화씨의 하모니카 연주가 흐르며 무대는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예술혼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관람객들은 “전쟁 시절의 노래가 그 시대의 기억을 소환했다”, “자유를 지켜낸 선열들의 희생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 공연장에는 하청호 대구문학관장, 허화열 서라벌정가단 단장, 권정태 전 한국사진가협회장, 신재천 영화감독, 문성희 죽순문학회 회장, 신승원 방언연구소장, 시인 손수여·고영애·전영귀, 수필가 김황태·정영태·유무근 등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와 문인, 시민 40여 명이 함께했다. 전선문화(戰線文化)란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피란 예술인들이 붓과 악기를 놓지 않고 이어온 문화예술 활동을 뜻한다. 삶의 터전을 잃고 피란길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노래하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렸다. 예술은 전쟁보다 강했고, 그것은 대구라는 공간 안에서 활짝 꽃피었다. 이러한 유산을 기리고자 한국전선문화관은 2024년 3월, 대구 중구 북성로 옛 ‘대지바’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전쟁기 피란 예술인들의 기록과 작품을 수집·보존하며, 국내 유일의 전선문화 전문 문화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 전선에서Ⅱ’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연속 프로그램이다. 전선문화를 단순히 기록에 두지 않고 오늘의 무대로 다시 불러내는 시도다. 이번 시리즈는 달구벌 하모니아의 하모니카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22일 어쿠스틱 듀오 ‘오늘 하루’의 포크 공연 Antiwar, 11월 26일 (사)영남문학예술인협회의 시극·악극·시낭송 무대 구상과 이중섭으로 이어진다. 한국전선문화관 관계자는 “전선문화는 대구만의 독특한 문화자산이자 한국전쟁이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이라며 “그 기억을 오늘의 예술로 재해석해 지역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밝히는 일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9-28

녹향 음악 감상실, 낭송과 클래식의 만남

대구문학관(관장 하청호)과 도심재생문화재단(대표 안상호)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문학 유유(悠悠)하게’가 녹향 음악 감상실에서 지난 25일 오후 3시에 열렸다. 프리마베라 낭송회와 클래식이 만나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시민에게 ‘심미적 위안’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행사였다. 낭송회와 클래식이 결합한 연회는 가을의 문턱에서 메마른 가슴을 적시는 향연이었고, 예술이 삶을 재생시키는 힘을 지녔음을 증명했다. 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자리에서, 박영선 글로벌 시낭송회장은 송수권 시인의 ‘여승’을, 이은정은 카루소 가사의 ‘번역 시’를, 정선영은 김남조 시인의 ‘태양의 각문’을, 이연희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이경숙은 ‘네루다의 시’를, 이은희는 나태주의 ‘내 안의 사람’을 각각 낭송했다. 각 시인은 저마다의 호흡으로 생명과 언어의 떨림을 시민 앞에 펼쳐 보였다. 낭송은 청중의 귀에만 머물지 않고, 가을 하늘을 닮은 정취와 함께 시민들의 가슴속에 스몄다. 고전과 현재를 잇는 녹향이 이날의 자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녹향 음악 감상실의 역사적 맥락이다. 1946년 향촌동 자택 지하에서 시작된 작은 공간이 오늘날까지 80여 년에 이르는 뿌리 깊은 문화적 흔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구가 음악과 문학의 숨결을 오롯이 품은 도시임을 증명한다. 파바로티의 생애와 음악적 공헌을 설명하며, 이해와 공감을 동시에 열어 준 이정춘 실장의 해설 또한 녹향의 예술 정신을 대변하는 순간이었다. 클래식 ‘네순도르마’, 여자의 마음을 낭송 사이사이에 감상하는 고요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시민이 원하는 음악을 신청해 들을 수 있다는 녹향의 운영 방식은, 음악을 단순히 ‘전시되는 예술’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예술’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점은 문화 향유의 민주성과 참여성을 동시에 보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대하다. 예술은 삶을 치유한다는 말. “역사 깊은 장소에서 시와 클래식을 함께 들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는 방청객의 소감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속 소음에 갇힌 현대인에게 낭송과 음악은 내면에 심호흡을 가능케 하는 시간이었다. 또 다른 중년 신사가 느낀 매력 역시, 삶이 지칠수록 사람들은 ‘나만을 위한 음악’, ‘나만을 위한 언어’를 찾게 된다는 사실이다. 녹향은 바로 그런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이다. 다가올 가을의 길목에서 다음 달 29일 오후 3시 베토벤에 이어 11월 27일 오후 3시는 바흐가 시민을 기다린다. 단순히 세계적 거장의 음악을 듣는 자리를 넘어, 시와 함께 어우러지며 새로운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연회의 성취가 이후에도 지속될 것임을 예감케 한다. 예술은 삶을 꾸며주는 사치가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낭송과 클래식이 함께한 녹향의 가을은 시민에게 ‘예술적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웠다. 바쁜 도심 속에서도 문화가 도시의 심장을 뛰게 하고 시민의 영혼을 정화 시킨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예술의 장을 더욱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9-28

다양한 옷과 같은 스피치

‘스피치 시대’가 우리 앞에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력만 있으면 되겠지, 필기시험만 잘 치면 되겠지 하는 시대 의식은 본인 스스로 패배자로 인식되는 시대다. 본인의 능력을 나타내고 남에게 인식시키는 방법으로서 서로 서로 자격이 비슷한 요즈음 시대에 스피치가 단기간에 상대방에게 설득력과 재질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스피치도 이제 다양성을 갖추고 때와 장소에 맞게 해야만 상대방에게 좋은 인식을 줄 수 있다. 등산을 하려면 등산복을 입어야 하는 것과 같다. 기능성 등산복이 더 편리함을 주고 비록 값이 비싸지만 등산에 제일 효과가 좋고 편안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야유회를 갈 때 캐주얼을 입어야 주위 사람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대화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직장 근무 시 같은 동료와 함께 회사 유니폼을 입고 근무함으로써 동지감과 의무감을 함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턱시도와 예쁜 드레스를 입고하는 결혼식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갈 수 없는 것처럼 스피치의 원리도 같다고 보아야 한다. 웃어른과의 대화에서는 짧고 쉽게 예의바르게 표현하는 하는 것이 요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당당하고 명쾌하게 발표해야 자신의 신분과 직책에 맞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유머와 정이 넘치는 대화를 한다면 친근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고, 인간적인 폭도 넓혀 자기 자신에 대한 호감을 상대방에게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이제 이렇게 스피치는 때와 장소에 따라 세분화, 전문화, 인격화되어 가는 시대다. 자기 자신의 인격과 목표에 맞는 세분화 전문화된 스피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재질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고 앞서 나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스피치는 나와 나의 스피치, 나와 타인의 스피치, 나와 소수의 스피치, 나와 다수의 스피치로 구분된다. 나와 나의 스피치는 독백과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와 타인의 스피치는 대화, 상담 등 1:1의 대화법이며, 나와 소수의 스피치는 면접, 프리젠테이션, 회의 등이고, 나와 다수의 스피치는 연설, 강연 등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스피치를 의미한다. 이렇듯 옷도 그 상황에 맞게 사전에 준비를 하여 갖추어 입듯이, 스피치 또한 옷과 같이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함은 물론이고, 옷을 갖추어 입는 것보다 더욱더 많은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는 본인 스스로 스피치에 대한 작은 철학을 세워 철저한 전문성으로 남과 대화할 수 있는 능동적이며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져야 한다. 스피치에서 이기는 자 다른 곳에서도 이길 수 있을 가능성이 가장 많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병욱 시민기자

2025-09-28

대구 달서구, 제12회 IAEC 아·태 네트워크 지역회의 성료

대구 달서구는 지난 26~27일 계명대 의양관과 달서평생학습관에서 ‘제12회 국제교육도시연합(IAEC) 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 지역회의’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이번 회의는 달서구의 평생학습도시 지정 20주년을 기념해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회의에는 IAEC 사무국, 유럽·아메리카 네트워크, 국내 회원도시 대표 및 교육 전문가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마리나 카날스 IAEC 사무총장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방한해 행사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주제는 ‘SDGs 시대, 교육도시의 새로운 역할과 평생학습 전략’이었다. 줄리안 퀸타르트 EU 기후행동 친선대사가 오프닝 강연을 진행했으며, 정우탁 경희대 교수(전 유네스코 아·태 국제이해교육원장)가 기조강연을 통해 글로벌 교육 의제를 제시했다. 이어진 원탁회의에서는 이희수 중앙대 교수 주재로 김용재 유엔협회 세계연맹 아·태 총괄 사무국장, 신종범 한국유네스코위원회 실장, 제이미 파울로 모라 시티넷 부국장, 양흥권 대구대 학장, 허준 영남대 교수 등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교육 전략을 논의했다. 국내외 우수사례 발표에서는 브라질 쿠리치바의 생태도시 정책, 포르투갈 루레시의 고령자 지식나눔 프로젝트, 군산시의 ‘찾아가는 동네문화카페’ 사례가 소개되며 현장 기반 학습모델이 공유됐다. 참가 도시들은 회의 마지막 날 공동선언문을 채택해 △교육을 도시 지속가능성의 핵심 전략으로 재확인 △학습권 보장 및 시민 참여 확대 △포용적 학습 환경 조성 △SDGs 달성을 위한 지역 전략 실행 △회원도시 간 협력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달서구는 지난 20년간 주민과 함께 성장하며 배움을 공동체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디지털 혁신 학습, 녹색 전환 교육, 국제 네트워크 강화 등 미래 과제를 세계 도시들과 협력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9-28

한가위 맞은 현수막 전쟁, 시야 가린 정치 홍보의 민낯

추석을 앞두고 포항 시내 주요 도로와 교차로가 정치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포항시 북구 육거리, 죽도시장 네거리, 남구 효자네거리 등 도심의 요충지는 물론 시가지 구석구석이 28일 기준으로 내년 지방선거 시장 출마예상자들의 현수막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이들 현수막 문구는 일단 ‘한가위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명절 인사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메시지 글자 보다 이름과 얼굴이 더 크게 자리해 있다. 시민들은 이를 두고 “명절 분위기를 가장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이라고 눈살을 찌푸린다. 택시기사 이모씨는 “육거리 등에는 신호등 보다 정치인 얼굴이 더 잘 보인다”며 혀를 찼다. 죽도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도 “이번 추석을 앞두고 유독 정치현수막이 많이 걸렸다. 그 광경을 볼때면 어지럽기도 해 운전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 현수막 물량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장 출마예상자들은 한 명당 최소 100장, 많게는 500장 이상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 포항시장 출마예상자가 10여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시내 일원에 대략 3000여장의 현수막이 내걸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정도면 일단 공해수준이라는 것이 안팎의 지적이다. 문제는 이들 현수막이 현행 법규상 불법이라는 것이다. 현행 규정에는 정당에만 가로변 현수막 게시를 허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원외지구당 위원장 정도만 가능할 뿐 나머지는 모두 법규를 위반한 것이다. 시장 출마예상자들이 현수막을 걸려면 일반 시민이나 소상공인처럼 시청의 검인 절차를 밟고 제한된 장소에만 설치해야 하나 시청이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불법현수막이 판을 치고 있다. 포항과 달리 옥외광고물을 꼼꼼히 관리하는 지자체도 있다. 전북 남원시는 시장은 물론 지역정치인들은 올 추석맞이 인사 현수막을 지정 게시판에만 게시했다. 법규 준수다. 그 결과 거리는 쾌적하게 유지되고, 행정의 일관성에 대한 시민 신뢰 또한 높였다. 지켜보고만 있는 포항의 무기력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시민들이 불법 현수막을 두고 “정치인에게는 열린 하늘이고, 시민에게는 좁은 문인가”라고 반문하며 불쾌해 하는 이면에는 환경문제도 뒤따른다. 현수막은 내구성을 높인 합성섬유 재질이어서 재활용이 쉽지 않다. 사용 후에는 결국 소각 처리돼 대량의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을 배출할 수 밖에 없는데,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수천 장 가까운 현수막이 하루아침에 쓰레기가 된다면 그 자체가 환경 재앙”이라며 “정치인들이 친환경, 탄소중립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환경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정치인과 출마예상자들의 현수막 경쟁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광고홍보학계의 한 교수는 “이들이 내거는 현수막은 홍보 효과도 미미하고, 오히려 정치 혐오를 불러오는 역효과를 낳는다”며 “SNS, 온라인 플랫폼 등 대체 수단이 충분한데도 현수막을 대량 내거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거리를 쾌적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시당국의 의지”라고 말했다. 귀성객들의 눈에도 이 풍경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고향을 찾은 한 40대 시민은 “정겨운 거리가 정치인과 출마예상자 이름으로 도배된 걸 보니 불쾌하다”며 “명절을 빌미로 자기 이름을 팔아먹는 정치 쇼에 불과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동대학교 A교수는 “정치현수막이 거리를 어지럽히는 것은 정치인의 구태적 발상과 출마예상자들의 조급한 홍보 경쟁, 그리고 이를 막지 못하는 제도의 허점이 맞물려 벌어진 구조적 문제”라면서 정치적 이익을 시민의 불편과 안전 위에 놓는 한 이런 풍경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9-28